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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김 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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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 다부진 리종옥이 들어왔다. 수령님께서는 리종옥의 전화를 통해 우리가 선택한 길,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 동요없이 전진하려는 우리의 신념과 의지를 다시 시험이나 하려는듯한 그러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고 있음을 간파하시였었다.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리종옥이도 발걸음이 가볍지 못했고 얼굴빛이 어두웠다. 그는 수령님께 인사를 드리고 김일에게도 눈인사를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김일과 함께 그의 심상치 않는 이야기를 들으시려 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걸상에서 일어서시여 들어오는 리종옥을 맞이하시여 팔걸이걸상에 앉도록 권하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도 가까이에 있는 팔걸이걸상에 옮겨앉으시였다. 《어디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일어서려는 리종옥을 앉아서 말하도록 하시였다. 《쏘련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7월에 조쏘량국이 협약한 물자들을 기본적으로는 다 납입할것이지만 강재만은 전량을 줄수 없다고 합니다.》 리종옥이 말씀드렸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 리유로는 격화된 중동정세와 유럽의 인민민주주의국가들에 대한 쏘련의 원조, 과중한 군사유지비, 어려운 국내사정을 들고있습니다.》 그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자 집무실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수령님께서 침묵을 지키고 계셨기때문이였다.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던지 수령님께서 말씀하시기전에 좀처럼 앞질러 말하는 법이 없는 김일이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강재를 다 줄수 없다는거요?》 《아직은 쏘련측의 의도를 잘 알수 없습니다. 7월달에 협정을 체결할 때에도 그들은 기계제품과 강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리종옥이 대답했다. 그리고 수령님께 말씀을 드리였다. 《쏘련측이 쌍방간의 최고위급에서 체결한 공식적인 협약을 어기려 하는것만큼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시 가서 그들과 론전을 벌리려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집무실안을 거니시였다. 이것은 뜻밖의 정황이다.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것이 예감되시였다. 그것은 경제원조를 공간으로 한 압력일수 있었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다. 실지 어려울수 있다. 하지만 몇만톤의 강재가 사회주의공업강국인 쏘련에서 문제로 될수 있을가? 올해 강재 총 생산량을 l3만톤으로 내다보는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1만톤의 강재라도 큰것이다. 수령님께서는 매우 어렵게 협정이 체결되였던 7월의 나날들이 떠오르시였다. 당시의 기본론점은 쎄브가입문제였다. 쏘련측은 우리 정부대표단을 겉으로는 환대를 했지만 속심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내각수상 불가닌은 김일성동지를 존경하고있었으며 우리에게 도움을 줄 용의를 가지고 대했지만 제1비서인 흐루쑈브가 끼여들어 문제를 까다롭게 제기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부대표단을 인솔하시고 먼저 모스크바에 들리시여 불가닌에게 우리의 의도와 립장, 조건들을 통보하신 다음 공식회담은 동유럽나라들을 방문한후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 진행하기로 합의하시고 동부도이췰란드로 향하시였다. 동부도이췰란드의 지도적인물들은 뽈스까에서 석탄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강관생산에 난관이 생겼다느니, 금속제품은 쎄브와의 합의가 없이는 마음대로 줄수 없다느니 하면서 강관을 주지 못하겠다고 했다. 체스꼬슬로벤스꼬방문시에는 이 나라 지도자들이 쎄브의 유익설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국제분업》에 참가할것을 권고했다. 모스크바로부터 지령을 받은것이 분명했다. 쎄브는 제2차세계대전후 유럽의 사회주의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과 침략적인 《마샬안》에 대처하여 쏘련이 주최가 되여 1949년에 창설한 사회주의나라들호상간의 상설적경제협조기구이다. 이 기구의 창설목적은 사회주의나라들의 인민경제를 복구발전시키며 공업이 뒤진 나라들의 공업화수준을 높이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경제협조를 실현하는데 있었다. 기구의 규약은 매 성원국들의 민족적리익을 존중하며 평등과 호혜에 기초한 동지적협조를 활동원칙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쓰딸린이 서거한 뒤 이러한것들이 유명무실해지고 《통합경제》, 《국제분업》 로선이 실시되였다. 즉 흐루쑈브는 쎄브를 통하여 사회주의나라들의 경제를 다 거머쥐고 결국은 정치적으로 좌지우지하려했다.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견지하고있는 우리 당이 거기에 말려들수 없는것은 자명한 리치이다. 경제원조를 걸고 우리를 쎄브에 끌어들이려는 흐루쑈브의 술책은 모스크바에서의 회담에서 본격화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동유럽나라들을 방문하시고 모스크바에 도착하시자 쏘련의 지도부는 성의를 다하여 환영하였다. 불가닌수상을 비롯한 공식인물들이 비행장에 나와있었다.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수뇌부에서 쓰딸린에게 충실했던 혁명가들을 점차로 제거하면서 그 나라들을 자기 손아귀에 틀어쥐고 《변화》에로 이끌고있던 흐루쑈브는 우리 나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나 우리 나라도 저들의 손아귀에 틀어쥐려 했다. 흐루쑈브는 7월 7일 크레믈리궁전에서 내각수상 불가닌이 차린 조찬회에 나타났을뿐아니라 이틀후에 있은 공식회담에도 제1비서로 참가하여 수상을 제쳐놓고 전면에 나서서 자기들의 의도대로 회담을 이끌어가려하였다. 중요론점은 기계공업문제와 쎄브가입문제였다. 기계설비, 자동차, 뜨락또르 등을 우리가 자체로 생산할수 있도록 기계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공업화를 실현하려 한다는 우리측의 주장에 대해 쏘련측은 쎄브에 들어 쏘련이 주는 기계를 가지고 공업화하면 되겠는데 무엇때문에 자체로 기계설비를 생산하려 하는가, 그것은 원가도 높고 수지도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조선의 자연 및 경제적조건들을 리용할수 있는 공업을 발전시켜 《국제분업》에 참가할것을 요구했다. 수령님께서 쏘련측에 말씀하시였다. 우리 나라가 좀 더 크고 힘이 세져서 대학생수준이 된 다음에 국제분업에 참가하려 한다, 쎄브라는것은 통일적인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것인데 유럽나라들은 공업이 발전된것만큼 어느 한 부문을 맡아할수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들과 같은 수준에 있지 못하므로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같은 수준이 되려면 우리 나라에서 빨리 기계공업을 발전시켜야 할것이다, 털어놓고 말해서 우리 나라가 기계공업이 없는 조건에서 국제분업에 참가한다면 쎄브성원국들에 원료나 대주어야 할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을것이란 빈 산굴밖에 없을것이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당신네 쏘련에도 부담이 될것이다. 흐루쑈브는 드팀없는 수령님의 론고와 국제혁명운동에서의 높은 권위앞에서 더 우기지 못했다. 또 회담의 기본주인은 불가닌수상이고 그가 경제권을 쥐고있으며 더우기는 그가 수령님을 존경하고있는것만큼 쏘련측은 조선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방향에 따라 경제기술협조와 관련한 구체적문제들을 실무급회담에서 토의해결하는데 동의해나섰다. 리종옥국가계획위원장이 쏘련측과 실무회담을 하였다. 쏘련측은 강재, 강관을 비롯한 자재와 설비 기타 물자들을 무상 또는 차관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쏘련인민이 우리 인민에게 품고있는 친선의 정, 두나라사이의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깨뜨릴수는 없었다. 그러나 흐루쑈브가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이므로 그의 수정주의적, 대국주의적정치로선이 쏘련의 대외사업에 반영되지 않을수 없다. 그들이 강재를 협약대로 줄수 없다고 하는것을 실무적인 문제로 볼수 없다. 물론 쏘련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유럽에 가있으며 동유럽나라들에 주는 윈조와 그 나라들에 주둔한 쏘련군대의 유지비 등 막대한 부담을 걸머지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고위급회담에서의 협약을 지키지 않고 특히 강재를 자르려 하는데는 다른 속심이 엿보였다. 흐루쑈브가 조쏘량국간의 경제적협정체결에 어쩔수없이 동의했고 그후 우리의 내정에 간섭하려다가 쓴맛을 보긴 하였지만 대국주의적욕망은 결코 버리지 않았을것이다. 우리 혁명의 대내외적환경이 어려운 이때에, 우리 당이 이럴 때일수록 더 과감하게 높은 목표를 세우고 돌진하려 하는 때에 쏘련이 만약 압력을 가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수령님께서는 쏘련이 우리에게 경제적압력을 가하는것이 아니기를,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시였다. 《리종옥동무.》 이윽하여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쏘련에 가보겠다는 제의를 지지하오. 가서 진지하게 론의해보시오. 강재를 협약대로 다 받도록 합의를 이룩하면 물론 좋은것이고 만약에 그들이 끝까지 못주겠다고 뻗대면 무리하게 행동하지는 마시오. 정정당당하게 행동하시오.》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협정을 어기려하는것은 그들이기때문에 신의를 저버리려하는데 대하여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원칙과 형제당, 형제국가들사이의 호상존중과 협조의 정신을 가지고 론리정연하게 이야기하시오. 쏘련이 실지 국내사정이 어려워서 그럴수도 있고 다른 목적을 추구하려고 그럴수도 있소. 이런것들을 잘 가늠하고 타진해보며 대처해야 하겠소.》 《알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리종옥을 믿음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 리종옥을 처음 만나보신것은 1947년 9월이였다. 함북도에 대한 현지지도의 일정으로 청진방적공장에 들리시였을 때 지배인을 하는 그를 만나주시였다. 만나시는것은 처음이지만 사전파악이 있었다. 함경북도파견원이였던 안길로부터 건국열의가 높고 량심적이며 성실한 지식인이라는 평을 들으시였었다. 만나보시니 마음에 드시였다. 그래 그후 김책이 산업상을 하며 경공업을 볼 부상을 고르지 못해 고심할 때 리종옥이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고하시였다. 김책은 곧 청진으로 가서 그와 장시간 담화를 했고 수령님께 말씀드려 내각으로 소환하였다. 리종옥은 조국해방전쟁시기 어려운 인민생활안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신 수령님을 보좌해 드리며 마른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일했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자신을 대신하여 그를 쏘련에 보내는 심정이시였다. 그만큼 그를 신임하시였다. 그이께서 김일에게 무슨 할말이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김일은 뚝한 얼굴로 말씀드렸다. 《국가들호상간에 맺은 협정을 지키는것은 초보적인 례의고 질서가 아닙니까. 쏘련이 원조를 주는 립장이라는데로부터 나온 오만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수령님께서는 《하여튼 리종옥동무가 갔다오면 알수 있겠지요.》 하고 말씀하시였다.
리웅천이는 껄껄 웃으며 전화를 받고있었다. 상대방은 문상혁이였다. 문상혁이는 기차 한 정거장사이를 두고 와있으면서 이제야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공장에 낯을 익히느라 틈이 없어 찾아가지 못하고 전화로 인사하는것을 용서하라고 하였다. 《여보, 언제 왔다갔다할새가 있소?》 문상혁이보다 다섯살이나 우이고 성미도 과격한데다가 큰 제강소의 기사장이라는 위치도 있어 리웅천이는 그를 동생처럼 대하고있었다. 《나는 요새 녀편네얼굴조차 잊을 지경이요.》 《집에 못들어가고있습니까?》 《들어야 가지. 재밤에 잠간.》 《하긴 큰 제강소의 간부니까. 어쨌든 목소리라도 들어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3년전에 페허로 된 평양에서 헤여지던 일이 생각나요? 그때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비분에 몸부림쳤지요.》 《허… 나도 문상혁이를 전화로라도 만나니 새삼스럽게 그때가 생각나는구만. 난말이요. 그때 내각에 들어가 수상님으로부터 직접 강선제강소 기사장의 직무와 복구준비를 다그쳐 속히 쇠물을 뽑아야 한다는 과업을 받고 여기 와서 일을 시작한 때로부터 3년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꿈만 같소.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소. 지금도 마찬가지요. 우리 분괴압연기가 래년에는 2만톤을 더해서 8만톤의 강편을 밀어내야 할 과업이 떨어졌소. 강철을 비롯해서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요.》 그는 이렇게 말하다가 자기얘기만 하는것 같아 화제를 돌리였다. 《거기 형편은 어떻소? 뜨락또르를 만들게 된다고 하던데?》 《자그마한 농기구제작소였던 곳에 뜨락또르공장을 꾸리지요. 5개년계획기간에.》 《고양이 소대가리 맡은셈이군. 간단치 않겠소.》 《잠이 다 오지 않습니다. 신임은 큰데 힘이 딸립니다. 제강소의 방조를 받아야 할것 같아요. 그건 후에 만나 얘기합시다.》 《가족들은 데려왔소?》 리웅천이 행동선이 굵고 덜렁거리는것 같아도 인정면에서는 세심한 사람이였다. 《아직 못데려왔어요. 뭐 언제 그럴 생각을 할 틈이나 있어요?》 《아하, 바쁠수록 침착하고 정신적안정을 유지해야지. 어서 가족부터 데려다놓으라구.》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것 같아요.》 《그렇다니까.》 《하나 물읍시다. 거기 박상두라는 압연공이 있습니까?》 박상두의 이름이 나오자 리웅천이는 우선우선하던 얼굴이 굳어졌다. 《있소. 왜 그러오?》 《아 그저… 나하구 사돈벌이 됩니다. 별일 없겠지요?》 《별일 없지 않구! 분괴압연기를 운전하고 있소. 왜 무엇이 걱정되는게 있나?》 《아니요. 그저 안부를 물었지요.》 《걱정놓소. 건강해서 일을 잘하고있으니까.》 《잘 알았습니다.》 그다음은 인사들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리웅천이는 오래간만에 문상혁이와 만나 기분이 좋아졌고 긴장해있는 신경도 어지간히 풀린듯 하였는데 마지막에 박상두의 이름이 나오는바람에 저으기 기분이 상했다. 문상혁이가 그저 안부를 묻는것이라 했지한 무슨 소리를 들은것이 분명했다. 사돈벌이 된다니 충분히 그럴수 있었다. 별일 없는가고 묻는 어조에서 이상한것이 느껴졌다. 박상두와 그의 딸때문에 마음을 많이 써온 리웅천이였다. 박상두는 이 제강소가 조업한 날부터 분괴압연기와 운명을 같이하고있는 제강소의 첫 세대 로동자이다. 그의 로동생활은 분괴압연기와 떼여놓고 말할수 없다. 조국해방전쟁때 전략적인 일시적후퇴가 시작되자 압연기본체는 흙을 채운 가마니로 둘러싸놓고 중요부속들은 은페시켜 기대를 지켜냈다. 물론 그가 혼자 한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지켜냈기때문에 전후에 분괴압연기는 곧 복구될수 있었다. 이 복구사업에서와 능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혁신을 하는데서 박상두가 핵심적역할을 했다. 리웅천이는 박상두같은 고급기능공들을 자기자신보다 더 아끼였다. 이런 핵심부대가 없다면 기사장이 무슨 일을 할수 있겠는가. 제강소가 어떻게 복구되여 3개년계획을 수행할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반종파투쟁때 박상두가 검토당하였다. 계기는 딸 채운이 때문이였다. 《동무는 이런 딸을 둔 아버지로서 수치를 느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고 사상을 검토해야 한단 말이요.》 하고 분개한 한 토론자가 규탄하였다. 왜 딸을 종파분자한테 내주었는가, 중앙의 간부한테 붙어서 딸의 팔자를 고쳐보려 한것이 아니란 말인가, 응당 딸을 못데려간다고 해야 할것이 아닌가. 따지고 드는 질문이 소낙비쏟아지듯 했다. 말재간이 없는데다가 죄목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박상두는 땀만 뻘뻘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있을뿐이였다. 여기에 후퇴시기의 그의 행처가 겹쳐져 사태가 더 엄중해졌다., 《동무 왜 후퇴하지 않았는가?》 회의를 집행하는 사람이 물었다. 《처가 앓아서…》 《그래 어디 가있었는가?》 《처가에…》 《거기서 뭘했는가?》 《숨어있었습니다.》 《<치안대>한테 발각되지 않았는가?》 《예.》 《우리가 알건대는 동무의 처남이 <치안대>를 했다던데?》 《예.》 《흥! 그러니까 원쑤들의 보호를 받았구만. 그때 벌써 동무는 적들과 타협했소. 조직적으로 련결되였을수도 있소. 후퇴가 끝나자 곧 제강소로 돌아왔지?》 《예.》 《적들로부터 무슨 임무를 받았는가?》 《임무를 받은것이 없습니다.》 쾅! 하고 집행자가 주먹으로 탁상을 쳤다. 후퇴가 끝나자 선참으로 제강소를 찾아온것이 일터를 찾아온 열성때문이 아니라 《열성분자》로 가장하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것이 아닌가고 따지는데 아니라고 해야 소용이 없었다. 집행부성원으로 주석단에 앉아있던 리웅천이가 일어섰다. 이대로 방임해두었다가는 이 귀중한 고급기능공이 어디 멀리로 추방될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지막에는 자기 그림자도 못믿을수 있다, 그래 여기 앉아있는 동무들이 박상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단 말인가? 직총중앙에서 온 자가 딸을 발전시킨다며 끌어올려갔는데 박상두가 무슨 죄가 있는가, 그의 딸도 불행한 희생물이다, 설사 딸이 종파련루자라 해도 이 제강소에서 분괴압연기를 운전하고있는 아버지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의 후퇴시기행처도 다 해명된 상태이다, 물론 처남이 《치안대》를 했다, 그러나 주동분자는 아니고 지금 용서를 받아 농사를 짓고있지 않는가, 박상두가 후퇴가 끝나자 맨먼저 제강소로 온것은 분괴압연기가 걱정돼서였다, 본체도 살아있고 부속품들도 숨겨둔 곳에 그대로 있는것을 본 그는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감춘 부속들은 더러 분실되여 우리가 분괴압연기를 복구할 때 애를 먹었다, 그러나 박상두같은 고급기능공들이 기대를 살려냈다, 동무들! 우리 제강소의 핵심로동자를 종파련루자로 만들고 적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해서 얻을것이 무엇인가, 나는 박상두를 보증한다.… 수령님께서 직접 파견해주신 일군이고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인 리웅천의 권위와 론리정연한 연설,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 이런것이 작용해서 박상두는 살아날수 있었다. 종파련루자의 모자를 벗었다. 리웅천이는 그를 교대반장의 자리에서 일하게 했다. 운전공들중 유능한 사람이 교대반장을 해야 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만사가 다 해결된것은 아니다. 아직 박상두의 문건에는 후퇴시기의 행처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려있으며 또 생각할수록 머리를 아프게 하는 딸문제가 있었다. 채운이는 앞길이 꽉 막혀버리였다. 이 딸의 일로 해서 박상두는 늘 수치감과 죄책감에 잠겨 하루도 얼굴이 밝아질 날이 없었다. 리웅천이는 박상두때문에 마음쓰지 않을수 없었다. 인간적으로도 동정이 갔지만 분괴압연기가 제대로 가동하자면 박상두가 그 모든 고민을 털어버려야 하는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어지럽혀지고 매장된 딸의 문제가 해결될 가망이 없지 않는가. 그 채운이도 사실 얼마나 불쌍한 인생인가. 아, 종파놈들. 그놈들을 분괴압연기에 밀어넣고 뼈와 가죽도 남지 않게 해치웠으면! 그런데 그 종파놈들이 더러는 외국으로 달아나고 남아있는 놈들도 아직 《뽀베다》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수령님께 말씀드려 그놈들을 여기 강선에 보내달라고 해야 하겠다. 분괴압연기나 전기로에 처넣겠다고… 문상혁의 전화를 받고 다시 박상두생각을 하며 주먹을 탁상우에 올려놓고 묵묵히 앉아있는 리웅천의 얼굴은 몹시 침울했다. 이때 전화종이 또 울리였다. 리웅천이는 병원에 입원한 지배인사업까지 대리하며 아주 지배인사무실에 옮겨와 앉아있는데 어찌 바쁜지 사무실에 엉치를 붙이고 사무를 볼 사이가 없었다. 그래 그를 만나려고 오는 사람들은 현장으로 찾아가거나 점심때와 저녁때를 기다려야 했다. 그렇지만 노상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을수 없고 여기서 협의회도 더러 가지는데 그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전화가 따라들어오듯 연방 걸려오는것이였다. 리웅천이는 흥심없이 송수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다댔다. 교환수처녀가 《분괴직장에서 전홥니다.》 하고 살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분괴압연직장을 《분괴직장》이라고 략칭해 불렀다. 그는 무슨 빽빽거리는 잡음속에서 들려오는 직장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사장동집니까? 라용섭입니다. 분괴압연기가 섰습니다.》 분괴압연기는 조국해방전쟁시기 폭격도 당하고 부속품들도 많이 없어진것을 복구해서 돌리고있는데 지금도 부속품들이 불비하고 불량개소들이 많아 자주 멈추어서군했다. 하루에 두세번씩 서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부속을 새로 깎아끼우거나 불량개소들을 퇴치해서 다시 가동했고 8월 15일까지 제강소가 3개년계획을 수행하는데 기여했다. 지금은 초과수행하고있는중이다. 그런데 이 분괴압연기는 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설비여서 한번 멈추어서면 반드시 직장에서 지배인이나 기사장에게 보고하게 되여있고 지배인이나 기사장은 금속공업성에 보고하게 질서가 되여있다. 물론 간단히 퇴치할 고장까지 성에 보고하는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성에서는 관심이 대단했다. 리웅천은 자주 있는 일이여서 별치않게 물었다. 《또 어디가 꿰졌나?》 《간단한 사고가 아닙니다. 수압탕크를 돌리는 전동기가 탔습니다.》 리웅천은 직장장의 말을 들으며 짙은 눈섭을 움씰거리였다. 《왜 탔소?》 《어떤 놈이 모래를 뿌렸습니다.》 《뭐야?》 리웅천이 소리치며 주먹을 움켜쥐였다. 《그럼 반동놈의 책동이란 말인가?》 《그렇게 추측됩니다. 내무서에도 알렸습니다.》 《알겠소. 내 곧 나가겠소.》 그는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큼직한 손으로 턱을 움켜잡았다. 그 턱은 무쇠처럼 묵직했다. 반동들이 준동하고있다. 며칠전에는 제강직장 3호전기로가 폭발할번 했다. 어떤 놈이 랭각수가 순환하는 샥송호스에 벙어리장갑을 틀어막았던것이다. 제때에 발견했으니망정이지 큰일날번했다. 범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군내무서에서 제강소에 자주 나오군하는 곽대위는 용해공들속에 전후 포로교환때 돝아온 귀환병들도 섞여있는데 범인은 그중에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느냐고 리웅천이 묻자 곽대위는 귀환병들은 간첩임무를 받았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분괴압연기에 거대한 압력을 보내주는 수압탕크의 전동기에 모래를 뿌려넣은 놈도 귀환병으로 보아야 하겠는가. 제강소에는 귀환병말고도 별별 사람들이 다 흘러들었다. 이런 사람들을 다 꺼리다가는 도대체 일을 할수 없고 제강소를 운영해나갈수 없다. 그러나 또한 이런 사람들속에 반동들이 끼여있는것도 사실일것이다. 동유럽의 마쟈르에서 반혁명폭동이 일어났을 때 이 제강소에도 리승만이 찍어서 뿌린 삐라가 나돌았다. 삐라의 내용인즉 북조선에서도 들고 일어나라는것인데 그 삐라자체보다도 그것을 나쁜자들이 뒤에서 내돌리고있다는 사실 그리고 적들이 로동자대렬이 복잡한 강선제강소를 노리고 뿌렸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최근 미국측의 군용비행기들이 전선서부의 군사분계선 공화국령공을 침범한 엄중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중 한대가 격추되였는데 리승만도당은 불을 지른자가 불이야 하는 식으로 우리를 걸고 들며 반북소동을 대대적으로 벌리고있다. 이로 하여 정세는 긴장해졌다. 오늘의 수압탕크전동기파괴책동도 군용기침범사건에서 힘을 얻은자들의 책동일수 있다. 리웅천은 턱에서 손을 떼고 걸상에서 일어 섰다. 그리고 말코지에 걸어놓았던 모자를 벗겨 머리에 쓰고 출입문을 나섰다. 관리부청사 마당에는 승용차가 아무때고 뛸수 있도록 대기상태에 있었다. 제강소의 관리부청사앞에는 여러그루의 키높이 자란 백양나무들이 서있는데 늦가을바람에 솨- 솨- 설레이고있었다. 잎들이 거의다 지고 소소리높은 끝가지들에 좀 남아 기울어져가는 저녁해빛을 받아 반짝이고있었다. 그 백양나무밑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 제강소를 찾아오신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그때 한창 제강소로 집결하던중이여서 그 수가 많지 않았던 로동자, 기술자, 사무원들을 모아놓고 우리의 힘과 지혜로 제강소를 하루속히 복구할데 대한 간곡한 교시를 주시였다. 그후 전후 40일만에 전기로에서 첫 쇠물을 뽑았다. 어제일 같은데 벌써 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래년부터는 제1차5개년계획에 돌입한다. 우선 그 첫해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래서 계획예비토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강철과 강재생산계획이 확정되여야 다른 부문의 계획도 확정할수 있기때문에 성과 내각에서는 매일같이 독촉이다. 분괴압연직장장은 7만 2천톤을 할수 있다고 하는데 성에서는 8만톤예비를 찾아내라고 한다. 리웅천이는 머리가 아팠다. 그는 성의 요구가 내각의 요구이고 나아가서 수령님의 뜻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강선이 나아가야 전국이 나아간다고 그처럼 믿음을 주시였던 수령님, 로동자들이 권하는 걸상을 사양하시고 폭탄에 깨진 벽체의 잔해우에 앉으시여 허물없이 제강소의 복구문제를 말씀하시던 수령님, 지금 가을바람에 솨- 솨- 설레이는 백양나무가 그날의 수령님의 간곡한 부탁을 다시 말해주는것 같다. 8만톤! 6만톤능력의 분괴압연기에서 8만톤의 강편을 밀어내야 하는데 분괴압연기는 어떤 꼴인가. 거기다가 반동놈들이 날치고있다. 리웅천이는 침울한 얼굴로 승용차에 올라 묵직한 턱을 가슴에 묻고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사는 발동을 걸고 기사장의 눈치를 살폈다. 《분괴직장!》 하고 리웅천이 간단히 말했다. 분괴압연직장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승용차는 관리부청사를 떠나 제강직장을 지났고 어느덧 분괴압연직장에 이르렀다. 가열로에서 피여오르는 연기가 직장 건물지붕의 강철골조들을 끄슬리며 시꺼멓게 뭉쳐돌아가다가 서서히 흩어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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