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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23 회 )
제 2 편
8
서길산의 가슴속에 두고두고 맺혀있으면서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그 일은 온 대대가 오작시공을 바로 잡기 위한 마감전투를 벌리고있던 때에 있었다. 대대는 그때까지 참으로 힘겹게 일했다. 운반조에 속한 김정옥소대의 녀성들을 위주로 하는 전투원들은 질통들이 다 헐어서 판이 나도록 무거운 흙덩이들을 올려놓고 달리였으며 함마조에 속한 남자들은 육중한 함마가 정대에 맞아 쩍지가 일어나다 못해 몽그라져 형태가 변하도록 일했다. 서길산이 지고온 물푸레나무자루들은 얼마 못가서 다 부러져 없어졌다. 그래서 쇠바줄토막을 나무자루대신에 용접해붙여서 썼는데 그게 손바닥을 험상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대신 든든해서 부러질 념려가 없어 좋았다. 돌덩이처럼 굳은 어정을 까내느라니 정대가 한나절도 못가서 끝이 무디여졌는데 대대에서 야장간을 차려놓고 자체로 벼리여 쓰면서부터 그것도 걱정이 없게 되였다. 공사장에는 하루에 200리를 달린 전투원들을 소개하는 속보가 나타났다. 질통을 지거나 맞들이를 들고 달린 거리를 계산한것인데 대대속보원과 함께 김명식이 내다붙인 이동속보였다. 김명식은 닷새전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대대로 돌아왔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육체로동을 일체 금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 자신이 기어코 고향으로가 아니라 대대로 발길을 돌린것이였다. 대대에서는 그런 사정을 알고 김명식에게 육체적부담이 될수 있는 일은 금지시켰다. 그에게 힘든 일을 시키거나 그런 일을 하는것을 보고서도 대대에 보고하지 않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지 처벌을 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명식은 어정을 들어내는 작업장에는 얼씬도 못하게 되였다. 그런데다가 김정옥이 그를 엄격히 통제했다. 김명식은 자기를 아껴주는 그 마음들이 고마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격대밥을 축내면서 경비조직이나 해놓고 가만히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속보원의 일을 도왔다. 소대들의 하루작업실적을 알리는 경쟁도표도 그려붙였으며 그밖에도 전투원들의 열의를 높여줄수 있는 여러가지 직관물들을 구상하여 그려붙이였다. 오선호정치지도원은 일이 힘들게 진행되면서부터 선동원들의 역할을 더 높이게 했다. 김성순의 손풍금이 은을 냈다. 휴식참이면 그의 경쾌하고 힘있는 손풍금소리가 대원들을 춤판에로 불러일으켰다. 대원들은 한바탕 춤을 추고나서 몰렸던 피곤이 말짱 사라진듯 웃고 떠들며 일을 했다. 그렇게 되여 대대의 실적이 부쩍부쩍 올라가고 오작시공한 구간의 로반도 거의 완성되여갈 때 함마조가 일하는 절토작업장에서 또 리영국안전참모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였다. 절토구간에 생각지 않게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 함마조성원들이 어쩔수없이 그것을 떨구려고 그밑을 파들어간것이였다. 원래는 바위를 움직여보려고 밑을 조금씩 우벼내보던 노릇인데 조금만조금만 하다가 한m도 넘게 바위밑을 파들어간것이였다. 하여 마치도 항 벌린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처럼 험상하게 보이였다. 그래서 함마조성원들자신도 위험하다고 생각되여 더 파들어가지 못하고있을 때 안전참모가 나타났다. 리영국은 작업을 더 못하게 했다. 림철중대로서는 야단이였다. 바위를 빨리 떨구지 못하면 운반조가 놀아야 하는것이였다. 실은 그래서 함마조성원들도 위험한줄 알면서 어떻게 하나 바위를 떨구어보려고 그런 일을 한것이였다. 리영국은 하마의 아가리같이 보이는 그밑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소대장이 어디에 있소?》하고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소대장동무는 환자요. 군의소에 들어가 치료를 받고있는데 왜 그러오?》 소대 함마조에 속하여 일하던 서길산이 대답하였다. 《그러니 동무넨 소대장이 없는 사이에 마음놓고 안전규정을 위반했구만. 아무래도 안되겠소. 동무네 2중대 1소대는 오후부터 작업중지요. 안전교양을 다시 받고 일을 시작해야 되겠소. 대대부에 보고하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으니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는 그 누구도 여기에 손댈 생각을 마시오.》 리영국이 처음에 나오는것을 봐서는 큰 소동을 피우지 않고 사고방지대책이나 세우면서 일을 되도록 무난히 넘길것 같았는데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규정학습까지 해야겠다고 하니 전투원들은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안전규정학습이라니? 지금이 어느때인가? 4월 중순까지 100여리청춘로반을 기어이 관통하기 위해 온 공사장이 뛰고 또 뛰는 때가 아닌가. 1분1초가 귀중한 때에 소대가 뜨뜻한 병실에 들어박혀 안전규정학습이나 한다는게 어디 말이 되는가. 저 안전참모란 친구는 《우리 로반》이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바라는 대대전투원이 아니란 말인가 하는 심리들이였다. 서길산은 이번에는 소란을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듣기 좋게 말했다. 《안전참모동무, 물론 안전참모동무한테 알리지 않고 밑을 파들어간건 잘못 한거요. 하지만 위험하다고 생각되여 작업을 우리스스로가 중지하지 않았소. 그러니 온 소대를 작업중지시켜야겠소? 안전한 방법으로 바위를 떨구고 소대가 작업을 계속하게 하면 안되겠소?》 《그렇게 해주오!》 정철수까지 나서서 사정했다. 리영국은 더 심하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무슨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안되겠소. 안전규정학습은 해야겠소.》 리영국은 조용히 듣기 좋게 말했지만 결심을 조금도 양보할 기미가 아니였다. 안전참모가 너무하다고 내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는것을 서길산이 나서서 제지시켰다. 리영국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가는 아예 보름동안 안전규정학습을 시키겠노라고 오금박아놓고는 대대지휘부쪽으로 내려갔다. 모두들 맥살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이거 너무하구나야. 그 안전참모는 왜 우리 소대하고만 해보지 못해 몸살이야!》 《안전참모라고 작업중지나 시켜놓으면 다야? 저는 뭐 공사를 빨리 하자고 하는 사람이 아니야?》 《동무들, 안전참모동무말이 옳지 뭘 그래요. 우리가 로동안전규정을 위반한거야 사실이 아니예요.》 운반조를 책임지고있던 김정옥이 한마디 했다. 누구도 그의 말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떠들썩하던 작업장에는 침울한 정적이 깃들었다. 소대가 작업중지당했다는 소리를 어느새 들었는지 돌림감기에 걸려 군의소에 들어가 격리치료를 받고있던 오응세소대장이 작업장으로 나왔다. 그는 사흘째 앓고있는데 그 사이에 눈이 쑥 들어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고열로 고역을 치른것이였다. 작업중지를 시킨 리영국의 처사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던 대원들은 앙상한 모습으로 나타난 오응세를 보자 말들이 없어졌다. 소대장이 없는 사이에 일을 저질러놓았다는 자책감이 작용한것이였다. 오응세는 하마의 쩍 벌린 아가리같이 파들어간 한심한 작업장을 보더니 《참, 야단이구만!》하고 혼자소리하듯 중얼거리였다. 그리고는 컬럭컬럭 기침을 했다. 아직 감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몸으로 몰래 도망쳐나온 모양이였다. 조금후에 대대에서 최진혁대대장을 위시한 대대지휘관들이 올라왔다. 림철중대장도 그들과 함께 나타났다. 대대지휘부에서는 대대지휘관들이하 중대장들까지 모여 협의회를 하고있다가 리영국의 보고를 받은것이였다. 최진혁대대장이며 대대지휘관들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중대장이 천둥같이 화를 냈다. 《이건 뭐요? 1소대장! 다 죽자고 이따위 노릇을 벌려놓았는가? 참 한심들하단 말이야. 이런 일이 없자고 총화때마다 강조했는데 동무네 1소대는 도대체 어찌된판이요?》 《그만하오. 중대장동무,》 최진혁대대장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오응세동무는 격리치료를 받고있는 중이 아니요. 아직 감기가 나은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나타나면 되겠소. 당장 군의소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할수 없소. 안전규정을 위반했으니 안전참모동무의 말대로 2중대 1소대는 오후에 작업을 나오지 말고 안전규정학습을 해야겠습니다. 중대장동무, 다른 의견이 없겠소?》 《의견이구 뭐구 있습니까. 넨장!》 《동문 왜 짜증을 내오?》 《뭐 기분이 좋을거야 있습니까. 한 이틀만 고생하면 오작시공구간을 넘어서겠는데 한나절이나 시간을 떼우게 되지 않았습니까. 1소대를 떼서 안전교양을 받게 하겠습니다.》 림철중대장의 심정이 리해되여 최진혁도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사고요소를 퇴치하기 전에는 누구든지 작업장에 들여놓지 말아야겠다고 말하고나서 정치지도원과 함께 자리를 떴다. 림철중대장은 우선 오응세소대장을 군의소로 돌아가게 한 다음 소대를 철수시키기에 앞서 그중 책임성이 있어보이는 독고봉희를 지명하여 작업장경비를 서게 했다. 《누구든지 바위를 떨구어보겠다고 저 밑으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되겠소.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임무라는것을 명심하고 이 주위에 얼씬하는 사람들을 엄격히 단속하란 말이요.》하고 림철이 말했다. 그가 독고봉희를 작업장경비로 떨군것은 자기나름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남자들중에서 누구를 경비로 떨구어놓으면 오히려 책임성이 없어질수 있고 더우기는 제가 위험물을 제거해보겠다고 바위밑에 들어갔다가 엄중한 사고를 칠수도 있는것이였다. 1소대는 인차 철수했다. 1소대함마조에 붙어서 일하던 운반조처녀들은 이미 완성된 성토구간의 사면정리에 동원되기로 했다. 점심식사후에 서길산이 혼자 작업장으로 올라왔다. 작업중지처벌을 받고 한겻이나 뜨뜻한 병실에서 안전교양이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불이 이는것 같아서 견딜수가 없는것이였다. 그가 작업장으로 스적스적 걸어서 올라가니 독고봉희가 커다란 흙덩이우에 장갑을 깔고앉아 바람을 피하느라고 옹송그리고있다가 난딱 일어나 앞을 막아나섰다. 《뭡니까. 안됩니다!》 눈이 올롱해서 서길산을 올려다보며 처녀가 큰일이라도 난듯 말했다. 서길산은 빙그레 타협의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 봉희, 뭐 어떻게 하자는게 아니야. 어떻게 하면 저놈의 바위를 떨구겠는지 방도를 한번 찾아보자는거야.》 《안됩니다. 아까 중대장동지가 말하는거 못들었습니까? 누구도 이 근방에 얼씬하면 안된다고 했단 말입니다. 인명사고 나면 어쩔려구.》 《사고는 무슨 사고야.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기만 하는데 사고가 난단 말이야?》 《정 그러겠으면 중대장동지 승인을 받아오십시오.》 처녀는 물러설 잡도리가 아니였다. 《에이, 맹꽁이! 악발이같은것!》 서길산은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흙덩이에 앉아 처녀를 슬슬 구슬려볼 생각을 했다. 《이제 보니 봉희동문 아주 책임성이 높구만. 그건 사실 아주 잘하는거야.》 봉희는 새뭇이 웃었다. 다만 말은 하지 않았다. 엉큼한 서길산의 꾀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겠다고 바싹 경계심을 조이는것 같았다. 서길산은 그러한 처녀의 거동을 훔쳐보며 슬슬 이야기끈을 풀어나갔다. 《봉희, 춥지? 이쪽에 와앉으라구. 거긴 바람받이니까 추울거야. 그런데 말이야. 봉희동문 나이도 제일 어린데 집생각이 안나는가?》 《음ㅡ》 새뭇이 웃던 봉희의 입이 귀염성스럽게 뾰죽해졌다. 《집생각하면 돼요. 뭐, 돌격대원이.》 《어랍쇼. 그건 입술에 침바르고 하는 소리야. 나같이 나이많은 사내들도 힘들면 집생각이 나는데 말이야. 봉희가 집생각 하지 않는다는건 무슨 소리야? 사실말이지 집생각을 하는게 나쁜건 아니란 말이야. 일이 힘들면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나 집떠나올 때 바래주던 이웃들의 당부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면 그게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니란 말이야. 안그래?》 《하긴 나도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막 보고싶을 때가 있어요. 일이 힘들면 더하지요 뭐.》 《그것 보란 말이야.》 《그런데 서동진…》 《봉희, 왜 그래? 말하라구.》 봉희는 또 새뭇이 웃었다. 가지런한 하얀 이발이 드러나며 반짝이였다. 《말 안할래요.》 《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서동지, 나 이 말 한다구 욕하지 않을래요?》 《이것 봐라. 내가 봉희동무를 욕은 왜 해? 아무 말을 해도 욕은 커녕 웃으며 듣지. 맹세한다구.》 《그렇게까지야 뭐. 서동지, 이제말이야요. 음ㅡ 이제말이야요. 접때 집에 가있으면서 대대동무들이랑 여기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오ㅡ그것말이야?》 서길산은 천진한 처녀의 호기심이 무엇인지를 알자 빙긋이 웃었다. 《생각이야 뭘, 아무 생각이 안나던데. 뜨뜻한 아래목에 척 드러누워있으니 그저 좋기만 하더라구.》 《해해… 거짓말!》 《거짓말은 무슨 거짓말. 진짜라구.》 《그때 대대로 돌아온 서동지를 보니까 대대에서 일하면서 고생할 때보다 더 축갔던데요 뭐. 그건 고민해서 그럴거야요. 사람이란 집단과 동무들을 떠나선 못산단 말이예요. 사람은 동물과 달리 사회적존재가 아니예요.》 《야, 이거! 내가 봉희동무한테 교양을 받는데! 그 말이 맞아. 사실 대대에서 동무들의 비판을 받고 도망쳤지만 집에 가서두 대대가 생각나서 어디 견디겠더라구. 봉희도 앞으로 조직과 동무들이 비판을 해주면 그걸 고맙게 받아들이라구. 그리고 이 서길산이가 조직과 동무들을 속이거나 량심없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비판하란 말이야.》 《어마! 저야 어떻게 서동질 비판해요? 쬐꼬만게.》 《그게 무슨 소리야? 청년동맹원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아니, 비판을 하라구. 그렇게 하는게 이 서길산이를 도와주는것이구 참된 동지가 되는 길이란 말이야. 그런데 봉희, 난 요즘에 와서 고민이 많다구.》 《지금두요? 무슨 고민이예요?》 《생각해보라구. 내가 어디 고민을 하지 않게 됐냐 말이야. 나 하나가 잘못한것때문에 대대가 오작시공을 했구 1차경쟁때 죽을 고생을 하구서두 1등을 못하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두 온 대대가 입술들이 다 부르터가지구 고생들을 하지 않아. 그런즉 이 서길산의 죄가 얼마나 큰가말이야.》 《서동지, 그것때문에 너무 고민하지 말라요. 사람은 한생을 사느라면 좋은 일도 많이 하는것이지만 또 잘못도 저지를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자기를 뉘우치고 일을 더 잘하면 되지요 뭐.》 《맞았어. 봉희동무가 잘 아는군. 그런데 일을 더 잘하자니 저놈의 바위가 넌떡 나타나서 애를 먹인단 말이야. 봉희, 그러니 저놈을 빨리 떨구어버려야 하겠어, 안떨궈야 하겠어?》 처녀는 귀엽게 눈을 빨며 또 입을 뾰족이 내밀었다. 《음ㅡ 그러니 날더러 눈감아달라는거야요? 그건 절대로 안돼요.》 《야ㅡ 봉희동무, 내가 뭐 어떻게 하겠다고 하기라도 했어? 그저 저놈의 바위를 어떻게 하면 쉽고도 안전하게 떨구겠는지 가까이 가서 좀 보기만 하자는거야.》 《안된단 말이야요. 서동지가 정 그러면 림철중대장동지한테 보고하겠어요.》 《쟈쟈, 잘하는군. 또 처벌감이 하나 생겼는걸.》 뒤에서 누군가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리였다. 안경쟁이 한시호였다. 안전참모 리영국이와 함께 대대병영쪽에서 걸어오고있었다. 서길산은 어떻게 해서든지 독고봉희를 구슬려놓고 혼자서 바위를 사고 안내면서 떨구어보자던 노릇이였는데 그들이 나타나는바람에 좀 별나게 되였다. 바빠하는 서길산을 보며 독고봉희가 좋아라고 깔깔거리였다. 《웃지 말라구!》 서길산이 갑자기 약이 올라 소리치는바람에 처녀는 웃음을 딱 그치며 눈이 올롱해졌다. 《그러다간 봉희동무를 울리겠네. 봉희동무, 동문 아직 점심을 못먹었지? 인젠 내려가 밥을 먹구 오라구. 철수해도 되오. 봉희동문 책임성이 아주 높구만!》 리영국이 울상이 된 처녀를 달래며 말했다. 독고봉희는 그래도 자리를 뜰념을 하지 않고 의아해서 리영국이며 시공참모를 엇갈아보았다. 《중대장동지가 절대로 뜨지…》 《중대장동지두 다 아오. 안다니까. 아, 안전참모동무가 그러는건데 뭘 그러오. 걱정말고 우리들이 책임질테니까 내려가보오.》 한시호까지 그렇게 말해서야 독고봉희는 기연가미연가 하며 식당쪽으로 걸어내려갔다.
리영국은 안전참모의 권한으로 대대지휘부에 제기하여 2중대 1소대에 작업중지처벌을 내리게 해놓고도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그도 오작시공을 하루빨리 퇴치하고 려단적인 전진속도에 따라서는 문제를 놓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였다. 그런데 오응세소대를 한나절이나 작업에서 떼게 했으니 속이 좋을리 없는것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참모인 그가 안전규정을 위반한 소대를 위험한 작업장에 그냥 남겨놓을수도 없는것이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바위를 안전하게 떨구고 오응세소대의 길을 열어주어야 했다. 그래서 림철중대장에게 말하고 점심식사시간을 리용하여 1소대작업장으로 나온것이였다. 결국 서길산이까지 합세해서 작업장상태를 확인해보고 안전하게 바위를 떨구어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바위는 쉽사리 떨어지게 되여있지 않았다. 높이 둬m에 거의 한m나마 되게 밑을 파들어가서 얼핏 보면 우에서 정대를 몇개 바위옆에 박아넣고 힘깨나 쓰는 남자들이 든장질을 하면 떨어질것 같지만 웃부분이 언땅에 박혀있고 또 한쪽면에서만 겨우 파들어가서 뿌리가 완전히 들릴 때까지 더 우벼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여있었다. 《안되겠군. 쉽게 떨어질것 같지 않소. 단단히 잡도리를 하고 달라붙어야 할것 같소.》 한시호가 바위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고나서 말했다. 그러는것을 리영국이 《아니, 떨어질수도 있겠소. 이쯤에다 정대를 박아넣어 봅시다.》하며 우에 올라서서 밟고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서길산이 되구 안되구 하는거야 한번 해보면 될게 아니냐고 하면서 정대와 함마를 가져오는바람에 세사람은 언땅에 들이박힌 바위모서리에 함마질로 정대를 박아넣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점심밥을 먹으러 들어간 때여서 주변에는 그들 세사람을 내놓고 아무도 없었다. 정적이 깃든 작업장에는 떠엉ㅡ 떠엉ㅡ 하고 정머리를 때리는 함마질소리만 들리였다. 정대 박아넣을 자리를 짚어내는데서는 한시호가 명수였다. 바위둘레를 따라가며 네개의 정대를 박아넣으니 언땅에서 바위가 떨어져나가면서 금이 갔다. 조금만 더 사이가 벌어지게 하고 지레대질을 하면 떨어질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정대 하나를 요진통을 가늠해서 더 박아넣는데 경비분대의 호경일이가 달려올라와 《대대장동지가 시공참모동지 빨리 오랍니다.》하고 말했다. 한시호가 내려간 다음 두사람이 서로 엇바꿔가며 함마질을 하여 정대를 박아넣었는데 바위는 어떻게 뿌리를 든든히 박았는지 금이 벌어질만큼 벌어지고도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레대질을 하면 노는 이발처럼 움직이기만 했다. 《안되겠소.》 서길산이 지레대질을 하다 말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쩍 벌린 하마아가리같은 바위밑을 들여다보며 도대체 어디에 걸렸는가 해서 그러는데 리영국이 내려오며 《여, 길산동무, 들어가지 말라구.》하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구.》하며 서길산이 바위밑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과연 한쪽 바위밑에 커다란 돌 하나가 쐐기처럼 박혀있었다. 《영국동무, 저놈을 좀 보라구. 쐐기처럼 박힌 저놈의 돌에 걸려서 바위가 움직이면서도 떨어지지 않누만. 저놈을 뽑아내지 않고서는 떨어지지 않겠소.》 리영국이 그 쐐기돌을 보면서 그렇겠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리영국은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잘못하다가는 사고가 날수 있겠소. 저놈의 쐐기를 뽑아내느라고 위험한 노릇을 할것없이 점심식사가 끝난 다음 남자들 몇명을 더 데려다가 우에서 힘껏 지레대질을 해보기요. 그래도 안되면 어정을 들어내는수밖에 없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소.》하고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는 말에 서길산은 머리를 기웃거리였지만 안전참모의 요구이니 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식사시간이 끝나자면 시간이 좀 있어야겠군. 독고봉희를 괜히 철수시킨게 아니요?》 《아니, 이 상태에서 어린 처녀 하나만 남겨놓아 지키라고 할수는 없소. 어느 친구가 또 처녀를 구슬려넘기고 이 일에 달라붙을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하기요. 한시호동무가 중대장동지를 만나고 인차 올수 있으니까 그때 셋이서 한번 더 해보기요.》 결국 리영국의 주장대로 하기로 했다. 두사람은 주변에서 타다남은 나무가지들을 모아다가 자그마한 모닥불을 지피였다. 날씨는 점심때가 지나도록 땅땅 얼어붙은채 풀리지 않았다. 리영국이 씩씩거리며 간신히 타는 모닥불에 대고 손을 비비면서 《길산동무, 요즘 성순동무가 몹시 힘들어하는것 같더구만. 하긴 일할 땐 남들보다 앞장서구 게다가 선동사업도 할래 저녁이면 동무들의 요구대로 춤판에 들어가 손풍금도 타줄래 그 동무 수고가 많지. 길산동무가 많이 도와주라구. 녀자들이 힘들어할 땐 남자들의 따뜻한 사랑이 큰 힘 된다우.》 하고 경험자연한 소리를 했다. 서길산은 히죽이 웃었다. 《그 이악쟁이가 어디 내 도움을 받으려 하는줄 아오. 자기가 부담을 주면 내가 힘들어할가봐 그러는거지. 오히려 성순동무가 나를 도와주는셈이요. 바느질 할거랑 빨래감이랑 생기기 바쁘게 뺏아가군 하니까. 그렇게 극성스러운 녀자요. 사실 내야 뭘 볼게 있소. 대학을 나오기를 했나 아직 입당을 했나. 그저 엇드레질이나 하구 자존심이나 내세울줄 아는 놈이지. 나에 비하면 성순동무야 대학공부도 했겠다 인물 곱겠다 또 부모님들은 다 큰 간부가 아니요. 그런데두 성순인 자기 우월감이 조금도 없단 말이요.》 《서동무는 그러고보면 참 행복자요. 그런 처녀를 사랑하고있으니말이요.》 《아니, 영국동문 행복하지 않소? 동무야 집에 두고온 안해와 귀여운 딸애까지 있지 않소. 참 동문 자기 안해에 대한 말이나 좀 하라구.》 《뭘 이야기할게 있다구. 우리 처는 못생겼다우.》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괜찮은 녀잔게구만.》 《아니, 정말이요. 내 색시 얻던 이야기나 할가.》 《하라구. 녀성들에 대한 이야기야 좋은게지.》 《이태전 겨울에 있은 일이지.》 리영국은 실실거리며 김만 내뿜는 나무가지들을 불땀우에 다시 올려놓으며 말머리를 뗐다. 그가 올려놓은 나무가지들에 확 불이 달리였다.
그해 초겨울 어느날 이웃집 로파가 리영국이를 찾아와 임자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을 걸었다. 그때 리영국은 서른두살이였다. 나이많은 아들을 이 기회에 빨리 장가보내야겠다고 생각한 리영국의 어머니가 그 로파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그래 어떤 처녀가 있는가요?》하고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 《처녀는 기막히게 좋은 색시감이라네. 생긴것도 그만하면 쓸쓸하지만 그보다도 마음씨가 더 고와. 식료공장 실험실에서 일하는 처녀인데 나이는 스물여덟이지.》 처녀나이 스물여덟이라는 소리에 리영국의 어머니는 조금 서운해했다. 같은 값이면 좀 더 젊고 고운 며느리를 맞아들이였으면 하는것이였다. 하지만 크고 단 참외가 어디 흔한가. 색시감인 처녀의 인물이 그만하면 괜찮고 또 마음씨가 더 곱다는게 리영국의 어머니를 어느정도 유혹했다. 당자인 리영국은 왜서인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늙은 어머니의 극성에 못이겨 그 로파를 따라나섰다. 처녀네 집은 읍거리에서도 중심을 많이 벗어난 변두리의 야산기슭에 있었다. 농촌지구의 산기슭에 외따로 떨어져있었다. 처녀는 늙은 부모님들과 함께 살았다. 처녀의 우로 오빠가 하나 있는데 인민군대군관으로 복무한다고 했다. 그것은 이미 로파를 통해 알고간것이였다. 로파에게 미리 련락을 해서 처녀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기다리다가 리영국이네를 맞이했다. 리영국은 처녀를 보자마자 실망했다. 로파가 하던 말과는 달리 처녀는 별로 잘 생기지도 못한데다가 오른쪽 귀아래에 커다란 화상자리까지 나있어 보기가 좋지 않았다. 처녀가 집에 있으면서도 화장을 별로 진하게 한것은 자기 용모의 그런 약점을 가리우기 위한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리영국은 그 자리에서 돌아설수도 없는것이였다. 선보러 왔다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어보지도 않고 돌아선다면 처녀에게 그보다 더 큰 모욕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여 처녀와 마주앉았는데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빨리 달아나버리겠는가 하는데만 생각이 미치였다. 그러는 리영국을 더욱 난처하게 하는것은 처녀의 부모들이 그를 마음들어하면서 사위가 다 된것처럼 좋아하는것이였다. 리영국은 속으로 소개자를 원망했다. 처녀가 괜찮게 생겼다는 말에 솔깃하여 이 집에 찾아오지 않았는가. 리영국의 심리상태를 당사자인 처녀는 어지간히 눈치를 챈듯 했다. 처녀는 얼굴을 푹 숙이고 말이 없었는데 분명 새침했다. 그것이 리영국으로 하여금 측은한 동정을 자아내게 했다. 리영국은 그래도 일생문제를 결정짓는 마당에서 처녀에 대한 동정심때문에 일을 그르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빨리 그 자리를 떠야 했다. 리영국은 아무리 좋다 해도 결혼이라는거야 사람의 일생에서 한번밖에 없는 중대사인데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결정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저에게는 늙은 어머님이 계시니 의논을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하고 될수록 듣기 좋게 말했다. 그런데 그것이 처녀의 부모들로 하여금 리영국을 더욱 마음들게 했다. 아무렴 늙은 어머님의 의향을 따라야 하구말구, 보매 임자는 사람이 의젓하기도 하지만 늙은이들을 존중하는 그 태도가 우선 돼먹었네, 어서 그렇게 하라구 하고 처녀의 아버지가 흡족해서 말했다. 나중에 결과야 어떻게 되든 리영국은 그 자리를 뜰수 있게 되였으니 다행이였다. 집에 돌아온 리영국은 소개한 로파에게 말했다. 《다시 가지 않겠으니 그 처녀한테 그렇게 말해주십시오. 다른 사내를 보라구요.》 로파는 임자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는가고 물었다. 그러다가 그 까닭을 제나름으로 짐작하고는 화를 냈다. 《이보라구. 임자 처녀가 좀 못생겼다고 그러는가? 임자같이 사람겉만 보는 사내는 그 처녀 발뒤축에도 따라가지 못해. 못따라가구말구. 그 처녀는 자갈밭에서 온종일 찾아봐야 하나 겨우 찾아낼가말가 하는 옥돌이야. 마음씨가 얼마나 고운지는 식료공장에 가서 그곳 사람들한테 물어보라구. 그 처녀 목에 화상자리가 있는것두 왜 생겼는지 아나? 식료공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을 구원하느라고 몸을 내댔다가 그렇게 된거야. 그때 하마트면 잘못될번 했지. 임자 그 처녀가 싫거들랑 그만두라구. 굴러오는 복을 제발로 차버리는 사내는 이담에 잘 살수가 없어. 두고 보자구.》 이러고 그 로파는 훌 가버렸다. 리영국은 생각이 깊어졌다. 직장사람들을 구원하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소리며 굴러오는 복을 차버리는 사내라던 말이 귀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제발로 로파를 다시 찾아갈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하여 어떻게 할가 하고 속으로 안절부절하고있을 때 멀찌감치에서 그의 동정을 슬슬 살피던 로파가 다시 찾아왔다. 그렇게 되여 리영국은 식료공장 처녀와 결혼했다. 리영국의 어머니는 젊었을 때 재미나게 살아보라면서 굳이 아들며느리를 세간냈다. 읍거리귀퉁이에 새집을 잡고 두사람은 살림을 시작했다. 색시는 얼굴보다도 마음씨가 무척 고왔다. 어떻게 보면 순진했다. 그 녀자는 살림을 암팡지게 꾸려나갔다. 그런데 리영국은 차츰 그 녀자에게서 전에 몰랐던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리영국을 대하는 그 녀자의 말이나 행동거지에서는 자기를 지나치게 낮추고 지어 학대하는듯한 그 무엇이 느껴졌다. 리영국은 국수를 매우 좋아했는데 그것을 알게 된 그 녀자는 하루 세끼 국수를 해주었다. 처음 며칠동안은 좋아서 국수를 먹었는데 얼마 안가서 싫증이 났다. 참, 고지식하군. 국수를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이렇게 매일 국수만 먹을수 없다는것을 모르는가? 《동무.》 리영국은 처음에 안해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그렇게 불렀다. 《인젠 국수를 그만하자구. 매일 국수만 먹으니 인젠 싫구만.》 《잘못했어요. 제가 그만… 거기서 국수만 해주면 좋다기에…》 그 녀자는 얼굴이 온통 새빨개지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리영국은 그때 처음 그 녀자에게서 그것을 느꼈다. 남편앞에서라면 무슨 큰 빚이라도 지고있는듯 항상 불안해하고 미안해하는것 그것은 결코 좋은것이 아니였다. 남자나 녀자나 다 자기의 인격이 있는것이고 동등한것이 아닌가. 무엇때문에 저런단 말인가. 어느날 리영국은 말했다. 《난 동무의 그게 싫소. 동문 왜 축잡혀 그러는가 말이요. 제발 그러지 마오.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엔 주저없이 비판도 하고 말하자면 당당하게 할소리는 다하면서 살란 말이요.》 그 녀자는 얼굴을 감싸쥐면서 흐느껴 울었다. 한참만에야 눈물을 씻으며 말했다. 《전 못생긴 녀자예요. 목에는 보기 흉한 상처자리까지 있구… 난 거기서 그것때문에 마음들지 않아하면서두 산다는걸 알아요. 제가 분수넘게 거기 안해가 되였다는것을…》 알고보니 그때문이였다. 그 녀자는 자기의 못생긴 용모때문에 남편한테 늘 미안한것이고 한생 갚을수 없는 빚을 지고 사는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이였다. 그래서 남편의 눈치를 보는것이고 남편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애쓰는것이였다. 리영국은 어이없어 웃고말았다. 《다시는 그러지 마오. 동문 나의 안해이지 심부름군이 아니란 말이요. 그리고 동문 참 좋은 녀자요. 얼굴이 남만큼 생기지 못했으면 어떻고 목에 화상자리가 있으면 그게 어떻단 말이요. 마음이 기본이지. 사람이란 자기의 인격을 지킬줄도 알아야 하는거요.》 리영국은 후날 안해의 그것때문에 또 한번 기분상했던적이 있었다. 그것은 안해가 첫 애기를 낳았을 때 있은 일이였다. 안해는 딸을 낳았다. 리영국은 안해가 해산한 처가로 찾아갔다. 해살이 가닥가닥 흘러드는 아래목에 갓 낳은 애기를 눕혀놓고 잠재우던 안해가 부석부석해진 얼굴에 어설픈 미소를 띄우며 일어나 리영국을 맞았다. 리영국은 몹시 쑥스러워하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강보에 싸여있는 애기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해요. 안됐어요. 딸을 낳아서…》 《그러지 마오. 난 처음에 딸을 낳았으면 했단 말이요. 그러니 잘된것이지 뭐.》 《그래두 저같이 못생긴 딸이면…》 그렇게 말하는 안해의 얼굴에는 다시금 자기의 인격을 스스로 비하하는 그것이 어려있는것이였다. 《다시는…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오! 다시 그런 말 했다가는 내 동무를 용서하지 않겠소!》 리영국은 화가 났다. 딸애는 아닌게아니라 아무리 뜯어봐야 안해를 닮았다. 리영국은 그 딸을 몹시도 사랑했다.…
지금도 두고온 그 딸이 보고싶노라고 리영국은 말했다. 《정말이요. 그 딸이 보고싶소. 내가 여기 공사장으로 떠나올 때 돌이 되였댔으니까 인젠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거요. 이제 이 아버지가 공사를 끝내고 돌아가면 우리 선아가 발쭉발쭉 웃으며 달려와 안길수 있겠지. 동무도 이제 장가를 가서 딸을 안아보라구.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니까.》 그 말속에는 딸애에 대한 사랑의 감정만이 있는것이 아니였다. 리영국은 자기의 안해가 박색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 세상에서 자기의 그 안해를 제일 사랑하는 남편일거라고 서길산은 생각했다. 대대지휘부에 내려간 한시호는 인차 나타나지 않았다. 웬일인지 려찬호가 급히 달려올라왔다. 그바람에 두사람의 이야기는 중단되였다. 려찬호는 서길산을 데리러 왔다. 점심식사후에 운성대대와 축구경기를 하는데 서길산이 중앙공격수로 참가해야 한다는것이였다. 《넨장, 소대가 처벌을 받고 안전교양을 받아야 하는판에 경기는 무슨 놈의 경기야. 다른 사람을 내보내라구 하라.》 서길산이 맞갖지 않아 투덜댔다. 《예? 왜 이 려찬호보구 해보는거예요? 정덕성참모장동지가 선수명단을 짜면서 그렇게 했단 말이예요. 전번엔 개다리 허광식이때문에 졌다면서 말이예요.》 《길산동무, 가보라구. 려찬호한테 화를 낼거야 있소. 대대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경기가 아니요.》 리영국이 등을 떠미는바람에 서길산은 더 앉아있을수 없게 되였다. 리영국의 말마따나 대대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경기가 아닌가. 더우기 이번 경기는 예선경기이다. 운성과의 오늘 경기에서 이겨야 2월명절에 진행되는 려단적인 기본경기에 참가할수 있게 된다. 서길산은 학교때부터 축구라면 오금을 못쓰고 따라다녔지만 왜 그런지 이번만은 썩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암의 명예가 달려있는 경기인것으로 하여 려찬호를 따라나섰다. 서길산은 대대부쪽으로 걸어내려가면서 왜 그런지 마음이 불안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무엇때문인지 알수 없었다. 축구경기가 시작되였을 때에도 서길산은 도무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는 한순간 자기도 모르게 멍청해있다가 옆에서 동무들이 뭐라고 소리쳐서야 황황히 정신을 차리고 마주오는 공을 향해 달려가군 했다. 웬일이람? 왜 마음이 이렇게도 불안하담. 문득 눈앞에는 허궁 들려있는 작업장의 그놈의 바위가 떠올랐다. 괴물의 쩍 벌린 아가리같은 험산한 광경이 얼른거리면서 바위 한쪽귀에 쐐기처럼 들이박혀있던 돌멩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서 내려가보라니까.》하고 별로 친근하게 말하던 리영국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기도 했다. 《여, 길산동무, 왜 그래?》 《저 친구 왜 갑자기 개다리가 되였어?》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신암의 응원진에서 웅성거리는 가운데 리선명이 《여, 길산동무ㅡ 기운을 내라구. 정신을 바싹 차리란 말이야!》하고 소리질렀다. 서길산은 그 소리에 내가 왜 이러고있는거야? 하고 자신에게 화를 내며 마침 자기한테 굴러오는 공을 향하여 달려갔다. 정철수가 빈공간에 서있는 서길산을 알아보고 공을 넘겨준것이였다. 공을 차지한 서길산은 상대방의 꼴문을 향해 돌입하면 한꼴 넣을수 있는 절호의 순간에 갑자기 마비가 온듯 굳어져버렸다. 정철수가 무얼하느냐고 성나서 소리치는것도 서길산은 듣지 못했다. 서길산은 와와 함성을 지르던 대대의 응원진이 무엇에 놀란듯 한순간 잠잠해지다가 작업장쪽으로 저마끔 정신없이 달려올라가는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껏 자기를 불안하게 하던 그 일이, 막연한 예감으로 마음을 진정시킬수 없게 하던 그 일이 정말로 닥쳐왔다는것을 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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