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향도》

 

장편소설

 

 

 

백 남 룡

( 제 58 회 )

 

58

 

야전승용차는 아침해가 젖빛안개를 헤치며 떠오를무렵에야 청풍덕산정에 이르렀다.

평양에서 한밤중에 떠나 먼길을 달려오다나니 차체에는 색갈을 알아보기 어렵게 이슬머금은 싯누런 흙먼지가 덮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좌석에 밀어놓고 차창을 내리우시였다.

샘물처럼 맑고 청신한 산골대기가 차안에 흘러들었다. 밤새 쌓였던 피로가 순간에 날려가버리는듯싶었다.

그이의 시야에 낯익은 청풍덕산봉우리가 비껴들었다.

이른봄에 왔을 때는 말안장에 올라앉은것처럼 들추어대던 산협길이 패운데없이 널직하게 닦아졌다.

멀찌감치 앞쪽에서 한무리의 염소떼가 그 고르로운 석비레길을 꽉 메우며 흘러오고있었다.

방목공이 연방 회초리를 휘둘러대였지만 염소들은 승용차를 호기심나서 쳐다볼뿐 길옆에 비켜서려 하지 않았다.

낫날같은 큰 뿔을 단 수염소는 주둥이를 차창에 대고 안을 들여다보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염소들한테 길을 내줘야겠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어린 안색으로 차에서 내리시였다.

거의나 울상이 되여 길복판을 가로막은 염소들에게 다급히 회초리를 안기던 방목공청년은 그이를 보자 놀라서 굳어졌다. 그다음에는 회초리를 집어던지고 정신없이 뛰여왔다.

《장군님!…》

《문길이 아닌가!》

그이께서는 허리 굽혀 인사를 올리는 청년의 어깨를 반가이 두드려주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청풍덕에 오면서 문길이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맨 먼저 만나니 더욱 기쁘시였다.

《그새 잘있었나?》

《예.…》

《앓지는 않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이 검스레 타고 몸이 좋아진 문길이를 두루 살펴보시였다.

머나먼 전선길을 가실 때나 당중앙위원회 집무실에 계실 때면 자주 이 청풍덕산중에 홀로 남겨둔 부모없는 젊은이를 걱정하신 그이이시였다. 자신의 구상에 따라 청풍덕에 염소목장이 일떠서는 벅찬 소식을 보고받으신 다음에야 그이께서는 문길이가 산중에서 외롭지 않게 지낼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을 좀 놓으신것이였다.

《그래 방목공이 되니 어떤가?》

《좋습니다. 풀이 무성한 온 청풍덕을 혼자 다 끌어안은것 같은게 그저 기쁘기만 합니다. 저녁에 풀피리를 불면 저한테 모여드는 염소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허, 문길이가 염소들한테 단단히 정을 붙였구만.》

《어슬막해서 배불리 먹은 염소떼를 거느리고 목장에 척 내려올 때는 자부심이 저절로 생깁니다.》

《자부심이라…》

《제가 방목한 염소들한테서 짠 젖으로 요그르트랑 치즈를 생산합니다.》

《그래, 대단하구만. 그런데 목장에서는 아마 방목이 제일 힘들지.… 하루종일 산지풀판을 다니는게 어디 헐한 일이겠나.》

《장군님, 염소들이 뿔뿔이 멀리 흩어질 때는 좀 힘들지만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때는 축산에 관한 책이랑 볼수 있어 일없습니다.》

《축산학공부를 하나?》

《예.… 사실 저는 청풍덕에 염소목장을 처음 건설할 때는… 염소우리 지을줄도 모르고 풀판조성하는 지식도 깜깜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최인섭박사선생이랑 청풍덕에 온 축산기술자들한테서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집짐승한테 좋은 재배먹이풀과 자연풀을 자래우는 일 같은것은 뚝 뗐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부업지 젊은이가 큰 발전을 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길가녁으로 반달음쳐오는 웬 처녀에게 눈길이 멎으시였다. 손에 작은 꾸레미를 든 그 처녀가 먼발치에 우뚝 서버리자 그이께서는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몸집이 실팍하고 정기도는 오목눈에 못내 어줍은 미소를 띤 산골처녀는 문길이한테 오던것이 분명하였다.

처녀가 가까이 와 그이께 인사를 올리자 문길이쪽에서 더 당황해하였다.

《처녀동무가 이름이 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히 물으시였다.

《오진애입니다.》

《문길동무한테 오댔나?》

《예. 점심밥을…》

처녀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둘바를 모르는 조문길의 이마에 진땀이 흥건히 내밴것을 보고 두 젊은이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것을 짐작하시였다.

《이 청풍덕산중에 우리 문길이을 위해주는 처녀가 있구만. 응? 괜찮아, 좋은 일이야.》

그이께서는 너무 기쁘시여 처녀를 조문길의 옆에 나란히 세우시였다.

《진애는 집이 어딘가?》

《저기… 산아래마을입니다.…》

《부모님은 계시나?》

《예.》

《장군님…》

조문길이 마음을 정돈한듯 그이께 조용히 말씀올렸다.

《진애동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며칠전에 기르던 염소들을 전부 청풍덕목장에 바치구… 진애동무와 같이 목장에 들어왔습니다.》

《진애는 훌륭한 부모님을 모시구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순박하면서도 굳세보이는 산골처녀를 정겨운 눈길로 보시였다.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길러 인민을 잘 살게 하시려는 자신의 뜻이 이런 산골사람들의 고결한 마음속에서 꽃핀다고 생각하니 진정 기쁘시였다.

《문길동무가 아주 믿음직한 처녀를 만난것 같구만. 그래 약혼은 했나?》

《저… 한거나 같습니다. 우린 일생을 이 청풍덕에서 살기루 약속을…》

《언약을 했단 말이지.》

방목공의 손탁에서 벗어난 염소떼가 벌써 멀찌감치 산자드락에 올라붙기 시작했다.

《어서 가보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더 나눌수 없게 된것이 아쉬우시였다.

야전승용차는 청풍덕염소목장어귀에 이르자 다시 멈춰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량손을 허리에 짚고 면모를 일신한 청풍덕을 부감하시였다.

아침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청풍덕구릉지대에는 장방형의 푸른 풀판들이 일매지게 펼쳐졌고 그전날 누데기같은 부대기밭들로 하여 헐벗었던 산들에도 먹이풀이 숲을 이루었다.

풀판사이로 난 방목길로 염소떼들이 흰 구름송이마냥 천천히 움직이고있었다.

안개발이 피여오르는 청풍덕주변 산기슭에는 톱날산발에 어울리게 뾰족지붕을 한 반귀틀식 아담한 목조건물들이 동화에 나오는 신비로운 집들처럼 아침해빛에 자태를 드러내였다.

길이가 수십메터씩 되는 그 멋진 목조건물들에서 염소들이 떼지어 나오는것을 보면 분명 염소우리였다.

맞은켠 언덕에는 방목공들의 살림집과 합숙인듯 한 고깔식지붕의 아담한 주택굴뚝들에서 밥짓는 연기가 곧추 떠오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한 한폭의 그림같은 염소목장촌을 만족한 눈길로 둘러보시다가 아침해빛에 이슬이 반짝이는 풀밭에 들어서시였다. 그리고 무릎을 치는 재배풀숲에서 풀가지를 몇대 꺾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첫눈에도 그 풀들이 염소들이 잘 먹는 만문한 오리새와 자주꽃자리풀임을 알아보시였다.

찬바람 부는 이른 봄날에 여기에 왔을 때는 부업밭뚝에서 얼마간 자라던 그 영양가있고 소출이 많은 집짐승먹이풀이 온 청풍덕구릉지대에 무연하게 펼쳐진것을 보니 감개무량하시였다.

며칠전에 청풍덕에 먼저 내려온 주광훈을 비롯한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도당일군들, 차원중과 축산부문일군들이 황황히 그이를 마중하러 달려나왔다.

그이께서 한밤중에 평양을 떠나 이른아침에 청풍덕에 도착하실줄은 미처 예견하지 못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의 뒤켠에 서있는 라충연을 향해 손짓하시였다.

《염소목장촌의 주인들이 앞에 나서라구. 어떻게 지었는지 들어보기요.》

《장군님… 목장이 아직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라충연이 겸손하게 말씀올렸다.

《일없소. 겉보기에도 벌써 맘에 드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칭찬부터 하고싶으시였다. 도당위원회가 이 깊은 산중의 덕지대에 염소목장촌을 꾸리는 과업을 반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해제낀것이였다. 그것도 광포원료기지와 송전만소금밭, 성천강제방과 같은 대자연개조공사와 중소형발전소들을 건설하면서 해냈다.

《도자체의 힘으로 이만한 목장촌을 꾸리자니 헐치 않았겠소. 이제 돌아보기요. 부족되는 점이 있으면 나랑 같이 퇴치해서 온 나라에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르는 본보기목장을 만들자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원중에게 몸을 돌리시였다.

《축산국장동무, 왜 최인섭동무가 안 보이오?》

《그 동무는 보름전에 추성리에 돌아갔습니다.》

《갔단 말이요?…》

그이께서 서운해하시자 라충연이 대답올렸다.

《장군님, 황해북도당 책임비서동무가 자기네 보배덩이풀박사를 우리 도에 뺏길가봐 승용차에 태워 데려갔습니다.》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풀판조성에서는 황해북도가 함남도에 뒤져선 안되지. 그래 충연동무네는 그 풀박사한테서 배운게 많지?》

《예, 그 동무가 우리 도축산부문 사람들의 눈을 틔워주었습니다. 이 청풍덕풀판은 그 동무가 우리 사람들을 데리고 조성한것입니다. 집짐승먹이풀에서는 모르는게 없이 박식한데도 겸손하고 성실한 학자였습니다. 새벽부터 산판에 올라가서는 달이 있으면 밤늦게까지도 내려오지 않고 일하군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의 감동어린 말에 수긍하시였다.

《그 풀박사가 진짜배기애국자입니다. 그 동무는 어데 가나 풀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난 추성리에 가서 최인섭동무가 집짐승먹이풀을 재배한걸 보고 풀과 고기를 바꾸는 우리 당 축산정책의 정당성을 다시금 굳게 확신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이와 차원중을 앞세우고 청풍덕염소목장을 돌아보시였다. 염소우리들과 착유실, 젖가공실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고 방목공들의 살림집과 청년합숙에 들어가서는 온돌까지 짚어보시였다. 염소우리를 밀페식으로 하지 말고 가스가 잘 빠지고 통풍이 되게 개방식으로 짓는 문제며 착유기와 염소순종문제, 풀베기와 풀저장, 순환식방목에 의한 풀판의 합리적리용에 이르기까지 그이께서는 목장운영과 관련한  선진축산기술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일군들을 일깨워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경사급한 방목길을 다니시면서 청풍덕주변 산릉선에 조성한 풀판들까지 돌아보셨을 때는 한낮이 기울었다.

너럭바위에 걸터앉으신 그이께서는 이마에 흥건히 내돋은 땀발을 훔치고 차원중에게 물으시였다.

《축산국장동무는 어떻소? 이 청풍덕염소목장에서 방식상학을 해도 되겠습니까?》

《예, 잘 꾸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왔던 스위스축산전문가들도 감탄을 했습니다.》

《참, 그 사람들이 왜 청풍덕에서 인차 갔습니까?》

《스위스전문가들은 여기 와서 식물학박사인 최인섭동무가 풀판조성을 우리 나라 산지실정에 맞게 잘하는것을 보고 조선에도 이런 축산기술자가 있는가고 하면서 아주 감탄했습니다. 그들은 염소증식기술과 젖가공기술경험을 협조하고는 스위스에서 가지고온 여러톤의 풀씨를 차에 싣고 신흥염소종축장에 갔습니다.》

《그 사람들이 수고를 하는구만. 먼 알프스땅에서 우릴 도와주려고 왔는데 불편없이 지내게 해야 합니다.》

그이의 말씀에 라충연은 가책되는듯 솔직히 대답올렸다.

《장군님… 청풍덕이 함흥에서 먼 산골이다보니… 저희들이 스위스축산전문가들의 숙식조건을 잘 보장해주지 못했습니다. 군려관에서 림시 올려온 나무침대는 딱딱해서 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었습니다. 빵이 떨어져 풋강냉이 삶은것과 올챙이국수를 대접한적도 있었습니다.》

《풋강냉이철에 만들어 먹는 올챙이국수가 그 사람들의 구미에 맞았소?》

김정일동지께서 웃음을 지으시자 차원중이 말씀올렸다.

《장군님, 스위스축산전문가들은 올챙이국수를 무슨 진귀한 음식처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들은 산중생활에 숙달되였다고 하면서 자기네는 시련을 겪는 조선을 리해하고 협조하러 왔기때문에 그쯤한 불편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우의가 깊은 사람들입니다. 국장동무는 내쳤던김에 스위스축산협조성원들의 조선방문인상담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차원중은 언제부터 말하고싶었던듯 몸가짐을 바로잡고 입을 열었다.

《올리비아 패쓸래르단장은 승용차로 중부산간지대의 도로를 따라오면서 주변산발을 유심히 관찰해보았습니다. 나중에 청풍덕염소목장까지 와보고는 감탄하면서 조선이 오래지 않아 세상사람들이 놀랄만 한 축산물생산국이 되겠다고 진심으로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어떤 가능성에서 그런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웃몸을 제치고 호방히 웃으시였다.

《올리비아단장은 그 가능성을 세가지로 꼽았습니다. 첫번째는… 조선이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령도를 받기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축산업이 발전한 유럽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정치를 잘한 왕들이나 황제, 대통령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렇게 구름이 허리를 치는 산정에까지 올라 목장을 건설하게 하고 집짐승먹이풀을 손수 채집하면서 축산업에 관심하고 자기 인민의 식생활에 마음쓰시는분은 조선의 김정일장군님밖에 없다는것입니다.》

《그런 말은 그만두고… 그다음 가능성이 흥미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량팔을 가슴에 얹고 들을 차비를 하시였다.

《두번째 가능성은 조선이 자기네 스위스처럼 축산업공간이 될 산이 많고 경치가 아름다운데다가 기후가 좋고 개척할수 있는 풀판잠재력이 대단하다는것입니다. 스위스산지 풀판들에서 자라는 오리새와 자주꽃자리풀, 전동싸리, 붉은토끼풀같은 영양가 있는 재배먹이풀이 조선산들에서도 잘 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럴뿐만아니라 우리 나라 산지들에는 자연상태로 내버려두어 그렇지 집짐승먹이로 리용할수 있는 질좋은 토종풀들이 많은게 부럽다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산지축산의 우월성을 옳게 분석하고있구만.》

《세번째 가능성은 조선사람들이 아주 검박하고 근면하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겠다는 정신이 강하다는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사람들이 강냉이가루를 넣은 풀죽 한그릇을 먹고 종일 잡관목을 베고 풀씨를 심는것을 보고 몹시 감동한것 같습니다. 자기네 스위스는 옛날 유럽에서 못살고 류랑하던 사람들이 누구도 가지 않는 알프스산지에 모여들어 세운 나라라고 하였습니다. 스위스도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웠던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축구운동장도 뚜져서 감자를 심어먹었다고 합니다. 스위스에서 풀판을 조성하고 축산이 오늘처럼 발전하기까지는 100년이 더 걸렸답니다. 그러나 조선사람들은 소박하고 근면한데다가 축산열의가 높고 단결되여있기때문에 꼭 가까운 앞날에 산지들마다 풍요한 풀판이 생겨나고 염소와 양떼가 구름처럼 흐르게 될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고무적이고 힘이 되는 반영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는 일군들을 둘러보고나서 신중한 어조로 차원중에게 물으시였다.

《축산국장동무는 스위스전문가들의 좋은 인상담만 옮기는데 그들이 우리의 결점을 피력한건 없습니까? 있으면 여기 중앙의 간부들이 다 알게 말하시오.》

차원중은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좋은것만 말하고 칭찬만 하는것은 진정으로 협조하는 정신이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 결함을 몇가지 이야기하였습니다.》

《어서 말하오. 사람이 귀맛좋은 소리보다 결함을 따끔하니 찔러줘야 고치고 발전하는것처럼 국가도 마찬가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재촉하시였다.

《그들은… 조선에 와보니 유럽사람들이 부러워할만큼 산천이 아름다운 나라인데 잘 가꾸지는 못했답니다. 가물과 홍수피해의 후과이긴 하겠지만 나무없는 벌거벗은 산들이 많고 릉선과 비탈지들에 제나름으로 뙈기농사를 해서 농작물을 별반 거두지 못하면서 아까운 토양만 침식시킨답니다. 경사진 그런 땅들이 다 사료풀과 유용수림이 꽉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집짐승먹이풀의 높이가 적어도 15~20cm이상 되면 사태도 안 나고 점차 땅이 비옥해지면서 골짜기물도 맑아진답니다.》

《귀담아 들어야 할 말입니다. 우리 나라 산들에는 나무숲이 적습니다. 지난날 왜놈들이 산림을 마구 채벌한데다가 전쟁시기에는 산들이 불에 탔소. 반세기 넘도록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으로 줄창 연료, 원료난을 겪다보니 산에 나무들이 많이 없어졌지. 산이 많은 우리 나라는 산을 아끼고 가꿔야 산에서 혜택을 받을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에서는 일찌기 대자연개조방침을 내놓은것입니다. 하루빨리 산지들에 풀판을 조성하고 나무숲을 자래워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향해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하시고 차원중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그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장군님… 올리비아단장은 청풍덕염소목장에 있어보니 자기 집 개인소유의 염소 아홉마리를 죄다 목장에 바치고 방목공이 되여 열심히 일하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방목공들과 착유공들, 젖가공실로동자들을 내놓고는 목장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거나 모여서 한담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단장의 견해는 목장지배인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 말고 풀판을 관리하고 거름내고 풀베고 사료저장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겨울이 길어서 여름철이면 사람은 물론 염소들까지 제 먹을걸 나른다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은 적고 일 시키는 사람이 많아가지고는 염소젖과 고기, 치즈 같은 축산물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을뿐아니라 나중에는 염소목장이 조락될수 있다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중한 기색으로 머리를 끄덕이고 둘러선 일군들을 돌아보시였다.

《어떻습니까. 단단히 참고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까?》

주위에는 잠시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누구도 대답을 못하는 가운데 라충연이 자책어린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군님… 이건 비단 청풍덕염소목장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고 도내 공장, 기업소, 농촌들에 일반적으로 나타나고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도당책임비서가 옳게 인정했소. 이건 현상적인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내재하는 하나의 병패라고 할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그이께서는 나직하나 엄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어델 가보나 정직하게 뼈심을 바쳐 일하는 부지런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많지만 반면에 그런 근면한 사람들이 이룩해놓은 생산물을 헐하게 나눠먹는 불로소득자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붉은기를 추켜들고서 정열적으로 로동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의 등에 업혀 더부살이하는 식객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난의 행군>을 빨리 끝낼수 없게 되고 종당에는 국력이 약해질수 있습니다. 평균주의는 금물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로동의 량과 질에 따르는 엄격하고도 공정한 대가를 받도록 해서 누구나 자신과 집단과 조국을 위해 성심껏 일하게 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향해 열정적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청풍덕염소목장에서 전국적인 방식상학을 합시다. 중앙의 일군들과 각 도, 시, 군당책임비서들을 모두 부르시오. 행정경제기관 책임일군들과 축산부문 일군들을 다 참가시켜 배우게 하시오. 나는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르는 문제를 나라의 부강발전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만년대계의 사업으로 높은 수준에서 벌리려고 합니다. 인민들에게 젖제품과 고기를 넉넉히 먹이고 식생활을 개선할 때까지 풀과 고기를 바꾸는 정책을 끝까지 내밀자는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그런것만큼 동무들은 방식상학이나 하고 구호나 몇번 부르고 물러서서는 안됩니다. 우리 일군들은 무슨 일이나 오분열도식으로 하다가 중도에서 줴버리는것이 제일 큰 결함입니다. 일찌기 수령님께서 풀과 고기를 바꾸는 축산정책을 내놓으셨을 때부터 일군들이 지금까지 근기있게 벌려왔더라면 우리도 스위스못지 않은 축산물생산국이 되였을것입니다. 그 나라를 보시오. 100년나마 물러서지 않고 지그시 내밀어 오늘과 같은 성과를 이룩하지 않았습니까. 스위스사람들이 풀을 가지고 젖과 고기를 해결하고있는데 우리가 왜 못하겠습니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까 축산국장동무가 말한것처럼 우리한테는 풀판잠재력이 크고 자립정신이 강한 근면한 인민이 있고 당의 옳바른 령도가 있습니다. 동무들은 나와 함께 불타는 조국애와 헌신성을 가지고 수령님의 유훈인 풀과 고기를 바꾸는 축산정책을 기어이 관철해나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의 배웅을 받으며 야전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다가 라충연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내 아침에 오다가 염소방목을 나가는 조문길이를 만났댔소. 일을 잘하는것 같더구만.》

《예. 문길이는 똑똑하구 성실한 청년입니다.》

라충연이 긍정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내가 이른봄에 청풍덕에 올라왔을 때는… 골짜기에 눈이 채 녹지 않았구 잡초만 무성했소. 사람이 없을줄 알았는데 글쎄 부업지산막에 그 젊은이가 혼자 살지 않겠소. 함흥에서 부모를 잃구 산중부업지에 와있으면서도 고향사람들을 위한 생각이 가득한걸 보구 무척 감동했더랬소. 내 그래 문길이한테 청풍덕에 염소목장을 건설해주마고 약속했지. 그때는 문길이가 여윈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구 차림새도 말이 아니였는데 오늘 보니 아주 멀끔해졌더구만.》

《장군님, 도당에서는 문길이를 공부도 시키구 래년에는 스위스에 축산실습을 보내려구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라충연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래, 도당에서 관심을 돌려 훌륭한 목장일군으로 키우라구. 그런데 책임비서동무는 문길이한테 처녀가 있는걸 압니까?》

라충연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모르는구만. 약속한 처녀가 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으시였다.

《마음씨가 수더분하고 아주 든든한 체격을 가진 산골처녀요.》

《장군님, 혹시… 진애를…》

《옳소. 이름이 진애요. 온 가족이 집에서 기르던 염소들을 가지고 목장에 자원해들어왔다고 하더구만.》

《진애는 청풍덕목장에서 <보배처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좋구만. 책임비서동무, 혼사를 성사시키오. 문길이는 부모가 없으니 당에서 결혼식을 해주자구. 례장감이랑 잔치상을 내려보내주겠소. 충연동무가 내대신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시오. 앞으로 그들부부를 훌륭한 축산전문가로 키웁시다.》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충연은 목메여 대답올렸다.

주위에 둘러선 일군들도 격정에 휩싸였다.

흰구름이 떠가는 푸르디푸른 하늘에서는 눈부신 해살이 청풍덕을 어루만지고 바람결은 싱그러운 향기를 실어왔다.

산비탈길에서 두사람이 이쪽으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들은 산판을 어떻게나 헤매다녔는지 어깨죽지와 팔소매가 찢긴 옷을 입고있었고 신발코숭이도 꿰졌다.

《장군님!…》

얼굴이 볕에 탄 체소한 사람이 허리굽혀 인사를 올렸을 때에야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성모를 알아보시였다.

《시당책임비서동무구만!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소.》

그이께서는 감격하여 어쩔줄 모르는 한성모의 꺼칠한 손을 잡아주시고 그의 곁에 선 송건식에게 얼굴을 돌리시였다.

《시행정위원장 송건식입니다.》

한성모가 그이께 말씀드렸다.

《이름을 들었소. 광포원료기지를 책임지고 건설한 동무지. 수고가 많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건식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지금 어데서 오는 길입니까?》

대흥령쪽에서… 산발을 넘어옵니다. 청풍덕염소목장에 들려… 아침밥을 얻어먹으려댔는데 장군님께서… 오셨다구 하지 않겠습니까.…》

기쁨에 취한 한성모가 눈물이 글썽해서 말을 더듬는것을 보고 라충연이 그이께 조용히 말씀드렸다.

《이 동무들은 며칠째 함흥시 염소목장을 건설할 부지를 찾아 도내 산지를 다니고있습니다.》

《음, 풀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르는 정책관철에 책임비서와 행정위원장이 앞장섰구만. 괜찮아.》

김정일동지께서는 두 일군에게 정겨운 눈길을 보내시였다.

《그래, 방목지 할 땅을 찾아냈소?》

《예, 저희들은 함주군과 영광군, 평남도 대흥군이 린접하는 무인지경 삼각지대에서 염소목장을 건설할 굉장한 미개척지를 발견했습니다.》

한성모는 안주머니에서 여러겹 접은 커다란 종이를 꺼내 그이께 보여드렸다.

《대흥령막바지골안이구만. 여기 천의산일대는 해발 1 200m가 썩 넘는 등판이지?》

김정일동지께서 대충 그린 종이장의 지형을 알아보시자 한성모는 신이 나서 큼직이 동그라미친 염소목장구역을 가리키며 설명해올렸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종달골지구에서 100리나마 걸어서 황봉에 올라가니 잡관목이 우거진 밋밋한 천의산등판이 쭉 펼쳐지지 않았겠습니까. 종달골지구와 세골지구, 황봉지구를 포괄하는 150리륜환선도로를 내고 방목길을 닦으면 대략 1만정보되는 큰 방목지를 얻어낼수 있습니다.》

《음, 잡도리를 본때있게 하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해서 물으시였다.

《그래 목장건설은 어떻게 하겠소?》

《우선 해발고가 높은 종달골지구에 종축장과 이동방목지를 만들고 륜환선도로를 따라가면서 50개의 염소분장을 전개하겠습니다.》

《건설로력은… 시민들을 동원해야지?》

그이의 물으심에 종지장귀퉁이를 잡고있던 송건식이 힘있게 대답올렸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우리 함흥시내 공장, 기업소들은 힘이 있기때문에 분장을 하나씩 맡겨주면 빠른 시일내에 해제낄수 있습니다. 길닦기와 전기공사, 염소우리와 살림집, 방목공합숙건설을 여기 청풍덕에서처럼 립체적으로 벌리겠습니다.》

《각오가 좋구만. 통이 크고 공격적이야. 시당책임비서가 지난 겨울에 만났을 때보다 사람이 아예 달라졌소. 마음에 드오. 성장했거던. 동무들이 난관에 주저앉지 않고 그런 창조적인 구상과 배짱을 가지고 앞장서나가면 함흥로동계급이 못해낼 일이 없을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정 기쁘시여 도당책임비서를 돌아보시였다.

라충연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장군님… 한성모동무와 송건식동무도 광포원료기지건설과정에 장군님께서 주신 <고난의 행군>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했습니다. 정말이지 이젠 어떤 난관도 뚫고나갈수 있습니다.》

《광포… 그래, 동무들이… 함흥사람들이 그동안 광포에서 고생을 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멀리 산발너머에 추억깊은 눈길을 보내시였다.

《원료기지에 벼가 잘됐다지?》

그이의 물으심에 한성모가 자부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올렸다.

《장군님, 손가락같이 실한 벼대들에 굵은 이삭이 쭉 팼습니다. 벼가 영글면 감탕논바닥이 꺼질것 같습니다.》

《내 앞으로 광포에도 가보겠소. 함흥사람들이 강추위와 식량난을 이겨내면서 건설한 원료기지인데 가봐야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승용차의 차문에 한손을 얹으시고 헤여지기 서운해하는 라충연이와 한성모네들을 따뜻한 눈길로 둘러보시였다.

자, 난 떠나겠소. 또 만나기요. 동무들은 강심을 먹고 나와 같이 대오의 앞장에서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계속해나가자구. 조국의 부강을 위해 신심을 가지구 전진하기요. 함경남도에서 엄혹한 난관의 겨울을 이겨낸 봄의 교향곡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야전승용차는 청풍덕산정을 떠났다.

멀리 구름뭉치가 떠도는 연푸른 하늘을 꿰지르며 기복이 날카로운 산봉우리들이 첩첩히 늘어섰다.

승용차는 폭풍에 뒤설레는 드높은 물결과도 같은 그 험준한 산발을 휘감은 띠오리길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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