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편 소 설

 

 

최성진, 최광일                   

 

                피끓어라 청춘아 불타라 심장아

                  ㅡ 가요에서 ㅡ

 

( 제 5 회 )

 

제 1 편

 

 

5

 

기상나팔소리가 얼어붙은 대지의 고요를 깨뜨리며 랑랑하게 울려퍼졌다.

뒤따라 여기저기에서 《기상!》하는 소리가 들리였다. 소대장들이 사그라진 불무지곁에서 온밤 추위에 떨며 변변히 잠을 못잔 대원들에게 어서 일어들나라고 다그어댔다.

녀성소대장 김정옥이 빨리 일어들나라고 소리치도록 누구 한사람 선뜻 움직일념을 하지 않는데 서영옥이 풍만한 몸을 일으키고 남자들이 가까이에 있건말건 마음껏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나서 으쓸 몸을 떨더니 《히야! 굉장하구나!》하고 호들갑스레 탄성을 질렀다.

김정옥의 《기상》소리보다도 서영옥의 그 무슨 희한한 구경거리라도 발견한듯 한 소리에 호기심들이 동해서 꼼짝하기 싫어하던 처녀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그러다가 모두들 정말 기가 막히는 광경에 굳어졌다. 푸름해오는 이른새벽의 얼어붙은 무연하고 황량한 논벌이 시야에 안겨드는것이였다. 굉장할것이란 하나도 없었다. 며칠전에 내린 눈이 바람에 날려가 쌓이군 하여 얼룩얼룩한것이 더욱 한산한 풍경을 자아냈다. 아무리 둘러봐야 가까이에는 바람 한점 막아줄만한데가 없었다. 인가는 북쪽으로 멀리 보이는 야산기슭에 있었다. 간밤에 변변치 못한 모닥불을 둘러싸고 새우잠을 자는둥마는둥 한 돌격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어든 몸들을 힘들게 놀리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대원들을 재촉하는 소대장의 목소리와 함께 중대와 소대들을 돌아다니며 무슨 지시를 떨구거나 뭐라고 추궁을 하기도 하는 대대지휘부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그러거나말거나 개의치 않고 오응세네 소대와 김정옥이네 녀성소대에서는 을씨년스러운 주변풍경에 어리둥절해진 대원들이 저마끔 한마디씩 늘어진 소리들을 했다.

《우리가 여기서 잤니?!》

《여기야말로 동토대가 아니야?》

《이제 우리가 여기서 살아야 해요, 영옥언니?》

《왜, 못살것 같애? 그래서 2소대 소대장동지가 그렇게 말한것 아니겠니. 혁명적으로 극복하자구 말이야. 알겠니, 독고봉희.》

《여, 어린 공주님.》

《누굴보고 공주님이라 그래요?》

《어랍쇼. 그렇게 화를 낼것까지야 있나. 그런데말이야. 지레 겁을 먹지는 말라구. 겨울귀신이 제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우리를 이기진 못해. 왜냐하면 말이야, 우린 여기에 세계가 보란듯이 희한한 대통로를 열어제끼려고 왔는데 그건 우리를 먹어보려는 미국놈들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일이거던. 안그런가, 친구들.》《그 말이 맞아. 광산친구가 괜찮은데. 독고봉희, 저 친구 말을 믿으라구. 그리구 어제저녁에 오응세소대장동지가 말하지 않았어. 인간은 물과 흙이 있으면 죽지 않는다고말이야.》

《물과 흙일게 뭐야. 물과 불이지. 인간은 물과 불이 있으면 살수 있을뿐아니라 투쟁할수 있고 창조할수 있단말이야.》

《하하… 그렇구나!》

《하하… 물과 흙이라구?》

《흙이든 불이든 상관없어. 어쨌든 우린 여기에다 생활의 보금자리를 틀게 될것이구 기어이 대통로를 열어놓고야말테니 말이야.》

《말은 그런데 야단은 정말 야단이다야. 아직은 들어갈 집이 있나, 허허벌판이니 땔나무 한가치 얻을수 있나, 불이 문제긴 문제다야.》

《그러게말이야. 후방물자 실은 차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

《난사는 난산데.》

《어마나! 동무들 저길 좀 보라요!》

어느 처녀인지 탄성을 지르며 야단치는 바람에 모두들 그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둔덕우에 세운 기발대우에서 붉은 기발이 기세좋게 나붓기는것이였다. 붉은 기발에 새긴 《신암대대》라는 글발들이 밝아오는 새벽빛에 유난스레 드러나군 했다. 새까매진 밤에 대대가 여기에 왔는데 어느새 기발을 올렸을가 하고 모두들 놀라와했다.

휘날리는 기발은 밤새껏 떨었으며 주변의 한산한 풍경과 엄혹한 생활조건으로 하여 응축되였던 전투원들의 가슴속에 환희와 랑만을 불러일으킨듯 했다.

중대별로 아침달리기가 시작되였다. 지휘관들의 구령소리며 처음으로 집단달리기를 하는 전투원들의 떠들썩하는 소리로 하여 한산하던 주변은 활기로 넘쳐났다. 2중대에서는 보기 좋게 벌어진 체구의 림철중대장이 보란듯이 상체를 반나마 드러낸 런닝바람으로 대렬의 앞에 서서 달리였다. 전투원들은 처음에 으시시해서 솜옷을 벗을 생각을 못하다가 림철중대장이 런닝바람으로 나서서 《솜옷을 입고서야 무슨 달리기인가. 오늘부터 돌격대생활은 일체 군대식이다. 모두들 옷들을 벗고 속옷바람으로 모이시오.》해서야 옷들을 벗어놓고 다시 모이였다. 그중에는 장한듯이 속옷마저 벗어버리고 맨상체바람으로 대렬에 들어서서 달리기를 하는 남자들도 있었는데 오선호정치지도원이 그것을 보자 그러다 감기들면 어쩔려고 그러는가 소리쳤다. 대원들은 그 소리에 웃고 떠드는것으로 대응했다. 대렬은 길게 늘어져 간혹 눈이 쌓이고 벼그루터기들이 드러난 논판들과 두렁들을 타고 넘으며 달리였다. 림철중대장이 대렬에서 떨어지려는 처녀들이며 몇몇 남자들을 큰소리로 다불러댔다.

대렬에서 유쾌한 롱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간밤에 언땅을 파고 기발대를 세운 주인공들이 서길산을 위시로 한 세명의 소행이라는 소리가 떠돌았다.

하여 대원들은 키가 별스레 크고 배고픈 소리며 또 반죽좋은 엉큼한 소리도 곧잘하며 무엇때문인지 딱히 알수 없어도 만장판에서는 모두의 눈길을 끄는 주인공 비슷한 인물이 되군 하는 서길산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였다. 그런데 대렬에 떠도는 소문의 주인공자신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듯 그저 기름한 얼굴이 벌개지도록 벙글벙글 웃으며 대렬의 앞쪽에 서서 달리였다.

다른 동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가 몸을 휘우듬하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조금 우습강스럽기도 했다.

전투원들이 걱정하던 화물자동차는 천막이며 화식기재며 부식물감들을 싣고 날이 다 밝아서야 도착했다.

리선명은 온밤 한지에서 고생하느라 눈들이 쑥 들어가고 먼지를 들써서 초췌해진 운전사며 호송인원들을 보자 몹시 미안해했다. 자기 불찰로 그들을 고생시켰으며 또 대대를 천막도 못친 한지에서 재웠다고 그는 생각하는것이였다.

운전사가 탁없이 늦어지게 된 자초지종 사연을 보고했는데 알고보니 정말로 고생을 했다는건 말이 아니였다. 은률읍을 채 못미친 고개길에서 굴러떨어질번한 후 겨우 차를 정비해가지고 뒤따라 떠났는데 이번에는 연유도관이 얼어서 자꾸만 발동이 죽어버리군 했다. 연유도관안에 물이 들어가서 얼어버리는것이였다. 발동이 죽으면 기름방망이에 불을 달아서 녹인 다음 겨우 발동을 걸군 했는데 10분도 못가서 또 서버리군 했다. 그러다가 끝내는 도관련접부위가 파손되고말았다. 하여 못쓰게 된 부분을 손질하여 다시 맞추다나니 많은 시간을 길우에서 지체한것이였다.

리선명이 후방조성원들을 동원시켜 후방물자들을 부리우고있을 때 최진혁은 최진혁이대로 자책이 컸다. 대대장인 자기 사업에 빈틈이 많았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는것이였다. 대대의 300명 전투원들의 후방보장사업을 책임진 후방참모라는게 어떻게 했기에 처음부터 사고만 치는가고 리선명에게 화를 냈지만 사실은 대대장부터가 사전에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대대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사업을 덜퉁하게 조직하다나니 결국 대대를 천막도 못친 한지에서 새우게 했고 아침밥도 탁없이 늦어지게 하지 않았는가.

 

최진혁은 여기로 떠나올 때 군당책임비서를 만나던 일이 생각났다. 대틀의 체격에 시원시원한 성미인 군당책임비서는 강추위가 례년에 없이 일찌기 들이닥친 때에 군안의 300명의 청년들을 공사장으로 떠나보내면서 걱정이 많았다.

《이제 가면 어려운게 한두가지가 아닐거요. 게다가 시공을 기술적으로 봐줄 시공참모로 임명해야 할 사람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여 큰 수술을 받았지, 류종수 군당위원회 부장동무가 함께 가서 동무네 일을 봐주게 되여있다 하지만 인차 갈것 같지 못하고 또 거기에만 붙어있을 형편도 못되오. 그러니 대대장인 동무가 아래사람들과 마음을 잘 맞춰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오.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신암대대앞에 맡겨진 공사구간을 제기일안에 끝내는거요.》

최진혁은 첫날부터 난관에 맞다들리고보니 군당책임비서의 그 말이 생각나면서 더더욱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대대는 인차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 대대앞에는 276m의 로반형성과제가 맡겨져있다. 현지확정을 먼저 해보면서 작업량을 계산해본데 의하면 명년 태양절까지 1단계과제로 로반성토를 끝낸다는게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다가 기계수단도 적다. 아니 그저 적다고만 말할 형편이 아니다. 기계수단이래야 뜨락또르 두대와 화물자동차 한대 그리고 《풍년》호 불도젤이 한대 있을뿐이다. 얼마안되는 기계수단마저도 연유사정으로 가동이 될지말지한 형편이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나라의 연유사정이 극도로 긴장해지지 않았는가. 우리 군의 형편도 례외가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건설에 나왔다는 턱을 걸고 무작정 연유를 내라고 군에 손을 내밀수도 없는것이다. 그러니 거의 사람의 힘으로 공사를 해야 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애로가 어디 그뿐인가. 당장은 대원들의 생활문제부터 푸는것이 문제이다. 병실들도 전개해야 하고 후생시설도 갖추어놓아야 한다. 대원들을 한지에서 재우고 먹이면서 일하게 할수는 없는것이다.

최진혁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오만가지 걱정을 하며 대대지휘부천막을 쳐야 할 곳으로 가고있는데 대대신호수인 경비분대의 호경일이 급히 달려와서 려단장동지가 온다고 알려주었다.

돌아보니 이미전에 낯을 익힌 30대의 날파람있어보이는 려단장 류정환이 눈가루가 허옇게 쌓인 둔덕아래로 내려오고있었다. 《밤사이에 고생들을 했겠습니다. 동상을 입은 동무들은 없습니까?》

려단장은 멀리서부터 활달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었다. 몸매는 호리호리한데 목소리는 화술배우처럼 발음이 명확하면서도 듣기 좋은 중음이였다. 그의 뒤를 따라 중키에 머리를 굽실굽실하게 넘긴 미남자형의 사나이가 걸어왔다. 려단장에 이어 그가 《수고합니다!》하며 최진혁을 향해 따뜻이 인사를 건네였다.

최진혁은 초면의 사나이에게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면서 려단장의 물음에 대답했다.

《뭐 고생들은 좀 했지만 아직 동상을 입은 동무들은 없습니다.》

《아침밥들은 아직 못먹었겠습니다?》

려단장은 그러고나서 함께 온 초면의 사나이를 소개했다.

《인사하오. 중앙지휘부 참모장동무요.》

최진혁은 그런가고 하면서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수 있겠습니까?》

참모장이 얼어붙은 논판뿐인 주변의 한산한 풍경을 둘러보면서 대뜸 물었다.

최진혁은 속이 언짢았다. 아무리 공사를 주관하는 중앙지휘부의 일군이라고 해도 첫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겠는가. 누군 뭐 공사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것을 모르는가. 당장 300명의 돌격대원들이 들어갈 숙소조차 없어 얼어붙은 한지에서 떨고있으며 세면할 물조차 없어 논판의 얼어붙은 물웅뎅이들을 깨고 길어온 얼마 안되는 물을 가지고 겨우 양치질도 하고 세면도 하는 형편인데 일군이란 사람이 돌격대원들의 생활조건에 대한 말부터 하면 안되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최진혁이 애써 진정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어쩔수없이 그의 말투며 얼굴표정에 불만의 심기가 내비쳤던지 중앙지휘부 참모장이 얼핏 그를 한번 돌아보았다.

《사정이 어려운건 동무네 대대만이 아닙니다. 어제 현재 공사장에 도착한 1만명도 넘는 각 도 돌격대원들도 동무네와 형편이 별로 다를바가 없습니다. 동무네는 그래도 여기 실정을 다 알고 예견성있게 장작을 가지고와서 모닥불이라도 피웠지만 어떤 단위들에서는 천막도 전개하지 못한데다 불도 피우지 못한채 밖에서 떨다나니 동상을 입은 사람들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생활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사시작을 늦추면 계획된 날자에 고속도로건설을 끝낼수 없습니다. 우린 죽으나사나 완공날자를 보장해야 합니다.》

참모장은 원래 말투가 그런 사람인모양 설복하는듯 한 따뜻하고 인정적인 그 무엇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엄하고 무뚝뚝한 어조로 그리고 무조건 요구하는 투로 말했다.

려단장이 조금 마뜩지 않아 하는 눈길로 최진혁을 피뜩 바라보았다. 상급의 감정을 언짢게 만들어놓았다는 불만이였다.

하지만 최진혁은 참모장에 대한 고까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중앙지휘부일군은 그러한 최진혁의 심기를 들여다보고있는것이 헨둥했으나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대대를 돌아볼 생각을 했다. 돌아본다고 해야 아직 천막조차 전개하지 못하고 야외에 배낭들만 내려놓은 대대였다.

《그래도 기발은 띄웠구만! 잘했소. 돌격대가 왔는데 돌격대기발이 날려야지.》

세면들을 하기 바쁘게 천막을 치기 위한 바닥고루기작업에 달라붙은 소대들사이를 걸어가던 류정환려단장이 둔덕마루에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거기 장대우에서는 때맞춰 불어오는 북서풍에 붉은 기발이 기세좋게 휘날리고있었다.

《원래는 아침에 기상해서 기발대부터 세우자고 했는데 서길산이라는 동무가 몇몇 동무들을 추동해서 밤사이에 자지 않고 기발대를 세웠습니다.》

《좋은 일을 했습니다. 기발이 날리니 전투장맛이 납니다. 서길산이라는 동무라고 했지요?》

중앙지휘부일군이 물었다.

최진혁은 왜서인지 자랑하고싶었다.

《영예군인이였던 어머니가 몇해전에 세상을 떠난 다음 아버지 한분을 모시고 살아오는 동무인데 이번에 홀로 있는 아버지곁을 떠나 공사장으로 탄원해나왔습니다. 그 동무의 아버지도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가는 걸음인데 가서 남들한테 떨어지지 않고 일을 잘하라며 아들을 떠밀어보냈다고 합니다.》

맨옆에서 걸어가던 려단장의 얼굴에 느슨한 웃음이 실리였다. 중앙지휘부에 자기네 려단산하 대대에 대한 좋은 인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아닌게아니라 중앙지휘부일군도 어지간히 감동된듯 진중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였다.

《청년들의 정신상태가 좋은걸 보니 동무네 일이 잘될것 같습니다.》

세사람이 오응세네 소대의 천막치는 작업장으로 다가가고있을 때 거기서는 땅땅 얼어붙은 논두렁을 헐어내던 청년들 여럿이 왁작 이야기판을 펴고있었다.

《여, 동무들, 이거 정말 야단은 야단이구만!》

《뭐가 야단이라는거야?》

《사방을 둘러보라구. 오응세소대장은 물과 불만 있으면 살수 있고 창조할수 있다고 했지만 여기야 어디 물이 있기나 해, 불을 피울 나무 한가치 주어올데나 있나, 우물이나 개울은 5리밖에 있고 주변은 번번한 논판뿐이잖아. 당장 아침밥부터 걸리지 않았어. 식당에선 가마안에 부을 물 한방울 없어서 3중대치들이 한개 소대나 물길어오는데 동원됐다누만. 배안에선 폭동이 일어날판인데.》

《여, 광산친구, 동문 물과 불이 없으니 살 생각도 창조할 생각도 그만두자는거야?》

《서〈대장〉이라는게 체면좋게 됐다. 동문 더 진화되여야겠어. 인간이야 물과 불도 만들어낼줄 알아야지. 우린 무에서 유를 창조할줄 아는 조선사람이란 말이야.》

《서〈대장〉이 안경쟁이한테 한꼴 단단히 먹는구나. 서길산이, 입이 얼어붙었나?》

《입은 왜 얼어붙어. 사실은 말이야. 이자 그건 동무들이 어쩌는가 해서 한마디 해본거란 말이야. 우린 어떻게 해서든지 물과 불문제를 해결해야겠는데 아직은 방도가 나서지 않거던.》

《이자 저 식료공장친구가 말하지 않았어. 우린 무에서 유를 창조할줄 아는 조선사람이라구 말이야. 생각해보라구. 여기는 온통 논판이니까 우물을 파면 물은 나올것이구 불문제도 그렇게 머리를 쓰고 노력을 하면 해결방도가 나설게거던. 우린 신을 믿는 사람들이 아니니 새로운 프로메테우스가 나타나 불을 가져다주길 바랄수는 없단 말이요. 물도 불도 모든것은 우리가 창조해야지. 동무들, 그렇지 않소?》

《옳소! 옳단 말이요!》

그 소리에 모두들 옳다고 떠들썩 호응해나섰다. 이른아침 얼어붙은 주변의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청년들의 랑만에 찬 말소리, 웃음소리, 롱소리에 가뭇없이 사라지는상싶었다.

《저 동문 어떤 동뭅니까?》

려단장이 방금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고 멋진 말로 호소한 얼굴이 별로 핼쑥해보이는 청년을 눈짓하며 최진혁에게 물었다. 려단장자신도 생활문제때문에 걱정이 많았던것인데 청년의 열정적인 호소를 듣고보니 몹시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였다.

《김명식이라구 군식료공장에서 온 동무인데 영예군인입니다. 몸이 불편할것을 생각해서 떨어지라고 했는데 기어코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저 서〈대장〉이란 친구가 바로 지난밤에 기발대를 자진해세운 서길산동무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을 처음하던 저 안경낀 동무는 한시호라는 동무입니다.》

《가봅시다.》

중앙지휘부일군도 그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던지 그렇게 말하고나서 먼저 앞서 걸었다. 려단장과 최진혁대대장도 따라섰다. 《동무들, 수고합니다.》

중앙지휘부일군의 류창한 목소리에 청년들이 조용해지며 일시에 돌아보았다.

《동무들, 중앙지휘부에서 내려온 참모장동무와 려단장동무입니다.》

최진혁이 두사람을 소개했다.

중앙지휘부일군은 소탈하게 인사를 주고받고나서 전투원들을 둘러보았다. 방금 언땅을 까내느라고 함마질과 곡괭이질을 한바탕 하고난 전투원들의 얼굴은 간밤에 한지에서 떨며 새우잠을 잔 사람들같지 않게 벌겋게 상기되고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이마에선 김이 물물 피여올랐다.

《이자 동무들이 참 좋은 말들을 했습니다.》

중앙지휘부일군이 전투원들의 모습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며 례의 그 류창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과 불이 있으면 투쟁할수 있고 창조할수 있다는 말도 좋고 우리자신들이 주인이 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고 방금전에 호소한 저 영예군인동무의 말도 참 훌륭한 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그런 정신으로 온갖 난관과 애로를 이겨내지 않는다면 대통로를 성과적으로 열어놓을수 없습니다. 나도 동무들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동무들이 천막을 실은 차가 미처 오지 않아 지난밤을 한지에서 보냈다는것도 알고있으며 지금도 생활조건이 말이 아니지만 앞으로 더 엄혹한 환경에서 일할수 있다는것도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동무들만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아니며 여기 100여리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할 전체 돌격대원들이 이겨내야 할 어려움이고 온 나라가 헤쳐나가고있는 어려움입니다. 지금 우리 조국은 어려운 강행군을 하고있지 않습니까. 미국놈들은 사회주의의 성새로 우뚝 솟아있는 우리 나라를 없애보려고 핵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온다, 〈핵사찰〉을 강요한다 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미쳐날뛰고있으며 그놈들의 고립압살책동으로 우리의 수많은 공장들이 전기와 원료부족으로 멎어서고있습니다. 하지만 동무들이 알아야 할것은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우리 조국이 가장 어려운 시련을 헤쳐나가고있는 시기에 사회주의강성대국건설의 대통로인 평양과 남포사이의 고속도로건설을 발기하시고 바로 우리들 조선의 청년들을 믿으시여 그 영예롭고도 거창한 과업을 청년동맹에 맡겨주셨다는것입니다. 우린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께서 청년들을 사회의 가장 활력있는 부대로 내세워주시고 하늘같은 믿음을 안겨주시는 그 사랑을 잊어서는 안되며 그 믿음과 사랑을 간직하고 백두산3대장군의 거룩한 자취가 새겨져 빛나는 100여리구간에 기어이 세상에 대고 소리칠만 한 고속도로를 건설함으로써 우리 조선청년들의 굳센 의지를 힘있게 시위해야 합니다!》

중앙지휘부일군의 목소리는 어느새 갈리였다. 실은 몇명의 전투원들을 만나는 기회에 해주고싶은 말이 있어 이야기를 시작했던것인데 어느새 수백명의 청년들이 모여와 이야기를 듣고있는통에 흥분한것이였다. 온밤을 한지에서 보낸 전투원들에게 무엇인가 더 가슴울리는 말을 해주고싶었으나 그는 왜서인지 자꾸만 목이 갈리여 수나롭게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는 한참만에야 《동무들, 고난이 지금의 백배, 천배로 겹쳐든다 해도 시대의 부름을 자각한 우리의 량심과 열정과 의지로 여기에 기어이 대통로를 열어놓읍시다. 그 대통로가 조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우리 조선의 청년들이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어떻게 투쟁했는가를 력사앞에, 후세의 인간들앞에 말해줄것입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잠시 열기로 번득이는 수백의 눈동자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무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피끓는 심장들마다에서 일시에 터져나오는 우뢰와 같은 목소리가 아득한 벌판우로 즈르렁즈르렁 울려갔다.

누구보다도 흥분이 빠르고 흥분하면 자기를 걷잡지 못하는 서길산이 열기가 뻗치여 동무들을 향해 웨쳤다.

《동무들, 우리 저 붉은 기발앞에서 맹세합시다! 우리의 피와 살과 넋을 다 바쳐서라도 기어이 대통로건설을 기한전에 끝내자고말입니다.》

《히야, 저 친구 확실히 괜찮은데. 정말 서〈대장〉이야. 붉은기앞에서 맹세하잔말이지. 동무들, 맹세하자구.》

《맹세한다! 맹세한다! 맹세한다!》

또다시 터져나오는 우렁찬 함성이 얼어붙은 대기를 산산이 찢어놓았다.

세사람은 어지간히 흥분하여 그 자리를 떴다.

《최진혁동무, 잡도리를 잘하고 공사를 처음부터 본때있게 내밀어보오. 곧 려단적인 경쟁을 조직하자고 그러는데 동무네 신암대대가 1등을 해보시오. 저 동무들의 열의로 봐서 조직사업만 잘하면 그렇게 할수 있겠습니다.》

《려단에서 결심을 잘하였습니다. 경쟁을 조직하면 의욕들이 더 커질것입니다. 중앙지휘부에서도 지원포를 쏴줄테니 상도 크게 걸고 경쟁을 한번 조직해보십시오. 며칠후에 청산리에 각 려단들이 다 모여서 위대한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모임을 가지게 되는데 토론준비도 잘해서 불길을 한번 지펴보십시오.》

중앙지휘부일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동무들, 우린 지휘관들입니다. 명심합시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오늘의 난국을 진두에서 헤쳐나가시느라 늘 평양을 떠나시여 최전연의 험한 길을 걸으시면서 어찌하여 우리 청년들에게 고속도로건설을 통채로 맡겨주시였는가에 대해서말입니다. 우린 경애하는 장군님의 명령을 죽으나 사나 기어이 관철해야 합니다. 이것이 시대와 우리 혁명의 요구이고 장군님을 결사옹위하는것임을 자각합시다!》

최진혁은 그 순간 가슴속에서 거대한 그 무엇이 태동하는듯 한 감을 느끼였다.

한지에서 밤을 새운 대대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보면서도 고생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공사를 언제 시작하려는가부터 묻는 중앙지휘부일군을 속으로 언짢게만 생각했던 자신이 비로소 부끄럽게 생각되였다. 그래, 어려움을 겪는것은 우리 대대만이 아니다. 온 공사장이, 아니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있다. 하지만 우리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지켜주시려 고난과 시련을 맞받아 헤쳐가시는 우리 장군님의 그 걸음걸음에 비길것인가. 위대한 장군님께서 최전연의 험한 길을 걸으시며 우리 청년들에게 고속도로건설을 통채로 맡겨주신 그 깊으신 뜻을 알아야 한다고 한 중앙지휘부일군의 말이 최진혁의 귀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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