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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충성의 한길에서》 제2부
천 세 봉
(제 43 회)
제 13 장
2
한여름 폭양밑에서 놈들을 잡는 전투가 벌어졌다. 하늘이 떨고 땅이 튀는것 같은 력사적인 전투였다. 항일대전의 영웅적기개를 천하에 과시하는, 후일 전쟁사가들이 력사의 페지우에 진하게 기록해야 할 대전투가 여기 동산을 중심으로 한 무송일대에서 불꽃을 날리였다. 불줄기가 엇갈리고 고함소리가 터져올랐다. 쉬잇 쿵, 쉬잇 쿵, 박격포탄이 작렬하는 소리, 하늘을 쪼개는 비행기의 폭음, 여기 저기 쏟아붓는 폭탄의 굉음, 말발굽소리, 말울음소리, 해빛에 번쩍거리는 칼날… 종산일대는 놈들의 발악으로 죽가마 끓듯했다. 그러나 그를 제압하는 혁명군들의 기세는 더욱 무서웠다. 기척이 없이 엎드려있다간 땅이 진감하며 화산이 터진듯 들고일어나 적대렬을 토막쳐 잡기도 하고 이 산굽이 저 산굽이 각을 뜯어가지고 이끌고 돌아가다가 때려잡기도 했다. 쏘아라 찔러라 하는 고함소리가 골짜기를 메웠다. 포위한 적을 역포위하여 동산의 북쪽고지와 남쪽고지 사이에 몰아넣고 200여명의 적들을 단숨에 요정냈다. 적의 기본력량인 수비대가 동산을 빼앗기 위해 기여올라왔다가 도로 쫓겨내려갔다. 드디여 장군님께서 전부대에 반돌격명령을 내리시였다. 《돌격 앞으로!―》 장군님께서는 초연이 날리는 등성이우에서 권총을 들어 흔드시며 골안이 즈르렁 울리게 웨치시였다. 나팔소리가 울리고 붉은 기발이 이쪽저쪽에서 날았다. 돌격의 함성이 골안을 흔들었다. 마구 짓밟아 죽일듯한 기세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녀대원들과 함께 적진으로 돌입하시였다. 적아가 혼잡을 이룬 가렬한 싸움이 동산앞 풀이 무성한 버덩에서 벌어졌다. 《동무들, 왜놈들에게 조선녀성들의 본때를 보여줍시다! 원쑤를 똑똑히 보고 쏘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수풀속으로 내달리며 녀대원들에게 웨치시였다. 처절한 싸움이였다. 정말 시뻘겋게 단 불가마속에 원쑤들을 몰아넣고 콩닦아내듯하는 싸움이였다. 놈들은 못견디여 퇴각했다. 동산앞 골짜기끝으로 밀려나가며 숱한놈들이 서로 앞서겠다고 허둥지둥 뛰였다. 말도 뛰였다. 그러나 말잔등에 앉았던놈은 어데 딩굴었는지 간데없고 펀들펀들한 가죽안장만 올라앉아나갔다. 그런데 적대렬은 또 골짜기끝에서 된타격을 받았다. 거기에도 이미 혁명군들이 매복해있다가 갈겨대는것이였다. 놈들은 도로 쫓겨서 밀려들어왔다. 그러자 버덩에선 또 놈들을 맞받아 벼락같은 사격을 퍼부었다. 혼맹이가 빠진놈들은 대항도 못하고 도로 또 골짜기로 밀려나갔다. 골짜기끝에서 다시금 총성이 터졌다. 내뛰며 들이뛰며 피를 쏟는놈들이 버덩과 골짜기에 너저분하게 널렸다. 철갑모를 쓴 놈들의 한무리가 요행 빠져서 락조가 비낀 앞산마루로 기여올랐다. 그러나 그놈들도 기다렸던듯 몰방으로 갈기는 총탄에 맞고 디굴디굴 굴러내려온다. 이때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경위대원들을 데리시고 버덩으로 내려오시였다. 버덩과 골짜기에선 만세소리가 터져올랐다. 혁명군들이 꽉 메워서서 총을 들어흔들며 산이 떠나가게 만세를 불렀다. 모두 어쩔바를 몰라 서로 부둥켜안고 돌아갔다. 녀대원들도 서로 붙안고 볼을 비비며 돌아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목이 터지게 만세도 불렀다. 복거리더위에 군복이고 뭐고 죄다 물주머니가 되였다. 한쪽에선 로획한 말들이 달아난다고 말을 따라 산등성이로 우르르 밀려올라기도 했다. 다른 한쪽 골짜기에선 위만군과 자위단 포로들이 손을 들고 꾸역꾸역 밀려나온다. 감시를 하던 혁명군들이 따라나오며 바로걸으라고 벽력같이 소리친다. 동산일대는 메아리가 잦아들지 않고 웅웅소리를 내였다. 해가 졌다. 저녁노을이 불탔다. 하늘에도 불타고 땅에도 불탔다. 조국을 찾는 성전에 뿌린 피빛이 하늘땅에 장엄히 물들었다. 혁명군들은 혈전이 벌어졌던 대남문 소남문쪽으로 밀려들어갔다. 녀대원들은 경위중대원들과 함께 장군님을 모시고 소남문거리로 들어갔다. 모두 군복잔등에 아니 어깨팍까지 땀이 푹 내뱄다. 김정숙동지, 분임이, 복녀, 금실이, 국금이, 금옥이, 영애, 수월이, 순옥이 다들 얼굴들이 붉게 타고 숭엄해진 기상들이였다. 모두다 해빛을 안고 이 거리에 찬란한 빛을 채우며 들어가는것 같은 감정들이였다. 앞에서 걷는 김정숙동지께서는 두눈을 슴벅슴벅하시였다. 장군님을 모시고 장군님의 옛집이 있는 무송거리로 들어서는 그 감격, 그 흥분이 바람세찬 파도멀기처럼 진정할길 없이 가슴에 철썩철썩 설레이였다. 큰 기쁨이 가슴에 하나가득 해지시였다. 거룩한 제단에 피를 뿌리고 간 나의 혈붙이들이 영원한 삶으로 길이길이 꽃피여날, 내 겨레 내 조국을 찾을 혁명을 내 손에 억세게 틀어쥐여주신 위대한 장군님을 모신, 이를테면 하나의 휘황한 세계를 얻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바다같이 넓어지며 길길이 물멀기가 일어서는것 같기도 하시였다. 앞에서 걸으시던 장군님께서 문뜩 걸음을 멈추시였다. 정든 옛집앞으로 오신것이였다. 뒤따르던 녀대원들 경위중대원들도 이 집이 무슨 집이란걸 알고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장군님께선 천천히 군모채양을 넘겨미시며 두어발걸음 더 집앞으로 다가가시여 또 우뚝 걸음을 멈추시였다. 문을 열면 그립고 그리운 식구들이 우르르 내달아올것 같은 그 옛날 그 집, 녀대원들은 모두 장군님의 마음속깊이에 흐르는 아픈 심회를 읽으며 눈물들을 글썽거렸다. 천하를 뒤흔드시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이렇게도 조용히 인간의 눈물을 체험하시는 순간이 펼쳐진다는 생각을 하니 목이 메여오르기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또 동강에서 오빠의 비보를 받았을 때 생각이 나시였다. 남을 위로해주시느라고 하시는 말씀이긴 했으나 자신께서도 개인의 슬픔을 극복하시며 혁명을 하시느라고 그렇게도 무겁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던 장군님! 그 말씀이 어찌 남의 슬픔을 위로해주시기 위해서만 하신 말씀이였으랴. 진정으로 그 넓으신 가슴 한구석에 남몰래 숨겨두시고 괴로와하시는 슬픔을 말씀하신것이 아니겠는가. 아 그런 장군님께서 지금 그 잊을수 없는 옛집 문앞에 와 서계시니 무슨 생각인들 안나실가. 아버님의 얼굴, 어머님의 얼굴, 동생들의 얼굴이 볼에 와닿듯 날아와 안겨서 목메는 울음을 참아내시진 않으실가. 눈앞에 떠오르신 아버님 어머님의 얼굴을 쳐다보시며 인제 돌아오셨느라고 인사를 올리시는 심정은 아니실가. 《장군님!》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히 다가가 장군님의 땀에 젖은 군복잔등에 볼을 대고 울고싶은 심정으로 조심히 말씀을 올리시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아무 대답이 없으시였다. 얼마후에야 군모를 벗으시며 이마의 땀을 닦으시였다. 그러시고는 천천히 돌아서시여 무겁게 발을 옮기시였다. 격전이 있은 날이라 거리는 조용했다. 사람이란 사람은 죄다 피난을 가고 집은 모두 비여있었다. 문짝이 부서진 집, 유리가 깨진 점포, 어떤덴 포목이나 잡화가 길에 흩어져있기도 했다. 점포의 간판이 떨어져내려 꾸겨박히우기도 했다. 장군님께서는 그 모든것을 유심히 바라보시며 천천히 걸어가시였다. 어느 골목엔들 바삐 걸어다니시던 옛자욱이 없으랴. 소년운동에서 청년운동으로 활기를 띠고 밟으시던 무대, 독서회를 하시던 생각, 연예회를 하시던 생각, 신문을 찍어내시던 생각, 그 숱한 생각이 모두 아버님, 어머님, 동생들과 어우러진 추억으로 떠오르시고 그 추억이 구름같이 감도는 거리와 골목… 장군님께서는 얼른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가시며 걸으신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내내 량볼이 젖으시였다. 얼마후에야 장군님께서는 걸음이 좀 가벼워지셨다. 벌써 동문쪽으로는 혁명군대렬이 들이밀렸다. 행군대렬을 지을 큰거리로 집결하는것이였다. 붉은기발이 여기저기서 거세차게 나붓기였다. 인젠 조국진군이다. 오매에도 그립던 조국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메아리를 울려주시듯 장군님의 걸음은 힘차고 빨라지셨다. 녀대원들은 숭엄한 생각에 젖어 장군님을 바삐 따랐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깨에 멘 총을 단단히 틀어잡으며 잔등에 진 배낭도 뒤손질로 어루만져보시였다. 어느 거리에서 무엇이 불타는지 연기가 훗훗 날아오기도 했다. 휘이 저녁바람이 불고 어데서 양철 뎅그렁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벌써 큰거리쪽에선 힘찬 구령소리가 일어난다.
제 2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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