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충성의 한길에서》

 제2부

 

 

      

천 세 봉

  

 

 (제 27 회)

  

 

제8장

 

 3

 

내도산에서 이런 전투가 한창인 때 쑥바치로 간 애들과 분임이, 리상녀, 확실이의 운명앞에는 무서운 시련이 닥쳐들었다.

쑥바치란 원래 밀림이 울창한 곳에 화전농사를 짓는 집이 수십집 모여사는 곳이였다. 땅이 걸어 농사가 잘되고 인심이 후했다. 술기막골애들이 그곳에 당도하자 사람구경을 못하던 이곳 농민들은 술기막골 구정부에서 왔다간 뒤엔 애들이 이제 오는가 저제 오는가 해서 내내 기다렸노라고 하면서 너무 반가와 어쩔줄 몰라들했다.

낟알이란 온통 감자였다. 애들은 닿는날 밤으로 배가 불쑥해지도록 감자를 먹었다. 동네사람들은 애들이 지고온 량식에 조금 더 보태면 겨울을 날텐데 먹을 걱정은 아예 말라고 했다. 겨울을 나고 봄만 잡히면 나물도 흔하고 또 이어 올감자도 손에 잡힌다는것이였다. 무엇보다도 먹을 걱정을 안하게 되였으니 한숨 놓이였다. 정말 오랑캐가 어데서 어떻게 갈개는지 모르고 지낼것만 같은 곳이였다.

집이 좁은게 큰일이라면 큰일이였다. 애들이 한두집에선 다 못자고 십여집에 나뉘여 잤다. 식솔 많은 집들에선 도리여 저들이 안됐다고 송구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분임이, 리상녀들은 봄이 돌아오면 애들 힘으로 집지을 계획을 했다. 상촌에서도 꼬마들 힘으로 집을 지어놓고 다리펴고 살았는데 못지으랴싶었다.

《어머니, 집터를 닦는것 같은 일은 봄이 돌아와 땅이 녹을 때를 기다려야겠지만 재목을 베는 일이야 무슨 봄을 기다리고있겠어요. 지금부터라도 베들여야지요.》

분임이는 큰 계획을 하나 세워놓으니 마음이 흥충거리고 당장이라도 덩그런 초가를 하나 세워놓고싶어 리상녀에게 말했다.

 《그럼 재목이야 겨울에 베여들이면 더 좋지. 상촌에선 재목을 베서 애들의 얘룩얘룩한 어깨에 메나르노라고 고생을 했지만 여긴 지척에 나무가 있기도 하고 지금 베서 눈우로 슬슬 끌어내리면 여북 좋겠니.》

리상녀도 맘이 동떴다. 분임이는 애들을 데리고 나무를 찍으러 나섰다. 술기막골에선 먹을것때문에 턱을 짚고앉아 울었지만 여기선 그런 시름을 붙안고 눈물을 짤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땐 혁명을 꽃밭 걸어가듯하는 일로 알았지만 지금은 사람이 못갈 험산준령을 피를 뿌리면서라도 기여넘어야 한다는것도 알고있다. 내가 집을 못지어? 나도 정숙동무의 본을 받아서 여기서 집을 지어내야 한다. 분임이는 이발 굵은 자루톱을 얻어들고 애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여긴 그래도 눈이 그렇게 깊이 쌓이진 않았다. 분임이는 지내 큰 나무는 자루톱으로 벨수도 없고 또 베여넘겼대야 옮겨갈수도 없을것 같아 연목감보다 좀 굵은 나무들을 베여넘기기 시작했다. 애 둘이 언덕받이에서 나무를 벋밀고 분임이는 나무밑둥에 쓱싹쓱싹 톱질을 했다.

《지도원누나 톱질하는거 보니까 우리 누나 생각난다야.》

《야, 정말 우리 누난 지금 어데 있을가…》

애들이 나무를 벋밀며 이런 소리를 하였다.

우리 누나란 김정숙동지를 말하는것이다. 아주 어린 꼬마때부터 자장가속에서 기르듯해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른다. 애들은 분임이의 얼굴에 땀이 번들번들해지자 지도원누나는 힘든데 그만두라 하면서 저들이 베겠다고 서로 달려들어 톱을 빼앗았다. 그래선 두셋이 달라붙어 톱자루를 쥐고 내밀고 당기고 하였다.

《넘어간다, 넘어간다!》

나무우듬지가 흔들흔들하자 애들은 소리를 질렀다. 밑에서 바글거리는 애들을 나무에 치인다고 물러서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 드디여 나무가 비탈에서 쾅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헤헤헤 하나 벴다.》

《야 정말 베놓으니까 한아름되게 굵고나!》

애들은 저희들 힘으로 범이나 잡아놓은것 같이 끓었다. 한참 역사를 하고나니 나무 세대를 베여넘기였다. 베여넘기기 바쁘게 낫가락을 가진 애들이 달려들어 가지를 짓조겼다.

《나무가지도 따서 내버리지 말고 다금다금 놓아가지고 단을 묶어요. 마른 다음에 화목을 하게…》

《흥, 그럼 꿩두 먹구 알두 먹네…》

애들은 분임이의 소리에 신이 나서 떠들었다. 감자라도 배불리 먹여놓으니 힘들다는 소리없이 잘해냈다. 하루동안에 적잖은 나무를 베였다. 산등성이 하나를 훤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밟아쳤는지 눈구뎅이도 팔싹 낮아졌다. 애들은 디굴디굴한 집재목들을 한곳에 메여들여 쌓았다. 당장은 퍼석눈우로 끌어내려갈수가 없어서 눈이 꾸둑꾸둑해진 다음에 끌어내려가든지 아니면 봄에 끌어내려가려고 했다.

마을사람들은 애들을 데리고 이 추운 겨울에 부산을 피우지 말라고 했다. 봄이 오면 집을 못짓겠기에 그러느냐는거다.

《여긴 그까짓 애들 학교같은걸 지으려 해도 헐하오. 문을 열고나서면 재목인데 동네사람들이 달라붙으면 그게 무슨 그리 힘들겠소.》

《그래도 저희들은 여기 와 발을 붙인것만 해도 큰 신세로 생각하는데 있을 집이나 학교를 어떻게 지어달래겠어요? 그리고 애들을 제 있을 집도 못짓는 그런 못난이로 키워선 안돼요.》

분임이는 동네사람들의 말을 이렇게 막으며 매일 애들을 데리고 눈덮인 산으로 올라갔다. 톱들을 더 얻어 톱 셋을 가지고 저도 베고 애들도 달라붙어 베여넘기게 했다.

동네사람들은 말못할 녀자라고 혀를 휘둘렀다. 모두 분임이의 이쁜 얼굴 어디에 이렇게 독한 구석이 있는가 해서 여겨보기도 했다.

어쨌든 분임이는 낮에 그렇게 나무베는 역사를 하고도 밤엔 밤대로 애들의 야학을 열었다. 제일 큰 집이라고 해야 두칸짜리 집인데 그런 집 둘에다 아이들을 가뜩 모여앉히고 이쪽저쪽 달려다니며 글을 가르치였다. 애들이 피곤해서 구구수를 외워바치지 못하고 꼰독꼰독 졸기라도 하면 밖에 나가서 눈으로 세수를 하라고 다그치였다. 저도 피곤해서 눈까풀이 내려덮일 차비를 하면 밖에 나가서 눈세수를 하고 들어왔다.

《얘 너무 그렇게 뛰다가 또 병이 나서 앓지 않겠니? 여긴 앓으면 의원두 없구 속수무책이란다.》

리상녀가 걱정스러워 타이르기도 했다.

《어머니, 여기는 그래도 먹을게 있고 집집마다 인심도 후하니 고생될게 없어요. 술기막골생각을 하면…》

《그 말은 옳다. 술기막골에서 너를 아프게 매질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구나.》

《어머니, 그 매질이 저한테야 몇만냥짜리 약이였겠어요?》

《허허허, 너두 인젠 통이 커가는것 같다.》

리상녀는 분임이의 말이 고마와 주글주글한 눈귀에 눈물이 질끔거렸다. 분임이도 정말 옛말을 하는것 같아 눈구석으로 눈물이 배여올랐다.

그런데 불행은 겹치고 겹치며 뒤를 따랐다. 마치 아이들 발뒤꿈치에 곁묻어온것 같기도 한 불행이였다. 어느날 분임이와 애들이 좀 발치가 먼곳에 가서 재목을 베고있는데 뜻하지 않은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였다.

《이게 뭐냐? 왜놈들 안야?》

나무를 베던 애들이 눈이 둥그래서 일어섰다. 총소리는 계속되였다. 분명히 쑥바치마을쪽이다.

《얘 왜적이 틀림없어. 저건 <토벌대> 총소리야!》

《저새끼들이 사람을 다 쏴죽이는것 안야? 상녀어머니랑 확실어머니랑…》

애들은 발을 구르며 끓었다.

《동무들은 옴짝 말고 여기 있어요. 내가 마을로 내려가보고 오겠어요. 마구 허둥지둥 하다간 죽어요. 우린 죽어선 안돼요.》

애들은 낯빛이 새파래서 부르짖는 분임이를 쳐다보았다. 모두 우들우들 떨기만 했다. 분임이는 마을쪽으로 뛰였다. 털끝도 다쳐선 안될 애들을 모두 딴 골짜기에 끌어다세웠으니 다행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까짓 내 몸에야 불이 덮인들 무슨 상관이 있을가. 나같은거야 열스물 주고라도 아이들 하나를 아무 일 없게 만들어야지. 분임이는 산기슭 눈구뎅이길을 숨이 차게 뛰였다. 상녀어머니며 확실아주머니가 당장 피못이 되여 넘어진것만 같았다. 숨이 넘어가며 자기를 소리쳐 부르는것 같기도 했다.

분임이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는 마을뒤에 다달았다. 시꺼먼 연기가 밀려오며 앞을 막았다. 집이란 집은 죄다 불타고있다. 연기 밀려나가는 속으로 사람들 뛰는것이 보인다. 수건을 쓴 장정들, 아이를 업은 아낙네도 있다. 얼마 안있어 뭐라고 지껄여대는 왜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바로 분임이가 서있는 코앞 나무낟가리뒤에서 십여놈 밀려나온다.

누런 개털모자에 솜외투를 입고 군장을 한짐씩 걸머졌다. 휙 지나가는것이 메돼지들 무리같이도 보인다. 결국 불행한 쑥바치는 왜놈들 수색대에 걸려들어 녹는 판이였다.

분임이는 잠간 이깔나무뒤에 숨어서 앞을 내다보았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온몸이 떨리기만 했다. 리상녀, 확실이가 있는 자기네들 집으로 가려면 동안이 떴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제 죽을가봐 가만히 서있겠는가. 상녀어머니와 확실아주머니가 틀림없이 잘못됐을것 같은데 여기 이러고만 서있겠는가. 분임이는 눈이 뒤집혔다. 그는 마구 내달렸다. 연기때문에 눈이 쓰렸다. 어데가 어덴지도 알수 없었다. 또 총소리가 울리고 아이의 비명이 일어났다. 어데서 집이라도 무너지는지 와르르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때 별안간 나팔소리가 울리였다. 들볶아치는것 같이 울리는 잦은 가락의 나팔소리다. 애들이 늘 비상소집신호라고 불어대는 그 가락이다.

《아니 저애들이 나팔은 왜 불어?》

분임이는 허겁지겁 마을변두리로 도로 뛰여나왔다. 아니나다를가 나팔소리에 놀랜 놈들이 연기속에서 마구 뛰여나온다. 숱한놈들이 불길이 삼단같이 일어선 저편쪽으로 밀려나가더니 나팔소리를 쫓아서 이깔나무 늘어선 산기슭으로 내뛰였다. 분임이는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아이들이 다 녹을것 같아 놈들을 다쫓아갔다. 그런데 나팔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놈들은 그 멀어져가는 나팔소리를 쫓아서 깊은 눈구뎅이를 숨이 급하게 헤쳐나갔다. 뛰다가 눈구뎅이속에서 두세놈이 안고딩굴며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결국 놈들은 아이들의 유인전술에 걸렸다. 꼭 상촌에서 기송이가 그렇게 하듯 동네에 달려든 놈들을 나팔소리로 이끌어내가는것이였다. 눈이 새별같은것들이 모여서 쑥덕공론을 펴다가 에라 기송이처럼 해보자 하고 들고일어난 모양이였다.

죽은 기송이 한을 남기여 아이들에게 지혜를 배워주고 갔는가. 나팔소리는 점점 더 아스라하게 멀어져갔다. 분임이가 놈들을 쫓아가다가 길을 달리해서 산등성이로 뛰여올랐을 때는 이미 나팔소리는 어데로 갔는지 들리지 않고 나팔소리를 잃어버린 수색대놈들이 나무를 베던 버덩안에서 갈팡질팡 뛰고있었다. 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눈보라가 발자욱을 메워서 어데 갔는지 모르겠다는 소린지도 모른다. 정말 눈보라는 앞을 분간못하게 버덩안을 뒤덮으며 우룩우룩 소리를 내였다. 그런데 이때 또 산등성이를 두어개 넘은것 같은 곳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비상소집나팔소리다. 나팔소리를 들은놈들은 또 뭐라고 웩덱 고아대며 저쪽 산비탈로 밀려올라갔다.

분임이는 눈물이 났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애들이 어쩜 저렇게 동네를 구원해내자고 결사적으로 싸울가. 나팔을 한곡조 불고는 꼬리를 사리고 또 한곡조 불고는 꼬리를 사리고. 아무리 기송이가 배워준 지혜라도 어느결에 그런걸 불쑥 생각해냈을가.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왔다. 나팔소리도 왜적도 다 간곳이 없었다. 적이 밀려넘어간 산등성이우로는 집채같은 눈보라가 날아넘어오며 위위 소리를 질렀다. 분임이는 인젠 날이 어두워오니 적도 내빼고 애들도 돌아오겠거니 하고 마을로 향해 돌아섰다. 그는 또 두주먹을 쥐고 뛰였다. 동네에 들어서니 사처에서 통곡소리였다. 인젠 검은 연기는 다 가셔지고 여기저기 집이 불탄 시뻘건 불더미가 들어앉아있었다. 불더미앞마다 사람들이 앉아 땅을 치며 울었다. 리상녀와 확실이가 있는 주인집으로 달려오니 그래도 어떻게 했는지 리상녀도 확실이도 다 숨이 붙어있었다. 그들은 분임이를 보자 너두 살았구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애들은 어떻게 됐니?》

《나팔을 불며 적을 이끌고 달아났어요.》

분임이는 리상녀의 묻는 소리에 대꾸했다. 리상녀는 팔에 총알을 맞고 천을 둘러감았는데 그 천이 피에 시뻘겋게 젖어있었다.

《어이구 그것들이 궁둥이를 두드려주며 먹여 기른 값을 하는구나!》

리상녀는 숨을 후 내쉬며 부르짖었다. 그는 분임이가 팔은 어떻게 상했느냐고 묻자 왜놈이 자기 팔때기를 벼룩이 물어뗀것만치 다쳐놓고 갔으니 걱정할게 없다고 했다. 그는 그 팔을 가지고도 절반 타다가 만 집안에 들어가서 세간가장을 힝힝 들어내왔다. 내외간이 사는 집인데 그래도 내외간 다 살아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산 사람 같지 않았다. 둘이 다 타다가 만 절반 살이 내놓인 옷들을 입고 천정이 무너져내린 부엌에서 설겆이를 했다. 불을 끄느라고 옷이 죄다 그렇게 타버린 모양이였다. 부엌엔 흙이 무너져내리며 그릇들을 깨놓고 가마에도 흙이 한가마 떨어져 들어갔다.

분임이도 팔을 걷고 달려들어 부엌에 떨어진 흙을 삼태기로 담아냈다.

《아주머니, 우지마세요. 그래도 사람이 상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딴 집들에선 모두 식구를 잃어버리고 통곡을 해요.》

분임이는 우는 주인아낙네를 달래였다.

《식구가 살아있으면야 내 집이라고 안죽였겠수. 갈바치를 <토벌>하면서 애들 셋을 이미 다 죽이고 여기 와선 죽일게 없으니 못죽였지…》

아낙네는 갈바치가 어데인지 애들 잃은 갈바치생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모양이였다. 가마를 부셔내면서 흐느낀다. 한참 거두고나니 부엌이 말끔해졌다. 아낙네는 그래도 이어 눈물을 거두고 불타버린 집, 사람 죽은 집들의 저녁도 지어야겠다면서 삼태기를 들고 감자구뎅이로 달려나갔다. 주인도 따라나갔다. 내외는 감자를 세 삼태기나 파들여왔다.

분임이와 확실이는 그걸 물에 씻어서 가마 둘에 안쳤다. 리상녀는 외팔을 하고 앉아서도 기운차게 섶나무를 꺾어서 아궁에 밀어넣었다. 감자를 안치고 난 분임이는 아무 말없이 밖으로 달려나왔다. 리상녀도 확실이도 아무 일 없이 다 있으니 인젠 아이들을 찾아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같아졌다.

벌써 날은 어두워졌다. 그는 낮에 나무를 베던 버덩을 향해 급히 뛰였다. 먼데로 갔으면 얼마나 먼데로 갔을가. 나팔소리가 나무를 베던 저편 산너머에서 났으니 그 산을 넘어가보면 알게 되겠지… 그러나 그는 불안스러운 생각도 하면서 뛰였다.

나무 찍던 버덩에 오니 버덩을 휩쓰는 눈보라는 더욱 사나왔다. 사람까지도 둥글둥굴 말아가지고 달아날것 같다. 낮에 짓밟아친 발자국이란 하나 없다. 그저 매끈한 눈우로 도마뱀같은 눈보라가 폴풀 기여가다간 우위 소리를 지르며 날아일어난다. 분임이는 허겁지겁 저편산을 톺아올랐다. 어둠이 짙은것 같았는데 그래도 눈빛이 훤해서 밀림의 아래도리가 다 내다뵈였다. 거기에도 애들 발자욱이란 하나 없다. 역시 도마뱀같은 눈보라가 눈우로 기여간다. 산등성이우에 올라서니 눈이 모자라는 광막한 밀림이다. 그저 눈보라가 뽀얗다.

《철이야!》

분임이는 허리를 구부렸다 펴며 오장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눈보라가 고함소리를 집어삼키며 날아간다.

《태호야, 홍갑아, 너희들 어디 있니?》

분임이는 애가 타게 웨쳐댔다. 그러나 어디서도 화답은 없었다. 그는 산너머로 뛰여내려갔다. 나지막한 등성이를 또 하나 넘었다. 그리고는 밀림속을 자꾸 뛰였다.

《얘들아 어디 있니?》

대답이 있을리 없다. 눈보라속을 뛰는 분임이는 온몸에서 땀이 와짝 솟았다. 내가 인젠 애들을 잃었구나. 애들을 잃고 내가 어떻게 산단말이냐. 나에게야 그 애들이자 혁명이 아니냐. 이게 죽일년 아니냐. 총소리가 나건말건 동네가 불타건말건 애들을 품에서 떼지 말아야 하는걸 무엇때문에 나무베던 버덩안에 모여세우고 나만 홀로 동네로 뛰여들어갔단말이냐. 분임이는 뼈를 깎는것 같은 뉘우침이 솟아올랐다. 눈보라속에 제 몸뚱아리를 갈기갈기 찢어던지고싶었다.

《철이야 아!-》

《…》

《얘들아 어디 있니이?-》

《…》

밀림속에선 우룩우룩 소리만 났다. 너무도 태고연하고 광막한 속에 분임이자신 집어던지우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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