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14

        장편소설

 

 

                                     석  윤  기  

 

( 제 50 회 )

 

19

 

세번째로 유경무가 보내는 물자를 접수하러 갔던 장경수는 500컬레의 로동화와 돛천 한퉁구리, 광목 스무필 그밖의 물자들과 함께 리성림의 통신을 가지고 돌아왔다.

물자들은 전번과 마찬가지로 물홈골짜기부근의 비밀장소에 일단 묻어두고 왔다는것이였다.

《성림동무가 그 물건을 나르는 인부들속에 섞여있었습니다. 상당히 급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장경수는 통신을 접수하던 경로를 보고드리면서 고개를 기웃하였다. 느낌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유통사의 간청도 있고 적들의 움직임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다 어차피 그들 문제를 처리해야 할것이기때문에 얼마전에 유경무를 먼저 돌려보내시였다.

돌려보낼 때도 데리고올 때와 같이 일단 남쪽으로 숲속을 따라 빙빙 에돌아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서 문득 우심산기슭에 나가게 함으로써 후날 그가 다시 찾아오고싶어도 찾아올수 없게 로정을 정하였다.

그와의 련계를 취한것은 주로 장경수였다.

유경무는 떠난지 닷새후에 충실하게 물자를 가지고왔고 그 다음에도 정한 시간에 약속된 물자를 가지고왔으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약속을 리행하였다.

바로 며칠사이에 어김없이 꼭꼭 물자가 온다는것자체가 하나의 문제점이기도 하였다.

유경무가 돌아갔을 때 적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그 일을 조직하는데 유경무뿐아니라 현경찰국장이 직접 간참하고있겠으니 일정한 정도로는 담보가 있다고 볼수도 있었다. 그러나 왜놈들이 전혀 아무런 눈치도 못챘을수는 없는것이다. 전에 보내온 공작조의 통보에 의하면 특수선무공작반에서는 일부러 모른체하고 앉아있으면서도 유경문의 동태를 날카롭게 살피고있으며 유경문은 유경문대로 그런 속에서 자기 관하 경찰 무력을 풀어 우심산지구에 든든한 경계망을 펴고있다는것이였다.

그런속에 리성림이가 물자운반에 직접 끼여들었다면 이것은 적들의 일정한 움직임을 말해주는것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무엇때문에 박인섭이를 통한 정상적인 통보체계를 밟지 않고 직접 장경수를 만나는것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하는가?

해답은 역시 통신자체의 내용에서 찾아야 할것이였다. 통신내용은 대체 다음과 같은것이였다.

- 관동군 특무기관은 유경무가 돌아왔으며 그를 통하여 물자가 유격대로 들어간다는것을 알고 여러 갈래로 특무들을 포치하였다. 우심산에 간 인부들은 절반은 유경문의 밀정이고 절반은 특수선무공작반의 밀정이다.

- 유상춘이 석방되여 돌아오는 날이 현경찰《토벌대》의 공격 날자로 될것이다.

- 일제는 할힌골에서 대타격을 받고 최종적인 전투를 계획하면서 안도, 화룡 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을 획책하고있다.

새로운 부대가 길림방향에서 증원되여온다고 한다. 구체적인 시일은 추후로 통보하겠다.

그런데 바로 추후로 통보하겠다던 그 구체적인 시일이 끝머리에 찍혀져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것이다. 처음에 공작조를 통하여 보내기로 하고 작성된 통보였으나 적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자 사전에 그것을 사령부에 통보하기 위하여 모험을 한것이였다.

날자는 사흘밖에 여유가 없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통신을 불사르신후 오전중 내내 적들의 새로운 기도를 어떻게 짓부실것인가를 생각하시였다.

7련대는 지금 와룡호방향으로 진출하면서 집단부락들을 들이치고 간데족족 조직들을 일으켜세우고있다. 8련대 역시 2도구, 3도구, 양초구 방향에서 적극적인 군사정치활동을 벌리고있다.

그 부대들을 하루사이에 부를길은 도저히 없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당면하여 각 부대들에서 수행하여야 할 임무를 주신 다음 오백룡을 부르시여 당장 고동하방향으로 떠날 차비를 하라고 지시하시였다. 성원은 강철룡을 책임자로 하여 10명을 넘지 않도록 조직하라고 이르신후 자신께서 부대들을 다녀오실동안 뒤일을 오백룡에게 책임지우시면서 김준삼공작조와의 련계를 정상적으로 가지도록 만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당부하시고 김정숙동지께와 옥금에게 지금 진행중인 동복제작을 시급히 끝내도록 다시한번 강조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점심식사를 마치시자마자 곧 길을 떠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일행과 함께 적의 군사거점과 병참기지들에 대한 공격을 더욱 적극화할데 대한 명령을 가지고 7, 8련대로 떠나는 통신원들도 출발하였다. 각 방면군부대들이 한꺼번에 힘을 모아 도처에 널린 적들에게 결정적인 공격을 들이댐으로써 이해 여름에 놈들이 꾀하는 전략적기도를 결정적으로 짓부실 시기는 마침내 온것이다.

호위성원으로서 강철룡이 책임진 기관총수 다섯명과 세 전령병, 여기에 전날 김준삼소부대에 속하여 고동하일대에서 활동한적이 있는 두동무가 길안내로 따라섰다.

고동하의 흐름은 그사이 여러 차례의 큰비에 불어나서 전날 김준삼소부대가 활동하던 로정을 그대로 따라갈수 없는데가 많았다. 숲은 더 울창해졌다.

그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그냥 길을 재촉하시였다. 길안내가 떨떨해서 강기슭을 오르내리면 사령관동지께서는 몸소 지도를 펴놓으시고 길을 정하군하시였다.

밤이 들어가지고도 행군을 멈추지 않으시였다. 달이 높이 솟아오르기전 얼마동안만 우등불곁에서 대원들을 잠재우신 그이께서는 지도와 수첩을 펴놓으시고 작전을 구상하시였다.

일행은 이튿날 점심참이 못되여 주영찬부대에 도착하였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의에 도착하신 사령관동지를 뵈옵고 주영찬은 어쩔바를 몰라하였으며 강철룡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귀속말로 묻군 하였다. 그러면서도 오래간만에 그리웁던 사령관동지를 뵈옵게 된 행복감때문에 그는 커다란 몸을 어떻게 건사할지 몰라 두손을 맞비비며 그이곁을 서성거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지간의 전투보고를 들으시고나서 우선 이웃부대들에 통신원을 보내여 지휘관들을 부르도록 하시였다. 한편으로는 당장 출발할수 있게 부대의 전투준비를 갖추도록 하시였다.

주영찬은 사령관동지의 분부로 보나 수행해온 호위성원들의 긴장된 표정으로 보나 무슨 일인가 벌어질 모양이라고 넘겨짚고 그도 긴장되여 돌아쳤다.

밤중에 최서범사단장을 비롯한 1방면군과 3방면군산하의 지휘관들이 도착하였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사령관동지께서는 주영찬과 함께 부대를 돌아보시였다.

《주영찬동무, 전투를 큼직하게 한번 해야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주영찬은 그이의 심중하신 어조에 저도모르게 긴장되는것을 느끼며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씀드리였다.

《적들이 지금 안도-화룡 방향으로 큰 <토벌>무력을 새로 증강시키려 하고있습니다. 그놈들을 쳐없앨뿐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의 전반적전략을 총파탄에로 이끌도록 진공전투를 대대적으로 조직해야겠습니다.》

《그럼…》

주영찬은 말씀자체의 뜻보다도 이 기회에 해명을 받고싶은것이 있어서 말끝을 흐리였다.

《전날 통신원편에 보낸 동무의 보고도 보았고 직접 그 동무한테서 형편이야기도 대개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여기까지 말씀하시고 먼산을 바라보시였다.

주영찬은 언젠가 남패자의 뒤언덕 갈대숲속에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던 날을 생각하였다. 그때로부터 1년도 채 못지났는데 자기가 아직 립장이 철저하지 못하여 그이께 또 심려를 끼쳐드리는것만 같아 절로 몸이 옹송그려졌다.

《지금은 문자 그대로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흔들리는 시대입니다. 사령부와 멀리 떨어져있는 일부 동무들이 갈피를 못잡을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왔으니 오늘저녁 모두 모이면 허심하게 의견을 나누어봅시다. 나는 편지를 통하여 주영찬동무가 이 문제에서 확고부동한 립장에 있다는것을 알고 무엇보다도 반가왔습니다.》

겸허하신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어나가시는 김일성동지의 한마디 한마디 말씀은 주영찬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지난날 마인구철교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을 때 자기에게 가해지던 가혹한 비판의 말들이 오늘날에는 차라리 가벼웠던것처럼 생각되였다.

《사령관동지, 저도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신념이 부족하기때문에…》

주영찬은 떨리는 목소리로 웨치다싶이 말했다.

《됐습니다.》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주영찬의 커다란 손을 더듬어잡아주시며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이렇게 정세가 복잡할 때 흔들리기가 쉽습니다. 준비된 동무들도 얼떨떨해질수 있습니다. 그런 동무들을 제때에 도와주어야 합니다. 근본은 명백합니다. 우리 혁명은 우리 손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나라 혁명도 지원해야 합니다. 세계혁명이 승리하는 날까지 우리에게 휴식이란 있을수 없습니다. 편안하기를 원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죽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날 저녁 각 부대 지휘관들이 모여왔을 때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지간 각 부대들이 북대정자회의결정을 받들고 싸워온 전투로정을 보고받으신 다음 성과와 부족점을 일일이 갈라주시고 이어 새롭게 변천된 국제국내정세를 풍만한 자료로 렬거하시면서 예리하게 분석하시였다. 계속하여 자기 힘으로 해방을 이룩하려는 우리 혁명의 시종일관하고 확고부동한 방침을 다시한번 밝히시면서 당면하게 조선공산주의자들앞에 나선 민족적임무와 국제적임무를 제기하시였다.

최서범, 주영찬을 비롯한 많은 지휘관들이 토론에 참가하여 지나간 전투로정을 자기비판적으로 총화하였으며 사령관동지께서 다시금 밝혀주신 투철한 방침을 받들고 군사정치활동을 더욱 힘있게 벌려나갈데 대한 결의를 다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앙양된 회의분위기속에서 미리 준비하여가지고 떠나시였던 명령서를 하달하시였다.

전체 부대 지휘관, 병사들에게 보내는 그 력사적인 명령서에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여있었다.

 

…자기 조국의 독립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용감하게 투쟁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전사동지들과 당, 군정 간부들은 철석같이 단결하여 조중인민의 공동의 원쑤 일본제국주의강도들을 반대하여 9년간이나 간고하고도 치렬한 투쟁을 전개하여왔다. 그동안 강도일제는 아군의 부단한 공격에 의하여 수만명의 유생력량과 수많은 전투기자재들을 손실당하였다. 강도 일제의 대중침략전쟁이 중국공산당의 령도하에 8로군을 핵심으로 한 광범한 중국인민의 혁명력량에 부닥치여 계속 파탄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또다시 형제적몽고인민공화국을 침공하고있다. 일제의 몽고인민공화국에 대한 침공은 나아가서 쏘련령토내에 침입하여 씨비리 철도간선을 절단하며 쏘련으로부터 원동을 떼여낼것을 목적하고있다. 이것은 바로 1938년 8월 일제의 쏘련 연해주남단 하싼호침공의 연장이다…

 

명령서는 일제가 당한 치명적인 타격에 언급하고나서 다음과 같이 계속하였다.

 

…쏘련인민과 붉은군대는 일제강도들의 어떠한 공세라도 제때에 박멸하리라는것은 추호도 의심할바 없다… 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할 때는 왔다. 자기 조국의 민족적독립과 해방을 위하여 투쟁하는 조중인민이… 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하며 형제적몽고인민의 정의의 전쟁을 원조하기 위하여 일제의 후방인 조선과 동북에서 놈들의 뒤통수를 때려부시는것은 가장 영광스러운 투쟁인 동시에 긴급하고도 신성한 의무로 된다…

 

명령서는 계속하여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각 부대와 매개 지휘관, 병사들앞에 나서는 과업을 제기하고 마감으로 항일무장투쟁의 종국적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심을 피력하였다.

전투조직이 끝났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통쾌하신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제놈들의 새로운 침략기도를 이룩할 때까지 우리들을 좁은 지역에 봉쇄해놓고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하나하나 소멸하겠다는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들더러 가만있어달라는것이 그놈들의 희망입니다. 천만에! 우리는 이와 같이 그놈들이 딱 싫어하고 바라지 않는 일만 할것이며 치되 제일 아파하는데를 칠것입니다. 이제 동무들이 대전자일대에서 놈들의 증원부대를 들이치고 빈돈선과 길회선을 마비시키며 한편 7, 8련대동무들이 화룡지구에서 대대적인 진공전투를 벌린다면 제놈들이 더 큰 무력을 들이밀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그런데 그 무력을 어디서 빼오겠습니까? 결국 놈들의 침략기도는 중국전선이나 몽고전선이나 총파탄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전투를 통하여 우리가 민족적임무와 국제적임무를 다같이 훌륭하게 수행한다는것을 말하여줍니다.》

회의참가자들은 우렁찬 박수로써 그이의 웅대하고 심원한 전략적구상에 열렬히 호응하였다. 이어 각 부대들은 명령을 받들고 모두 그날밤과 이튿날아침까지 용약 싸움터를 향해 떠나갔다.

이튿날 벌써 대전자에서 사령관동지의 력사적인 명령을 받들고 첫 전투의 봉화가 터져올랐으며 다음날 수송도중인 적 가와사끼부대를 대전자부근의 15리도로구간에서 매복습격하여 완전소멸하는 통쾌한 전투가 진행되였다.

계속하여 전투의 불길은 한총령, 한총구, 황구령 전투에로 더 크게, 더 넓게 번져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지휘관회의에서 토의결경된대로 화룡지구에 큰 규모의 진공전투틀 조직하시기 위하여 급히 귀로에 오르시였다.

 

20

 

수련이가 준삼이를 알아보았다는 사실을 가지고 공작조에서는 심각한 론의가 벌어졌다. 박인섭은 무조건 자취를 감추어야 한다고 내우겼으며 최병규는 고개를 기웃거리면서도 역시 안전한 길을 택하는것이 옳다고 말하였다.

성림은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련이가 준삼이를 알아보았다면 결국 자기도 같은 정도로 위험한 셈인데 그래서 두사람 다 몸을 피하게 된다면 공작은 누가 하겠는가 하는 태도였다.

《우리 공작조에서 절대로 안전하다고 볼 사람이야 없지요. 인섭동무는 뭐 그렇게 안전한가요?》

부드럽게 하는 말이였으나 성림의 립장은 확고하였다.

하기는 이제 겨우 발판을 만들어놓은 셈인데 그것을 온전히 한번 리용해보지도 않고 제김에 물러선다는것은 누가 생각하기에도 맹랑한 일이였다.

장시간의 론의끝에 결국 준삼이와 성림이가 언제나 서로 엄호할수 있고 막아줄수 있도록 련계를 취하면서 당분간 적어도 유경무가 마지막 물자를 들여보내는 기회에 시마끼가 꼭 무슨 음모를 꾸밀수 있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공작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정황판단과 처리는 그리 빗나간것 같지 않았다.

준삼은 때마침 신경에서 돌아온 시마끼를 만났으며 이어 가와사끼부대의 이동에 대한 정보를 손에 쥘수 있었다. 그때 성림은 바로 그곁에 붙어다녔다. 그러나 시간이 촉급해서 공작조와 련계를 취할 여유는 없었다. 하는수없이 성림이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물자를 실은 마차를 따라갔으며 거기서 장경수를 만났다. 며칠후 대전자와 대장강에서 가와사끼부대가 전멸되였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준삼은 회파람을 불며 현성거리를 활보하였다.

시마끼는 이와구니로부터도 혼마로부터도 지휘부안에 간첩이 있다고 추궁을 받았으나 실지 그런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와사끼 부대가 아니면 《련합토벌사령부》내에 있을것이라고 내우겼다. 어떤 의미에서 준삼의 안전은 시마끼가 담보하고있는 셈이였다.

어느날 오후였다.

준삼은 시마끼가 혼마나 이와구니의 추궁에 대해 반발은 하였지만 내심 딴 궁리를 할것이 틀림없다고 넘겨짚고 유경무가 유격대에 물자를 들여보내면서 련계를 가지고있는것만큼 그자들형제를 통해서 유격대에 비밀이 들어간다고 보는것이 과학적이며 따라서 그자들을 잡아족칠 필요가 있다는것을 미리 귀띔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동아물산》으로 갔다. 그런데 해빛 안드는 그 우중충한 뒤골목에 낯익은 마차 한대가 서있는것이 보여 몸을 감추었다.

자세히 보니 유경문의 마차였다.

시마끼가 유경문을 찾아갔다면 몰라도 유경문이가 《동아물산》에 나타났다는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시마끼가 벌써 자기가 생각한것과 같은 추리를 하고 잡아족칠 생각을 했는가? 준삼은 본능적으로 신경이 곤두섰다.

그는 옆골목으로 빠져나가 몸을 숨기고 마차의 동태를 살폈다. 마차주인은 인차 나타났다. 그것은 유경문이가 아니라 그의 동생 유경무였다.

《아하》하고 준삼은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저자가 정 급해맞아서 가장 졸렬한 수를 써보자는것이 아닌가? 눈을 처매고 원시림속을 빙빙 에둘러 돌아온놈을 통해서 사령부의 소재지를 알아내자고 들었을수는 없고 혹시 다음물자운반때 <토벌>력량을 들이밀어보자는것인가?》

어쨌든 이 사실은 직접 사령부의 안전과 관련되는만큼 인차 통보를 날려야 할것이다. 그는 그길로 금천동으로 달렸다. 공작조의 련락소는 그후 금천동 뒤산 어느 한 페갱속으로 옮겼던것이다.

한편 《동아물산》의 뒤방에서 유경무를 내보낸 시마끼는 잔뜩 이마살을 찌프리고 습기찬 창밖의 담벽을 뚫어지게 쏘아보고있었다. 겉보기는 매우 랑패한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실상 그는 오늘 예상치도 못한 굉장한 수확을 거둔것이였다.

사실 그가 광산주권때문에 흥정할 일이 있으니 동생을 좀 만났으면 좋겠다고 유경문에게 전화질을 할 때까지만 해도 별 자신이 없었다. 준삼이가 추측한대로 덮어놓고 유경무를 족치면 무슨 단서이든 잡히지 않겠는가 해서 초조한김에 억지공사를 벌렸던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유경문은 자기네가 유격대에 물자를 대주고있는것을 여태 시마끼가 모르겠거니 하고 앉아있다가 그러한 전화를 받고 몹시 놀랐다. 그리고 자기로서는 특별히 감출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물자운반을 하면서도 유격대사령부의 소재지를 탐지할 대책은 다 세우고있으며 이러한 일은 극비에 붙여야 하기때문에 알리지 않았을뿐이라고 저저이 변명하였다.

시마끼는 당신의 생각이나 계획이 그럴듯하다고 일단 추어주고나서 동생을 보내라고 말했다.

불과 몇시간후에 유경무가 사색이 되여 이 방에 나타났다. 그는 시마끼가 묻기도전에 다 알고있는 사실을 거북할만큼 장황하게 곱씹어가며 늘어놓더니 마감에 가서 시마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 한마디를 비쳤다.

《사령부라는데에 숱한 사람들이 찾아옵디다. 군대만이 아닙니다. 농민같은 사람도 있고 인부같은 사람도 있고 신사차림을 한 사람도 찾아옵디다. 물자를 넘겨주는데도 별사람이 다 있었습니다. 여기 우리 광산 있는데서 본 사람도 거기 하나 왔던데요…》

《뭐요? 그게 누구요?》

축음기에 태엽을 감아놓은 다음 소리판이 돌아가는대로 귀를 기울이고있는 음악애호가처럼 듣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듯하던 시마끼가 불시에 물었다.

그 목소리는 특별히 크지도 날카롭지도 않았지만 어느덧 혼자 지껄이는데 익숙해진 유경무는 시마끼가 별안간 이야기에 끼여드는바람에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

시마끼는 다시는 말을 하지 않고 뚫어지도록 유경무의 눈만 들여다보았다. 유경무는 당황하여 제풀에 다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누군지 이름은 알수 없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낯익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어디서 본 사람인지조차 생각나지 않습디다. 워낙 물자를 넘겨주는곳에 유격대가 나와있을것이 뻔하기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였지요. 그런데 전날 거리에 나왔다가 조인식씨를 만났습니다. 그 홍아목재상의 대리인이라는 청년말입니다. 그제야 물자를 넘겨줄 때 본 그 인부생각이 떠오르더란말입니다. 언젠가 금천동에서 리호철씨와 함께 마차를 타고 금천동고개를 넘어서다가 신통히 조인식씨와 같은 사람을 보았단말입니다. 우리는 그때 청지동으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던길이였지요. 헌데 그 사람은 인부란말입니다. 리호철씨는 암만해도 조인식이같다고 세우라는것을 나는 반주를 좀 한 뒤라 취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그냥 마차를 내몰았지요. 아니나다를가 청지동에 가니 그 조인식씨가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그제야 호철씨도 맹랑해서 그런지 다시는 그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하더군요. 헌데 내가 물자를 가지고가서 본 그 인부는 그날밤 조인식씨 비슷하게 생긴 로동자와 함께 가던 사람이더란말입니다. 그날밤 그옆에 또 한사람이 있었는데 그건 나이든 령감같습디다…》

이건 참으로 묘한 이야기다.

시마끼는 더는 유경무의 횡설수설을 듣고싶지 않았으나 실컷 지껄이게 내버려두고 그때부터 생각에 잠긴것인데 그가 돌아간지 이슥한 지금토록 명확한 판단이 가지 않았다.

유경무라는 인간자체가 한번은 술에 취해보았다는것이요 또한번은 유격대에 포위된 상태에서 틀림없이 얼이 빠져보았다는 사람이니만큼 여러가지 의문과 억측이 떠올랐다. 문제는 당장 조인식을 체포하여 달아매면 간단히 의문이 풀릴수도 있다. 그러나 시마끼의 올빼미눈은 여전히 광명이 지나치게 눈에 부신듯 침침한 벽만 바라보며 천천히 끔뻑거렸다.

조인식의 체포는 곧 홍아목재상의 정체를 의심스럽게 하는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이와구니나 혼마로 하여금 자기 목을 어느때나 달아맬수 있게 하는 구실을 줄것이다. 무엇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것인가.

그럴것이 아니라 이 줄을 거꾸로 잘 리용하여 김일성사령부의 소재지를 밝힐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인식이란자가 대체 진짜 공작원은 공작원인가? 그렇다면 응당 홍아목재상의 아들도 그렇다고 보아야 할것이 아닌가.

문득 그의 눈은 둔한 빛을 뿌렸다.

유경무가 숲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밤 태평촌 유가네 집에서 벌어졌던 장면이 떠올랐다. 수련이라는 녀자는 전혀 알 까닭이 없는 홍아목재상의 아들에 대해 분명 필요이상 강한 반응을 보이였다. 목재상의 아들 또한 충격을 받은듯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수련이가 유격대에 잡혔다가 놓여났다는것은 그 녀자가 제 입으로 꺼리낌없이 지껄이고 다니는 사실이다. 물론 수련이라는 녀자는 경박한 소부르죠아 인테리처녀에 불과하다. 그런 계집애가 류행을 따라 사회주의서적을 몇권 읽었다고 해서 대단할것은 없지만 유격대공작원과 련결이 되였다면 내쳐둘수 없는 문제이다.

현상액속에서 흐릿하던 형상들이 차츰 선명하게 인화지에 옮겨지듯 복잡한 사건들의 련관관계와 론리가 뚜렷하게 두드러져올랐다.

시마끼의 올빼미눈은 날카로운 빛을 뿌렸다.

(그렇다고 내가 공개적으로 체포하지는 않을것이다. 나자신이 보고자료를 걷어쥐기전에는 그 누구도 손을 못댄다.)

그는 전화로 금천동 만주광업출장소를 찾았다. 거기 태반의 감독들은 바로 그의 직속 끄나불들이며 광산에는 그의 개인관할하에 있는 비밀감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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