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5 회 )

 

제 3 편

 

10

 

오이씨같은 간데라불이 비좁은 공간을 어설프게 비치였다.

떵ㅡ떵ㅡ 정머리를 때리는 함마소리가 벌써 몇시간째 쉬임없이 그안에서 울려나오고있었다. 돌가루가 뽀얗게 떠돌았다.

《길산이, 그만하라구!》

정대를 잡아주던 정철수가 말했다.

서길산은 순순히 함마를 놓았다.

그는 하루사이에 성격이 변하여 과묵한 인간이 되여버렸다. 정철수는 그러한 서길산을 보기가 딱했다. 가슴이 저리였다. 아버지생각을 오죽했으면 저러랴. 그를 이제라도 설복하여 떠나보낼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떠날 잡도리가 아니였다.

《몇시나 되였을가? 철수.》

서길산이 우울해서 물었다.

《벌써 출출하군 그래. 저녁에 먹은게 다 내려간 모양이야. 좀 쉬자구.》

정철수는 괴춤에 찔러넣은 손목시계를 꺼내 간데라불에 비쳐보았다.

《에크. 벌써 한시네. 래일이 벌써 오늘이 됐단 말이야. 한시간만 눈을 붙여보자구.》

《그러지.》

두 사람은 맨 바닥에 쭈그리고앉아 돌벽에 불편스레 등을 기대고 구부정하니 앉았다.

서길산은 눈을 감았으나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눈앞에는 여전히 아버지의 모습만이 얼른거리는것이였다. 정철수역시 잠이 오지 않는지 눈을 감고있으면서도 등이 배긴다고 웅얼거리였다.

《철수, 잠이 오지 않나?》

그 소리에 정철수는 눈을 떴다.

《그래. 차라리 일을 하는게 나을것 같애.》

《그래두 좀 눈을 붙여야 해. 동문 지쳤어.》

《그거야 길산이, 동무두 마찬가지지.》

《차라리 이야기나 하자구.》

《무슨 이야기를 할가?》

《철수, 동문 참 좋은 친구야.》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난 철수가 나때문에 속을 쓴다는것을 알아. 내가 아버지의 일때문에 괴로와하는것을 보면서 철수도 괴로와한다는걸 알아.》

《그거야 우리가 친구지간이기때문이지. 성순동무나 우리야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정말이지 동무 아버님일은 안되였어. 낮에 성순동무도 눈물을 흘리면서 내려가더구만. 물론 동무가 자리를 뜨지 못하는 그 심정을 알만하네. 대대를 생각해서 그러는거겠지. 대대가 돌때문에 목이 메여 그러는걸 보면서 수굴작업장을 뜰수 없어 그러겠지. 하지만 다문 며칠이라도 다른 사람을 데려다놓고 동문 집에 다녀왔어야 할걸 그랬단 말이야. 그 훌륭한 아버님이 지금 병원침대에 계시면서 얼마나 외롭겠나.》

《철수, 아버지는 내가 공사장을 떠나서 병원에 찾아가는것을 바라지 않을거야. 난 우리 아버지를 잘 아네. 한생을 당에서 바라는대로 고지식하게 살아오시는 아버지야. 그래서 난 그런 아버지를 자랑으로 여기지. 아버지가 남들처럼 식량난을 겪으면서 그 년세에 일하러 나갔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가슴이 막 쓰리였어. 하지만 난 생각했네. 아버지는 이미 직장에서 들어와 편히 쉬실 년세가 아닌가, 아버지가 직장에서 들어와 편안히 지내신다고 탓할 사람도 없을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라가 시련을 겪고있을 때 자기 하나를 위해서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시련을 겪고있는 나라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고난을 함께 겪으며 량심껏 사는것이다 하고 말이네. 난 그런 아버지를 자랑으로 생각해. 그런 아버지이기에 이 아들이 여기 와서 일하는것을 기쁨으로 여기고있지. 아마 지금도 이 아들이 전투장을 뜨지 않고 남보다 일을 많이 하기를 바랄거네. 난 아버지를 믿네. 그런데 다만 마음에 걸리는것은 집에 혼자 계시는것이야. 옹진에 사신다는 그 어머니를 새어머니로 빨리 데려왔으면 그래도 마음이 놓이겠는데 그 일이야 우리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지.》

《옹진에 새어머니가 될 녀자가 산다는건 무슨 소린가?》

《그런 어머니가 한분 계시네. 옹진누이랑 마음들어하는 어머니인데 마음씨가 고운분이래.》

《그런데 왜 모셔오지 않나. 이런거 묻는다고 나삐 생각지 말게. 하긴 리해되네.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해서겠지. 하지만 그 생각 하나만 하면 되나. 홀로 계시는 아버님생각도 해야지.》

《그런게 아니야. 우리 자식들이야 빨리 데려왔으면 하지. 그런데 아버님이 오히려 승낙을 안하지. 그런데다가 옹진 사는 그 어머니도 무슨 사정이 있는것 같애. 아마 그런 일은 쉽사리 되는게 아닌 모양이야.》

정철수는 서길산의 부모들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있었을뿐만아니라 어렸을적부터 그들내외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서문혁아버지에게 새 녀인이 생기게 된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것이였다. 정철수는 어쩐지 그 녀인이 무척 선량한 녀인처럼 생각되였다. 정말이지 홀로 있는 길산이 아버지에게 그런 녀인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철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직 자기는 한번 본적도 없는 그 녀인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가지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엉큼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것이였다.

이튿날 정철수는 려찬호가 미처 정대벼린것을 날라오지 못하는것을 핑게대고 잠간 대대에 갔다오겠다면서 작업장을 떴다. 그는 구조물공사장에서 일하는 박정수를 만났다. 두 사람은 한 5분가량 이마를 맞대고 수군거리다가 헤여졌다. 누구도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며칠후에 박정수는 작업장에 용접봉이 떨어져서 남포시내로 들어가는 기회에 체신소에 들려 편지 한장을 부치였다. 봉투겉에다는 《황해남도 옹진군 ××리 ××반 김분녀어머니 앞》이라고 쓰고 발신인란에 《평양ㅡ남포고속도로건설장에서 신암대대 청년돌격대원 일동》이라고 요란하게 밝힌 편지였다.

수굴작업장으로 올라온 정철수는 운반식사를 가지고 올라온 려찬호를 통하여 박정수가 남포시내에 갔댔다는것을 알고 혼자 히죽이 웃었다.

그는 좋은 일이 있기만을 바랐다. 철수는 자기의 친구 서길산을 위해 그 편지를 구상하였으며 박정수와 토론하고 그가 직접 써보내게 했던것이였다. 편지를 써보내게 한 다음 한가지만은 떳떳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겉봉에다가 돌격대원 일동이라고 밝힌것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크게 잘못된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안했다. 그거야 온 나라가 중요시하는 고속도로공사장에 와서 아버지의 일로 마음쓰는 한 돌격대원을 위해서 쓴 편지이고 또 박정수도 찬성하지 않았는가 하고 그는 생각하는것이였다.

박정수가 편지를 부친지 꼭 열흘후에 려찬호가 옹진에서 서길산이앞으로 왔다는 편지 한장을 가지고 올라왔다. 그의 누이한테서 온 편지였다.

서길산이 편지를 급히 뜯어서 읽어보는데 정철수는 친구몰래 한일이 있는지라 무슨 내용일가 하고 몹시 안달아하는 눈치를 보이였다.

정철수는 끝내 참아내지 못하고 《무슨 내용인가?》하고 물었다.

서길산은 심란한 기색을 하고 소리없이 편지를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정철수는 은근히 등이 달았다. 누이한테서 왔다는 그 편지는 분명 김분녀어머니앞으로 써보낸 자기들 정철수네의 편지와 관련되는 내용이겠는데 서길산의 얼굴색을 봐서는 일이 여의치 않은것 같았다. 이거 친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노릇이 반대로 어른들의 대사를 망쳐놓은게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정철수가 그렇게 바재이고있을 때 서길산이 다 읽은 편지를 그냥 손에 든채 멍해있었다. 한참만에야 정철수를 건너다보며 《여, 편지를 누가 썼어?》하고 무뚝뚝하게 물었다.

정철수가 뻔한것을 일부러 아닌보살을 하며 《무슨 편지 말인가?》하고 되물었다.

《김분녀어머니한테 누가 편지를 썼는가말이야.》

《난 모르겠는데. 그런 일도 있었나?》

《시침떼지 말라구. 말해. 정철수 네가 아니면 누가 김분녀어머니의 이름과 주소까지 다 알고 편지를 써보냈겠는가 말이야. 난 너한테만 말해주었어. 이건 성순동무도 모른단 말이야.》

《됐네. 내 사실대로 말하지. 맞아. 편지는 이 정철수가 썼어. 난 사실 좋은 말만을 쓰자고 했는데 대관절 그 편지엔 뭐라고 했나? 동문 왜 나를 잡아먹을것처럼 시퍼래서 그러는가 말이야.》

《이자식아, 똑바로 말해! 뭐라고 썼어? 이 서길산이에 대해서 그 어머니한테 뭐라고 썼냐말이야.》

정철수는 점점 바빠맞았다. 서길산의 행동거지를 보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칠것 같았다. 일이 정말로 잘되지 않은것 같다. 진수성찬을 차리려다가 죽을 쑤어놓은셈이 되였는가? 박정수 그 친구 내가 말해준대로 쓰지 않고 무슨 왕청같은 말을 덧붙여 써서 일을 그르친게 아니야?

《에이, 난 도대체 모르겠어. 그 김분녀어머니에게 난 이렇게 쓰자고 했어. 어머니, 아직 저희들이 한번도 본적이 없으며 이름조차도 처음 알게 된 어머니. 우린 김분녀어머니가 마음씨곱고 선량한분이며 혼자 외롭게 사신다는것도 다 압니다. 김분녀어머니에 대하여 각별히 좋은 생각을 가지고있으며 친어머니처럼 모시고싶어하는 우리 친구 서길산동무는 우리 신암대대의 제일가는 함마명수로 대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있는 아주 좋은 동무입니다. 대대속보판에는 늘 그의 이름이 나붙어있으며 그는 조직과 집단을 위하는 일이라면 자기를 아낄줄 모르는 동무입니다. 서길산동무는 지금 대대가 위대한 장군님께 맹세다진대로 당창건기념일까지 공사를 끝내는가 못끝내는가가 크게 달려있는 채석장개발을 위해 캄캄하고 비좁은 굴안에 들어와 밤낮 쉬지 않고 수굴작업을 하고있으며 그는 손이 온통 터갈리고 눈은 쑥 들어가서 녹초가 되였습니다. 그래도 작업장을 뜨지 않고있습니다. 아마 굴을 다 뚫어 대발파를 하는 날까지 그 자리를 절대로 뜨지 않을것입니다. 아마 대통로를 완공하는 날이면 서길산동무는 영웅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서길산동무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신암에서 혼자 살며 오래동안 나라의 철도운수부문에서 일해오는 그의 아버지 서문혁아버님이 철길과 렬차를 구원하고 몸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있는데 그 아버님에게는 지금 가까운 사람들이 곁에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김분녀어머님이 신암에 가시여 서길산동무의 친어머니가 되여 그 아버님을 돌봐주신다면 우리 친구는 큰 힘을 얻고 일을 더 많이 할것입니다. 이렇게 쓰자고 했단 말이야. 그러니 내가 잘못한거야 없지 않나.》

《이 자식아, 그게 잘못 쓴거란 말이야.》

《뭐가 잘못 썼단 말이야?》

《이 서길산이 대대에서 제일가는 함마명수라느니 속보판에 매일과 같이 이름이 나붙는다느니 집단과 조직을 위해 어떻게 한다느니 또 영웅소리는 왜 썼는가 말이야. 그건 거짓말이란 말이야. 편지를 쓰자면 정직하게 써야지 그게 뭐야? 이 서길산인 장군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고 일을 해놓은건 하나도 없단 말이야. 오히려 배은망덕한 행동이나 했으면 했지. 이제 그 편지를 받아본 김분녀어머니가 이 서길산이 그렇게 한심한 녀석이라는걸 알게 되면 얼마나 서운해하겠느냐 말이야. 에익, 넌 친구란게!》

서길산은 진심으로 노여워했다.

그런데 정철수는 조금전의 불안이 사라져버렸다.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쳐오는것 같았다. 서길산의 두눈에 물기가 어려있는것이였다.

《여, 도대체 무슨 편지가 왔기에 그래?》

정철수가 서길산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다 읽어보았다. 약간 기울사한 일매진 글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내 동생 길산이 보아라. 아버님이 뜻밖의 일을 당하여 병원에 입원해있다는것을 이 누이는 오늘 너의 집단동무들이 써보낸 편지를 보고서야 알았구나. 이틀전에 김분녀어머니가 자기한테 온 그 편지를 나한테 가지고와서 보여주더라. 그 편지에 아버님에 대한 소식이 씌여있지 않겠니. 대대가 아버지장군님의 사랑과 배려를 받아안은 이야기랑 그리고 네가 집단의 사랑을 받으며 큰일을 하는 이야기랑 다 썼더구나. 나는 몹시 기쁘다. 편지에는 김분녀어머니에게 길산의 친어머니가 되여달라는 말도 썼더라. 정말 고마운 동무들이다. 김분녀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손을 꼭 잡고 말했다. 《길산이 누이, 내가 지금껏 누이나 길산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있었소. 내가 여태껏 질정을 못하고있은건 거기 아버님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해서 그런건 아니요. 거기 친어머니가 불편한 몸으로 살면서 아버님과 자식들을 사랑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그 집에 들어가는것이 어쩐지 돌아간 사람앞에 죄를 짓는것 같고 그 자식들앞에서 량심없는 일같이 생각되여서였소. 그러니 리해하오. 내가 신암으로 가는것이 병원에 있는 아버님을 돕는 일이구 또 그렇게 하는것이 큰일을 하러간 길산이 그 사람의 어깨에서 짐 하나를 더는 일이라니 무엇을 더 주저하겠소. 내 신암으로 가겠소.》하질 않겠느냐. 길산아, 김분녀어머니는 바로 오늘 아침에 신암으로 갔다. 나는 부대에서 바쁜 일이 있어 따라가지 못했다. 내 사정을 알고 김분녀어머니도 리해했다. 아버님도 기뻐하리라 믿는다. 인젠 새어머니가 생겼으니 아버님이 혼자 있으면서 불편해하지 않아도 될것 같구나. 길산아, 재삼 쓰지만 우리 집안일을 위해 마음 써준 대대동무들이 고맙구나. 아무쪼록 건강해서 집단과 동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잘하거라.…

 

편지는 이러했다. 정철수의 돌가루투성이가 된 얼굴에 벙글써 웃음이 실리기 시작하더니 편지를 다 읽고나서는 너무 좋아 뒤로 벌렁 누우며 《하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야, 길산아, 난 그렇게 일이 잘된걸 모르고 네 그 시퍼런 얼굴색만 보구 속이 덜컹했댔다. 이거 나때문에 잘되여가던 일을 오히려 랑패를 보게 한게 아니야 하구말이지. 그런데 알고보니 일은 참 멋지게 되였거던! 하하하…》

《웃지 말어!》

《아니, 왜 그래?》

《물론 새어머니가 생겼다는게 나한테는 좋은 일이다. 김분녀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야. 그런데 편지에다 이 서길산을 추어올리는 그런 희떠운 소리는 쓰지 말았어야 했어. 난 그렇게 쓰는걸 바라지 않는단 말이야. 편지야 사실대로 써야지.》

《야, 사실이 어쨌다는거야? 서길산이 지금 대대의 함마질명수이고 일을 많이 해서 집단의 사랑을 받는거야 사실이 아니야. 물론 그전에는 과오도 범한게 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보니 사람은 과오를 범하지 않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일단 과오를 범하면 인차 채심하고 인생의 바른길에 들어서서 사회와 집단을 위해 깨끗한 량심을 바쳐 일하는게 더 중요하단 말이야. 난 요즘 너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을 비춰보게 된단 말이다.》

정철수는 이 며칠째 생각해오던것을 말하고있었다. 리선명이와 함께 인민군대원호용 돼지를 외상으로 메여온 일때문에 그는 요즘 후회가 막심했다. 자기는 서길산의 과오를 두고 분개해하며 비판을 하고서도 그런 망탕짓을 한것이였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자기는 길산의 결함을 순전히 남의 일로만 생각하다나니 후회되는 일을 적지 않게 한것이였다. 정철수는 문득 자기 부모님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서길산의 부모님들인 서문혁아버지나 세상떠난 리선희어머님이나 모두 얼마나 훌륭한분들인가. 그리고 김분녀어머니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녀인인가. 그런데 자기 부모님들은 그렇게 훌륭하게 살지 못하는것이였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이 시작되면서 일시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하여 자주 신경질을 부리고 나중에는 별치 않은 일때문에 가정불화를 몰아온것이였다.

그것으로 하여 정철수는 창피감을 느끼며 부모들 생각만 하면 동무들앞에서 위축감조차 느끼는것이였다.

《철수, 갑자기 뭘 그렇게 생각하나?》

심란해진 정철수의 얼굴색을 보면서 서길산이 물었다.

《길산이, 너야 나를 잘 알지 않니. 어쩐지 오늘은 우리 부모님들 생각이 난다. 부모님들에 대하여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나를 낳아준 부모님들이 아니냐.》

서길산은 갑자기 그가 측은해졌다.

《네 마음을 리해한다. 하지만 철수, 너무 마음 쓰지 말라구. 난 생각한다. 너의 부모님들도 인차 서로 리해하게 되리라고말이다. 난 요즘 지금 일시적난관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우린 얼마나 좋은 제도하에서 살고있으며 우리 인민들모두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가 하는것을 말이다. 그러니… 우린 일이나 더 많이 하자구.》

말을 그렇게 해놓고도 심란해진 정철수를 보니 속은 좋지 않았다. 두사람은 말없이 일손을 잡았다.

그들은 이틀을 더 고생해서 장약굴을 끝내 다 뚫었다. 일을 다 끝내면 환성이라도 터칠것 같았는데 두 사람 다 이상하게도 말이 없었다.

발파가스가 채 빠지기도 전에 굴안에 들어가 마지막 버럭까지 말끔히 걷어냈다. 이제는 폭약을 장진하면 된다. 그 일을 위해 필요한 인원들이 여기로 올라올것이다. 래일 새벽이면 돌산을 들었다놓을 대발파의 거대한 소리를 듣게 될것이다. 그 소리를 온 대대가, 온 공사장이 듣고 기뻐할것이다. 대발파가 정말 성공적인것으로 될가? 아니, 성공할것이다. 서길산은 믿었다.

그런데 서길산은 일을 끝내자 왜서인지 기쁨보다도 별로 허전한 감을 느끼였다. 왜 그러는것일가? 이날을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힘겨운 전투를 치르었는가. 보름동안 한번 편한 잠자리에 누워보지 못하고 어둡고 비좁고 먼지와 화약가스만 들어찬 굴안에서 함마질을 하지 않았는가. 그 나날에 아버지에 대한 가슴저민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의지의 힘으로 괴로움을 이겨내며 일손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오늘을 위해서였다. 돌을 위해서였다. 하여 그 돌이 폭포처럼 쏟아지게 될 지금에는 웃고 떠들며 기뻐해야 하련만 왜서인지 무아상태에 빠져버리는것이였다. 그런데다가 정철수도 기분상태가 자기와 다를바 없는것 같았다. 두 사람은 함마질을 끝낸 다음부터는 약속이라도 한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버럭을 끌어내온다, 공구들을 모아놓는다, 주변정리를 한다 하며 자기 일을 찾아했다.

서길산은 더는 할 일이 없게 되였을 때 또 허전함을 느끼며 굴밖의 버럭우에 다가가서 털썩 누워버렸다. 크고작은 날카로운 버럭돌들우에 누운것인데 이다지도 편안할가. 아니 부드럽고 폭신한 깃털침대우에 누워있다고 한들 이렇게 심신이 편안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는 오륙이 나른해지는 안정감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내리려는 모양인가? 대기는 무던히 찐득찐득하고 무덥다. 하늘에서는 꺼먼 구름장들이 낮추 떠서 맹렬한 속도로 밀려간다. 비가 오기 전에 폭약을 날라다 충진해야겠는데. 사람들이 왜 올라오지 않을가? 비가 올 때 폭약을 날라오다가 잘못하면 누기찰수 있을거야. 왜 이렇게 꼼짝하기 싫을가? 이대로 누워 사흘이고 한주일이고 잠을 푹 잤으면! 잠을 자본지는 열흘도 더 된것 같다.

서길산은 눈을 감았다. 잠이 들었으면! 다문 한시간만이라도 잠을 잤으면! 정말 한시간만이라도 자야겠다. 그런데 왜 잠이 오지 않을가? 자고싶은데 잠이 오지 않을가? 문득 아버지생각이 났다. 지금 어떻게 지낼가? 아직도 병원침대우에 누워계실가? 이 아들이 불효한 자식이라고 원망하지 않았을가? 내가 정말 불효한 자식이 아닐가? 그때 아버지한테 찾아갔을걸 그러지 않았는가? 참, 왜 잠이 오지 않을가? 몸이 나른해지기만 하고 잠은 오지 않을가? 한시간만이라도 잠을 잤으면! 잠을… 잠을…

정철수는 쓰던 공구들을 다 모아놓고나서 서길산의 가까이에 다가와 앉았다. 그는 작업공구들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다가 가까이에 있는 함마를 들고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거 보라구, 길산동무.》

《…》

《이 함마를 좀 보란 말이야. 세키로반짜리 함마가 닳고 모지라질대로 모지라져서 아이들 주먹만 해졌어. 한키로도 안될거야. 공사를 끝낸 다음 이 함마를 기념으로 가져가자구. 이담에 우리 후대들에게 이 함마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 대통로를 어떻게 건설했는지 말해주잔 말이야. 어때, 내 말을 듣나?》

《…》

정철수는 의아해서 돌아보았다.

서길산은 잠이 들었다. 돌가루가 올라 뽀얗고 살이 말짱 빠져버린 얼굴에 비방울이 떨어지고있었다. 서길산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정철수는 가슴이 알알해지고 눈굽이 젖어들었다. 잠든 서길산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이지러져있는것이였다. 잠결에 무슨 꿈이라도 꾸고있는지 갑자기 흐윽ㅡ 하고 흐느꼈다.

정철수는 왜 그러는것인지 리해되였다. 뜻밖의 일을 당한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들은 다음부터 서길산은 동무들앞에서 애써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괴로움을 안고있은것이다. 정철수는 그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길산의 얼굴에는 인차 평온이 깃들었다. 비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져 그의 얼굴에서 부서졌다. 서길산은 벼락이 떨어져도 깨여날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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