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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8 회 )
제 1 편
8
대대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벌려놓았다. 로반형성을 위한 성토작업과 병실꾸리기였다. 그것들은 어느 하나도 미루어서는 안되는 일이였다. 려단에서는 12월까지를 1단계기간으로 정하고 대대별 사회주의경쟁을 조직하였다. 대대앞에는 이 기간에 수만㎥의 토량을 운반해야 했다. 헐치 않은 작업량이였다. 이해따라 11월에 들어서기 바쁘게 강추위가 시작되였는데 중순에 이르러서는 땅을 두텁게 얼구어놓았다. 대대는 절토구간의 언땅을 까내여 논판자리인 낮은 곳에 날라다 성토하여 로반을 형성해야 했다. 기계수단은 그사이에 더 보충된것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보유하고있는것들마저도 연유사정으로 절반도 가동하지 못할 형편이였다. 그래도 불도젤 한대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우지 않으려고 대대장이 연유 잔량을 따져가며 직접 통제를 했다. 그러다나니 정남철의 뜨락또르만은 내내 세워놓고 《정비》만 하는 신세가 되였다. 청년동맹원들로만 구성된 대대에서 유일한 농근맹원인 나이지숙한 정남철은 별로 더 정비할것도 없는 뜨락또르에만 계속 붙어있을수는 없는것이여서 대대속보판을 만들거나 식당화구를 봐주는 등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와주군 했는데 늘쌍 그때문에 자기는 부차적인 로력이 되여버렸다고 두덜대였다. 실은 그러는게 대대에 대한 불만인것이 아니라 순전히 인력으로 흙을 나르느라 처음부터 힘겨운 전투를 벌리고있는 전투원들을 보기가 딱해서 하는 소리였다. 사실상 대대는 고생이 말이 아니였다. 전투를 시작한지 한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남자들은 함마질로 언땅을 까내느라 손들이 모두 물집투성이가 되여버렸으며 처녀들은 녹초가 되였다. 그렇다고 해서 변변히 휴식을 할사이도 없었다. 대대에서는 모든 중대들에 소대별로 하루계획량을 정해주었고 중대들은 밤 열두시가 되더라도 무조건 수행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계획을 수행한 소대들은 또 병실꾸리기를 위한 연장작업을 해야 했다. 난방시설도 없는 가설천막에서 겨울을 보낼수는 없는것이였다. 벽체를 쌓고 난방시설도 갖추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세면장이나 창고도 지어야 하고 주변정리도 군대맛이 나게 정리해야 했다. 최진혁대대장은 아예 여기에 영 뿌리를 내리고 살 잡도리를 하는것인지 롱구장도 번듯하게 만들고 병영둘레를 따라 담장도 멋있게 둘러치며 야외휴식장이나 토끼우리며 돼지우리같은것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전투원들과 일부 지휘관들속에는 그때문에 사람들의 맥을 다 뽑아놓고 공사과제는 어떻게 할려는가고 불만스러워하는 축들도 없지 않았지만 최진혁은 그런데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내밀 잡도리였다. 소대들에서는 하루종일 함마질을 하고 질통을 지거나 맞들이로 흙을 나르느라 지쳐빠진 대원들을 병실꾸리기에 동원시키느라 소대장들이 애를 먹었다. 읍중학교소년단지도원을 하다가 건설장에 탄원하여나온 오응세소대장은 《자자, 맥을 놓아서는 안되겠소. 우리가 살 집이야 우리가 꾸려야 하지 않겠소. 힘들더라도 우리 극복합시다. 녀성소대처녀들을 보란말이요. 자체로 벽체도 쌓고 미장도 한단말이요.》하고 다그어댔다. 오응세소대장이 그렇게 말할만도 했다. 김정옥소대장은 일을 이악하게 내밀었다. 아침일찍 일어나 식사시간이 되기 전에 대원들을 동원시켜 돌들을 모아오고 또 양지쪽 비탈면의 마른흙을 긁어다 준비작업을 해놓았다가 하루작업이 끝나는 차제로 숙소꾸리기작업을 벌려놓았다. 그자신이 대원들보다 흙 한짐이라도 더 나르고 숙소꾸리기에 들어가서는 돌로 벽체도 쌓고 미장도 하다나니 곱절로 힘들었다. 그러느라니 입이 다 부르트고 손은 물집투성이가 된데다가 험상하게 터갈라졌다. 그가 그렇게 극성스레 일하니 다른 대원들은 힘들어도 따라서지 않을수 없었다. 김정옥은 그렇게 자신이 일에 몸을 먼저 적시기만 할뿐아니라 요구성도 높였다. 처녀들이 힘들다 못해 말할 기운도 없어하며 주저앉으면 어느새 김정옥소대장의 깔끔한 목소리가 모난 돌멩이처럼 날아들군 했다. 《동무들은 왜 그래요? 맥을 놓고 주저앉으면 더 힘들어요. 독고봉희동무, 빨리 일어나지 못하겠어요? 서영옥동무, 동문 뭐예요?》 어느날 서영옥이 자기 이름까지 소대장의 입에 오르는 바람에 울분을 토했다. 《소대장동문 너무해요. 우리가 뭐 일부러 태공이라도 하는것처럼 그런단말이예요. 동무들은 모두 지쳤어요. 우린 녀성들이란말이예요. 그런데두 토량운반에서는 다른 소대들보다 앞섰으면 앞섰지 뒤떨어지지는 않았단말이예요.》 《그래서 동무는 어쩌자는거예요? 우리가 연약한 녀자들이기때문에 다른 소대들의 뒤전에 서도 일없다는거예요?》 《누가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동무들가운데 일을 늦잡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동무들은 한명도 없어요. 난 소대장동무가 너무 매정하게 대원들을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그렇지요. 아무리 우리가 살 집이라고 해도 화구를 쌓는 일같은것이야 남자들의 손을 빌릴수도 있잖아요. 꼭 녀자들의 손으로 해야만 되는가요?》 서영옥이 그렇게 말하는데는 사연이 있었다. 며칠전이였다. 화구를 쌓는데 쓸 돌을 모아들이기 위하여 아침작업을 조직하고있는데 오응세소대장이 지나가다가 김정옥소대장에게 《저녁에 일이 끝난 다음 우리 소대 남성로력을 보내줄테니 화구쌓는 일은 그 동무들한테서 도움받소.》라고 말했다. 그러는것을 김정옥이 《필요없어요. 소대장동지, 우리 손으로 해요.》라고 거절해치운것이였다. 그날도 아침일과시간에 화장을 늦게까지 하다가 소대장한테 늦장을 부린다는 좋지 않은 말을 듣고 기분 없어하던 서영옥이 그 소리를 듣고 민옥숙에게 말했다. 《글쎄 매정하게 거절하더구나. 그 〈극복합시다〉소대장동지가 우리 정옥소대장한테 말한 본전도 못찾았단다. 그래도 우리 녀성소대를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그 소대장동지한테 너무한거지 뭐냐. 소대장은 저 하나 칭찬받으면 그만이라는거야. 대원들은 쓰러지건 말건.》 《언니, 그건 무슨 소리야요?》 건너편에 앉아있던 독고봉희가 눈이 동그래서 말했다. 《뭘말이냐?》 《소대장언니가 저 하나 칭찬받으면 그만이라는것말이야요.》 《그것도 모르겠니. 생각해보렴. 소대장동무가 남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녀성소대자체의 힘으로 화구도 쌓고 미장도 해서 숙소꾸리기를 끝내겠다는건 일을 내밀줄 안다는 상급의 칭찬이나 받자는 속심이지 다른게 또 있겠니.》 《어마나, 뭘 그러겠어요?》 생활의 오묘한 리치를 영 리해할수 없다는듯 봉희는 눈이 더욱 올롱해서 서영옥을 쳐다보았다. 그날 저녁 김정옥은 정말로 녀성소대를 도우려고온 오응세소대의 남자들을 돌려보내고 녀자들끼리 화구쌓는 일을 시작했다. 김정옥이 직접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그 일에 달라붙었다. 그는 군사복무를 하면서 화구를 쌓는것 같은 일들도 해본 경험이 있는것이였다. 그래도 뜻대로 잘되지 않아 몇번을 헐었다가 다시 쌓았다. 하다나니 자정이 지나서야 모두들 지쳐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영옥은 바로 그때의 일을 념두에 두고 속에 품고있던 말을 온 소대가 듣는데서 터쳐놓은것이였다. 두사람사이에 좋지 않은 말들이 오가는 바람에 소대의 분위기만 어성버성해졌다. 하지만 소대장의 지시인지라 모두들 일어나 일손들을 잡았다. 김정옥은 결심한대로 굽도리미장을 다하고 문짝에 뼁끼칠까지 끝낸 다음에야 휴식구령을 내리였다. 처녀들은 웃고 떠들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다가 작업시작전에 김정옥소대장과 서영옥사이에 있었던 일로 해서 기분들이 말이 아니였다. 소대에 떠도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셔버려야겠다고 생각한 선동원 김성순이 《자자, 동무들, 왜들 이래요? 일이야 하면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청춘들이 사는 집안에 노래가 없고 랑만이 없으면 안되지요 뭐.》하면서 손풍금을 안고나섰다. 침침하던 호실안에 그가 재치있게 타넘기는 경쾌한 손풍금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도 선뜻 기분들을 전환할 눈치가 아니였는데 민옥숙이 《자, 동무들 노래를 부르자요!》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손풍금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비좁은 복도를 돌아가며 춤을 추었다. 누구도 그 녀자가 그렇게 재치있게 춤을 출줄은 몰랐던지라 놀라서 바라보았다. 《어마나!ㅡ》하는 탄성들이 련이어 처녀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독고봉희가 좋아라 까르르거리였다. 소녀처럼 천진하고 티없는 그 웃음소리로 하여 호실안에는 언제 우울이 깃들었던가싶게 밝은 기운이 확 돌았다. 처녀들은 민옥숙의 춤률동에 맞추어 손벽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복도가 좁아서 춤판을 크게 벌릴수 없는게 유감이였다. 처녀들의 천막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소리에 다른 천막들에서도 흥성거리기 시작했다. 노래가 없고 춤이 없다면 그 무슨 젊음이랴. 청춘은 생활을 갈망하며 젊음의 피는 언제나 잠들지 않는것이다. 《여, 녀성소대에서 처녀들이 성수가 났는데!》 《그러게말이야. 저게 녀성소대의 미인 김성순의 손풍금소리가 아니야? 손풍금도 기가 막히게 타는구만!》 《이거 우리 남자들은 뭐야? 처녀들은 힘들게 일하고서도 저렇게 웃고 떠들며 노래를 부르는데 여긴 소죽은 귀신들만 사는데야 뭐야. 너무 조용하단 말이야. 여, 서길산이. 동문 요즘 갑자기 벙어리가 되였어? 허광식이, 려찬호! 장기놀이나 할 생각말구 기타나 타게! 우리도 노래를 부르잔 말이야.》 《그럴거 없어. 가서 성순동무를 끌어내자구. 아니 처녀들을 죄다 끌어내야지. 마당에 춤판을 벌리잔 말이야.》 《정철수가 생각 잘했어. 춤을 추자구.》 《좋네!》 《나가자. 여, 장기판을 걷어치우지 못하겠어?》 그리하여 한창 춤추며 노래하며 떠드는 녀성호실앞에 오응세소대의 남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남자들은 성순이더러 나와서 원무곡을 타라느니, 녀자들끼리 춤판을 벌리다니 량심들이 있는가, 손풍금수야 중대의 손풍금수인데 녀성소대가 독차지하고있으니 그게 어디 일이 됐는가 하면서 《항의》했다. 김성순이 새물새물 웃으면서 남자들의 청에 선뜻 응해나섰다. 그는 녀성소대의 처녀들을 모두 춤판으로 이끌었다. 그러지 않아도 기분들이 밝아져서 웃고 떠들던 처녀들이라 모두 좋아라고 따라나섰다. 늦은 저녁이였다. 중대지휘부앞마당에서는 예견치 않았던 춤판이 벌어졌다. 대원들의 지꿎은 요구에 못이겨 중대지휘관들까지 춤판으로 달려나왔다. 남자들은 대체로 이미전부터 알고있던 처녀들과 짝을 무어 춤을 추었다. 서길산은 김성순이와 함께 춤을 추고싶었으나 그가 손풍금을 타고있다나니 그럴수가 없게 되였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다른 처녀들은 모두 춤판에 끌려들어가버렸다. 유쾌한 원무곡에 맞추어 춤을 추며 돌아가는 속에서 서영옥이와 짝을 뭇고 신바람나게 발을 맞추던 정철수가 싱글벙글거리며 놀려대듯이 소리쳤다. 《여, 서길산이. 자넨 외기러기신세가 됐네그래, 하하…》 서길산은 시무룩이 웃어보였다. 《좋아하는 사이예요?》 서영옥이 좋아서 웃어대는 정철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정철수는 의아한 눈길로 그 녀자를 내려다보았다. 《이자 무슨 말을 했소? 뭘 좋아한다는거요?》 《저 서길산이란 사람하구 우리 성순동무말이예요.》 《오ㅡ그것말이요? 글쎄, 청춘들이 사랑하는건 나쁜것이 아니지만 나는 원래 남들의 그러루한 사생활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소. 동무도 그러는게 좋겠소.》 싱글거리며 하는 말이지만 거기에는 싸늘한 핀잔의 쪼각들이 끼여있었다. 《됐어요!》 서영옥은 생각지 않던 말대접에 기분이 조금 상하여 톡 내쏘았다. 두사람은 한동안 발이 잘 맞지 않았다. 정철수는 본의아니게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해주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그는 타협조로 말했다. 《동무, 내 말이 귀에 거슬리였다면 용서하오. 난 사실 동무를 노엽히자고 그렇게 말한건 아니요. 실은 말이요, 저 서길산이나 김성순이 어렸을적부터 내 친구들이요. 우린 이웃에서 살며 소꿉놀이도 같이했구 같은 학교에 다녔소. 두사람이 다 좋은 동무들이요. 솔직하구 우정에 충실하구 의협심도 강하구… 그밖에 다른 아무것도 없소.》 정철수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살갑게 대해주는 바람에 서영옥은 마음이 풀리였다. 그 녀자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피여올랐다. 다시금 발이 잘 맞아돌아갔다. 《힘들지 않소?》 《일없어요.》 서영옥은 열정과 친절을 담아 속삭였다. 그 녀자는 가까이에서 보면 잘 생긴 녀자였다. 춤도 기가 막히게 잘 추었다. 다른 처녀들보다 몸이 좋아 평상시에는 둔해보이였는데 춤판에서는 어찌나 민활하고 가볍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춤동작 하나하나가 어찌나 우아하고 건드러졌는지 경탄할 정도였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안경쟁이 한시호가 김정옥소대장과 함께 춤을 추었다. 정철수가 보기에 한시호는 춤이 서툴었다. 동작이 부드럽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팔다리를 놀리였다. 그래도 춤상대와 발은 용케 맞추었는데 그것은 가만보니 김정옥이 잘 이끌어가기때문이였다. 그도 역시 춤을 아주 맵시있게 추었다. 《괜찮아!》 정철수가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였다. 서영옥이 의아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정철수는 처녀의 눈길을 느끼자 빙긋이 웃었다. 《동무네 정옥소대장이 춤도 잘 추는군. 보통녀자가 아닌것 같은데!》 《그건 왜 그렇게 생각해요?》 서영옥이 별로 호기심이 가는듯 물었다. 《우리 오응세소대장동지가 화구쌓는 일을 도와주겠다구 로력을 보냈는데 녀자들끼리 하겠다면서 돌려보냈다더군. 다른 처녀들 같으면 좋다 하구 도움을 받겠는데 말이요.》 《그바람에 우리 처녀들이 고생을 했지요 뭐. 글쎄 남자들이나 해야 할 일을 녀자들끼리 하다나니 두번이나 헐었다가 고쳐쌓았다니까요.》 《하하… 그러니 정말 고생들을 했겠는데.》 《글쎄 처녀들끼리 생활하면서 남자들의 도움을 좀 받을수도 있는거지 그럴거까지야 있어요. 그렇다구 그런 일때문에 의견을 좀 말하면 가슴에 맺히는 말만 한다니까요. 차겁지요 뭐.》 《동무, 자기 소대장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않겠소? 난 사실 동무네 소대장에 대하여 나쁜 말을 하자고 그런게 아니요.》 《됐어요!》 《춤이나 춥시다.》 서영옥이 새파래지는 바람에 정철수는 당황하였다. 또 발이 맞지 않기 시작했다. 정철수는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분위기에로 되돌려세우고싶어 대범하게 웃어보였으나 속은 좋지 않았다. 김정옥소대장앞에 본의아니게 무슨 죄되는 일을 한것만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풍만하고 살색도 하얗고 아름답게 생긴 이 처녀와 그 어떤 공모를 한듯한 심정이였다. (그래, 이 처녀는 못생긴 처녀도 아니다. 복스럽게 생긴 둥실한 얼굴의 맑은 살색이며 시원스러운 커다란 눈이며 입이며 어디를 봐도 잘 생긴 녀자이다. 그런데 어째서 싸늘한 감을 느끼게 될가? 이 처녀는 모든 사람들을 왜 그렇게 나쁜 눈으로만 볼가? 사람들한테서 결점을 찾으려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것일가? 그건 사람에게서 좋은것이 못되는데.) 《언닌 뭐야요!》 키가 꺽두룩한 리영국의 춤짝패가 되여 돌아가던 독고봉희가 서영옥이네와 어길 때 갑자기 야멸차게 내쏘았다. 처녀가 누굴 보고 어째서 그러는가 해서 의아해하던 정철수는 인차 그것이 다른 소대 남자들앞에서 자기 소대장에 대한 험담을 하는 서영옥을 향해 날려보낸 원망과 비난의 화살이라는것을 알았다. 《봉희, 왜 그래?》 정철수는 어린 처녀의 뜻밖의 당돌한 말에 사내앞에서 창피하기도 하고 옹색하기도 할 서영옥을 두둔해주려는듯 너그럽게 웃으며 타협도 위협도 아닌 한마디를 봉희에게 날리였다. 했으나 정철수는 인차 자기의 그런 처사를 두고 후회했다. 어린 봉희보다도 못하게 자기가 부정앞에서 비굴한 인간이 되여버렸다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장 춤판에서 뛰쳐나갈듯 새파래져서 말없이 랭기를 풍기는 서영옥에 대한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그 처녀는 정철수한테서조차 비호나 리해를 받지 못하고있다는것을 감촉하자 수치감에 휩싸인것이였다. 정철수는 어정쩡한 감정에서 벗어나 춤을 이끌어가려고 모지름썼지만 두사람은 끝내 발을 맞추지 못했다. 관계가 시원치 않아진 두사람이 넘기기 어려운 감정의 고비에서 허우적거리고있을 때 춤판은 더욱 흥그러워졌다. 처음엔 두개 소대가 시작한 춤판에 온 중대는 물론이고 다른 중대까지 떨쳐나와 결국 대대의 춤판으로 커진것이였다.
온 대대가 춤판을 벌려놓고있을 때 대대지휘부천막안에서는 최진혁이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대대에서 누구보다도 걱정을 많이 안고있는 그였다. 대대에서는 로반성토작업과 숙소꾸리기라는 어느 하나도 미룰수 없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벌려놓은 다음 성과도 물론 있지만 걸린 문제도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우선 성토작업이 문제였다. 지금은 대원들의 앙양된 열의로 하여 어느 정도 계획대로 진척되고있지만 지금과 같이 순전히 인력으로만 하다가는 모두들 며칠 못가서 쓰러질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녀성소대들에서는 온종일 성토작업에 나가 무거운 맞들이를 들거나 질통을 지고 달리다가 저녁에는 밤늦도록 숙소꾸리기를 하다나니 그런 일에 단련되지 못한 처녀들속에서 앓아눕거나 지쳐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기계수단들을 많이 리용해야겠는데 군에서 보충적으로 보내준다는 기계수단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연유사정도 의연히 긴장하여 있다는 기계수단들도 다 리용하지 못하고있었다. 그래도 불도젤 한대만은 겨우 살아서 돌아갔다. 형편이 그러한데다가 공사를 기술적으로 지도해야 할 시공참모자리는 아직 비여있었다. 시공참모로 와야 할 사람이 갑자기 큰 수술을 했는데 알아보니 수술후과가 시원치 못하여 어쩌면 영 오지 못할것 같다고도 했다. 그래서 대대장과 함께 정덕성참모장이 시공지도까지 맡아안고 돌아가는 판이였다. 그래도 류종수군당위원회 부장이 공사장에 나와 많은 일을 풀어주어 대대장에게는 큰 힘이 되였다. 전개력이 있고 열정도 있는 류종수는 대대에 걸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려단지휘부나 군에까지 뛰여다니며 도와주었다. 어쨌든 지휘관들이 모두 합심하여 뛰고 또 경애하는 장군님의 명령을 무조건 관철하려는 전투원들의 각오도 높아 로반성토과제는 그런대로 지금까지 진척되고있지만 생활문제를 푸는 일은 당장 급한 일이면서도 제일 풀기 힘든 난문제였다. 숙소꾸리기는 중대별, 소대별 경쟁을 붙여놓고 과외작업을 긴장하게 벌려 인제는 불을 땔수 있게 화구도 다 놓고 네면에 토피로 벽체도 두툼하니 쌓아 비록 천막집이지만 추위를 어느 정도 막을수 있게 해놓았는데 역시 오응세소대장이 말했다던 그 《물과 불》이 문제였다. 대대숙소가까이에는 물 한방울 나오는데가 없어 5리밖에 가서 밥지을 물이나 겨우 길어다쓰는 형편이다보니 세면물을 보장한다는것은 생각도 못하였다. 하여 전투원들은 기상하자 바람으로 그 먼 개울에 나가 얼음구멍을 까고 세면을 했다. 녀성소대의 일부 처녀들은 수지물병에 채워가지고 온 물을 가지고 이틀이나 세수를 한다고 했다. 대대군의소에서는 당장 물문제를 풀어 세목장을 운영하지 않다가는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그러지 않더라도 환자가 늘어날수 있다고 야단이였다. 군의소장이 목욕탕부터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것을 최진혁이 《동무, 목욕탕같은 소린 하지도 마오. 이불깃 보고 다리를 펴랬는데 대대형편을 보면서 그 소리요?》라고 무작정 눌러놓았지만 그 자신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온 겨울 목욕 한번 안시키고 일만 일이라고 대원들을 내몰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하여 수십리나 되는 남포시내에 목욕하러 들어갈수도 없는 일이였다. 물문제가 그렇게 걸린데다가 불문제 또한 그에 못지 않게 급하였다. 이 고장은 사방을 둘러봐야 나무 한가치 주어올데 없는 허허벌판이였다. 그러니 땔감도 군에서 날라와야 하는데 공사장으로 떠나올 때 차에 싣고온 장작은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난방용으로는 한가치도 내지 못하고 식당용으로만 쓰고있는데 대소한이 되도록 전투원들을 랭방에서 재울수는 없는것이였다. 최진혁은 래일이라도 운수기재 한대를 군에 보내여 장작부터 실어오게 조직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진혁이 석유등잔을 켜놓고 중대들에서 올라온 실적자료들을 종합해보고있을 때 정치지도원 오선호가 들어왔다. 《아니, 그 불에 뭘합니까? 나가 춤이나 추지 않구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벙글벙글 웃으며 그가 말했다. 최진혁은 실적자료라는것이 뻔한것이고 그것을 종합하는 일이 급한것도 아닌데다가 또 뿌연 등잔불아래서 중대장들이 란필로 써놓은 자료들을 보기도 짜증이 나던차라 그것들을 밀어놓으며 얼굴을 들었다. 평양에 올라가 금성정치대학을 졸업하고 내려와 새 직무를 인계받은지 1개월도 못되여 고속도로건설장에 달려와 정치지도원을 하는 오선호는 젊은 사람치고 동작이 느려보이고 성격 또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믿을만치 노상 얼굴에 웃음을 담고 사는 사람이다. 군대때 땅크병을 한 최진혁의 불같고 돌격정신이 강한 성격과는 대조될것 같았지만 며칠 함께 일해보니 믿음이 가는 사람이였다. 사실 알고보니 그는 늘크레한 성격도 아니였다. 오히려 어떤 때에는 최진혁이보다 더 급한 행동을 하여 곁의 사람들을 놀래우기도 하는 그는 청년들의 심리적특성을 잘 고려하여 정치사업을 능숙하게 할줄 알았다. 창고일이 무질서하거나 식당일이 바로 되지 않는, 대대장의 눈길이 미처 가닿지 못하는데까지 관심을 돌려 정치사업의 방법으로 바로잡아놓군 했다. 그가 얼마나 깐깐하고 부지런하며 자기 사업에 대한 책임성이 높은가 하는것은 대대를 전개한지 열흘도 못되는 사이에 아담한 속보판이 생겨나고 곳곳에 구호판들이 서고 또 중대별, 소대별 실적을 매일매일 쉽게 알아볼수 있는 경쟁도표가 나붙은것만 봐도 알수 있는것이였다. 그는 쉴사이없이 돌아가며 일하는 사람이였다. 《춤추고싶으면 정치지도원동무나 출것이지 이 대대장은 왜 거들면서 그러는거요? 난 춤판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말이요.》 《아니, 그게 피가 펄펄 끓는 청년들을 300명이나 거느린 대대장동무의 말이 옳습니까?》 《여보 정치지도원동무, 그러지 마우. 나야 대대장이지만 수염이 꺼칠한 아버지란말이요. 저 뜨락또르운전수 정남철이 뭐라고 그런줄 아오? 나한테 중학교에 들어간 딸애가 있는줄은 어떻게 알구 사돈을 맺자는거요. 자기한테 앞으로 인민군대 련대장쯤은 할 아들이 있다면서말이요.》 《그 정남철이 괴짠데요. 원, 대대장동무의 딸을 벌써부터 탐내다니. 하긴 뚝배기 봐선 장맛이 달다구 정남철이한테 그런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오선호는 성글성글한 하얀 이발을 드러내며 소탈하게 웃었다. 《정치지도원이 곁에 있으면 어쨌든 마음이 즐거워진단 말이요. 그렇게 서성대지 말고 와서 좀 앉소.》 별로 신중하게 말하는 바람에 오선호는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며 널판자를 길게 잘라서 만든 걸상에 앉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손풍금소리와 청년들의 웃음소리,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대대장동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일은 무슨 일이겠소. 난 정치지도원동무가 부럽소. 동무는 대대앞에 엄혹한 난관이 막아나섰는데도 셈평좋게 벙글거리며 제 할일을 착실히 하고있으니 말이요.》 최진혁은 조금전까지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마음속고충을 털어놓았다.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듣고있던 오선호는 시꺼먼 연기를 피워올리며 타고있는 등잔불을 이윽토록 바라보다가 둥실하고 살집좋은 커다란 얼굴에 다시금 사람좋은 웃음을 띄웠다. 《대대장동무, 이거 빨리 전기를 끌어와야지 이러다간 이 방 주인들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대의 문명인들이란 말은 고사하구 굴뚝소제부들이란 말을 듣겠습니다.》 《넨장, 그런 객담은 그만하오. 누가 그런 소리나 듣자오? 어떻게 하면 대대앞에 나선 난관을 뚫고나가겠는가 하는거나 생각되는게 있으면 말해보란 말이요. 우리한테 당장은 물과 불이 문제요. 그 문제가 풀려야 공사를 마음놓고 내밀게 아니요. 하긴 전기도 불이야 불이지.》 《하하… 대대장동무두!》 《그래 정치지도원동무의 생각은 어떻소? 동무도 잘 아는 일이지만 지금 나라형편은 어렵소. 군에서도 지원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크게 믿을바가 못되오. 그런데 생활문제를 풀지 않고 사람들을 공사에만 내몰수는 없지 않소.》 《대대장동무, 이 며칠새에 제가 우리 동무들을 좀 만나보았습니다. 목욕탕문제는 대대군의소동무들의 제기가 옳은것이여서 제가 후방참모동무와 의논해봤는데 알고보니 그 동무가 그때문에 이미 생각해둔게 있더군요. 립석마을에 갔다가 쓰지 않는 소여물가마를 하나 봐둔게 있는데 농장사람들과 사업해서 그걸 날라오면 한번에 한개 소대쯤은 목욕을 할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창고로 짓는 림시건물옆에 칸을 하나 더 붙여놓으면 거기에 가마를 걸어 목욕탕으로 쓸수 있을것입니다. 물문제도 물론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당장 멀리에서 물을 끌어올수 없는 형편에서 우물을 파보면 어떨가 해서 토론들을 붙여보았는데 경비분대장 김명식동무가 자기네 인원들만 가지고 우물을 파보겠다고 합니다. 우물자리를 어디에 잡겠는지가 문제인데 후방참모동무와 함께 이 고장에서 오래 살아온 립석마을 로인들을 찾아가 알아보니 원래 이 근처에 늪이나 작은 물웅뎅이들이 많고 실개천도 있었는데 오래전에 논으로 만들면서 메꾸어버렸답니다. 그러니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올수 있을겁니다. 땔감문제가 걸릴수 있을겁니다. 당장은 군에서 날라다쓰면서 차차로 석탄을 해결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강서지구에 탄광들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당장 기계수단을 많이 리용할수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작업능률을 올리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오선호는 여기서 말을 끊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작업에 대해서도 그가 무엇인가 생각하는게 있는것 같았다. 《그래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최진혁이 초조해서 물었다. 《지금 대대전투원들의 각오와 열성은 높습니다. 모두들 우리 대대가 이번 경쟁에서 2등을 해도 안된다, 꼭 1등을 해야 한다고 윽윽 하고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좋은 의견들도 나오고있습니다. 림철동무네 2중대에서는 한시호라는 동무가 아주 좋은 발기를 했습니다. 그 동무의 말이 성토작업을 하면서 나오는 돌을 그냥 흙과 함께 묻어버릴 필요가 없다는것입니다. 앞으로 로반형성작업이 끝나면 로반에 깔 돌채취를 해야겠는데 지금부터 돌이 나오면 모두 모아놓자는것이지요. 모두들 그게 좋은 생각이라고 지지해나섰는데 2소대에서는 오늘 벌써 절토장에서 나오는 돌을 적지 않게 모아놓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서길산이란 동무는 앞으로의 공정을 예견해서 지금부터 인원을 몇명 떼서 채석장을 꾸리자는 제기까지 하고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지휘관들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우리 지휘관들이 대원들의 열의에 맞게 조직사업을 잘하고 내밀면 얼마든지 공정계획대로 실적을 낼수 있다고 봅니다.》 최진혁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기는 불도젤작업이나 지휘하면서 대대앞에 나선 엄혹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것인가 하고 피동에 빠져 걱정만 하고있을 때 정치지도원이란 사람은 무사태평한것처럼 사람좋은 웃음을 노상 띠우고다니면서 실은 대대를 위해 많은 모퉁이를 말없이 막아나서고있는것이였다. 그가 목욕탕문제며 한시호의 좋은 제기를 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그자신이 대원들속에 들어가 훌륭한 사고의 불씨를 심어주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정치지도원과 마주 앉으면 무겁던 마음도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게 이제 보니 늘쌍 짓고다니는 사람좋은 그 웃음때문이 아니였군. 이거 난 안되겠소. 정치지도원동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좋은 싹들을 찾아보고있을 때 이 최진혁인 동무 말대로 굴뚝소제부처럼 까매가지고 걱정만 했으니 내가 무슨 지휘관이겠냐 말이요.》 《원, 대대장동무두.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런 소리 듣지 않게 나가 춤을 추어야지요. 그러지 않아도 대대장동무가 춤판에 안나온다고 의견있어 하는 동무들이 있는것 같던데요.》 《아니, 춤은 정말 안된다니까.》 두사람은 마음들이 편해서 소리내여 웃었다. 《참 정치지도원동무, 그런데말이요. 어떤 친구들은 땔감으로 쓰겠다고 마을에 들어가 울바자를 헐어내오거나 줄당콩대들을 뽑아온것때문에 신소가 제기되고있다는데 주변마을 인민들과의 관계에서 더 제기되는게 없도록 거기에도 좀 낯을 돌려주오. 후방참모동무가 립석마을의 소여물가마를 사업해온다는데 그것도 알아보고 다른 일이 제기되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대안의 일부 동무들속에서는 주변마을인민들을 찾아다니며 이렇게 저렇게 〈사업〉을 하거나 부담을 주려는 현상들이 있는것 같은데 중대들에서 정치사업을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언제 한번 기회를 봐서 태성리견학을 조직합시다.》 《태성리말이요?》 《여기 고속도로야 백두산3대장군의 발자취가 어려있는 뜻깊은 고장들을 통과해서 뻗게 되지 않습니까. 청산리나 강선땅, 대안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력사의 고장들에 우리 동무들이 다 가보게 합시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럴 시간적여유가 있을가. 공사에 지장되지 않게 해야겠는데.》 《지장이야 되지 않게 해야 하지요. 명절휴식같은 계기들을 잘 리용하면 될것입니다. 대대장동무,》 오선호는 갑자기 신중한 표정을 띄였다. 《왜 그러오? 정치지도원동무,》 《대대장동무도 오늘 아침 보도를 듣지 않았습니까. 저는 요즘 거의 매일과 같이 최전연초소들을 찾으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현지시찰소식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금 온 나라가 강행군을 하면서 너나없이 시련에 대해 말들을 하지만 우리 장군님께서 헤쳐나가시는 어려움에 비기겠습니까.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이 어려운 시기에 고속도로건설을 결심하시고 그것을 우리 청년들에게 맡겨주시지 않았습니까. 우리 지휘관들은 마땅히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우리 청년들에게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신 그 깊으신 뜻에 대하여 생각해야 할것입니다. 그런데 저자신부터가 맡은 공사과제를 앞당겨 끝내여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이 기간에 우리 청년들을 결사옹위, 결사관철의 투사들로 키워야겠다는데는 생각을 덜 돌렸단말입니다.》 《옳소. 아니, 그건 사실 정치지도원동무가 아니라 내가 받아야 할 비판이요. 정말이지 동무는 이 최진혁이 정신들게 해주는군. 시련이 클수록 우리 동무들을 장군님만을 믿고 걸음걸음 따르는 참된 청년전위들로 키우기요.》 《그럽시다. 대대장동무,》 《자, 그런데 려단에 올라간 류종수부장동무가 왜 아직 나타나지 않는지 모르겠군.》 최진혁이 그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기다리던 류종수가 찬기운을 몰고 들어왔다. 먼 길을 내처 걸어서 온듯 얼굴이며 귀뿌리가 빨갛게 얼었다. 《부장동무두, 아니 귀를 다 얼구면서 털모자의 귀덮개를 올리고다닐건 뭡니까. 처녀들처럼 맵시를 부리는겝니까?》 《허, 어떻게 된거요? 대대장동무,》 《아니, 왜말입니까?》 최진혁이 의아해서 빤히 상대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류종수는 털모자를 벗어 자기 말코지에 걸고 추위에 언 손을 비벼대며 싱글거리였다. 《이 대대부안에서는 중대장들을 다그어대는 대대장동무의 호령소리만 듣게 되는줄 알았더니 오늘은 한가한 사람처럼 그런 롱담까지 하니말입니다.》 《아니, 이건 뭐 관료주의를 한다고 비판하는겁니까?》 《하하…》 《그런데 려단에 갔던 일은 성과가 있습니까?》 《직관용색감이나 종이는 얼마간 해결해주겠답니다. 연유는 바라볼것이 못됩니다. 군에서 조금 주겠다고 하는데.》 《래일 아예 차를 보냅시다. 화목을 실러 그러지 않아도 보내려던 참인데 군에서 기름을 얼마간이라도 주겠다면 화목과 함께 실어오면 될것입니다. 한데 실은 당장 화목문제가 더 급합니다. 누구를 따라보낼것인가에 대해서는 참모장동무와 토론해보겠습니다.》 최진혁이 이렇게 말하는데 마침 춤판에 끌려나갔던 정덕성참모장이 성큼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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