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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1 회 )
제 3 편
6
서길산이와 최남영이 끝내 새 돌맥을 찾아내고야말았다는 소문이 이른아침 기상하자마자 온 대대에 퍼졌다.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사람은 대대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이였다. 먼데 가서 무거운 돌마대를 메고 오는 대원들을 볼 때면 그 돌이 속에 통채로 들어앉은듯 마음이 무거웠던 그들이였다. 새 채석장을 개발하면 종전의 채석장에 비해 거리가 적어도 3분의 1은 줄어드는 셈이였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로력을 절약할수 있게 되였는가. 대원들의 고생도 그만큼 덜어지게 되였다. 대대속보판에는 당장 두 사람의 아름다운 소행을 알리는 속보가 나붙었다. 하여 온 대대가 알게 되였다. 서길산이와 최남영은 모두들 자기들의 소행을 두고 그 어떤 영웅적위훈이나 세운것처럼 떠드니 오히려 점직해했다. 대대에서는 당장 새 채석장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계획대로 골재깔기를 끝내려면 돌채취를 빨리 선행해야 했다. 그사이에 해야 할 일은 산같았다. 장마전에 농도다리기초타입도 끝내고 이미 날라온 돌을 깨는 작업도 해야 했다. 서길산은 새 채석장을 개발하는 전투에 자기를 보내달라고 제기했다. 《서길산동무가 그렇게 나올줄 알았소. 그런데 다친 발목은 일없소?》 《일없습니다. 대대장동지.》 《좌우간 이번에 동무네가 수고했소. 새 채석장을 찾아내서 돌문제가 완전히 풀리게 되였으니까.》 《새 채석장을 찾아낸거야 최남영동무가 먼저 생각해낸거지 저야 뭐.》 《최남영동무도 수고했고 서길산동무도 공로가 크지. 역시 서길산인 서길산이란 말이야.》 《대대장동지, 자꾸 그러면 이 서길산이 또 명예심이 살아나 과오를 범하겠습니다.》 대대장은 히죽이 웃었다. 《명예라… 청춘시절에 명예를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나. 문제는 그 명예가 어떤 명예인가 하는것이 문제이지. 그런데 서동무 생각엔 새 채석장을 개발하는데 어떤 력량을 붙였으면 좋을것 같소?》 대대장은 아침에 서길산이네한테서 보고를 받고 새 채석장 앉힐 자리를 직접 가서 현지확인까지 한지라 이미 속타산을 다 해두고 물어보는것이였다. 《대대장동지, 박토처리할 인원 한개 분대와 함께 수굴할수 있는 남자들을 3명정도 붙여주면 될것 같습니다. 좋기는 수굴조를 최남영동무가 책임지게 하면 좋겠는데… 광산에서 발파나 수굴작업도 해보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런데 어쨌다는거요?》 《그 동문 소대장이 아닙니까. 소대장이 자리를 비우면 됩니까.》 《됐소. 최남영동무를 붙이겠소. 소대장사업은 림시로 다른 동무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러지 않아도 최남영동무자신이 수굴조에 넣어달라고 제기했소. 가만,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서길산동무가 왜 소대장을 못하겠다고 그랬는지 알만 하구만. 새 채석장을 개발하는데 한몫하자고 그랬지? 엉큼한 사람.》 서길산은 히죽이 웃었다. 대대장이 바로 맞힌것이였다. 《첫돌을 떨구기 전엔 내려오지 않겠습니다.》 그리 알고 새 채석장이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기를 찾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그러는 서길산의 눈에는 물기가 그렁했다. 최진혁은 그의 결심을 알고 가슴이 후더워왔다. 서길산이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루빨리 《우리 로반》을 완공하고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겠다는 티없는 결심이 그 눈에 다 어려있는것이 아닌가. 새 채석장개발을 위한 돌격조가 무어졌다. 수굴조에는 서길산이와 허광식, 최남영이 망라되고 박토처리조는 대체로 녀성소대의 처녀들로 무어졌다. 이른아침, 정남철의 뜨락또르에 천막이며 함마며 정대며 그밖의 생활도구들을 실은 돌격조는 새 채석장개발전투장으로 떠났다. 그들은 열흘안으로 새 채석장을 개발하고 돌생산에 들어가야 했다. 헐치 않은 과업이였다. 최진혁은 새 채석장개발조를 떠나보낸 다음 구조물공사장으로 향했다. 그는 대대숙소구역을 벗어나 조금 나가다가 무엇인가 들어있는 마대를 메고 마주오는 오경실과 만났다. 리영국이 희생된 후 어린 딸애를 떼놓고 공사장에 홀몸으로 와서 전투원들의 식사보장을 위해 수고가 많은 녀인인데 일이 바쁘다고 하면서 언제한번 그를 만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였다. 리영국동무를 위해서도 내가 면목이 없구나 하고 최진혁은 생각했다. 《아주머니, 그건 뭔가요?》 오경실이 햇쑥이 나와서 그걸 뜯어온다고 말했다. 최진혁이 마대안을 들여다보니 정말 보들보들한 햇쑥이 들어있었다. 둘러봐야 최뚝이라는것은 얼마 없고 사방 논판뿐이니 멀리 가서 헤매다 올것이였다. 식량이 동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구보다도 식당근무성원들이 마음고생을 한다는것을 최진혁이도 모르지 않았다. 녀인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쳐다보았다. 며칠새에 눈이 쑥 들어가고 얼굴의 살폭이 더 깎이였다. 얼굴에는 수심이 어려있다. 그게 어데서 오는 수심인지 리해가 되였다. 고생하는 전투원들을 보면서도 변변히 먹이지 못한다는데서 오는 수심일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극성스러운 녀인이였다. 《아주머니, 없는 살림이다보니 식당근무두 하기 힘들지요?》 《대대장동지, 아무리 그래두 기본전투원들만이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을 변변히 먹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저 마음이 괴로와서 어떤 때는 차라리 작업장에 나가서 세멘트를 나르던가 돌마대라도 메여나르고싶어요.》 《그럴겝니다. 남은 식량은 지금 얼마나 됩니까?》 《사흘분밖에 없습니다. 그때문에 후방참모동진 무슨 대책이 있어야지 이러다가는 사람들을 다 쓰러뜨리겠다고 하면서 아침에도 걱정을 하더니 어디 나가서 여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내준 식량이란게 강냉이, 그것도 반끼분도 안되기에 그걸 찧어서 쑥떡이라도 만들어볼가 해서 이렇게…》 녀인은 말끝을 흐리였다. 최진혁은 가슴이 아팠다. 대대의 식량사정도 사정이지만 당장 눈앞에 보는 한줌만해진 녀인의 모습이 가슴에 걸려 종시 내려가지 않았다. 제가 여기 와서 돌 한개라도 기여를 해서 공사를 하루빨리 완공한다면 장군님을 모시는 그날 선아 아버지도 영광의 자리에 있는게 아니겠어요 하던 녀인의 그때의 그 말이 다시금 귀전을 울리였다. 《아주머니, 우리 견디여냅시다!》 최진혁은 목이 뜨끔해서 겨우 그 한마디를 했다. 하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이악스레 견디여내며 대대를 위하여 애쓰는 녀인이 아닌가. 녀인과 헤여져 구조물공사장으로 나가는 최진혁은 저으기 마음이 무거웠다. 작업도 긴장하지만 당장은 식량이 문제였다. 려단에서는 여전히 식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하고 군에 간 류종수부장한테서는 거기 형편도 여기보다 더 나은것이 없다는 소식이 왔다. 그러니 군에 대고 식량을 보내달라고 손을 내밀어볼수도 없게 되였다. 전투원들의 영양상태가 떨어지면서 환자가 생겨나고 일하다가 빈혈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모두들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도무지 기운을 쓰지 못하였다. 다행히 구조물공사는 감탕을 다 쳐올리고 콩크리트타입에 들어갔으니 가장 힘든 고비는 넘긴 셈이였다. 서길산이네 채석장개발조만 일이 잘되면 돌문제도 걱정할게 없게 된다. 역시 걸린것은 식량문제이다. 무슨 수가 없을가? 식량보탬을 해오자고 이른아침부터 나가 쑥을 뜯어오던 오경실의 한줌만해진 모습이 또 눈앞에서 얼른거리였다. 최진혁이 무거운 생각을 안고 구조물공사장에 이르니 거기서는 벌써 작업을 시작했다. 기초콩크리트치기는 기본적으로 끝나고 교각이 일어서고있었는데 어떤 소대에서 맡은것은 벌써 절반나마 되게 올라갔다. 이 기세로 나가면 큰 비가 내리여 물이 불어나기 전에 교각콩크리트치기까지 끝낼수 있을것 같았다. 그는 콩크리트혼합물을 담은 외바퀴밀차를 밀고 구름다리처럼 건너지른 널판자자리길로 달려가는 려찬호를 보았다. 어쩐지 그가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어하며 비칠거리는것 같았다. 《여, 려찬호. 주의하라구. 정신을 똑바로 차리란 말이야.》 뒤에서 맞들이를 들고 따라가던 정철수가 그 위태로운 모습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바로 그때였다. 려찬호가 끝내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어푸러졌다. 세멘트혼합물을 철철 넘게 담았던 외바퀴밀차는 아래로 떨어져내리면서 그 안의것을 휘뿌려놓았고 려찬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손을 내뻗치며 허둥거리다가 겨우 자기가 딛고있던 자리길의 널판자 하나를 붙잡고 허궁에 매달려 버둥거리였다. 삽시에 온 작업장에 소란이 일어났다. 《여, 려찬호. 놓지 말라구! 꼭 쥐란 말이야!》 여럿이 그 비슷한 소리를 다급하게 질러댔다. 려찬호가 견디여내지 못하고 널판자만 놓으면 사람키로 다섯길은 거의 될 높이에서 떨어져내릴판이였다. 그 아래는 못쓰게 된 휘틀이며 철근들을 되는대로 무져놓아 크게 다칠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려찬호는 널판자모서리를 잡은채 매달려 꼼짝하지 않았다. 한편 전투원들은 아래로 내려가 철근무지를 헐어낸다, 떨어지는 려찬호를 받을 준비를 한다 하면서 부산을 피웠다. 그러는 가운데 정철수가 자리길을 타고 려찬호쪽으로 다가갔다. 최진혁이 달려가다말고 서서 주의하라고 정철수쪽에 대고 소리쳤다. 아닌게아니라 혼합물이 널려있어 자리길은 매끄러웠다. 잘못하면 정철수까지 떨어질수 있었다. 정철수의 맞은켠에서는 콩크리트다짐작업을 하던 박정수가 려찬호를 향해 접근해왔다. 두 사람은 려찬호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팔을 하나씩 잡아 겨우 끌어올리였다. 려찬호는 발판우에 끌리여올라와서도 정신을 못차린듯 허둥거리였다. 꼭 얼친 사람 같았다. 정철수는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찬호. 정신차리라구. 왜 그래?》 《보이지 않아요, 앞이 잘…》 《?!》 정철수는 의아해서 그의 눈을 자세히 보았다.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비로소 그것이 영양실조로 오는 현상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찬호, 내가 손을 잡고 끌테니 조심스럽게 움직이라구. 박정수동무는 뒤따라오면서 떨어지지 않게 잘 붙들라구.》 감정이 여리고 인정이 많은 정철수는 눈물이 나오는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려찬호가 영 앞을 못보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였다. 최진혁은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속이 바질바질 탔다. 비좁은 자리길에서 벌어지는 일이여서 다른 사람들은 속을 태우며 지켜보기만 할수밖에 없었다. 드디여 세사람이 무사히 기슭으로 나왔다. 최진혁이 허둥거리는 려찬호를 받아안으며 의아해서 물었다. 《어떻게 된거요? 신신펀펀해가지고 발판에서 넘어진단 말이요?》 《대대장동지, 려찬호동문…》 정철수는 목이 꽉 메여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뭐요?》 대대장은 아직 영문을 모르고 물었다. 정철수가 겨우 떠뜸떠뜸 사연을 말했다. 최진혁은 눈앞이 아뜩했다. 그는 려찬호에게 바투 다가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찬호동무, 나요. 대대장이요. 내가 보이오?》 《대대장동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왜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대장은 대답대신 무거운 한숨을 쉬였다. 그는 려찬호를 병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하고는 지휘관들은 다 모이라고 했다. 중대장들이 모여왔다. 최진혁은 매 중대들에서 영양실조로 지금 당장 쓰러질 형편에 있는 대원들이 몇이나 되는가를 알아보았다. 형편은 말이 아니였다. 거의 모든 대원들이 의지의 힘으로 견디여내고있었다. 저녁에 후방참모가 들어오면 남아있는 식량을 털어내여 당장 쓰러질 형편에 있는 대원들에 대한 비상대책이라도 취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진혁은 그날 낮동안을 구조물공사장에서 보냈다. 저녁늦어서 지휘부로 들어가니 후방참모는 나타나지 않고 그대신 류종수가 왔다. 그는 소형반짐차에 얼마간의 밀가루와 강냉이 200㎏을 싣고왔다. 오경실이 밀가루가 왔다고 누구보다 기뻐했다. 요즘 쑥이 많이 돋아나고있으니 그걸 뜯어다가 밀가루를 조금 넣고 쑥떡을 만들면 얼마 안되는 가루지만 분한있게 쓸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죽을수 나면 살수 난다더니 최진혁은 한숨이 나갔다. 당장 급한 모퉁이는 메우게 된것이였다. 그런데 류종수로부터 식량을 실어오게 된 사연을 알고서는 낯색이 흐려졌다. 그 식량으로 말하면 군에서 전쟁로병들에게는 어떻게 하나 공급하려고 극히 비상용으로 남겨두었던것이였다. 그런것을 전쟁로병들이 고속도로건설장에 식량이 떨어졌다는것을 알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귀중한 우리 자식들이 식량이 떨어져 굶으면서 일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좀 굶더라도 청년들이 쓰러지지 않게 남아있는 식량을 전부 보내주자고 군당에 찾아들어가 제기했다는것이였다. 《부장동무, 이건 어떻게 합니까. 이걸 우리가 소비하면 로병동지들앞에 죄를 짓는것으로 될게 아닙니까.》 최진혁이 침중한 낯색을 하고 말했다. 《대대장동무, 그 심정은 나도 같습니다. 난 뭐 선뜻 이걸 받아가지고 발길이 떨어진줄 압니까. 우리 신암대대동무들의 심정을 내가 모릅니까. 난 우리 동무들의 심정을 대변해서 책임비서동지한테 말했습니다. 책임비서동지, 못가져가겠습니다. 피가 한동이나 끓고있는 우리 청년들이 그래 전쟁시기 피흘리며 싸운 로병동지들의 몫까지 소비해야 한단 말입니까. 나라가 어려운 강행군을 해서 로병동지들한테조차 식량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것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우리가 그들의 비상미까지 손을 뻗쳐서야 되겠습니까, 군당에서 이 류종수에게 어떤 처벌을 주어두 그것만은 못가져가겠습니다 하고 말이요. 그랬더니 책임비서동지가 뭐라고 했는지 압니까. 〈이 비상용식량을 젊은이들에게 보내주자고 제기한 로병동지들이 나를 찾아와서 뭐라고 했는지 아오? 우리 로병들이 그래 무엇을 위해 싸움터에서 피를 흘리며 미국놈들과 싸웠는가. 그런데 그 미래의 주인들인 우리 자식들이, 위대한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강성대국건설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는 우리 청년들이 굶어서 쓰러진다면 우리 로병들이 진수성찬을 마주한다고한들 목으로 넘어가겠는가.〉하고 말했다지 않소. 대대장동무, 래일아침 동무들에게 식량에 깃든 사연을 알려줍시다. 그러면 신암대대는 일어날겁니다. 무섭게… 산악같이… 그래 난 믿습니다. 이게 얼마 안되는 낟알이지만 몇백t의 식량을 대신할 큰 힘을 내리라고 믿습니다!》 《부장동무, 고맙습니다.》 두사람은 그만해야 목이 꺽 메여버렸다. 최진혁은 그와 헤여져 식당으로 향했다. 후방참모를 만나 의논해야 할 일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리선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늦도록 돌아올줄 모르는가?
밤에 야간작업을 하고 돌아와 누운 정철수는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가 누군가가 잡아흔드는 바람에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누구ㅡ 야ㅡ》 《쉬ㅡ 조용하라구. 나가자구.》 리선명의 목소리였다. 《왜 그러우?》 《글쎄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니까. 좋은 일이 잇어.》 정철수는 잠내나는 목소리로 두덜거리며 어둠속에서 옷을 주섬주섬 찾아입고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게 하품을 하고나서 왜 그러느냐고 또 물었다. 밤이여서 선선한 기운이 돌았다. 사방에서 개구리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날 따라오라구.》 리선명이 말했다. 정철수는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않아 선하품을 쩍쩍 하며 따라섰다. 《어디 갑니까?》 중대부앞에서 직일근무를 서고있던 독고봉희가 챙챙한 목소리로 물었다. 봉희는 언젠가 작업장경비를 책임성있게 서지 못하여 리영국이 잘못되게 했다는 비판을 받은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남자들이 자기를 얼려넘기고 무슨 일을 벌리려는게 아닌가 해서 눈이 올롱해진것이였다. 밤에 슬그머니 빠져나가야 하는 일이라면 그게 좋은 일은 필경 아닐거라고 봉희는 생각했다. 《오, 봉희가 직일서는가? 밤에 자지 못하고 수고하누만. 걱정마오. 대대후방물자를 날라올 일이 있어 정동무를 데리고가니 그리 알라구. 뭐 직일관동무한테는 지금 알리지 않아도 된다구. 기상시간전까지는 들아올테니까. 정동무, 가자구.》 두사람은 대대정문을 벗어났다. 정철수는 무작정 따라가다가 개구리들이 유정하게 울어대는 논판옆에 이르러 《도대체 어딜 가는거요?》하고 물었다. 《오, 돼지를 한마리 가져올 일이 있네. 밤사이에 잡아서 가마안에 넣자면 아무래도 정동무의 손을 빌려야 하겠기에 깨웠네. 오늘밤은 좀 수고하자구. 그대신 내 인살 단단히 하지.》 《인산 인사구 좀 알기요. 도대체 무슨 돼지가 있어 가져온다는거요?》 《이보라구, 정동무. 지금 온 대대가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들이 말이 아니지 않나. 오늘 려찬호가 하마트면 잘못될번 했다면서. 그런 몸들을 해가지구서두 당창건기념일전으로 공사를 끝내겠다고 일들을 나가지 않나.》 《그건 그런건데 돼지는 갑자기 어디서 났다는거요?》 《이것보라구. 이상하게 생각할것두 없네. 내 말을 다 들으라니까. 그래서말이야 후방참모라는게 눈을 펀히 뜨고 보면서 대원들을 먹이지 못해 다 쓰러뜨릴수는 없지 않나. 안그런가?》 《쟈, 이거 그런 아리숭한 소리만 자꾸 하지 말고 돼지가 어디서났는지만 말하란 말이요. 하필 밤중에 돼지가지러 가는걸 보니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요. 돼지출처를 바로 말하기전엔 난 못가겠소. 이 정철수를 무얼로 만들자구.》 정철수는 정말로 단호히 대처할 결심이였다. 그는 딱 버티고 서서 잘라 말했다. 리선명은 껄껄 웃었다. 그가 그렇게 소리내여 마음껏 웃는것을 보니 비행을 하자고 그러는것 같지는 않았다. 《쟈, 이 친구, 나를 돼지도적으로 아는게 아니요? 내말을 다 들어보구 그러란 말이야. 그래서말이야. 내가 윤명녀어머니한테 가서 사정을 말했단말이야. 대대에 여사모사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당장 돼지 한마리가 있어야겠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더니 그 어머니가 몹시 걱정하더구만. 그러지 않아도 서영옥이랑 독고봉희랑 초기만나 쓰러졌던 일이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우리 사정을 다 아는 모양이야. 윤명녀어머니가 말하더구만. 우리 집에서 기르는 돼지가 몇놈 되는데 큰놈으로 한마리 가져가라구, 대원들이 쓰러지지 말구 일을 잘해야 하루빨리 고속도로를 끝내고 우리 장군님께 기쁨을 드릴게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어머니의 돼지를 아무리 우리 사정이 어렵다해도 공짜로 가져다 먹을수야 없지 않나. 그래서 그 어머니한테 말했지. 이제 대대에서 심은 풋강냉이도 나게 될게구 또 식량공급이 계속 중단될수야 없지 않습니까, 대대살림이 펴이는 즉시로 돼지값을 꼭 물어주겠습니다 하구말이지. 말하자면 당당하게 계약을 맺구 외상으로 가져온단 말이야. 알았나?》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하여튼 공짜로 가져오는것은 아니라니까 가긴 가겠소.》 정철수는 그렇게 말하고 따라서면서도 뜨물을 마시는것같이 께름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렴 후방참모라는 사람이 협잡이야 치랴,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돼지값을 물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하고 자신을 위안했다. 그런데다가 눈앞에는 당장 쓰러져가는 동무들의 수척해진 모습이 떠올랐다. 류종수부장동지도 밀가루랑 얼마간의 식량을 싣고왔다는데 이제 돼지고기국까지 한번 푸짐히 먹이면 얼마나 기운들이 나겠는가. 그들이 윤명녀네 집앞에 이르러 《계십니까?》하니 기다렸던듯 문이 벌컥 열리며 주인이 달려나왔다. 《왔구만. 어서 들어오게!》 윤명녀는 울바자안에 있는 돼지우리로 그들을 직방 데리고 갔다. 해마다 인민군대원호를 위해 돼지를 혼자서 여러마리나 길러낸다는 녀인이였다. 우리안에서는 80㎏은 나갈 어미돼지가 3마리나 꿀꿀거리며 돌아가고있었다. 《큰놈으로 한놈 끌어내게. 뒤다리를 잡으라구.》 돼지우리안에 들어간 리선명이와 정철수를 보며 녀인이 지휘했다. 리선명이 아무 놈이나 손이 가는대로 뒤다리를 날래게 붙잡았다. 돼지가 소란스럽게 꽥꽥거리였다. 《빨리 귀쪽을 잡으라구. 아니, 앞다리를 잡으란 말이야.》 꽥꽥거리는 돼지소리에 잠자던 동네사람들이 다 깨여날가봐 리선명이 바빠맞아 소리쳤다. 윤명녀가 이미 준비해두었던 새끼오리를 던져주었다. 두 사람은 네다리를 묶은 돼지를 장대에 꿰여메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그 집을 나섰다. 《참 좋은 어머니라니까. 우리 사정을 리해해준단 말이야.》 《온 나라가 지켜보는 건설장이 아니요. 후방참모동무, 돼지값은 될수록 꼭 인차 물어줍시다.》 《넨장, 그건 정동무가 걱정할게 아니야. 아무렴 이 리선명이가 돼지값 잘라먹겠는가.》 그들이 꿀꿀거리는 돼지를 대대식당앞에 날라다 내려놓기바쁘게 어떻게 알았는지 최진혁대대장이 나왔다. 아마도 난데없는 돼지소리를 들었거나 독고봉희가 돼지를 가져왔다고 알리기라도 한 모양이였다. 최진혁은 장대에 꿰인채로 있는 돼지를 보자 《어떻게 된거요?》하고 물었다. 그가 그럴만도 했다. 후방참모한테서 돼지소리는 전혀 없었던데다가 대대에는 그렇게 큰 돼지를 사올만한 자금이 없는것이였다. 돼지를 메고올 때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리선명이 약간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며 자초지종 사연을 설명했다. 최진혁이 다 듣고나서 《잡지 마시오!》하고 대번에 칼로 자르듯이 말했다. 그는 차거운 기운을 풍기며 대대지휘부침실쪽으로 걸어갔다. 《챠, 대대장동지가 왜 저래? 이 리선명이 뭐 돼지를 훔쳐오기나 했는가 해서 그러는가?》 리선명이 화가 나서 투덜거리였다. 정철수는 자기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왜서인지 심기가 불편했다. 두 사람이 어수선한 기분이 되여 서있는데 대대부침실로 들어갔던 최진혁이 잠자고있던 류종수를 깨워가지고 나왔다. 류종수는 돼지에 대한 사연을 다 들은듯 얼굴색이 어두웠다. 네다리를 묶이워가지고 버둥거리는 돼지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류종수가 《참, 한심도 하구만!》하고 속이 상한다는듯 중얼거리였다. 《아, 부장동지. 공짜로 사업해온게 아닙니다. 값을 물어주기로 하고 외상으로…》 《닥치오!》 최진혁이 그의 말을 매정하게 자르며 소리질렀다. 그는 씩씩거리며 리선명이와 정철수를 엇갈아보다가 여전히 성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들이 있소? 정신들이 있는가 말이요. 윤명녀어머니가 돼지를 가져가란다 해서 좋다하구 메고 온단 말이요? 그래 이 돼지가 어떤 돼지인지 모른단 말인가. 그 어머니가 남편이 희생된 다음 남편을 대신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군대에 내보내고 해마다 돼지를 길러 군인들에게 보낸다는걸 모르는가 말이요. 그런 돼지를 동무들이 감히 가져온단 말이요?!》 정철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자기들이 어떤 엄청난짓을 했는가를 깨닫고 눈앞이 새까매졌다. 리선명이 돼지를 외상으로 가져오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뜨물을 마신것 같이 속이 께름하던것이 무엇때문이였던지 이제야 비로소 석연해졌다. 그때 자기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따라가지를 말았어야 하는것이였다. 일났구나! 이 정철수는 과오를 범하지 말자 했는데 남의 풍에 주대없이 놀아나다가 일을 저질렀어! 비상소집구령이 내리였다. 아닌밤중에 발령을 받고 잠에서 깨여난 대원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서 대대장이 시키는대로 마당에 정렬했다. 대대장이 지시하여 대렬앞에 돼지를 메다놓아서야 대원들은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며 수군거리였다. 대대장이 앞에 나섰다. 《동무들, 동무들도 이 대대장도 오늘 큰죄를 졌습니다. 동무들도 다 알고있는 일이지만 립석마을의 윤명녀어머니는 최전연에서 복무하던 남편이 희생된 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초소에 세우고 그 자신은 해마다 숱한 돼지를 길러 군대원호를 하고있습니다. 어제 보도에도 나왔지만 우리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평양을 떠나 머나먼 최전연현지시찰의 길에 계십니다. 지금은 뭐니뭐니 해도 총대가 든든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사회주의조국도 수호되고 우리의 운명도 미래도 있는것입니다. 그래서 온 나라 인민이 위대한 장군님을 따라나서고있으며 원군의 길에 떨쳐나서고있는것입니다. 그런데 리선명동무와 정철수동무는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윤명녀어머니가 군대원호하겠다고 길러오는 돼지를 외상이라는 명목으로 가져오는 한심한짓을 했습니다. 물론 윤명녀어머니는 우리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것을 잘 알고 돼지를 내주었을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돼지에 손을 대서야 되겠습니까? 일시적인 난관이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동무들의 앞에 가져다놓은 돼지가 바로 그렇게 된 돼지입니다.》 웅성거리던 대렬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최진혁의 열변에서 모두들 큰 충격을 받은것이였다. 이번에는 류종수가 한마디 하자고 하면서 앞에 나섰다. 《동무들.》 그는 처음부터 조용히 말했다. 《아침에 나는 대대장동무와 함께 동무들에게 한가지 사실을 알려주자고 했댔습니다. 저는 이제 그 사실에 대하여 말해주겠습니다.》 류종수는 전쟁로병들이 제의하여 그들에게 공급하기로 되여있던 비상용식량 전량을 가져오게 된 사연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군당책임비서를 만나서 어떤 가슴뜨거운 말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말했다. 《동무들, 그런데 리선명동무와 정철수동무는 무슨짓을 했는가!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인민군대를 원호하는 때에 동무들은 뭔가 말이요. 더구나 우린 위대한 장군님의 믿음을 받아안고 달려와 일하는 돌격대원들이 아닌가.》 《후방참모자격이 없소! 원군물자에 손을 대는 저 사람이 무슨 후방참모이고 돌격대원인가!》 누군가 어둠속에서 분개하여 소리질렀다. 그 소리에 이어 2중대 대렬에서 《정철수! 나서라! 넌 뭐야?!》하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 소리는 분개의 기름에 튕긴 불티가 되였다. 입가진 사람들은 저저마다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웨쳐댔다. 《동무들, 조용하시오!》 대대장이 나서서 한마디 해서야 어느 정도 조용해졌다. 《동무들을 모이게 한것은 전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자고 해서였소. 돼지를 가져온것은 어떻게 되였던지간에 크게 잘못된 일이고 따라서 우리 대대의 수치요. 돼지는 당장 가져다주어야겠소. 어떻게 하자오? 우리 대대가 모두 가서 립석마을인민들앞에서 용서를 빌자는가?》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 가서 용서를 빌고 돼지를 돌려줍시다!》 림철중대장이였다. 리선명이 분명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급히 대렬앞에 나서며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그냥 고개를 푹 떨구었다. 이윽하여 고개를 든 그는 고통에 짓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아무런 변명도 할 소리가 없게 되였습니다. 저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하지만 돼지는 저와 저 철수동무가 가져왔으니 저희들이 가지고가서 용서를 빌고 돌려주겠습니다. 그렇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목소리는 절통했다. 비로소 리선명은 동무들을 위한다는것이 오히려 어떤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가를 깨닫는것 같았다. 언제나 자기를 다잡고 침착할줄 아는 류종수가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최진혁을 설복하는조로 말했다. 피곤이 몰릴대로 몰린 대원들이 아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밤시간이나마 재워야 할것이였다. 최진혁이 화를 내면서도 그에 응했다. 헤쳣구령이 내리자 대원들은 느릿느릿 자기들의 병실을 향해 헤여져갔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리선명이와 정철수만 남았다. 《철수동무, 안됐소. 나때문에…》 《넨장!》 정철수는 자기자신에게인지 누구에게인지 모를 화를 냈다. 두사람이 돼지를 메고 대대를 벗어나 나오려는데 독고봉희가 어둠속에 오도카니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있었다. 처녀는 돼지 가져온것을 서둘러 중대장에게 보고한것이였다. 그런데 그것이 온 대대가 소동을 일으킬만큼 그렇게 큰일인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것이였다. 처녀는 자기가 정철수한테 죄를 지은것 같고 또 가슴이 아팠다. 자기가 보고해서 대대의 지탄을 받은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가 친오빠처럼 따르던 인정많고 사람좋은 정철수였기때문이였다. 《봉흰 뭐야! 뭘 보고있는거야? 들어가 잠이나 자라!》 정철수가 처녀와 눈길이 마주치자 버럭 신경질을 부리며 소리쳤다. 정철수는 그러고나서 인차 후회했다. 봉희에게 신경질을 부릴거야 없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 흑ㅡ 흐느끼며 녀성침실쪽으로 달려들어가는 봉희를 보자 정철수는 마음이 더욱 좋지 않았다. 리선명이와 정철수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놓는 일이 있었다. 최진혁을 비롯한 대대지휘관들과 림철중대장이며 오응세까지 따라나선것이였다. 그들은 지휘관들인 자기들이 응당 돼지임자를 찾아가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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