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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충성의 한길에서》 제2부
천 세 봉
(제 34 회)
제 10 장
2
리범진중대는 마안산에 도착했다. 그런데 중대는 도착하자바람으로 먼저 와있는 김봉석중대와 감격적인 상봉이 벌어졌다. 어슬막의 수림속이 떠들썩 끓었다. 두 중대의 대원들이 거의다 서로 알 사람들이여서 마구 붙안고 돌아가며 이게 얼마만인가고 웨쳐대였다. 김봉석, 최정수들도 격정에 넘쳐서 리범진중대의 대원들과 악수를 했다. 《자, 손아귀가 쇠집게 같애졌다.》 《여부가 있습니까?》 최정수의 소리에 리범진중대의 대원들은 흰목을 뽑으며 대꾸했다. 모두들 웃었다. 소대장이 된 최정수는 키도 더 커진것 같았다. 후리후리한 키에 싸창을 덜렁거리며 돌아다녔다. 김봉석중대의 대원들은 리범진중대의 녀성대오를 둘러싸고 야 야 소리를 질렀다. 자기네 중대엔 녀성대오가 없는데 리범진중대엔 이렇게도 근점한 녀성무장대가 생겨났다는거다. 《다르긴 달러…》 《다르잖구. 이 중대에 근거지누나가 있지 않아…》 《쟈, 저것봐라. 아동단 애들도 수태 왔고나…》 김봉석중대의 대원들은 떠들썩 끓었다. 애들은 김봉석중대장에게 굽석굽석 절까지 했다. 《쟈, 이거 상촌 개가에서 뺙뺙하던것들도 왔구나!》 《빡빡하던게 뭐야요. 우리도 혁명군이야요.》 김봉석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녀성대원들은 지금 김봉석중대에서 달려나온 외태머리처녀 하나를 붙안고 울며불며 법석이 났다. 《언니, 언니, 난 언니 보구퍼서 장 울었어요. 목이 쉬도록 울었어요.》 처녀는 김정숙동지의 목에 매달리며 울었다. 《너를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구나. 그런데 월평으로는 안갔니, 어떻게 되여 중대를 따라왔니?》 《아무리 공작이지만 술집심부름을 어떻게 해요? 그래서 냅다 뛰여가 중대장동지보고 중대에 넣어달라구 했어요… 복녀언니!》 처녀는 복녀도 부둥켜안고 울었다. 복녀는 처녀의 머리에 볼을 비비며 순옥아, 순옥아 하며 목이 메여 꺽꺽거렸다. 이게 바로 민테설네 첩년 월선이한테 쥐여박히우며 고생을 하던 순옥이다. 그는 상촌에서 근거지해산이 시작됐을 때 조직에서 월평으로 내려가는 공작원의 딸처럼 만들어 내려보냈다. 그런데 술장사하는 공작원딸노릇을 못해먹겠다고 내뺐다는것이다. 어려서 너무 구박을 받아 그런지 아직도 훨썩 피여나질 못하고 두어뽐 되는 외태머리를 달롱거렸다. 순옥이의 설분이 너무 가긍해서 녀대원들이 모두 눈물이 그렁해졌다. 어쩜 이렇게 설음의 바다에 쥐여뿌리운것 같은 녀자가 가는 곳마다 발길에 채일가싶었다. 한쪽에 이렇게 울음이 터지는 일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기운이 북받친 대원들이 벌써 씨름판을 벌리기도 했다. 그새 얼마나 더 세졌는가 한번 안아보는것이였다. 술기막골 내도산 산삼 우러난 물이 이기느냐? 북만의 록용 우러난 물이 이기느냐? 윽윽 하며 얼굴이 광솔빛같은 대원들이 다리를 철썩철석 마주치며 돌아갔다. 골안이 들썩하게 웃음소리도 터졌다. 리범진, 김봉석 두 중대장도 박수를 치며 법석했다. 《떴다아, 떴다아, 아래를 후려라. 옳지, 옳지 하하하…》 리범진은 제편이 배지기를 떠넘기는바람에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김봉석은 뛰여가더니 자기 중대의 상씨름군에게 어서 들어가서 맞들어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어쨌든 유쾌한 힘내기가 벌어졌다. 얼마후 두 중대장은 후련해진 가슴으로 나무사이를 걸어가며 수군수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어디에 계신답니까?》 리범진이 김봉석에게 물었다. 《이 마안산에 계시다가 지금 딴곳에 가계시는것 같습니다. 남호두회의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서 숱한 사업이 벌어지고있는것 같습니다.》 《부대 재편성말인가요?》 《그럼요. 벌써 새 사단이 편성되였답니다. 그밖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불원간 동강에서 큰 회의가 열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둘이 다 장군님을 만나뵈올 생각을 하며 가슴들이 울렁울렁 뛰였다. 그들은 담배를 붙여물었다. 그리고는 또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수림속에서 일어난 감격의 소동은 그치지 않는다. 벌써 한쪽으로는 두개 중대의 대원들이 달라붙어 리범진중대의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말뚝을 박기도 하고 삽으로 땅을 파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법석을 이루었다. 이튿날아침이였다. 밤깊도록 흥분때문에 잠들지 못하던 대원들은 그래도 가볍게 날아일어났다. 그들은 맑은 공기를 들여마시며 그제야 저들이 자리잡은 지대가 어떻게 생긴 지대인가 하고 돌아들보았다. 어제밤엔 몰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산천이 잘 생기기도 했다. 자리를 잡은데는 후미진 수림속웅뎅이인데 주위엔 이깔무성한 봉우리들이 웅기중기 솟아있었다. 웅뎅이는 졌으나 원체 지대가 높아 언덕에 올라서면 나무우듬지너머로 탁 터진 광야도 내다보였다. 아니 광야가 아니라 야산지대인데 무송쪽으로 나가는 길인지 쭉 뻗은 큰길이 내다보인다. 대원들은 아침해살이 금띠처럼 비쳐들어오는 수림속을 흥청거리는 심정으로 걸었다. 여기도 내도산처럼 갖가지 새들이 다 모여들었다. 울기도 갖가지로 울었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에로 날며 도 도르르, 싯죵싯죵 별소리를 다 냈다. 모두 손벽을 치며 새우는 흉내를 내였다. 《아 아주바니 먹고놀고지.》 폭소가 일어났다. 제비도 날았다. 가로 날기도 하고 세로 날기도 한다. 대원들은 강남아가씨도 왔다고 나무새로 미끄러져나오는 제비들앞에서 우야 손을 쳐들어올리기도 했다. 나팔소리가 울렸다. 리범진중대에서도 김봉석중대에서도 나팔소리가 쌍으로 울렸다. 아침식사시간을 알리는 나팔소리다. 김봉석중대의 천막에서는 남대원 셋속에 순옥이가 섞여돌아가며 작식을 하는데 이쪽 중대의 천막에선 끌끌한 녀대원들이 전부 달려들어 작식을 했다. 영애와 금실이는 저쪽 중대의 작식대에 무얼 날라가기도 했다. 《그렇지 이웃을 도와야지. 우리만 잘 먹을수야 없지 않는가?》 작식대 천막앞으로 모여드는 리범진중대의 대원들은 이러며 웃는다. 모두 날씨가 좋다느니 계절이 좋다느니 하며 떠들었다. 그래도 어느 짬에 다 면도질도 했다. 턱수염이 많아서 아바이대원이라고 별명을 듣던 대원도 턱수염을 말끔히 밀어던졌다. 칼이 잘 먹지 않아서 그랬는지 시퍼런 수염자리에 더러 베서 째진데도 있다. 모두 몸에 힘이 뻗쳐서 어깨를 툭툭 건드리기도 했다. 《이거 왜 이래? 점잖지 못하게…》 《어제밤 잘 잤나말야?》 《흥, 밤새 꿈을 꾸었소. 동무를 배지기 떠넘기며 옜다봐라 소리를 질렀소.》 《눈뜬 대낮엔 못이기니까 꿈에라도 이겨야지.》 한쪽에선 키 큰 대원이 팔을 뚝 뻗치고 다른 한대원이 그 팔을 휘여내리느라고 야단을 했다. 《암만 휘여보라지, 어데다 뫼를 썼게 이 팔뚝을 휘여?》 팔뚝힘이 세긴 세였다. 팔뚝에 달라붙은 대원도 주먹이 큰 대원인데 그 팔뚝을 휘여내리지 못했다. 지금 한쪽을 테놓은 천막뒤쪽 풀밭에서는 녀대원들이 끼니를 끓이느라고 땀을 철철 흘렸다. 나팔수가 너무 일찍 나팔을 불어놓아서 모두 숨이 가쁘게 뛰였다. 가마도 두개밖엔 가지고 오지 못해서 그 두개를 가지고는 국밖엔 끓여내지 못했다. 밥은 수십개의 밥통을 주런이 걸어놓고 해냈다. 《어서 국을 푸세요. 그리구 무우채 친건 간을 봤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땀을 흘리며 물으시였다. 《인젠 다 됐어요.》 금실이가 대꾸했다. 《그럼 그것두 여러 그릇에 갈라 담으세요. 한분대에 두어그릇푼수로 말이예요. 그리고 수월동무와 금옥언니는 밥도 나르고 국도 날라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지휘를 하며 가마밑불이 죽어 그걸 다시 일구느라고 불어대시였다. 이마에선 땀이 떨어지고 군복엔 재티가 들씌웠다. 이러는데 연분홍저고리에 남빛치마를 입은 김봉석중대의 순옥이가 무얼 가지고 오는지 사발을 들고 달려왔다. 《아니 이게 누구냐? 어느새 이렇게 진달래처럼 활짝 피였어?》 녀대원들이 모두 황홀해서 부르짖으며 일어섰다. 순옥이는 입을 싸쥐고 웃었다. 모두 다가가 연분홍저고리를 만져보았다. 치마도 만져보았다. 천은 변변치 않았으나 빛이 곱고 다림질도 잘 했다. 《이 그릇은 뭐예요?》 김정숙동지께서 다가가 물으시였다. 《어제 여기서 다래순 뜯은걸 무친거야요. 언니들 자셔보라구…》 《고맙구나. 역시 옷이 날개라더니 그렇게 환한 얼굴을…》 김정숙동지께서는 가리마 탄 머리도 쓰다듬어 넘겨주고 고름끈도 고쳐매주시였다. 《언니, 나두말야, 언니네 중대에 올테야.》 순옥이는 김정숙동지에게 속삭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어서 가보라고 하시였다. 순옥이는 신이 나서 또 달음박질했다. 순옥이가 가자 아동단애들이 우르르 작식대로 밀려들었다. 그들은 벌써 산등성이, 골짜기 할것 없이 숱한데를 돌아치며 나물을 한줌씩 뜯어가지고 왔다. 애들은 여기가 술기막골 내도산보다 더 좋다고 떠들어댔다. 《정말야, 술기막골은 독초만 많았어…》 애들은 독초생각이 나서 술기막골쪽 하늘을 돌아보았다. 《얘, 우리 있다가말야 저쪽 큰 골짜기에 가서 토끼사냥을 하자구. 내가 토끼 두마리를 봤어.》 《그럼 왜 봤을 때 소리치지 않안?》 《내 혼자 살금살금 붙들려다가 놓쳤어.》 《체 멍텅구리…》 확실이가 가마 차넘긴다고 욕지거리를 했다. 애들은 짝짜그르르 웃으며 물러섰다. 얼마후 식사가 시작되였다. 작식터는 큰 잔치나 치르는것 같이 흥성거렸다. 모두 잘들 먹었다. 더운국을 훌훌 들여마시며 《어 달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국을 한그릇씩 더 먹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쩝쩝 다시기도 했다. 한분대에선 식사를 하면서 국제국내정세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인제 장군님께서 오시여 학습을 얼마나 잘했는가고 물어보실것 같아 가슴들이 두근거리는것이였다. 《여 일본, 독일, 이태리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데 도대체 어디를 노리는건가? 공산주의에 화력을 걸자는것 아니야?》 《그야 물론이지, 제국주의진영이 심상치 않다는건 공산주의편이 버쩍 경각성을 높여야 한다는걸 의미하는것이지.》 《그리고 지금 저놈들이 경제공황의 후과로 식민지재분할을 획책한다고 하는데 식민지재분할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건가?》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더운 밥에 더운 국, 그런데 국엔 고추가루까지 들어갔다. 그러니 땀을 뺄수밖엔 없다. 《식민지재분할이란, 남의 식민지였던것을 뺏어가지겠다는 말이겠지?》 《제국주의 저희놈들끼리말야?》 《그럼…》 《그렇다면 전쟁은 불가피적이군, 저희들끼리…》 《왜 저희들끼리만 하겠나? 먹히우고있는 식민지들도 들고일어나야지,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앞장에 서서 투쟁을 이끌고나가야 한단말야.》 《복잡하군. 뭐가 뭔지 줄기를 세워 이야기할수 없단말야.》 《그럼 락제 안야. 저 저 국 쏟아지네.》 바지에 쏟아진 국물을 털며 웃어대기도 한다. 식사를 끝낸 대원들은 헐헐하며 천막밖으로 나왔다. 국을 두그릇씩 먹은 대원들이 많았다. 모두 손부채질을 하며 배가 부른김에 왜놈들이라도 한바탕 갈겨댔으면 좋겠다고들 했다. 아침식사가 끝난 뒤에도 또 두 중대의 친선경기가 벌어졌다. 총꼬느기였다. 《도 동무들, 지금 정신이 있소?》 녀대원들이 아침설겆이를 하고나서 학습을 하고있는데 3소대의 말더듬이대원이 천막안으로 뛰여들어오며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그래요?》 김정숙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저 지금 김봉석중대와 총꼬느기시합이 붙었는데 학습은 무슨 학습을 펴놓았소. 녀, 녀장수 빨리 나오라구…》 대원은 발을 굴러쳤다. 《시합이 붙었어도 우린 학습을 좀 해야 되겠어요. 행군기간에 너무 밀려서…》 《쟈, 우 우리 중대가 지게 되였단말이요. 지금 녀장수 불러오라고 야단이요.》 저쪽 김봉석중대의 천막앞에선 우야우야 끓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녀장수 데리러 또 뛰여오는지 퉁탕거리는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학습이 안될것 같아 김정숙동지께서는 모두 학습장들을 간수해넣고 경기장으로 나가자고 하시였다. 녀대원들이 우실거리며 책들을 배낭속에 찔러넣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으로 나가야 할 복녀는 끄떡을 않고 무르팍우에 학습장을 올려놓고 앉아 글을 자꾸 내려쓰고있다. 벌써 얼굴이 시뻘겋게 동했다. 정말 녀장수 데리러 또 한 대원이 달려왔다. 《어떻게 된거야. 녀장수, 어떻게 됐소?》 《하 학습한다네.》 《아니 지금 대걸소대장이 빨리 불러오라고 야단이란말요.》 《복녀동무, 어서 일어서 나가봐요.》 《몰라요. 난 학습해야겠어요.》 복녀는 김정숙동지의 말을 단마디로 막아쳤다. 김정숙동지께서도 그담엔 말을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도 지금 복녀의 토라진 심정을 알고계시였다. 행군해오면서 복녀는 대걸이가 자기에게 하던 말을 죄다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걸이를 뚝바우라거니 몰인정한 사람이라거니 하며 욕을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대걸이의 말을 그렇게 리해하지 말라고 달래이시였다. 《그렇게 리해하지 말라는게 뭐야요? 글쎄 날 머리가 트지 못했다구? 아니 머리가 트지 못했다면 뭐야요? 바보, 천치 그런거란 말 안야요?》 복녀는 화를 내며 울기까지 했다. 《동무들, 어서 나가보세요. 복녀동무는 정말 학습이 좀 밀리긴 했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웃으면서 달려온 두 대원에게 말씀하시였다. 《쟈, 이 이건 정작 머 멍석을 펴놓고 오라니까 이 야단이네.》 《뭐예요? 멍석은 왜 펴놔요? 동무, 그 말버릇부터 좀 고쳐요.》 복녀는 말더듬이의 말을 윽박지르며 성이 나서 펄펄 뛰였다. 두 대원은 더는 말을 못하고 천막밖으로 쫓겨나갔다. 지금 김봉석중대의 천막들이 삥 둘러쳐있는 질펀한 풀밭에는 두개 중대의 대원들이 거의다 모여서 둘레를 쳤다. 중대와 중대간의 친선을 도모하는 경기라 두 중대의 지휘성원들까지도 모두 떨쳐나왔다. 제편이 총을 꼬나올릴 때엔 응원도 대단했다. 써라 써라 하고 힘을 쓰라고 소리도 지르고 윽윽 대원들자신이 힘쓰는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주먹을 휘두르며 혁명가를 부르는 편도 있었다. 지금 리범진중대장과 김봉석중대장은 저들 중대원들앞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총꼬느기하는 선수를 지켜보고있다. 마침 김봉석중대의 대원이 총을 꼬나올리는 판이였다. 《또 든다, 든다.》 《써라, 힘써라, 위엿, 위위엿, 개개 명창이다.》 김봉석중대는 소동이 났다. 이쪽 중대에선 사방에서 녀장수 안오는가고 웨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녀장수는 인젠 총꼬느기를 안한다는거야.》 《아니, 녀장수가 왜 총꼬느기를 안해?》 《소대장명령도 어림없다는거네.》 《쟈 이런, 젠장 녀장수가 와야 이겨낼것 안야? 우리 편은 그 누구도 김봉석중대장을 이겨낼 사람이 없지 않아. 리범진중대장두 꼼짝 못하니 누가 이겨내?》 웃음소리가 터졌다. 벌써 중대장들은 한바탕씩 꼬느어본것이였다. 대걸이는 녀장수 안온다는바람에 부아가 올라서 주먹을 쥐고 저의 소대원들앞을 왔다갔다했다. 《빌어먹을. 머리가 트질 않긴 않았단말야, 중대의 이런 고충도 몰라주니, 무슨 녀대원이야? 앞으로 세간살이도 그렇게 들데 놓을데를 모르고 해먹겠지?》 대걸이는 얼굴이 시뻘개서 혼자 두덜댔다. 《제가 좀 꼬느어보겠어요. 우리 녀대원들은 누구나 다 장수이니까요.》 뜻밖에도 김정숙동지께서 한쪽옆을 테고 들어오며 말씀하셨다. 《아니 근거지누나가 총을 꼬나?》 《녀대원들은 다 장수라지 않어?》 《모르겠어…》 대원들은 반신반의하며 끓었다. 그러거나말거나 김정숙동지께서는 총이 놓여있는 곳으로 걸어들어가시였다. 그이께서는 남대원들이 나온 뒤 복녀를 달래여 끌고나오긴 했으나 경기장으로는 들여세우지 못하시였다. 그래서 녀대원들에게 뛰지 못하게 단단히 붙들라고 눈짓을 끔뻑 해놓고는 자신께서 경기장으로 들어서시였다. 자신께서 나와 기껏 꼬느노라고 애쓰면서 못꼬나올리면 제가 가슴이 안타까와서도 뛰여나오지 않겠는가고 믿으시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수집게 웃으며 총을 잡으시였다. 총을 잡는다는게 총허리를 한손에 하나씩 쥐고 이렇게 들어올리는거냐고 물으시였다. 《쟈, 이건 참빗이 뭔지도 모르는 참빗장사가 나타났네. 더 내려줴요. 총신끝을 내려쥐란말요.》 《내려쥘수록 무겁지 않겠어요?》 《쟈, 그러게 내기를 하는거지 누구나 다 넹큼넹큼 들어내면야 내기랄게 있소. 이것 이기지도 못하고 망신만 당하게 됐다.》 또 웃음소리가 터졌다. 《저것 봐요. 얼마나 안타까우면 총쥘줄도 모르는 정숙동무가 나갔겠어요. 저게 다 복녀동무 나오라고 하소연하는거예요.》 《그럼요. 정숙동무가 언제 총을 꼬나보았다고 저 두자루를 가쯘히 들어올리겠어요. 어떻게 하든 복녀동무가 나가야지.》 사람들속에 서있는 녀대원들은 복녀를 붙잡고 불고 치고 했다. 그들도 벌써 김정숙동지께서 그렇게 하시라는것으로 알고있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여전히 수집게 웃으며 총신끝을 내려쥐시였다. 더 내려쥐라고 들끓었다. 《이만하면 되겠어요?》 《그만하면 됐소. 인젠 들란말요.》 《들겠어요. 모두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들겠어요.》 《쟈, 이건 선전이 또 대단하다. 우, 우얏!》 군중이 먼저 힘쓰며 소리를 질렀다. 《우야앗!》 김정숙동지께서 총을 꼬느어올리시였다. 그런데 바른손에건 거의 올라갔는데 왼손에건 절반도 못올라갔다. 그이께서는 채 올라가지 못한 총을 받들어올리느라고 또한번 힘을 쓰시였다. 그러나 총대는 바들바들 떨기만 하며 올라가진 못했다. 복녀도 그 총대들을 보고있다. 내뺄 자세로 서있던 몸집도 바로잡아세웠다. 그는 은근히 숨을 씨근거렸다. 저걸 채 못들다니 조금만 더 힘쓰면 올라가겠는데… 힘이 그렇게도 모자랄가. 《호호호…》 김정숙동지께서는 종시 총 두자루를 내려놓고 앉으며 얼굴을 싸고 웃으시였다. 군중도 소리를 내여 웃었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녀장수가 있어야 되겠다고 녀장수 어데 갔는가고 들끓었다. 《여기 들어가요. 한번 본때를 보이러 들어가요.》 녀대원들이 웨치며 복녀를 경기장으로 밀어넣었다. 복녀는 방금전까지 독하게 도사리고있던 감정이 훌 날아가버렸다. 그는 씽씽 걸어서 총 있는데로 들어갔다. 《한번 있는 힘을 다 내봐요. 그리고 그저 들었다놓지 말구 사람들앞으로 한바퀴 돌아요. 녀대원들이 어깨가 들리게말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걸어들어오는 복녀에게 귀띔해주시였다. 《그렇지만 내가 그 뚝바우가 하던 소릴 잊을줄 알아요. 그 말은 명치에 새겨둔채 들테야요.》 《어서 그러라구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웃으면서 걸어나오시였다. 이처럼 고집이 센, 그러나 소박한 복녀가 급기야는 대걸이와 함께 꽃피는 곳으로 가긴 하겠지만 그 로정엔 역시 큰 물결 작은 물결이 일어나는가 싶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그게 곡절이 없이 다달으는 로정보다 좋을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들었어요, 벌써 들었어요.》 김정숙동지께서 녀대원들 있는데 나오자 국금이가 발을 구르며 부르짖었다. 정말 복녀는 벌써 총 두자루를 들었다. 환호가 일어났다. 녀장수 녀장수 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복녀는 정말 김정숙동지께서 시켜주신대로 총 두자루를 꼬나들고 사람들앞으로 빙빙 걸어돌아갔다. 상대편 중대는 물론 자기편 중대 성원들 앞으로도 걸어돌아갔다. 《여이샤!》 《여이샤!》 대원들은 무슨 줄당기는 경기라도 하는듯 힘을 쓰며 소리쳤다. 조금도 떨어뜨리지 말고 한껏 걸어보라는것이다. 대걸이도 인제야 속이 좀 내려가서 입가에 빙긋 웃음을 띠고 복녀를 바라보았다. 역시 활딱 불타는 얼굴이 곱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이샤!》 《여이샤!》 대걸이도 여이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복녀는 독한 눈빛으로 대걸이를 쏘아보며 총대끝으로 대걸이의 코허리를 건드리며 지나갔다. 대걸이가 질겁해서 물러서는바람에 흐아 웃음소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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