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30 회 )

 

제 3 편

 

5

 

《여, 길산이, 너 소대장 시키겠다거 못하겠노라고 했다는데 사실이야?》

《그건 왜 그랬어? 동문 서〈대장〉이 아니야.》

《소대장을 할걸 그랬다구. 그래야 일을 더 많이 할거구 공사총화때엔 훈장도 큼직한걸루 탈게 아닌가말이야.》

《여여, 그런 말두 말이라구 하는가. 소대장은 뭐 큼직한 훈장이나 타려구 하는게 아니란말이야. 그리고 똑바로 알아두라구. 소대장을 해야만 큰일을 하는건 아니란말이야.》

무거운 감탕마대를 끌며 시까슬러대는 동무들에게 서길산이 점잔을 빼며 한마디 했다.

소대에서는 서길산이 자진하여 소대장자리를 마다하고 정철수를 제기하였다는것이 알려지면서부터 모두들 왜 그랬을가 하고 머리들을 기웃거리였다. 여러 사람들이 제나름의 추측들을 했다.

어떤 친구는 서길산이 표식말뚝사건으로 대대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켰던 그 일때문에 량심에 가책이 되여 그랬다고 했고 또 누구는 개구리가 움츠리는거야 단번에 멀리로 뛰자고 그러는게 아닌가. 아마 소대장자리를 거절한것은 사람들을 휘딱 놀래울 더 큰일을 하기 위한 《전술》적인 결단일수도 있는거라고 했다. 서길산이 자기 몸값을 올려보자고 소대장자리를 거절했는지 모른다고 별나게 생각해보는 친구도 있었다.

동무들속에서 그런 소문이 돌아가건말건 전혀 개의치 않고 서길산은 일만 했다. 그런데 그런 소문과 관련해서 당자도 아닌 김성순이 신경을 썼다. 서길산의 처사가 그로서는 도저히 리해할수 없는 일인데다가 동무들속에서 돌아가는 여론중에는 별로 신경을 자극하는것도 있는것이였다.

오전작업이 끝나 모두들 점심식사하러 들어갈 준비를 하고있을 때 김성순이 기회를 보다가 슬그머니 서길산을 만났다.

《어떻게 된거예요? 거기서 다른 생각이 있어서 소대장을 안하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이예요?》

《사실은 무슨 사실이요. 나야 소대장재목이 못되니까 그런게지. 모두들 제멋대로 추측들 한다니까. 사실 정철수를 임명해야 하는거지.》

서길산은 싱글싱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다. 그의 태평스런 거동에 김성순은 약이 올랐다.

《뭐예요? 남은 진심을 묻는건데.》

《동문 왜 내 말을 믿지 않소? 난 사실을 말하고있는데.》

《…》

《왜 말이 없소?》

《어디 말할 재미가 있어요?》

《그래 성순인 내가 소대장이 되기를 정말 바라오?》

《동무라고 소대장을 못할게 뭐가 있어요? 그런데 난 거기서 소대장을 하고 못하고 하는것때문에 그러는게 아니예요. 동무들속에서 돌아가는 소리가 듣기가 무엇해서 그래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듣고 그러는거요?》

《교만한 인간이래요!》

서길산은 갑자기 소리내여 웃었다.

《웃지 말아요!》

《성순이, 개구리가 움츠리는건 멀리 뛰기 위한거라고 이 서길산이를 빗대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더군. 실은 그게 아마 비슷한 말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성순이, 다른 동무들은 어떻게 오해를 해두 성순이만은 믿으라구. 이 서길산이 다시는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우린 하나의 목적과 꿈을 안고사는 청년들이 아니야. 성순이도 그걸 잘 알지 않아. 그러니 내가 왜 소대장을 못하겠다고 그랬는지 더 묻지 말라구.》

《모르겠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랬다는것인지.》

성순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기뻤다. 어쩐지 자기가 서길산을 믿어온것이 헛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오응세소대장이 《소대모엿!》하고 구령을 내리는바람에 두사람은 헤여졌다.

서길산이 대렬에 들어서는데 먼저 와서 서있던 정철수가 좋지 않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서길산은 그가 왜 그러는지 짐작을 하면서도 모르는척 하면서 히죽이 웃어보이였다. 서길산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정철수는 《됐네, 있다 말하자구.》하고 퉁명스레 막아버렸다.

대렬이 병실앞에 이르러 헤쳐졌을 때 정철수가 병실 한귀퉁이로 서길산을 끌고갔다.

《여, 어쩌자는거야?》

정철수가 푸르딩딩해서 들이댔다.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서길산은 선듯 리해하였다. 소대장자리를 고집스레 마다한 서길산이 그자리에 정철수를 추진했다는것까지 그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였다. 그때문에 정철수가 무슨 오해를 하고 성이 난게 틀림없었다.

한데 서길산은 자기가 왜 그랬는지에 대하여 말해주기가 딱했다. 아직은 내놓고 말하지 못할 제딴의 생각이 있는것이였다. 그런데다가 서길산은 정말로 정철수가 소대장일을 맡으면 자기보다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것이였다.

서길산이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체 하며 왜 그러는가고 하자 정철수는 더욱 성이 났다.

《왜 그러는가고? 몰라서 그래? 아닌보살하지 말란말이야. 왜 소대장을 못하겠다고 그랬어?》

《철수, 사실 나야 그럴 재목이 못되지 않아.》

《그게 겸손의 표시야? 본심을 말하라구!》

《그만하라구 철수, 동무야 내 소꿉친구가 아니야. 별치 않은것을 가지고 뭘 그러나. 난 동무가 소대장이 되면 소대를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이끌어나갈수 있다는것을 믿네. 진심이야.》

《걷어치워! 글쎄 왜 소대장을 못하겠다고 그랬는지 그 리유나 말하라구. 제입으로 자기는 군복을 입으면 장령감이라고 말하더니 돌격대소대장자리가 시시하다는거야?》

《아무렇게나 생각하게. 동무들이 싸우는줄 알겠어. 그만하자구.》

서길산은 씩씩거리며 자기를 노려보는 정철수를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떴다. 몇발자국 걸어가던 서길산은 뒤를 돌아보며 《어쨌든 소대장은 철수 네가 해야 해!》하고 한마디 더했다.

《걷어치워!》

화가 난 정철수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날아왔다.

서길산은 소리없이 싱긋 웃었다.

서길산은 정철수의 속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정철수가 그 일때문에 마음을 쓰며 성까지 내는것은 서길산에 대한 친구로서의 애착의 감정에서 그러는것이였다. 정철수는 자기의 오랜 친구 서길산이 소대장이 되고 또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해서 집단의 기쁨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것이였다. 서길산은 그러는 정철수가 고마왔다. 자기는 좋은 친구들속에서 사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중대가 다 모인데서 정철수가 오응세의 후임으로 소대장으로 임명되였다. 오응세는 정치지도원이 되였다.

서길산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축하하네!》

소대장임명을 받은 정철수를 나란히 서있던 서길산이 바라보며 눈을 꿈뻑해보였다. 정철수는 낯이 시퍼래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정말로 성난것 같았다. 서길산은 빙긋이 웃었다.

그날 밤에 서길산은 혼자서 남포에 있는 탐사대를 찾아나갔다.

낮에 감탕마대를 끌고나서 오경실이 딱해하며 내주는 대용식품을 절반이나 섞어서 지은 밥 한공기로 끼니를 때고 50리길을 걸어가자니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당장 쓰러질것 같았다. 그래도 강심을 먹고 목적지까지 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다 퇴근한 뒤라 기술자가 한명도 남아있을리 없었다.

서길산은 경비원에게 탐사대의 한 기사네 집이 가까이에 있다는것을 알아가지고 그리로 찾아갔다. 어두운 골목길을 에돌아 길을 물어가며 겨우 기사네 집을 찾아냈다.

마침 주인이 나왔다. 한참 잠을 자다가 나온것이였다. 50리길을 밤중에 걸어서 찾아왔다는 소리에 주인은 놀랐다.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찾아온 용건을 말하니 주인은 잠자리를 밀어놓으며 안주인을 시켜 뭐가 있으면 좀 들여오라고 했다. 서길산이 미안해서 그러지 말라고 굳이 사양하자 주인은 《동무의 모습을 저 거울에 한번 비쳐보오. 인정도 인정이지만 그 모습을 보고서는 가슴이 쓰려서 말을 못하겠단 말이요.》하고 눈물이 그렁해서 말했다.

서길산은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창문곁에 있는 삼면경대를 보았다. 경대안에서는 헝클어진 머리칼들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고 얼굴에는 먼지가 뽀얗게 올라있으며 입술은 초들초들하고 눈이 쑥 들어가서 관골투성이가 되여버린 초췌한 사나이가 자기를 마주보고있었다.

서길산은 인차 눈길을 돌리며 씩 웃어보였다.

안주인이 몹시 미안해하며 저녁에 먹다 남겨놓았던 반사발되는 잡곡밥에 염장무우찬을 담은 접시를 받쳐들고 부엌에서 들어왔다.

주인이 《미안하오. 탓하지 말고 이거라도 드오. 동무가 이걸 다 먹지 않으면 어떤 말도 해주지 않겠소.》하고 다짐을 놓았다.

서길산은 마다하지 않고 밥그릇을 비웠다.

안주인이 떠다주는 물까지 한사발 다 마시고나니 한결 기운이 살아나는것 같았다.

서길산은 대대형편이며 립석리채석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나서 그 채석장에서 돌맥이 혹시 더 뻗어나가지 않았는지 알고싶어 그러는데 그때문에 전문일군들의 도움을 좀 받고싶노라고 했다.

《가만 있자. 립석리채석장이라지요?》

서길산의 이야기를 대충 듣고난 집주인이 급히 물었다.

《그렇습니다.》

《립석리채석장이라… 거기에 오래전에 개발해놓은 채석장이 하나 있었겠는데.》

《옳습니다, 있습니다. 바로 우리 대대가 지금 그 채석장을 리용하고있습니다.》

서길산은 채석장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알만하오. 알겠소.》

주인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알고보니 그 채석장은 이집주인이 그것을 개발할 때 관여한것이였다. 10년도 더 지난 퍼그나 오래전에 있은 일이였다. 전국적으로 치산치수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질 때 남포시에서도 여러곳에 강하천제방공사를 벌려놓았다. 그때 이 집주인도 공사에 동원되였는데 채석장을 개발하는 문제가 제기되자 탐사대에 있다는것으로 해서 돌원천을 찾아낼데 대한 과업을 받게 되였다. 그는 립석리옆산에서 돌원천을 찾아냈다. 그래서 하천공사장으로 돌을 날라가는데 유리한 지점에 채석장을 만들었던것이였다.

《그때 내가 그 산을 한번 밟아봤는데 틀림없이 돌맥이 있었소.》

그는 지질학자들이 쓰는 귀에 설은 어투까지 써가면서 한창 설명을 했는데 서길산에게는 그 말들이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돌맥이 있다는것만 알았으면 되는것이였다.

《선생님! 됐습니다. 인젠 풀렸습니다. 돌맥이 고속도로쪽으로만 뻗었다면 우리가 9월명절까지 로반 골재깔기를 끝낼수 있습니다. 사실은 선생님을 청하여 방조를 받을가 했댔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돌맥이 있다는게 확실한이상 저희들이 찾아보겠습니다.》

집주인은 그래도 얼굴에 미안해하는 표정을 띄웠다. 고속도로건설을 하루빨리 끝내자고 밤중에 먼길을 걸어서 찾아온것을 보면 자기가 직접 가서 도와주고싶은데 자기는 다음날 아침 숙천지구에 출장을 가야 하는것이였다. 집주인은 10여년전의 기억을 살려 그때 자기가 밟아본 위치를 종이에 그려주었다. 고마운 사람이였다.

서길산은 50리길을 힘든줄 모르고 걸어왔다.

대대는 아직 모두 자고있었다. 직일병의 말이 채석장에 갔다와서 잠자리에 든지 겨우 두시간이 된다고 했다. 누구든지 한사람을 깨워가지고 이 밤중으로 당장 현지에 나가 돌맥을 찾아보고싶은데 무거운 돌마대를 지고와서 녹초가 되여 잠들어버렸을 동무들을 깨우자니 몹시 미안했다.

그래서 한동안 어떻게 할가 하고 망설이고있는데 2소대쪽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소변이라도 보러 나가려는 모양이였다. 어둠속에서 신발을 찾아신다가 앞에 서있는 서길산을 보고 《누구요?》했다.

목소리를 들으니 최남영이였다. 마침 잘된셈이였다.

《나요, 서길산이.》

《엉? 어디에 갔다더니 이자 왔나? 그런데 왜 자지 않소?》

잠내가 풍기는 목소리였다.

《쉬! 조용하라구. 동무들이 깨여나겠소.》

《업어가도 모를거야. 그런데 갔던 일은 어떻게 되였어?》

《밖에 나가자구.》

최남영이 왜 그러는가 해서 어정어정 따라나왔다. 그러지 않아도 소변이 마렵던참인 모양이였다.

《최동무, 힘들지 않아?》

밖에 나와서 일을 보고 돌아서는 최남영에게 서길산이 물었다.

《힘이야 들지. 그런데 왜 그래?》

《나와 함께 채석장에 갔다올 생각은 없소?》

《이 밤중에 거긴 또 왜? 남포에 가서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물어왔나?》

서길산은 남포에 있는 탐사대 기사의 집에 가서 들은 이야기를 자초지종 말해주고나서 이 밤중에 당장 가서 돌맥을 찾아보고싶다고 했다.

그가 최남영이와 함께 가고싶어하는것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새 돌맥에 대한 소리를 먼저 한 사람도 최남영이지만 더우기 그는 광산출신으로 그 부문에 일정한 지식이 있는것이였다.

최남영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좀 있으라구.》하며 병실로 들어갔다.

조금후에 옷을 다 입은 그가 나왔다.

둘은 직일병에게만 어디로 간다는것을 말하고 떠났다. 날은 이미 새날에 접어들었다. 모내기를 끝낸 논판들에서는 개구리들이 요란스레 울어댔다.

최남영은 별로 눈을 붙여보지 못한채 또 병실을 나섰지만 기분은 좋았다. 남들이 모두 잠을 잘 때 자기들은 집단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있다는 긍지감때문이리라.

《배가 고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는걸. 남영동무는 출출하지 않소?》

《먹는 소리나 자꾸 하면 뭘해. 어렸을 때라면 남의 집 마늘밭에라도 들어가보겠는데 인젠 어른이 되였으니 그럴수도 없구.》

《최동무도 고정한것 같은데 아이땐 꽤나 싸부랑댔던 모양이군.》

《개구쟁이시절에야 누군들 그런 일이 없었겠나.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 중학교에 금시 올라갔을 때였소. 친한 친구와 함께 어느 집의 반두를 훔쳐왔지. 그 집에서 고기잡이 갔다와서 말리우려고 울바자에 널어놓은걸 말이야. 그걸 가지고 학교에 가는것도 뚜꺼먹구 강에 나가 고기잡이를 했네. 그게 아버지한테 알려져서 저녁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봉변을 당했지. 바늘도적이 소도적된다고 했다, 네 녀석이 벌써부터 그따위짓에 흥미를 가져서 이담에 뭐가 되겠느냐 하면서 버들가지로 종아리를 때리더군. 커서 뭐가 되자고 그러느냐던 그 말이 가슴에 박힙데. 지금도 그 말을 잊지 않고있다구. 그런데 말이지. 그 아버지가 과오를 범했네. 아버지는 대사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경비에 나갔다가 낟알건조로에 불이 일어나는것도 모르고 곤드라져 잤지. 숱한 낟알을 태워버렸네. 군에서 료해하러 내려왔는데 결과야 뻔하지 않나. 아버지는 그 책임을 지고 책벌을 받았네. 그뿐이 아니지. 응당한 법적제재를 받았지.》

최남영은 여기서 말을 끊고 한숨을 쉬였다.

듣고보니 동정이 갔다.

《그래 남영동문 아버지를 원망하나?》

《원망이야 무슨. 아버지가 아닌가. 자식은 자식이구. 그저 아버지의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네. 아버지는 자기가 자식들앞에 큰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늘 번민에 잠겨있었네. 내가 여기 공사장으로 떠나오던 날 아버지는 말했네. 얘, 남영아, 이 아버지는 당에서 바라는대로 살지 못했다. 그러다나니 죄를 짓고 응당한 벌을 받았구 너희들 자식들이 두고두고 원망을 한대도 할 말이 없게 되였다. 너는 이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아라. 이 아버지가 이런 말 하기에는 면목이 없다만 넌 꼭 당원이 되여라. 당원이 되려면 량심부터가 바로 서야 한다. 사람은 량심이 깨끗해야 당에 속을 주게 되고 당이 바라는대로 살게 되는것이다하고 말이네. 그건 아버지의 진심이였네. 이 최남영이한테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대로 조선로동당원이 되는것이네.》

《하나 더 묻자구.》

《뭔가?》

《최동무는 아버지에 대한 말을 다른 동무들에게도 하오?》

《…》

《미안하네. 난 그저 생각없이 물어본거네.》

《뭐 미안해할것도 없지. 솔직히 말하면 동무들한테 그런 말을 하게 되지 않네. 우리 집안의 허물이 아닌가. 무슨 자랑거리라고 말하겠나. 그런데 왜서인지 서동무한테는 이 말을 하게 되는군. 길산동무야 그런 측면에서 보면 행복자지.》

《그건 무슨 소린가?》

《서동무야 훌륭한 아버님을 모시고있지 않나. 동무가 대대를 떠나갔을 때 정철수동무가 말해주더군. 동무의 아버지에 대해서 말이네. 한생 철도공사장에 나가 일하면서도 영예군인인 동무의 어머니에 대해서 그렇게 극진했다더군. 지금도 년로한 몸으로 선로감시원일을 한다면서. 한생을 다 살아보지 못한 우리 생각에도 한 남자가 불구인 한 녀자를 위해 변치 않고 자기를 다 바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 안그런가?》

서길산은 어쩔수없이 아버지 생각이 났다. 누이의 편지가 눈앞에서 얼른거리는가 하면 끼니를 변변히 끓여자시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가슴이 아릿했다. 생각하지 말자! 아버지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지 않는가. 성순이네 부모들도 있고 또 옹진누이도 드문히 들려보겠노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버지는 지금도 애오라지 이 아들이 일을 많이 해서 집단과 동무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것이다.

《남영동무, 난 동무가 아버지의 소원대로 꼭 당원이 되리라고 믿네.》

《고맙네. 하지만 그렇게 될가? 당원은 대중을 이끄는 선봉투사가 아닌가. 우리 중대나 소대에두 그런 훌륭한 동무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이지. 하지만 난 꼭 그렇게 될거라구 생각되네. 사실 타고난 혁명가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고맙네. 서동문 정말 좋은 친구로군. 우리 일을 잘해서 꼭 당원이 되자구. 나도 되구 동무도 되구. 동무한테도 그런 꿈이 있을게 아닌가.》

《그야 물론이지.》

그들은 립석마을옆산에 이르렀다. 그곳은 고속도로공사장쪽의 산기슭이였다. 현재 쓰고있는 채석장은 그 반대켠에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부터 돌맥을 찾아보며 릉선을 타고 채석장쪽으로 갈 생각이였다.

최남영이 가지고 온 전지는 약을 아끼기 위해 정 필요할 때에만 켜기로 했다.

그곳은 아카시아가 자란 곳이였다. 가시에 할퀴우면서 비탈면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랐다. 전지를 비쳐보니 돌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서길산은 남포의 지질기사가 략도를 그리면서 말해준 방향을 어림짐작으로 잡아가며 산을 훑어나갔다. 그의 생각에는 잡관목이 무성한 곳에는 암반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암반이 있으면 나무들이 뿌리를 내릴만한 토양층이 생기지 못할것이였다. 그래서 나무들이 없는 산마루쪽을 향해 타고나갔다. 거기로 가자니 가파로운 경사면을 극복해야 했다.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는 곳에 이르러 서길산은 굴곡진 곳을 잘못 밟았다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아이쿠!》하고 자기도 모르게 된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얼마나 아픈지 도무지 참을수가 없었다.

《여, 왜 그래?》

《발… 발목이… 부러진것 같아.》

《뭐라구? 챠, 이런! 보자구.》

최남영이 바빠맞아 전지불을 켜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려보려는데 서길산이 다치지 말라고 아부재기쳤다.

《넨장, 소리치는걸 보니 죽지는 않겠구만. 어딘가? 어디가 아파?》

최남영이 억지로 서길산의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고 전지불로 비쳐보았다.

《부러진것 같진 않아.》

《부러지지 않았으면 이렇게 아프겠어. 아무래도 부러졌어.》

《아니야, 발목을 욱질렀어. 관절이 삐여졌단 말이야. 사람이 또 한명 있었으면 좋겠는데 할수 없지. 참으라구.》

최남영이 확실히 이런 일에는 경험이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슬슬 말을 시키다가 갑작스레 한손으로는 서길산의 발목을 으스러져라 하고 꽉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의 발을 잡아 있는 힘껏 뽑았다.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서길산의 입에서 《아이쿠야!ㅡ》하는 숨 넘어갈듯 한 비명소리가 울려나왔다.

최남영이 전지불을 비쳐보았다.아직 발목이 정상상태가 아닌것 같았다.

《안되겠구나. 내 혼자의 힘으로는 안되겠단 말이야. 어디 힘을 가할수가 있어야지. 가만, 수가 있네. 그렇지, 됐어. 여기 이 돌부리를 꽉 붙안으라구.》

《그건 왜? 아이구 발이야. 발목이 정말 부러진게 아닐가?》

최남영은 히히 웃었다.

《부러지긴 뭐가 부러져. 글쎄 아부재기 치지 말구 죽을 힘을 다해서 이 돌부리나 붙안고있으란 말이야. 예쁜 처녀를 붙안는다고 생각하게나그래. 놓아버리면 처녀가 달아난다 하구 생각하라니까. 발목을 뽑아야 할게 아니야.》

《발목을 뽑는다구? 왜?》

《발목을 누가 아예 뽑는대? 삐여진 관절을 바로잡자는거지. 빨리 〈돌처녀〉를 붙안으라구. 꽉 붙안으라구. 아무렇지두 않아. 내가 아프지 않게 한단 말이야.》

《제발 조심히 당기라구.》하며 길산은 돌을 붙안았다.

《아프지 않게 한다니까, 아프지 않게…》

최남영은 별안간 서길산의 발을 두손으로 꽉 붙잡고 있는힘껏 당겼다.

서길산은 《으악!》하는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꼬부리고 대굴대굴 굴다싶이 했다.

최남영은 자기가 미욱스레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서길산의 발이 정말로 뽑아지지 않았는가 해서 겁이 났다. 그러는데 서길산의 비명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어때? 발목을 보자구.》

《10년 감수한것 같군. 동문 정말 우직바우구만.》

《그래야 바로 잡힌단 말이요. 동문 의사들이 환자사정 봐주는것 봤는가.》

《동무가 무슨 의사야. 아이구, 발목이야.》

《보라구, 이제야 그 발목이 제대로 잡혔어.》

《그런것 같기두 하구만.》

《그런것 같기두 하다는게 뭐야. 이제 조금만 있으면 웃으며 걸어가게 된다니까. 저〈돌처녀〉한테 고맙다구 인사나 하라구.》

《가만! 돌처녀라구? 그 전지 좀 주게.》

《왜 그래?》

《글쎄 전지를 달라니까!》

최남영이 의아해하며 전지를 주었다.

서길산은 방금전에 자기가 붙안고있던 《돌처녀》를 비쳐보다가 《이게 정말 돌이 아닌가?!》하고 부르짖었다.

최남영이 그제서야 전지를 빼앗아들며 비쳐보았다. 그의 입에서도 환성이 터져나왔다.

《히야! 이거 정말 돌이구나!》

《아니, 저것 보게! 저기! 저기! 바닥이 온통 돌이야! 내가 돌웅뎅이에 빠졌댔단 말이야.》

최남영이 전지로 주변을 비쳐보았다.

《돌이구나! 돌맥이 여기로 뻗어온게 틀림없단 말이야.》

《그래! 그래! 돌맥을 찾았다ㅡ아ㅡ》

서길산은 언제 발목을 욱질렀던가싶게 벌떡 일어나며 웨쳤다. 그는 흥분하여 최남영의 전지로 온데를 다 비쳐보았다. 돌이다! 어디에나 돌이다! 무엇보다 귀한 돌! 이제 이 돌을 다 캐내면 100여리 청춘로반에 다 깔고도 남겠구나! 이런 돌맥을 가까이에 두고서도 그 먼데서 돌을 날랐구나! 돌이다, 돌이야! 그래, 금덩이라면 이보다 더 귀하랴!

서길산은 목이 메여 속으로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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