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11 회 )

 

제 1 편

 

11

 

고속도로지원용으로 모아들인 장작단들을 가득 실은 자동차는 연유가 해결되지 않아 읍에서 낮시간을 다 보내고 저녁어스름이 깃들기 시작할무렵에야 공사장을 향해 떠났다.

이날따라 추위는 더욱 모질었다.

누구 한사람은 운전실에 타고가도 되였지만 정철수와 허광식은 서로 내려가라고 떠밀내기를 하다가 결국은 둘 다 적재함우에 남았다. 장작무지에 우묵하게 자리를 내고 벼짚까지 깔아놓은 다음 들어가 박히니 처음 한동안은 꽤 견딜만 하더니 자동차가 출발한지 반시간도 못되여 추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이 시리기 시작하여 발가락을 부지런히 꼼지락거려보았는데 소용이 없었다. 발이 얼어서 감각을 잃어버리자 이번에는 뒤집어쓴 솜옷짬으로 맵짠 추위가 스며들어 온몸이 떨려났다.

《광식이, 이러다간 적재함우에서 동태귀신이 되는게 아니야?》

《철수동지, 그러지 말고 이제라도 운전칸에 내려가라요. 난 새 모내의를 입어서 일없어요.》

《광식동무나 내려가라구. 이 형님은 견딜수 있단 말이야.》

두사람이 솜옷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며 말을 주고받는데 기세좋게 달리던 자동차가 웬일인지 재채기를 하면서 멈춰섰다.

《운전사동무, 왜 그래요? 고장이예요?》

솜옷속에 머리를 틀어박은채 허광식이 소리쳤다.

《넨장!》운전실문짝을 탕소리가 나게 열고 나오면서 운전사가 적재함우에 대고 소리쳤다.

《다들 동태귀신되지 않았나?》

허광식이 대답대신 키득거리였다.

《왜 섰어? 고장났어?》

정철수가 역시 솜옷속에서 웅얼웅얼 물었다.

운전사는 밖에 내려서서 기관실덮개를 열어제끼더니 화가 난 소리로 중얼댔다.

《이거 어두워서 알수가 있나. 여, 두더지들, 그렇게 박혀있지만 말구 한사람 내려오라구. 라이타가 있지? 어두워서 무슨게 고장인지 알겠어?》

《고장이야요?》

반갑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소리에 할수 없이 솜옷속에서 얼굴을 내밀던 허광식이 《에크! 벌써 새까매졌네! 여기가 어데야?》하고 놀라서 중얼거렸다.

《하참, 하필 여기서 고장날건 뭐야. 갑문다리우가 아니야?》

정철수가 장작무지속에서 나오며 중얼거리였다.

아닌게 아니라 자동차가 서있는 다리아래로는 어둠속에서 번들거리는 강물이 어슴푸레하니 내려다보였다. 그것만 봐도 가슴이 서늘해지는판인데 다리우로는 바람이 맵짜게 불어쳤다.

《여, 좀 빨리 내려오라구.》

《내려간다구ㅡ》

선하품을 하듯 늘어지게 말하며 정철수가 아래로 내려갔다.

기름방망이에 불을 겨우 붙여가지고 기관실안을 들여다보던 운전사가 《챠ㅡ》하며 랑패스런 상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도중에 말썽을 부리지 않겠나 해서 우려했던 발전기피대가 끊어져 나간것이였다.

《안되겠군. 동무들은 여기서 기다리라구. 내가 은률읍에 가서 어떻게 좀 변통해오겠으니.》

《아니, 은률읍에까지요?》

허광식이 기겁을 해서 소리질렀다. 운전사가 은률읍에까지 갔다오자면 몇시간이 걸려야 할지 모르는것인데 그사이에 갑문다리우에서 떨 생각을 하니 끔찍한것이였다.

《할수 없지. 은률읍에 들어가는수밖에. 동무넨 남아서 기다리라구.》

《아니, 피대가 끊어질것 같으면 미리 점검해보고 대책을 세워야지 여기다가 차를 세워놓으면 어떻게 해요?》

《여, 점검을 안한줄 알아? 별수 없단 말이야. 낡은 피대를 교체해주지 않으니 내라고 어쩌는수가 있는가.》

《예비라는게 있어야 할게 아니야요. 운전사란게 그만한 마련두 없이 어떻게 차를 끌어요. 돌격대원이라는게.》

《광식동무, 그만하라구.》

화를 내는 허광식을 눌러놓고 정철수가 너그럽게 말했다.

《운전사동무, 기다릴테니 갔다오라구.》

운전사는 바람세찬 다리우에 그들을 남겨놓고 가는게 아무래도 미안했던지 《이거 안됐소. 넨장, 공사장까지는 견디여줄줄 알았는데.》하고 변명하듯 말했다.

갑문다리우에는 그들 두사람만 남았다. 깊은 밤이여서 지나가는 자동차 한대 없었다.

바람은 그냥 한본새로 불어쳤다. 두사람은 다시 장작더미속으로 파고들어갔다. 벼짚북데기속에 몸을 잠그고 운전칸에 있던 얇은 모포까지 가져다가 함께 푹 뒤집어쓰니 한결 바람막이가 되였다. 운전사가 은률읍에까지 들어가 일을 보고 오느라면 시간은 퍼그나 걸릴것이다. 날이 다 밝아서야 돌아올지도 모른다.

허광식은 북데기속에 들어가서도 운전사를 욕했다. 그렇게 책임성없는 운전사가 어떻게 돌격대에 뽑혀왔는지 모르겠다고 볼부은 소리를 했다.

《광식동무, 그만하라니까. 운전사를 그렇게 탓할 일도 아니야. 지금은 어려운 시기가 아니야. 우에서 자동차부속을 예비로 쓰라고 내여주는것도 아니거든.》

《그게 문제란 말이예요. 나라사정 어려운것을 등대고 할수 없다는 식으로 팔짱끼고 앉아있는 사람들말이예요. 그러니 이 자동차도 이렇게 서버린거지요. 지금 대대에선 동무들이 화목이 없어서 추위에 떨고있을게 아니야요. 그런데 장작싣고 간다는 차가 이 꼴이 됐으니 나참!》

《정말 야단은 야단이야. 지금 대대에선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겠는데. 봉희랑 연약한 처녀들이 꽁꽁 얼겠군.》

《야ㅡ 차라리 내려가 불이라도 피웠으면 좋겠다. 부디부디 날바다우에서 고장날건 뭐야.》

《화토불생각이 나나? 그럼 장작 한단 내리여서 불을 피울가?》

정철수는 모포속에서 소리없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허광식이 대뜸 큰일이나 난듯이 《뭐라구요? 장작을 내린단 말이예요?》했다.

《왜? 난 광식동무가 추워하기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다고 해서 저 하나 덥게 지내자고 이 나무를 헐어내여 불을 피운단 말이예요? 동무들이 지금 모두 떨고있겠는데 량심없이.》

정철수는 그제서야 하하 소리내여 웃었다.

《광식동무, 사실은 말이야 광식동무가 어쩌는가 해서 한번 해본 소리야.》

《체, 이 허광식일 어떻게 알아요. 나도 고속도로건설에 탄원하여나온 당당한 돌격대원이란말이예요. 이 허광식이라구 뭐 영웅이 되지 못한다는 법이 있어요?》

《야! 이제 보니 허광식이 괜찮은데. 영웅이 될 꿈을 꾸는건 좋은거야. 아니, 될수 있지, 있구말구. 하, 그런데 이거 이젠 엉치까지 얼어드는구나! 갑문바람이 세긴 센데그래. 광식이, 나한테 바싹 다가붙으라구.》

《이러다간 날바다우에서 정말 동태귀신이 되는게 아니야요? 장작을 가져가지두 못하구 말이예요. 넨장!》

《그럼 허광식이 영웅이 돼보게? 견디여내자구. 우리가 한번 서해 동장군하구 겨뤄보잔 말이야.》

《철수동지.》

《왜?》

《우리가 대대를 위해 나무 한가치 태우지 않고 이렇게 고생하는거 동무들은 알지도 못하겠지요?》

《모를테지. 우리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동무들이 어떻게 알겠어. 광식동문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나?》

《누가 그렇대요.》

허광식은 갑자기 말을 끊었다.

정철수가 침묵을 깨뜨렸다.

《무슨 생각을 해? 광식동무.》

《이상하지요. 동무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걸 모를수 있는데 마음은 이렇게 편하고 기쁘니 말이예요.》

《그건 우리한테 량심이란게 있기때문이지. 동무들을 위하구 집단을 위한다는 긍지감때문이기도 한거야. 사람은 말이지 자기가 좋은 일을 할 때 마음이 깨끗해지고 즐거워지는 법이야.》

《철수동지는 그런것도 다 아는데 난 말이예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살지 못했거던요. 내 철수동지한테 솔직히 말하는데 그전에는 동무들과 집단을 위해 일한게 없어요. 오히려 나쁜 행동을 했지요. 한번은 말이예요. 중학교때 있은 일인데 앓는 동생때문에 학교에 못간다구 동무들한테 거짓말을 하구선 다른 학급애들과 함께 남의 집 담장에 얹어놓은 반두를 채가지고나가 온종일 강에서 고기잡이를 했거던요. 그날 고기를 듬뿍 잡았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기쁜것처럼 기쁘지는 않더군요. 아니, 영 기쁘지 않았어요. 철수동진 아마 그런 나쁜짓은 한번도 안했겠지요?》

《그건 모르는 소리야. 이 정철수라고 왜 그런 일이 없었겠어. 문제는 자기를 채찍질하면서 좋은 사람이 되는거야. 광식이, 우리 앞으로는 좋은 일만 하자구. 고속도로공사장에서 돌격대원의 영예를 빛내이잔 말이야. 어어ㅡ이거 정말 죽여주는군. 광식이, 꽤 견딜수 있겠어?》

《걱정말라요.》

《잠들지 말라구. 잠들면 얼어죽고말아. 몸을 자꾸만 움직이라구.》

두 사람은 끝없이 중얼거리였다.

그것은 추위를 잊어버리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것이였다.

 

리선명후방참모는 지원물자를 가지러 군에 와있다가 고속도로공사장에서 최진혁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밤도 깊어 자정이 가까와오는무렵이였다.

《후방참모동무요? 어떻게 된거요? 후방물자를 타지 못했으면 당장 급한 장작부터 실어보내라고 내 말하지 않았소.》

밤늦도록 필요한 후방물자들이 마련되지 않아 온 읍거리를 뛰여다니다가 수화기를 통해 울려나오는 최진혁의 추궁투의 말을 듣자 리선명은 한순간 뗑해졌다. 화목차부터 보내라니 이건 무슨 소린가. 그러지 않아도 온 대대가 불을 때지 못한 병실에서 덜덜 떨 일을 생각하여 최진혁대대장의 지시대로 화목부터 먼저 실어보내고 자기는 모자라는 기초식품을 마저 확보한 다음 다른 차편을 리용하려고 떨어진 리선명이였다. 기초식품이라는것은 떨어지는 구실을 대기에 필요한것이고 사실은 다가오는 설날을 앞두고 특식준비를 위해 고기나 물고기, 밀가루같은것을 계획외에 더 구해보려고 사업을 시작한 그였다. 설날이 당장 코앞에 다가온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앞으로 후방참모가 해야 할 일이니 지금부터 미리미리 사업해다가 저축해두는것도 나쁘지는 않은것이였다. 설대목에 이르러 물자를 마련하자면 바쁠것이였다.

하여 떨어진것인데 그런 전화가 온것이였다.

《아니, 대대장동지, 무슨 말씀입니까? 정철수하구 허광식이 장작을 싣고 초저녁에 떠났는데요. 아직도 거기 도착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뭐요? 그게 무슨 소리요?》

수화기로는 펄쩍 놀라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화목차가 초저녁에 떠났단 말이요? 그렇다면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있단 말이요?》

《제가 알게 뭡니까? 왜 안도착했는지. 자동차는 틀림없이 떠났습니다. 제가 주의사항까지 일러주어서 떠나보냈단 말입니다.》

《이거 사달이 났구만.》

최진혁이 난감해서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소리쳤다. 《후방참모동무, 거기서 지금 차 한대 얻을수 없소?》

《왜 그럽니까?》

《왜가 뭐요. 보나마나 그 자동차가 오는 도중에 고장이 나서 서있거나 다른 사고가 난것 같은데 빨리 찾아떠나야 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이제 차를 사업해가지고 찾아떠나겠습니다. 그 사람들을 찾아서 사연을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빨리 그래주오. 넨장!》

저쪽에서 뭐라고 화가 난 소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리선명은 급해맞았다. 특식감을 한가지라도 더 구해보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엊저녁에 제가 직접 화목차를 타고 떠났어야 할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 동무들끼리 떠나보냈다가 정말로 큰 사고라도 쳤으면…

리선명은 송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곧장 자기가 이미전부터 알고있는 군인민위원회의 소형반짐차운전사네 집을 찾아갔다. 인민위원회 일군들과는 래일 아침에 소형차를 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소형반짐차운전사는 아닌밤중에 찾아와 당장 공사장으로 떠나자는 리선명에게 지금이 어느 때인가고 맞갖지 않아하며 투덜거리였다. 그러다가 리선명이 장작 싣고가던 자동차가 벼랑우에서 굴러떨어져 인명사고라도 났을지 모른다고 말해서야 다른 소리를 못하고 집을 나섰다.

운전사가 차상태를 점검해보고 물을 끓여 랭각수를 넣느라고 시간을 지체하다나니 새벽이 가까와올 때에야 출발했다.

리선명은 달리는 차우에 앉아가면서도 도무지 안절부절을 못했다. 운전사를 발동시키기 위해 일부러 화목차가 요란한 사고라도 난것처럼 꾸며서 말했는데 지금은 정말로 그런 사고가 났으면 어쩌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때 봐야 바빠할줄 모르고 욕을 해도 타지 않을 늘어빠진 성미같은 운전사의 투덕투덕한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욕이 나갔다. 떨고있는 대대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무사히 가닿아야 한다고 단단히 강조를 해서 떠나보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정말 큰 사고라도 내지 않았을가?

《좀 더 빨리 갈수 없겠소? 운전사동무,》

소형반짐차가 읍거리를 벗어나자 리선명이 초조해서 말했다.

《아, 거 너무 보채지 마우.》

길이 미끄러워 긴장하게 운전하던 운전사가 짜증을 냈다. 사흘전에 눈이 내리여 길은 온통 눈이 다져져서 얼음판처럼 되여버렸다. 전조등불빛에 길녘의 눈덮인 논판들이 얼른얼른 지나갔다. 바람이 태질하면서 하얗게 말아오는 눈보라가 차창을 때리였다. 그때마다 시야가 막히군 했다.

차가 신암경내를 벗어나 퍼그나 달리였는데 화목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고를 쳐서 길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면 지나쳐버릴수도 있어 눈여겨 보았으나 그런 흔적조차 없었다. 자동차가 평지의 도로에 들어서서야 리선명은 긴장감이 조금 풀리였다. 산지대를 벗어나자 바람은 더 세차졌다.

차는 퍼그나 시간이 지나 은률읍을 지나쳤다. 갑문다리에 채 못미처 사람의 형체가 눈보라속에서 나타났다. 뽀얀 눈보라속을 혼자서 걸어가던 사나이가 차의 강렬한 조명등빛을 피하여 벙어리장갑을 낀 한손으로 눈을 가리우며 다른 손을 높이 들어보이였다. 차를 좀 세워달라고 소리치는것 같았다. 얼굴만 드러나게 푹 눌러쓴 개털모자에는 성에인지 눈가루인지가 하얗게 불리였다.

《저게 강선일이 아니야?》

운전사가 용케 알아보고 중얼거리였다. 그는 읍내의 운전사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것이였다.

강선일이라는 소리에 리선명이 그가 바로 화목을 싣고 떠난 자동차운전사라는것을 알고 놀라는데 운전사가 차를 세우며 운전실문을 급히 열었다.

《여, 강선일이, 어떻게 된거야? 차는 어디에 있어?》

강선일은 대답을 못하면서 몸을 별로 힘들게 움직여 운전칸안으로 올라왔다. 리선명이 초조해하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다우쳐 물어서야 그는 와들와들 떨면서 어깨에 걸고있는 피대를 가리켜보였다.

《발전기피대가 끊어졌던게구만.》

소형반짐차운전사가 인차 알아차리고 말했다.

강선일운전사는 은률읍에 들어가 오래전에 어느 공사장에 동원되였다가 알게 된 한 운전사네 집을 겨우 찾아내여 발전기피대 하나를 용케 얻었다. 친구가 자고 가라는것을 갑문다리우에서 떨고있을 정철수네를 생각해서 그 길로 돌아섰는데 도중에 허기진데다가 추위에 꽁꽁 얼어버리였다. 소형반짐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갑문다리까지 가내지 못하고 쓰러졌을수도 있었다.

강선일이 운전실에 올라와 오륙이 조금 풀리자 자초지종 사연을 말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였다. 강선일이 쓰러질번 했지만 다행히 제때에 차를 만났으며 또 화목차가 큰 사고를 낸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정철수네가 걱정되였다. 갑문다리우에서라니 그곳은 바람이 더 세찰게 아닌가. 이 똑똑치 못한 강선일이때문에 그 친구들이 고생을 하겠는데 하고 리선명은 생각했다.

차는 뽀얀 눈보라속을 냅다 달리였다. 갑문다리입구에 이르자 화목차가 보이였다. 왜서인지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추위와 적막속에 자동차만 서있었다.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리선명은 소형차에서 뛰여내리기 바쁘게 화목 실은 차에로 달려가며 《정철수! 정철수동무!》하고 찾았다. 그 소리를 듣기 바쁘게 운전실안에서 뛰쳐나와야 할 사람들인데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뒤따라 다가온 운전사가 주변을 두릿두릿 살피며 중얼거리다가 묻는듯한 눈길로 강선일을 돌아보았다.

《글쎄말입니다.》

강선일이 자기도 모르겠다는듯 애매한 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황황히 적재함우로 올라갔다.

자동차에 실어놓은 장작무지를 어둠속에서 들여다보던 강선일이 아래에 대고 《후방참모동지, 여기에 있습니다.》하고 소리쳤다.

잔뜩 겁에 질린듯한 목소리였다. 《동무들! 여, 동무들!》하고 장작무지에 대고 정신없이 찾았다.

리선명이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적재함우로 올라갔다.

어두워서 인차 앞을 분간할수가 없었다. 적재함우로 올라온 운전사가 전지불을 비쳐주어서야 장작무지속에서 낡은 모포를 뒤집어쓰고있는 두사람을 보았다. 두사람은 기척이 없었다. 꽁꽁 얼어서 온몸이 가드라들고 말도 못하는것이였다. 와들와들 떠는것만이 알리였다.

《야단났군!》

조금만 더 지체했어도 큰일날번 했다고 생각하며 리선명이 한순간 난감해서 부르짖었다. 이어 빨리 반짐차에 옮겨가야겠다는데 생각이 미치였다.

세사람은 바삐 서두르며 정철수와 허광식을 소형반짐차로 날라갔다. 다행히도 차는 운전실이 넓어서 운전사외에도 서너명은 탈수 있었다.

《정신들이 쑥 나가지 않았어. 이치들이 운전칸에 내려와있으라 했는데 적재함우에서 얼건 뭐야.》

강선일이 무슨 변명을 하듯이 중얼거리였다. 죄책감때문에 하는 소리인줄 알면서도 리선명은 자기도 모르게 화를 냈다.

《운전칸이라고 뭐 낫겠어. 장작을 지키자고 그랬을수도 있지.》

《그렇다면 모닥불이라도 피울게지 장작을 한차판 두고 그냥 얼건 뭡니까.》

《그만 두덜대라구. 이 동무들은 뭐 불을 피우면 얼어죽지 않는다는걸 몰라서 그랬겠소? 빨리 피대를 끼우오. 발동을 걸고 따라오오.》

리선명은 그렇게 말해놓고 시르죽은 상이 되여버린 강선일운전사를 보자 공연히 화를 냈다고 후회했다. 강선일의 심리가 리해되는것이였다. 자기 불찰로 동무들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였다는 죄책감에 몸둘바를 몰라하던 나머지 그렇게 말한것이 아닌가.

리선명은 화목 실은 차가 순조롭게 발동이 걸리는것을 보고서야 소형반짐차운전사에게 말했다.

《빨리 가주오. 빨리 가야 한단 말이요. 제발 긴장하게 몰아주오. 대대에까지 사고없이 가닿게 말이요.》

운전사는 순순히 말을 들어주었다.

리선명은 차가 달리는동안 정철수와 허광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의식은 있는것 같은데 두사람 다 말은 못했다. 이런 일을 여직껏 당해본적이 없는 그로서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대대에까지 가닿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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