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13 회 )

 

제 1 편

 

13

 

온 대대가 1단계경쟁에서 1등을 할 목표를 내세우고 치렬한 돌격전을 벌려온 보람이 있었다. 오늘 아침 려단에서는 경쟁에 참가한 각 대대들의 최종실적들을 종합하고 순위결정을 했는데 최진혁대대가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는것이 확정되였다.

《신암이 1등이다! 만세!》

전투원들은 그 소식을 전해듣고 환성을 올리였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설날을 앞두고 려단에서 경쟁총화가 있는데 시상도 크게 한다고 한다.

대대지휘부에는 최진혁대대장과 류종수부장, 오선호정치지도원과 정덕성참모장이 모여앉았다. 원래는 이 모임에 리선명이 꼭 참가해야 하겠는데 박두한 설날을 즐겁게 쇠자면 뭐니뭐니 해도 대원들을 푸짐하게 먹이는것이 기본이라고 하면서 후방물자들을 구입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모임에서 토론하자고 하는것은 바로 명절준비와 관련한것이였다.

그사이 경쟁에서 1등을 하자고 전투만 전투라고 내밀다보니 사실 모두들 맥이 진했다. 자갈을 삼켜도 소화시킬 나이들이지만 식량이 푼푼치 못하여 변변히 먹이지도 못하다보니 대원들의 영양상태도 말이 아니였다. 모두들 하나같이 눈이 쑥 들어가고 얼굴들은 칼바람에 터서 꺼칠해졌다.

그런데다가 처녀들은 잠이 딸려서 더욱 꼼짝들을 못했다. 그들은 맞들이를 들거나 질통을 지고 달리면서도 졸았으며 어쩌다 휴식구령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아 잠들어버리군 했다.

중대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축에 속하고 집에서 막내로 자란 독고봉희는 무거운 질통을 지고 걸어가다가 웅뎅이진 곳을 보지 못하여 발목을 상하는바람에 사흘이나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 일때문에 안전참모 리영국이 사람들을 너무 재우지 않다가는 이제 무슨 사고가 또 일어날지 모른다며 소대장과 중대장들을 비판했다.

어쨌든 이 상태로 계속 나가다가는 도중에 지쳐서 모두들 쓰러질수 있다는것을 대대지휘관들누구나 우려하지 않을수 없었다. 1단계경쟁총화를 한다고 해서 공사가 끝나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공사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수 있는것이다.

《동무들, 1단계경쟁에서 1등은 먹어놓은것이라고 모두들 좋아하는데 우리 지휘관들은 이런 실정을 알고 공사전망에 대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그동안 생활문제를 풀기 위한 일도 동시에 내밀어 뜨뜻한 병실도 생기고 또 물문제도 기본적으로 풀리여 얼음구멍을 까고 길어온 물 한식기로 네댓명이 세수를 해야 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참, 이번에 김명식동무가 김정옥소대장동무와 함께 큰 문제를 하나 풀었습니다. 김명식동무가 언젠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군대에서 입당하고 나온 동무들이 확실히 다릅니다.》

류종수부장이 최진혁의 말을 도중에서 자르며 한마디하는 소리에 모두의 입가에 즐거운 웃음이 소리없이 피여났다.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그러는것이였다.

그날 새벽작업으로 그동안 모아온 돌들을 다른데로 옮겨놓기 위해 일찍 일어난 대대가 뜻밖의 일로 하여 유쾌한 소동을 일으켰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우물파는데 내려간 김명식과 김정옥이 대대가 기상한줄도 모르고 일하다가 갑자기 큰 물줄기가 터져나오는바람에 봉변을 당하였다. 물이 어떻게나 세게 뿜어져나오는지 옆에 벗어놓았던 솜옷이며 바께쯔며 그밖의 일하던 공구들을 거둘새없이 무릎을 치게 차올랐다.

두사람은 이제 당장 물이 우물에 꼴깍 차오를것만 같아 서로 상대방을 먼저 올려보내려고 싱갱이를 하며 덤벼쳤다. 그러다나니 더 지체되기만 했는데 겨우 둘이서 밀고 잡아끌며 하면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다가 미끄러지는통에 한데 엉킨채 물속에 풍덩 떨어져내리였다.

그때 우물안에서 울려나오는 김정옥의 새된 비명소리를 대대의 많은 사람들이 들었다. 모두들 우물안에서 무슨 사고가 난게라고 생각하며 욱 밀려가 내려다보니 물이 차오르는 그속에서 물참봉이 되여버린 남녀가 사다리를 붙잡느라고 야단을 피우고있었다. 그것은 이른아침에 펼쳐진 한폭의 아름다운 사랑화와도 같은것이였다. 이 일이 대대의 아침분위기를 더없이 즐겁게 해놓았다.

《그 우물이 두사람사이에 사랑의 연분을 맺어준셈이군요.》

며칠전의 그 일을 생각하며 오선호가 한마디하는 소리였다.

《사랑의 연분이라…》

류종수가 웬일인지 싱글싱글 웃었다.

《정치지도원동문 잘 모르고 하는 소리요.》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부장동무. 한 우물속에 들어가 일한 그들인데 그게 사랑의 증거가 아니란말입니까?》

《사랑의 증거라는건 또 무슨 소리요? 허허… 내 이것만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것인데 할수 없이 공개해야겠군. 사실 그 동무들은 이미 약혼을 한 사이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결혼식을 하기로 했댔는데 일생의 중대사를 뒤로 미루고 여기로 탄원해왔습니다. 나도 여태껏 몰랐댔는데 이번에 지원물자를 실러 군에 갔다가 우연히 명식동무의 부모님들을 만나 그렇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그 동무들자신이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고있는 문제여서 내 동무들한테까지도 공개하지 못한것입니다.》

《아, 그런 사연이 있는줄 모르고있었군.》

《원, 부장동무두.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정덕성과 오선호가 감동되여 한마디씩 했다. 정덕성은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할줄 모르는 실무에만 빠져 사는 형인데 이번에는 입가에 웃음이 벙실거리였다.

최진혁이 느슨한 미소를 띠우며 본래의 이야기를 다시 이었다.

《지금 대대전반의 사기는 대단히 높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지휘관들이 대원들의 생활문제를 방임해선 안됩니다. 군에서 우리를 믿고 맡겨준 300명 청년들의 건강과 생활을 책임질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설날을 맞으며 휴식조직을 다양하게 해서 대원들의 사기를 더 부쩍 올리자는것입니다. 중대나 소대별 예술소품공연과 체육오락경기도 조직하고 또 후방참모동무의 말대로 설날특식조직도 잘하여야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보자는것입니다.》

경쟁에서 1등도 인제는 먹어놓은 당상이겠다 또 땔감문제가 풀리여 뜨뜻한 병실에서 잘수 있게 되였고 물문제까지 풀리였겠다 하여튼 좋은 일들만 생기여서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 의견들을 내놓았다. 토론된데 기초해서 분공조직을 했다. 대대장은 대대전반사업을 주관하면서 공사를 책임적으로 내밀며 정치지도원은 예술소품경연을 조직하고 정덕성참모장은 체육오락경기를 맡았다. 그리고 리선명은 물론 후방사업을 맡게 하고 류종수는 군에 가서 며칠내로 군안의 책임일군들을 만나 물자를 얼마간이라도 받아오기로 했다. 신암대대가 경쟁에서 1등을 하게 되였으니 군에 대고 당당히 요구할수 있게도 되였다.

네사람이 토론을 끝내고 일어나려는데 한시호가 별로 신중한 얼굴색을 해가지고 들어왔다. 며칠전부터 림시로 시공지도를 맡아보는 한시호였다. 그는 바깥에 있다가 갑자기 후끈한 방안으로 들어오는바람에 안경알이 뿌예져서 사람들을 분간해보지도 못하면서 《일난것 같습니다.》하고 영문모를 소리를 했다. 말하는투를 보면 그 《일》이라는게 대단히 심중한것이 틀림없었다. 하여 모두들 긴장해지는 가운데 최진혁이 《일이라니? 무슨 일이요?》하고 서둘러 물었다.

한시호는 그제서야 안경을 벗어 대충 닦아서 끼며 말했다.

《〈우리 로반〉말입니다. 이상하단 말입니다. 그전부터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1단계실적을 한번 더 확정해보자고 하니까 확실히 실적 대 잔량이 맞지 않는단 말입니다.》

《한동무, 무슨 소릴 하는거요? 왜 실적 대 잔량이 맞지 않는단 말이요?》

《왜 그런지야 제가 알게 뭡니까.》

한시호는 얼굴이 뻘개지며 대대장을 향해 맞받아 화를 냈다.

《실적을 떼버리면 계산상 남아있어야 할 잔량이라는게 뻔한것인데 실지로 남아있는 작업량은 엄청나게 차이납니다. 누가 우리 대대구간의 표식말뚝을 옮겨놓아서 시공에서 오차가 생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갈수록 험산이라더니 한시호의 입에서는 점점 더 한심한 소리가 나왔다. 표식말뚝을 옮겨놓다니? 이건 무슨 소린가? 방안에 앉아있던 네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마주보기만 했다.

한참만에 류종수가 입을 열었다.

《한시호동무, 그게 확실한거요? 표식말뚝을 옮겼다는것 말이요.》

한시호는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확실한건 모르겠습니다. 려단에 올라가 시공과 관련한 전문기술일군들도 만나보고 총설계문건과도 대조해봐야 정확한 결론을 내릴수 있을것 같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태껏 말하지 않고 혼자서만 안고있던것까지 털어놓았다.

한시호는 시공참모대리임무를 수행할데 대한 지시를 받은 날 실적과 잔량을 따져보았다. 사실 한시호의 의혹은 그때부터 시작되였다. 얼추 계산해보니 실적과 잔량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것이였다. 그때에는 수만㎥의 토량을 다루는 일인데 수자가 조금이야 차이날수 있겠지 하고 생각해버리였다. 게다가 아직은 이런 일을 해본 경험이 없는 자기가 무슨 착오를 범할수도 있는것이였다.

하여 누구에게도 자기의 자그마한 의혹을 말하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의혹은 지꿎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1등을 하는것이 확실해졌을 때 한시호는 이번에는 착오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문건상으로 실적 대 잔량을 따져보고 현지확인도 해보았다. 역시 맞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던 끝에 그는 누군가 대대의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가 그렇게 추측한데는 두가지 근거가 있었다.

하나의 근거는 언젠가 이웃하고있는 운성대대의 전투원들이 휴식시간에 《신암에서 표식말뚝을 옮겨놓지 않았는가.》고 걸고드는바람에 아니라거니 어쨌다느니 하며 좋지 않은 말들이 오간것이였다.

그때 운성대대의 전투원들이 분명 자기 구간에 말뚝뽑은 구멍이 있다고 말했던것이였다.

두번째 근거는 한시호가 대대의 맡은 구간을 재여보았는데 정확히 276m인것이였다. 려단에서 대대의 작업구간으로 맡겨준 276m란 이 구간이 경사받이이기때문에 절토하여 낮추어야 하므로 삼각공식의 원리대로 밑변의 길이를 계산하여 정한 거리일것이다.

말하자면 절토층을 들어내고 완성된 도로상태에서의 276m일것이였다. 그러니 경사진 상태에서의 거리는 276m보다 더 길어야 할것이였다. 그렇게 놓고보면 누군가 그러한 원리를 생각지 않고 대대의 작업구간이 려단에서 정해준것보다 더 길다고 하면서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는 결론에 떨어지는것이였다.

한시호의 추리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생각되는것이여서 방안의 사람들은 더 물어보고 어쩌고 할 생각도 못했다.

아, 도대체 어떤 쓸개빠진 친구가 그런 엄청난 짓을 했단 말인가. 한시호의 판단이 옳은것이라면 대대는 려단에서 맡겨준 작업구간의 일부를 다른 대대에 떼넘기는 너절사한 집단이라는 오명을 피할수 없게 되였다는 소리가 아닌가! 1등을 했다고 온 려단에, 아니 100여리 청춘로반을 열어가는 전국의 청년돌격대원들에게 다 알려졌겠는데 이제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 신암대대의 명예는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들 하나같이 그런 생각을 하며 침중해졌다.

최진혁은 도대체 어느 친구가 대대의 명예를 팔아먹는 너절한 짓을 했을가 하는 생각으로 분해하다가 겨우 자신을 다잡으며 《빨리 려단에 보고하고 알아봐야겠소. 혹시 알겠소. 무슨 착오가 생긴것인지.》 하고 말했다. 《혹시 알겠소.》한것은 자신의 불안을 억지로 눅잦히기 위한 스스로의 위안에 불과한것이였다.

그들은 사실이 어떤지 알아보되 정확한 결론이 떨어질 때까지는 대원들에게 이 일이 알려지지 않도록 각자가 철저히 비밀을 지킬것을 약속하고 무거운 기분이 되여 헤여졌다.

 

대대지휘관들이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이 일은 하루도 못되여 대원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순언니, 말들었어요?》

방금 점심밥을 먹고 작업장으로 나온 독고봉희가 별로 심각해서 물었다.

질통끈이 다 해져서 작업시작전에 그것을 손질하고있던 김성순이 의아해서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우리 대대가 경쟁총화에서 1등을 하기는 다 틀렸대요.》

성순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너 무슨 소리를 하니? 오전에 최진혁대대장동지가 려단에 회의갔다와서 직접 말하지 않았니. 려단에서 각 대대의 실적을 종합해보고 순위결정을 했는데 우리 대대가 맨 앞자리라고 말이야.》

《에이ㅡ 언닌 선동원이라는게 언제 봐야 이런데선 그믐밤이야요. 실적이 앞섰으면 뭘해요. 누가 우리 대대의 표식말뚝을 옮겨놨대요. 그래서 작업구간이 276m가 못된대요. 그게 확실한지 알아보자구 려단에서 간부들이 내려온다는거야요.》

성순은 깜짝 놀랐다. 너무나 엄청난것이여서 잘 믿어지지 않기도 했다.

《얘, 너 그게 정말이냐? 어디서 들었니?》

《아까 점심식사하기 전에 경비분대 호경일동무한테서 내가 직접 들었는데요 뭐. 지금 온 대대에 소문이 퍼져가구있는데 언닌 그것두 못듣고 뭘해요.》

그 소리에 김성순은 주변의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보니 모두들 여느때없이 락심천만한 표정들이였다. 다른 때같으면 입들이 다 부르터가지고서도 웃고 떠들며 할 동무들이 아닌가. 더우기 1단계 경쟁총화에서 1등을 하게 되였다는 소식이 온 다음부터 기분들이 들떴던 동무들이였다. 지금은 활활 타오르던 불에 누군가가 찬물을 콱 끼얹어버린듯 했다. 남자들은 그저 우울해있지만 처녀들은 한숨까지 쉬였다. 그러니 독고봉희의 말이 사실인것 같았다. 《에이! 정말 분해죽겠다야. 우리가 1등을 하자고 밤잠까지 안자면서 고생고생했는데 이제 와선 1등은 고사하구 온 려단앞에서 망신만 하게 되였단 말이야?》

민옥숙이 맥살나서 하는 소리인데 서영옥이 또 껴들어 바르지 않은 소리를 했다.

《얘얘, 1등소린 하지두 말아라. 제가 맡은 구간을 남한테 몰래 떼넘기는 량심이 구들장같은 대대에 무슨 1등이냐. 오늘부터는 머리를 들고다니지도 말아야 해.》

《서영옥동무! 동문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요?》

한쪽에 떨어져 앉아있던 김정옥이 그 소리를 듣다 못해 참지 못하고 면박을 주었다.

손거울을 꺼내들고 눈섭을 비쳐보던 서영옥이 새파래서 건너다보았다.

《왜 그래요. 소대장동무. 내가 무슨 없는 소리를 했어요?》

《대대를 욕되게 하는 말은 하지 말란 말이예요. 량심이 구들장같은 대대란 무슨 소리예요. 그래 우리 신암대대엔 모두 속이 검은 사람들만이예요? 동문 매일 그렇게 자기 용모를 가꾸는데 신경을 쓰면서 동무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심사가 바르지 않은 소리를 해요?》

《소대장동문 내가 화장하는데 대해선 왜 걸고드는거예요? 내가 자기 용모를 가꾸든 말든 그게 소대장동무와 무슨 상관이예요? 동무나 똑바로 처신하라요.》

《뭐라구요? 내가 뭘 처신을 못했다는 거예요?》

《저녁마다 소대원들 몰래 병실에서 나가더군요. 그게 청백한 녀자의 행동거지는 아니란 말이예요.》

그가 김명식이와 자기 소대장과의 관계를 념두에 두고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리해를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해도 숱한 동무들이 다 듣는데서 너무하지 않는가.

《동문… 동문… 뭘 안다구 그래요? 동문…》

김정옥은 분하고 창피하여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말끝을 잇지 못하였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해졌다.

모두들 아연해졌다. 그들도 서영옥이 너무했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김성순이 처량하고 측은한 눈길로 김정옥을 바라보다가 태연한척 손거울을 들여다보고있는 서영옥에게로 향했다.

《서영옥동무는 옳지 않아요. 소대장동무가 밤마다 나가서 녀성으로서의 품행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도 했어요? 동문 뭘 보고 그래요? 소대장동무는 영예군인 김명식동무를 도와 대대의 물문제를 풀기 위해 우물을 파지 않았어요. 그거야 동무도 알지 않아요. 동무들의 아름다운 관계를 놓고 그렇게 말하면 되겠어요?》

《됐어요! 잡아먹을건 돼지라더니. 성순동문 모든게 단정해요?》

《뭐라구요?》

《작업시작이예요.》

김정옥이 가까스로 자신을 다잡으며 먼저 일어났다. 그는 질통을 지고 절토장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가까이에 모여앉아있던 최남영이네 소대의 남자들이 랭기를 풍기며 걸어가는 그 녀자를 의아해서 쳐다보았다.

김정옥은 한나절을 입이 얼어붙은듯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는 남들보다 거의 배나 되게 흙을 담아지고 달리였다.

한편 이때 오응세소대에도 무거운 구름장이 떠돌았다.

《이거야 어디 화가 동해서 견디겠어. 우리가 1등을 하자고 그랬지 이런 수치를 당하자고 엄동설한에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했냐 말이야.》

《거 어느 시러베아들같은 자식이 그따위짓을 했담.》

《글쎄말이야. 량심에 털나온 그따위 자식은 이 신성한 돌격대에 있을 자격이 없어. 당장 찾아내여 쫓아버려야 해. 여, 한명국이 너 아니야?》

박정수가 느닷없이 자기 이름을 꺼들이는 바람에 한명국이 당장 이마받이라도 할듯이 시퍼래서 대들었다.

《정수동지, 다 말했어요? 이 한명국이 그런 너절한 작자같아요?》

《네가 아니면 누가 그랬겠어. 저 서길산이나 이 박정수가 그랬겠는가, 아니면 정철수가 그랬겠는가 말이야. 너야 여기 처음 왔을 때 주민지역에 들어가서 몰래 남의 집 울바자를 뜯어내오다가 들켜서 신소를 받은적도 있잖아.》

《이거 정말 약을 올리겠어요. 그때 비판받구 고친걸 가지구 왜 또 꺼들여요. 그러지 않아두 이 한명국이 그때 일을 일생 수치로 잊지 못할것 같은데. 내가 뭐 또 어쨌다구요?》

《여, 그렇게까지 화를 낼거야 있나. 제가 안했으면 되는거지. 서길산동무, 이 한명국의 말을 한번 믿어봐?》

《길산형님, 똑바로 말해보라요. 이 한명국이 정말로 그랬을것 같은가 말이예요.》

《이거 시끄럽게 내 이름은 왜 자꾸 꺼들이지 못해 야단들이야? 서길산이 서길산이 하면서.》

서길산은 별안간 벌컥 화를 내더니 언흙덩이 하나를 들어 탁 내리쳤다. 흙덩이가 부서져나갔다. 서길산은 그러고나서 벌떡 일어나 함마질을 해댔다. 그의 돌연한 행동에 모두들 의아해했다.

《여, 저 친구 왜 저래?》

박정수가 의아해서 정철수를 건너다보며 수군거리였다. 정철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들 인차 그 일을 별치 않은것으로 생각하며 잊어버렸다. 다만 정철수만이 그 일로 하여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는 슬그머니 서길산의 이상한 행동거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여느때 같으면 도대체 어느 자식이 대대의 명예를 훼손시켰는가고 분노를 터뜨렸을 서길산이 오늘따라 별스레 침묵하며 옆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화를 내는것이다.

《자자, 동무들, 일이 그렇게 된거야 이제 와서 어찌겠소. 뭐 꼭 1등을 해야만 되겠소. 문제는 일을 많이 해서 더럽힌 명예를 회복하면 되는게 아니겠는가. 안그런가 동무들?》

오응세소대장이 무슨 화해나 하듯이 말했다.

누구도 그의 말에 응수하지 않았다. 작업구령이 울리자 대원들은 느릿느릿 일어나 작업을 시작했다. 온 작업장이 숨죽은듯 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유쾌한 유모아가 입에 붙은 익살군들까지도 모두 입에 무거운 자물쇠를 잠근것 같았다.

이날 저녁 대대에는 또 하나의 반갑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려단에서 대대의 보고를 받고 려단참모장이 직접 기술실무진을 데리고 내려와 현지에서 설계문건과 대조해본 결과 누군가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는것이 기정사실로 밝혀졌는데 문제는 이 사건이 단순히 신암대대의 작업구간을 남들한테 떼넘겼는가 어쨌는가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는것이였다. 시공일에 기술적파악이 없는 사람이 표식말뚝을 제마음대로 옮겨놓음으로써 도로의 중심축방향이 빗나가는 바람에 대대가 수천㎥의 흙을 잘못처리했다는것이였다. 실적 대 잔량이 맞지 않은것은 그때문이였다.

대대지휘부에서는 이 엄연한 사실을 놓고 려단참모장과 최진혁대대장사이에 심중한 이야기가 오갔다.

려단참모장은 40고개에 있는 풍채좋은 사나이인데 랭철하게 사고하고 또 너그럽고 신중한 사람이였다.

《대대장동무, 불미스러운 일은 생겼지만 대대에서 일을 많이 한거야 사실이 아니요. 표식말뚝을 옮겨놓은것은 경쟁에서 1등을 하겠다는 목적에서 짧게 생각하고 어느 개별적인 친구가 한것이지 대대전투원들모두의 잘못은 아니지 않소. 그러니 다른 대대들에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려단에서 이미 결정한대로 동무네 대대에 1등을 주는게 어떻소? 그대신 한가지 조건은 동무네가 2단계전투에서 다 보충을 해야겠다는거요. 어떻소?》

《려단에서 우리 대대를 생각해주는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참모장동무, 1등은 취소해야 합니다. 꼭 그래야 합니다. 대대에서 그런 비행이 나타났는데 1등이 뭡니까. 려단에서 1등을 주겠다면 우린 경쟁총화모임에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해서야 려단참모장이 괴로운 한숨을 긋고나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대대의 전투사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요? 그건 아주 중요한거요. 공사는 이제부터 더 어려워질겁니다.》

려단참모장의 심정은 충분히 리해되였다. 대대는 정말이지 이 한달남짓한 기간 얼마나 악전고투를 해왔는가. 먹을것도 변변히 먹지 못하고 추위에 떨면서도 대통로를 하루빨리 열어놓겠다는 하나의 열망으로 가슴들을 불태우며 일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되였다고 생각하면 과연 다시 용기백배해서 일어날수 있겠는가. 공사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수 있다는 려단참모장의 말도 옳다. 그러하건대 사기가 저락되고 위축될대로 위축된 대원들로 어떻게 대대앞에 제기되는 방대한 과제를 해제낄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래도 안된다. 설사 1등상을 탄다고 한들 대대의 수치가 가셔지겠는가. 아니, 아니야! 하고 최진혁은 생각했다.

《려단참모장동무, 대대에 그냥 1등이 차례진다면 대원들에게 주는 영향이 더 좋지 못할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청년들이 아닙니까. 그런데다가 다른 대대들에 주는 영향도 생각해야 합니다. 수치는 우리 스스로가 씻겠습니다. 1등은 취소해주십시오.》

《동문 참 랭정한 사람이구만!》

려단참모장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였다.

대대장이 1등을 취소시켰다는 소문이 떠돌자 전투원들은 더욱 침울한 분위기에 말려들어갔다. 1등을 끝내 남들한테 주었다는 아쉬움때문이 아니였다. 그것이 온 려단적인 문제로 되였다는 생각에 더더욱 큰 수치를 느끼는것이였다.

전투원들은 작업장에 나가 롱말 한마디없이 묵묵히 함마질을 하고 흙을 날랐으며 병실에 돌아올 때에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한사람 일손을 더디게 놀리지도 않았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는 병실에 들어가 얼빠진 사람들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다.

평대원들만 그러는게 아니였다. 중대장이나 소대장들도 침울한 낯색을 하고 전투조직을 했으며 작업을 지휘했다.

려단참모장이 대대에 내려왔다 간지 이틀째 되던 날 아침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밤사이에 누군가가 《신암대대》라고 새긴 기발을 기발대에서 한m나 더 되게 내려놓은것이였다. 그것은 대대가 《죽어》버렸다는 의미에서 누군가 결김에 그런 왕청같은 일을 한것이였다.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아 맥없이 늘어져있는 그 기발을 보면서 온 대대가 기가 막혀하며 수군수군하고있을 때 이 사건이 최진혁대대장에게 보고되였다.

최진혁은 당장 대대지휘부에서 뛰쳐나와 자기 눈으로 내려진 기발을 보자 격노하여 직일근무성원을 불렀다.

《대대폭풍!》

벼락치듯 하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대대가 모이였다. 대대의 머리우에 떠도는 무겁고 침침한 공기를 페부로 느끼자 최진혁은 가까스로 격노한 감정을 눅잦혔다. 했으나 인차 말이 되지 않아 한참이나 모지름을 썼다.

《동무들! 누군가가 우리 신암대대의 명예를 훼손시켰습니다. 돌격대원의 자격이 없는 한사람이 우리 신암의 얼굴에 흙칠을 해놓았단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신암대대가 죽은것은 아닙니다. 난 누가 우리의 저 돌격대기발을 내려놓았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기발을 내려놓은 동무가 있다면 심한 조직규룰 위반임을 자각하십시오. 잘못 생각하고있습니다. 우리 신암의 300명 청년돌격대원들은 아직 심장이 뛰고있으며 피가 끓고있단 말입니다. 우린 자기들의 손으로 대대의 얼굴에 누군가 들씌워놓은 이 수치를 씻어야 합니다. 그 수치를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우리 자신들이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야?! 어느 자식이 신암의 얼굴에 먹칠을 했어?!》

《대대장동지, 표식말뚝을 옮긴자를 찾아냅시다. 찾아내여 우리 돌격대에서 쫓아버립시다!》

대렬에서 분개한 목소리들이 튀여나왔다.

전체 대렬이 술렁이였다.

《쫓아내자!》하고 입을 모아 부르짖었다.

《동무들!》

최진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인차 모두들 조용해졌다.

《기발을 올립시다!》최진혁이 쩌렁쩌렁 울리게 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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