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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6회) 김 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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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님께서는 조성된 정황을 토의하기 위하여 부수상들을 전원 집무실에 부르시였다. 쏘련에서 돌아온 국가계획위원회 리종옥위원장의 보고를 같이 듣도록 하시였다. 김일, 정일룡, 정준택 등 다들 심중한 표정인데 박기환이는 무사태평에 가까운 얼굴이였다. 그는 우리가 5개년계획을 쏘련의 원조없이는 못한다는 립장이였고 《민족주의》, 《고립주의》로 나갈것이 아니라 쎄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그는 속을 깊이 감추고 말을 적게 했으며 무모한짓을 삼가했다. 그가 박창옥이와 짝패라는것은 비밀이 아니지만 아직 반정부음모에 가담했다는 자료는 없다. 쏘련에 대한 환상이나 숭배심이야 어찌겠는가. 광복후 쏘련에서 나온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탓하여 배척한다면 같이 일할 사람이 몇없을것이다.… 리종옥은 협상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쏘련의 국가계획위원회측은 시종일관 쏘련이 걸머지고 있는 부담과 국내사정을 내들었다. 그러면서 간간이 조선당이 왜 쏘련당과 견해를 같이 하지 않는가, 왜 《민족주의》로 나가는가, 《국제분업》에 참가하면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살게 되겠는데 왜 자립적민족경제건설이요, 공업화요 하며 어려운 선택을 하는가 하는 속심을 내비치였다.… 리종옥은 자기의 견해는 피력하지 않고 될수록 객관적으로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려 하였다. 그의 보고가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에 쥐신 연필을 굴리며 침묵속에 계시다가 이윽하여 말씀하시였다.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그러자 뚝해서 앉아있던 입이 무거운 김일이 먼저 말했다. 《이것은 우리에 대한 경제적압력입니다.》 말수더구가 적은 김일이 짤막하면서도 명백히 자기의 견해를 내놓았다. 《그렇습니다.》 하고 정일룡이 그 의견을 받아 말했다. 쏘련이 사회주의대국으로서 형제국가들에 대한 국제주의적의무를 리행하기 위해 큰 희생을 하고있으며 국내형편도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초에 사회주의공업화의 기초를 닦는 높은 목표를 제기한 우리의 5개년인민경제계획을 달가와하지 않고 있다, 우리 당의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민족주의》라 하면서 쎄브에 들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조선측이 쎄브에 들것을 요구했다는데 그 의도가 명백해졌다, 김일부수상이 명확히 언명한대로 이것은 경제적압력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박기환이는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귀신이나 알 노릇이였다. 수령님께서는 김일과 정일룡이 문제의 본질을 예리하게 보았다고 인정하시였다. 《이에 대해서》 하고 정일룡이 말씀드렸다. 《쏘련정부에 항의해야 합니다.》 그는 저으기 흥분되여있었다. 그는 중공업을 담당한 부수상으로서 강재에 가장 절실한 리해관계를 가지고있는 사람이였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쏘련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쏘련정부를 대변하여 회담에 나선만큼 또 우리 계획위원장이 할수 있는껏 다한만큼 항의는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무턱대고 그들을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처럼 국제정세가 복잡하고 첨예한 시기에 우리는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나라들과의 친선단결을 중시하고 우선시해야 하며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참고 단결에 복종해야 합니다. 자기생각만을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쏘련과 중국, 동유럽의 형제적인민들이 우리 인민에게 준 원조에 대하여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이 다 푼푼해서 우리를 도와주고있는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시련을 겪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도와주고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형제당, 형제국가들과 사업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령님께서 어제밤 늦도록 생각하신바를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물론 경제원조를 주면서 부대조건을 제기하는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회주의나라호상간에 지켜야 할 의리와 함께 원칙적립장을 떠나서는 안됩니다. 큰 나라의 요구라 하여 또 원조에 매달려 우리가 굽어들수는 없습니다. 이번 쏘련정부의 뜻밖의 조치가 분명히 경제적압력이라고 나도 인정합니다. 우리는 그 압력에 굴복하여 쎄브에 들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확고하게 틀어쥐고 첫 5개년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그 압력에 대답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조성된 정치, 경제적, 군사적난국을 타개하고 우리의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면 쏘련정부도 머리를 숙이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그러면 강재 2만t이 비는 조건에서 래년도계획을 어떻게 세우겠는가 하는 문제가 나섭니다.》 부수상들과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은 깊은 생각들에 잠겼다. 《두길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하고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1957년도 계획을 조절해서 낮추는것이 하나고 강재 2만t을 우리가 더 증산해서 래년도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것이 또 하나의 길입니다. 첫째경우는 후퇴하는 길이고 둘째경우는 전진하는 길입니다. 후퇴는 수치이고 굴복이며 다른 한편 전진은 매우 간고합니다. 간단한 실례로 지금 나라에 한대뿐인 강선의 분괴압연기가 래년에 올해보다 2만t을 더해서 강편을 8만t 밀어내야 하는데 이자체가 지금 매우 목표가 높아 강선에서 아직 예비를 찾아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두번째의 길 즉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체로 난국을 타개하여 나가자면 이 분괴압연기가 8만t이 아니라 9만t, 10만t을 밀어내야 합니다. 나는 이 수자를 놓고 어제 밤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해낼수 있겠는가? 물론 해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내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밤을 밝혔습니다.》 사실 수령님께서는 어제밤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시였다. 강재가 전반적인 계획에 미치는 영향에서 선차적이고 결정적인 몫을 차지하고있기때문에 부수상 정일룡이나 금속공업상 강영창에게 당신들이 결심하라고 내맡겨버릴수 없으시였다. 수령님께서 최종결심을 내리셔야 하고 그에 따라 방향을 주셔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방향은 결심하셨으나 방도는 떠오르지 않으시였다. 그만큼 나라의 경제형편이 긴장했고 또한 정세가 복잡했다. 수령님께서 안고계시는 정신적부담을 충분히 리해하고있기에 또 그들자신도 방도를 내놓지 못하고있기에 부수상들의 가슴은 아팠다. 집무실안에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실로 숨가쁜 침묵이였다. 정일룡은 손수건을 꺼내여 이마의 땀을 씻었다. 수령님께서 어떤 결심을 갖고계신가 하는것이 뚜렷했으므로, 다시말하여 후퇴는 할수 없고 오직 전진만 해야 했으므로 2만t의 강재를 그가 책임지고 증산해야 하는것이다. 이러한 때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박기환이 뜻밖에도 침묵을 깨뜨리였다. 《수상동지, 제3의 길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령님께서도 그렇고 다른 부수상들도 저으기 놀라는 눈길로 박기환의 선이 굵직굵직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음, 말해보시오.》 《쏘련정부와 다시 교섭을 해야 합니다.》 그는 별로 어렵지 않게 이 말을 했다. 《그건 무의미하며 필요없습니다.》 리종옥이 말했다. 《이미 할만큼 하지 않았습니까.》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급에서 했지요.》 《그러니까 대표단의 급이 문제라는겁니까?》 《더 말할게 없지요.》 《그러면 어떤 급에서 다시 해야 하겠습니까?》 수령님께서 물으시였다. 《수상동지께서 다시 가셔야 풀립니다.》 그는 긴 턱을 쑥 내밀며 이 말도 역시 어렵지 않게 했다. (내가 다시 가야 한다?…) 수령님께서는 아무런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 박기환부수상의 얼굴을 바라보시였다. 그의 얼굴은 말상이였다. 6∼7월의 유럽방문시에 달성한 성과와 협정들은 매우 힘들게 이루어진것이였다. 쎄브에 들라는 흐루쑈브의 집요한 요구를 물리치고 우리의 의도대로 합의를 보았다. 그때 조국으로 돌아오시면서 수령님께서는 다시는 그 나라들에 손을 내미는 걸음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하시였었다. 그런데 내가 또 가야 한다구? 그들이 최고위급에서의 합의를 실무급에서 위반하는 오만한 행위를 했는데 내가 이제 다시 찾아간다구? 그것이 바로 그들에게 머리를 숙이는것이라는것을 박기환이 모르겠는가. 알면서도 머리를 숙일것을 바라는것이다. 이것이 사대주의에 물젖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수령님께서 엄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러니까 박기환동무는 우리가 머리를 숙이고 구걸하기를 바라오?》 수령님의 안광에서 번뜩이는 서늘한 광채에 기가 죽은 박기환이 서둘러 변명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상동지께서 지니고있는 권위만이 쏘련정부를 납득시킬수 있다고보았습니다.》 수령님께서 쓰거운 웃음을 지으시였다. 《지금에 와서 다시 찾아가는것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부수상동무가 정치적으로 무딜수야 없지 않겠소, 응?》 그래 과연 박기환이는 흐루쑈브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그래서 저렇듯 무사태평하고 아무 말이나 쉽게 하는것인가. 《그건 안됩니다.》 김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의 경제적압력은 정치적양보를 받아내자는것입니다. 다시말해서 그들이 바라는대로 반쓰딸린깜빠니야를 벌리고 폭로분쇄된 반당종파분자들을 <명예 회복>시키고 쎄브에 드는 등 우리가 압력에 굴복할것을 기대한단 말입니다. 여기에 머리를 숙일수 있습니까? 자존심도 없이…》 《그렇다면 계획지표를 조절해야지요.…》 박기환이가 중얼거렸다. 《그것도 굴복이요!》 김일이 어성을 높이였다. 《방금 수상동지께서 오직 전진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소.》 박기환이는 머리를 창문쪽으로 돌리고 더 응대하지 않았다. 수령님께서는 백두밀림과 만주광야에서 눈비를 함께 맞으며 사선을 헤쳐오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혁명동지의 드팀없는 수령옹위정신과 혁명적신념과 의리가 한없이 고마우시였다. 정일룡이도 수령님의 뜻을 따라 강재를 국내에서 보충하는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령님께서는 홍명희, 정준택부수상들의 의견도 다 들어보신후 협의회를 결속하시였다. 《우리는 자기 조국, 자기 민족을 언제나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진정한 민족주의자가 되여야 합니다. 우리를 <국제분업>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민족주의자>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그 누구의 압력에 굴복하여 민족의 리익을 팔면서 머리를 숙일수 없으며 또 난관이 조성되였다 해서 민족의 장래운명과 관련되여있는 나라의 공업화를 포기할수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어려운 형편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 구걸할것이 아니라 아무리 어렵더래도 자체의 힘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야 하고 미제와 그 앞잡이들, 대국주의자들, 종파분자들의 전쟁소동, 압력, 비난 등을 물리쳐야 합니다.》 부수상들과의 협의회분위기가 비상히 앙양되였다. 수령님께서는 2만t이라는 강재증산 그자체보다 우리 일부일군들의 사대주의적굴종의식, 동요, 패배주의, 전쟁이 다시 터지지 않겠는가 하는 공포증 등이 사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였다. 대표적으로 박기환이 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수령님께서는 다른 부수상들과 같이 집무실을 나가는 그의 뒤모습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12
같은 시간에 리종옥위원장과 함께 쏘련에 갔다온 최일은 금속공업상 강영창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가 로어를 잘하고 쏘련의 국가계획위원회와 야금부문에 아는 사람이 많아 도움이 될수 있다고 보았고 또 내각참사의 직분도 있어 대표단에 포함시켰었다. 그는 쏘련으로 가면서 강영창에게 수입할 강재와 강관은 걱정말고 국내생산이나 걱정하라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러나 그는 풀이 죽어서 돌아왔다. 그는 협상의 성공을 위해 할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강영창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줄 사람들이 못주겠다고 나가눕는데야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이미 강재 2만t을 자르기로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우리와 만났습니다.》 얼굴이 가지색을 띠고 푸릿푸릿해질 정도로 흥분한 그는 씩씩거리며 사무실안을 왔다갔다하고있었다. 육중한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널마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강영창은 그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알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은 대단히 불쾌한 소식이였다. 강영창은 그의 이야기를 듣는 첫 순간에 벌써 래년도의 계획작성에 큰 난관이 조성되였다는것을 느꼈고 어떤 비상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그 난관을 타개하기가 매우 힘들것이라는것을 생각했다. 강영창은 최일이가 그 불쾌한 소식을 자기에게 먼저 가져온것이 무엇때문이겠는가 하는것을 짐작해보려고 애쓰며 그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있었다. 뚱뚱하고 성미가 급한 최일은 한동안 강영창의 상급에 있었다. 흥남지구인민공장 기사장 겸 부지배인을 하고있던 강영창은 1947년초 김책부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북조선인민위원회에 올라갔다. 김책은 김일성장군님께서 친히 그를 료해하시고 ㅇㅇ제강소에 기사장으로 파견하도록 비준해주시였다고 하며 《거기서 최일동무가 지배인으로 일하고있습니다. 동무들이 해야 할 일은 우선 무기생산기지를 꾸리고 병기강을 생산하는것입니다.》 이렇게 과업을 주었다. 기차를 타고 현지에 도착하니 최일 지배인이 무뚝뚝한 어조로 그를 맞이했다. 《같이 일해봅시다.》 최일은 달갑지 않은 어조로 말하며 코를 킁킁거리였다. 그는 강영창이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일본놈회사에서 일했다는것으로 해서 그를 썩 달가와하지 않았다. 군수물자생산과 같은 중요한 비밀사업에 《친일분자》를 파견한 김책을 그는 리해할수 없었다. 그는 강영창을 경계했고 무슨 사고가 생기면 그를 의심했다. 최일이 《돌격정신》으로 기술문제도 해결하려고 냅다 몰아대는데 대해 강영창이 기술문제는 쳐몬다해서 해결되는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해 더욱 그를 이색적인 인물로 보았으며 반동들의 조작에 넘어 간첩으로 그를 체포하기까지 하였다. 수령님께서 사태를 바로 잡아주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였겠는지 알수 없었다. 그후 두사람은 다 산업성(후에 중공업성)에 올라와서 최일은 부상을 했고 강영창은 그밑에서 금속관리국 기사장을 했다. 그러나 전후에 강영창은 실력으로 그를 따라앞섰으며 상이 되였다. 상은 국가적인물이다. 그래서 최일은 강영창을 그전처럼 막 대하지 못했고 존중했다. 강영창이도 과거에 그와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잊으려 했고 나이가 많은 그를 존중했다.… 쏘련에 갔다온 최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영창은 조선안에서는 대국에서 싸우다 나온 자기를 볼쉐비크라 하며 으시대고 항상 《쏘련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관료주의를 부리고 큰소리를 탕탕 치던 그가 협상의 실패앞에서 의기소침해진것을 볼수 있었다. 흥분하여 떠들고있지만 그는 어쩐지 비굴해보였다. 사실 최일은 근 10년만에 쏘련에 다시 가보고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간 쏘련의 공업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뒤떨어진 작은 나라에서 일하다가 다시 보니 모든것이 거창하고 위대해 보였다. 위대한 나라, 사회주의강국, 끝없이 넓은 대지, 거대한 공장들, 과학연구기관들, 박물관들, 광장과 동상들, 잘 입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그칠새없이 찾아오는 외국사람들, 뿐만아니라 모스크바는 세계정치의 중심지였다. 쏘련수상이 한마디하면 세계가 떠들썩했다. 그 거대한 나라의 수도에서 보니 동방의 한끝에 있는 조선은 보잘것없는 작은 존재였다. 그는 쏘련에 엇서는것은 닭알로 바위를 치는격으로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일은 강영창에게 계속하여 말했다. 《우리는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작고 가난한 나라가 대국에 대고 하는 삿대질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래년도계획을 낮추는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금속공업성의 계획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국내강재생산은 계획대로 해야지요.》 물론 금속공업성은 강재수입과 직접적인 련관은 없다. 그렇기때문에 최일의 말대로 다른 계획지표들은 낮춘다 해도 금속공업성의 지표는 변함이 없다. 이것을 미리 알려주자고 그가 수고스럽게 찾아왔단 말인가? 혹은 그 누구에게든 속심을 터놓아야 하겠는데 그 대상자로 과거부터 인연이 깊은 (같이 싸우기도 많이 했고 같이 합심해서 병기강생산에도 몰두한) 강영창을 선택한것인가? 그건 어쨌든 그의 말에 강영창은 화가 불끈 치밀었다. 《여기서 떠나갈 때는 큰소리를 치더니 자기 임무를 수행 못하고와서 수치를 느낄 대신 계획지표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을 어쩌면 그렇게 쉽게 할수 있습니까?》 최일은 로씨야사람들처럼 두팔을 벌리였다. 《어찌겠습니까. 큰집에서 안된다는데!》 강영창은 눈길을 돌려버렸다. 큰 나라를 숭배하고 제 나라를 깔보는데서 온 피할수 없는 비굴한 모습이 몹시 눈에 거슬렸던것이다. 지난날의 그의 《돌격정신》, 관료주의 그것은 조선안에서 행하여진것이다. 대국의 《위엄》앞에서는 쩔쩔 매고 있는것이다. 강영창은 그와 더 이야기할 흥미를 잃었고 또 그를 두고 화를 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속이 빈 사람이 큰소리를 잘 치는 법이다. 최일이를 알대로 알고 있는 강영창이였다. 무슨 부차적인 이야기들이 더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잘 진척되지 않았다. 최일은 쏘련에 오래간만에 가본 인상을 말하고있었으나 강영창은 혹시 줄어든 수입량을 국내에서 보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그 짐을 금속공업성이 걸머질것은 뻔하다. 혹시 다른 방도가 없겠는가? 최일은 담배를 즐기는 강영창에게 쏘련에 가서 가져온 라이타를 기념으로 주고 일어섰다. 강영창은 그 라이타뿐아니라 통채로 그 사람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례의를 지켜 서기실을 지나 복도까지 바래워주었다. 그는 불안한 심정을 안은채 사무실로 되들어왔다. 서기실을 지날 때 서기가 말했다. 《방금 정일룡부수상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즉시 오라고 합니다.》 《알겠소.》 그는 최일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관련되는 문제때문일것이라고 짐작했다. 리종옥이 수령님께 보고드리려 내각에 들어갔다고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였겠는가? 그는 차비를 해가지고 곧 내각으로 갔다. 정일룡부수상이 큰 키를 구붓하고 사무실안을 서성대고있었다. 《어서 오시오.》 그는 들어오는 강영창과 선채로 이야기를 하였다. 《방금 수상동지집무실에서 부수상들의 참가하에 리종옥국가계획위원장의 보고를 청취했고 협의회를 진행했소. 수상동지께서 중요한 결론을 하시였소.》 그는 강영창의 안경속에서 자기를 지켜보고있는 지혜롭게 생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래년도 강철과 강재생산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겠소.》 대체로 예견하고있었지만 부수상이 심각한 표정으로 찍어서 말하니 어쩔수 없이 가슴이 철렁했다. 정일룡은 협의회내용을 요약하여 알려주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물었다. 《벌써 알고있는게 아니요?》 《최일참사한테서 쏘련측과의 협의내용은 들었으나 내각에서 어떻게 조처하겠는지는 아직 모르고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여 강재 2만t을 구체적으로는 우리 성이 더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닙니까?》 《결국은 그거요. 자, 상동무. 좀 앉소.》 정일룡은 강영창을 걸상에 앉히고 자기도 그곁에 앉았다. 《나는 금속공업성에서 지금 얼마나 어렵게 예비탐구를 하고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요. 지금의 계획도 아름찰거요.》 정일룡은 이렇게 말하며 강영창에게 담배를 권했다. 강영창은 기계적으로 담배를 받았고 부수상이 켜주는 불에 불을 붙였다. 자기가 예감했던 그것이 현실로 되여가고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해났다. 부수상이 계속했다. 《그렇지만 나보다 수상동지께서 금속공업성의 사정이나 상동무의 고충을 더 잘 알고계신다는것을 말할 필요가 있겠소? 수상동지께서 얼마나 어려운 결심을 하셨는가 하는것을 내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상동무가 짐작할수 있겠지.》 강영창은 수령님께서 어렵게 하신 결심을 현실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라는것을 짐작하였기때문에 더 어깨가 무거웠고 함부로 입을 열게 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책임적인 대답을 하여야 하며 또 실천해야 했다. 물론 다른 대답이란 있을수 없다. 그런 대답은 생각지도 않는다. 때문에 구태여 부수상앞에서 가볍게 《알고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어떻게 해내겠는가 이것이 문제였다.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2만t을 더 할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 론의중에 있는 계획예비수자는 낡았다. 강선제강소의 분괴압연기가 8만t을 해야 한다는 지표에 대한 론의는 무의미해졌고 과거로 되였다. 더해야 한다. 이 비상한 정황을 이제 리웅천에게 그리고 산하 제철, 제강소의 지배인과 기사장들에게 어떻게 통보하고 무슨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하겠는지 암담했다. 또 리웅천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지?… 강선제강소의 라용섭직장장이며 기사장 리웅천이며 황해제철소의 기사장, 지배인의 얼굴들이 눈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라용섭이는 뭘뭘 해결해내라고 명세를 잔뜩 성에 제출했다. 강영창은 성이 나서 리웅천에게 욕질을 퍼부었다. 황철의 실례를 들어 납득시켜보기도 했다. 리웅천이는 더 말을 못하였다. 그런데 이제 무슨 말을 한다?… 강영창은 담배연기에 뽀얗게 묻혀 침묵속에 앉아있었다. 그는 입안이 말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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