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김  삼  복            

7

 

거대한 무쇠구조물은 숨을 죽이고 서있었다. 랭각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뿐 허연 증기와 기름이 타는 푸르스름한 연기가 떠돌고있다.

리웅천은 압연기가 멈추어선 기회에 불량한 요소들을 정비하느라 분주한 수리공들과 압연공들을 곁눈으로 살펴보며 건물밖에 있는 수압탕크쪽으로 향했다. 그때 령리하게 생긴 키가 후리후리한 사람이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누구더라?》 리웅천이 물었다.

직장에 배치되여온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인지 리웅천이는 그를 알지 못했다. 그 사람이 자기를 소개했다.

《아, 교대부직장장동무요? 새로 왔지?

《예.

《직장장이 어디 있소?

《사고현장에 가있습니다.

《박상두도 거기 있소?》 사고가 났거나 새 과제가 떨어지면 첫째가는 기능공인 박상두부터 찾는 리웅천이였다.

《아닙니다.》 부직장장이 대답했다. 《내무서에서 나온 사람과 담화중입니다.

《박상두한테서 뭘 알아내자는건가?

《박상두가 오후 4시교대를 하면서 전동기를 돌아본 사람입니다.

리웅천의 숱진 눈섭이 대뜸 치솟았다.

《그런데》

《아침교대때는 마지막까지 전동기가 잘 돌았지요. 박상두네가 인계받은 다음에 그게 탔습니다.

《그러니까 박상두를 의심하는겐가?

《어쨌든 혐의가 가지요.

리웅천이는 부직장장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부직장장은 기가 질려 어쩔줄 몰라했다.

《젠장, 이 바쁜 때! 어디서 담화를 하나.》 하고 리웅천이 거칠게 물었다.

《직장장사무실입니다.

리웅천이는 화가 꼭두까지 치밀었으나 당장 어떻게 할수 없었다. 문상혁의 전화를 받고 박상두문제때문에 저으기 침울해졌댔는데 여기 오니 박상두를 의심하고 담화를 한다고 한다.

, 혐의가 간다고? 그에게 붙어있는 의문부호와 한때 종파련루자로 비판된 일이 없다면 그를 의심하겠는가.

그는 당장 직장장사무실로 가서 내무원에게 대체 무슨 근거로 박상두를 취조하는가고 따져묻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직장장이 기름묻은 장갑을 벗어들며 직장안으로 들어오는것이 분괴압연기너머로 보였다. 리웅천은 빙 돌아가기 싫어서 멈추어선 압연기의 강구로라를 타고 넘어갔다.

《어떻게 됐소?

《오늘밤은 틀렸습니다. 4일 오전까지 갈것 같습니다.》 직장장 라용섭이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어떤 놈인지 잡기만 하면!…》 리웅천이는 눈에서 불을 뿜으며 직장장을 돌려세워 사고현장으로 가보았다.

불을 밝게 켜놓고 전동기를 해체하고있었다. 리웅천은 전동기 파괴상태를 알아보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준 다음 그곳에 더 있어야 소용이 없으므로 직장장과 함께 그의 사무실로 갔다.

분괴압연기와 가열로가 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합판을 댄 출입문이 달려있었다. 생산에 분주히 뛰다보니 언제 사무실을 제대로 꾸릴틈이 없었다. 리웅천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크지 않은 방인데 책상 하나와 나무걸상 몇개가 놓여있었다. 직장장이 앉아 일보는 책상을 마주하고 중키의 몸매 다부진 사람이 상체를 제치고 앉아있었다. 제강소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나오군해서 리웅천이도 잘 알고있는 곽대위였다. 그의 특징은 무표정과 단호한 행동이였다.

책상너머 그의 앞에는 얼굴의 살색이 거무스레한 박상두가 두주먹을 무릎우에 올려놓고 앉아있었다. 리웅천이 불쑥 들어서자 곽대위가 별로 달갑지 않아하며 일어섰다.

리웅천이는 이마를 찡그리고 곽대위와 그를 뒤따라 일어서는 침울한 철색얼굴의 박상두를 살펴보았다.

《내가 동무의 사업을 방해하는건 아니요?

 리웅천은 우정 례절바르게 물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가 매우 언짢아하고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내무원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는걸 알면 이 방에 들어오지 말아야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문을 열고 들어왔던것이다.

《아닙니다. 이야기가 다 끝났습니다.

곽대위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러자 리웅천이는 박상두에게 말했다. 《그럼 박상두동무, 어서 나가서 수리공들을 협조하오.

박상두는 곽대위를 흘끔 쳐다보았다. 곽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상두는 스적스적 걸어나갔다.

《동무가 하는 일에 간섭하자는건 아니지만…》 하고 리웅천이 곽대위의 얼굴이 아니라 어딘가 발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박상두를 취조했소?

《정황을 료해했습니다. 물론 일부의 말을 들어보면 그에게 혐의가 가는 면이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리웅천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박상두에게 혐의가 간다고 했던 부직장장의 령리해보이는 얼굴을 생각했다.

《글쎄 사건이 터지면 관계자들을 우선 의심해야 하겠고 만나보기도 해야 하겠지요. 하여튼 범인은 잡아내야 하니까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시오. 그러나 일에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하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지요.

리웅천이는 박상두를 만난데 대한 불만을 품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혹시 잘못 처신하고있는가요?

곽대위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나는 박상두를 좀 잘 대상해주기를 바라오. 우선 그는 지금 전동기수리작업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요. 압연공이지만 기계속에 그만큼 밝은 사람이 있소?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어떤 고민을 안고 사는지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그런데 또 전동기파괴혐의자로 치부하면 그가 어떻게 견디여내겠소. 이 분괴압연기가 래년에 8만톤의 강편을 뽑아내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고 예비탐구를 하고있는데 박상두의 머리에서 그 예비의 많은 몫이 나올건 뻔하오.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그가 어떻게 머리를 쓰겠는가. 물론 반동놈은 잡아야 하지요. 그러나 나는 박상두를 전적으로 믿소. 나는 그 사람을 더 다치지 말기를 바라오.

곽대위는 손가락으로 책상우에 무슨 선들을 그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리웅천은 방금 스적스적 걸어나가던 박상두를 생각하니 가슴이 쓰렸다.

제강소에 박혀있는 반동놈이 박상두의 불리한 처지를 리용해서 그에게 혐의가 가도록 조작한것이 아닐가? 여기에 부직장장이나 지어 곽대위까지도 말려드는게 아닐가? 박상두를 믿는 리웅천의 생각이였다.

그는 자기 견해를 곽대위에게 말했다. 곽대위는 참작하겠다고 하며 물러갔다.

리웅천은 못대가리가 솟아오른 찌글거리는 나무걸상에 앉았다. 그는 직장장에게 래년에 72천톤이상 더 밀지 못하겠는가고 지금 다시 따지는것이 정황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잠시 침묵뒤에 그에게 따져물었다.

라용섭이는 시뿌둥해서 대답을 이내 하지 않았다. 못하겠다는 대답을 해야 하겠는데 그러면 기사장이 또 왈칵 성을 낼것이고 그럴바하고는 차라리 입을 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리웅천은 그의 속심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수 있었다.

《그래, 박상두는 뭐라고 하오?

이번에는 측면을 달리하여 그에게 물었다.

라용섭은 기사장의 눈길을 피한채 볼부은 대답을 했다. 대답이라기보다 짜증을 내는것이였다.

《그 사람이야 어디 말을 합니까?

하긴 그렇다. 기술협의회는 박상두의 참가없이 진행되는 법이 없는데 여기서 언제나 제일 말을 적게 하며 지어 노상 침묵속에 앉아있는 사람이 바로 박상두였다. 회의집행자가 《박상두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무슨 좋은 안이 없소?》 하고 묻기 마련인데 그러면 그는 《글쎄요. 해봐야 알지요.》 하는 식의 대답을 할뿐이였다. 그러나 실지 기술혁신에 들어가서는 그가 제일 기발한 착상을 내놓으며 또 제일 많은 몫을 맡아 해제낀다. 이런 그의 성미를 잘 알기에 리웅천이는 더 다른 말이 없었다.

리웅천이는 직장장 라용섭이와 함께 사무실을 나와 분괴압연기본체와 그와 련관된 부문들, 가열로와 가스발생로들을 돌아보았다.

《정세가 긴장해지고 있소. 내부에 박힌 간첩들이 책동하고… 이럴 때일수록 강재를 더 뽑아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해.》 하고 리웅천이 직장장에게 말했다. 8만톤예비를 찾아내오! 알았소?

라용섭이 머리를 수굿하고 대꾸했다.

《기사장동지, 그러자면 부대설비를 보강해야 합니다. 제가 몇번이나 말했습니까?

리웅천은 우는 소리를 하는 직장장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거나말거나 직장장은 속에 품고있는 말을 다했다.

《래년에 올해보다 2만톤을 더 밀어내자면 결정적으로 가열로와 가스발생로를 증설해야 하고 천정기중기도 더 있어야 합니다. 볼트와 나트를 깎는 선반도 있어야 합니다. 그걸 깎으려 공무동력에 다니는사이에 시간이 다 가군하지 않습니까.

《찾아내라는 내부예비가 그게요?》 리웅천이 조용히 그러나 거칠게 물었다.

라용섭이는 눈을 깜빡일뿐 대답을 피했다.

《내부예비를 찾아내라 했지. 그런것을 제기하라고 했는가. 내각참사가 왔을 때 동무가 그런 제기를 했지?

내각참사 최일이 전달에 내려와서 강선제강소를 료해하였는데 그때 그는 지금과 같은 소리를 했다. 그래서 내각에서 뭘 좀 풀어주겠는가 기대를 가졌댔는데 그후 래년도 계획수자가 정식 떨어짐과 함께 방도는 《내부예비를 적극 탐구》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있는것을 가지고 더 생산할 예비를 탐구하라, 예비를 찾아내기 위한 전군중적토의를 하라, 국가에 손을 내밀지 말라, 이것이 지시의 요점이였다.

《뭐 내가 말 안해도 참사동지가 먼저 부대설비를 증설해야 한다고 말합디다.》 라용섭이 대답했다.

《변명마오. 부대시설을 증설해야 한다는걸 누가 몰라?》 드디여 리웅천이 소리를 쳤다. 《그래, 부대설비를 증설해서 가열이 풀린다면 그다음 분괴압연기본체의 능력은 어떻게 하겠소? 분괴압연기도 증설해야 하겠소? 문제는 있는 설비를 가지고 어떻게 2만톤을 더하겠는가, 어떻게 분괴압연기의 능력을 높이겠는가 하는거요.

용섭직장장이 입안으로 뭐라고 웅얼거리였다.

리웅천이는 이 용섭이를 잘 안다. 그는 분괴압연직장출신은 아니다. 공무동력직장에서 일하다가 대학에 갔었고 대학졸업후 다시 제강소에 와서 분괴압연직장에 부직장장으로 배치를 받았으며 그후 직장장이 된 사람이다. 일을 하자는 사람이고 일욕심도 있다. 그런데 원래 기계쟁이여서 그런지 예민하고 깐깐한것은 좋지만 타산이 지내 밝다. 언제 보아야 타산을 앞세우고 우는 소리를 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그래 리웅천이는 그의 우점은 살리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답새겨야 한다는 관점에서 그를 대하고있었다.

《박상두같은 고급기능공들과 협의를 계속하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8

 

관리부로 돌아오는 길에 제강직장에 잠간 들리였다. 제강직장의 전기로들중에서는 제3호전기로가 그중 성능이 좋은데 왜 그런지 강철생산이 눈에 뜨이게 앞서지 못하고있었다. 리웅천이는 3호전기로에로 다가갔다. 더운 공기에 숨이 칵 막혀왔다. 건물안은 떠도는 먼지와 연료와 쇠가 타는 연기가 자욱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발에 무슨 쇠꼬챙이와 돌부스레기들이 밟히여 걸음을 조심해야 했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 기중기소리, 뗑뗑 종소리, 흑연봉이 웅- 웅- 울며 타는 소리, 용해공들의 고함소리… 3호로의 원료투입구로 부글부글 끓는 쇠물이 들여다보이는데 뻘건 불길이 룡의 혀바닥처럼 넘실거리였다.

체대가 큰 용해공이 원료투입구로 쇠장대를 넣어 슬라크를 긁어 내느라 한손으로는 뜨거운 화염으로부터 얼굴을 가리우고 다른손으로는 쇠장대를 넣었다 당겼다하고있었다. 보호안경이 귀한 때라 그것없이 일하는 모습이 어쩐지 가슴을 알찌근하게 했다.

그가 일을 끝내자 리웅천이 그를 불렀다. 낯이 익었다. 리웅천기사장은 용해공들을 얼굴로는 거의다 알고있었다.

《반장이 어디 있소?》 리웅천이 물었다.

《못나왔습니다.

키가 크고 뼈가 굵으나 무척 순박해보이는 용해공이 수건으로 땀을 씻으며 대답했다. 이 순간 리웅천이는 《3호로는 안기호교대반장이 걸렸습니다. 일을 내밀지 못해요.》 하던 제강부직장장의 말이 생각났다.

《동무네 반장이 안기호요?

《예, 그렇습니다.

《동무는 이름을 어떻게 부르오?

《진응원입니다.

《아, 동무가 진응원이요?

리웅천은 부직장장 강명준이로부터 그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어 돌아온 귀환병인데 아마 3호로에서는 그만큼 성실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없을것이라고 했었다. 그는 고향이 남반부이지만 거기에 떨어지지 않고 북반부로 온 의용군출신이다. 강명준부직장장은 안기호대신 진응원에게 반장일을 시키자고 제기했었다. 부직장장의 제기에 리웅천은 응하고 싶었으나 안기호를 떼는 문제가 있고 또…

그는 진응원에게 강철생산을 높이기 위한 예비토의를 하는가고 물었다. 진응원은 요새는 반장이 없어서 적극적으로 못한다고 대답했다. 반장은 입원중이고 부반장인 당분조장이 대리하고있다고 한다.

(진응원이를 반장시키면 일이 추설수 있을것 같다. 강명준의 제기가 일리있어. 강명준이는 일도 귀신같이 잘하지만 사람도 볼줄 알지.)

사무실로 돌아오며 리웅천이 생각했다.

진응원에게 제강소주변 농촌마을의 처녀를 소개해서 짝을 뭇도록 해준 사람도 강명준이였다. 그러므로 리웅천은 그의 제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관리부청사로 돌아온 그는 지배인사무실에 잠간 들렸다가 당위원장을 찾아갔다. 분괴압연직장에 갔던 일을 그에게 말하려는것이였다.

당위원장 한국성은 자기 사무실에 있었다.

《분괴압연기에 사고가 나서 갔다오는 길입니다.

하고 리웅천은 걸상에서 일어서는 한국성에게 말하고 옆에 보이는 걸상에 걸터앉았다. 당위원장도 앉으며 말했다.

《나도 거기 갔다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기사장동무가 사태를 료해하고 대책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직장사람들은 철야전투를 벌리여도 래일 오후부터나 일을 시작할수 있을것 같다는데…》

당위원장이 근심에 잠겨 말했다.

《최대로 앞당기라 했습니다.

당위원장은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는 기사장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것을 알기때문에 권하지 않고 혼자 피웠다.

《용섭직장장이 영 락심해있더군요. 얼굴에 근심이 꽉 찼습디다. 3개년계획을 넘쳐하고있다는 기쁨은 어디 갔는지.

8만톤과제때문이지요.》 리웅천이는 이렇게 대답하며 분괴압연기의 능력을 높이는 문제를 그와 의논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제강직장으로 옮겨갔다. 분괴압연기의 능력이 올라가도 강철생산이 높아지지 않으면 소용없다. 리웅천은 성능이 제일 좋은 3호로실태를 이야기하며 진응원이를 작업반장시키려 한다는 자기의 결심을 내비치였다.

당위원장은 잠간 생각하고나서 물었다.

《그 교대에서 지금 반장을 하는 안기호는 떼구요?

《그는 지금 입원중입니다.

《그거야 당분간이지요.

《그 사람은 통솔력이 없고 일을 제끼지 못합니다.

《교대에서 기능이 제일 높지 않습니까?

《진응원이도 지금의 열성을 봐서는 기능이 곧 안기호수준에 이를수 있습니다.

《안기호동무는 일시적후퇴시기에 잘 싸운 당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반장감으로는 부족점이 많습니다. 3호로가 자기 성능을 다 내고 다른 로들의 앞장에 서자면 진응원이 같은 사람이 반장을 해야 합니다. 진응원이 반장하면 3교대를 하는 세명의 교대반장중에서 단연 뛰여날겁니다.

리웅천이는 완강하게 주장했다.

당위원장은 한동안 침묵했다. 제강소에 왔다간 최일참사로부터 리웅천기사장이 사람을 등용하는데서 계급적원칙을 지키지 않고 기술실무일면에만 매달리는데 현재 제강소의 로동자대렬의 한심한 구성상태를 놓고 볼 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라고 본다, 잘못하면 나쁜놈들, 반동놈들이 핵심대렬에 끼여들수 있고 초급간부로 등용될수 있다, 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다는 심상치 않은 의견을 들은 한국성이였다.

행정일군이 당일군에게 의견을 제기하는것이 좀 귀에 거슬리였으나 그는 내각참사이며 더우기 만약 간부사업이 잘못되는 날에는 지배인유일관리제라 하지만 당위원장도 의견을 참작하지 않은것으로 비판될수 있었다. 문제가 되게 설수도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사장동무.》 이윽하여 그가 입을 열었다. 《기사장동무가 결심하면 진응원이를 반장시키는거니까… 나야 그저 조언을 주는 립장이지만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대반장이 큰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사숙고해서 사람을 골라 그 자리에 앉혀야지요. 진응원이는 귀환병이 아닙니까. 귀환병이라 해서 못믿을건 없지만 안기호같은 좋은 당원을 떼고 귀환병출신을 대신 교대반장시키는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곽대위는 귀환병들은 간첩임무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리웅천이 볼부은 소리를 했다.

3호로를 폭파시키려 한것도 그들일것이라고 추측하고있습니다. 물론 그럴수도 있지요. 그러나 국가에서 귀환병들을 다른 제대군인들과 다름없이 강선에 보냈을 때에야 다 생각이 있었을게 아닙니까. 간첩집단을 보냈겠습니까.

《내 말을 잘못 리해하고 계십니다.

《아, 알만해요. 안기호를 떼고 대신 귀환병을 시키는것때문이지요.

리웅천이 거칠게 말했다.

당위원장은 잠시 그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나도 분괴직장에 갔다가 내무원을 만났습니다.》 당위원장이 말했다. 《솔직히 말합시다. 그는 기사장동무가 자기들의 일에 누구는 이렇소 하며 참견하는데 대해 썩 달가와하지 않더군요. 내무원들의 눈은 예리해야 하며 사람들에 대해서 다 좋게만 보아서야 안되지 않겠습니까? 리승만이 삐라를 뿌려 우리 내부를 교란시키려하고 미군용비행기가 도발적으로 우리 령공을 침범하는 때, 그에 발맞추어 반동들이 사고를 일으키고있는 때 우리가 계급적안목을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정세는 매우 긴장합니다. 상급당에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리웅천이는 어둠이 드리운 창문 어딘가를 바라보며 도고한 자세로 앉아있을뿐 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쟁통에 사람들의 문제가 복잡해졌고 최근에는 종파놈들까지 아까운 사람들에게 흠집을 입혀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제강소가 얼룩덜룩한 집단을 이루고있는데 긴장해진 정세와 부단한 파괴책동은 우리 내부에서 서로 믿지 못하게 하고있다. 당위원장의 말은 계급적원칙을 지킨다는 의미에서는 옳지만 결국 적들의 수에 말려드는것으로 되는것이 아닐가.)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박상두같은 핵심로동자에게 의문부호를 붙여야 하고 진응원이 같이 일 잘하는 로동자는 반장으로 시키는것을 고려해야 하고, 귀환병이여서… 그런데 안기호는 기능은 있는데 통솔력이 없고 몸을 아끼지 않는가. 지금도 병원에 들어가 누워있다. 결국 손해를 보는건 강철과 강재증산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는데.)

리웅천이는 당위원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보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다. 강철과 강재를 증산하자면 제일 중요한것이 사람들이 발동되는것이다. 사람들을 발동시키자면 그들을 믿어야 하고 생산에 적극 인입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위원장의 충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남도당에서 파견되여 내려온 당위원장은 일시적후퇴시기에 빨찌산투쟁을 한 사람이다. 작은 몸집이 단단하고 눈빛이 예리하며 무슨 일에서나 빈틈이 없다. 그의 몸에는 총상자리가 여러군데 있다. 죽음의 고비를 넘어온 강한 인간이다. 반동놈들이 그의 처와 아이들 셋을 총창으로 찔러죽였다.

그가 이 제강소에 부임되여온후 어느날 밤이 깊도록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리웅천에게 했었다. 왜정때 일본에 가서 공부한 지식인인 자기 리웅천이와는 대비도 될수 없게 계급투쟁의 불길속에서 희생도 당했고 피도 흘리며 단련된 인간이였다. 당위원장이 고원빨찌산에서 싸울 때 리웅천은 후퇴하여 강계로 갔다. (당에서는 나라의 인재들을 아끼고 보호했었다.)

하지만… 리웅천은 그의 충고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성당위원장은 너무 외곬으로만 나가는것 같다. 적들의 수에 걸려들수 있다.

 미국놈들이 일시적후퇴시기에 가는곳마다에 《치안대》를 조직하고 기본군중까지 억지로 끌어넣었는데 이것은 우리 인민들로 하여금 가슴이 랭랭한 불신으로 얼어들게 하고 서로 적대감을 품고 싸우도록 하려는 술책이였다고 수령님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놈들의 이러한 술책은 지금도 분쇄되지 못했다. 계급적립장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계급진지를 지키는데서는 옳다고 볼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 놈들의 술책에 말려들수 있다.

《나는 당위원장동무의 조언을 리해할만 합니다.》 이윽하여 리웅천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너무 외곬으로만 나갈 필요가 있을가요?

당위원장은 걸상에서 일어나 원탁우에 놓인 주전자에서 고뿌에 물을 부어마시였다. 그리고 선채로 조국해방전쟁시기 빨찌산을 할 때 밀정 한놈때문에 숱한 사람이 죽은 이야기를 하였다.

《알겠습니까, 기사장동무?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경각성을 높여야 하며 예리해야지요. 그러나 구데기 무서워 장 못담그겠습니까? 나는 모든것이 강철과 강재생산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당앞에서 그것을 책임졌습니다. 그러자니까 일잘하는 사람들, 기능공들을 아껴야 하겠고 믿어야 하겠고 써야 하겠습니다.

리웅천이도 일어섰다. 그리고 계속했다.

《나는 계급적안목을 바로 가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동감입니다. 그래야지요. 때가 그런 때가 아닙니까. 그러나 구체적인 면에 들어가서 다시말해서 3호전기로 반장교체문제에 대한 당위원장동무의 의견을 고려해주었으면 합니다.

한국성은 리웅천이를 면바로 쳐다보는데 자그마한 눈에서 석탄이 탈 때 나는것 같은 파란 불길이 이는듯 했다. 리웅천은 이 사람이 왜정때 공부한 지식인이라고 나까지 의심하는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리웅천은 빈농출신이며 무엇보다도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다.

리웅천은 지금 그와 론의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수 없는 근본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령님께 보고드려 결론받아야 할것이다. 또 이런 문제를 수령님께 보고드려야 할 의무를 지닌 리웅천이였다.

당위원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방문을 나서려는데 전화종이 울리고 《잠간》 하고 당위원장이 그를 멈추어세웠다.

당위원장이 말했다.

《교환수가 전하는건데 금속공업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리웅천이는 금속공업상 강영창이로부터 추궁과 독촉을 받게 되리라는것을 예측하며 지배인실로 향했다. 행정종합과를 통해 분괴압연기가 멎어섰다는것이 성에 보고되였을테니까 추궁을 받게 될것이요 8만톤예비를 아직 찾아쥐지 못했으니 독촉을 받게 될것이다.

전화대화는 오래 진행되였다.

리웅천이 추측한대로 강영창은 유별난 경상도말투로 그를 다불러댔다. 강영창은 얼굴인상이 좋고 사귈맛도 있고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지만 따지고 욕할 때는 무섭게 깐깐했고 용서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깽깽이》였다.

《기사장동무!》 강영창이 소리치고있었다. 《당신네한테 예비탐구문제로 내려갔던 허부상한테 라용섭직장장이 뭘 내라 뭘 내라 하구 잔뜩 제기했더구만. 기사장이 그걸 아오?

《알고있습니다.》 리웅천이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서, 당신도 같은 립장이요?

리웅천이는 손으로 넓은 이마를 긁었다.

《허부상에게서 우리의 애로와 형편에 대해 듣지 못했습니까?》 하고 그는 반문했다.

《그건 물론 들었소. 동무들의 애로를 성에서 모르는가 해서 그러오? 그래서 성에서 부대설비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주기 바라오?

《상동지. 만약에 성이 아래기업소들에 효과적인 방조를 못준다면 성은 뭘하는 기관입니까? 중학생도 상을 할수 있을게 아닙니까?

리웅천이와 강영창은 이런 롱을 할수 있을 정도로 흑색금속전선에서 전쟁전부터 같이 일해오고있었다. 북조선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였고 후에 내각 부수상 겸 산업상을 한 김책이 그들을 직접 불러 김일성동지의 신임을 받도록 해주었다. 수령님의 신임을 받은 그들은 병기강을 생산하는 일도 같이 했었고 그 나날에 수령님의 접견을 받는 영광도 지니였다.

조국해방전쟁기간 리웅천이는 군수공장에서 일하다가 쏘련에 들어가 실습을 하고있었지만 강영창은 금속관리국 기사장을 하면서 전시생산을 보장하고 전후의 복구를 위해 파괴된 제강, 제철소들의 실태를 료해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쟁이 끝날무렵에 조국에 나온 리웅천은 굴속에 자리잡고있는 중공업성을 찾아가 강영창을 만났다. 전기가 자주 가군해서 카바이드등을 켠 침침한 굴속의 습기찬 방안에서 강영창이 일어서서 환성을 올리였다.

《리웅천이가 아닌가!

잘 왔소, 잘 왔어! 당신도 페허로 된 평양을 보았겠지. 조국은 불타고있소. 이제 전쟁이 총결되면 무엇부터 어떻게 복구할것인가, 이 생각으로 수상님께서 밤잠을 못주무신다는 책임부관의 말을 듣고 나는 막 가슴이 터지는것 같았소. 수상님을 도와 제철, 제강소들을 복구하고 쇠물을 뽑아야 하겠는데 사람이 어디 있소? 그런데 리웅천이가 척 나타났단 말이요.

강영창이는 등불에 번뜩이는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씻으며 반가와 어쩔줄 몰라했다.

《많이 배우고 왔겠지?》 그가 물었다.

리웅천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리고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우리 제강소에 고문으로 나와있던 쏘련기술자들을 보고는 우리도 그들 못지 않다, 조선사람들의 머리가 그들보다 결코 못지 않다고 자부심을 가졌고 수상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댔습니다. 그때 수상님께서는 웃으시며 조선사람들이 기계문명에서 뒤떨어져있어서 그렇지 이제부터 부지런히 배우면 선진공업국들을 따라설수 있다고 하시였습니다.

아마 그런뜻도 계시여서 저를 쏘련에 실습보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쏘련에 가서 현대적인 대야금기지들에서 일도 해보고 세계적인 야금권위자들과 접촉하면서 새롭게 눈이 트이였습니다. 배워야 하겠구나, 어서 배워 세계의 기술문명에서 멀리 뒤떨어진 내 조국, 그나마 전쟁으로 혹심한 피해를 입고있는 내 조국의 야금공업을 추세우리라, 세계적수준에 올려세우리라, 이렇게 야심품고 눈에 피가 지도록 공부했습니다. 빵을 아껴먹으며 돈을 저축해 책을 사보았습니다. 그렇게 배워가지고 나오니 평양은, 조선은… 페허뿐이였습니다. 이젠 어떻게 합니까? 개새끼들! …》

그는 평양역에서 문상혁이와 함께 의분에 몸부림쳤던 그때처럼 다시 눈물을 쏟으며 이를 갈았다.

《웅천동무, 수상님께서 동무를 기다리고계시오.

강영창이 이렇게 말했을 때 그는 사람이 금시 달라졌다. 그는 본래의 랭철하고 실천적인 인간으로 돌아갔다.

며칠후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수령님으로부터 임명과 새 과업을 받기 위해 내각으로 갔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시며 《새 전투를 시작해야지.》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리웅천이가 눈물을 흘렸다는데 그것은 패배감의 눈물이 아니라 애국심의 표현이라고 하시며 그를 강선제강소로 파견해주시였다. 이렇게 하여 강영창이와 리웅천이는 한사람은 내각에서, 다른 사람은 제강소현장에서 수령님을 받들고 다시 흑색금속전선에서 같이 일하게 되였다.

리웅천은 라용섭에게는 분괴압연기의 설비증강에 대해 추궁했으나 성에다가는 은근히 그것을 지지하여 롱절반으로 암시를 하였다. 강영창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것 보오, 웅천동무.》 상의 목소리가 불시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동무는 마치도 이번에 하는 예비토의사업이 우에다 손을 내밀지 않고 자체의 내부예비를 찾아내는 방향에서 한다는걸 모르는 사람같구만? 국가가 돈을 척척 내줄수 있다고 천진란만하게 기대하는 사람같소. 오늘 황철에 나갔댔는데 거기서는 송풍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용광로를 복구할수 없다는 주장이 울려나오고있었소.

그런데 그걸 주문해서 언제 사들여오며 외화는 또 어디서 나오겠는가? 로동계급은 깨진 송풍기를 자체로 복구해서 쓰겠다고 궐기했소. 로동계급은 이렇게 나오는데 큰나라만 쳐다보는 사람들과 종파물을 먹은 사람들은 자체로 안된다는거요.

강영창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계속하였다.

《수상님께 실태를 보고드렸소. 수상님께서는 죽으나 사나 우리의 힘과 지혜로 난관을 뚫고 당이 결심한대로 앞으로 돌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황철로동계급과 기술일군들의 제기를 적극 지지해주시였소.

리웅천은 이 순간 귀안에서 잉- 하는 소리가 나면서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는 자기가 라용섭이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깊은 자책감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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