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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10회) 김 삼 복 19
《…나는 다른 나라들에서 5개년계획을 1차, 2차 련이어 수행하는것을 보고 부러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5개년계획을 하게 되였습니다. 우리는 공업국가건설에로의 지름길을 달려가려 합니다. 그런데 5개년계획수행에 진입하게 되는 현시기 우리앞에는 커다란 난관이 가로놓여있습니다.》 수령님께서 연단에 서시여 연설을 하고계시였다. 회의장은 하루일을 끝낸 각 직장의 로동자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긴나무걸상들에 빽빽하게 조여앉아 숨을 죽이고 수령님의 연설을 듣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나라앞에 조성된 어려운 난국에 대하여 솔직하게 다 알려주시였다.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자들이 반쏘반공깜빠니야를 벌리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마쟈르에서처럼 내부에서 들고일어나기를 꾀하며 정세를 계속 격화시키고있다는것, 미제와 리승만도당이 새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진》소동을 벌리는것과 함께 우리의 내부를 와해시키려 하며 사회주의건설을 방해하려고 날뛰고있다는것, 그리고 소위 《개인미신》을 반대한다는 구실밑에서 진행되는 사회주의나라들에서의 당과 국가를 파괴하려는 음모에 편승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종파분자들이 책동한것 등을 말씀하시면서 수령님께서는 8월전원회의에서 그들에게 규률문제를 보고 해당한 처벌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완전히 적들편에 넘어갔거나 적들과 타협한것이 아니기때문에 당내 사상투쟁으로 그들의 과오를 극복하며 그들자신이 자기비판을 통하여 자신을 개조할 기회를 주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반당적인 종파음모활동을 진행한 사실과 그 엄중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계산하고있다, 우리는 그들이 대국에 추종하여 우리 당을 공격하고 5개년계획을 시비하고 적들의 롱락물이 되여 춤춘데 대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당중앙위원회를 지지합니다!》 하는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만나주시였던 제강직장 부직장장이였다. 로동자들이 이에 호응하여 와-와- 하였다. 《동무들!》 수령님께서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키고 계속하시였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로동자, 기술자, 사무원들의 임금을 평균 35프로 인상하며 소비품들의 국정소매가격을 인하할데 대한 결정을 채택하여 실행하고있습니다. 3개년계획기간에 파괴된 경제를 기본적으로 복구하고 인민생활을 적지 않게 안정시킨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나라의 형편은 아직 어렵습니다. 우리는 외화를 들여 쌀을 수입하고있으며 헐벗은 사람, 반토굴집에서 사는 세대가 수두룩 합니다. 우리는 남들에 비해 뒤떨어져있습니다. 그래 우리도 공업화를 실현하고 잘 살아보려고 5개년계획의 높은 목표를 내세우고 강행군을 하려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나라의 경제형편은 어떤가? 강철과 강재를 비롯하여 자재, 자금, 로력이 의연히 부족하며 수출할것은 적은데 수입할것은 많습니다. 형제국가들의 원조에 의존할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예견했던 강재와 강관이 계획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손으로 강재와 강관을 더 생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부강조국을 건설하는 투쟁을 다른 누구에게 의존하여 할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해달라고 할수도 없습니다. 우리들자신의 손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나라의 형편이 매우 어렵고 간고한 형편에서 사회주의공업국가를 건설하는 력사적위업을 수행하는데서 우리가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의거해야 하겠습니까. 오직 동무들, 로동계급밖에 믿을데가 없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로동자들은 흥분하였다. 회의장이 움씰움씰 하는것 같았다. 《원래 자그마한 동네에서도 살아가자면 야장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사회주의건설을 하고있는 우리 나라에 강선제강소와 같은 야금기지가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그렇기때문에 여러분들의 임무가 매우 무겁습니다. 강선이 앞장서나가야 합니다. 이 공장의 주인은 바로 여기 앉아있는 동무들, 로동계급입니다. 동무들이 어떻게 투쟁을 하는가 하는데 앞으로 우리 사업의 성과가 좌우됩니다.》 그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격조높이 회의장을 진감시켰다. 《강선제강소 로동계급은 강철로 당을 받드는 친위부대입니다. 강선제강소는 3개년계획을 제일 먼저 초과수행한 힘있는 기업소입니다. 강선제강소에서의 강철증산은 우리가 5개년계획을 작성할수 있는 밑천으로 되였습니다. 우리 로동계급에게는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어려운 난관이 앞을 가로막아도 우리는 대담하게 뚫고나가야 합니다. 로동계급을 핵심으로 우리 인민이 하나로 뭉치면 그 어떤 원쑤도 덤벼들수 없고 그 어떤 난관도 헤쳐나가지 못할것이 없습니다. 미제가 비행기 2대를 북반부지역으로 들여보내서 우리를 타진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보기 좋게 쳤습니다. 적들은 우리의 주먹맛을 되게 보았습니다. 적들이 <북진>아우성을 쳐도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적들이 감히 덤벼들지 못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날가봐 벌벌 떨면서 슬금슬금 일하고있거나 아무 목적없이 생활하고있다는데 이런 사람들은 비겁쟁이입니다.》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다. 《물론 사람들이 다 하나같지는 못합니다. 전후복구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로동계급의 대렬이 급증하였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생활경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죄를 짓고 로동을 통해 자기를 개조하는 사람도 있고 어제날의 장사군도 있고 일제때 공부한 지식인도 있고 귀환병들도 있습니다. 남반부에서 온 동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각이한 사람들이 어제는 무엇을 했든 오늘은 로동대중이라는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있습니다. 서로 과거의 허물을 들추며 불신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사업을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강철을 만드는 사람들은 심장이 커야 합니다. 그릇이 커야 한단말입니다. 무엇때문에 자꾸 과거를 들추며 불신해야 하겠는가. 그래서 얻을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차디찬 불신의 심장을 가지고 어떻게 강철과 강재를 생산하고 증산할수 있겠는가. 예로부터 조선을 동방의 례의지국이라 했습니다. 우리 조선사람들은 원래 웃어른들을 존경하고 아래사람들을 사랑하였으며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했으며 잘 살지 못해도 집안에서 화목했습니다. 이웃간에도 화목하게 지냈습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그래서 생겼습니다. 조선사람들을 백의동포라 했는데 흰옷을 좋아했기때문입니다. 조선사람들이 흰옷을 좋아한것은 그만큼 마음이 깨끗했기때문입니다. 이 깨끗한 조선민족의 넋을 어지럽히고 조선사람들 호상간에 적대감과 반감을 조장시키고 서로 믿지 못하게 만든것은 일본놈들이였고 미국놈들이였습니다. 일본놈들과 미국놈들은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며 그 순결성을 더럽히려고 짐승도 낯을 붉힐 야만적행위를 감행하였습니다. 조선의 처녀들을 라체로 땅크에 태우고다니며 릉욕한놈들이 바로 미국놈들입니다. 원자탄을 떨군다고 하며 인민들을 남으로 몰고간 자들이 바로 미국놈들입니다. 미국놈들은 《치안대》를 조직해서 조선사람끼리 싸우게 했고 서로 죄를 짓고 증오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추종한 친미분자, 반동세력도 물론 있었습니다. 서로 화목하고 마음이 깨끗했던 조선사람들이 이놈들때문에 죄를 짓게 되였고 경력이 어지러워졌으며 서로 불신하게 되였습니다. 때문에 당은 죄를 졌지만 그것을 뉘우치고 새 생활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경력과 가정주위환경이 복잡한 사람들도 본인의 현재의 사상동향과 혁명과업수행열의를 놓고 평가하지 지나간 일을 캐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심장이 크고 뜨거워야 합니다. 동무들은 다 하나의 식솔입니다. 어머니가 자식들을 차별하지 않듯이 당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동무들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동무들, 나는 동무들을 믿고 동무들은 나를 믿고 우리 함께 조성된 혁명의 난국을 뚫고나갑시다.》 다시 터지는 박수갈채, 구락부가 날아날듯싶었다. 흐느낌소리,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사람들,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동지를 믿으며 로동계급을 신뢰하고 맨 앞자리에 내세워주시는 수령님의 연설은 그들의 심장을 울리고 머리를 틀어잡았으며 환희와 격정의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만세!》 《김일성동지 만세!》 《고맙습니다. 수상님!》 로동자들은 저마다 일어나 웨쳤다. 뒤따라 다 일어서서 발을 구르고 박수속에 만세를 웨쳤다. 수령님께서 그들을 진정시킨 다음 계속하시였다. 《나는 동무들에게 호소합니다. 동무들이 지금 결의하고있는 강재생산계획보다 1만톤을 더 생산해낼것을 호소합니다.》 수령님의 연설은 끝났다. 그렇지만 로동자들은 그냥 만세를 웨치며 무엇인가를 더 말씀해주시기를 기대했다. 얼마나 통쾌한 말씀을 들었는가. 《강철을 만드는 사람들은 심장이 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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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교대를 한 박상두네 작업반사람들은 모두가 이 회의에 참가하여 수령님의 연설을 들었으며 남다른 격동과 환희에 잠기였었다. 가정의 복잡한 문제를 안고있는 박상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의 작업반원들은 긴나무걸상에 나란히 어깨를 맞붙이고 앉아있었고 수령님의 연설이 끝나자 다같이 일어서서 두손들을 높이 들고 만세를 목메여 불렀다. 수령님께서 회의장을 떠나가시고 세차게 파도치던 격정이 어느덧 잦아들기 시작하였다. 로동자들은 떼를 지어 활기있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혹은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겨 구락부를 떠났다. 밖은 이미 어두웠다. 박상두는 흩어져가는 사람들속에 섞이여 밖으로 어떻게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 눈에는 강재증산에로 호소하시던 수령님의 모습이 그냥 어려있고 그이의 목소리가 귀에서 계속 울리고있었다. 박상두는 옆에서 툭툭 다치며 지나가는 회의참가자들과 떨어져서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고싶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가슴을 식히며 사색을 정리하고싶었다. 수령님께서 얼마나 큰 믿음을 주시였는가, 강재때문에 오시여 하루를 로동계급과 함께 계신 수령님의 로고를 생각할 때 분괴압연기에 사고를 일으켜 그이께서 심려하시게 한 자신이 끝없이 저주로왔다. 박상두는 담배를 찾느라고 주머니를 더듬다가 문득 종이에 싼 담배 한가치를 발견했다. 아, 여태 잊고있었다. 수령님께서 친히 권하신 담배를 한모금 빨고 얼른 불을 꺼서 종이에 싸 주머니에 넣었댔는데 그것이 지금 손에 잡혔다. 그는 외등밑으로 가서 종이를 펼치였다. 물주리 달린 가치담배! 그 가치담배를 집는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반장동무, 그게 뭐요?》 이런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훈장》 고봉이였다. 아니, 그 한사람뿐이 아니였다. 같은 교대의 압연공들모두가 자기를 둘러싸고있었다. 긴걸상에 같이 앉았던 그들이 말없이 반장을 따라오고있었던것이다. 아마도 이밤 그저 뿔뿔이 흩어져가기 아쉬웠던 모양이다. 가슴속에서 끓고있는것을 서로 터쳐보이고싶었던 모양이다. 박상두는 반원들의 흥분에 떠있는 얼굴들을 둘러보았다. 《이건 수상님께서 저에게 피우라고 하시며 주신 담배요.》 그가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까지 붙여주시는 바람에 황송한대로 한모금 빨지 않을수 없었지만 어디 그냥 더 피울수 있어야지. 그래 건사했는데… 골고루 피워보는것이 어떻겠소?》 모두의 감동어린 시선이 담배에로 쏠렸다. 《우리도 같이 피울 자격이 있겠는지…》 누군가 주저하듯 말했다. 《이 담배는 우리 압연공들 전체에게 주신것이나 같소. 같이 피우기요.》 《가만》 하고 《훈장》 고봉이가 한손을 들었다. 《피우기전에 먼저 각자들이 구경을 합시다. 자, 가져오우. 나부터 보겠소.》 작업반에서 년장자인 그가 먼저 보겠다고 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었다. 년장자가 아니라 해도 그는 먼저 가져갔을것이고 역시 반대가 없었을것이다. 아는것이 많고 남을 가르치기 좋아하는 그는 사실 작업반에서 권위가 있었다. 그의 성은 장인데 보통 성을 떼고 고봉이라는 이름으로만 부른다. 고봉이라는 이름도 요란한데 앞에 장까지 붙으면 너무하다고 본인이 우선 장고봉이라고 부르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담배를 받아들고 거기에 씌여져있는 글자를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아본 다음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이렇게 담배가 한바퀴 돈 다음 고봉이는 불을 붙여서 먼저 한모금 빨고 다시 옆사람에게 넘겼다. 그 동작이 매우 정중하였다. 그의 옆사람인즉 술을 좋아하는 압하운전공 재수인데 그가 너무 깊이 빠는것을 보자 고봉이가 대뜸 성을 냈다. 《골고루 다 피워보자는건데 자네처럼 세게 빨면 되겠는가.》 《참 그렇구만. 담배가 너무 맛이 있어서 그만, 허…》 그는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재수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대단히 얌전하고 말이 적은 사람이다. 재수가 기술이한테 넘기고 기술이가 경호한테 넘겼다. 《아, 경호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 하고 《훈장》이 제지하려 하자 경호는 신경질부터 내며 수닭처럼 대들었다. 《령감, 뭘 그래요? 이건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란 말이요. 헹! 마치 자기가 담배를 선사받은것처럼 주관하는구만. 그런 훈시는 듣지 않아요.》 《넨장할놈, 그럼 간단히 맛을 보려무나. 떠들긴 왜 떠들어.》 담배가 마지막으로 본인 박상두의 손에 돌아왔을적에는 려과봉만 남았다. 하지만 그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자기는 낮에 한모금 맛을 보았고 설사 맛을 보지 못했다 해도 작업반원들이 골고루 피워본것에 더없는 만족을 느꼈던것이다. 그는 지금 엄숙해진 표정이였다. 《참 뜻깊은 담배요.》 고봉이가 말했다. 《수상님께서는 우리들이 사고를 내서 기계를 세웠는데도 탓하지 않고 반장동무에게 담배까지 권하지 않으시였소? 재수, 술을 작작 마시라구.》 그는 갑자기 재수에게 엄한 눈길을 주며 핀잔을 주었다. 재수는 얼굴빛이 질리였다. 《사실 내 면목이 없소. 오늘 큰죄를 졌소. 반장동무, 내 용서를 비오.》 재수는 《훈장》이 아니라 박상두에게 말했다. 《그런데 내가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오늘 사고는 술하구는 상관 없소. 술이야 어제 저녁에 좀 마신게구 오늘은 정신이 맑았소.》 《그러면 왜 압력을 조절 못했나?》 반장이 아니라 《훈장》이 따졌다. 《할말이 없소.》 《어제밤에 술을 과하게 마신 탓이지 뭐야.》 《훈장》이 여전히 《훈시》를 했다. 경호가 끼여들었다. 《근본원인을 따지면 가열을 잘못한데 있지요. <배탈>난 강괴를 보냈거든요.》 압연공들은 강괴 밑부분이 잘 가열되지 않은걸 《배탈》났다고 표현했다. 입을 다물고있던 박상두가 마침내 무게있게 말했다. 《근본 잘못은 내게 있소. 내가 잘못해서 사고를 냈소. 결국 책임성이 없는 표현인데 생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지오. 수상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운전공들의 책임성을 높이는것이 중요하다고 하시였소. 사고를 냈다고 책망할 대신에 동무들밖에는 나라에 분괴압연기운전공이 없다고 귀중히 여겨주시면서 기술기능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가르치시였소. 재수동무가 압력을 조절못한것은 기술기능수준이 낮았기때문이요. 우리모두가 수상님의 가르치심을 명심해야겠소. 오늘 저녁 수상님께서 저희들을 크게 믿어주시며 얼마나 뜨거운 말씀을 해주시였소.》 박상두로서는 상당히 긴 연설을 한셈이다. 그도 속심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는 조리있게 하였다. 그가 말할줄 몰라서 입을 다물고있군 하는것이 아니였다. 속궁냥이 깊기때문에 말을 많이 하거나 자주하지 않았던것이다. 압연공들은 그가 자기들의 심정을 대변해서 말했다고 생각했다. 수령님의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고 고무를 받은 자기들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터뜨려야 할지 몰라 말없이 반장을 따라오던 반원들이였다. 《반장동무, 참 좋은 얘기를 했소.》 고봉이가 모두를 대표한듯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집으로들 갔으나 생각은 같이 했다.
리웅천은 수령님을 바래워 드린후 당위원장과 부기사장들과 함께 지배인실에 모여앉아서 오늘 하루 현지지도를 받으면서 수령님을 잘 모시였는가 하는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당장 착수해야 할 구체적인 사업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론의했다. 밤이 퍽 깊어 모두 헤여져갈 때 당위원장이 따로 남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수상님의 말씀을 접하고 보니 내가 확실히 외곬으로 나간것 같습니다. 수상님의 말씀대로 복잡한 군중들과의 사업을 잘해서 강철과 강재생산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눈길을 들어 리웅천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리웅천이는 별로 더 첨부해서 할 말이 없기에 잠자코있었다. 《그렇지만.》 하고 당위원장이 계속하는데 예리한 눈에서 불꽃이 벙끗했다. 《계급적립장과 관점을 지키는데서는 추호도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수상님께서도 계급로선을 견지하면서 군중을 쟁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제건설자체도 계급투쟁입니다. 계급적안목이 흐려져서는 안됩니다.》 《물론이지요. 경력이 복잡한 사람들을 대담하게 믿고 등용하는것도 계급투쟁의 한 내용입니다.》 리웅천이 당위원장과 헤여져 사무실을 나섰을 때는 자정이 훨씬 넘은 때였다. 하늘이 엷은 구름으로 덮여있어 달빛도 별빛도 없는 캄캄한 밤이였다. 하지만 밤교대작업을 하는 제강직장과 분괴압연직장을 비롯한 제강소내의 모든 직장들에서 타번지는 불길이 제강소구내와 하늘의 구름을 물들이고 있어 어디라 없이 환했다. 이튿날 아침 리웅천이 다른 날보다 일찌기 출근했는데 점심밥곽을 겨드랑이에 낀 박상두가 찾아왔다. 리웅천이가 그에게 수령님의 말씀을 전달하려고 새벽에 사람을 띄워 사무실에 들리라고 했었다. 언제 보아도 철색의 얼굴에 표정이 단순하고 무뚝뚝한 박상두였다. 이런 무쇠덩이같은 사람에게서 어떻게 채운이같이 살결이 희고 마음이 살뜰하고 얼굴이 고운 딸이 태여났을가? 박상두의 처가 얼굴이 해사하고 몸매가 애리애리했다. 아마도 채운이는 어머니를 닮았을것이다. 하긴 박상두도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남자답게 잘 생겼다. 말이 없는것도 흠이라기보다 장점이라 해야 할것이다. 《음, 거기 좀 앉소.》 하고 리웅천이는 걸상을 가리켰다. 박상두는 걸상에 공손하게 앉았다. 《수상님을 만나뵙고 또 중요한 가르치심까지 받았는데, 분발해야지?》 박상두는 고개를 숙이였다. 《왜 그러오?》 《저는 밤새 잠을 못잤습니다.》 《온 제강소와 로동자지구가 밤잠을 못잤으리라고 생각하오. 그야 응당 그럴수밖에! …》 《저는 수상님께서 직장에 오셨을 때 사고를 내서 분괴압연기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희들이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구실을 해야지.》 리웅천이 시원스럽게 말했다. 《내 박상두동무한테 대단히 중요한걸 알려주자고 찾았소.》 박상두는 그를 의아쩍게 쳐다보았다. 《수상님께서 동무와 동무네 가정에 큰 은정을 베풀어주시였소.》 리웅천이 수령님의 말씀을 전달했다. 박상두의 후퇴시기 일을 백지화하며 채운이의 오명을 벗겨주고 압연공의 딸답게 재생의 길을 걷도록 하라고, 그의 가정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담보해주라고 하신 가슴뜨거운 말씀이였다. 박상두는 머리를 푹 숙이였다. 등이 새우등처럼 휘고 이마는 걸상에 앉은 무릎에 거의 닿았다. 《수상님께서 채운이도 박상두도 살려주셨단 말이요.》 그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것 같아 리웅천이 다시 이렇게 큰 소리로 반복했다. 《이제는 일체 잡념을 버리고 분괴압연기에서 8만t이 아니라 9만t의 강편을 밀어낼 예비를 찾는데 전심하오. 그것이 수상님께 보답하는 길이요. 처를 평양에 보내 채운이한테도 빨리 알려줘야 하겠소.》 박상두는 그 크고 거칠고 거무스레한 두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짬으로 눈물이 즙액처럼 흘러나왔다. 리웅천이도 그를 외면하며 주머니에서 급히 손수건을 꺼내여 눈에 가져갔다.…
그날밤 진응원이는 뒤치락거리며 잠을 자지 못하고있었다. 안해 은옥이는 남편이 잠못드는 사유를 알고있었다. 밤 12시에 퇴근하여 온 남편에게 은옥이는 《여보, 오늘 수상님께서 구락부에서 연설을 하셨다던데 당신도 참가했었어요?》 하고 물었다. 《교대작업중이여서 로를 뜰수 없었소.》 진응원의 대답이였다. 그의 교대는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밤교대였다. 《그래두 더러 참가했다던데요. 몇사람만 로를 지키고…》 《더러 참가했지. 반장과 당분조장 그리고 몇사람이… 그러나 다 갈수는 없어 내가 양보를 했소.》 《아이구, 참. 양보를 할게 따로 있지!》 《그만하고 자기요.》 《밤참은 안하시구요?》 《괜찮소.》 은옥이는 자리를 펴주고 누웠던 자리에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 다른 날같으면 눕자마자 코를 골며 정신없이 잠에 곯아떨어졌을 남편이 뒤치락거리며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영철이 아버지, 수상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대요? 회의갔던 사람들한테서 좀 듣지 못했어요?》 하고 은옥이도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물었다. 한동안이 지나서 진응원이 대답했다. 《수상님께서는 나라가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데 강재를 더 생산할수 없느냐, 믿을것은 로동계급뿐이다, 내 그래서 강선에 왔다 이렇게 말씀하셨다오. 그리구 나같이 경력이 복잡한 사람도 차별하지 않고 한식솔로 친다고, 당은 동무들을 믿는다, 당의 품은 넓고 따뜻하다, 동무들도 나를 믿으라 이렇게 말씀하시였다오.》 은옥은 남편이 눈물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은옥이도 눈물을 훔치였다. 집에 와서 직장일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 진응원이였다. 방금 한말도 은옥이가 물어봐서야 했다. 물론 은옥이가 물어본다 해서 매번 대답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가 말하지 않을수 없는 뜨거운 사연을 가슴에 품고왔다. 진응원이가 계속했다. 《여보, 나는 정말 옹졸했소. 나는 내가 귀환병이기때문에 수상님을 만나볼 낯이 없다고 생각했소. 그래 다른 사람들은 구락부에 보내면서 내가 스스로 남았던거요. 수상님께서는 우리 같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하셨는데 내 스스로가 자기를 속박하고있었소.》 《당신두 참? 당신은 귀환병이지만 뒤가 께름직한게 없지 않아요?》 《그래 난 께름직한건 없소. 그렇지만 당신한테 내가 채 말 못한게 있소. 이게 지금 어쩐지 당신앞에 부끄럽소.》 《무슨 말인데요?》 《나는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떠나올 때 미국놈들한테서 임무를 받았다는걸 당신한테 말하지 않았소.》 《예?!》 은옥이는 와뜰 놀라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앉았다. 어둠속에서 베개를 베고 반듯이 누워있는 진응원이는 태연자약했다. 《그럼 당신이?…》 너무 놀라 활랑거리는 가슴을 진정 못하는 은옥이는 공포감에 휩싸이였다. 진응원이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뭐 놀랄건 없소. 놈들이 귀환병들에게 억지로 임무를 주었지만 문제는 어떻게 받았고 어떻게 접수했고 어떻게 자백했는가 하는거요.》 그는 자기의 경우를 안해에게 설명했다. 미국놈들은 포로들을 돌려보내면서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본인의 의사에는 관계없이 간첩임무를 주었다. 진응원에게도 물론 임무를 주었다. 그가 받아들이지 않자 놈들은 죽도록 때렸다. 그렇게 고문당하기를 수차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그의 엄지손가락에 인즙을 발라 문건에 찍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한놈이 문건을 읽었다. 한마디로 자기들이 주는 임무를 수락한다는 내용이였다. 《자, 손도장까지 찍었다.》 진응원이는 이렇게 말하는 자에게 정신을 잃었을 때 억지로 찍은것이니 인정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그놈은 어쨌든 너는 우리의 임무를 받은것으로 문건에 올랐다, 북에 가서 자수하고 아니라 해도 그들이 믿지 않아, 가서 군말 말고 기다리라, 때가 되면 련락원이 간다 하고 말했다. 진응원이는 송환되여 와서 이 사실을 다 자백했다. 그에게는 더 문제될것이 없었다. 《나는 자기가 청백한 이상 깨끗한 처녀에게 구태여 그런 어지러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의 경력을 당신한테 소개할 때 말하지 않았댔소.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도 다 깨끗이 이야기했어야 했소.》 《아니, 영철이 아버지!》 영문을 알게 된 은옥이는 남편에 대한 믿음이 더 커져 무언가 따뜻한 말을 해주고싶었다. 그런데 진응원이 그에게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았다. 말이 없던 그의 입이 한번 열리자 속에 고여있던것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것 같았다. 《은옥이, 나는 당신을 나의 조국, 우리 당과 떼여놓고 생각해 본적이 없소. 당신을 통해 조국의 고마움을 느끼고있소. 당신이 내 작업복과 로동화를 보장하고 한끼라도 잘 먹이려고 애쓰는것을 볼적마다 내 말 안했지만 목이 메이군 했소.》 그런데… 하고 그는 강명준부직장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수령님께서 전기로에 오시여 용해공들이 입고있는 엷은 작업복과 천으로 된 로동화를 보시고 가슴아파하신 얘기였다. 사실 그 로동화와 작업복도 국가에서 한번 내주는것으로는 당해내지 못해 안해들이 장만해서 보충했다. 그러므로 그는 작업복이 땀에 절고 불찌에 타고 기름과 먼지가 올라 더러워지고 헐어질 때마다 그리고 로동화의 고무바닥이 열에 녹아 못쓰게 되는것을 볼적마다 손끝이 달고 치마에서 바람이 일도록 이일저일에 뛰여다니며 돈을 벌어서 용해공남편의 뒤바라지를 하는 안해에 대한 미안한 감을 금할수 없었다. 안해는 그렇게 뒤바라지를 하면서도 군말이 없었고 진응원이도 나라의 형편을 잘 알고있기에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그런데 수령님께서 그 모든것을 헤아려보시고 작업복과 가죽신을 속히 해결해주도록 말씀하시였다. 이제 진응원이가 할 일은 강철을 더 많이 생산해내는것이다. 제강시간을 단축하고 선진작업방법을 받아들이고 기술기능을 높여야 한다. 수령님께서 호소하신 강철과 강재증산에 온넋과 몸을 다 바쳐야 한다.… 은옥이는 진응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남편에게 말했다. 집일은 조금도 걱정말고 강철생산에 전심전력하여 수령님의 은덕과 믿음에 보답하자고. 부부간에 날이 새는줄도 모르고 이와 같이 감동에 겨운 이야기가 있은후 진응원이는 이전보다 더 말이 없고 더 일밖에 몰랐으며 더 훌쭉해졌다. 집안일에 대해서 일체 묻지 않았고 직장일에 대해서 일체 말하지 않았다. 《아니, 영철이 아버지, 당신이 교대반장이 되였어요?》 하루는 은옥이가 이렇게 물었다. 진응원이는 《응.》 하고는 더 다른 말이 없었다. 《그런거야 나한테 얘기해야 하지 않아요. 그래야 나도 더 노력할게 아니야요.》 《그러지 않아도 나때문에 고생이 많은데 무얼 얘기하겠소.》 진응원이보다 안해가 더 기뻐하고 신이 나했다. 은옥이는 극성스레 돼지도 길렀고 한달에 한번씩 남편에게 꼭꼭 닭곰을 해주었다. 진응원이는 내부예비탐구를 더 심화시켜나갔다. 수령님께서 강재를 더 증산하라 하셨으니 거기에 따라 강철생산도 더해야 하는것이다. 이전에는 혼자서 열성껏 일하는것으로 만족했다면 지금은 작업반원모두가 열성껏 일해야 하였다. 그런데 반원들이 그의 열성에 따라오지 못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는것 같았다. 진응원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태호, 서있는 시간이 많아. 뛰여도 시원치 않겠는데!》 《곰배질을 더 속도있게!》 《기중기, 기중기를 잡아오라!》 그는 이렇게 웨치군했고 작업총화때는 각자들의 우결함을 일일이 지적했다. 차츰 반원들은 그의 불같은 열성과 요구에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물거리다가는 그의 눈에 걸려 혼쌀이 나군 했다. 그후 제강직장에서는 진응원작업반에 가면 앉은뱅이도 뛴다는 말이 돌았다. 진응원이는 집에 와서도 쉬지 않았다. 야금학책을 보았고 무엇인가 계산했고 궁리를 했다. 제강직장은 강철을 더 뽑을 예비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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