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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14 장편소설
석 윤 기
( 제 49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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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끼는 김준삼이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이자 유상춘의 집에 반드시 무슨 단서가 있을수 있으니 어떻게 하든지 태평촌으로 침투해들어가야 한다고 말하였다. 아직 그자에게 이렇다하게 얽매인것은 없으니 로골적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못하나 상당히 안이 달아난 꼴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호철이가 행방불명이 된 직후에 태평촌일대에 대한 조선인민혁명군의 진공이 있었다. 청지동에서 한개 대대의 손실을 본 사건의 뒤수습도 미처 못하였는데 련속적인 이 타격으로 하여 혼마는 신경으로부터 된 추궁을 받았고 그것은 배가되여 시마끼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로 터져나왔다. 호철의 사건으로 하여 어쩐지 이 모든 불쾌한 사건들이 마치 시마끼 한사람의 실책으로 빚어진듯한 인상을 조성시켰다. 그처럼 무표정하던 시마끼의 가면같은 얼굴에도 감출수 없이 초조감이 드러났다. 그는 《동아물산》의 구석방으로 준삼이를 불러들이였다. 그것이야말로 준삼이가 들어가보기 위하여 그처럼 애쓰던 복마전이였다. 시마끼는 단도직입적으로 조건을 내놓았다. 호철이가 운영하던 광굴이라도 좋고 아니면 국책회사인 만주광업의 주권이나 혹은 다른 어떤 리권이라도 알선해주겠으니 손잡고 일해보지 않겠는가 하는 제의에 대해 준삼이는 시마끼의 신분을 밝힐것을 검질기게 요구한 뒤끝에 특수선무공작반원이라는 진짜 절반 가짜 절반의 고백을 듣자 마치 감격한듯이 자기는 사실 평생 쓰고도 남을만큼 돈이 있는 조건에서 반드시 기업을 하고싶은것은 아니다, 사상범전과자라는것을 아는 조건에서도 자기를 믿어만 준다면 자기는 힘껏 노력해보겠다, 사실 자기는 이러루한 일에 어느 정도 취미도 있고 또 그옛날 《감옥동지》들도 적잖게 있는것만큼 그 줄을 타면 괜찮은 성적을 올릴수도 있을것이라고 장담해나섰다. 시마끼는 그 자리에서 호철이의 무능과 경박성, 치부욕을 욕질하면서 자기가 태평촌 유가네 집을 주목하는 원인을 말하였다. 그의 추리는 일견 그럴듯하였다. 그가 단정하는데 의하면 유격대는 태평촌지구를 치고 유상춘과 그 조카를 끌어갔는데 태평촌일대에서 유상춘의 재산을 몰수하여 분배하고 떠난것으로 보아 다시 태평촌지구에 진출하려고 그자들을 끌고간것은 아니다. 두가지 추측이 있을수 있는데 그 하나는 유경문이가 자기 아재비때문에 현경찰무력을 《토벌》에 함부로 내몰지 못하게 하자는것이요, 다른 하나는 유상춘으로 하여금 몸값을 든든히 물어내게 하자는것일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 관동군으로서 이 사태에 가장 큰 흥미를 느끼는것은 이상 사실로 미루어 김일성유격대가 반드시 멀지 않은 현 관내에 있으며 당분간 더 있을것이라는 그 점이다. 시마끼의 말을 듣고 준삼은 내심 놀랐다. 이놈이 올빼미눈을 해가지고 땅바닥만 내려다보는것 같지만 생각하는것은 제법이다. 《그럴듯한데요.》 하고 김준삼은 감탄한듯이 한마디 하였다. 《그러나 유격대가 현 관내에 있다는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통사네 집에 드나들 필요도 없지 않는가요? 청지동을 치고 일주일이 못가서 태평촌을 쳤는데 그것은 지도를 얼핏 스쳐보면 명백한것 아닙니까?》 시마끼는 무표정하게 준삼을 바라보더니 돌아섰다. 《우리의 추리나 판단은 신문에 발표하기 위해서 필요한것이 아니다. 실제적인 사업을 위해서 필요한것이다. 즉 나의 말은 당신이 이길로 태평촌 유가네 집에 들어가야겠다는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보면 시마끼의 추리는 역시 그럴듯한것이였다. 그러나 준삼이로서는 태평촌에 쉬 들어갈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태평촌전투를 준비하기 위하여 유경무를 내세워 같이 가본적은 있으나 그가 없어진 지금 자기가 그 집에 나타난다면 첫째 유경문이가 이상하게 생각할것이다. 준삼이로서는 시마끼의 과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태평촌 유가네 집의 동태를 살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흔들흔들 현성거리로 돌아다니지만 실상은 다치면 터질듯이 긴장되여 유경문의 동태를 살피고있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유경문이가 태평촌으로 떠나갔다. 부하는 한놈도 안데리고 혼자 마차를 타고 떠난것을 보면 사사로운 걸음이 틀림없다. 준삼은 태평촌으로 그를 뒤쫓아갈 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금천동 목재업자 소가를 불렀다. 금천동에 자기 광굴을 가지고있을뿐아니라 큰 채목공사를 벌려놓고있는 소가는 준삼이를 통해 청지동 일대의 목재채벌허가를 유가에게서 받아내자고 말을 걸어왔었다. 준삼은 그를 유경문이 외출하고 없는 현경찰국으로 데리고갔다. 유경문이 없다는 말을 듣자 소가는 락담해서 준삼이만 쳐다보았다. 여기서 준삼은 내친김에 태평촌에 가보겠으니 그리 알라고 하고 소가의 마차를 가지고 곧장 태평촌으로 달렸다. 성곽처럼 요란하게 큰 유상춘의 집은 예견했던대로 빈집처럼 어수선한 인상을 자아냈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여기에 유경문이가 와있을뿐아니라 사복차림의 시마끼가 먼저 와 앉아있는것이였다. 이놈이 자기더러 들어가라고 다몰아치더니 어느새 배암새끼처럼 먼저 기여든것을 보니 장차 시마끼라는 인간에 대해 더욱 경각성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컴컴한 낯빛으로 긴 안락의자에 나란히 앉아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몸종의 안내를 받으며 준삼이가 들어가니 두사람 다 마지못해 허리를 일으키며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였다. 《국장나으리의 립장은 리해가 됩니다. 그러나 공사를 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마끼의 말이였다. 《나도 다 생각이 있소. 떠든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정군이 어떻게?… 내 불행을 위로하러 왔소?》 유경문은 시마끼의 공박에서 놓여난것이 다행스러운듯 먼저 준삼에게 알은체를 하였다. 그는 시마끼의 정체는 알든 모르든 공식적으로는 《동아물산》의 출장소장이기때문에 태평촌을 습격한 공산유격대를 추격하는 문제를 가지고 계속 론의할수는 없었다. 시마끼도 유경문이가 자기딴으로는 취할만큼 대책을 세우고있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를 독촉하는척하면서 딴 꿍꿍이를 하고있었기때문에 흔연히 화제를 바꾸어 준삼을 맞이하였다. 《정군이 여기까지 온것을 보니 이제는 무슨 유리한 계약이라도 성립된것이 아니요?》 《전혀.》 하고 준삼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못해먹겠다는 시늉을 해보이였다. 《사람의 욕심이란 렴치를 가리지 않는것입니다. 소정간씨가 국장각하와 안면을 익히자고 어찌 졸라대는지… 내가 국장각하의 불행을 로골적으로 이야기할수도 없고 해서 마지못해 말씀이라도 여쭈어보겠다고 하고 이렇게 왔습니다. 실은 만나뵈온적도 오래되고 또 그사이라도 숙부님에게서 무슨 소식이 없었는가 해서 찾아왔습니다.》 《고맙소. 앉으시오. 나는 이미 상복을 입은것으로 생각하고있지요.》 유경문은 수난자처럼 처량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니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어 응접실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사람그림자가 얼씬하였다. 세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차를 들고 들어오는 깨끗한 여름옷차림의 처녀를 보자 준삼은 흠칠하였다. 그와 동시에 처녀도 준삼을 보고 들어오던 걸음을 주춤하였다. 수련이였다. 그 녀자가 유경문의 처제라는것은 그때 산속에서 들은바 있다. 목단강 어디서 학교교원노릇을 한다고 하더니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단말인가. 물론 여기에 오지 못할 녀자는 아니다. 숲속에서 촉망중에 얼핏 만나본데 불과하지만 분명 자기를 알아본듯한 눈치를 챈 준삼은 이러한 정황을 예견하지 못한것을 혀를 깨물고 후회하였다. 그러나 몹시 충격을 준 이 상봉은 그들 두사람의 눈빛속에서만 격렬한 불꽃이 튀였을뿐 한순간에 지나갔고 따라서 다른 사람은 색다른 눈치를 챌 겨를이 없었다. 수련이는 침착하게 두잔의 차를 손님들앞에만 놓더니 자기 형부를 향하여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차 가져와요.》 유경문은 덤덤히 앉아있었고 시마끼는 자기 차잔을 유경문이앞으로 절반쯤 밀어놓았다. 수련이는 가볍게 몸을 날려 문밖으로 사라졌다. 《어서 드시지요.》 준삼이도 자기앞에 놓인 차잔을 어중간하게 밀어놓으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 녀자가 나가서 무슨짓을 할것인가. 혹시 시마끼의 컴컴한 올빼미눈에 이상한것이 뜨이지 않았을가. 유경무를 통하여 알아본바에 의하면 수련이는 그날 자기가 숲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집에 돌아와서 하면서도 유격대에 대해 나쁜 말을 한것은 없었다. 유경문이가 자기 삼촌 유통사와 동생이 끌려간데 대해 한가닥 희망을 품고있는것도 수련이에게서 들은 소리를 적지 않게 믿고있기때문이였다. 그렇지만 철없는 인테리처녀의 신의를 믿고 이 자리에 편안히 앉아있을수는 없지 않는가. 준삼은 이모저모로 불안하였지만 지금 당장은 오직 침착하게 앉아있다가 될수록 자리를 뜨고싶지 않아하는듯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기회를 엿보는수밖에 없었다. 수련이는 인차 차 한잔을 더 가져왔다. 아무런 색다른 표정은 없었으며 시간을 따져보아 그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짬도 있은것 같지 않았다. 그 녀자는 집안이 어수선해서 사람의 마음에 곰팽이가 필 지경이라고 명랑한 어조로 말하면서 창문의 카텐을 젖혀놓았다. 유경문은 여느때와 같이 이마에 굵은 주름살을 새기며 웅얼거렸다. 《네 방으로 좀 나가있거라.》 《그러지 않아도 나가겠어요.》 《허허허, 국장나으리가 공연히 그러십니다. 우리 흥정에 수련씨와 같은 미인이 관계한다면 더욱 뜻있는것으로 될텐데요.》 시마끼는 그 주제에 인사를 차리느라고 격에 맞지도 않는 롱담을 하였지만 유경문의 낯빛은 여전히 흐린 날씨였다. 이때 이 방에 앉아있는 네사람가운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있는 사람은 시마끼 한사람뿐인듯하였다. 보매 그는 자기의 오늘의 행차를 매우 흡족하게 생각하고있는것 같았다. 얼마후 그는 이 집의 벽파당과 후원이 뛰여난 건축미술로써 소문이 높은데 한번 보고싶다고 하면서 사건 당일날 유격대가 들어왔던 길과 마당과 후원, 벽파당을 비롯한 크고 넓은 집안의 구석구석을 쭉 돌아보았다. 벽파당에는 녀인들만이 주인 없는 랭방을 지키고 앉았는데 얼굴에 분칠을 한것은 춘매 한사람뿐이였다. 몸채도 샅샅이 다 뒤지였다. 중문으로 빠져나오다가 헛간곁에서 웬 젊은 녀인이 손님들을 보고 알은체를 하였다. 이 집에서 춘매와 함께 두번째로 화장을 한 녀자였다. 시마끼는 건물과 정원에 대해서는 대단히 흥미를 가진듯이 보였으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은체를 별로 하지 않았다. 별로 수확이 있어보이지도 않는 그 순찰 뒤끝에 시마끼는 인차 돌아가겠다고 허리를 일으켰다. 그러면서 준삼이더러 같이 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마차를 좀 얻어타겠는데 하였다. 준삼은 일부러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시마끼를 걸어가라고 할수 없으니 자기도 이 기회에 작별하겠다고 일어서서 새삼스럽게 소정간의 산림채벌허가문제를 가지고 경찰국에 찾아 가겠는데 언제쯤 가면 적당하겠는가고 물었다. 《나는 오늘 여기서 묵겠소. 그러니 래일 오후나 돼야 국에서 손님을 만날수 있을것 같소. 래일쯤 느지막해서 오시오.》 수련이는 마차옆까지 나와 손님을 배웅하였다. 《자주 오십시오.》 하고 새하얀 이를 절반쯤 드러내보이며 웃을 때 준삼은 그 녀자가 틀림없이 자기를 알아보았을뿐아니라 그때 숲에서 말한대로 유격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떠났으며 그 인상을 지금도 그대로 간직하고있다는것을 느꼈다. 《중문곁에서 만난 녀자 기억이 나오?》 마차가 태평촌에서 십여리나 멀어졌을 때 시마끼는 마부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인상이 생생합니다. 누구입니까?》 《나도 처음 보는 녀자요. 그러나 나는 그게 유경무의 처라고 생각하오.》 《그건 무슨 근거로?》 《내 륙감이요. 유경무가 틀림없이 그집에 들어박혔소. 바로 그때문에 유경문이가 태평촌으로 갔고 그 녀자는 진한 화장을 한거요.》 《그럴듯한데요.》 《유경무가 유격대에 물자를 넘겨주려고 들어온것 같은데 멀리서 동태를 살펴봅시다. 유경문이가 그럴것을 예견하고 덫을 만들고있소. 많은 경찰토벌대를 안도방향과 대마록구방향도로연선으로 내보내여 매복시키고있소. 지금 떠들지 않는것이 좋소.》 《그러나 유경무가 온것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그를 통해 구체적인 작전을 하는것이 좋지 않을가요?》 《유경문이가 들을것 같소? 그자가 엇먹기 시작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소. 걱정없소. 내가 며칠후 혼마사령관과 함께 신경에 올라가서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소. 문제는 그동안에 유격대의 소재지를 똑똑히 찍는거요. 계속 태평촌을 감시하시오. 누구든 숲속으로 갈터이니 뒤를 밟아야 하오.》 준삼은 들을만해 앉아서 입을 다물었다. 적수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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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신경사령부청사에 돌아온 시마끼는 사령부내 장교들의 당황망조한 표정들에도 놀랐지만 부참모장 이와구니소장의 꺼칠해진 얼굴을 보고 더 놀랐다. 언제나 잘 다스려진,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있던 그 퍼르스름한 아래턱은 며칠째 면도날이 가지 않아서 풋밤송이처럼 되였으며 향수내대신 담배진내가 역하게 풍기였다. 그는 밤에도 청사내에 앉아 그냥 화담배만 피워댄다고 한다. 《그래, 그 자리에서 불태우란말이다. 유골만 간편하게 해서 날라오되 일체 비밀에 붙여야 한다.》 이와구니는 수화기를 이 손 저 손으로 바꿔쥐면서 초조한 목소리로 웨쳤다. 상대는 할힌골 6군 지휘부에 나가있는 자기의 대리인 작전참모였다. 가까스로 통화를 끝낸 이와구니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충분히 잘 열려져있는 창문을 다시 와락 열어젖히고 자기 자리에 가 털썩 주저앉았다. 《오기스라는자는 송장을 절반도 못거둔채 노몽한강을 내주었다네. 그놈은 고마쯔하라보다 더한놈이야.》 이와구니는 담배를 뻑뻑 빨다가 성이 차지 않는지 중둥을 뚝 잘라 내버리고 다시 불을 달았다. 《오기스중장이 직접 전선을 지휘했는가요?》 시마끼는 이와구니의 날카로와진 신경을 될수록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자들은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네. 오히려 우리가 내보낸 사람이 일선에 제일 가깝게 나가있는 형편이라니까… 덜돼먹은것들, 이제 두고보세. 노몽한강기슭에 수만의 시체를 쌓고도 국경을 조금도 변경시키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질자들이 이 사령부건물안에만 있지는 않을걸세.》 시마끼는 을씨년스러운것을 느끼며 방바닥만 내려다보다가 흥심없이 물었다. 《지금 동맹국들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흥, 말 말게, 그자들도 다 정보망을 가지고있네. 노몽한전선이 시원치 않다는것을 우리이상으로 독일대사관에서도 냄새맡고있네. 어떤놈이 스파이짓을 하는게 틀림없어. 극비에 붙이는데도 자꾸 새여나가거던. 소문에 히틀러는 쏘련과 무슨 교섭을 시작했다는것 같은데 심상치 않네. 그자가 동방에 기대를 걸 형편이 못되니까 우선 련합국들의 압력에서 벗어나보려는것이지. 그렇게 되면…》 하고 이와구니는 새빨간 입술을 한참이나 짓씹다가 내뱉듯이 말을 맺었다. 《우리는 대단히 어렵게 될걸세.》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마끼는 더 물어불 말도 없었거니와 이 겹치는 난국이 백두산동북부일대에서 어떤 파탄을 초래할것인가 하는 생각이 너무나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올랐다. 두사람이 기다리는 혼마중장은 약속보다 10분이나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떠났는데 오는도중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지체되였다는 그의 변명을 이와구니는 랭담한 표정으로 듣고나서 좀 쉰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동차가 고장난것은 천행이요. 나는 또 당신이 공산유격대의 습격을 받아 시체를 맞이하게 되지나 않겠는가 걱정했소.》 혼마는 짜증을 억지로 참고있는 이와구니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듯이 중얼거렸다. 《몇백리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부르면서 10분정도의 여유도 줄수 없는것이 현하 제국의 실정이야 아니겠지요?》 이와구니는 흘끔하고 혼마를 돌아보았다. 시마끼는 긴장되였다. 무엇인가 폭발할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다행히 이와구니는 이마에 주름을 새기며 가까스로 신경질을 누르더니 지도를 펼치였다. 《시간이 없소. 지금 6군에 2사와 11사가 보강되고 새로운 비행부대들이 증강되고있소. 이번이 마지막 결전으로 될것이요. 그런데 응당 공고한 후방으로 되여주어야 할 당신네 전선이 최근에 와서는 더 소란스러우니 이래서야 전쟁을 어떻게 해먹겠소. 나는 이제는 당신들에게 이 여름에 당장 공산유격대를 다 없애라고 요구하지도 않겠소. 락엽이 질 때까지 최종적인 토벌의 준비를 갖추며 그때까지는 최소한의 병력으로 좁은 지역에 봉쇄하라는것이 고작 큰 요구란말이요. 그런데 그 최소한의 병력이라는것이 자그만치 4만명이니… 참 기가 막힐 일이지.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 와서 못견뎌내겠다고 아우성을 쳐서 목단강, 연길, 봉천 등지에 있는 예비무력들을 있는만큼 다 돌려주었지. 당신들이 목단강이나 연길지구에서 병력을 빼돌린다는것이 쏘만국경의 긴장된 병력균형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가. 봉천에 있는 부대들이 어디로 갈 부대라는것을 모르는가? 그런데 또 2개사단을 내라니… 당신들이 국책을 알고 제국이 처한 형편을 알고나 있는가?》 혼마와 시마끼는 묵묵히 낯익은 지도의 부호와 지명들을 들여다보면서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잠시 말을 중단한 이와구니는 그들의 허위적인 신중한 표정을 훑어보더니 마침내 자제력을 잃고 부르짖었다. 《당장 떠나들 가시오. 가와사끼의 부대를 련합토벌사령부 관하로 넘기겠소. 그리고 두개 비행부대를 보내겠소. 그것이면 병력이 모자라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근거는 없소. 우선 길회선과 빈돈선의 보급로를 정상화하여 할힌골전선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소. 이것은 아마 나도 포함한 관동군의 실제 운명을 좌우하는 판가리로 된다는것을 명심하시오. 몇백리를 오는데 자동차사고로 10분씩 지체시킨것이 당신들과 나사이에는 통용될지 모르지만 조선인민혁명군과의 전투에서는 통용되지 않을거요.》 잠시후 두사람은 간신히 이와구니앞에서 놓여나와 현관앞에 나란히 섰다. 시마끼는 자기 부서의 사업도 알아보고 또 오늘저녁에 사령부안에 박혀있을 끄나불들을 통하여 복잡하게 꼬여가는 정국을 료해할 예정이였다. 그러나 하루도 신경에서 지체할수 없다는것은 이와구니의 위협적인 말자체보다도 이 무시무시한 무더위속에서조차 서늘하게 떠도는 청사내의 살기가 뚜렷이 말해주고있었다. 잠시 인사삼아 만나본 우에다사령관이나 이소다니참모장의 표정에서도 어떤 일시적인 전투의 실패가 아니라 진펄에 빠져 서서히 죽음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인간의 공포같은것이 그림자처럼 비껴있었다. 《어디서 만날가요?》 시마끼는 혼마의 눈치를 살펴보며 은근히 떠보았다. 《그걸 미리 약속할 필요가 있겠나. 가와사끼를 주겠다니 그를 우선 보내겠네. 난 길림으로 가서 우리 참모들과 이 일을 의논해본 다음 움직이도록 할테니 그때 다시 련계를 취하도록 하세. 음산한 날씨로군.》 《그럼 가와사끼부대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와사끼는 사령부에서 직접 보낸것이니까 우선 적세가 그중 우심한 안도, 화룡 방향으로 급히 파견하는수밖에 없겠지. 내가 길림에 가서 우선 가와사끼에게 그런 명령부터 떨굴테니까 시마끼군은 가와사끼에게 들려보겠으면 들려보게.》 혼마는 이쯤 말하고나서 씁쓸해서 고장이 났다고 하는 자기의 멀쩡한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시마끼는 자기 역시 서둘 필요가 없다는것을 깨닫고 다시 자기의 방으로 올라갔다. 무엇때문인지 문서철들이며 서류장들을 정리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한참 서류궤를 정리하던 그는 문득 이 놀음이 꼭 떠나는놈이나 죽을놈이 하는짓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손맥이 탁 풀렸으나 하던 일을 중단할수도 없어 건성건성 끝내버리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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