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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2 회 )
제 3 편
7
《정대를 똑바로 잡아!… 그 머리가 박살나지 않겠으면 정신을 차리란 말이야!… 이 자식아, 그래 소대장이라는게 그따위 일에나 따라다녀?… 너도 이 서길산이와 다른게 뭐가 있어?… 온 나라가 군대를 원호하는 때에 원군물자에 손을 댄단 말이야?… 이 산의 돌을 다 헐어내기 전에 내려갈 생각을 하지 말라구… 소대앞에… 나타날 생각을 말란 말이야!》 서길산은 기운이 진하도록 함마질을 하며 도간도간 중얼거리였다. 돌가루가 뽀얗게 떠도는 협소한 굴안에서 정머리를 때리는 함마소리가 떠엉ㅡ 떠엉ㅡ 동안 뜨게 울리였다. 정대가 부러져나갈듯 아츠럽게 떨었다. 서길산은 벌써 한시간은 그렇게 혼자서 함마질을 했을것이다. 피를 토하듯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친구에 대한 타매라고만 볼수 없는 분노와 회오가 배여있었다. 하여 정철수는 더더욱 가슴이 저리였다. 차라리 내려치는 함마에 머리를 들이밀어 산산이 바스어버리고싶었다. 아, 정철수가 이게 무슨 꼴인가! 그처럼 어려운 시련을 겪으면서도 원군길을 가는 한 녀인의 마음이 키워오는 돼지를 메오다니! 길산이까지도 나때문에 저렇게 괴로와하는데 내가 무슨 똑똑한 친구인가! 두사람의 처참한 작업모습을 뒤에서 속이 한줌만 해서 지켜보며 최남영이 《그만하게. 사고를 치겠어!》했으나 당자들은 누구도 듣지 못한듯 했다. 정철수는 어제 밤중으로 리선명이와 함께 돼지를 메고 윤명녀네 집으로 갔다. 대대와 중대의 지휘관들이 함께 가서 그들을 대신하여 윤명녀에게 사죄를 했다. 윤명녀는 돼지가 다시 돌아오고 최진혁이 대대를 대표하여 안됐다고 사죄를 하자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어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사연을 깨닫고 몹시 노여워했다. 《이 사람들, 그래서 돼지를 도로 가져왔나? 제발 이러지들 말게. 인민군대에 가지고 갈 돼지는 그것말구두 또 있네. 제집을 두고 여기 와서 수고하는 임자들인데 도대체 돼지 한마리가 뭔가. 임자들이 일하다 쓰러지고 모습들이 험상해지는것을 보면서도 여태껏 변변히 도와주지 못해 그것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이러면 이 늙은이의 마음이 어떻겠나. 딴생각말구 당장 도로 가져가게.》 최진혁이네들이 그 말을 들어줄 잡도리가 아니라는것을 알자 녀인은 당장 돼지를 까려고 창고에 들어가 도끼를 찾아들고 나왔다. 그러는것을 최진혁이 달라붙어 빼앗았다. 《어머니, 어머니의 그 마음을 우리가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됩니다!》 최진혁은 긴말로 사정했다. 리선명은 머리를 들지 못했다. 그는 심한 자책감을 느끼며 윤명녀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어머니! 이 못난 놈의 뺨이라도 때려주십시오! 어서요! 돌격대원의 량심을 어지럽힌 이 못난 놈의 뺨을 마음껏 때려주십시오!》 정철수도 함께 용서를 빌었다. 고향의 전쟁로병들이 자기들에게 차례진 얼마 안되는 식량을 보내주면서 군당책임비서에게 했다는 그 말을 전달받으면서 정철수는 더더욱 생각이 깊어진것이였다. 최진혁이네는 끝내 돼지를 우리안에 놓아주고서야 돌아섰다. 윤명녀가 따라오며 눈물이 글썽해서 이 사람들아, 내 말을 좀 들으라구, 귀한 젊은이들이 쓰러져가는데 돼지 한마리가 뭔가고 했지만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들 큰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고개들을 푹 숙이고 무거운 침묵에 잠겨 걸어갔다. 대대정문에 들어설 때까지 누구도 말이 없었다. 아침에 뜻밖에도 윤명녀를 비롯한 립석마을사람들이 지원물자를 모아가지고 대대에 찾아왔다. 여유가 없는 살림이지만 성의를 다해서 모아들인것이였다. 윤명녀는 일동을 대표해서 얼마 안되는 낟알이라고 미안한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후방참모 그 사람이랑 정철수랑한테는 잘못한게 없다, 돼지는 자기가 가져가라고 해서 그 사람들이 가져간것이니 절대로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했으나 대대모임에서 두사람은 철직처벌을 받았다. 리선명은 식당화구를 보고 또 그밖의 식당일을 하게 하였고 정철수는 평대원으로 떨어져 채석장개발장으로 올라왔다. 새 소대장으로는 서길산이 되였다. 《여, 길산동무, 어쩌자구 그래? 그만하라구! 그만하라는데, 철수동무, 정대를 이리 달라구!》 최남영이 비좁은 굴안에서 어쩌지 못하고 사정을 하다못해 화를 냈다. 좀해서는 그 누구한테도 언짢은 소리를 할줄 모르는 최남영이였다. 서길산은 비로소 함마를 내려놓으며 돌가루투성이의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주먹으로 돌바닥을 내리쳤다. 《어쩌면… 철수, 네가 그런 행동을 다 했어? 말해봐! 내가 표식말뚝을 옮겨놓는 망동을 부렸을 때 넌 뭐라고 했어? 그런데 오늘은 네가 대대의 명예를… 량심을 더럽히는 행동을 한단 말이냐? 어쩌면 너도 그럴수 있냐 말이야!》 서길산은 허공을 향해 얼굴을 쳐들며 장탄식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야, 길산아. 내가 잘못했다. 정말이다. 내가 못할 짓을 했어!》 정철수는 고개를 푹 숙이며 괴로움에 차서 말했다. 《나자신도 내가 역겨워진다. 내가… 내가… 아! 전쟁로병동지들이 굶으면서 보내준 그 식량만 아니였대도 내 가슴이 이렇게까지 터져오진 않을거다. 길산아, 이 함마로 이 못난 자식의 대갈통을 들부셔놓아라!》 서길산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굴천정을 망연히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말할수 없는 괴로움으로 컴컴하게 변해갔다. 이윽하여 그는 까닭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짓눌린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철수야, 모질게 말한 나를 리해해라. 너는 너자신을 용서 못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이 서길산이 너보다 백배는 더 못난 자식이다. 너도 이자 말했지. 로병동지들이 굶으면서 보내준 식량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서길산은 어떻게 했니? 표식말뚝을 뽑는 량심없는 행동을 했구 집단과 동지들의 비판을 삭이지 못하고 대오를 떠나갔더랬지. 아마도 그래서 사람이란 죽을 때까지 철이 든다고들 말하는거겠지. 난 지금에 와서야 그때 내가 얼마나 한심한 짓을 했는지 똑똑히 알게 되는것 같다. 그런데 철수 너까지 망탕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분해서 그런거다.》 그렇다. 서길산은 이번의 일을 당하면서 다시금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는것이였다. 그는 뼈속깊이 갈마드는 새삼스러운 후회로 하여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야, 철수야! 다시는…그래… 우리 다시는 그런 과오를 범하지 말자! 똑바로 살잔 말이야!》 《그러자, 길산아! 아무렴 이 철수가…》 정철수는 격하여 말끝을 잇지 못했다. 김성순이 운반식사를 챙겨가지고왔다. 세 사나이는 웅크리고앉아 저마끔 말이 없었다. 성순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듯 생긋이 웃었다. 《아니, 왜들 한바탕 싸운 사람들처럼 얼굴들이 시퍼래서 그래요?》 성순은 수굴작업장을 둘러보다가 깨끗하고 편한 자리를 골라 그우에 꽃보자기를 펴놓고 가져온 음식가지들을 펴놓았다. 새 채석장개발전투장에 아직은 식당을 따로 차려놓을 형편이 못되여 박토처리조는 대대에 내려가 식사를 하고 일이 바쁘고 힘든 수굴조 남자들의 식사는 하루 세끼 날라다먹는데 그때문에 김성순이 수고했다. 그는 대대지휘부를 오가며 필요한 소식이나 자재 같은것을 날라오는 임무를 맡고있는데 그러다나니 수굴조의 식사도 맡아서 운반하는것이였다. 《자요. 다들 오라요. 오늘은 특식이예요. 군에서 가져온 밀가루로 오경실아주머니가 쑥떡을 빚었어요. 밀가루가 어찌나 좋은지 흰쌀가루로 만든것처럼 먹음직스럽고 찰기도 있어요.》 《그렇소? 우리 선아 어머니솜씨가 어떤가 한번 볼가? 오, 괜찮아. 다들 오라구. 참 정철수동무야 이 쑥떡을 먹지 않아도 되겠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테니까.》 최남영이 먼저 다가가 쑥떡을 한입 베여물고나서 김성순이쪽에 대고 눈을 끔뻑하며 익살섞인 소리를 했다. 정철수와 서길산이는 음식을 거들떠보지 않으며 그냥 덤덤히 앉아있었다. 《정말 다들 안오겠소? 그렇다면 이 좋은걸 내 혼자서 다 먹어야겠군.》 《동무들, 그러지 말아요.》 김성순이 웃음을 거두고 타이르듯 말했다. 《나두 이자 동무들끼리 그러는걸 다 봤어요. 정철수동무가 괴로와하는 심정도 다 리해돼요. 그래도 이 쑥떡은 다 들어야 해요. 이건 우리 로병동지들이 자기들은 굶으면서 보내준 그 밀가루로 만든 쑥떡이예요. 저 아래에서도 온 대대가 그걸 알기에 이 쑥떡을 먹으면서 울었어요. 그러면서두… 울면서두 쑥떡을 다 먹었어요. 그렇게 하는게 로병들이 바라는것이기때문이예요. 자기들은 굶으면서두 아버지장군님을 따르는 우리들의 마음과 의지가 더 굳세지기만을 바라는것이 전쟁로병동지들의 마음이란 말이예요. 그러니 이건 그저 단순한 쑥떡이 아니예요. 동무들은 이 쑥떡을 다 먹어야 해요!》 김성순은 끝내 흑ㅡ 하고 흐느꼈다. 그의 말이 남자들의 심장벽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정철수와 서길산이 말없이 음식앞으로 다가왔다. 정철수는 쑥물이 파아랗게 든 곱게 빚은 쑥떡 한개를 집어들었으나 선뜻 입에 가져가지 못했다. 《먹으라구. 들었지? 먹어야 해!》 서길산이 혼자소리하듯 웅얼거리였다. 했으나 그 역시 쑥떡을 한입 베여물고는 오래도록 삼키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나 분위기를 밝게 해보려고 부릴줄 모르는 노죽을 부려보느라 애쓰던 최남영이까지도 쑥떡 한개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 그런대로 겨우 식사들을 끝냈을 때 김성순이 대대정치부에 들렸다가 알아가지고온 소식을 하나 알려주었다. 래일 점심식사후에 인차 당세포총회가 있는데 최남영동무는 늦지 않게 내려와 꼭 참가하란다는것이였다. 서길산과 정철수는 그 소리에 갑자기 말이 없었다. 비당원인 최남영이 당세포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수 있는것이였다. 틀림없이 입당심의때문에 그럴것이다. 서길산은 생각이 깊었다. 부럽기도 하고 또 기뻤다. 바로 며칠전에 최남영이 여기로 돌탐사를 위해 올라오면서 자기 아버지의 과오에 대한 이야기며 그리고 자기의 마음속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것이다. 아, 이 서길산에게는 언제 그런 행복이 차례질것인가? 서길산은 부러움을 숨기지 않으며 최남영의 두손을 꽉 잡았다. 《남영동무, 축하하네!》 최남영은 얼치운 사람처럼 어리벙벙해있다가 차츰 얼굴이 벌개졌다. 그도 고대하던 순간이 왔다는것을 의심치 않았다. 사실 며칠전에 최남영은 당조직으로부터 동무도 입당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이 있으면 당규약학습도 좀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그렇게도 빨리 오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던것이였다. 오히려 자기한테는 떳떳치 못한 아버지의 과거때문에 그런 행운이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수도 있으며 세포비서가 그런 말을 해준것은 처지가 남다른 자기에 대한 동정에서 그래본것일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내가 당원이 될수 없을가 하고 생각해온 최남영이였다. 《부끄럽네. 길산동무, 성순동무 그리고 철수동무, 사실 나야 동무들보다 먼저 입당할만한 놈이 못되는게 아닌가. 그런데 이런 순간이 올줄이야. 나도 막 믿어지지 않는구만.》 《뭘 그러나. 최남영동무야 여기 와서 누구보다 일을 많이 했지. 그래서 조직에서도 동무를 먼저 추천한게 아니겠나. 오후에는 떨어지게. 철수동무와 내가 동무몫까지 할테니까. 래일 입당심의를 잘 받자면 준비를 잘해야 할게 아닌가. 당규약도 다시 보고. 철수, 그렇게 하자구.》 《더 말할게 있나. 그래야지. 남영동무, 축하하네! 그리고 부탁이야. 길산동무의 말대로 하라구.》 《고맙네. 동무들, 하지만 그런 권고는 하지 말게. 조직의 믿음이 크면 큰것만큼 일을 더 해야 할게 아닌가. 입당심의야 뭐 내가 준비되여있는것만큼 받으면 되는것이지. 안그런가?》 최남영은 오후 한나절동안 정말 일손을 놓지 않고 누구보다 함마질을 많이 했다. 저녁에 발파를 했다. 그것은 새 채석장개발의 첫 발파였다. 서길산이 발파심지에 불을 달며 말했다. 《최남영동무의 입당을 축하하는 의의있는 첫 발파인셈이지. 일은 참 멋있게 되였어!》 《고맙네, 동무들!》 이윽하여 발파소리가 련이어 터져올랐다. 그 소리를 구조물공사장에서도 다 들었다. 온 대대가 그 소리를 들으며 기뻐했다. 드디여 돌문제가 풀릴 전망이 열린것이였다. 최남영은 입당심의에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밤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였다. 《일을 잘하거라. 이 아버지는 잘못 살았지만 너는 일을 잘해서 꼭 입당도 하고…》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내 귀전을 울리는것이였다. 이튿날도 그는 오전 한겻을 거의 함마질을 하느라 다 보내고 점심시간이 되여서야 일손을 놓았다. 내려갈 시간이 되자 그는 몹시 미안해했다. 일은 다같이 하고 큰 영광은 자기 혼자 받는것만 같이 생각되는것이였다. 그러는 그를 서길산이 따뜻한 진심의 말을 하며 떠밀었다. 《미안해하지 말고 떠나라구. 남영동무의 기쁨이자 함께 일해온 우리들모두의 기쁨이 아닌가. 내려가서 입당심의를 잘 받으라구!》 《최동무, 이 정철수가 과오는 범했지만 쬐쬐한 사내는 아니야. 동무가 부럽네. 나도 일을 잘해서 꼭 그런 영광을 지니겠네. 그러니 동무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려가 입당심의나 잘 받고 오란 말이야. 제발 얼떨떨하게 대답하지 말게!》 《동무들은 참 좋은 친구들이야! 고맙네! 친구들!》 최남영은 눈물이 글썽해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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