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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4 회 )
제 3 편
9
며칠후에 대대는 모두 자동차에 올라 평양으로 가게 되였다.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의 은정이 어린 별식이 기다리는 옥류관으로 가는것이였다. 그날은 명절이였다. 대원들은 언제한번 입어볼새 없었던 좋은 옷들을 꺼내여 손질해 입었다. 남자들은 평양에 간다고 구두를 닦고 또 닦았으며 녀자들은 화장하느라 아침부터 여념이 없었다. 전투의 나날 처녀들이 언제한번 고운 얼굴들에 품놓고 앉아 화장을 해보았으랴. 기껏해야 얼굴과 손들이 튼다고 크림이나 발라본게 전부였다. 녀성소대에서는 서영옥이가 역시 대렬이 다 모이도록 화장을 채 하지 못하여 늦어지고있었는데 대대장은 물론이고 누구도 그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영옥이 별스레 환하게 차려입은데다가 화장까지 품들여하고 나타나자 대렬에 서있던 동무들은 오히려 온 평양이 환해질거라고 즐거운 소리들을 했다. 채석장개발을 위해 올라가있는 서길산이와 정철수때문에 대대장이 어지간히 화를 냈다. 작업을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독고봉희도 올려보내고 려찬호도 올려보내여 련락을 했으나 내려오지를 않았다. 《우리 로반》을 구원하다가 의식을 잃었던 김성순이까지 자진하여 올라갔는데도 그들은 채석장을 텅텅 비워놓겠는가고 하면서 굴안에서 아예 나오지 않는것이였다. 평양으로 타고갈 뻐스들이 도착하자 바빠맞은 림철중대장이 달려올라갔다. 《동무넨 뭐요? 이게 뭐 한가해서 들놀이나 가는 일인가 하오? 서동문 소대장이라는게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오? 당장 내려가잔 말이요.》 함마질로 땀투성이가 된 서길산이 울먹거리며 떠듬거리였다. 《중대장동지,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당장 돌이 걸렸는데 돌을 떨구지 못하고 어떻게 떳떳이 평양으로 간단 말입니까. 제가 소대장이면 뭐 어떻단 말입니까. 가더라도 대발파를 하고 가겠단 말입니다!》 정철수도 그렇게 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에이 참, 동무들도!》 림철중대장은 더 욕을 할수 없어 사정을 했다. 《그러지들 말라구. 가야 해, 가야 한단 말이요. 이게 어떻게 마련된 길인가 말이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최전연시찰을 하시느라 승용차안에서 쪽잠을 자시고 줴기밥으로 때식을 치르시면서 우리 청년돌격대원들의 건강이 념려되시여 돌려주신 배려가 아닌가 말이요. 지금 우리 인민들이 어디 잘 먹고있는 때야? 나라가 어려운 시련을 헤쳐가고있는 때에, 미국놈들이 우리를 먹어보려고 미쳐날뛰는 때에 장군님께서 돌려주신 하늘같은 배려란 말이야. 그러니 가야 한단 말이야. 장군님께서 기뻐하시게 가서 만두랑 옥류관국수랑 많이 먹고 일을 더 잘하잔 말이야.》 그 말에 서길산이도 정철수도 더 떼를 쓰지 못했다. 뻐스들은 기분들이 둥둥 뜬 청년건설자들을 싣고 평양의 거리로 들어섰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배려를 받아안기 위하여 청년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평양시민들이 거리로 달려나와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뻐스들은 온 평양시민들의 환영의 손길에 떠받들려 드디여 옥류관에 이르렀다. 서길산은 옥류관앞에 내리자 아마도 오늘 여기서는 무슨 국가적인 큰 행사라도 하는가 하고 생각했다. 옥류관나들문에서부터 앞마당에까지 꽃테프가 늘어져있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아름다운 녀성직원들이 떨쳐나와 두줄로 주런이 서있는것이였다. 《여, 철수, 저게 뭐야? 누구를 맞아들이자고 저렇게 모두들 나와있을가? 우리를 환영하자고 그러는것은 아니겠지?》 《우리가 뭐 그렇게 환영을 받을만한 존재들이라구. 아마 무슨 중요한 대표단같은게 오는거겠지. 옥류관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국가적행사도 자주 할테니까.》 서길산이와 정철수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선두차에서 먼저 내린 최진혁대대장이 모엿구령을 내리였다. 대대장은 정렬한 대원들을 향해 청년돌격대원들답게 의젓하게 행동들을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대는 줄을 서서 옥류관으로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서길산은 놀랐다.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는줄 알았는데 꽃테프가 늘어져있고 아름다운 녀성들이 환영의 꽃다발을 들고 나와있는 그 사이로 대대가 들어가고있는것이였다. 녀성들은 돌격대원들에게 꽃다발도 안겨주며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그리고 돌격대원동무들을 환영한다고 열정과 기쁨에 넘쳐 속삭이는것이였다. 옥류관 녀인들이 뿌려주는 꽃보라가 흩날리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학생취주악대가 환영곡을 요란스레 울렸다. 서길산은 얼결에 꽃다발을 받아안고 꽃보라를 뒤집어쓰다보니 기쁘기도 했고 자기도 모르게 으쓱해지기도 했다. 이런 환대를 어디 가서 받아봤으랴. 옥류관안에 들어가서는 더욱 놀랐다. 드넓은 식사칸에는 식탁들마다에 별식들이 잔치상처럼 차려져있는것이였다. 옥류관 지배인이 나와서 고속도로건설장에서 수고하는 전투원동무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한 다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여 오늘의 이 별식상이 마련되였으니 많이들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한데 누구도 선뜻 저가락을 손에 쥐지 못했다. 옥류관 지배인이 그런 말을 해서만이 아니였다. 500만개의 만두에 대한 사연을 이미 알고왔는데 정성스레 빚은 하얀 만두송이들을 보니 더더욱 목이 메는것이였다. 처녀들은 그만 소리내여 울기까지 했다. 바빠맞은 지휘관들이 돌아가며 어서 식사들을 하자고 설복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자신도 울먹울먹하면서 말했다. 서길산은 끝내 격정을 참지 못하였다. 《대대장동지, 동무들, 저희들이 뭐라고… 이런 환대를… 돌…》 그는 끝내 말끝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김성순이 일어났다. 《동무들, 전 차마 음식을 들수가 없어요. 세상에 기름진 음식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것들을 다 고여서 진수성찬을 차려놓는다고 한들 여기에 비기겠나요. 그런데 전 지금도 최전연초소들을 찾아가시며 아버지장군님께서 줴기밥을 드실것만 같아 이 음식을 들지 못하겠단 말이예요!》 김성순의 그 말이 장내를 울음바다로 만들어놓았다. 아, 세상에 이런 식사도 있단 말인가! 모두들 눈물을 흘리면서 울며 웃으며 식사들을 했다. 서길산은 영원히 오늘의 이 뜻깊은 자리를 잊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평양에서 돌아온 전투원들은 저녁늦도록 옥류관에 갔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서길산은 정철수와 함께 그날 돌아오자바람으로 수굴작업장으로 올라갔다. 대대자체로 차려놓은 야장간에서 벼린 정대들을 무겁게 메고 작업장으로 올라오면서 서길산은 《철수! 난 오늘 우리가 어떤 사랑속에 살며 일하는 청년들인가 하는데 대하여 새삼스럽게 느끼였네. 솔직히 말해서 부끄럽네. 장군님께서 우리 청년들을 얼마나 귀중히 여기시고 믿어주시고 내세워주고계시는것인지 난 지금껏 다 모르고 살았거던. 그래서 잘못 산것도 많단 말이야.》하고 말했다. 수굴작업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 할수 있는 일이 못되였다. 전진속도를 높이기 위해 굴폭을 최대한으로 좁히면서 들어간것이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나 겨우 들어가있을수 있는 협소한 공간에서 한 사람은 정대를 잡고 다른 한 사람은 불편한 자세로 앉아 조심스럽게 함마질을 해야 했다. 서길산이와 정철수가 며칠째 굴안에 들어가 나올줄을 모르니 려찬호가 두 사람을 위해 수고를 했다. 원래는 김성순이가 끼니때마다 밥을 날라다주군 했는데 그는 청년절을 맞으면서 진행되는 예술소품공연조에 망라되여 짬이 생기면 동무들과 함께 노래련습을 해야 하므로 자리를 뜰수가 없게 되였다. 그바람에 목소리도 탁소리이고 또 영양부족으로 시력이 약해졌던 후과도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려찬호가 밥통도 들고다니고 정대도 벼려다주게 된것이였다. 려찬호는 밥통을 들고 올라와서는 《에이, 이게 뭐야, 내 신세가. 서길산소대장이랑은 대발파만 하면 온 려단에 이름들이 알려질텐데 이 려찬호는 처녀들대신에 밥통이나 들고다니고있으니!》하며 자기《신세》를 두고 한숨을 쉬군 했다. 그럴 때면 서길산이 웃으며 슬그머니 약을 올려주군 했다. 《여, 찬호동문 남들처럼 키가 크길 한가, 노래나 재담을 할줄 알기나 하나. 미리 손풍금이라도 배워두지그래. 그랬으면 밥통을 안들고 다녀도 될게 아니야.》하고. 정철수는 정철수대로 싱글싱글 하며 서길산의 말에 양념을 쳐주군 했다. 그래도 려찬호는 그만하면 쾌활하고 괜찮은 친구였다. 웬만해서는 성을 낼줄 몰랐다. 수굴작업장에 올라와서는 스스로 일감을 찾아쥘줄 알았으며 굴안에까지 들어와 억지로 함마를 빼앗아들고 수굴작업도 하군 했다. 그리고 대대와 떨어져 굴안에 들어와있으면서 새 소식을 그리워할 두 사람을 위하여 중대나 대대에서 벌어진 일들이며 신문이나 텔레비죤을 통해 알게 된 국제국내정세까지도 알려주군 했다. 어느날엔가는 정성옥선수가 에스빠냐에서 진행된 세계륙상선수권대회 녀자마라손경기에 참가하여 1등의 영예를 쟁취한 소식도 알려주었다. 《지금 그 소식이 퍼져서 굉장해요! 정성옥선수는 1등을 한 다음 외국기자들앞에서 이렇게 말했대요. 나는 우리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을 마음속에 그려보면서 달리였다고 말이예요. 그 말이 그 나라 신문들에도 크게 났대요!》 《정성옥선수가 대단한데! 오늘 려찬호가 정말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어.》 서길산은 자기도 정성옥선수처럼 큰일을 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히였다. 어느날엔가는 려찬호가 운반식사를 가지고 올라와서 느닷없이 《하, 고거! 독고봉희가 괜찮단 말이야!》하고 말했다. 정철수가 저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독고봉희가 어쨌게?》 《하, 고게 글쎄 대학추천을 받고서도 안갔다지 않아요. 대학에 가는건 집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바라는것이구 또 자기의 꿈이기두 하지만 고속도로건설을 끝낸 다음에야 대학엘 가도 가겠다는거래요. 하, 고게!》 정철수는 저절로 웃음이 나갔다. 《여, 〈하 고게〉가 뭐야. 녀자라고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더구나말이야 그 독고봉희의 생각이 얼마나 기특한가. 그래 말해보라구. 려찬호라면 어떻게 했겠어?》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아니 독고봉희의 말이 옳아요. 아마 이 려찬호도 그랬을거예요. 시대가 부르는 곳에 땀을 바쳐 일하는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거던요. 안그래요? 헤, 이 말은 사실은 책에서 읽은건데…》 려찬호는 멋적어하며 뒤더수기를 긁적이였다. 《하하… 괜찮아. 려찬호가 발전했어. 석축에서 돌을 뽑아올 때 하군 몰라보게 발전했다니까.》 《에이, 또 그 소리야요?》 려찬호는 내려가려고 빈 밥통들을 싸다가 《아 참, 잊을번 했네.》하더니 보자기밑에 함께 싸가지고 온 장갑 두컬레를 내놓았다. 새천으로 만든 벙어리장갑인데 얼핏 보기에도 보통 로동보호물자로 공급받는것과 같은 그런 장갑이 아니였다. 질겨보이기도 하지만 손바느질로 꼼꼼히 누비여 특별히 정성을 들였다는게 알리였다. 서길산이 얼결에 장갑을 받아들고 보다가 아무래도 내용이 있는것 같아 《무슨 장갑이야?》하고 물었다. 《무슨 장갑은 무슨 장갑이겠어요. 수고하는 수굴조동무들에게 보내는거라며 서영옥동지가 준거예요.》 려찬호는 장갑의 내막을 어느정도 알고있으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것 같았다. 실은 장갑을 인차 꺼내놓을수 있는것도 그래서 일부러 작업장을 떠나갈 때에야 비로소 생각난듯이 아닌보살을 하며 내놓은것 같았다. 서길산은 빙그레 웃었다. 려찬호가 말해주지 않아도 장갑의 내막을 잘 알수 있는 서길산이였다. 《장갑을 아주 잘 만들었는데! 수굴작업을 하면서 끼기에는 너무 아깝게 새천으로 지었단 말이야. 여, 정철수, 동무장갑은 아직 쓸만 하구만 뭐. 그러니 한컬레는 지금 내가 끼고 한컬레는 내가 비상용으로 보관해두지.》 아무것도 모르는체 하며 서길산이 말했다. 하지만 정철수가 그의 그런 속심을 모르랴. 《여, 길산이. 가져오라구. 이건 서영옥이 동무가 아니라 이 정철수를 위해 우정 아껴오던 새천을 꺼내 장갑을 만들어보낸걸거야. 동무가 있으니 나한테만 보낼수 없어 두컬레를 만든거란 말이야.》 《챠, 이것 봐라. 동무네야 쥐와 고양이같은 사이가 아닌가.》 《정말 모르쇠를 하겠어?》 서길산은 끝내 하하 웃어댔다. 《괜찮아. 정철수. 자넨 참 엉큼한 친구야. 고운 처녀를 그런 식으로 쟁취하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몰라서 물어? 남들은 살틀한 말로 사랑을 고백한다는데 동무네야 싸우는척 하며…》 《됐네, 됐어. 사실은 말이야. 우리가 장군님의 배려로 옥류관에 식사하러 갔을 때말이야 그 서영옥동무가 내곁에 앉았지. 이건 정말 우연이야. 우린 약속을 하고 일부러 나란히 앉지 않았거던. 그런데 말이야. 그때 그 녀자의 눈길이 내 이 뭉툭하고 터갈라진 손에 미치지 않겠나. 그는 〈그 손이〉하고는 분명 무슨 말을 하고싶어하면서도 더 하지 않더군. 아마 〈동무의 그 손이 왜 그렇게 험상해요?〉하려댔겠지. 난 아네. 그 처녀는 그때 내 이 손을 보고 가서 새천을 잘라 이 장갑을 만들었을거야.》 정철수는 그렇게 자기의 속마음을 조금도 숨길줄 모르는 사내였다. 서길산은 오늘 마음이 무척 즐거웠다. 그는 김성순을 생각했다. 며칠동안 성순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한것이였다. 사실은 옥류관에 갈 때에도 김성순이와 나란히 앉아가고싶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성순이 비속에서 《우리 로반》을 구원하고 의식을 잃은채 병실로 업혀들어왔다는 소식을 수굴작업장에서 듣고서도 내려가 따뜻한 위안의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였다. 그동안 김성순이 청년절을 맞으며 진행되게 될 예술소품공연련습을 하느라고 바삐 보냈을것이다. 서길산은 걸싸게 함마질을 했다. 오늘은 왜서인지 아무리 일해도 힘들것 같지 않았다. 정철수가 교대하자고 말해서야 서길산은 함마를 넘겨주며 얼굴에 질펀히 흐르는 땀을 씻었다. 《오늘은 속도가 별로 빠른걸. 한 발파를 더 할수 있겠어.》 《정성옥선수는 경애하는 장군님을 마음속에 그리며 달려서 1등을 하고 조국의 영예를 빛내였는데 우리 속도를 더 내자구. 우리가 전진속도를 빨리 할수록 장군님곁으로 더 가까이 가는것으로 되지 않겠나. 안그런가?》 《그래, 길산이, 정대를 잡게.》 쩡ㅡ쩡ㅡ 정머리를 때리는 함마소리가 간데라불빛이 어설프게 비치는 비좁은 공간을 간단없이 울리였다. 그날은 정말로 다른 날보다 두배는 더 실적을 올렸다. 중대에서는 수굴조의 수고를 생각해서 교대로력을 올려보낼 생각을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사실 돌깨는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대대에서는 인원이 딸리였다. 구조물공사도 아직은 끝나지 않은데다가 사면정리며 우수망공사도 골재깔기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말끔히 끝내야 했으며 게다가 낡은 채석장에 남아있는 돌도 마저 운반해와야 하는것이였다. 서길산은 대대의 그러한 사정을 알고 려찬호를 통해 교대로력은 필요없으니 정대만 잘 보장해달라고 림철중대장에게 련락했다. 《이 사람들이 정신나가지 않았어? 그놈의 굴안에서 아예 나오지 않을 잡도린가?》 림철중대장이 돌깨는 작업장에서 수굴작업을 교대한 든든한 남자들을 선발해가지고 직접 올라왔다. 이미 려찬호를 통해 새 수굴조가 올라올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서길산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굴입구를 막아치우고 겨우 빛이나 조금 들어오게 해놓았다. 림철이 밖에서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두사람은 함마질만 해댔다. 《중대장동지, 우린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두사람이야 대대에서 꼽히는 함마명수들이고 공사가 시작되여 지금까지 함마질을 도맡아해오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계속해야 속도가 빠르지 새 사람들이 낫겠습니까.》 서길산은 나가지 않을테니 다른 사람들을 붙일 생각은 말라고 오금을 박았다. 림철중대장은 더 어쩌지 못하게 되였다. 또 서길산이네 말이 그른것도 아니였다. 그들보다 더 나은 함마명수들은 없는것이였다. 그런데다 대대에는 돌이 걸리지 않았는가. 이제는 대대의 작업성과가 서길산이네 수굴조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해야 할것이였다. 림철은 정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교대를 시키던가 밥을 들여보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다가 서길산이와 정철수가 배포유해서 하하 웃어대는바람에 입을 쩝쩝 다시며 내려갔다. 그는 려찬호에게 수굴조사람들이 저러다가 쓰러질수 있으니 잘 살피라고 과업을 주었다. 그리고 식당에 말해서 영양보충이 될만한 음식을 한가지라도 더 만들어 올려보내주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림철중대장이 왔다가 내려간 다음날 수굴장의 입구에 려찬호가 나타나 《길산동지ㅡ》하고 찾았다. 서길산은 함마질을 멈추고 《벌써 밥시간이야?》하고 소리쳤다. 《체, 배고프지두 않는게지. 두더지들처럼 굴속에만 박혀있으니까 시간가는줄도 모르지요. 벌써 오후 3시예요.》 《넨장, 그러니까 배가 고팠지. 너 이 길산형님배가 남달리 크다는걸 몰라? 왜 이제야 밥을 가져온거야?》 《챠, 벌써 밥시간인가 한건 언제구. 강냉이가 빨리 익지 않아서 늦어졌어요.》 《뭐? 강냉이라니?》 《강냉이라니요? 대대지휘부뒤에 심은 강냉이수확을 했거던요. 그런데 량이 적어서 한이삭씩만 돌아가는걸 리선명후방참모동지가 수고를 제일 많이 하는 수굴조에는 특별히 생각해서 세이삭씩 보내주라고 했거던요.》 리선명은 자기의 과오를 심중히 반성하고 며칠전부터 다시 후방참모사업을 시작했다. 강냉이소리에 정철수도 일손을 놓고 서길산을 따라 굴입구로 어정어정 기여나왔다. 서길산이 밖에 나오니 버럭을 버린 그 옆에 뜻밖에도 김성순이 서있었다. 서길산은 반가와하며 그한테로 다가갔다. 여느때같으면 돌가루가 뽀얗게 올라가지고 겨울잠을 자고난 곰처럼 엉기적엉기적 기여나오는 두사람을 보면서 《굉장하군요!》 하며 생글생글 웃기부터 할 김성순이 어째서인지 심란해하는것 같았다. 《성순동무, 왜 그러오? 무슨 일이 있었소?》 《아무일도 아니예요. 무슨 일이 있겠어요. 철수동무와 함께 고생해요. 여기 와서 편히 앉아 강냉이맛이나 봐요. 우린 저 아래에서 먼저 먹고 올라왔는데 강냉이가 달아요.》 김성순이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가 편한 자리를 골라 그우에 도중식사보자기를 내려놓고 풀었다. 알이 촘촘히 박힌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노란 강냉이가 나왔다. 아직도 김이 물물 났다. 《이거 멋있는데! 강냉이가 다 먹게 된줄도 모르고 우린 정말 두더지들처럼 굴안에만 박혀있었단 말이야.》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강냉이 한이삭을 집어들고 맛을 보던 정철수가 자기들만 먹기가 미안했던지 《성순동무랑 찬호동무랑 같이 들자구.》 하며 소랭이를 내밀었다. 《우린 먼저 먹었다지 않아요.》 《우리 생각은 말구 정동무, 어서 들어요. 그리고 길산동무랑 모두 출출하겠는데.》 《그래두 우리만 먹기 별나군. 한이삭씩밖에 안돌아갔다는데 저 찬호야 성찼을라구.》 정철수가 굳이 권해서야 두사람은 강냉이를 반이삭씩 꺾어들었다. 김성순은 겨우 강냉이 몇알을 입안에 뜯어넣고 씹는둥마는둥 했다. 그러는 김성순을 옆에 앉은 서길산이 흘끔흘끔 보군 했다. 아무래도 김성순의 기분상태가 정상이 아닌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처녀의 눈에는 물기가 차분히 배여있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무슨 일일가? 두 사람이 식사를 끝내자마자 김성순이 빈 그릇들을 보자기에 싸면서 《찬호동무, 먼저 내려가보라요.》했다. 령리한 려찬호는 다른 말 하지 않고 선선히 응했다. 그가 끝이 무디여 못쓰게 된 정대들을 메고 내려가자 서길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순동무, 도대체 왜 그러오?》 김성순이 잠시 심란해서 땅바닥만 내려다보고있다가 한숨을 쉬였다. 《철수동무가 있다고 해서 말 못할게 없지요 뭐. 길산동무, 집에… 아버님한테 가봐야겠어요.》 《그건 무슨 소리요?》 서길산이 갑작스레 가슴이 철렁해서 성순을 바라보았다. 김성순이 끝내 눈물을 훔치였다. 《아버님이… 아버님이…》 《뭐요? 우리 아버님이 어떻게 됐다는거요?》 《챠, 성순동무, 그렇게 눈물만 짜지 말고 빨리 말하오. 이거야 어디.》 정철수가 지켜보다못해 왈칵 성을 내며 다우쳐물었다. 김성순이 힘들게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려단에 올라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어요. 우리 대대에 있다가 려단지휘부에 올라간 정호동지 있잖아요. 그 동지가 일이 있어 며칠전에 신암에 갔다가 길산동무 아버님소식을 듣고 왔더군요. 어느날이였대요. 그날도 아버님은 아침일찍 출근하여 철길을 순회하고있었는데 사태가 나면서 바위 하나가 굴러내려온걸 발견했대요. 철길우를 덮고있는 바위를 말이예요. 그 시간으로 말하면 화물렬차가 지나갈 시간이였대요. 아버님은 바빠맞아 혼자서 그 무거운 돌을 치우기 시작했대요. 아버님은 허기진 상태로 온몸이 어지러운 흙투성이가 되고 얼굴이며 어깨가 온통 피칠갑이 되여가지고 겨우 돌을 철길밖으로 굴려냈대요. 그때 렬차가 왔다나봐요. 아버님은 그런 몸으로 돌에 의지해서 겨우 기발을 들어 통과신호를 보냈대요. 운행중에 있는 화물렬차의 승무원들이 가까이에 있는 역에 알려주어 아버님을 병원에 후송했는데 몇시간후에야 정신이 드셨대요. 사람들은 그때 아버님이 작업도구랑 넣어가지고 다니는 가방안에서 점심밥곽대신 반공기되나마나한 멀건 죽이 들어있는 수지물병 하나를 보고 모두 눈물을 흘렸대요. 아버님은 그렇게 자시고 철길순회를 하다가 그런 일을 당한거래요. 아버님은 그때 돌을 치우면서 허리를 다친것 같대요. 그래서 병원에 여직 입원해 계시는데 면회가는 사람들에게 고속도로건설장에 나가있는 길산동무한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대요.》 세 사람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겨있었다. 《길산이!》 고개를 푹 숙이고있던 정철수가 조용히 침묵을 깼다. 《아버님은 아마 동무가 크게 걱정할가봐 그렇게 말했을거야. 하지만 얼마나 외로워하겠나. 옹진누님한테 그 소식이 가닿지 않았을수도 있지 않겠나. 대대에 보고하구 가보게. 수굴작업이야 동무대신 다른 사람이 올라오면 되지 않겠나.》 서길산의 귀에는 그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허공만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문득 병원에 누워있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어리여왔다. 멀건 죽이 들어있는 수지물병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옹이처럼 들어박히였다. 이 아들에게 말해주지 말라고 했지만 생각이야 얼마나 하랴. 가야 하지 않을가? 운신을 못하는 아버지를 내가 가서 위안도 해드리고 도와드리기도 해야 할게 아닌가. 혹시 옹진누이가 그 소식을 받지 않았을가? 아니, 소식을 받았다고 해도 누이야 누이대로 바쁜 몸이 아닌가. 《여, 길산이!》 정철수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뭘 생각해볼거나 있는가. 아버님이 운신을 못하고 누워계신다는데 말이야.》 《길산동무!》 김성순이 역시 그러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서길산을 바라보았다. 서길산은 목석처럼 굳어져있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순동무, 부탁이요. 중대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마오.》 《무슨 소리야?》 정철수가 의아해서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서길산은 더 말하지 않고 굴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에이 참!》 정철수는 자신에게인지 누구에게인지 모를 화를 내다가 《성순동무, 동무가 말하라구. 가야 한다구 말이야. 동무야 저 친구를 설복해야 하지 않아. 그 아버님을 생각해서…》 김성순은 대답대신 얼굴을 싸쥐며 흑ㅡ하고 흐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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