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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15 회 )
제 1 편
15
1소대와 2소대 숙소는 직일복도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들어가게 되여있었는데 량쪽 숙소로 들어가는 출입문들을 활짝 열어놓고 온 중대가 들어앉았다. 서길산을 비판하는 모임이였다. 모임에는 오선호정치지도원과 류종수 그리고 대대안의 다른 중대 초급지휘성원들도 참가하였다. 류종수부장은 지원물자때문에 군에 갔다가 대대에서 발생한 일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일을 본 즉시로 돌따섰다. 원래는 최진혁대대장도 여기에 참가했어야 하는데 류종수부장이 인차 돌아오는 바람에 려단에 일보러 올라갔다. 서길산은 온 중대의 눈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오를 인정하고 자기 비판을 했다. 그는 사실 이런데서 오그랑수를 쓸줄 모르는 솔직한 사나이였다. 그는 자기는 자신의 명예욕과 소총명을 집단의 명예를 위한다는것으로 위장해왔으며 그리하여 대대의 명예를 심히 훼손시키고 공사를 지연시키는 용서받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의 솔직한 자기 비판은 어느 정도 동무들속에 공감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판의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약화된것은 아니였다. 류종수가 호상비판들을 해야겠다고 말하기 바쁘게 여러명이 일어났다. 김명식이 먼저 토론했다. 《동무들, 이자 서길산동무는 명예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실지로 서길산동무가 우리 대대의 명예를 위한다고 하면서, 다시말해서 우리 신암대대가 경쟁에서 1등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길산동무는 옳지 않습니다. 물론 명예는 누구나 갈망합니다. 청춘은 명예를 갈망하며 명예를 귀중히 여깁니다. 그런데 그 명예가 어떤것이여야 하는가? 동무는 우리가 지금 무엇때문에 여기 와서 배고픔과 추위와 그밖의 온갖 악조건들을 참고 견디며 대통로를 건설하고있는지 모른단말입니까?》 그는 티없이 순결하고 깨끗한 량심에 대하여, 우리 시대 청춘들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감정에 대하여 말했다. 순결하고 깨끗한 량심에 기초하지 않을 때 결사옹위, 결사관철이란 빈 구호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명예는 위대한 장군님을 결사옹위하는 그 길에서 빛나는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식은 무엇인가 더 말하려는듯 하다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말도 그렇게 조용히 했다. 그런데 여운은 컸다. 평시에 그저 누구에게나 사람좋고 소탈한 인상을 지어보이며 친절하고 부지런하기만 해보이는 그한테서 그처럼 사리정연하고 원칙적이며 속깊은 말들이 쏟아져나왔다는것은 모두에게 있어서 놀라운 일이였다. 어쨌든 김명식의 토론은 병실안에 들어앉은 전투원들로 하여금 서길산의 과오의 엄중성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해보게 했으며 회의분위기를 더욱 팽팽하게 해놓았다. 모두들 제대군인당원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며 생각이 깊어지는 가운데 1소대숙소쪽에서 김성순이 조용히 일어났다. 모두의 눈길이 그한테로 쏠리였다. 장내에는 류다르고 긴장된 분위기가 어리였다. 그와 서길산이 어떤 관계라는것을 비슷이들 알고있기때문이였다. 《동무들, 전 분해요!》 성순의 얼굴은 창피와 수치와 모멸감으로 하여 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타버릴것 같았으며 커다란 눈에서는 금시 눈물이 쏟아질듯 했다. 《우리 대대가 맡아안은 276m라는 그 구간이 어떤 구간이예요? 이자 명식동지도 말했지요. 우리 시대 청년들의 명예도 아버지장군님을 걸음걸음 량심으로 따르는 그 길에서 빛나야 한다고 말이예요. 276m의 구간은 단순히 수자로만 계산되는 구간이 아니예요. 그건 우리 신암대대 300명 전투원들의 량심이예요. 우리들이 가장 깨끗한 량심을 다지고다져서 이어가야 할 구간이구 아버지장군님의 곁으로 가까이 가는 길이란 말이예요. 그런데 서길산동문 표식말뚝을 자의대로 옮겼어요. 누구도 보지 않을 때 옮겨놓았으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있었단말이예요. 그게 량심이 있는 행동이예요? 동무들앞에서… 고향사람들앞에서 어떻게 머리를 들고 살겠다고… 동문… 동문…》 김성순은 말끝을 맺지 못한채 흑ㅡ 하고 흐느끼며 얼굴을 감싸쥐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철수가 일어났다. 《동무들, 나도 누구보다 저 서길산동무를 잘 압니다. 성순동무와 함께 저 서길산동무와 나 우리 셋은 한동네에서 함께 자랐으며 학교도 같은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니 서길산동무가 그런 과오를 범하게 된데는 근본을 따져보면 저한테도 잘못이 있습니다. 나는 저 서길산동무한테 일에 투신하고 동무들과의 우정에 충실한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와 반면에 자기 우월감으로 하여 다른 동무들우에 자기가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아주 좋지 않은 관점도 있다는것을 알고있었습니다. 제가 소꿉친구로서 의리를 지킨다고 하면서 서동무의 결함을 알면서도 모른척했기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함이 나오게 되였다고 생각합니다. 서동무, 동무는 자기가 얼마나 너절한짓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동무는 우리 돌격대의 기발을 욕되게 했습니다. 동무들, 저 서길산동무는 표식말뚝을 옮겨놓은것이 운성대대동무들한테 알려질것이 두려워 그 자리를 돌로 가리워놓았습니다. 자기가 떳떳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것입니다. 이게 돌격대의 기발을 욕되게 하구 집단을 팔아먹은 량심없는 행동이 아니란 말입니까? 서동무, 이 자리에서 동무들앞에 솔직히 털어놓아야 합니다. 동무는 혹시 집단과 동무들이 자기의 본심을 말하지 않으면 모를수도 있으니 어쩌면 이 순간을 무난히 넘길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닙니까? 량심적으로 말해보란 말이요.》 《서길산동무, 말해보라구.》 리영국이 참지 못하고 일어나 한마디 터치는 바람에 좌중이 술렁거리였다. 어디 말해보라, 집단과 동무들을 우습게 여기지 않았는가? 표식말뚝을 옮겨놓고 그 자리에 돌을 얹어놓다니 그게 집단을 망신시키는 너절한 행위가 아닌가 하고 여럿이 분개해서 비판했다. 결국은 정철수의 마지막 말이 분개의 기름에 불을 달아놓은셈이였다. 정철수는 사태가 그렇게까지 번지는것을 애당초 바라지 않았다. 이제는 입밖에 터쳐버린 말들을 다시 붙잡아 삼켜버릴수도 없는 일이였다. 본의아니게 서길산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었다는 막연한 의식에 그는 후회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인차 모질게 질책했다. 그는 자신에 대하여 속으로 화를 냈다. 저속하다, 이게 뭐람, 원칙적인 비판을 하고서는 친구의 의리를 배반했다고 후회를 한단말인가, 이 정철수가 저 서길산이와 다른게 뭐가 있어, 한바리에 실어도 기울지 않을 너절한 작자이지. 정철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아 씩씩거리였다. 《서길산동무는 저 어린 허광식이보다두 못하단말이요!》 뜻밖에도 성품이 어질고 조용한 편인 최남영이 벌떡 일어나며 분개하여 소리쳤다. 《동무도 알지? 저 철수동무와 함께 허광식이 추위에 떠는 대대동무들을 위해서 싣고오던 장작을 어떻게 고스란히 지켜냈는지 말이요. 차우에서 얼어죽을 지경이 되였어도 장작 한가치 헐어내지 않았단말이요! 그런데 동무는 뭐요? 돌격대원의 자격이 없소! 돌멩이 하나로 자기의 검은 량심을 가리운단 말이요? 너절하오!》 최남영이 황소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기 바쁘게 또 좌중에서 분개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돌격대원자격이 없다! 당장 쫓아버려야 한다. 이번에는 서영옥이 일어났다. 《저 동무가 대대를 위해 자기를 바쳐 일해왔다는건 다 진심에서 우러나와 한 일이 아니라고 봐요. 집단앞에서, 많은 사람들앞에서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그런거란 말입니다. 동무들 몰래 표식말뚝을 옮겨놓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동무가 집단을 위해 무슨 진심을 바쳤겠어요. 나도 그때 운성대대동무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누군가 몰래 표식말뚝을 옮겨놓고 그 자리에 돌을 올려놓았다는 말을 말이예요. 우리 신암대대를 두고 이제 와서 운성동무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우리 대대를 팔아먹은 저런 동무는 집단에 필요없어요. 저 동무를 돌격대에서 제명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서영옥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사방에서 웅성웅성 했다. 대중이라는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너무나도 큰 충격파를 일으킨것이였다. 그런데 그것은 서영옥에게로 향해진 비난의 충격파였다. 아무려면 돌격대에서 제명하자는 말까지 하다니! 그래도 서길산이 결과는 어떻게 되였든 표식말뚝을 옮긴것은 집단을 위해서 한것이지 자신을 위해서 한것이야 아니지 않는가. 더우기 서길산이야 사실 지금껏 자기를 아끼지 않고 일해온 친구가 아닌가. 서영옥이 독한 녀자군. 그렇게 감정을 가지고 극단적인 토론을 할거야 없지 않는가 하는 심리들이 완연한 웅성거림이였다. 《자자, 동무들 모두 조용합시다.》 좌중에 일어나는 파문의 색채를 어느 정도 느끼지 않을수 없는 오선호정치지도원이 손으로 가라앉히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명식동무나 성순동무, 정철수동무의 비판도 다 옳고 또 서영옥동무의 비판에서도 서동문 심중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길산동무가 공사장에 온 첫날부터 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길산동무가 오늘 심중한 과오를 범한것도 사실이 아닙니까. 아무렴 서영옥동무가 길산동무의 지난날의 성과까지 깎아내리자고 그랬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동무들.》 모두들 침묵했다. 서영옥에게 쏠리는 비난을 어느 정도라도 무마시켜보려는 의도에서 한 오선호의 말이지만 좌중의 분위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듯 했다. 그것을 느낀 서영옥은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였다. 그는 과오는 서길산이가 범하였는데 비난의 화살은 당치 않게 자기가 받는다고 생각했다. 비판토론은 그밖에도 여러명이 일어나 하였다. 류종수는 회의를 결속하면서 모두들 서길산동무의 결함에서 심중한 교훈을 찾자. 서길산동무는 동무들의 모든 비판을 허심하게 접수하고 분발해서 일을 잘하자. 대대는 이번 일로 해서 위축되거나 경쟁총화에서 1등을 못한다고 해서 맥을 놓아서는 안되겠다. 어떻게 해서든지 일을 더 잘해서 다음번 경쟁에서는 신암대대가 떳떳하게 보란듯이 1등을 하자고 호소했다. 모임이 끝나 모두가 묵묵히 자기 소대 병실들로 헤쳐갈 때 독고봉희가 김성순의 옆으로 다가가며 볼이 부어 토달거리였다. 《서영옥언닌 너무해요. 서동지와 관계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랬든 비판이야 동지를 도와주려는 립장에 서서 공정하게 해야 하지 않아요. 서동지가 집단의 일을 위해 마음쓴것까지두 다 자신을 위해 한거라구 말하면 돼요 뭐.》 《좀 그만하렴!》 성순이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내는 바람에 봉희는 뾰로통해졌다. 한편 정철수가 녀자들속에 끼여서 나가는 서영옥을 불러세웠다. 왜 그러는가 해서 멈춰선 서영옥의 곁을 스쳐지나면서 정철수가 우울한 낯색을 하고 차거운 말을 던지였다. 《동지 한사람이 곤경에 빠진게 동무한테는 그렇게 고소한 일이요?》 서영옥이 무슨 앙큼한 말을 내쏘려다 그만두고 재빨리 걸어나갔다. 수많은 비난의 눈길들이 자기 몸에 와닿는것을 느낀것이였다. 서영옥은 온몸으로 차거운 기운을 내뿜었다.
표식말뚝사건이 대대에 준 영향은 자못 컸다. 1단계경쟁총화가 있은 날부터 전투원들의 사기는 저락될대로 저락되였다. 등수에서 제외된것이였다. 사기저락은 이제 인차 시작되게 될 2단계전투에 커다란 영향을 줄수 있었다. 전투원들의 사기를 높여줄 대책이 서야 했다. 대대지휘부에서는 지휘성원들이 모여앉아 이 문제를 놓고 오랜시간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모임에서는 종전에 분담된대로 예술소품경연이나 중대 대항 체육경기도 조직하기로 했다. 지휘관들이 움직였다. 예술소품경연을 책임진 오선호정치지도원은 제자신이 중대들에 내려가 종목구성이나 악기편성같은것도 보아주고 또 노래형상지도나 화술소품연출도 해주느라 바삐 돌아갔다. 그가 애써 뛰여다닌 보람이 있었다. 중대들에서는 예술소품경연에서 1등을 하려는 경쟁의식이 싹텄으며 저녁늦도록 병실들마다에서 둥당거리는 북소리며 피리, 하모니카소리며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정덕성참모장도 열성이 보통이 아니였다. 점심참에는 지휘부앞마당에서 배구며 롱구며 발배구며 하는 경기들이 벌어졌는데 정덕성이 직접 심판을 서느라고 호각을 홱홱 불어댔다.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은 리선명후방참모였다. 뭐니뭐니해도 설날을 앞두고 전투원들의 사기를 부쩍 추켜올리자면 잘 먹여야 하는것인데 모든것이 부족한 시기여서 우에서 후방물자를 원만히 공급해주기만을 바라다가는 요란하게 세워놓은 특식계획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기때문이였다. 《후방참모동무, 주민들한테 찾아가 손을 내밀어볼 생각은 마오.》 후방물자구입때문에 동분서주하느라 대대에는 드문히 얼굴을 보이군 하는 리선명에게 최진혁대대장이 한마디 해주었다. 자기의 사업수완을 믿고 아무데나 찾아가서는 《우리 고속도로건설장에서는 지금 전투원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여내며 무거운 맞들이를 들고 하루에 200리씩 달린단 말입니다. 그러다나니 당에서 아끼는 귀중한 청년들의 건강이 말이 아니랍니다.》하며 청년건설자들의 《고생》을 무슨 특별신임장이나 되는듯이 내휘두르는 리선명의 방법을 알고서 하는 말이였다. 리선명은 《알았습니다. 아무렴 이 리선명이 대대의 이름을 팔겠습니까?》하고 대답은 시원스레 했지만 여전히 대대에 붙어있는 시간보다 나가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밖에서 어떻게 《사업》했는지 들어올 때에는 언제나 빈손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리선명은 모든것을 락관적으로 생각하고 마음먹은것은 꼭 하고야마는 형이였다. 《여, 길산동무, 비판은 발전의 무기란 말이야. 비판을 좀 받았다 해서 우울해 그러지 말라구.》 어깨가 축 처져서 걸어가는 서길산을 보고 리선명은 하얗고 든든해보이는 이발을 드러내며 벌씬 웃어보였다. 군에서는 뻐스에 군내인민들이 모아서 보내준 통돼지며 찹쌀이며 밀가루며 청량음료며 하는것들을 적지 않게 싣고왔다. 류종수는 대대식당성원들이 신이 나서 지원물자를 내리울 때 특별히 포장한 커다란 두개의 지함을 자기의 립회하에 대대지휘부로 운반해가게 했다. 류종수는 의아해하는 최진혁대대장에게 지함하나를 열어보이였다. 최진혁이 대뜸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이게 뭡니까? 이거야 신랑신부 잔치상에나 올려놓기 좋은것들이 아닙니까?》 최진혁이 그렇게 말할만도 했다. 지함안에는 고급당과류며 잘 생긴 통통한 인삼을 그려넣은 상표가 붙은 고려인삼술병들이며 기름이 자르르 도는 구운 통닭이며 과일같은것들이 들어있는것이였다. 《옳습니다, 대대장동무. 이건 신랑신부의 큰상을 차릴것들입니다.》 류종수는 큰상소리에 무슨 큰상이냐고 의아해하는 최진혁을 바라보며 벙글벙글 웃었다. 《대대장동무한테는 전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영예군인 김명식동무와 2중대 녀성소대장 김정옥동무는 결혼식날자를 받아놓고 여기 고속도로건설장으로 탄원해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군에 갔다가 두 동무들의 부모님들을 만나 여기 공사장에서 수고하는 소리를 하면서 그렇다 해서 결혼식날자를 다 받아놓고 이 해를 넘길수야 없지 않습니까, 량쪽 부모들이 다 준비한것들을 가지고 대대에 가서 합동잔치를 하는게 어떻습니까, 뭐 꼭 집에서 잔치를 해야만 멋이겠습니까 했더니 제꺽 그거 정말 기막힌 생각입네다, 그러면 참 희한한 잔치가 되겠습네다 하고 제꺽 응해나서더란 말입니다. 그래 군당에다 이 사실을 보고했더니 군당책임비서동진 자기 자식들의 결혼식에 쓰려고 마련해놓았던 신랑신부들의 첫날옷감까지 보내며 찬성하질 않겠습니까.》 최진혁은 속이 뭉클했다. 속깊은 류종수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뚝사건으로 어두워진 대대의 분위기를 추켜세우기 위해 무던히도 마음을 쓴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장동무,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량쪽 부모님들이 오면 결혼식을 크게 합시다. 제 생각엔 설날에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온 공사장에 소문이 나겠는데요. 신랑둘러리는 아무래도 제가 서야 할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요, 내가 서야지.》 《아니, 내가 서야 합니다. 부장동무는 대대를 대표해서 축사나 하구요.》 《원, 대대장동무두! 하하…》 《하하하…》 두 사람은 즐겁게 웃었다. 리선명이 바쁘게는 되였다. 그는 신랑신부집에서 정해서 하는 결혼식이지만 대대에 와서 하는 결혼식이니 마땅히 후방참모가 주관해야 한다면서 그 준비사업을 도맡아안고 돌아갔다. 결혼식장소는 리선명이 립석마을의 인민군대후방가족인 윤명녀네 집에서 하기로 사업해놓은것을 대대장과 류종수가 반대했다. 대대에 와서 하는 결혼식인데 대대에서 해야지 무엇때문에 혼자 사는 어머니네 집에서 페를 끼치며 하겠는가, 량쪽 부모님들을 모셔다놓고 돌격대앞마당에서 버젓이 《거행》하자고 하였다. 드디여 설날아침이 왔다. 마침 맑게 개이고 바람 한점 없는 푸근한 날씨였다. 돌격대마당 한가운데 결혼식상을 크게 차려놓고 온 대대가 모여앉았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은 량쪽집 부모들이나 대대의 동무들만이 아니였다. 립석마을의 윤명녀어머니가 마을녀인들과 함께 음식들과 기념품들을 마련해가지고왔으며 이웃 대대의 청년들도 희한한 결혼식을 구경하러 와서 신랑신부들을 축하해주었다. 리선명은 역시 사업가였다. 어느새 그가 사업하여 평양의 한다하는 큰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결혼식사진을 찍으러 왔으며 신랑신부를 태우고 남포시내며 100여리 공사장을 한바퀴 돌아오기 위해 고급뻐스가 왔다. 신랑신부네 부모들은 흡족하여 리선명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판이였다. 류종수의 축사가 청년들의 가슴을 울리였다. 《동무들, 이 자리에 모인 많은 동무들이 모르고있을 한가지 사실을 먼저 말하겠습니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들인 김명식동무와 김정옥동무는 청춘시절의 한때를 조국보위에 바친 제대군인들이며 김명식동무는 영예군인입니다. 이 두 동무들은 이미전에 사랑을 언약한 동무들이며 결혼식날자를 정했던 동무들입니다. 그러했던 동무들이 장군님께서 청년들을 믿고 고속도로건설을 맡겨주시였다는 소식을 받아안자 여기로 탄원해왔습니다. 바로 건설장으로 떠나오는 날이 이들의 결혼식날이였습니다. 이런 훌륭한 동무들이기에 이들은 자기들의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한채 이 공사장에 청춘의 더운 땀을 뿌리며 모진 고난을 맞받아 달려왔던것입니다. 김명식동무, 그리고 김정옥동무! 동무들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본분이 무엇이며 참된 행복의 진가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알고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변함없이 사십시오. 우리 장군님을 받드는 길에서 병사시절의 그 자세로 함께 걸어가십시오. 그리고 오늘을 두고두고 잊지 마십시오. 동무들을 낳아준 부모님들과 우리 대대가, 윤명녀어머니를 비롯한 립석마을의 고마운 어머니들이, 그리고 100여리 청춘로반을 열어가는 돌격대의 모든 전투원들이 동무들의 행복을 축복해주는 오늘을 잊지 마십시오! 부디 행복하십시오!》 모두들 요란한 박수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사진기의 렌즈가 번쩍이고 구경온 이웃 대대의 전투원들까지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주는가운데 축배잔들이 챙그렁거리며 솟아올랐다. 그날은 태양도 가까이 떠서 빛나는듯 했다. 축배의 맑은 술잔들마다에서 해빛이 부서지며 반짝이였다. 누군가 노래를 선창했다. 노래없이는 못사는 젊은이들이였다. 더구나 오늘이야 설날이고 결혼식날이 아닌가. 김성순의 손풍금이 은을 낼 때가 되였다. 그는 기쁨을 두눈에 가득 담고 손풍금건반을 재치있게 눌러나갔다. 그런데 그의 반짝이던 눈빛이 한순간 흐려졌다. 누구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는 동무들속에 앉아있으면서도 동무들의 기쁨에 휩쓸리지 못하고 괴로와하는 서길산을 발견한것이였다. 결혼식은 끝났다. 뜻깊은 설날에 이채롭고 성대하게 진행된 이 결혼식으로 하여 대대안에 떠돌던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결 가셔진듯 했다. 젊은이들은 모여앉으면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것이였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하였다. 성대한 결혼식을 한 그날 저녁 서길산이 간다는 말도 없이 배낭을 찾아메고 돌격대를 떠나간것이였다. 그가 없어진 다음에야 동무들은 이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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