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 제 18 회 )

 

제 2 편

 

3

 

최진혁은 대대앞에 가로놓인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나갈것인가를 생각하느라 밤늦도록 잠못들고 뒤치락거리다가 끝내는 일어나고말았다.

속이 답답하여 솜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기상구령이 내리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할것이였다. 누군가 식당쪽에서 불을 보느라고 떨거덕거리였다.

그가 작업장에나 나가보려고 2중대 병실앞을 지나오는데 직일근무성원이 복도에서 나오며 제식대로 거수경례를 했다.

《중대장동무는 아직 자오?》

별로 특별한 일도 없어가지고 묻는데 기껏해야 스무살을 갓 넘겼을 직일병이 《조금전에 일어나 현장으로 나갔습니다.》하고 애티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장에? 무엇하러 나갔는지 모르오?》

직일병은 잘 모르겠노라고 했다.

(이 사람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 날밝기 전에 현장엘 나갔는가?)

하긴 영 짐작이 가지 않는것도 아니였다. 요즘 대대의 사기가 떨어지고 오작시공을 퇴치해야 할 문제가 나서면서 지휘성원들이라면 누구나 편한 잠을 못자는것이였다. 2중대장 림철이도 중대일때문에 걱정이 되여 잠들지 못하고있다가 하도 속이 답답하여 현장에 나갔을것이였다.

최진혁은 중대건물뒤의 언덕으로 올라가다가 기발대에 눈길이 갔다. 푸릿해오는 새벽빛속에서 세차게 나붓기는 기발이 안겨왔다. 그는 문득 서길산이 생각이 났다. 사람이 일이야 얼마나 잘하는가. 아무 일에나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선뜻 내대는 친구인데 동무들의 비판을 삭이지 못하여 그렇게 집단을 떠나가버린단 말인가. 서길산에게 생각이 미치자 이번에는 언젠가 오선호정치지도원이 하던 말이 귀전을 울리였다. 청년동맹을 믿으시고 조국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고속도로건설을 통채로 맡겨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믿음과 사랑을 전투원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주어 공사의 어려운 나날에 그들모두를 결사옹위, 결사관철의 투사로 키우자고 하던 말이였다. 오선호가 참 웅심깊은 일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진혁은 이번 서길산의 일을 놓고 자기 사업에 대하여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보았다. 일만 일이라고 내밀면서 매 대원들의 문제에 관심을 돌리지 못한것은 확실히 자기 사업에서 큰 허점이였다. 표식말뚝이 옮겨진것을 모르고있다가 오작시공을 낸것도 그러했다. 한시호가 표식말뚝이 잘못된것 같다는 소리를 처음으로 내비칠 때 대대장인 자기는 그 말을 소홀히 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제때에 려단시공담당 일군들과 련계를 맺고 사실여부를 알아봤어야 했다. 그리고 더 좋기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설계문건을 놓고 정확한 확인을 해본 다음 구체적인 전투작전을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서길산이 잘못 생각하고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고 해도 제때에 일은 바로잡혔을것이고 지금처럼 헛공사를 하여 숱한 로력을 랑비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최진혁은 오작시공을 퇴치하는것도 물론 중요한것이지만 당장은 서길산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단을 떠난 그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있겠는가. 사람을 보내되 먼저 며칠동안 더 기다려보자. 그가 혹시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대대를 찾아올지 알랴. 당장은 엊저녁에 려단에 올라간 류종수와 정식 시공참모로 임명된 한시호가 돌아오면 오작시공퇴치문제와 2차경쟁과 관련한 문제들을 놓고 지휘관모임을 가져야겠다.…

최진혁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장으로 들어서는데 가까운데서 떵ㅡ떵ㅡ 함마질소리가 들리였다. 분명 절토작업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인데 아직은 날이 채 밝지 않은데다가 서기가 끼여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쪽에서 함마질소리가 멎더니 두런두런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사람같지 않았다.

최진혁이 새벽에 어떤 친구들이 먼저 나와 《도적작업》을 하는가 해서 슬금슬금 다가가서 보니 아닌게 아니라 남자들 서넛이 모여 이마들을 맞대고 무슨 의논을 하는것이였다.

방금전에 작업장으로 올라갔다던 림철중대장과 리영국이 그리고 경비분대장 김명식이였다.

《뭣들 하오?》

가까이 다가간 최진혁이 물어서야 세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대대장동지, 〈겨울장군〉과 겨루기싸움을 하고있습니다.》

김명식이 벌쭉거리며 희떠운 객담을 하는데 림철중대장이 기분이 좋아서 싱글거리였다.

《〈겨울장군〉과의 겨루기싸움이라는것도 맞습니다. 글쎄 이 동무들이 어정을 쉽게 뜯어낼수 있는 아주 괜찮은 방법을 찾아냈단 말입니다.》

최진혁은 귀가 당장 열리였다. 어정을 쉽게 뜯어낼수 있는 새 방법을 찾아냈다면 대대에서 가장 애를 먹던 문제 하나가 풀렸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래! 어디 좀 보기요. 그놈의 〈겨울장군〉이 록록치 않을텐데.》

림철중대장의 목덜미에 땀이 내밴것을 보니 그도 어느새 함마질을 한바탕 해댄 모양이였다. 땀을 뻑뻑 문지르며 그가 설명했다.

《이걸 보십시오. 대대장동지, 지금까지 우리는 어정을 쪼각쪼각 뜯어내느라고 힘을 뽑을대로 뽑으면서도 작업능률을 올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두부모처럼 큼직큼직하게 잘라서 하나씩 통채로 들어내면 능률적일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일정한 량의 크기로 정대를 들이박아 잘라낸 다음 네면에 지레대를 박아넣고 여럿이 힘을 모아 내리누르면 들릴게 아니겠습니까. 대대장동지, 말하자면 두부모를 잘라내듯 한단 말입니다.》

그들은 바로 그런 방법을 시험삼아 해보기 위해 함마로 정대들을 박아넣어 거의 1㎡나 되게 어정을 잘라내고있었다.

《듣고보니 간단한 방법이구만.》《뭐 과학도 그런게 아닙니까. 알고보면 그렇게 간단한것도 있지 않습니까.》

《옳소, 명식동무. 아무리 간단한 리치도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저절로 떠오르지 않지. 한장 뜯어내보기요.》

최진혁이 기분이 좋아서 함마자루를 잡았다.

그는 리영국이 정대를 잡게 하고 걸싸게 함마를 휘둘러댔다.

정날에서 파란 불찌가 일면서 어정쪼각들이 떨어져나갔다. 정날이 깊숙이 들어박히면서 어정에 금이 갔다. 무우꼬리가 길면 그해 겨울은 춥다더니 날씨는 무던히도 맵짰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결사관철의 각오를 안고 달려온 청년들이 된추위앞에 굽어들랴.

《누가 이런 좋은 생각을 했소?》

한바탕 땀을 흘리며 정대를 두개나 박아넣고나서 최진혁이 물었다. 몸에서 화끈화끈 열이 났다.

《이 리영국동무와 우리 중대 1소대 남자들이 싸운 덕분에 찾아낸 방법이라고 할수 있는데 실지는 리영국안전참모동무와 이 김명식동무의 합작품인셈입니다.》

림철중대장의 말이였다.

《아니 싸운 덕분에 찾아냈다는건 뭐구 두 동무의 합작품이란 또 뭐요? 이거 아리숭하구만.》

《사실은 이렇게 된겁니다. 그저께 어정을 위험하게 파먹어들어간것때문에 이 리영국동무가 1소대 동무들의 작업을 중지시켰거든요.》

그것은 이미 대대에까지 문제가 제기되여 대대장인 최진혁이 하루사업총화때 문제시하여 림철중대를 되게 비판했던 그 일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인데 그 일은 이러했다.

그날 오응세네 1소대에서는 단번에 큼직한 어정을 떨구어보려고 언땅밑을 깊숙이 파들어가고있었다. 그것이 리영국안전참모의 눈에 걸려들지 않을수 없었다.

리영국이 땅굴을 파듯 깊이 파들어간 어정밑에 들어가 두더지처럼 흙을 긁어내여 뒤로 밀어내고있는 한명국이를 보자 기가 막혀 당장 나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아닌게 아니라 리영국은 당장이라도 어정이 떨어져내려 한명국이를 짓뭉개놓을가봐 거의나 리성을 잃어버릴 지경이 되여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쳐물었다.

《여, 2중대 1소대! 동무네 소대장 어디 갔는가?》

《안전참모동무, 오응세소대장은 정대를 벼리는데 간다면서 갔소. 그런데 왜 그리 야단이요?》

정철수가 애당초 그냥 물러설 잡도리가 아닌 리영국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눙쳐보려고 듣기 좋은 어조로 말했다.

리영국이 그런데 개의치 않고 여전히 얼굴이 퍼래서 소리쳤다.

《야단이라구? 그것두 말이라구 하는가? 사람을 죽탕 만들어놓은 다음에도 그런 셈평좋은 소리 할텐가 말이요. 당장 일을 중지하시오. 동무네 2중대 1소대가 언제 봐야 문제란 말이야.》

《우리 소대가 어쨌단 말이요? 작업을 중지하라구? 잘못한게 있으면 시정하면 그만이지 작업은 왜 중지시키는거요?》

《그렇단 말이야. 작업을 중지시키면 공사를 하자는거야,말자는거야.》

《한심하단 말이야.》

《안전참모는 왜 우리 1소대하구 해보지 못해서 야단이야? 뜨락또르련결차로 흙을 나르자고 할 때에도 그러더니 말이야.》

모두들 정철수를 편들어 한마디씩 섬겨댔다.

결국 리영국은 작업을 중지하지 않으면 대대에 제기하여 오응세소대장에게 안전규정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워 처벌하게 하겠다느니 하고 1소대에서는 그들대로 그건 공사를 진척시키자는 립장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느니 하며 떠들썩했다.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고 공기만 험악해졌다.

이런 때 김명식이 나섰다. 그 역시 2중대작업장에 나와 어정을 제거하는 일을 돕고있었는데 1소대쪽에서 왁작하는 바람에 무슨 일인가 해서 왔던것이였다.

김명식은 위험하게 파들어간 작업장을 보면서 안전참모의 편을 들었다.

《동무들, 진정들 하시오. 내 생각에도 1소대동무들이 실적을 내겠다는 한가지 욕망만 가지고 일하다보니 일이 잘못된것 같습니다. 그러니 안전참모동무의 요구가 응당한것이란 말입니다. 안전참모동무의 요구대로 작업을 중지해야 합니다. 일단 위험한 작업은 중지해놓고 그 다음 타개책을 찾아보잔말입니다. 어떤 수를 써서든지 어정은 들어내야 토량운반작업을 할게 아닙니까.》

김명식이 사리정연하게 말하여 규정위반자들은 더 할소리가 없게 되였다. 1소대 대원들이 순하게 나오니 리영국이도 성을 가라앉히고 물러갔다.

하여 저녁에 진행된 총화모임때 림철중대장이 호된 추궁을 받았고 오응세소대장은 따로 대대부에 불리워올라가 한바탕 초달을 받아야 했던것이였다.

대대장은 다시 그런 위험한 일을 했다가는 소대장자리에서 떼겠다고 해놓고 한번 용서를 했다.

일은 그렇게 된것인데 김명식은 김명식이대로 작업이 중단된것을 두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위험을 피하면서 어정을 안전하게 떼낼가 하고 생각에 골몰하다가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어 새벽에 슬그머니 공사장으로 나왔다. 현지에 나가보면 가능성여부가 더 명백해지리라고 생각했던것이였다.

바로 김명식이 함마와 정대를 가지고 나타나니 거기에 뜻밖에도 리영국이와 2중대장 림철이 먼저 나와있었다. 알고보니 리영국이도 1소대의 작업을 중지시켜놓고 마음이 편안치 않아하다가 김명식이와 신통히도 같은 생각이 떠올라 여기로 나오게 된것이였다.

림철중대장은 두 사람이 생각한바를 모두 듣고나서 그게 가능할것 같다면서 좋아했다. 세 사람은 당장 시험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음, 그래서 이렇게 일을 벌려놓았구만. 해보니 위험하지도 않고 또 능률도 나겠소. 이게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게 확인되면 림철동무네만이 아니라 온 대대에 도입해야겠소.》

최진혁은 다 듣고나서 말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어정때문에 애를 먹고 싸움도 했으며 비판도 받은 이들이 대통로를 하루빨리 열어놓으려는 하나의 지향으로 심장들을 불태우며 이 새벽 한데 모이지 않았는가.

《자, 동무들, 그럼 기상시간이 되기 전에 이놈을 들어내자구.》

최진혁이 다시 함마자루를 잡았다.

그는 웃옷을 아예 벗어놓고 걸차게 함마질을 해댔다. 언 흙쪼각들이 정날에 맞아 떨어져나갔다.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함마질을 하며 네모반듯하게 금을 내놓았다. 그 일이 끝나자 긴 정대들을 몇개 더 가져다가 박아넣었다.

네 사람이 네면에 박아넣은 정대들을 하나씩 맡아가지고 일제히 힘을 모아 제껴보았다.

어정은 조금씩 들썩이는 기미는 보이였지만 네면이 물리여있어 쉽사리 들리울것 같지 않았다.

《하, 안되겠는걸, 사람들이 더 있어야지.》

《남자들을 몇명 더 깨워내올가요?》

림철중대장의 말에 최진혁이 도리질을 했다. 아직 단잠에 들어있을 대원들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꿀같이 단 새벽잠이였다. 최진혁이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가 기상한 다음에 들어내볼가 생각하는데 운성대대작업장쪽에서 두 사람이 걸어왔다.

려단에 올라갔던 류종수와 한시호였다.

류종수는 려단에서 새로 기계수단들의 일부를 받기 위해 갔었고 시공참모 한시호는 오작시공을 퇴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려단시공참모와 토론할것이 있어 올라갔댔는데 어떻게 된것인지 이른새벽에 함께 나타난것이였다.

《아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렇게 새벽에.》

최진혁이 놀라서 묻는 소리에 류종수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일은 어제저녁중으로 다 보았는데 이 한시호동무의 일이 늦어져서 기다렸습니다. 려단시공참모가 자리를 떠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어제 밤늦어서야 겨우 붙들고 토론을 했습니다. 그러다나니 밤이 퍽 깊어서야 려단시공참모방에 자리를 폈는데 어디 잠이 와야지요. 그래 차라리 가자하고 떠났습니다.》

류종수는 껄껄 웃으며 말했지만 눈에는 피곤의 기색이 어려있었다. 갔던 일이 잘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최진혁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대대를 잠재워놓고 온밤 대대장이 주동이 되여 〈도적작업〉이라도 한게 아닙니까?》

《〈도적작업〉이라니요. 〈겨울장군〉의 기를 눌러놓을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 안전참모동무와 경비분대장이말입니다.》

최진혁이 세사람을 대신해서 새 방법이라는것을 설명했다. 작업장에서 직접 보면서 하는 설명이여서 류종수는 인차 납득이 되여 얼굴이 환해졌다.

《듣고보니 좋은 방법같습니다. 두부모를 잘라내듯 한단말이지. 그런데 뭐 기상시간을 기다리느라 할게 있습니까. 우리 두사람을 합치면 사나이 여섯인데 한번 들어내봅시다.》

류종수는 밤을 밝히고 먼길을 걸어온 사람같지 않게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사람이 힘에 부쳐하던것인데 여섯명으로 불어나 지레대질을 해대니 한㎡나마 될 어정이 용케 빠져나왔다.

《야, 거 되긴 되는데요!》

리영국이 좋아하니 최진혁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하하… 영국동무가 이제는 위험한 놀음을 하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겠소.》

그 소리에 모두들 기분이 좋아서 웃었다.

그 사이에 날은 다 밝았다.

병실쪽에서 《기상ㅡ》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제는 단잠에 들었던 대원들이 일어나 나오고 긴장한 아침일과가 시작될것이다.

류종수와 최진혁은 함께 어정을 들어낸 네사람을 먼저 들여보내고 둘이서 작업장을 천천히 걸어 지휘부로 향했다.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고 기뻐하던 조금전의 기분은 감감 잊은듯 두사람은 무거운 침묵에 잠기였다.

《려단에 갔던 일은 잘되지 않은 모양이군요.》

류종수의 심중해진 얼굴색에서 결과를 나름대로 짐작하며 최진혁이 묻는 소리였다.

《기계수단을 더 달라고 손을 내밀 형편도 물론 못됩니다. 알고보니 려단적으로 우리보다 조건이 더 불리한 단위가 많더란 말입니다. 우리 이웃인 운성에서만도 나지막한 산을 하나 들어내야겠는데 처리해야 할 토량이 적은 량이 아닙니다. 물론 려단에서 우리 대대의 사정을 모르지야 않지요. 우리가 요구하면 굴착기 한대쯤은 배정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런것을 내가 반대했습니다. 대대장동무나 대대의 전투원들이 기계수단을 보충받았으면 하는 심정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입니다. 그래 이렇게 빈손으로 왔습니다.》

《원, 부장동무도! 그때문에 미안해할거야 있습니까. 오히려 려단적인 사정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우에서 지원을 해줄것만 바란 제가 더 얼굴이 뜨겁습니다. 대대장이라는게! 까짓거 기계수단은 현재 대대가 가지고있는것만 가지고 해봅시다. 불도젤 한대는 살아있는것이고 뜨락또르 두대가 있는게 모두 고장이 나서 그러는데 정남철동무의 뜨락또르 한대만 집중해서 수리를 하면 효과있게 써먹을수 있을것입니다.》

《그렇게도 될것 같지 못합니다.》

최진혁이 의아해서 류종수를 피끗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색이 여느때없이 무거웠다.

《무슨 일이 또 있습니까?》

《이번에 려단에 올라갔다가 당중앙위원회에서 위대한 장군님으로부터 과업을 받고 고속도로건설에 동원된 청년건설자들의 형편을 료해하려 내려온 일군을 만났댔습니다. 그 일군의 말이 미국놈들때문에 정세가 점점 더 심상치 않게 번져가고있다고 합니다. 놈들은 〈핵의혹〉설과 〈미싸일위협〉론을 끈질기게 내돌리면서 우리 공화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모의까지 공공연히 벌려놓는가 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제놈들의 추종세력들까지 동원해서 별의별 압력을 다 가해오는 한편 제재의 도수도 부쩍 높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연유가 들어올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긴 한방울의 연유라도 있으면 모두 전투준비에 돌려야 할 때지요. 군대가 강해야 하지 않습니까. 식량공급도 두절될 형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형세는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전해들으면서 우려하던 그대로입니다. 아니, 생각했던것보다 더 엄혹한것이지요. 난 그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강성대국을 건설하는것이 얼마나 엄혹한 투쟁을 동반하는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찌하여 야전차안에서 쪽잠에 드시고 줴기밥으로 끼니를 에우시면서 최전연 현지시찰의 길을 이어가고계시는가를 새삼스럽게 절감했습니다. 장군님께서 계시여 우리의 사회주의가 지켜지고 우리 조국의 미래가 약속되여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우린 순전히 등짐으로 방대한 량의 흙을 운반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로반〉을 제기일내에 완성해야 할것입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바로 장군님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고 장군님을 걸음걸음 따라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류종수의 심중이 리해되였다.

최진혁의 눈앞에는 대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정을 까내느라고 손들이 모두 물집투성이가 되여버리고 눈들이 쑥 들어가버린 남자들과 흙을 나르다가도 쓰러지면 그 자리에서 잠들어버리는 독고봉희같은 어린 처녀들의 추위에 얼고 영양이 딸리여 핼쑥해진 얼굴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최진혁은 그들을 믿었다.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자진해서 나온 청년들이 아닌가.

《부장동무, 이자 말한 그 내용을 온 대대가 다 알도록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모두들 더 분발할것입니다.》

《나도 그 생각을 하던중입니다. 내 아침보도시간 뒤끝에 알려주겠습니다. 그런데 2중대 서길산동무한테서는 무슨 기별이 없습니까?》

류종수가 느닷없이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그 순간에 최진혁이 언덕우의 돌격대기발을 보며 떠나간 서길산에 대한 생각을 하고있었는데 류종수도 신통히 같은 생각을 하고있은 모양이였다.

《없습니다.》

《데려옵시다.》

류종수는 심중에 많은것을 묻어두고 그 한마디만 했다.

 

그날 아침 대대지휘부에서는 지휘성원들의 협의회가 열리였다.

모임에는 후방책임자인 리선명이까지 포함한 대대지휘관들과 함께 중대장, 소대장들까지 다 모여 크지 않은 지휘부사무실은 사람들로 꽉 찼다.

최진혁은 중대장들을 일으켜 세워 소대장들이 빠짐없이 참가했는가를 알아보고나서 모임시작을 알리는 말을 했다.

《동무들, 대대가 처한 형편에 대해서는 동무들도 다 알고있기때문에 새삼스럽게 다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대는 지금 매우 어려운 형편에서 2단계경쟁에 들어가게 됩니다. 대대는 오작시공으로 하여 생겨난 방대한 량의 토량을 정리하면서 경쟁기간에 로반형성을 기본적으로 끝내야 합니다. 물론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우리 대대가 1등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전반적인 공사속도를 보장하는데서 우리 신암이 뒤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그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오작시공으로 하여 생겨난 방대한 량의 토량을 정리하면서 대대가 맡은 276m구간에 대한 로반형성작업을 경쟁기간에 끝내겠는가 하는 방도를 찾는것이 오늘 모임의 주되는 목적인것만큼 모든 동무들이 주인다운 립장에서 토론에 참가해주어야 하겠습니다. 먼저 한시호동무가 오작시공을 퇴치하기 위한 방도를 연구하고 려단시공일군들과도 토론한것이 있는데 그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한시호가 설계도면을 책상우에 펴놓았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그는 설계도면을 짚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대가 축성해놓은 로반은 중심축에서 벗어나 보다싶이 이렇게 탈선되여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로잡자면 이미 성토작업이 끝난 이 구간에서 약 10m 폭을 다시 깎아내여 그 반대켠인 여기에 날라다 쌓아야 하겠는데 성토해놓은것이 다시 얼어버린데다가 옮겨가야 할 토량이 적은 량이 아니여서 그걸 다 처리하자면 숱한 로력과 기일이 걸려야 할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전반적인 공사속도에 따라설수 없게 될뿐만아니라 다른 대대들보다 형편없이 뒤떨어지게 될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고구간의 토량처리는 일단 뒤로 미루고 지금의 전진계선에서부터 로반형성작업을 도면대로 맞추어 계속 밀고나가자는것입니다. 그러느라면 날씨가 풀리여 해토가 시작될것이고 그러면 잘못 성토한 구간의 토량처리는 큰 문제로 되지 않을것입니다.》

한시호의 설명에 모두들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긍정을 표시했다.

어떤 지휘관들은 작업량을 대충 계산해보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좌중이 점점 열이 올라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가운데 정덕성참모장이 하나 물어보자고 했다.

《시공참모동무, 그럼 사고구간에서부터 건너뛰여 시작할 구간까지의 련결은 어떻게 한다는거요?》

《물론 당장은 도로련결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제부터는…》 한시호는 수지연필을 들어 도로의 한쪽 측면을 가리켰다. 《여기서부터 이렇게 측면공격으로 먹어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여기서 나오는 토량을 사고구간의 복토할 구간에 밀어넣자는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절토구간의 토량처리는 토량처리대로 하면서 사고구간의 새로 성토해야 할 구간까지 함께 먹어들어갈수 있으니 전진속도를 보장하면서도 오작시공퇴치도 동시에 할수 있게 될것입니다. 오작시공구간의 잘못 복토한 토량을 봄에 나가처리하자면 시간이 좀 걸릴수 있는데 그대신 지금부터 공사속도를 다그쳐 시간적여유를 얻어내면 될것입니다.》

《듣고보니 꿩먹고 알먹는식이로구만.》

소대장들중에서 누군가 흥분해서 한마디 했다.

최진혁이 모두를 둘러보았다.

《동무들, 어떻습니까?》

《한시호동무의 안에 찬성입니다. 아, 그렇게 되면야 사고구간을 어렵지 않게 퇴치하면서도 이번에는 우리 대대가 정말로 앞서나갈수 있을것입니다. 잘못 복토한 구간의 토량처리를 할 시간적여유를 마련하는것이 문제인데 뭐 그것도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단위들에서 100리를 달린다면 우린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200리를 달리면 될게 아니겠습니까.》

오응세가 열이 올라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최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호동무가 혁신적인 안을 찾아낸데 이어 또 한가지 소개할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어정을 제거하는 문제때문에 많은 동무들이 애를 먹었는데 김명식동무와 리영국동무가 머리를 써서 어정을 쉽게 제거하면서도 사고를 막을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미 시험적으로 해보았는데 확실히 능률적입니다. 여기 모인 지휘관들부터가 공사속도를 다그칠수 있게 하는 좋은 생각을 한가지씩 해야겠습니다. 동무들도 아침보도시간 뒤끝에 류종수부장동지가 하는 말을 다 들었을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게 될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크다고 해서 공사속도를 늦출수는 없습니다. 우린 위대한 장군님의 하늘같은 믿음을 안고 여기에 달려온 장군님의 별동대이며 전투부대란말입니다.》

최진혁은 이미 생각해둔대로 전투조직을 했다. 한시호에게는 새로운 안을 더 발전시키면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분담했으며 정덕성참모장에게는 2단계전투에 들어가기 위한 작전을 면밀히 할데 대한 임무가 지워졌다.

어정을 제거하는 새 방법을 도입하자면 정대가 많아야겠다는 소대장들의 의견이 제기되였다. 리선명이 정대문제는 대외에 나갈 일이 많은 자기가 맡아 해결해보겠노라고 자진하여 나서는것을 최진혁대대장이 제지해버리였다. 앞으로 식량문제가 더 긴장해질수 있는 조건에서 후방참모는 먹는 문제만 맡아가지고 풀자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였다.

《후방참모동무는 어떻게 해서든지 식량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우선 먹어야 기운이 날게 아닙니까. 군에 자주 알아봐서 어떻게 해서든지 후방물자를 다문 얼마간이라도 해결해오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에 전적으로 의탁할 생각을 해도 안됩니다. 군에서도 어려움을 겪고있지 않습니까. 자력갱생할 생각도 해야 합니다. 해토가 되면 대대주변의 공지들을 뚜지고 강냉이를 심을 생각도 해두어야 합니다. 공사를 한두달안으로 끝낼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대문제는 참모장동무와 내가 해결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은 매 중대, 매 소대들에서 자체로 해결하는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미리 말해둘것은 정대를 자체로 해결한다고 해서 다른 단위의 공구창고를 넘겨다보거나 주민들의것에 손을 대는것과 같은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서는 안되겠다는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공사를 처음 시작할 때 땔나무가 없다고 주민집들에 들어가 울바자를 헐어내오는것과 같은 일들이 있었는데 정대를 그런식으로 해결해오는 대원들이 있으면 소대장동무들부터 엄한 처벌을 받을 각오들을 해야 합니다.》

최진혁대대장의 구체적인 사업분담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오선호정치지도원이 일어났다. 그는 말을 필요없이 길게 늘어놓는 성미가 아니였다. 오선호는 동무들, 여기 모인 동무들은 모두 돌격대 지휘관들이다, 이자 대대장동무도 말했지만 앞으로 정세는 더 긴장해지고 따라서 우리는 그전보다 더 어려운 조건과 맞다들릴수 있다, 일이 힘들수록 우리 지휘관들은 대원들을 더 아껴주고 정치사업의 방법으로 그들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사고를 퇴치하면서 276m구간에 대한 로반형성작업을 제기일내에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모두들 어깨가 무거워져가지고 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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