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9 회 )

 

제 1 편

 

9

 

일은 오응세네 1소대남자들의 발기로 벌어진 춤판에 몰려나갔던 처녀들이 언제 맥을 놓고 우울해있었던가싶게 웃고떠들며 들어온 직후에 있었다.

독고봉희가 병실안으로 들어오기 바쁘게 무엇이 없어졌다고 잠자리주변을 뒤지며 돌아갔다. 춤판에 나가기 전에 봉희는 배낭안에서 사품들을 꺼내놓고 정리하고있었는데 남자들이 춤판으로 끌어내는바람에 급히 배낭정돈을 해놓고 나간다는게 한쪽에 따로 내놓았던 자그마한 주머니 하나만은 잊어먹고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하였다. 춤판에 들어가서야 봉희는 그 귀중한 주머니에 생각이 미치였다. 리영국과 짝패가 되여 춤을 추고나서 또 무슨 일이 있어 춤판이 끝난지도 조금 지나서야 들어와 찾아보니 분명 잠자리우에 꺼내놓았던 그게 없어진것이였다. 행여나 배낭속에 넣고서도 그러지 않나 해서 다시 뒤져봤으나 없었다.

독고봉희가 울상이 되여 부산을 피우는것을 본 서영옥이 맞갖지 않게 말했다.

《정말 복잡하게 그러누나. 너 왜 그러니?》

《꽃씨때문에 그래요. 여기에 놔두었댔는데. 언니, 아까 나갈 때 병실정돈하면서 그거 못봤어요?》

《꽃씨라니? 무슨 꽃씨말이냐?》

《자그마한 주머니예요.》

《못봤다.》

《정돈할 때 치우지 않았으면 어디 갔겠어요?》

《야, 너 그럼 내가 훔치기라도 했다는거냐?》

《누가 그랬대요 뭐.》

《그럼 뭐냐? 얘얘, 피곤해서 죽겠다. 찾겠으면 래일 아침에나 찾아보렴. 넌 도대체 여기 꽃을 가꾸러 왔니, 일을 하자고 왔니. 복잡하게.》

《서영옥동무, 그렇게까지 말할거야 있어요.》

옆에 있던 민옥숙이 보다 못해 끼여들었다. 서영옥의 말투에서 상대를 내리누르지 못해하는 좋지 않은것을 느낀것이였다.

서영옥이 이번에는 민옥숙을 향해 발끈해서 내쏘았다.

《얘, 넌 또 왜 그러니? 왜 모두들 나를 어쩌지 못해 야단이니? 내가 잡아먹을 돼지냐?》

서영옥이 춤판에서부터 축적된 감정이 있어 그런다는것을 알리 없는 민옥숙이 놀라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서영옥동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조용하라요. 이건 뭐예요?》

김정옥소대장이 한마디 해서야 잠잠해졌다.

독고봉희가 끝내 주머니를 찾지 못한채 새침해서 앉아있는데 선동원사업때문에 중대부에 갔던 김성순이 들어왔다.

《왜 그러니?》

눈물이 가랑해있는 독고봉희를 보고 김성순이 의아해서 물었다.

봉희는 뾰로통해서 대답이 없었다.

《보물주머니를 잃어버렸댄다ㅡ》

서영옥이 별스레 말꼬리를 길게 끌며 한마디 했다.

《보물주머니라니? 오ㅡ그거말이냐?》

김성순은 생글생글 웃으며 자기의 머리맡에 건사했던 꽃천으로 만든 자그마한 주머니를 꺼내보였다.

《너 이것 보구 그러니? 아까 뒤늦어나가면서 보니 네가 있던 자리에 이게 있더구나. 찾는 사람이 있으면 줄려구 내가 건사했댔다.》

울상이 되였던 독고봉희는 《어마나!》하면서 덮치듯 가져갔다.

《그게 보물이라는거냐?》

《보물은 무슨 보물이겠어요. 꽃씨예요.》

《아니, 꽃씨라니?》

《자, 동무들, 취침시간이예요.》

김정옥이 말했다.

처녀들은 자리에 들자마자 인차 잠들었다. 피곤이 몰린것이였다.

녀성소대라고 해서 지휘부에서 특별히 생각하여 장작을 조금 배정해주어 불을 한아궁 때기는 했지만 숙소안에는 썰렁한 기운이 돌았다.

김성순은 자리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금전에 서영옥이 《보물주머니를 잃어버렸댄다.》하던 말이 귀전을 울리는것만 같았다. 서영옥동무는 왜 그렇게 비꼬는투로 말했을가? 독고봉희와 무슨 일이 있었을가? 그런데 그 생각은 인차 뒤전에 밀려나고 서길산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 동문 그때 왜 이상하게 굴었을가? 왜 동무들의 말에 짜증을 냈을가?

오늘 오전이였다.

그때 로반성토작업장에서는 오응세네 1소대 남자들과 녀성소대 처녀들 몇이 모여앉아 잠시 휴식을 하고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져있는 운성대대 작업장에서도 역시 휴식을 하고있는데 그쪽에서 누군가 《여, 신암대대ㅡ》하고 찾았다.

독고봉희에게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준다면서 한참 웃기는 소리를 하던 정철수가 《왜 그러나?》하고 물었다.

운성대대에서 조금전에 말을 걸어오던 얼굴이 까뭇하고 머리칼이 노란 청년이 《동무네 대대에서 표식말뚝을 옮겨꽂은게 아니야?》하고 물었다.

그 소리에 신암쪽에서 모두들 무슨 도깨비소리를 하는가 하는 낯색을 짓는데 정철수가 시답지 않아하는투로 소리쳤다.

《그건 무슨 소리야? 말뚝은 왜 옮겨꽂는단말이야?》

이번에는 노랑머리가 일어났다. 키가 크고 만만치 않게 체격이 버그러진 청년이였다.

《여기 말뚝을 뽑아낸 자리가 있어서 그러는거란말이요. 동무네 신암에서 누가 슬그머니 말뚝을 옮겨꽂지 않았는지 모르겠단말이야.》

그제서야 그쪽에서 걸어오는 말뜻을 깨달은 신암쪽에서 모두들 모욕감을 느끼고 웅성웅성했다. 정철수가 왈칵 화를 내며 일어났다.

《여! 동무, 우리 신암을 어떻게 보구 그래? 우린 경쟁에서 1등을 해두 당당하게 하지 그따위 량심없는짓이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야.》

《여여, 알게 뭐야? 그런 흑심을 가지고 표식말뚝을 옮겨놓지 않았으면 왜 구멍을 누가 보지 못하게 돌로 덮어놨겠는가 말이야.》

《여, 동무, 정말 말 다한거야?》

정철수가 참지 못하고 당장 달려가 붙어보기라도 할듯 기상이 험악해지자 상대쪽에서 그래도 점잖아보이는 청년 하나가 노랑머리청년을 눌러앉히며 신암쪽에 대고 사과의 말을 걸어왔다.

《신암동무들, 모욕감을 느꼈을수 있는데 우리 동무가 신중치 못하게 말해서 안됐소. 표식말뚝이야 려단에서 작업구간들을 나누어줄 때 잘못 꽂았다가 옮겨갔을수도 있는것이구 또 구멍우에 덮어놓은 돌도 그때 누가 생각없이 그렇게 했을수도 있지 않소. 그러니 리해하라구.》

그제서야 신암쪽에서 분개하여 웅성웅성하던 소리가 가라앉았다.

정철수만은 자리에 앉아서도 성이 채 가라앉지 않았다.

《저 노랑머리친구 한대 가서 줴먹이고싶은데. 우리 신암대대를 모욕해두 분수가 있지. 누가 량심없이 말뚝을 옮겨꽂는단말이야.》

정철수의 화를 내는 모양을 지켜보던 서길산이 약간 별난 웃음을 지어보이며 시까슬러대듯 말했다.

《철수, 말뚝이 잘못 꽂혀서 누가 제대로 옮겨놓았으면 잘한것이지 뭘 그래. 거기에 량심은 또 무슨 량심이야?》

정철수는 의아해서 서길산을 보다가 이번에는 그한테 화를 냈다.

《동문 무슨 당치 않은 소릴 하는거야? 이랬든저랬든 말뚝을 승인없이 옮겨놓았으면 그거야 량심에 털나온 행동이지 뭐야. 길산이, 동무가 우리 신암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동을 한게 아니야?》

《내가 신암의 명예를 더럽힌다구? 너 정말 그렇게 아무렇게나 말하겠어? 이 서길산이 자기 대대의 명예를 더럽힐 인간은 아니란말이야!》

《그만들 하라구. 그러다간 싸우겠어.》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던 한시호가 한마디 해서야 그들은 잠잠해졌다. 한시호가 머리를 기웃거리며 혼자서 중얼거리였다.

《정말 누가 자의로 표식말뚝을 옮겨놓은게 아니야? 그랬으면 야단인데.》

그때는 누구도 그 말뜻을 리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심각해졌다. 돌! 말뚝뽑은 구멍을 덮어놓았다는 그 돌때문이였다. 운성대대의 노랑머리청년의 말대로 흑심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돌로 구멍을 보지 못하게 덮어놓았겠는가. 정말 우리 대대의 누군가가 그런 떳떳치 못한 행동을 한게 아닐가 하고 모두들 생각하는것이였다.

작업이 인차 시작되여 말뚝에 대한 신경들은 그만 쓰게 되였다.

하지만 김성순은 그 일로 해서 심기가 편안치 않았다. 왜 그런지 자꾸만 서길산의 그때의 행동이 수상쩍게만 생각되면서 그가 정말로 그런 행동을 남모르게 한게 아닐가 하는 불안이 갈마드는것이였다. 내가 공연한 생각을 하는것이겠지 하면서도 의혹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자에게 그러지 않았는가고 따져물을수도 없었다. 동무들앞에서도 자기의 그런 심중을 내비치지 못하고 속만 태우다가 작업을 끝내고 병실로 돌아올 때 정철수를 조용히 불렀다. 정철수는 서길산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고 또 자기 김성순과 그들 두 사람들과는 개구쟁이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이니 그한테까지 속을 털어놓지 못할것은 없는것이였다.

《철수동무, 어떻게 생각해요?》

《뭘말이요?》

《아까 그 일말이예요. 표식말뚝을 옮겨놓았다는것 있잖아요. 혹시 서길산동무가 대대를 위한다면서 그런 왕청같은 일을 저지른게 아니예요? 난 왜서인지 마음이 불안해요.》

정철수는 한순간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볍게 소리내여 웃었다.

《걱정마오. 성순동무, 아까는 내가 그저 그렇게 말해본거지. 아무렴 서길산이 그런 너절한 짓을 하겠소. 난 친구를 믿소. 성순동무는 나보다도 그를 더 잘 알면서 그렇게 생각하오? 그 친구앞에 가서도 그런 말을 비치지 마오. 서〈대장〉성격에 일나겠소.》

성순은 그 말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차츰 의혹이 되살아났다. 《이 서길산이 대대의 명예를 더럽힐 그런 인간은 아니란말이야!》하던 그 말이 어쩐지 그의 편안치 않은 심기의 반영인듯이 생각되였다. 서길산동무가 정말로 그런 일을 했을가?

김성순이 그런 번거로운 감정에 싸여있는데 여태껏 잠든줄로만 알고있었더니 독고봉희가 편안치 않은듯 이불속에서 옴지락거리였다.

《자지 않니?》

봉희의 이불속으로 들어가며 김성순이 나직이 물었다.

봉희는 대답이 없었다.

성순이 다시 말을 시켜서야 《잠이 오지 않아요.》하고 봉희는 대답했다. 그리고는 까닭모를 한숨을 쉬였다.

성순은 그러는 봉희가 재롱스럽기만 했다. 이 귀염둥이소녀애같은 처녀한테 무슨 운명적인 큰일이라도 생겨 그렇게 꺼지게 한숨까지 쉬는것이람. 성순은 소리없이 방긋이 웃으며 봉희의 귀에 대고 속살거리였다.

《너 좀전에 서영옥동무한테서 무슨 말을 들은게 있어서 그러지?》

《글쎄 말 한마디를 해도 그렇게 기분상하게 말하면 어떻게 해요. 넌 꽃가꾸러 왔니 하면서 말이예요. 아까 군중무용을 하면서 다른 소대 남자들 듣게 소대장언니에 대한 뒤소리를 하기에 그러면 되는가고 내가 한마디 한것때문에 감정을 산거지 뭐예요.》

김성순은 깔깔 소리내여 웃고싶은것을 참으며 귀엽기만 한 봉희를 꼭 껴안았다.

《됐구나, 그만 하렴. 서영옥동무가 소대장동무에 대해서 무슨 소리 하는걸 듣구 네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렴 영옥동무가 그만한 일 가지구 널 〈복수〉하러 그러겠니. 별치 않게 생각하구 한마디 한거겠지. 동무들에 대하여 그렇게 나쁜 감정만 앞세우면서 말하면 안된다.》

《…》

《성났니? 요건 그저. 봉희야, 그런데 너 그 꽃씨는 무슨 꽃씨냐?》

그 따뜻한 목소리에서 친언니나 같은 정과 신뢰의 감정을 느낀 독고봉희는 대번에 속이 풀어져 입을 열었다.

《이제 봄이 오면 돌격대숙소앞에 심자구 그러지요 뭐.》

《뭐라구? 돌격대숙소앞에 심는단 말이냐?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구 꽃씨를 가져왔니?》

《난 꽃을 사랑해요. 아니, 사실은 어떻게 말해야 할가. 난 원래 장난 심하구 벌차기만한 사내번지기였지요 뭐.》

김성순은 이번에도 소리내여 웃고싶은것을 참았다. 복슬강아지처럼 귀엽기만한 봉희가 그렇게 벌찬 사내번지기였다니!

《웃기지 말구 말해봐라. 네가 어떻게 사내번지기였단 말이냐?》

《전말이예요. 오빠들이 셋이나 되는 집안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구 순서를 봐도 막내예요. 그러다나니 어려서부터 세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사내들이 하는 장난에만 끼여들었어요. 공차기도 하고 제기차기나 말타기놀음도 하고 개울창에 나가 고기잡이도 하면서말이예요. 어떤 때는 남의 집 울타리안에 새여들어가 추리를 따오기도 했답니다.》

독고봉희는 제풀에 우스워 입을 싸쥐며 《해해》 웃고나서 말을 이었다.

《우리 오빠들은 나를 데리고다니기 좋아했답니다. 그리구 우리 오빠들은 모두 세요. 동네에서 웬만한 아이들은 우리 오빠들한테 꼼짝 못했으니까요. 그런 오빠들이 막내동생인 나를 위하는데서는 꼼짝 못했어요. 그런데 군인민병원의사를 하는 우리 어머니는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사내들의 놀음놀이에만 끼여드는 저를 세워놓고 자주 책망했어요. 〈얘, 넌 처녀다. 녀자란말이야. 녀자는 녀자다와야지 오빠들과 어울려서 〈말타기〉놀음을 하다니 그게 뭐냐. 사내번지기지. 그런데다가 제 오빠들을 닮아 양말이 덞으면 벗어서 방구석에 처박아두지 않는가 하면 계집애라는게 옷맵시도 부릴줄 모르지. 그렇게 굴레벗은 망아지처럼 커서 이담에 어느 총각이 데려가겠니?〉하고말이예요. 성순언니, 전 그런 계집애였어요.》

독고봉희는 따스한 입김으로 성순의 귀를 간지럽히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인생의 아름다운 노래의 한구절과도 같은것이였다.

이 세상 어머니들치고 어느 어머니인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싶지 않으랴. 더구나 아들많은 집안의 외딸을 둔 어머니임에랴.

《얘, 너희들은 빨리 군대에들 나가거라. 사내들이란 억세고 용감해야지. 그러자면 군대에 나가야 해. 하지만 계집애에게 물고기잡이는 뭐구 〈말타기〉란 뭐냐.》

어머니는 자식들이 성화스러운듯이 말했지만 실은 무럭무럭 자라는 수두룩한 자식들이 대견스러워 그리고 행복에 겨워 해보는 말이였다.

그 아들들이 소년때를 벗는 차제로 군복을 입었다.

고향을 떠나 멀고먼 초소에서 고향과 조국을 지키는 장한 병사들로 되였다.

집안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어린 봉희는 오빠들이 모두 초소로 나가자 적적해졌다.

오빠들이 없으니 개울에 고기잡이 따라나갈 일도 없어졌고 또 《말타기》놀음은 누구와 하겠는가. 동네의 심술쟁이사내들이 깨물어주고싶도록 귀여운 계집애에게 못살게 굴며 장난을 걸어와도 지켜줄 오빠가 없으니 그것도 야단이였다.

《얘, 봉희야, 엄마한테 좀 나오너라.》

어느날 밖에서 어머니가 봉희를 불러냈다. 그날은 일요일이고 밖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였다.

어머니는 담장밑 공지를 삽으로 뚜지다가 봉희에게도 삽 하나를 쥐여주며 말했다.

《좋은 봄비가 내리는구나. 땅이 젖는데 우리 여기에다 꽃씨를 뿌리자꾸나.》

《엄마, 올해엔 여기에다 강냉이를 안심나? 아버지가 해마다 강냉이를 심는 자리가 아니예요. 아버지가 오시면 물어보고 심자요.》

봉희의 말대로 담장밑의 얼마 안되는 공지는 군관개관리소 기사장을 하는 아버지가 해마다 강냉이를 심어가꾸어 한여름이면 집안식구들에게는 물론 이웃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주어 풋강냉이맛을 보게 하던 곳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출장갔던 아버지가 마침 돌아와 꽃을 심는 모녀를 보고 서운해했다.

《여보, 당신은 무슨 바람이 불어 올해는 거기에 꽃씨를 뿌리오? 허, 올여름엔 거기서 나는 풋강냉이맛을 못보겠구만.》

어머니가 말했다.

《풋강냉이대신 꽃을 보는 재미도 있어요. 하지만 봉희 아버지한테 올해에도 풋강냉이맛은 보여드릴테니 걱정마세요.》

《모르겠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버지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이상하다는듯 혼자서 중얼거리였고 어머니는 그저 웃기만 했다.

결국은 아버지도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꽃씨를 뿌리였다. 세식구가 어쩌다가 함께 모여 일을 하니 더 흥겨웠다. 셋은 손을 댄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긋나긋한 버들가지들을 꺾어다가 꽃밭둘레에 꽃잎모양의 울타리도 둘렀다. 어머니는 작고 하얀 두손에 젖은 흙을 잔뜩 묻히고 호미질을 하는 딸애가 듣지 못하게 아버지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속삭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여보, 우리 저 사내번지기를 봉선화처럼 곱게 키우자구요.》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봉선화를 좋아하였다.

꽃밭에서는 씨앗을 뿌린지 얼마 지나서 연한 꽃모들이 자라오르고 인차 또 잎들이 피여났으며 가지들을 쳤다. 그러더니 싱싱하게 자라오른 가지들에 고운 꽃들이 피여났다.

어머니는 직장에서 퇴근해오면 드문히 봉희를 데리고나가 꽃밭에 물을 주거나 잡풀들을 함께 뽑아주군 했다. 아름다운 꽃들이 새로 피여나는것을 볼 때면 얼굴에 기쁨이 환하게 어리군 했다.

《봐라, 봉선화가 피였구나. 만수국도 망울이 지구. 이제 좀 있으면 백일홍도 피겠구나.》

지나가던 이웃들이 꽃밭을 보고 희한해했다.

《아이구야, 꽃들이 곱기도 하네. 봉희처럼.》

어머니의 얼굴에는 자랑이 함뿍 어리였다.

《우리 봉희가 가꾼것들이예요.》

《봉희가요?! 사내번지긴줄 알았더니 꽃밭 가꾼것을 보니 부지런하고 꽃을 사랑하는 처녀로구만요!》

이웃들이 가버리자 어머니는 말했다.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해준단다. 봐라,그렇게 부지런히 가꾸어 고운 꽃들을 피워놓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니. 사람이란 그렇게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줄 알구 좋은 일을 찾아할줄 알아야 한단다. 사람은 저 하나를 위해 사는게 아니란다. 사회를 위하구 사람들의 기쁨이 되는 좋은 일을 하면 그게 사람답게 사는거란다. 그래서 오빠들은 총을 잡고 초소에 서있는것이고 아버지는 직장일로 늘 집을 나가 사시는것이란다. 이 어머니는 또 그래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병을 봐주는거고, 너도 인제는 사내들 놀음에나 따라다니던 철부지계집애가 아니다. 그리고 녀자한테는 녀자다운 아름다움과 섬세한 감정이 깃들어야 한다.》

아마도 그것이 딸로 하여금 꽃을 가꾸게 한 어머니의 마음일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봉희는 소녀시절과 영영 작별을 한것인지 모른다.

봉희는 아름답게 피여난 꽃들을 보고 좋아하는 이웃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해마다 담장밑에 꽃씨를 뿌려서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까지 꽃모들을 옮겨심었다.

처음에는 줄당콩이나 강냉이 몇포기라도 심어먹는게 낫지 꽃은 무슨 꽃이냐고 하던 마을의 몇몇 완고한 어른들도 아름다운 꽃들이 호함지게 피여나고 마을에 꽃향기가 넘쳐나게 되자 봉희가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

봉희는 그때에야 비로소 자기에게 꽃을 가꾸는 습관을 붙여준 어머니의 마음이 더 깊이 리해되였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애에게 녀성다운 아름다움과 섬세한 감정이 깃들기를 바랐을뿐만 아니라 그 딸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던것이였다.

봉희의 이야기ㅡ 그것은 그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였다. 딸이 훌륭한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꽃씨를 가져왔구 또 동백꽃화분두 안고왔구나.》

성순의 눈앞에는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군인민병원 녀의사의 모습이(아마도 봉희처럼 아름다우리라.)그려졌다.

《봉희, 어머니들이란 그렇게 자기 자식들이 모두 훌륭한 인간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거야. 어머니들의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여기 건설장에 자기를 다 바쳐 일하자.》

《알겠어요. 성순언니, 어머니는 제가 돌격대에 탄원하여 여기로 올 때 이 꽃씨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떠나는 제마음을 다 리해해주셨답니다. 그리고 사람이 아름답게 사는것이 어떻게 사는것인가에 대해 말해주었답니다. 저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왔어요. 전 이 꽃씨를 우리 돌격대 앞마당에 뿌리여 꽃을 피우겠어요. 그리고 거기서 꽃씨를 받아…》

봉희는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성순의 귀에 대고 속살거리였다.

성순은 불시에 감동되였다.

《봉희, 그건 훌륭한 생각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니?》

《성순언니, 이건 언니에게만 말하는거예요. 아직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요. 제가 분수없이 제자랑하는 처녀가 될수 있거든요. 알겠어요?》

《응, 그러마.》

성순은 약속의 뜻으로 귀여운 처녀의 따뜻한 손을 꼭 잡았다.

 

두 처녀가 그렇게 잠들지 않고 속삭이고있을 때 대대지휘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아래에서는 경비분대장 김명식이 혼자서 부지런히 언땅을 뚜지고있었다. 한손으로는 정대를 쥐고 한손으로는 함마질을 했다.

달이 떠서 작업하기에는 별로 큰 지장이 없었다. 날씨는 여간 맵짜지 않았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대대지휘부는 논판 한가운데 자리잡아서 대동강쪽에서 동장군이 윙윙거리며 몰려들 때면 여간만 견디기 힘든것이 아니였다.

김명식은 벌써 한주일째 저녁마다 여기에 나와서 우물파기를 하고있었다. 낮에는 경비분대인원을 두세명 떼내여 같이 일했고 이렇게 늦은 저녁이면 모두 잠재우고 혼자 슬그머니 나와 했다.

경비분대라고 하지만 대대지휘부적으로 제기되는 병영건설이며 후방사업과 관련한 자질구레한 일들, 례하면 먹는 물을 길어오거나 창고정리를 한다든가 하는 일에 인원들을 동원시키고나면 경비선 인원들을 변변히 휴식도 못시키는 형편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려단적인 사회주의경쟁에서 1등을 하겠다고 온 대대가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는 때에 경비분대라고 경비임무 하나만 수행하겠다고 할수는 없는것이였다.그러지 않아도 정치지도원은 속보를 내다붙이고 구호판을 만들거나 그밖에 그러루한 일감이 제기되면 경비분대사람들을 찾았으며 또 대대장은 대대장대로 지휘부건물을 꾸리거나 주변정리같은것은 경비분대에 시키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후방참모 리선명은 리선명이대로 후방보장사업에 일손이 딸린다고 쩍하면 경비분대장을 찾아서 인원을 한두명만 동원시켜달라고 사정을 했다.

하여 늘 경비조직을 하기 힘들어 분대장이 머리를 써야 했는데 김명식이 자진하여 우물파기를 발기하고 경비분대의 력량만 가지고 물문제를 풀 잡도리를 한 다음부터 일은 더 긴장하게 되였다.

인원을 푼푼히 쓰지 못하다나니 속도는 굼떴다. 한주일이 되여오는데 겨우 사람 한기장쯤이나 되게 파들어갔다. 하긴 언층을 뜯어내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다나니 그렇게 되였다. 정전직후에 개울을 메운 자리라니 물줄기가 있기는 있겠는데 아직은 영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명식이 혼자서 떵떵 함마질을 힘들게 하는데 머리우에서 《명식동무ㅡ》하는 녀자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정옥이였다. 김명식이 일손을 멈추고 올려다보니 김정옥이 수건도 두르지 않은 맨머리바람으로 달빛을 받으며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는 김명식이 우물파기를 시작한 첫날부터 매일과 같이 대원들을 잠자리에 들게 하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어두운 병실을 살그머니 빠져나와 여기로 오군 했다. 온종일 대원들의 앞장에 서서 무거운 질통을 지고 달리고나면 기진맥진하여 저녁이면 쓰러져 일어나기 힘든 지경이 되여버리지만 영예군인이라는 불편한 몸으로 대대의 물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애쓰는 김명식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싶고 또 한편으로는 그 끈질긴 성미에 혼자서 함마질을 하고 흙바께쯔를 들고 사다리를 오르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여 나오는것이였다.

김정옥은 누구보다도 김명식의 몸상태를 잘 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으며 한달전에 약혼식까지 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반년전에 군대에서 제대되여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우연히 한 렬차를 타고왔다. 군대에 나가기 전에는 같은 군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여 모르는 사이였는데 제대증을 받아들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 같은 고장출신들이라는것을 알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단지 한고장태생이라는 생각에 반가움만 있었지 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렬차가 고향의 읍거리에 들어서기 전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두 사람은 고향의 낯익은 산촌이 눈앞에 펼쳐지면서부터 안절부절 못하고있다가 초조감을 못이겨 먼저 렬차승강대쪽으로 나와있는데 갑자기 문가에 서있던 김명식이 《앗, 저게 뭐야!》하고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조금 떨어져있던 김정옥이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김명식은 날쌔게 문을 열고 달리는 렬차우에서 바람같이 몸을 날려 뛰여내리였다.

그것은 실로 눈깜박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였다.

차창너머에서 아이들의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김정옥이 밖으로 몸을 내밀려고 할 때 뒤미처 나타난 렬차원처녀가 위험하다고 소리지르며 제대군인처녀를 무작정 안으로 잡아끌었다.

렬차는 그때 자그마한 철다리를 건너가고있었다. 아이들의 비명소리는 렬차가 다리목에 들어섰을 때 들린듯 했는데 이미 그곳을 지나쳐서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었다. 렬차가 철다리를 건너왔을 때에야 이미 차창을 내다보고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철다리아래의 강물에 아이들이 빠졌다는 소리가 나돌았다.

김정옥은 그때 자기도 뛰여내리지 못한것이 한스러웠다. 렬차원처녀가 암팡진 소리를 지르면서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자기도 아이들을 구원하려 김명식을 따라 뛰여내렸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명식이만 뛰여내리고 김정옥에게는 주인이 떨구어놓은 제대병사의 배낭만 맡겨진것이였다.

렬차는 무던히도 천천히 달리는것 같았다. 김정옥은 초조감에 시달리다가 렬차가 철도역에 들어서기 바쁘게 배낭 두개를 량어깨에 하나씩 메고 철다리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숨이 턱에 닿아가지고 겨우 철다리에 이르렀을 때 이미 제대병사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을 통해서 알아보니 김명식이라는 그 제대병사는 달리는 렬차우에서 뛰여내릴 때 허리를 상했는데 그 몸으로 물에 빠진 어린 소년을 구원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는것이였다.

김정옥은 며칠후에 병원에 입원해있는 그를 찾아갔으며 그가 군대때 임무수행중 부상을 당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제대된 영예군인이라는것을 알았다. 김정옥은 그런 몸으로 달리는 렬차에서 뛰여내려 위험에 처한 소년을 구원한 그 훌륭한 청년을 잊을수 없었으며 하여 자주 병원에 면회를 갔다. 그 나날에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그들은 1년후에 약혼식을 했다.

그리고 한달후에는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바로 그무렵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평양과 남포사이를 련결하는 새 고속도로건설에로 청년들을 불러주시였다는 격동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전달하는 모임이 있은 날 저녁 김정옥은 흥분된 마음을 안고 김명식을 만났다.

《명식동지, 결혼식을 미루면 안되겠어요?》

《왜 말이요?》

《고속도로건설에 나가고싶어서 그래요.》

김명식은 대뜸 그의 심정을 리해했다.

《잘 생각했소. 우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총대로 보위한 당원제대병사들이 아니요. 나도 동무와 함께 탄원하겠소. 함께 고속도로를 완공하고 우리들의 결혼식도 합시다. 부모님들도 우리들의 결심을 지지할거요.》

《명식동진 영예군인이 아니예요. 다 아물었던 상처가 아이들을 구원하면서 도지였는데 그 몸으로 공사장에야 어떻게…》

《내몸이야 내가 잘 알지.》

김명식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듯 싱긋 웃었다.

《난 일을 할수 있소. 물론 건강한 사람들보다는 못할수도 있을거요. 하지만 시대를 빛내이는 거창한 전투에서 빠지고싶지 않단 말이요. 만약 빠진다면 먼 후날 오늘을 추억할 때 자기를 두고 후회할거란 말이요. 동문 내가 시대의 락오자가 되는걸 바라지 않지?》

그렇게 되여 두사람은 고속도로건설장으로 달려왔는데 김정옥이 녀성소대를 책임진 소대장으로 임명된 반면에 김명식은 영예군인이라는것이 알려져 경비분대장이 된것이였다.

《오늘 밤은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정옥인 하루종일 질통을 지느라고 지쳤겠는데. 그러다가 소대장이 쓰러지면 야단 아니요.》

김명식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다리를 타고내려오는 김정옥을 닁큼 안아 내려놓았다.

김정옥은 일부러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있고싶어서 나온 사람의 심정을 몰라주는군요.》

《그게 정말이요?》

《정말 아니문요. 정말이예요. 이게 좀 좋아요. 보는 사람들도 없겠다, 이렇게 땅속에 내려앉으니 바람도 안불어 춥지 않겠다, 호호…》

《달이 좀 더 밝았으면 좋겠군. 우리 정옥동무의 얼굴을 좀 더 잘 보게스리.》

《어마나, 동문 정말.》

《하긴 내가 우물파기를 발기한건 다른 측면에서두 잘한 일이지.》

《다른 측면이란 무슨 소리예요?》

김정옥이 의아해서 김명식을 빤히 쳐다보았다.

김명식은 그사이에도 퍼그나 수척해진 창백한 얼굴에 사람좋은 웃음을 실었다.

《다른 측면이란 다른게 아니요. 이렇게 우물을 파는 시간이나마 단둘이 있게 되였으니 난 그저 좋다는 소리요. 우린 사실 사랑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함께 있은적이 얼마 없지 않소. 그런데 난 정옥동무가 걱정이요. 낮에 보니까 입술이 다 부르트고 얼굴이 까칠해졌더군. 힘들지?》

김정옥은 행복했다. 행복이란 심원한것만도 아니였다. 소박한 진심에서도 인간은 신뢰와 사랑을 느끼게 되며 그러면 마음은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되는것이였다.

《힘이 들어요. 그래도 전 일없어요. 전 명식동무가 걱정이예요. 그 몸에 이렇게 우물파는 일까지 맡아하다가 몸을 상하게 될가봐말이예요.》

《걱정말라구. 이 김명식이 대통로건설을 끝내기 전에는 쓰러지지 않을테니말이요. 그런데 일은 좀 있다 하구 여기 좀 앉으라구.》

《왜 그래요?》

별스레 심중해진 김명식의 말에 김정옥은 의아해하며 방금 파놓은 흙무지우에 장갑을 펴놓고 앉았다.

《정옥동무, 사실은 내가 며칠전부터 동무한테 말해주고싶었던게 있소. 돌아가는 소문을 들으니 2중대 녀성소대장이 자기 대원들을 너무 몰인정하고 차겁게 대한다더군. 사실이요?》

《누가 그래요?》

김정옥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언짢은 감정에 포로되였다. 그것은 누구를 탓하는 감정도 아니였다. 자신에 대한 타매의 감정이였다.

김정옥은 지금 김명식이 하는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것도 아니였다. 말이 헤프고 동무들과의 관계에서 나쁜 측면만을 먼저 보는 서영옥의 입에서 자기 소대장이 차겁다는 말이 나왔을것이고 그 말이 여러 사람들한테 퍼져갔을것이였다.

아니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정옥은 그가 누구든 탓하고싶지 않았다. 김정옥은 군대때 사관으로 있으면서도 자기의 그런 성격적인 약점때문에 드문히 비판을 받았던것이였다. 그것이 군대때 다 고쳐졌는가 했는데 여기 고속도로건설장에 와서 소대장을 하면서 일이 힘들고 동무들사이에 좋지 않은 일들까지 벌어지자 은연중 또 나타난것이였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충고까지 듣고보니 자기는 확실히 이 며칠사이에 소대앞에 맡겨진 성토과제를 수행하고 또 저녁이면 숙소꾸리기라는 연장작업을 조직하면서 힘들어하는 동무들에게 힘이 되는 좋은 말은 못해주고 오히려 신경질을 부리면서 드문히 동무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것이였다.

《명식동무, 됐어요. 누가 그랬는지는 말하지 말라요. 모든건 제탓이예요. 군대때 비판받군 하던 결함이 또 되살아난거예요. 그러니 제가 무슨 당원이구 제대병사겠어요. 제가 정말 차겁구 리기적이구 성격이 못돼먹은 녀자같아요.》

김명식은 한동안 말없이 김정옥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김정옥은 그 지꿎은 눈길에 몸둘바를 몰라하며 부르짖었다.

《어마나! 왜 그래요?》

《…》

《고치겠어요! 그러문 되지요?》

김명식은 불시에 손을 뻗쳐 사랑하는 사람을 꽉 그러안았다.

《동문 정말 좋은 녀자요!》

뜨거운 입김을 확확 내풍기며 열렬히 속삭이는 소리에 김정옥은 점점 바빠맞았다.

《됐어요! 됐다니까요. 사람들이 보면 어쩔려구 그래요!》 그 소리에 김명식은 벌렁 드러누우며 《하하하.》 큰소리로 웃는데 김정옥은 점점 더 바빠했다. 머리우에 둥실 떠오른 달이 내려다보는것도 그는 부끄러웠다. 김정옥은 그렇게 깨끗하고 순진한 제대병사였다.

떵ㅡ떠엉ㅡ

이윽하여 열정과 사랑으로 달아오른 두 사람의 심장의 박동소리인양 정머리를 때리는 함마소리가 힘차게 울려나왔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