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 회)
제 1 장.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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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봉초소에서 무장충돌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오진우는 총참모부의 주영호상장을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뒤짐을 진채 사무실안을 천천히 오갔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조국의 안전을 그 어느때보다 믿음직하게 지키고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아야 할 때에 이런 일이 생기게 하다니…)
그는 요즈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엄한 지적을 받고 며칠째 병원에 다니고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추모하는 중앙추도대회가 끝나고 주석단을 내렸을 때 장군님께서는 오진우에게 조용히 일렀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몹시 수척해지신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아랑곳 않으시고 이렇게 걱정해주시였다.
오진우는 송구스러워 자신을 다잡고 될수록 심상하게 넘기려 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제 나이야 70이 넘지 않았습니까. 로환입니다.》
오진우는 웃기까지 하였다.
《나이 70이 넘은것이 어떻다는겁니까? 오진우동지는 군복을 입고 아직 10년이나 15년은 더 일해야 합니다. 건강해야 나와 함께 더 많은 일을 할수 있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조건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분부하시였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오진우는 장군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병원으로 다니였고 담당군의나 아래 일군들에게는 자기 발로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를 받을테니 제발 수선을 떨며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엄하게 일렀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잘 받들어모시고 나라의 안전을 철옹성같이 지켜나가는데서 사소한 빈틈이라도 있을세라 인민군대의 전반사업을 강하게 죄여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최전연초소에서 이런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한것이다.
적들이 집적거렸을것은 뻔한데 어떻든 정세를 긴장시켜놓은것은 잘된것 같지 않았다.
그는 인민무력부장 겸 총정치국장이라는 직무는 뒤로 미뤄놓고라도 항일의 원로로서, 장군님의 전사로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있는데 장군님께 걱정을 끼쳐드린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이 오진우가 눈을 펀히 뜨고 살아있으면서 이런 일이 생기게 하다니.
이번 사건이 장군님께 자그마한 걱정이라도 끼쳐드리게 된다면 내가 하늘에 머리를 들고 살 자격이 있는가.
오진우는 두눈을 꾹 감고 거닐던 걸음을 멈춘채 한동안 서있었다.
조심스러운 손기척소리와 함께 부름을 받은 주영호상장이 들어섰다. 그의 얼굴도 컴컴하였다. 몹시 긴장할 때마다 하는 버릇대로 오른쪽볼이 약간씩 푸들푸들 떨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린 다음 무슨 정황이 또 있소?》
《아직 특별한것이 없습니다.》
《강철봉이 정혁근동무네 사단이지?》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총참모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있소?》
《즉시 료해조를 파견했습니다. 료해조의 정확한 해명에 따라 적들의 도발인가, 우연적인 충돌인가를 가르고 해당한 대책을 세우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적들과 대치하고있는 전전선에서 경각성을 더욱 높이며 적들의 도발에 절대로 말려들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총참모부와 각급 부대지휘관, 참모부들이 적정장악과 관리를 긴장하게 하며 일단 제기된 정황은 아무리 사소한것이라도 웃단위의 결론을 받아 처리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만약 정황이 급하여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
《더 깊이 연구해보오. 상대가 적이라는걸 잊지 마오. 총정치국의 정명규동무랑 잘 협의해서 군인들의 전투적사기를 높여주고 정치사상적으로 더 잘 무장시키기 위한데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하오.》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려간 료해조동무들이 쓸데없이 중대지휘관들과 군인들을 들볶아서 주눅이 들지 않게 하오.》
《알았습니다.》
주영호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무력부장이 자기속을 들여다보고 말해주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바람으로 처장을 찾아 강철봉초소에 내려간 료해조의 사업정형을 알아보았다.
《강철봉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다음에는 련계를 못 가졌습니다.》
《동무가 직접 장악하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직 도착했다는 보고밖에 못 받고있으면 어떻게 한다는거요?》
주영호의 목소리는 날카로왔다.
숨소리도 크게 못내고있던 처장이 주영호의 말이 동안이 뜨자 저어하며 대답했다.
《곧 련계를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주영호는 송수화기를 절그럭 놓고 이번에는 다른것을 들었다. 강철봉초소가 속해있는 사단의 정혁근사단장을 찾았다.
감도가 좋았다.
《수고하오. 나 주영호요.》
《알고있습니다, 상장동지!》
정혁근의 목소리는 긴장되여있었다.
총참모부의 책임적인 위치에 있는 주영호가 사단에까지 전화한다는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는것을 잘 알고있는 그였다.
《건강이랑 어떻소?》
《별일없습니다.》
《강철봉초소의 대원을 구원하고 부상당한 소대장동무의 상태는 어떻소?》
《생명의 위험은 넘겼습니다. 상체의 부상자리는 별일없겠는데 총탄이 관통한 오른쪽다리는 치료해보아야 알겠습니다.》
《중앙병원동무들이 내려갔지?》
《예, 그 동무들의 수고가 많습니다.》
《아무튼 치료를 잘하도록 하시오.》
《알았습니다.》
《전연에 별다른 정황은 없소?》
《없습니다. 적들이 요즈음은 까투리새끼들처럼 대가리를 틀어박고 움쩍도 안합니다.》
《강철봉초소군인들의 사기는 어떻소?》
《대단히 높습니다. 그런데 내려온 동무들이 어찌나 다과대는지…》
《다과대다니?》
《…》
정혁근사단장은 주영호의 전에없이 따뜻한 안부와 수고한다는 인사말, 부상당한 소대장의 상태까지 친절하게 묻는데 위안을 받고 그만 제딴의 의견을 쉽게 발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래서 바재였다.
《일없소. 생각하고있는것을 말하오.》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가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우에서 내려온 일군, 그것도 주영호가 분명 파견했을 총참모부일군들의 사업과 관련되는 문제니까 더 재는게 많은것 같았다.
마침 정혁근에게서 그 문제를 알고싶어 전화를 든 주영호로서는 그저 스쳐지날수 없었다.
《사단장동무, 툭 터놓소. 그러지 않아도 내 좀 묻자던 참이였소.》
주영호가 다시 독촉하자 정혁근은 조심스레 《음- 음-》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료해하러 내려온 동무들의 사업에 다른 의견은 없습니다.》
《그런 말은 필요없소. 직판 말하시오.》
《알았습니다. 강철봉초소에서 발생한 정황에 대하여 내려온 료해조동무들이 좀더 객관적으로 깊이있게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중대장이 웃단위 지휘관이나 참모부에 보고하고 결론을 받은 다음 전투를 조직해야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는데 이번 사건은 그런 시간적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중대장이 순찰조와 함께 행동했고 적들과 직접 조우했습니다. 그날 중대장이 사전에 전투조직을 면밀히 하고 즉시에 단호한 조치를 취했으니망정이지 우물쭈물하고 결론을 기다린다면서 지체했더라면 오히려 적들에게 약점만 잡히고 피해가 컸을것입니다.
그러므로 료해조동무들의 주관적견해는 토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한다는건 뭐요?》
《만약 그렇게만 문제를 설정한다면 예측할수 없는 정황과 분초를 다투는 전투마당에서 부대와 구분대 지휘관, 참모부들의 독자성이나 주도성은 찾아볼수 없을게 아닙니까!》
사단장은 좀 흥분한것 같았다. 전화를 처음 받던 때와는 달리 목소리가 높아지고 숨소리도 거세졌다.
《그래서?》
《이번 강철봉초소에서의 사건은 적들의 계획적인 도발이였고 우리로서는 뜻밖의 정황이였던만큼 중대장이 판단도 잘하고 결심채택과 지휘를 솜씨있게 했다고 봅니다.》
주영호는 《솜씨있게》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하게》라고 말해야 옳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부하라고 편역을 드는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사소한 무규률성이나 자유주의적현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제때에 고쳐주어야 하오.》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에서는 중대장이 주도성과 배짱이 있었기에 적들의 도발을 짓부실수 있었습니다.》
《…》
이번에는 주영호가 잠시 침묵하였다. 전후사연과 당시의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사단장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옳은것이다.
주영호는 몇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더 물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혁근동무, 솔직한 심정을 숨김없이 말해주어 고맙소. 한가지 부탁합시다. 동무가 강철봉초소에 내려가있는 동무들에게 전달하시오. 일을 속히 결속하구 올라오란다구 말이요.》
《알았습니다.》
《그럼 수고하시오.》
정혁근사단장과 전화를 하고난 주영호는 처장을 다시 찾아 료해조성원들이 일을 빨리 결속하고 철수하라고 했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벽 한쪽에 있는 쏘파에 가 털썩 앉았다. 불시에 온몸에 피로가 엄습하였다.
최전연에서 몇해째 사단장을 하고있는 30대의 정혁근의 말은 총참모부에서 일하고있는 자기의 머리를 되게 후려치는것 같았다. 주영호는 자신의 사업에 빈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주도성과 자립성, 드센 배짱, 이것은 인민군대의 지휘관이면 누구나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품성들이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강조하시였는가. 그런데 어떻게 되여 총참모부에서 내려간 료해조성원들은 지휘관들에게서 필수불가결한 그 기질들에 대하여서는 보려고 하지 못하는가.
주영호는 내려간 일군들을 탓하기 전에 그들을 파견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나야말로 김정일동지의 가까이에서 늘 가르치심을 받으며 일하고있는 지휘성원이 아닌가. 그런데 아직도 그이의 높으신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고있으니…)
이 시각 주영호는 지금같이 시련이 겹쌓이고 어려운 때에 최고사령관동지의 두어깨에 실린 사업부담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제기된 문제를 옳게 파악하지조차 못하여 그이께 정확한 보고를 올리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주영호는 짜릿한 아픔이 느껴지는 가슴을 왼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책상앞으로 다가갔다. 사업수첩에 《담력과 배짱, 주도성과 령활성, 결단성과 기민성!》이라고 크게 써넣고 빨간색원주필로 밑줄까지 쭉쭉 그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