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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29 회 )
제 3 편
4
대대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소대별로 채석장에 갔던 인원들이 다 돌아왔는가고 점검을 했는데 녀성소대에서 서영옥이와 독고봉희가 보이지 않는것이였다. 휴식하는것을 본 동무들이 있어 처음에는 정옥소대장도 다른 대원들도 좀 늦어 나타나겠지 하고 심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소대가 취침준비를 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아 이 사실이 대대에까지 보고된것이였다. 김성순은 서길산이와 함께 걸어오다가 휴식하느라고 떨어져있는 두 처녀를 만났댔노라고 정옥소대장에게 보고했다. 성순은 비로소 그때 그들 두사람의 거동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것을 상기했다. 그때 두 처녀가 허기져서 쓰러져있은것이 분명한것 같았다. 그런줄도 모르고 자기는 서길산이와 함께 그들이 단지 힘들어서 휴식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냥 지나쳐온것이였다. 녀성소대 처녀들과 함께 여러명의 남자들이 그들을 찾으러 떠났다. 서길산이 앞장에 섰다. 새까만 밤이여서 서길산은 처녀들을 만났던 위치가 정확히 어디바루였던지 잘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 가다가는 처녀들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보기도 하고 또 한참씩 서서 어둠속을 둘러보기도 했다. 서길산은 한시간전에 김성순이와 함께 두 처녀를 만나고 오면서 그 김성순이 《남자들이란 참.》하고 혼자소리로 말하던것이 무엇때문이였던지 비슷이 리해가 갔다. 넨장, 성순이는 그때 어렴풋이라도 느끼고있었던것을 나는 왜 전혀 그런 낌새를 채지 못했단말인가. 더구나 그 처녀들은 저녁에 배식당번을 나갔던 동무들이 아닌가. 우린 참 어리석고 량심없는 사내들이다. 녀자들의 밥만 덜어먹을줄 알고 그 처녀들이 무엇때문에 쓰러지는지는 생각도 못하고있지 않았는가. 지금 두 처녀가 어디엔가 쓰러져있을거라고 생각하니 서길산은 속이 바질바질 탔다. 처녀들을 어디바루에서 만났던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처녀들가까이에 관개구조물이 있었다는 생각이 피뜩 떠올랐다. 너무도 캄캄해서 그 관개구조물이 또 어디쯤에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들은 한참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가 《서영옥동무ㅡ》, 《독고봉희동무ㅡ》하고 큰소리로 찾았다. 분명 그 주변이겠는데 응대가 없는것을 보니 정말로 모두 의식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더더욱 초조감과 불안감에 싸여 정신없이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어ㅡ어ㅡ》하는 웬 남자의 목소리가 간간이 날아왔다. 모두들 멈춰서서 귀를 강구고 들어보니 방금 자기들의 목소리를 듣고 뭐라고 화답하는 소리같았다. 서길산은 그 소리를 듣자 왜서인지 더 불안해졌다. 소리나는쪽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조금 가서 웬 남자를 만났다. 어둠속이여서 분명치는 않으나 나이 쉰살은 넘어보이였다. 서길산이네가 찾는 처녀들은 거기에 있었다. 《거기 녀자들같은데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것 같수다. 보아하니 초기를 만나 쓰러졌다가 그대로 의식을 잃은것 같수다.》 쉰줄의 사나이가 동정기어린 소리로 말했다. 알고보니 그는 립석마을에 사는 논물관리공이였다. 밤에 된비가 내릴것이 예견된다는 통보를 받고 논물을 보러나왔다가 관개구조물에 기대여 꼼짝 않고있는 두 처녀를 발견한것이였다. 서길산이네들이 다가가서 이름을 불러서야 처녀들은 겨우 알릴듯말듯한 목소리로 뭐라고 알수 없는 말을 했다. 논물관리공이 가까이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자고 하는것을 서길산이 《고맙지만 그럴것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대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있는것이였다. 대대로 가야 했다. 남자들이 교대로 처녀들을 업고갔다. 《맹꽁이같은것들!》 서길산은 독고봉희를 업고가면서 화가 나서 두덜거리였다. 배식당번 나가서 자기가 쓰러질 생각을 못하고 밥을 덜어준 처녀들을 두고 하는 소리인데 사실은 그 밥을 아무것도 모르고 받아먹은 자기를 욕하는것이였다. 남자들은 그러지 않아도 돌마대를 나르느라 지친데다가 처녀들을 업고 5리는 실히 될 길을 목에서 겨불내가 나도록 달리다나니 온몸이 땀에 푹 젖어버리였다. 처녀들은 녀성소대병실에 들여다눕힐 때까지도 깨여나지 못했다. 식당에서 바빠맞았다. 오경실이 비상용으로 둬두었던 흰쌀마대에서 한줌을 꺼내 미음을 쑤어왔다. 《넨장, 이거 무슨 대책이 있어야지 이러다간 다 쓰러지고말겠어. 사람이 먹지 않고서야 견디여낼수가 있나.》 쓰러진 처녀들을 보러갔던 누군가가 속이 상해서 하는 소리를 가까이에서 최진혁이 들었다. 최진혁은 속이 탈대로 탔다. 보매 모두가 영양부족으로 얼굴들이 깎이고 누래진데다가 식량은 점점 바닥이 나는것이였다. 리선명이 쌀공급량을 대폭 줄였다고 탓할것도 못되였다. 우에서 식량공급을 언제 할지 모르는것이였다. 그래도 후방참모를 달구어대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인차 단념했다. 얼굴이 한고뿌 걸친 사람처럼 늘쌍 벌개서 다니던 리선명이 자신이 요즘은 형편없이 살폭이 깎이여 허울만 남은 사람처럼 후줄근해졌는데 그한테서 무엇을 더 짜낸단 말인가. 최진혁은 녀성호실에서 나와 무거운 마음으로 대대지휘부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정덕성참모장이 어둠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대대장동지, 야단났습니다.》 《뭐요?》 《철도역에 세멘트가 들어왔답니다. 그런데 큰비가 내릴것이 예견되니 빨리 부리워 날라와야 한답니다.》 최진혁은 생각지 않던 정황에 아뜩해졌다. 대원들은 낮에 무거운 감탕마대를 끌었고 저녁에는 그 몸으로 채석장에 가서 돌을 운반해오지 않았는가. 《어떻게 할가요?》 정덕성이 물었다. 대기가 달아오르는것을 보니 정말 한바탕 된비가 쏟아질려는 모양이다. 대대장은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뿐이다. 이런 때 비상용으로 건사해둔 연유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넨장!》 최진혁은 벌컥 화를 냈다. 하지만 결심했다. 《대대 폭풍!》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다. 대대는 중대별로 정렬했다. 어둠속에서 저마끔 무슨 일인가 해서 수군거리였다. 오늘 밤은 잠을 재우지 않으려는가고 투덜대는 동무들도 있었다. 채석장에서 돌아와 방금 잠자리에 누웠던 그들이였다. 최진혁은 대대앞에 제기된 새 정황을 말해주고나서 오늘밤중으로 세멘트를 날라와야겠다고 했다. 《연유는 없소. 뜨락또르 한대나 겨우 뛸수 있는 정도요. 1중대에서 한개 소대를 정남철동무의 뜨락또르에 붙여서 세멘트상하차를 보장해야겠소. 나머지 동무들은 등짐으로 날라와야겠소. 녀성들은 떨어지시오. 기타는 중대장동무들이 책임지고 이제 곧 역으로 나가시오.》 《제기할게 있습니다.》 어둠속에서 김정옥이 소리쳤다. 대대장은 버럭 화를 냈다. 《뭐요? 빨리 말하오.》 《녀자들은 왜 떨어지라는겁니까? 우리도 가겠습니다.》 《떨어지라면 떨어지오.》 《녀자들은 뭐 그런 호의나 받겠습니까. 서영옥동무와 독고봉희동무만 남겨놓고 가겠습니다.》 《에이, 모르겠소. 동문 언제 봐야 그래. 정 가겠으면 견딜수 있는 동무들만 몇명 데리고 가오.》 김정옥의 고집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 최진혁이 끝내 손든 셈이였다. 대대는 출발했다. 《야, 딱 한시간만 잤으면 좋겠구나야.》 무거운 몸들을 끌다싶이하며 대렬이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할 때 려찬호가 누구에게라없이 한마디 했다. 《여 려찬호, 정신을 차리라구. 정말 졸다가는 논판에 떨어져. 개구리가 동무하자구 그럴거야.》 《기운을 내라구. 〈극복합시다〉소대장동지.》 《여, 박정수, 그 말은 맞아. 그런데 좀 빨리 따라서라구.》 오응세가 뒤에 떨어져오는 그들을 돌아다보며 소리쳤다. 최진혁대대장이 앞서가다가 멈춰서서 2중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응세소대장을 보고 《떨어진 사람은 없소?》하고 물었다. 《없습니다. 대대장동지, 우리 중대에선 직일근무성원 한명을 내놓고는 전부 나섰습니다.》 《잘 봐야겠소. 서영옥이나 독고봉희처럼 초기 만나 쓰러지는 동무들이 또 나타날수 있단말이요.》 《알겠습니다, 대대장동지, 뭐 남자들이야 뭐랍니까. 녀자들이 힘들어할겁니다. 그런데 대대장동지, 한가지 제기할게 있습니다.》 《뭐요?》 《채석장말입니다. 지금처럼 먼데서 등짐으로 돌을 날라다가야 어느 세월에 골재깔기를 끝내구 포장공사에 들어가겠습니까.》 그것은 누구보다도 대대장자신이 거듭 타산해보고 지금도 걱정하고있는 문제였다. 연유문제가 풀릴 전망은 당장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거의 10리나 되는 채석장에 매일과 같이 대원들을 내몰아 돌을 날라올수는 없는것이였다. 그런 식으로만 하면 대원들을 혹사시키는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먼저 공사기일을 보장하기 힘들것이였다. 《그래 무슨 방도가 있소?》 《서길산동무가 제기하는 문제인데 현재 채석장이 있는 산을 전부 탐사해보자는것입니다. 지금 리용하고있는 채석장은 고속도로건설이 진행되기 전부터 있던것을 확장한것인데 돌맥을 찾아보면 그게 혹시 〈우리 로반〉쪽으로 뻗어나와있는 산코숭이까지 뻗어있을수도 있지 않겠느냐는것입니다. 그게 일리가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서길산동무가 그때문에 생각도 많이 하고 이 주변에서 오래 살아오는 토배기주민들도 더러 만나본것 같습니다. 남포에 가서 탐사대사람들을 데려다 시추를 해보는게 어떨가 하는 제의까지 합니다.》 《음, 좋은 생각이요. 서길산동무, 어데 있소?》 오응세가 뒤따라오는 대렬을 돌아보며 《서길산동무!》하고 찾았다. 어둠속에서 《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우대가 큰 서길산이 징겅징겅 달려왔다. 《왜 그럽니까, 소대장동지.》 《서동무.》 오응세대신 최진혁이 말했다. 《채석장문제말이요. 소대장동무한테서 다 들었소. 이곳 주민들을 만나봤다는게 사실이요?》 《저 사실은…》 서길산은 우물우물하며 인차 대답하지 않았다. 《왜 그러오? 어서 말하오.》 대대장이 독촉했다. 《사실은 2소대장 최남영동무하구 약속한것이 있는데…》 《최남영이?》 《실은 돌맥에 대한 말을 처음 꺼낸게 그 동무입니다. 전 그저 함께 노력해봤을뿐입니다. 여기 본토배기들의 말에 의하면 지금 채석장은 한 10년전에 강하천제방공사를 하는 기업소에서 공사에 쓸 돌을 채취하기 위해 만들었답니다. 채석장을 거기에 앉힌건 제방공사장과 거기가 제일 가깝기때문이였답니다. 그러니 다른데도 돌 나오는데가 있을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대대에는 최남영동무와 함께 돌맥을 한번 찾아본 다음에 정식으로 제기하자고 했습니다.》 《그건 잘한게 못되오. 대대에선 지금 당장 돌이 걸려서 그러는데 그런 좋은 생각을 묻어둔단 말인가.》 서길산은 씩 웃었다. 《괜히 제기해서 인원들을 붙였다가 돌맥을 찾아내지 못하면 로력랑비만 하구 대대에 혼란만 줄게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것인데 대대장동지, 제가 먼저 한번 찾아보랍니까? 최남영동무와 함께말입니다.》 《래일 당장 그래보오. 새 채석장을 마련하는가 못하는가 하는건 9월 중순까지 골재깔기를 끝내는가, 못끝내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란 말이요, 알겠소?》 《알겠습니다, 대대장동지.》 서길산은 헌헌히 대답하고 가까이에서 걸어오는 동무들한테로 갔다. 그때 《저 서동무한테 소대장사업을 인계할 준비를 하오.》하는 대대장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대장이라니? 이 서길산이가 소대장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니, 내가 잘못 들었을거야. 그런데 이자 분명 대대장동지가 《저 서동무에게…》하지 않았는가. 오응세가 다른 일때문에 소대장을 그만둘거라고들 하더니 그 자리에 자기 서길산이 론의되고있는 모양이였다. 서길산은 생각이 많아졌다.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랑 이 일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랴. 이 아들이 사람구실을 하게 된거라구 좋아할것이다. 한데 내가 정말 소대장을 할만한 존재가 된단 말인가? 아니, 아니야. 서길산은 급히 대대장한테로 다시 다가갔다. 《대대장동지, 전… 전…》 《뭐요?》 《전 소대장을 못합니다.》 《이것 봐라. 다 들었나?》 《…》 최진혁이 오응세를 돌아보며 어이없어 허허 웃었다. 《서길산동무, 그건 어떻게 하는 말이요? 대대에서 다 토론이 있었소. 가타부타할것 없소. 임명하면 일이나 잘하란 말이요. 아이들처럼 무슨 엇드레질이요.》 《글쎄 엇드레질이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소대장을 못합니다.》 《절대로? 하, 이런 일이라구야.》 최진혁이 오응세를 돌아보며 기가 막혀하다가 랑패스럽다는듯 입을 쩝 다시였다. 그러고나서 서길산이쪽을 향했다. 《그럼 길산동무 생각엔 동무네 소대에서 누구를 소대장으로 내세웠으면 좋겠소?》 《정철수동무라면 잘할수 있습니다.》 《정철수라… 동문 그와 소꿉친구라지? 혹시…》 《아닙니다, 대대장동지. 친구라 해서 내세우자는건 아닙니다. 전 그 동무를 잘 압니다. 원칙도 있고 전개력도 있고 또…》 《뭐요?》 《인정이 많습니다.》 《인정이라… 그 인정때문에 요구성도 높이지 못하고 소대를 물렁탕으로 만들지는 않겠나?》 대대장은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히죽이 웃었다. 《오응세동무의 생각에는 어떻소? 이 서길산이는 죽어도 소대장은 못하겠다는 자세같구만.》 《정철수동무가 책임성두 있구 동무들속에서 신망두 있습니다. 그건 사실인데…》 《그런데?》 《역시 그 인정때문입니다. 인정이 무르다나니 응당한것도 요구하지 못하고 소대를 정말…》 《됐소, 됐소. 물렁탕이란 말은 내가 웃으며 해본 소리구. 동무 생각도 리해는 되오. 말자체가 돌격대인데 냅다 밀때 가서 인정에 사로잡혀 대원들을 어루쓸기만 하면 어찌겠냐는것인데 사실 인정이 많다는건 좋은거요. 더구나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지휘관들이 자기 대원들을 아끼고 사랑할줄 모른다면 어떻게 되겠소. 어쨌든 이 문제는 대대모임에서 토론해봅시다. 이거 무던히도 찌물쿠는군. 비가 당장 오지 않겠소?》 최진혁이 근심스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멀리에서 둔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뢰소리인가? 《앞으로 전달, 속도 빨리!》 최진혁은 대렬끝이 나타나기를 길옆에 서서 기다리면서 만나는 지휘관들에게 떨어지는 사람이 없는가 잘 보라고 주의를 주었다. 서영옥이와 독고봉희처럼 대렬에서 떨어져 졸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게 하자는것이였다. 2중대의 대렬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쪽에서 누군가를 되게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 들어보니 림철중대장의 목소리인데 어떤 녀자들을 욕하는것 같았다. 최진혁은 생각되는바가 있어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예감이 맞았다. 림철중대장이 대렬을 따라온 서영옥이와 독고봉희를 길우에 세워놓고 성이 독같이 나서 정신들이 있는가, 죽고싶어 그러는가, 지휘관들이 떨구어놓았으면 떨어지는것이지 도대체 지휘관들을 뭘로 아는가 하고 다몰아대고있었다. 《그만하오, 중대장동무.》 최진혁이 가까이 다가가며 나직이 말해서야 림철이 욕하기를 그만두었다. 처녀들은 죄지은듯 고개를 푹 숙인채 서서 말을 못했다. 최진혁은 기가 막혀 선뜻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주눅이 들어 서있는 처녀들의 처량한 모습을 보느라니 차츰 련민의 정이 북받쳐올랐다. 그 몸으로 어째서 따라섰는가를 물어서 무엇하랴. 대오에서 떨어지고싶지 않아 그랬을것이다. 떨어지면 《우리 로반》을 완공하는 날이 그만큼 늦어진다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한시간전까지만 하여도 쓰러져 의식이 없던 동무들이 아닌가! 《돌아가오, 서영옥동무. 동무야 그래도 나이가 저 독고봉희보다 우인데 집단의 마음을 리해해야 할게 아니요. 봉희동무를 데리고 돌아가오!》 《대대장동지.》 고개를 푹 숙이고있던 독고봉희의 입에서 울음 절반의 소리가 울려나왔다. 《전 돌아갈수 없습니다. 전 뭐 전투원이 아니고 어린앱니까? 전 허기져서 쓰러져있으면서두… 장군님을… 아버지장군님을… 뵈왔습니다! 완공된 〈우리 로반〉을 찾아주신… 아버지장군님을 말이예요!》 《! !》 최진혁은 목이 꽉 메였다. 눈물이 나왔다. 처녀들의 마음속에 그날이 있구나! 하긴 우리모두가 그날을 안고있기에 이런 고생도 달게 여기며 헤쳐가고있는것이 아닌가. 《따라서오!》 대대장이 가까스로 말했다. 《넨장!》 무엇때문인지 림철중대장이 볼이 부어 두덜거리였다. 그는 누구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고있었다. 최진혁은 뒤따라오는 3중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눈앞이 어질거리였다. 몸을 제대로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는데, 대대장이란 사람이 쓰러지면 어떻게 한단말인가. 아니, 쓰러지지 말아야 해! 이거 비가 인차 오지 말아야 하겠는데, 왜 이렇게 찌물쿤담. 그런데 서길산이 그 친구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소대장을 못하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단말이야. 그 속내를 모르겠거든. 그러나저러나 그 친구가 새 돌맥을 찾아내면 좋겠는데. 지금 채석장은 너무 멀어. 내가 애초에 잘못했어. 《우리 로반》가까이에서 채석장자리를 찾아봤어야 하는것인데 남들이 쓰다버린 채석장에 매달렸단말이야. 어, 이거 정말 비가 올려는게 아니야? 우우ㅡ 멀리에서 우뢰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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