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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3 회 )
제 3 편
8
대대의 전투실적은 날을 따라 쭉쭉 올라갔다. 식량사정은 여전히 곤난했다. 군에서 전쟁로병들이 보내온 식량이 전투원들의 심장에 불을 달아준것은 사실이지만 며칠 가지는 못했다. 인제는 쑥이나 냉이같은 햇풀들도 다 쇠여버리여 뜯어먹을 형편이 못되였다. 하지만 모두들 견디여냈다. 농도다리는 간고한 전투를 하여 하부구조물콩크리트타입을 기본적으로 끝냈으며 인차 상판휘틀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당창건기념일까지 다리공사를 끝낼 전망은 확고해진것이다. 문제는 로반에 깔아야 할 골재가 걸렸는데 새 채석장개발장에서는 서길산이 발기하여 대발파를 하기 위한 전투에 들어갔다. 수굴작업을 위한 돌격조가 무어졌다. 서길산이 갓 임명된 소대장으로 채석장개발전투를 책임지게 되였다. 정철수가 채석장으로 올라와 수굴조에 망라되면서 최남영소대장은 돌깨는 작업장을 책임지고 거기로 내려갔다. 그의 소대 기본력량이 돌깨는 작업에 동원된것이였다. 돌깨는 작업이란 채석장에서 날라온 큰 돌들을 잘게 깨서 자갈로 전환시키는것을 말하는데 그 작업을 미리미리 선행시켜야 로반골재깔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속도를 낼수 있는것이였다. 서길산은 다리공사에 동원된 소대원들에게도 관심을 돌리면서 새 채석장개발을 내밀자니 그전보다 곱절로 힘이 들어했다. 그는 며칠사이에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 퍽 심중해졌으며 롱말을 한마디 해도 먼저 생각해보고 했다. 소대장이 된것만큼 모든 면에서 대원들의 거울이 돼야겠다는 자각도 생겨났지만 그보다도 리선명이나 정철수의 군중규률위반사건이며 최남영의 입당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많은것을 생각해본것이였다. 수굴조는 밤과 낮을 이어가며 장약굴을 파고들어갔다. 서길산은 소대일을 당분간 박정수가 맡아보게 하고 자기는 굴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돌문제를 푸는것이 지금은 급선무였다. 며칠동안의 긴장한 전투를 벌리여 인제는 퍼그나 들어갔다. 그들이 남은 10m의 구간을 마저 돌파하기 위한 치렬한 수굴전투를 벌리고 다리공사장에서는 한창 경간콩크리트치기를 하고있을 때 대대가 한명도 빠짐없이 모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새 채석장개발전투장에 나가있는 수굴조도 례외가 되지 않았다. 서길산은 수굴전투가 긴장하게 진행되는것을 알면서도 다 내려오라고 하니 대대에서 아마도 무슨 중한 일이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굴려봐도 무슨 일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서길산이네가 수굴작업을 중지하고 내려오니 대대앞마당에는 이미 구조물공사에 동원된 전투원들까지 모두 와서 정렬해있었다. 서길산이네가 대렬에 들어서기 바쁘게 류종수가 앞에 나섰다. 그는 여느때없이 깨끗한 옷을 입었으며 몸가짐도 정중했다. 《동무들!》 그는 무척 흥분한듯 목소리가 갈리였다. 《바로 어제 우리들이 오매에도 그리던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여기 평양ㅡ남포고속도로건설에 참가하고있는 우리 돌격대원들에게 참으로 은정깊은 배려를 돌려주시였습니다.》 조용하던 대렬에 흥분의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류종수는 격정에 목이 메여 한참동안 갑자르다가 겨우 말을 다시 이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지금 고속도로건설에 참가하고있는 청년들이 어려운 식량사정으로 변변히 먹지도 못하면서 매일과 같이 마대로 골재며 흙이며 세멘트를 메여나르느라 잔등이 벗겨지고 피멍이 들어 밤에 잠을 자도 엎드려서 잔다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우리 청년들은 조국의 미래이고 당에서 제일로 아끼는 보배들이라고, 고속도로건설에 동원된 청년들의 생활형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나라사정이 좀 긴장하더라도 애로를 다 풀어주자고 하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우리들의 식생활형편부터 다 알아보시고나서 지금 한창 돌이라도 삭일 청년들인데 왜 배가 고프지 않겠는가, 자신께서 준비한 만두가 있으니…》 류종수는 다시금 목이 꽉 메여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는 얼굴들이 축갈대로 축가고 까맣게 탔으며 눈들이 쑥 들어간 전투원들을 둘러보고 또 말이 나오지 않아 모지름을 썼다. 그러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만두가 있으니 청년건설자들모두를 평양에 데려다가 푸짐히 먹이자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공사에 동원된 청년들이 10만명이 된다는데 한명당 50개씩 돌아가게 500만개의 만두를 보내주겠으니 옥류관과 청류관을 비롯한 수도의 이름난 식당들에서 초간장같은것도 잘 만들어놓고 흰쌀밥에 맥주도 보장해주어야겠다고 하시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청년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힘들게 공사를 하는것만큼 예상치 않던 환자들이 생길수 있다고 하시면서 중앙병원의 강력한 의료진을 파견하여 먼저 집중검진도 조직하고 결과에 따르는 필요한 대책을 다 세워야겠다고 말씀하시였답니다!》 맨 처음 녀대원들속에서 흐느낌소리가 울려나왔다. 이어 온 대대가 만세의 함성을 터치였다. 《김정일장군님 만세!》 《만세!》 만세소리는 대지를 진감시키며 울려갔다. 서길산은 자기도 모르게 곁에 서있는 정철수를 와락 그러안았다. 《철수, 이 친구야! 들었어? 우리들이 어떤 사랑을 받으며 사는지 들었냐 말이야.》 《길산아, 가자!》 정철수가 목이 메여 부르짖으며 서길산을 잡아끌었다. 《이 자식아, 가긴 어디로 가자는거냐?》 《아버지장군님께서…아, 장군님께서 우리들을 잊지 않으시고… 고생한다는거랑 다 아시고… 그렇게 하늘같은 사랑을 베풀어주셨는데 어떻게 해놓은 일도 없이 평양으로 가겠는가 말이야. 가서 빨리 일을 하잔 말이야.》 《네 생각이 옳다. 이 로반을…〈우리 로반〉을 다 깔고도 남을 돌을 떨구기 전엔 우리 전투장에서 내려오지 말자!》 하지만 그들은 인차 작업장으로 올라갈수 없었다. 그들에 대한 종합검진을 하기 위해 평양에서 고급설비를 갖춘 검진차와 함께 의료진이 내려온것이였다. 대대전원이 종합검진을 받았다. 전투원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아졌다. 구조물공사를 맡은 전투원들은 그들대로 골조타입을 다 끝내고서야 평양으로 가겠다고 했다. 후방보장부문에서도 기세들이 앙양되였다. 그들은 들나물을 캐다가 한가지라도 더 전투원들의 구미를 돋굴수 있는 음식을 만드느라고 애썼으며 짬만 있으면 현장에 나가 공사도 도왔다. 리선명이가 그 앞장에 섰다. 그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랑에 접하고보니 더더욱 충격이 컸다. 작업실적은 날을 따라 높아갔다. 바로 그 무렵에 큰비가 내리였다. 처음에는 시꺼먼 구름장들이 하늘을 메우며 꾸역꾸역 밀려오더니 번개가 일고 천둥이 울부짖었다. 비는 오후 첫 시간에 접어들면서부터 대줄기같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삽시에 주변은 물천지가 되였다. 구름이 계속 밀려오는것을 보니 비가 언제 멎을지 알수 없었다. 최진혁은 그때 구조물공사장에 나가있었는데 물이 점점 불어오르자 모래채취장에 모아놓은 모래가 걱정되였다. 콩크리트혼합물에 들어가는 모래보장을 위하여 한개 소대력량이 작업장에서 얼마간 떨어진 강하류에 내려가 모래채취를 하고있는데 물이 불어나면 바닥에 모아놓은 모래가 떠내려갈수 있는것이였다. 최진혁이 걱정하고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모래채취장쪽에서 려찬호가 뚝을 따라 급하게 달려올라왔다. 《대대장동지, 야단났습니다. 모래가 떠내려갑니다.》 온몸이 비물에 홀딱 젖은 려찬호가 급히 보고했다. 그 모래만 떠내려가는 날에는 야단이 아닐수 없었다. 불어난 물이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조건에서 다시 채취하자 해도 기일을 보장하기가 힘들수 있었다. 최진혁은 억수로 내리는 비때문에 콩크리트타입전투를 중지해야 하는 조건에서 구조물공사에 동원된 인원들을 데리고 내려가 우선 모래부터 《구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매 사람이 빈 마대를 하나씩 준비하게 하고 그들을 이끌고 모래채취장으로 내려갔다. 려찬호의 말대로 말라있던 강바닥은 거의 전부 물에 잠기였다. 어떤 모래무지들은 벌써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숨이 턱에 닿아 달려간 대원들은 누가 구령을 내리기도 전에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여들었다. 허리치는 물속을 헤염치다싶이하며 들어가 모래를 담아가지고 기슭으로 나왔다. 둔덕우에 모래를 쏟아놓고는 다시 들어갔다. 비는 그냥 한대중으로 쏟아졌다. 《어ㅡ좋구나! 까짓거 잘됐어! 목욕할 시간이 없었댔는데 좋지 않아. 시원해서 좋은데. 에크!》 유쾌한 소리를 하며 물속으로 뛰여들던 양명철이 웅뎅이진 곳에 빠져들며 비명을 질렀다. 키가 남달리 작은 양명철이 하마트면 머리까지 꼴깍 잠길번하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동무들이 하하하 하고 좋아라 웃어댔다. 양명철이 빠져든 곳은 모래를 파낸 자리였다. 《주의하라구. 양명철이, 대동강에 떠내려가면 평양에 만두 먹으러 못간단 말이야. 너 키는 왜 남들보다 작아가지구 그래?》 《내 걱정은 말아, 려찬호. 너나 주의하란 말이야. 너는 개구리헤염도 못치지 않아.》 《개구리가 헤염을 얼마나 잘 친다구 그래.》 《여, 동무네 롱질할새 있어. 모래가 다 떠내려간단 말이야. 모래만 다 떠내려가게 했다간 정말 평양에 갈 자격들이 없단 말이야. 자, 빨리빨리!》 박정수가 모래마대를 힘겹게 메고 나오며 소리쳤다. 하마트면 모래가 몽땅 떠내려갈번 한것을 제때에 많은 인원들을 동원시킨통에 미리 막을수 있게 되였다. 모래때문에 생겼던 걱정이 없어지자 최진혁의 머리속에는 새로운 걱정이 차올랐다. 날은 어두워오고 비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데 채석장에 돌운반나간 대원들이 돌아오지 않은것이였다. (야단났구나! 그 동무들이 이 비속에서 돌마대를 지고오자면 힘들겠는데.) 낡은 채석장에서 《우리 로반》까지 오자면 논판가운데로 난 진흙길로 와야겠는데 벌써 비때문에 온통 미끄러울것이다. 그런데다가 로반은 아직 다짐작업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비물이 스며들어 수렁처럼 흐물흐물할것이다. 비발이 점점 세차지면서 수로의 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빨라지는것을 보니 《우리 로반》이 떠내려가지 않겠는지도 걱정이 되였다. 아직 배수체계가 완비되여있지 않는 로반이였다. 《안되겠소. 2중대에서 한개 분대가 떨어져 이미 옮겨놓은 모래가 류실되지 않게 하고 나머지력량은 나와 함께 〈우리 로반〉에 가봐야겠소. 림철중대장동무도 여기 떨어지오.》 최진혁은 그렇게 지시하고나서 대원들을 데리고 《우리 로반》으로 급히 향했다. 수로뚝을 따라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눈앞이 불시에 하얘지며 재끈 하는 소리가 났다. 이어 머리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천둥소리였다. 어딘가 아주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진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수로건너에 서있는 아름드리 늙은 뽀뿌라나무의 중둥이가 부러져나갔다. 껍질이 벗겨진 하얀 나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선뜩했다. (로반이… 《우리 로반》이 일없어야겠는데!) 최진혁은 창황중에 속으로 부르짖었다.
바로 그 무렵 김성순은 혼자서 무릎까지 거의나 빠져들어가는 로반을 따라 걸어오고있었다. 려단에 청년절기념 예술공연대본을 받으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 그는 걷기 쉬운 길로 에돌아올수 있었으나 비가 내리자 《우리 로반》이 걱정되여 일부러 려단이 맡은 로반을 따라 걷기 시작한것이였다. 《우리 로반》이 가까와오면서 김성순은 마음이 급해났다. 대줄기같이 내리는 비는 도무지 인차 그칠것 같지 않은데 사방엔 벌써 탕수가 범람하고있었다. 어떤데는 논판인지 로반인지 알아볼수 없게 되였다. 잘못하다가는 탕수에 말려들어갈것만 같아 겁이 났다. 번개의 시뻘건 불줄기가 내리꼰질 때마다 온통 물바다가 된 대지가 드러났다. 그 속에서 흙탕물투성이가 된 전투원들이 로반을 구원하는 전투들을 벌리고있었다. 대대가 맡아하는 농도다리공사장에 이른 김성순은 주변에 한사람도 없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 어디 갔을가?) 김성순은 비물에 잠겨드는 작업장주변을 둘러보았다. 타입작업은 언제 중지했는지 작업장은 대충 정리되여있었고 세멘트적재장은 비물이 흘러들지 않게 방수포로 잘 씌워놓았다. 김성순은 《우리 로반》쪽으로 눈길을 돌리다가 깜짝 놀랐다. 반반하게 정리해놓은 《우리 로반》의 한쪽 사면으로 홈을 파며 범람한 황토물이 콸콸 흘러내리지 않는가. 그대로 두면 몇분 안가서 《우리 로반》이 허물어져 내릴것이였다. 《아, 모두 어데 있어요? 〈우리 로반〉이 위험해요ㅡ 〈우리 로반〉이 떠내려가요ㅡ오ㅡ》 김성순은 목이 터져라 하고 부르짖었다. 주변에서 누구도 화답해오지 않았다. 비소리만 요란했다. 《꽈르릉ㅡ》 거대한 우뢰소리가 터졌다. 《동무들, 〈우리 로반〉이 위험해요!》 안타까이 부르짖었다. 인제는 짓눌릴대로 짓눌린 목소리가 가까스로 목구멍에서 울려나왔다. 끝내 누구도 얼씬하지 않자 비오는 어둠속을 허둥거리며 살피다가 콩크리트혼합장에 있는 몰탈판이 눈에 띄우자 그리로 달려갔다. 그는 남자들 서넛이 달라붙어서야 옮기군 하던 무거운 철판을 죽을힘을 다해 잡아끌었다. 처음에는 움쩍하지 않을것 같던 철판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는 한치한치 몰탈판을 끌어가며 정신없이 부르짖었다. 《이걸 어쩌나! 동무들… 로반이… 〈우리 로반〉이 떠내려가요!…》 그는 누구인가 빨리 나타나기만을 애타게 바랐다. 당장이라도 《우리 로반》이 사태져내릴것 같아 가슴이 탔다. 겨우 철판을 매끄러운 경사지에서 두어m 끌어올린 김성순은 그만에야 몸을 가누어내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 바람에 몰탈판은 한m쯤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다행히 한쪽 귀퉁이가 땅에 박혀버리였다. 성순은 이를 악물고 달려내려가 철판을 잡아끌었다. 눈앞이 또다시 번쩍하며 주위가 은백색으로 화했다. 우뢰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김성순은 그 순간 《우리 로반》을 위해 희생된 리영국을 생각했다. 《성순동무, 기운을 내라구. 쓰러져서도 안되구 주저앉아서도 안돼. 완공의 날을 그려보며 대대가 피와 땀을 바쳐 다져온 〈우리 로반〉이 떠내려가면 안돼!》하고 그가 말하는것 같았다. 그러자 《우리 로반》을 위해 모진 배고픔과 추위와 무더위를 이겨내며 함께 일해온 동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에 목이 메여 눈물을 흘리며 일을 더 많이 하고서야 평양으로 가겠다고 하던 동무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고귀한 땀이, 념원이 깃들어있는 《우리 로반》이 아닌가! 김성순은 끝내 철판을 로반우에 끌어올려 탕수가 소리치며 흘러내리는 곳에까지 끌고가는데 성공했다. 그러느라니 힘이 진해버렸다. 그래도 주저앉아있을새가 없었다. 그는 《우리 로반》의 한쪽면을 파들어가는 물줄기에 가까스로 철판을 가로질러세웠다. 그리고는 물의 압력에 밀려 넘어지려는 철판에 몸을 기대고 뻗치였다. 물은 철판을 넘어나려고 했으나 그런대로 당장은 흐름을 멈추었다. 량옆으로 넘어나는 물이 그의 온몸에 흙탕을 들씌워놓았다. 흙물은 입안으로도 흘러들었다. 처녀는 그대로 로반에 묻혀 대통로를 영원히 받드는 한줌 흙이 된다고 해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눈을 뜰수도 숨을 마음대로 쉴수도 없었다. 흙탕물이 입과 코로 사정없이 쓸어들어왔다.… 최진혁은 양명철이며 려찬호며 몇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우선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달려가다가 탕수가 넘쳐나는 물곬에 빠져 넘어졌다. 김성순이 철판으로 막아놓아 차오른 물이였다. 뒤따라 달려오던 양명철이 최진혁을 도와주려다가 그 아래에서 철판을 받치고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대대장동지, 저기 누가!》하고 다급히 소리쳤다. 최진혁이 탕수에서 헤염치듯 하며 겨우 나와 그쪽으로 급히 다가갔다. 《엉? 누구요? 동무! 동무!》 흙탕물을 뒤집어쓰면서도 철판을 받치고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다급히 불렀다. 그 순간에 번개가 번쩍하며 사위를 밝히였다. 《성순동무가?!》하는 소리가 최진혁의 입에서 튀여나왔다. 김성순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기척이 없었다. 그를 대신하여 양명철이며 려찬호들이 기울어지려는 철판을 몸으로 밀었다. 김성순은 최진혁이한테 안겨 쏟아지는 흙탕물속에서 나와서야 얼마간 의식이 든듯 했다. 《동무들! 〈우리 로반〉이… 〈우리 로반〉이…》하고 같은 소리를 외웠다. 정덕성참모장이 돌운반에 동원되였던 대원들을 이끌고 《우리 로반》이 걱정되여 달려오고 리선명이 취사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온 대대가 《우리 로반》을 구원하는 전투에 나섰다. 모래며 흙을 채운 마대들로 물목을 막고 몸이 그대로
성벽이 되여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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