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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26 회 )
제 3 편
심장아 불타라
1
《〈우리 로반〉이예요!》 시창너머로 다가오는 낯익은 그 땅을 바라보며 김성순이 누구에게라없이 나직이 말하였다. 사실 그것은 그의 가슴속에서 은연중 울려나온 흥분의 울림과도 같은것이였다. 승용차안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청춘의 고귀한 땀이 슴배여있으며 기쁨과 환희와 격정 그리고 모진 고난과 괴로움도 체험해야 했던 고장을 흥분속에 바라보았다. 승용차는 농도다리우에 멈춰섰다. 모두들 서둘러 차에서 내리였다. 《우리가 건설한 구조물이 옳구만!》 최진혁이 다리우에 내려서서 새삼스럽게 뇌이였다. 모두들 감회깊이 자기들의 창조물을 둘러보았다. 그것은 그들이 대통로를 지나오면서 본 수많은 거대한 구조물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것 없이 작아보이는것이였다. 하여 그들은 좀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하나의 작은 구조물을 위해서만도 얼마나 어려운 시련을 이겨내야 했던가. 이 대통로우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후세의 인간들이 그것을 알기나 할가? 아니, 그들은 인차 가슴뿌듯해지는 긍지감을 느끼였다. 그들의 눈에는 물기가 어리였다. 후세의 인간들이 그것을 모른다한들 어떠랴. 그들의 순결한 량심을 대통로를 떠받들고 서있는 콩크리트구조물이 말해주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들이 머리에 백발을 얹은 로인들이 되여 지나온 생을 돌이켜보게 될 그때에 가서도 콩크리트구조물은 서있을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흥분하고있을 때 서길산은 도로에서 벗어나 가까이에 있는 펑퍼짐한 둔덕쪽으로 걸어내려갔다. 눈덮인 둔덕우에 이르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것은 신암대대가 공사장에 와서 첫 숙영을 하던 날 밤 그 자신이 《신암대대》라는 글발이 새겨진 기발을 올렸던 곳이였다. 간고하고 시련많던 건설의 나날 이 언덕우에서는 언제나 대대기발이 휘날렸다. 기발이 날리는 언덕아래 들어앉은 숙소들에서는 청춘들의 생활이 끓어번지였다. 시련이 큰것만큼 보람도 긍지도 크고 때로는 괴롭기도 하고 번민에 모대기기도 하면서 용용 흘러가던 청춘들의 벅찬 생활이. 그런데 이제는 그때의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다. 대대지휘부며 소대숙소들이 전개되여있던 자리는 네모방정한 논판으로 변했으며 흰눈에 덮여있었다. 지난 가을에 베여낸 벼그루터기들이 눈우에 이따금 드러나있었다. 주변은 고요속에 잠자고있는듯 했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돌격대원들의 달아오른 몸들을 식혀주던 그날의 세찬 바람이. 《길산동무, 뭘 생각하오?》 최진혁이 다가와서 물었다. 류종수며 김성순이며 김정옥이 그의 뒤에서 소리없이 웃었다. 《한시호동무가 생각납니다.》 《한시호동무가? 갑자기 그 동무는 왜?》 최진혁이 대신에 류종수가 큰눈을 껌벅이며 의아해서 물었다. 《그 동무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흔적조차 없어진 대대건물자리를 보면서 무엇인가 뜻이 깊은 말을 한마디 했을거란말입니다. 그 안경쟁이가 말주변이 없는것 같으면서도 이따금 한마디씩 하는것을 보면 신통한 소리를 했으니까요.》 《옳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이니까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체로 사색이라는 〈채구멍〉을 통과한 소리들이였습니다. 그 동무뿐이 아닙니다. 아마 오응세동무도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철학자연한 말을 한마디 했을것입니다.》 최진혁의 말이였다. 그 역시 대대건물자리에 와보니 생각이 깊어지는 모양이였다. 《대대장동지, 정말 이 자리에 와보니 여기서 함께 일하며 고생하던 우리 동무들이 생각납니다.》하고 김정옥이 말했다. 《왜 안그러겠소. 이 류종수도 오늘은 별로 그 동무들이 보고싶소. 희생된 영국동무생각은 말할것도 없고 한명국이나 허광식이, 박정수, 정남철〈아바이〉랑 말이요. 모두 참 좋은 동무들이였지. 그리고 정옥동무네 녀성동무들도 보고싶소. 참, 그 독고봉희는 인젠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였겠군. 봉희동무소리를 하자니 생각나는군. 내 지난해 가을 이 청년영웅도로를 타고 남포쪽으로 나가다가 보니까 이 일대에 별로 코스모스가 많이 자라 꽃이 한벌 피였더군. 이 언덕에도 온통 피여있었소. 그게 아마 독고봉희가 뿌린 꽃씨가 움트고 자라서 퍼진게 아닐가?》 《어마나! 부장동지, 그게 정말입니까?》 김성순이 환성을 질렀다. 그의 검고 아름다운 두눈이 환희로 빛났다. 《옳습니다. 틀림없이 그건 우리 독고봉희가 뿌린 꽃씨앗에서 퍼진겁니다! 봉희동무가 여기를 떠나가던 날 꽃씨를 뿌렸거든요. 〈우리 로반〉은 물론이고 이 언덕에까지말이예요. 〈우리 로반〉을 지나가시는 아버지장군님께서 꽃향기속에 잠기시라고요.》 그것은 온 대대가 다 아는 사실이였다. 신암대대가 모두들 가슴에 번쩍이는 훈장과 메달들을 달고 떠나가던 날 독고봉희는 여름내 모아두었던 꽃씨를 뿌려놓은것이였다. 그때의 그 일이 생각나서 모두가 깊은 감회에 잠기는데 서길산이 조금전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대대장동지, 동무들, 이걸 보라구. 찾았소.》하고 기뻐서 소리쳤다. 그바람에 모두들 의아해서 바라보았다. 알고보니 서길산이 기발대를 세웠던 자리를 찾아낸것이였다. 구멍은 메워졌지만 그때 기발대를 든든히 버티여놓았던 두개의 커다란 돌멩이가 그 자리에 용케 남아있는것이였다. 《야, 그래도 이게 흔적으로 남아있구만요.》 《길산동문, 이 자리까지 없었더라면 무척 서운했겠군.》 《솔직히 말하면 부장동지, 전 우리 대대가 그때 여기 와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때 생활이 흔적조차 없어졌구나 하는 생각에 서운했습니다.》 《생활의 흔적이 사라져서 서운했단 말이지.》 류종수는 갑자기 생각이 깊어졌다. 《그건 그때의 생활이 귀중했기때문이지. 청춘시절에 자기 수령, 자기 조국을 위하여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쳐 일하고 투쟁한 체험은 우리들의 한생의 더없이 소중한 밑천으로 되는거요. 이건 우리들이 혁명선배로부터 늘 들어오는 말이지. 그런데 말이요. 우린 참으로 행복한 세대요. 우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을 받으며 이 고속도로를 건설했으니까 말이요. 난 지금도 우리 5만명 청년돌격대원들이 눈물에 젖어 부르던 그리움의 노래가 귀전에 울려오는것만 같소. 그건 그대로 하늘같은 사랑과 믿음을 주신 장군님에 대한 그리움의 분출이였지. 그게 없었더라면 우리가 무슨 힘으로 그 모진 어려움을 이겨낼수 있었고 이 드넓은 대통로를 기어이 열어놓을수 있었겠소.》 《옳습니다, 부장동지.》 최진혁이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우린 그때 김정일시대에 사는 청년전위들이라는 긍지가 있었기에 그 모진 역경을 이겨낼수 있었고 세상을 놀래우는 기적을 창조할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자 서길산동무가 우리들의 생활의 흔적이 사라진것을 두고 서운했다고 말했는데 사실말이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연한 생각이지요. 이제 세월이 흐르면 산천도 변하게 될것이구 우리 신암대대의 생활과 투쟁의 증견자라고도 할수 있는 이 자그마한 언덕도 사라질수 있을것이지만 결코 우리들의 청춘시절의 자취는 사라지지 않을것이니 말입니다. 저 대통로를 보십시오. 저 대통로는 가장 엄혹했던 시기에도 변함없이 우리 장군님의 걸음걸음을 충심으로 따른 조선청년들의 순결한 량심의 대하가 다져놓은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저 대통로야말로 우리들의 지나온 생활의 증견자이구 청춘시절의 영원한 자취가 아니겠습니까. 안그렇소? 동무들.》 《야! 그러니 우리 대대장동지는 한시호나 오응세소대장에 못지 않는 철학가군요. 우리들의 량심의 대하가 다져놓은 대통로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드는데요! 안그렇소, 성순이.》 《음ㅡ》 김성순이 입을 뾰죽해보이며 악의없는 힐난의 눈길을 던졌다. (동무야 어디 량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어요?) 그 녀자의 고운 눈이 말하고있었다. 그러는 두사람을 보며 옆에서들 즐겁게 웃었다. 《부장동지, 늘 이렇단 말입니다. 인젠 내 색시가 되겠는데두 아직 이 서길산의 우에 서서 교양하려고만 든단 말입니다. 사람이란 한때 과오도 저지를수 있는것인데 두고두고 이런다니까요.》 《억울해도 할수 없는 일같구만. 이 성순동무가 그때 동무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다구. 하지만 성순동무, 인젠 너무 우에 서서 교양만 하려고 그러지 마오.》 성순은 더 말하지 않고 새물새물 웃었다. 《부장동지, 그 말은 옳지 않아요.》 김정옥이 끼여드는 그 소리에 류종수는 다소 의아해했다. 《정옥동무, 그건 무슨 소리요?》 《이 서길산동문 성순동무가 늘 곁에서 교양하지 않으면 그 자존심이 또 일을 칠수 있단 말입니다.》 《언닌 무슨 말을.》 김성순이 바빠맞아 얼굴이 사과알처럼 빨개지며 김정옥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는 김성순을 못본척하며 류종수가 한마디 했다. 《허, 그러니 그놈의 싱갱이는 두 사람이 백발로인이 되도록 끝나지 않겠는걸.》 또다시 즐거운 웃음이 터졌다. 《자, 동무들, 부장동지는 시간이 없소. 부서에 저녁중으로 들어가야 한단 말이요. 여기서 더 지체하지 말고 영국동무의 묘소를 빨리 찾아보자구.》 최진혁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해서야 모두들 서둘러 그자리를 떴다. 그들은 리영국의 묘소가 있는 립석리 야산으로 향했다. 마을어구에서 손달구지를 끌고 오는 윤명녀를 만났다. 《아이구, 이게 누구들인가?!》 녀인은 마주오는 그들을 인차 알아보고는 얼굴에 반색의 미소를 담뿍 담았다. 《윤명녀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최진혁의 입에서도 반가운 소리가 튀여나왔다. 그들은 윤명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윤명녀는 그새 모두들 몸들이 났다느니 녀자들은 더 고와졌다느니하면서 수선을 떨었는데 서길산을 보고서는 아버님이랑 새 어머니랑 다 잘 계시는가고 묻는것을 잊지 않았다. 윤명녀는 그사이에 조금도 늙지 않았다. 오히려 기력이 더 정정해보였다. 본인자신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몸이 자꾸만 나는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녀인은 지금도 여전히 군대에 보내줄 돼지를 기르고있었다. 윤명녀는 전국원군미풍열성자대회에 참가하여 훈장까지 탔다고 한다. 지금 손달구지에 싣고 오는것도 분쇄해오는 돼지사료였다. 《그래, 어떻게들 갑작스레 나타났나?》 윤명녀가 의아해서 묻는 소리에 최진혁이 《어머니, 우린 이번에 경애하는 장군님의 배려로 선군혁명총진군대회에 참가했다가 〈우리 로반〉이 보고싶어서 왔댔습니다. 왔던 길에 리영국동무의 묘를 찾아보자구요.》하고 말했다. 윤명녀의 눈에는 대뜸 물기가 어리였다. 《그래, 찾아봐야지!》 《어머니,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를 만나면 우리 동무들모두를 대신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댔습니다. 윤명녀어머니랑 여기 립석마을 여러분들이 우리 영국동무의 묘를 늘쌍 돌봐주고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대장, 그런 소릴랑 말라구. 고맙긴 무얼 고맙겠나. 우리야 그저 가까이에서 살다나니 드문히 올라가보군 하지만 사실 진짜 수고야 선아 엄마가 하지. 해마다 추석때면 선아 엄마가 그 먼데서 찾아온다네. 그래 우리가 보기딱해서 묘를 신암으루 옮겨가라 했더니 선아 엄마가 하는 말이 선아 아버지는 장군님의 높으신 뜻을 받들고 와서 대통로를 건설하다가 순직했는데 대통로가 바라보이는 여기에 있어야 해요 하질 않겠나. 세상 떠난 본인두 그걸 바랄거예요 하구…》 윤명녀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굽을 훔치였다. 윤명녀는 평양으로 돌아갈 때 꼭 집에 들리라고 했다. 그때나 다름없이 신암대대 사람들에 대하여 따뜻한 감정을 품고있는 어머니였다. 그들은 고마운 윤명녀어머니에게 이담에 다시 오면 꼭 들리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마을옆의 야산으로 향했다. 그 길은 그들 누구나가 잘 아는 길이였다. 흰눈을 소담하게 떠인 다박솔들사이로 올라가느라면 산등성이의 안침진 곳에 리영국의 묘가 있을것이다. 리선명이 룡강에까지 가서 구해왔으며 경비분대장 김명식이 고인의 이름을 새긴 대리석묘비가 보일것이다. 그들은 묘지가 가까와오자 고인을 생각하며 말이 없었다. 일행중에서 생각이 제일 깊은 사람은 서길산이였다. 후회란 인간을 얼마나 지꿎게 괴롭히는것인가. 지금도 서길산은 자기때문에 그 훌륭한 인간인 리영국이 희생되였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그가 그때 잘못되지 않았더라면, 우리와 함께 싱글싱글 웃으며 《우리 로반》을 찾아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서길산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리영국이 다박솔등성이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자기들을 기다리고있는듯이 생각되는것이였다. 그의 앞에 하얀 대리석묘비가 나타났다. 묘지주변은 눈을 깨끗이 치워놓았다. 윤명녀어머니랑 마을사람들이 치웠으리라. 아니면 고귀한 인간의 넋을 가슴에 새기고 그처럼 살리라 다짐한 어느 청년들의 소행인지 모른다. 서길산은 묘비앞에 서서 돌우에 새겨진 동무의 이름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서있었다. 그사이에 류종수며 최진혁이며 녀자들이 올라왔다. 김성순이 들고온 꽃묶음을 상돌우에 올려놓았다. 모두들 고인을 추모하여 묵도했다. 《영국동무, 우리가 왔네, 류종수부장동지랑 그리구 서길산동무랑, 김성순이, 김정옥동무들이랑 왔네. 동무가 보고싶어 이렇게 왔네.》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말하듯이 최진혁이 나직이 말했다. 모두들 눈굽이 축축해졌다. 《자, 동무들, 그만하자구.》 류종수가 묵묵히 서서 말이 없는 동무들을 위안하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없지만 좀 앉았다 가기요. 우리가 그냥 가면 영국동무가 서운해할거란 말이요.》 그 말에 모두들 묘지앞에 나란히 앉았다. 저기 벌판 한가운데로 지나간 대통로가 안겨온다. 뻐스들과 승용차들이 살같이 달려가고있다. 대통로는 해빛이 반사되여 빛나고있었다. 《우리 영국동무의 묘가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소. 보오. 얼마나 멋있소? 저 대통로가말이요. 그러고보면 영국동무는 세상을 떠났어도 참 행복한 사나이요. 자기가 생명을 바쳐 건설한 대통로와 함께 강성대국을 향해 내달리는 조국의 훌륭한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볼수 있으니말이요.》 류종수의 말이였다. 그들은 잠간 앉아있으면서 리영국을 추억하는 말들을 했다. 사람이 한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좋은 추억만을 남기는것은 아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리영국의 훌륭한 인간됨에 대한 말들을 했다. 그것은 리영국이 희생된지 며칠 안되던 어느날엔가 작업휴식을 하느라고 모여앉았다가 하던 리영국에 대한 이야기의 계속이기도 했다. 그들중 누구는 리영국의 동지애에 대하여 말했으며 누구는 리영국의 성실성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누구는 그의 인간성에 대하여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하면 역시 리영국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 결함같은것은 전혀 없으며 오직 장점만이 있는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인간이였다. 리영국은 그렇게 자기가 생전에 사랑한 동무들의 가슴속에 더없이 참되고 훌륭한 인간으로 자리잡고있는것이였다. 그것을 생각하자 서길산은 또 가슴이 쩌릿해왔다. 그는 마음속으로 리영국이와 말했다. (영국동무, 동무는 이 서길산의 가슴속에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청춘시절의 삶을 어떻게 빛내여야 하는가를 새겨주었네. 이 서길산은 동무가 새겨준 그대로 살겠네. 참되게, 참되게 살겠네. 그런데 이렇게 동무와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누자니 지나간 그때의 나날들이 생각나네. 동무가 희생된 다음 온 대대가 동무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자고 떨쳐일어나 대통로의 완공을 위한 돌격전을 벌리던 그 나날들이 말이네. 동무는 모를거네. 우리 대대가 그때 어떻게 최후돌격전을 벌렸는지. 우리가 그때 어떤 사랑을 받아안았는지 그리고 그때 《우리 로반》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다 모를거네. 내가 말해주지. 동무의 넋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살아있으며 우리와 함께 시련과 난관을 헤쳐나가던 그때의 일들을 이제 말해주지. 그래 말해주겠네.) 서길산은 불시에 가슴이 화락 젖어들었다. 그는 해빛에 반짝이는 아득히 뻗어간 대통로를 바라보면서 잊을수 없는 동무와 속으로 끝없이 속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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