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24 회 )

 

제 2 편

 

9

 

도대체 어떻게 되여 그런 일이 일어날수 있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수 없는 일이였다. 서길산이만이 대체로 비슷이 짐작할뿐이였다.

그때 서길산이 축구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내려갈 때 리영국은 별로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어서 내려가라고 그의 등을 떠밀다싶이 했었다. 그때 리영국은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했을것이다. 누구도 없는 사이에 혼자서 위험한 작업을 해제낄 생각을 했을것이다. 말하자면 허궁 들린 바위의 한쪽 귀퉁이에 쐐기처럼 박혀있는 돌을 뽑아낼 결심을 했을것이였다. 그놈을 뽑아내고 돌을 떨구지 않으면 오후에 정말로 운반조성원들을 놀려야 하는것이였다. 1소대에 작업중지처벌을 내리였지만 그 역시 《우리 로반》이 하루빨리 열리기를 바라는 대대전투원인것이였다. 리영국이 자기가 쐐기돌을 뽑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에 또 무엇을 생각했을가? 쐐기돌을 뽑다가 아차하는 순간에 자기가 잘못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가? 아니면 그 돌을 뽑아낸다고 해도 당장이야 그놈의 바위가 떨어져내리랴 하고 생각했을가? 그것은 누구도 모른다. 다만 명백한것은 리영국이 그 위험한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닌 안전참모인 자기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것이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거기에 손을 댔다가 생명이 위험할수 있다고 생각했을것이였다.

그리하여 리영국은 동무들이 모두 축구경기를 보러 가서 조용한 기회를 잘됐다고 생각하며 지레대를 들고 허궁 들린 바위밑으로 들어갔을것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멀리에서 쐐기돌을 건드려보다가 생각외에 든든히 박혀있는것을 알고 자기도 모르게 굴안으로 깊숙이 들어갔을것이다. 그는 조금전에 우에서 지레대질들을 하여 바위가 언땅에서 완전히 떨어져있는 상태이며 그 쐐기돌 하나에 걸려 유지되여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것이다. 그리하여 차츰 위험하다는 생각을 잊게 되였으며 든든하게 박혀있는 쐐기돌의 맥을 봐가다가 요진통에 지레대를 꽂아넣고 힘을 주었을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쐐기돌이 뽑아지면서 한t은 실히 될 그 가증스러운 바위가 떨어져내렸을것이다.

그렇다. 일이 어떻게 되여 일어나게 되였는지 정확한것은 누구도 모른다. 다만 그와 함께 남아있던 마지막사람인 서길산이 그렇게 추측할뿐이였다.

서길산이 경기장소를 떠나 대대전투원들속에 섞여 절토장에 정신없이 달려올라갔을 때는 리영국이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리영국은 그렇게 동무들곁을 떠나갔다. 젊은 나이에 대대를 위해서, 청년이란 부름과 함께 빛나며 강성대국에로 이어져있을 대통로의 완공을 위해 자기의 깨끗한 심장을 바치였다.

대한추위도 물러간 잠풍한 날에 대대는 리영국의 장례를 치르었다. 고향에서 선아 어머니도 왔다. 녀인은 어린 선아를 안고 장례식에 참가했다. 리영국이 첫걸음마를 뗀 딸애가 보고싶다고 하던 말이 생각나 서길산은 가슴이 미여지는것만 같았다. 그것을 알리 없는 아기는 엄마품에 안겨 발쭉발쭉 웃기만 했다.

리영국을 립석마을옆 야산에 안장했다. 그가 생명을 바친 《우리 로반》이 지척에 바라보이는 양지바른 곳이였다.

리영국과 영결하는 자리에서 서길산은 가슴을 쥐여뜯으며 울었다.

《영국동무! 이 서길산을 용서하우! 용서하지 못하겠으면 일어나 이 못난 놈의 뒤통수를 때려주우!》

그 절통한 부르짖음에는 자신에 대한 타매가, 떳떳치 못한 생애의 한 구간에 대한 쓰라린 후회가 비껴있었다.

동무들은 그를 리해했다. 모두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러지 말라고 그를 위로하며 말리였다.

대대는 귀중한 동지와 영결한 슬픔을 안고 묵묵히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누구도 말이 없었다. 침울해서 자기 숙소들로 헤쳐갔으며 얼빠진 사람들처럼 침대우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정만 올려다보았다.

모두들 하루사이에 허울만 남은것 같았다.

점심때가 되였을 때에는 누구도 식당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식당에서는 취사원들이 이날따라 화구가 애를 먹인다고 신경질을 부리며 돌아갔다. 그러다나니 식사시간이 퍽 지나서야 배식을 해놓았는데 밥은 선밥이 되였다.

직일관이 모엿구령을 쳤는데도 모이지 않자 숙소들을 찾아다니면서 밥들을 먹지 않을텐가고 신경질을 부리여 겨우 절반이나 될 인원들이 모였는데 그들도 밥을 먹는둥마는둥 하여 밥은 그대로 남게 되였다.

서길산은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날 얼굴이 꺼멓게 죽어든채 입을 철문처럼 꾹 닫고 열줄을 몰랐다. 그 무슨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듯 했다. 그는 식당에는 가지도 않고 침대에 걸터앉아 괴로와하다가 벌떡 일어나 문어구에 놓아두었던 함마를 찾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정철수가 어딜 가는가고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서길산은 작업장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내린 작업장은 태풍이 들부셔버린 난파선을 방불케 했다.

그는 숨죽은 괴물같이 보이는 바위를 함마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떵ㅡ떵ㅡ 쥐죽은듯 적막이 깃든 작업장에 무거운 함마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속에서는 울분이 끓어올랐다. 나때문에 그랬어. 이 설익은 돌배알같은 서길산이때문에 오작시공이 난것이구 나때문에 대대를 사랑하고 동무들을 사랑하고 안해와 딸을 그토록 깨끗하게 사랑할줄 안 리영국이 희생된것이다. 내가 그때 축구경기하러 내려가지만 앓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게 아닌가. 그때 나는 불안한 예감에 시달리며 내려갔다. 리영국의 거동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어렴풋이 예감하고있었다. 아, 내가 왜 이제와서야 그런 생각을 한단말인가. 그를 혼자 남겨놓고 내려오다니! 위험을 혼자서 제거할 결심을 한 그를, 그래, 나때문이다. 나때문에 가장 깨끗한 량심을 지닌 그가 희생되였어. 세상에 이런 공정치 못한 일이 또 있을가? 어쩌면 이 덜돼먹은 서길산은 후회만 하게 되고 그가 희생되였단말인가. 이제 이 서길산은 두고두고 자신을 후회하게 될게다. 자신을 두고두고 저주하게 될게다. 가슴 찢어지는것 같은 아픔을 느껴야 하고 자신을 타매하며 저주하며 회오속에 살아가게 될게다! 아, 어떻게 나자신을 용서한단말인가!

떵ㅡ떵ㅡ 돌쪼각들이 떨어져나갔다. 서길산은 자기의 머리를 바위에 짓쪼아 산산쪼각을 내고싶었다. 그는 함마질이라도 해서 자기 육체에 깃들어있는 기력을 깡그리 소모하고싶었으며 자기의 육체를, 허울만 남은 몸뚱이를 걸레짝처럼 짓뭉개고싶었다. 자기가 동무들의 비판에 대하여, 리영국의 비판에 대하여 좋지 않게 생각했던 그것이 그리고 신암의 자기 집에 도망쳐가서 고구마를 가져온 이웃집 아주머니며 고지식하게 한생을 살아온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해서 자신을 위장했던 그 모든것이 참으로 구역질나게 생각되였다. 자기는 대대로 돌아와서 집단과 동무들앞에 마땅히 그때의 그 비렬한 생각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자기비판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길산아!》

누군가의 억센 손이 허공을 향해 쳐들린 그의 함마자루를 꽈악 붙잡았다.

《?…》

《이러지 말라구!》

정철수였다. 그가 측은한 눈으로 서길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도 물기가 차올랐다.

《나는… 이 못난 놈을 왜 그때 죽도록 때리지 않았어? 신암에서… 그 방뚝우에서… 왜 죽도록 때리지 않았어?》

《!!…》

《…》

서길산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러지 말라구, 길산이. 영국동무는 완공의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자기의 귀중한 생명을 바쳤네. 우린 영국동무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돼! 그러니 진정하라구. 우리가 일을 힘껏 해서 완공의 날을 앞당긴다면 영국동무도 기뻐할거야!》

《용서못하겠어! 나자신을 용서못하겠단말이야. 그렇게 훌륭한 동무가 나때문에 희생되였는데… 아, 철수야ㅡ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말이냐?》

언땅을 주먹으로 마구 두드리며 부르짖는 서길산의 절통한 목소리가 세상떠난 동무의 혼을 부르며 하늘가로 날아갔다.

 

녀성소대에서도 장례식에서 돌아오자 누구 한사람 말이 없었다. 모두들 침대우에 멍청하니 앉아있을 때 중대부에 갔던 김정옥이 들어섰다.

《동무들, 남성소대들에서 모두들 작업장에 올라갔어요. 어쩌겠어요. 모두들 일어나자요.》

김정옥은 다른 때라면 맥을 놓고 쓰러졌다고 깔끔한 소리를 했을것이지만 오늘은 사정하듯 조용히 말했다. 입술에 조갈이 들고 눈두덩은 울어서 퉁퉁 부어있었으며 목수건은 되는대로 목에 감겨있었다. 김정옥이 그렇게 흐트러진적이 전에는 없었다.

처녀들은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들이 무엇때문에 작업장으로 올라갔다는것인지조차 느끼지 못하는듯 했다. 그러는데 김성순이 편도가 부어오른듯 힘들게 말했다.

《모두 일어나자요. 일을 해야 할게 아니예요.》

성순은 자기 배낭을 내리여 그안에 있던 사품들을 꺼내 보자기에 쌌다. 배낭으로 흙을 나르려는것이였다. 질통이 더는 고쳐쓸 형편이 못되는데 대대안에서는 질통을 만들만 한 가마니나 판자쪽같은것을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게 된것이였다. 공사장으로 떠나올 때 어머니가 장농속에 보관했던 보위색데트론천을 꺼내 직접 만들어준 새 배낭이여서 작업장에 가지고 나가기에는 아까운것이지만 그걸 생각할 경황이 못되였다. 더우기 안전참모가 공사를 위해 희생되였는데 새 배낭 하나가 무엇이랴.

처녀들은 김성순이까지 한마디 해서야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나 따라나섰다. 다만 독고봉희만이 움직일념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완전히 실성한 처녀같았다.

《봉희야, 너 왜 그러니?》 김성순이 나가다말고 서서 물었다.

봉희는 대답이 없었다.

김성순은 짜증이 났다.

《그러지 말려무나! 소대장동무랑 모두 일하러 나가. 영국동지가 공사를 위해서 희생되였는데 우린 이제부터 영국동지를 생각해서라도 일을 더 잘해야 할게 아니니. 그런데 너처럼 그러면 어쩌겠니? 일어나!》

《언니!》

독고봉희는 눈물에 젖은 눈을 들어 김성순을 올려다보았다. 부르튼 도툼한 입술이 실룩거리였다.

《난… 난 어떻게 하면 좋아요? 맹꽁이같은 나때문에 영국동지가 잘못되였단말이예요!》

김성순은 그가 무엇때문에 괴로와하는것인지 리해되였다. 봉희는 위험한 작업구간에 누구도 얼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대대장의 지시를 받고 작업장경비를 섰던것이다. 처녀는 자기가 대대장의 지시를 어기고 작업장을 떠난것때문에 리영국이 희생되였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그것을 깨닫자 김성순은 자기가 어떤 말로써도 봉희를 위로할수 없다는것을 알았다. 성순은 가슴이 쓰리였다.

《봉희야, 일이 이미 그렇게 된걸 어찌겠니. 영국동진 안전참모가 아니냐. 동무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자기 몸을 내댔는데 그걸 어떻게 봉희의 잘못으로만 보겠니.》

《아니예요! 안전참모동진 맹꽁이같은 나때문에 잘못되였어요. 대대장동진 나에게 누구도 작업장에 들여놓지 말라고 했는데 난 영국동지가 철수하란다고 해서 내려왔단말이예요. 그래서 중대장동지두 나보구 맹꽁이라고 했단말이예요.》

《자꾸 그러지 말아! 그거야 영국동지가 잘못되였으니 기가 막혀서 그런거지 〈우리로반〉을 빨리 완성해야지. 이건 영국동지가 바라던것이야.》

성순은 휘청거리며 작업장으로 올라갔다. 독고봉희가 말없이 뒤를 따랐다.

온 대대가 공사장으로 나왔다. 여느때같으면 와와 함성이 터져오르고 처녀들의 웃음소리, 남자들의 우스개소리도 법석 끓었을 작업장이 이날은 조용했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무서운 기상들이 되여 함마질을 했으며 처녀들은 무거운 질통에 눌리워 비칠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식당에서 취사원들이 운반식사를 날라왔다. 국통이며 밥버치를 내려놓고서는 식사 안하고 올라온 동무들은 어서 와서 식사들을 하라고 했다.

누구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기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듯 묵묵히 일만 했다.

그러는 동무들을 보다못해 취사원들이 목이 꽉 메여 사정을 했다.

《동무들, 모두 그러면 우린 어떻게 하란말이요? 밥을 먹지 않고 일하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하는가말이요. 제발 식사하지 않은 동무들은 량심적으로 나오란말이요. 이거 정말 모두들 이럴 내기인가? 정 그러면 대대장동지한테 보고해서 작업을 중지시키겠단말이요.》

《작업그만ㅡ 다들 모이시오!》

어느새 나왔는지 최진혁대대장이 소리쳤다.

전투원들은 무슨 조직사업이라도 하려는가 해서 작업을 중지하고 모여왔다.

《밥들을 먹소!》

대대장은 가까스로 한마디 하고서는 목이 꺽 메여버렸다. 이윽해서야 힘들게 다시 입을 열었다.

《취사원동무생각도 해주어야 할게 아니요. 점심밥이 그대로 남아있단 말이요. 밥이 다 없어지지 않으면 작업을 안시키겠소.》

《동무들, 식사들을 합시다. 그래야 일을 할게 아니요. 우선 소대장동무들부터 식사를 해야겠소.》

어느새 나왔는지 류종수가 또 한마디 했다.

결국 식사를 하지 않으면 작업을 안시키겠다는바람에 대원들은 느릿느릿 일어나 취사원들이 내여주는 밥식기들을 받았다.

대대장과 류종수는 대원들이 밥그릇을 받아드는것을 보고서야 자리를 떴다. 군에 갔다가 금방 돌아온 류종수가 함께 토론할것이 있다고 해서 대대지휘부로 가는 길이였다. 류종수는 며칠전에 일이 있어 군에 갔댔는데 공사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급보를 받고 달려온것이였다.

《안됐습니다. 부장동무가 없는 사이에 제가 일을 쓰게 못해서 이런 사고를 냈습니다. 제가 처벌을 받겠습니다.》

지휘부로 내려가며 최진혁이 신중해서 말했다.

류종수는 괴롭게 한숨을 쉬였다.

《잘못이야 했지요. 나한테도 잘못이 있습니다. 우린 응당 사람들을 귀중히 여기는 관점에 서서 일을 조직하고 지휘했어야 했는데 그저 일만 일이라고 내밀면서 사고요소를 제때에 찾아내고 퇴치하기 위한데는 신경을 덜 썼거든요. 우리 청년들을 사랑하시며 내세워주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높은 뜻을 심장에 새기지 못했단 말입니다. 사실 군당에서는 영국동무한테 안전참모를 시키면서 신암돌격대 300명 전투원들의 귀중한 생명을 책임지고 단 한건의 사고도 없게 하라고 특별분공을 주었는데 아마 그 동무도 그 분공을 명심하고 한명의 전투원이라도 상할가봐 제 혼자 위험한 일을 하다가 그런 일을 당했을것입니다. 일단 사고가 났으니 어찌겠습니까. 이제라도 그런 사고가 나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지요.》

《예. 그런데 오응세네 소대가 문제입니다. 자기들때문에 귀중한 동지가 잘못되였다고 의기소침해져서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 동무들이 그럴수 있지요. 그 서길산동무는 어떻습니까? 정치지도원동무의 말을 듣자니 영국동무의 묘지앞에서 땅을 치며 울었다던데.》

《그랬습니다. 그래놓고는 돌아와서 밥도 안먹고 작업장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동문 자기 잘못으로 리영국동무가 잘못되였다고 생각하며 자기를 학대하고있습니다.》

《너무 그러지들 말아야겠는데. 정치지도원동무와 토론해서 리영국동무의 소행자료를 우에 올려보냅시다. 그리고 그 동무의 소행자료를 가지고 전투원들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치사업을 짜고들어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사람은 이제 대대지휘부에 내려가 토론해야 할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언덕아래로 걸어내려갔다.

대대지휘관모임은 약 한시간동안 진행되였다.

모임에서는 리영국의 희생으로 떠도는 무거운 분위기를 하루빨리 가시고 앙양된 전투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사업내용들이 토의되였으며 그를 위하여 매 지휘관들이 해야 할 사업내용들이 분담결정되였다.

모임이 끝나서 모두들 헤쳐가고 최진혁과 류종수가 남아있을 때 누군가 밖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였다.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어린 아이를 업은 리영국의 안해 오경실이였다.

최진혁이 걸상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권했다. 장례식도 끝났으니 돌아갈 일때문에 들렸을것이였다.

오경실은 앉을념을 하지 않고 그냥 문가에 서서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무슨 신중한 말을 하자고 들어온것 같았다.

그것을 느낀 최진혁이 물었다.

《아주머니,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하십시오.》

《저를 여기 돌격대에 받아줄수 없습니까?》

최진혁과 류종수는 뜻밖의 제의여서 한순간 서로 마주보기만 했다.

《물론 아이 달린 제가 돌격대에 떨어지면 많은 사람들한테 부담이 되리라는것도 압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부담이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받아주십시오.》

그 녀자는 대대지휘관들이 반대할가봐 무척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류종수가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참 딸애 이름이 선아라고 했지요? 선아 어머니, 물론 그 심정은 리해됩니다. 그런데 여긴 모두 젊은 사람들이고 녀성들도 있지만 처녀들입니다. 여기서 우리 동무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불편이 많을것입니다. 선아가 있지 않습니까. 더 말하지 않아도 여기 조건이 어떠한지 모르지 않을텐데 잘 생각해보십시오. 대소한추위가 지나갔다고 하지만 아직은 겨울입니다.》

《물론 저를 생각해주시는 그 마음들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직은 젊었습니다. 청년이란 말입니다. 선아 아버지는 살아있을 때 저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버지장군님께서 우리 청년들을 믿고 대통로건설을 맡겨주시였다고 말이예요. 그래서 자기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치겠노라고 말이예요. 완공된 대통로에 우리 장군님을 모시는건 자기의 소원이구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이예요. 그런데 애아버진 그날을 못보고 갔어요. 전 애아버지가 바라던 그날을 앞당기는데 적은 힘이나마 바치고싶어요. 제가… 제가 나른 흙이, 돌과 세멘트가 대통로를 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면… 그게 애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주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면 아버지장군님께 완공의 보고를 드리는 그날 애아버지도 대대와 함께 거기에 있을게 아니겠어요.》

그 녀자는 가까스로 말하고 흐느껴 울었다.

류종수도 최진혁이도 목이 메여 말을 못했다.

최진혁이 어떻게 하자는가고 묻는 뜻으로 류종수를 건너다보았다.

류종수는 눈물이 차올라 최진혁을 슬그머니 외면하였다. 한참 있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그렇게 하면 아이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시어머니와도 의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장동지, 시어머님은 리해하고 승낙하실겁니다.》

《그래도 의논은 해야 합니다. 선아 어머니 생각이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합시다. 오늘은 늦었는데 우리 동무들과 함께 쉬고 래일 신암으로 돌아가십시오. 가서 시어머니와 잘 의논해서 결심하도록 하십시오. 대대장동무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는게 좋겠습니다.》

최진혁이 선뜻 찬성했다.

리영국의 안해가 대대에 떨어지겠다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 대대가 좋아했다. 류종수나 최진혁으로서는 좀 뜻밖이였다.

이튿날 아침 신암으로 떠나는 그 녀자를 온 대대가 떨쳐나 바래주었다.

간밤에 그 녀자와 함께 자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녀성소대의 전투원들은 어린 선아를 안고 따라서면서 꼭 다시 오라고,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목갈린 소리로 올 때 먼저 알리라고, 그러면 남포시내까지 마중가서 선아를 안아오겠노라고 했다. 하여 그 녀자는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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