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제 1 장. 총성

 

4

 

이날 아침이였다.

중대에서는 경계구역에 대한 순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순찰과정에 사태로 막혀버린 통로도 열기로 하였다.

중대장 김충혁은 눈덕이 핑핑해서 소대장들을 모여놓고 조직사업을 하였다.

이런 때 보면 함부로 곁에서 말을 붙이기도 힘들만큼 얼굴표정이 엄하였다.

그렇지만 최형준이나 소대장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사단참모부에서도 승인하였다.

밀려내려온 군사분계선표말은 판문점대표부를 통하여 적측에 통지하고 본래의 자기 위치에 정확히 세우기로 하였다고 알려왔다.

적들의 도발이 있을수 있으니 최대의 경각성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하였다.

강철봉초소에 다치면 터질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떠돌았다. 그렇지만 군인들은 더 성수가 나서 돌아갔다.

《야- 3분대 부분대장동지, 나도 좀 나가게 힘써주십시오. 서명국동무도 나간다는데…》

《여 영남이, 자기 분대장, 부분대장이 눈이 퍼래있는데 왜 자꾸 이 허영걸이한테 매달리며 성화야, 성화? 서명국이야 우리 분대에서 체계적으로 키우는 전사니까 내가 모르는체 할수 있는가. 갖다댈데다 갖다대야지.》

《나도 좀 체계적으로 키워달란 말입니다.》

중대에서는 이번 순찰임무가 중요한것만큼 인원들을 한명한명 선발하여 내보낸다는 말이 돌아갔다. 누구의 지레짐작인지 사실인지는 똑똑히 알수 없었다.

촉기빠른 차영남이 어데서 귀동냥해듣고 혹시나 해서 같이 입대한 서명국이에게 물어보았다.

《여 명국이, 돌아가는 소문을 들었지?》

《무슨 소문?》

《순찰근무에 나가는것 말이야.》

《그거야 정상적으로 하는 일 아니가?》

《이번 순찰은 다르단 말이야. 동무도 나가게 되나?》

《나야 뭐 빠쳐놓을리 있나.》

싱글싱글 웃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선발됐다는 소리야, 못됐다는 소리야?》

《글쎄 난 빠쳐놓을리 없다는데…》

《에익- 젊은 사람이 능글능글하긴. 남은 속이 달아 죽겠다는데… 그런데 난 왜 아무 소식이 없을가?》

안달이 난 차영남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마침 중대병실에서 나오는 허영걸을 띠여보자 붙잡고 떼를 써보는 판이였다.

허영걸이 좀 시큰둥한 소리는 잘해도 사람이 서글서글해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대하였다.

《챠챠, 동무 날 믿구 따라다니는건 좋은데 내가 주장인 롱구선수조나 중대예술소조 중창조 같은데 넣는 일이라면 몰라도 순찰조에 망라시키는것까지야 힘이 있나?》

《그래두 부분대장동지 주요발언 한마디면 소대장동지나 중대장동지까지두 무시 못한다는걸 내 모르는줄 압니까.》

《허허허… 그건 동무두 옳게 본것 같구만. 좌우간 내 소대장동지와 동무네 분대장동지에게 한번 제기해보지.》

《제기해도 빨리 해줘야지 좀 있으면 나가야 되겠는데.》

《챠- 바글바글 끓긴. 급하다구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 쓰겠는가.》

《그럼 믿습니다.》

《믿는다? 믿는단 말이지… 건 동무마음대루 하라구.》

그러는데 저쪽 기재고에서 1분대장 김동준이 그를 띠여보았다. 그는 차영남이네 분대장이였다. 손에 기름칠을 반질반질하게 한 공병삽을 여러개 들었다.

《여- 영남이, 동문 거기서 뭘해? 순찰근무에 나갈 준비를 하지 않구.》

《예?!》

지금껏 안타깝게 소망하던 일이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것이 잘 믿어지지 않아 차영남은 분대장과 허영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도 나가게 됩니까?》

《나도라니? 동문 우리 1분대 대원이 아닌가? 부분대장동무가 말하지 않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난사라구야. 자, 이 공병삽부터 받으라구.》

《히야- 좋구나. 그런걸 남의 부분대장동지보구.》

차영남은 허영걸을 한번 더 슬쩍 쳐다보며 벌씬 웃었다. 뒤더수기까지 긁적거렸다. 그리고는 분대장한테서 공병삽을 받아가지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허영걸은 닭쫓던 강아지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차영남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허영걸동무, 우리 영남이가 동무보구 왜 그래?》

《아무것두 아닙니다.》

《그래두 이 바쁜때 동물 붙들고있을 때야 무슨 쪼간이 있게 그러지?》

《일이 있기야 있지요. 순찰근무에 나갔다와서 롱구소조에 받아달라는겁니다.》

《롱구소조? 우리 영남동문 학교때 탁구는 펄 날아도 롱구는 키가 크지 못해 할 생각을 못했다는데…》

《정말입니다. 이 밝은 대낮에 내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능청스러운 허영걸은 방금 차영남이앞에서 제법 으시대며 제기해보자고 한 말이 싱거운 소리가 돼버려서 말나가는대로 둘러맞췄다.

마침 김동준분대장은 더 캐묻지 않고 머리만 기웃거리며 가버렸다.

《헛 나참, 그 친구때문에…》

허영걸은 허파가 빈 웃음을 웃었다.

《3분대 모엿준비-》

《1분대 모엿준비잇-》

힘찬 구령소리가 울렸다. 무기와 장구류들을 갖춘 군인들이 용수철튕기듯 운동장으로 달려나왔다.

《독고선동동무, 메가폰을 휴대했소?》

중대부창문을 열고 최형준이 소리쳤다.

《여기 있습니다.》

독고선동은 다른 군인들과 같이 차림새를 한외에 왼쪽어깨에 카키색 에나멜칠을 한 윤이 반짝반짝 나는 메가폰을 메였다. 정치지도원이 소리치자 한손으로 들어보이며 대답했다.

저쪽에서 사관장 한근철이 모두 물통에 물을 넣고가라고 일렀다.

서명국이 제 이마를 툭 쳤다. 그리고는 분대 구대원들의 물통을 달라고 했다.

《물통은 왜?》

허영걸이 물었다.

《사관장동지가 물을 넣고가라고 소리치지 않습니까?》

《잘은 논다. 물통을 멜 때야 물을 넣고 메야지. 동문 아직 그게 빈통인가?》

《예.》

《군대 염장독을 아직 몇개 축내야겠구만. 빨리 갔다오라구.》

서명국은 퉁을 맞았지만 별로 타는것 같지 않았다. 싱긋 웃고는 식당쪽으로 뛰여갔다.

한참 이런 일이 있은 다음 3소대 부소대장이 대렬을 정렬시켰다. 순찰은 3소대가 기본이 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사태로 밀려내려온 토량을 처리하자면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원이 증강되면 적들이 신경을 도사릴것 같아 보통때와 같은 인원들이 나가기로 하였다.

대렬정렬보고를 받은 소대장 유철룡은 대오를 쭉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대렬좌측에서부터 매 군인들의 준비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이때 중대부나들문이 열리며 중대장 김충혁이와 중대정치지도원 최형준이 나왔다. 그뒤로 다른 소대장들도 줄레줄레 따라섰다. 철갑모를 쓰고 전투복차림을 한 그들의 앞가슴에서는 휴대용지휘무선기가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방금 중대부에서 순찰과 관련하여 사업토의가 있은것이였다.

무슨 임무를 받았는지 목이 앙바틈하고 앞가슴이 딱 바라진 비포소대장은 계단을 내려오기 바쁘게 중대장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는 진지쪽으로 달려갔다.

정렬해있는 3소대 대렬앞으로 다가온 최형준이 군인들의 어깨를 꾹꾹 눌러주고 총부혁이나 탄창주머니멜끈 같은것을 바로 펴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3소대동무들의 순찰임무가 중요하기때문에 중대장동지가 함께 나가게 되오. 어련하겠지만 여느때보다도 더 침착하고 규률있게 행동해야겠소.》

중대장이 자기들과 함께 순찰에 나간다는것을 알게 된 군인들은 어깨가 한결 무거워지면서도 마음이 든든해하였다.

새벽에 말짱하게 개였던 하늘이 다시 흐려버렸다. 동녘하늘에 퍼져있던 그렇게 곱던 노을은 간데없고 침침한 재빛구름이 땅과 하늘을 맞붙여놓은것 같았다. 어제까지 내린 비물이 아직도 채 스며들지 않아 질적한데가 많고 조르록조르록 물흐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또 비가 내리려나?

중대장 김충혁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 다음 사관장을 불러 순찰성원들에게 비옷을 휴대시키도록 지시하였다. 소대장 유철룡과는 임무분담정형과 척후조성원들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잠시후에 대오는 출발하였다. 군인들은 지적해준 거리를 유지하며 통로를 따라 한걸음한걸음 전진했다.

여름내 무성하게 자란 개버들이며 갈대와 잡초들이 며칠째 내린 비에 한쪽으로 휘우듬히 쓰러진채 있었다. 우묵우묵한데는 아직 물이 층층 고여있었다. 모두가 긴장한 눈길로 차단물이며 경계지대의 지형지물들을 깐깐히 살피며 지나갔다. 잠시후에는 개활지대에 나섰다.

여기서부터 한 300~400메터구간은 아군과 적이 차지하고있는 고지들에서 다같이 한눈에 빤히 내려다볼수 있었다.

순찰조는 한층 더 긴장성을 높였다.

방금까지 사람들의 맥을 다 뽑는 청승맞은 소리의 늘어빠진 무슨 노래곡조를 불어대던 적의 방송이 뚝 멎었다.

뒤미처 간드러진 녀방송원의 목소리가 다시금 귀를 어지럽혔다.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1선에서 로심초사 헌신분투하는 국군장교들과 사병여러분, 여러분들께 반가운 소식이네요.》

말소리만 들어도 요염스럽기짝없다. 허영결이 방송소리가 들려오는쪽을 찔 흘겨보았지만 종알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신의 땀과 기력을 뽑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바야흐로 서늘한 단풍계절이 오는 때에 1선 국군사병들에게 휴가가 차례졌다며 수선을 떨었다.

《정말 기쁘시겠네요. 이제 휴가받고 귀향, 귀가하시면 어여쁜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반기시겠네요. 맘껏 즐기세요. 인생은 일생이지 이생도 삼생도 아니예요. 일생은 일장춘몽이라고도 해요. 인생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아름다운 련인을 만나 맘껏, 맘껏 즐기세요.》

방송은 제편 국군사병들에게 하는 소리같지만 실상은 우리 인민군군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보려고 하는짓이라는것을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저년이 또 신경을 돋구누만.》

허영걸이 참지 못하고 또 한번 눈을 찔 흘겼다. 그러는것을 앞에서 걷던 김동준이 조용히 일렀다.

《부분대장, 그런 소리에 기분잡칠거나 있소? 옆을 잘 살피오.》

《그렇기는 한데 고 종알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김동준은 더 다른 말이 없었다.

찌뿌둥한 하늘에서는 다시 비방울이 떨어졌다. 적방송원년은 분명 순찰인원들이 개활지대에 들어선것을 본것 같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악랄한 소리를 그 요염스러운 입에 담아 불어댔다.

《북한의 사병여러분, 령수를 잃은 슬픔에 눈물이 많아지셨죠?

한가정에서도 가장을 잃으면 집안을 춰세우기 힘든데요. 하물며 령수를 잃은 북한의 군대와 국민의 심정 어떻겠나요.…》

소대장 유철룡도 허영걸이나 다른 군인들과 다름없이 적방송이 들려오는 시각부터 가슴속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치밀어올랐다.

순찰조는 사태가 난 지점에 당도했다.

중대장이 전방척후를 멈춰서게 한 다음 유철룡이더러 작업을 시작하자고 하였다.

《알았습니다.》

소대장은 사태구역을 일별하였다.

만약의 정황을 예견하여 적진지가 잘 보이고 은페도 되는 곳들에 빙 둘러가며 경계를 세웠다. 허영걸이와 서명국이도 그 조에 속했다. 허영걸은 흙무지를 쳐내는 일을 땀흘리며 한바탕 걸싸게 해보고싶었지만 소대장의 명령이므로 더 다른 말을 못하였다. 대신 서명국이를 데리고 적진이 제일 잘 감시되는 위치를 차지하고 엎디였다.

사태로 밀려내려온 흙을 쳐내는 군인들은 그들대로 긴장한 전투를 벌렸다.

적초소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하는 일이므로 더구나 짧은 시간에 와닥닥 해제껴야 했다. 낮고 짧은 구령소리에도 모두 민첩하게 움직였다.

군인들은 중대장이나 소대장의 말 한마디, 눈길과 손동작 하나하나에서도 모든것을 제꺽제꺽 알아차리고 일을 불이 번쩍나게 해제꼈다.

이때였다.

적초소에서 무장을 갖춘 10여명의 놈들이 한창 흙을 퍼던지고있는쪽으로 우르르 쓸어내려왔다. 산경사면을 내릴 때는 그래도 개미새끼같이 바글거리는것이 눈에 인차 띄였는데 갈숲이며 잡초들이 무성한 바닥에 떨어지니 어디에 잦아들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소대장동지! 적들입니다. 10여명되는 놈들이 산을 내려 바닥에 붙었습니다.》

허영걸이 낮으나 좀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하였다.

《알았소. 감시를 계속하오!》

유철룡은 자세를 낮추고 산고지와 주변을 예리한 눈길로 살펴보았다. 그러는데 이번에는 허영걸이네와 좀 떨어진 다른쪽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군인이 정황을 보고했다.

《소대장동지! 좌측앞 약 30메터계선에서 갈대와 잡초들이 움직입니다.》

비가 약간씩 내릴뿐 바람은 없다. 그런데도 갈대와 잡초들이 흔들리는것으로 보면 적들이 한걸음한걸음 우리쪽으로 다가드는것이 틀림없었다.

중대장도 허영걸이나 또 다른 군인이 보고하는 소리를 들은것 같다. 유철룡이처럼 적진과 주위를 예리한 눈길로 살피고는 하던 일을 계속 하였다. 그의 얼굴표정이나 거동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찾아볼수 없었다. 다만 저쪽 김동준분대장과 마주서서 부지런히 삽질을 하고있는 독고선동을 찾아 자기 가까이에서 일하게 하였다. 그리고 조금 있는데 풀대가 설렁거리던 곳에서 적들무리중 웬놈이 머리를 불쑥 솟구더니 돼지멱따듯 소리를 질렀다.

《여어-》

부지런히 흙을 퍼던지던 군인들중에서 몇이 일손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뭘 보우! 일을 계속하오!》

김동준분대장이 여느때없이 엄한 목소리로 군인들을 신칙했다. 이런 때는 눈길이 무섭고 눈덕이 핑핑했다. 공병삽으로 퍼던지는 흙덩이가 힝힝 소리치는 놈쪽으로 날아갔다.

《여- 인민군사병들, 손대지 말어. 확인하고 해야지 함부로 퍼내는것 아니야-》

《개놈의 자식, 개수작을 한다!》

누군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분대장의 신칙도 있었던지라 삽질은 멈추지 않고 더 걸싸게 해제꼈다. 삽날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 삽으로 던지는 흙이 날아가 떨어지는 소리, 거센 숨소리들이 놈의 웨침소리를 눌러버렸다.

《말 안 들을라는가-》

또 한번 악을 쓰며 소리친다.

유철룡이 충혁을 쳐다보았다. 중대장의 얼굴은 그때까지도 태연자약하였다. 지휘관의 그런 모습이 대원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충혁은 유철룡에게 눈짓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라는것을 암시하고 자기는 자세를 낮추어 앞가슴에 드리운 지휘용무선기의 가동단추를 눌렀다. 솨- 하는 소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한손으로 입을 막아 목소리가 멀리 새나가지 않게 하며 소대장들을 호출하였다.

《명중탄, 나 명중탄 01번이다. 명중탄 02번, 04번, 05번을 찾는다.》

《명중탄 02번 듣는다.》

《명중탄 05번 듣는다.》 …

마치 이런 시각을 고대하고있은듯싶게 인차 응답하였다.

《명중탄 02번, 04번, 05번 들으라. 서른다섯에 사백공칠, 스물에 이백예순둘 할것, 수신!》

《02번 알았다.》

《04번 알았다.》

《05번은 즉시 열둘에 백칠십이, 스물넷에 팔백스물넷, 륙십삼에 오백사십이를 할것! 수신.》

《명중탄 05번 알았다.》

지금 중대전투진지들을 차지하고있는 소대장들과 중대군인들도 이 개활지대의 상황을 보고있다가 중대장의 지시까지 받고나니 전투적긴장감이 더욱 팽팽해졌다. 그들은 중대장과 련계를 가진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지금까지 적들은 중대가 차지하고있는 계선에서 감히 함부로 날뛰지 못하였다. 그런데 지난 7월 대국상을 당한 다음부터 우리가 실망에 빠진줄로 알았는지 지분대려는 기미가 자주 나타났다.

하루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더니 이놈들이 어떻게 보고 하는 수작질이야. 강철봉중대군인들의 증오와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 정 못되게 놀면 버릇을 떼주리라 은근히 벼르고있던 때였다.

방금전 돼지멱따듯 하던 놈은 또 소리를 질렀다. 정 말을 듣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사격하겠다고 제법 경고까지 하는것이였다. 거리도 상당히 가까와졌다.

순간 충혁이의 눈이 번쩍하였다. 그는 곁에서 걸싸게 삽질을 하는 독고선동의 어깨를 툭 쳐서 메가폰을 달라고 했다.

그것으로 잡초우로 상체를 내밀고 소리치는 놈의 목소리를 눌러버렸다.

《똑똑히 들으라! 우리는 자기 구역에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있다. 당신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산사태때문에 군사분계선표말이 밀려내려오고 순찰통로가 막혀버렸다. 자기 구역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주제넘게 당신들이 상관할바가 아니다. 물러가라!》

《우리 상부에서 사태구역에 일체 손대지 말라고 했단 말이여. 작업을 중단하는것이 좋겠어.》

《당신네 상부에서 간참할 일이 아니라고 보고하라. 그리고 너희들도 경거망동하지 않는것이 좋겠다.》

이번에도 충혁은 메가폰으로 그놈의 목소리를 눌러버렸다.

《흥- 다 망한 주제에 제법 큰소린데… 이젠 당신넨 끝장이야. 세상을 둘러봐야 사회주의란건 다 망했단 말이야.》

놈이 빈정거리자 그 주변에 엎드려있는 놈들이 덩달아 너털웃음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충혁은 또 한번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주먹이 떨렸다. 가까스로 참고 다시한번 소리쳤다.

《우리에 대하여 함부로 험담하는데 대하여 책임질줄 알라. 또 한번 그따위 말이 튀여나오면 용서치 않겠다! 똑똑히 알아두라.…》

《탕앙!-》

충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방의 총성이 울렸다. 비가 내리는 눅눅한 대기를 찢어놓았다. 지금껏 지껄여대던 놈이 권총을 쏜것이였다.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한듯 풀숲에 숨어있던 놈들이 불쑥불쑥 상체를 솟구며 총을 쏘아댔다.

《엎드렷!-》

옆에 서있는 독고선동을 껴안으며 중대장이 구령을 내렸다. 그리고는 둘이 함께 지금까지 쳐낸 질쩍한 흙더미뒤에 몸을 날렸다. 총탄이 머리우로 날아가고 코앞의 흙무지에 박히기도 했다.

경계근무성원들이 지체없이 달려드는 놈들쪽에 대고 사격을 가했다.

자르륵- 자르륵- 개버들과 갈대, 잡초들이 총탄에 맞고 잘려나가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렸다. 흙을 쳐내던 군인들까지 등에 졌던 총을 돌려잡고 불을 뿜자 엎드렸던 놈들은 더는 맞불질할 생각을 못하는것 같았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총탄이 비오듯 날아왔다. 조금후에는 슛- 꽝, 슛- 꽝- 하고 포탄터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적초소쪽진지에서 쏴대는 기관총총탄과 무반동포 포탄이였다.

《소대장동무! 군인들이 은페를 잘하도록 하시오. 앞에 덤벼들었던 놈들은 무자비하게 족쳐버려야겠소!》

《알았습니다.》

유철룡이 허영걸과 서명국이 엎드려있는 좌지에로 뛰여들었다.

《서로 엄호하면서 공병삽으로 점호를 팔것! 자세를 바싹 낮추고… 1분대장! 앞에 있는 적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할것!》

《알았습니다!》

《허영걸이! 련발사격으로 놈들이 풀숲에 배겨있지 못하게 하시오!》

《알았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알싸한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것을 들이키는 시각부터 온몸의 피가 끓는것 같던 허영걸은 끓어사격자세를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칼로 잘라버리듯 총탄이 다시금 갈대와 개버들숲을 란도질하였다. 적들은 더 다가들념을 못했으나 저들의 고지우에서 내려쏘는 기관총과 무반동포사격에 행여나 하는 기대를 거는지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눈먼총질을 산발적으로 계속하였다.

시간이 흐르면 개활지대의 드러난 곳에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 정황은 더욱 불리해지고 적들은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것 같았다. 적들을 제압해야 한다. 제압해도 다시는 머리를 들지 못하게 묵사발을 만들어놓아야 했다.

그러한 때에 또 한가지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소대장 유철룡이 병사 서명국이에게로 날아오는 총탄을 몸으로 덮어막고 왼쪽어깨와 오른쪽다리에 심한 부상을 당한것이였다. 그것을 제일먼저 발견한 분대장 김동준이 달려왔다.

소대장의 왼쪽잔등과 오른쪽군복가랭이로는 삽시에 피가 슴배여나와 퍼졌다.

《소대장동지! 소대장동지!》

김동준이 유철룡을 안은 다음 무작정 군복웃도리를 벗기려 했다.

《소동을 피우지 마오. 일없소, 이 고비나 넘긴 다음 봅시다.》

《안됩니다! 이 피를 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허영걸이 다가오고 충혁이도 뛰여왔다.

《허영걸이 뭘해, 사격을 계속하지 않고… 자기 위치롯!》

유철용이 김동준을 뿌리치며 소리질렀다. 허영걸은 물기가 핑하니 어린 눈길로 쳐다보다가 흠칫하며 도로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에익- 개자식들, 어디 죽어봐라!-》

그는 황소울듯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웨치며 아예 일어서서 불을 뿜었다. 허리에 찼던 수류탄도 뽑아던졌다. 한놈이 정통을 맞았는지 폭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뒤미처 흙덩이와 잡초줄기들이 공중 떴다 우시시 떨어졌다.

충혁은 분대장과 함께 손을 뻗치며 마다하는 유철룡의 군복을 무작정 벗기였다. 휴대하고있던 개인용붕대로 우선 상체의 부상자리를 지혈시켰다. 아래다리부위는 붕대가 모자라 분대장 김동준의 면내의를 찢어 대용으로 썼다. 상체보다 다리의 부상이 더 심하였다.

충혁은 유철룡의 군복을 벗기는 순간 속옷이 없는것을 발견하였다. 상관이나 대원들을 위해서는 속옷까지 다 내주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유철룡이였다.

불과 불이 오가는 긴박한 정황이건만 충혁은 군복만 입고있은 그를 보자 눈뿌리가 뜨끈해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혁명동지들과 전우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생사를 판가리하는 이 싸움마당에서는 대원을 위해서 자기 몸을 주저없이 내던지는것이다.

유철룡의 부상으로 잠시 지체하는 기회에 적들의 총탄과 포탄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앞에까지 기여들었다가 불벼락세례를 받고 꿩배기듯 했던 놈들도 다시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우리의 순간정지를 나약성으로 알고 날치는것이 분명했다.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충혁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찌가 무섭게 뿜어져나왔다. 팔굽까지 걷어올린 두팔과 주먹이 부르르 떨었다. 그는 앞가슴에 매달려있는 지휘용무선기를 틀어잡고 소리질렀다.

《강철봉! 여기에 사격하는 무반동포와 적의 일체 사격기재들을 없애버리라!》

《알았다!》

대답이 떨어지기 바쁘게 중대의 비반충포가 적무반동포진지를 답새겼다.

《모조리 짓뭉개버리라! 고지후면에서 이곳에 사격하는 박격포까지 다 없애치우라!》

《알았다!》

중대진지에서 적진에 연방 무서운 불벼락이 퍼부어졌다.

적들의 산봉우리우에 루각처럼 서있던 감시대가 시커먼 연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어 좀전까지 종알대던 적의 대형고성기가 산산쪼각이 나 흩어졌다.

그러나 충혁은 나라의 대국상까지 모함하며 지껄이던 놈들에 대한 분격을 참을수 없었다. 적진지가 재가루가 되여 더 사격할 대상이 없어지니 아군진지에서의 포성도 뜸해진다.

《왜 포사격속도가 떠지는가. 고지후면에 있는 놈들도 아예 묵사발을 만들라!》

충혁의 날카로운 웨침에 사격은 다시 고조되였다.

쉬식- 쿵!

쉬식- 쿵!

연방 쏘아대는 포탄과 총탄의 연기로 중대전투진지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포병군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최전연중대에 임명되여와서 포탄을 실컷 쏴보지 못해 늘 손이 근질근질해하던 비포소대장이 이때라는듯 솜씨를 보이고 린접의 82미리박격포중대까지 인입시켜 된매를 안기는것이 분명했다.

《잘한다, 잘해!》

코앞까지 다가왔던 적들이 혼비백산해서 제놈들의 산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적들을 한놈도 살려보내지 말라!》

충혁은 벌떡 일어섰다. 군인들은 중대장을 따라 몸을 솟구치며 일제히 총탄을 퍼부었다.

무서운 불줄기가 날아갔다. 도망치던 놈들이 연방 허공에 원을 그리며 나동그라졌다. 적초소에서 어떤 놈이 무슨 오해가 생긴것 같은데 사격을 중지해달라고 고함을 질렀다.

(뭘, 중지?! 선불질을 할 땐 언젠데 사격을 중지해달라구?)

충혁은 적들이 들으라는듯 메가폰을 내들었다.

지휘용무선기에 대고 다시 큰소리로 웨쳤다.

《사격속도를 더 높이라! 중지해달라고 말할 놈조차 없게 죽탕쳐버리라. 고지후면 적창고들까지 몽땅 재가루로 만들라!》

그런 다음 다시 자동보총의 련발사격을 퍼부으며 대원들을 고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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