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3 장

 

9

 

먼 남쪽 워로쉴로브근방의 여러 별동대기지들을 돌아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훈련기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수많은 긴급정황보고자료들과 맞다드시였다. 백두산에서 박덕산이 보낸 서면보고와 국내의 주요지역 소부대책임자들이 여러 중계지점들을 거쳐 보내온 무전보고들이였다. 어디서나 다 긴급정황을 알려왔고 하나같이 사령부의 지시를 기다린다고 하였다.

그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우선 국내로 대대적으로 밀려든 적군부대들에 대한 자료들이였다.

그에 의하면 일본의 대본영직속으로 편성된 제17방면군은 7개 사단과 3개의 혼성려단무력을 가지고있었다. 그런가 하면 새로 나온 조선군관구는 사단규모의 사관구부대들을 다섯개나 거느리고있었다. 사관구들은 서울과 평양, 라남, 대구, 광주에 각기 지휘부를 두고있었다. 제17방면군사령관이 조선군관구사령관을 겸임한다고 한다.

놈들은 조선전역에 배비되고있었다. 또한 조선의 북부국경일대에 새로운 부대들이 증강배치되고있으며 백두산서남부 압록강국경연안의 경비진이 특별히 강화되였다. 압록강 량안에는 기동경찰대가 새로 조직되여 모든 도강지점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요소요소에 새로운 경비초소들을 내왔을뿐만아니라 주야간 순찰제도를 세워놓고있었다.

다음으로 국내에서의 새로운 변화는 놈들의 대무력이 집결되고있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이미전부터 진행해오던 징용과 징병소동이 갑작스레 미친듯이 벌어지는것이였다. 놈들은 조선의 청장년들을 닥치는대로 붙잡아다가 군대 아니면 경방단과 같은 훈련소들에 가둬놓고는 군사훈련을 강요하고있었다. 한편 보국대의 명목으로 각종 비밀공사장들에 끌어다 중세기적노예로동을 강요하고있었다. 지어는 녀자공출이라 하여 조선의 처녀들까지 마구 붙잡아가는판이였다. 조선의 전지역은 사람사냥의 란무장으로 변하였다. 청장년들이나 처녀들은 밤중에 잠을 자다가도 붙잡혀가고 논밭이나 공장에서 일하다가도 붙잡혀갔다. 그리하여 금방 농사일을 시작해야 할 농촌들에서는 징병과 징용에 걸려들었거나 그것을 피하여 도망친 청장년들로 하여 텅 비다싶이 되고 농토는 황페화되고있다고 한다. 사정은 도시나 공장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더우기 엄중한것은 이러한 정황으로 하여 국내에서의 전민항쟁준비가 커다란 난관에 부딪치고있다는 사실이였다. 대부분의 항쟁조직들은 조직성원들을 피신시키는데만 급급할뿐 어찌할바를 모르고있다는것이다.

제일 혼란이 심한 지역은 서울과 북부조선의 국경지역이였다. 그 곳에서는 전민항쟁준비가 거의 정지되고있는 형편이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있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드시였다.

책상너머에는 김책이와 안길이 어두운 낯빛으로 앉아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방으로 들어서시였을 때 그들 두사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반가운 인사조차 제대로 건늬지 못했었다.

《동무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저, 사령관동지.》

안길이 대답대신 손에 무슨 종이장을 들고 다가오더니 책상우에 올려놓았다.

《방금 통신중대에서 가져온건데 평남지구당에서 보내온 무전입니다.》

《평남지구당에서?》

《예, 백두산을 거쳐 무전으로 보내온 소식인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문을 끄당겨 읽으시였다.

거기에는 평양의 조국해방단이라는 무장항쟁조직의 일부가 로출되여 여러명이 검거되였다는 소식이 적혀있었다. 지구당조직은 조국해방단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있다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문을 내려놓고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동안 수고들이 많았을겝니다. 부대의 재편성도 할래 국내에 조성된 정황도 처리할래…》

《사령관동지, 면목이 없습니다.》

김책이 가책어린 소리로 말씀드렸다.

《우린 한가지도 일을 쓰게 못했습니다. 부대의 재편성도 뜻하지 않은 일로 아직 결속을 짓지 못했고 또 국내사태에 대한 대응책도 세워놓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래서 국내문제를 두고 다시금 지휘성원들의 회의를 소집해놓았습니다. 이제 곧 회의참가자들이 올겁니다.》

《그럼 마침 잘된셈이군요. 나도 별동대동무들을 통해 국내사정을 얼마간 알고있는데 오늘 저녁에 진지한 토론을 거쳐 대책도 세워봅시다.》

《정말 무어라 할말이 없습니다.》

김책이 갈린 소리로 말씀올렸다.

《방금 이 안길동무와도 말이 있었지만 우리가 며칠동안 부대의 일을 책임지고 주관해보니 그동안 사령관동지께서 얼마나 큰 부담을 지고계셨는가를 뼈아프게 절감했습니다. 우린 어떡하나 사령관동지께서 오시기 전에 부대의 재편성문제도 마무리하고 국내사태에 대한 대책도 세우자고 했는데 구실을 못하다나니 그만…》

《이거 참…》

자기의 속생각을 감출줄 모르는 안길이 내처 안절부절하다가 개탄섞인 소리를 내였다.

《모두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국내정황만은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쩔쩔매기만 하는데…》

《뭘 그렇기야 하겠소. 구두쟁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데 우리 지휘성원들이 모두 같이 앉아 지혜를 합치느라면 출로도 나지기마련이요.… 아, 다들 오는구만.》

복도의 마루바닥을 울리는 여러 사람의 발자국소리와 함께 최현을 비롯한 지휘성원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아니, 사령관동지께서?…》

최현이 반색하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번에 자리를 뜨신지 며칠밖에 안되는데 우린 1년맞잡이로 사령관동지를 기다렸습니다.》

최현이뿐아니라 누구나 불안과 걱정만을 한가슴씩 안고온 사람들이여서 김일성동지를 만나뵙자 모두 낯색들이 환해졌다.

《자, 그럼 다들 왔으니 어서 회의를 시작합시다.》

이렇게 되여 먼 워로쉴로브까지의 수천리길을 다녀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숨 돌리실 사이도 없이 군정간부회의에 참석하시지 않으면 안되였다.

《동무들이 다 국내의 엄중한 사태를 알고 론의들도 해봤다니 의견들을 나누어봅시다. 너무 긴장들 해서 그러지 말구 생각하는바를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내가 먼저 한가지 의견을 말하자고 합니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에 힘을 얻은듯 최석천이 일어났다.

《나는 국내의 험악한 소식을 듣고 이모저모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내 생각에는 놈들의 최후발악적인 소동에 대처하여 국내항쟁조직들안의 모든 청장년들을 주동적으로 소부대들의 비밀근거지로 집결시키자는것입니다. 그래서 소부대들을 중대나 필요하다면 련대쯤 확대해놓는다면 총공격의 시작에 앞서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다 해치우는셈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타당치 못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신태가 일어나서 말했다. 나이는 제일 젊어도 작전적두뇌가 비상한 강신태였다.

《이미 사령관동지께서 밝혀주신것처럼 소부대의 비밀근거지들은 장차 우리 주력부대들이 틀고앉게 될 작전기지이고 후방기지입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철저히 은페되여왔습니다. 그런데 거기로 많은 사람들을 집결시킨다면 비밀을 보장하기도 어렵게 될것입니다. 또 식량 같은것을 대기도 힘들고 로출되는 경우 부대는 어떻게 보존하겠습니까? 그래서 최석천동지의 제안이 적중치 못하다고 하는것입니다. 하지만 전 아직 아무 방도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럴것없이 인민무장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을 비밀근거지들과 멀찍이 떨어진 산속에 따로 피신시키는게 어떻습니까?》

최현의 말이였다.

《한군데다 많이 집결시키진 말고 소규모적으로 말입니다. 거기서 훈련도 시키고 소부대활동을 벌리면 식량이나 무기 같은것도 어렵지 않게 해결될게 아니겠습니까?》

《최현동무의 제안도 신통한 수는 못됩니다. 여기저기다 지내 많은 집결지들을 만들어놓으면 비밀근거지들을 로출시킬수 있습니다.》

안길이 말을 꺼냈다.

《우리의 수습책은 철두철미 최후결전의 준비를 완성하기 위한 수습책으로 되여야 합니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여러 지휘성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모두들 하나같이 열기띤 목소리를 울리고는 있으나 신통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었다. 과녁도 없이 헛총질만 하는셈이였다.

그때 전령병이 살그머니 들어와 김일성동지앞에 전문용지를 드리며 가만가만 속살거렸다. 백두산에서 보내온 긴급전문이라는것이다.

《알겠소.》

그것은 박덕산이 서울의 항쟁조직들에서 보내온 통보를 그대로 보고하는 전문이였다.

전문에는 맨먼저 서대문형무소의 권영벽, 리제순, 리동걸, 지태환, 서응진 등이 3월 10일 새벽에 사형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하고있었다.

사형이라니?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글자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였다. 해방의 날이 다가오고있는데 그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희생되였다는 사실이 얼른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그러나 전문의 글자들은 랭담하게 그것이 사실임을 알려주고있었다.

아, 분하구나! 분해!

날카로운 쇠끝으로 찌르는듯 한 상실의 아픔이 가슴을 허비고있었다.

가까스로 격해지는 마음을 다잡은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음의 글줄들을 더듬어보시였다.

전문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3월 하순 경성제국대학 무장봉기결사의 일부가 로출되면서 서중석과 서완석 등이 여러명의 조직성원들과 함께 검거되고 공작원 차선은 서울에서 탈출하였다.

-놈들의 징병, 징용소동이 극도에 이르면서 서울지역 항쟁조직들의 형편이 최악의 상태에 놓이게 되였다. 조직들사이의 의견불일치로 행동의 통일이 보장되지 못하고 대다수의 항쟁조직들은 산간지대에로의 피신처를 모색하고있다.

-군부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놈들은 조선사수론을 들고나오며 조선에서 결전을 계획하고있다.…

조선사수론이라-

이 순간 김일성동지께서는 워로쉴로브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뽀씨에트별동대기지에서 오백룡을 만났을 때 하던 말이 제꺽 상기되시였다.

《우리 소조가 멀리 원산쪽에 갔을 때 17방면군의 장교 하나를 홀친 일이 있습니다. 통신장교였는데 글쎄 그놈이 낮도깨비같은 소릴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네는 본토결전을 위해 조선에 왔노라고 말입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으름장을 놓았지요.

<이놈아, 본토결전을 한다면서 조선에 게바라온다는게 말이 돼? 살고싶으면 똑바로 말해!>

그러니까 그놈은 상관의 말을 그대로 옮겼을뿐이라더군요. 너무나 겁이 나서 헤뜬 소릴 줴치는거지요.》

《조선에서 본토결전이라? 그 장교를 어떻게 했소?》

《알아낼건 다 알아내구 놔줬습니다. 후날 또 쓸모가 있을것 같기두 해서…》

《그놈의 말이 사실일수 있소.》

그때부터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백룡정찰소조가 붙잡았다는 통신장교의 말마디에 깔린 의미를 자주 새겨보군 하시였다. 그런데 오늘 서울조직의 정보까지 받고보니 안개속마냥 묘연하던 놈들의 기도가 석연히 드러나는것이다.

그러고보면 놈들이 조선에 수많은 군대를 들이민것도, 징병, 징용의 몽둥이를 미친듯이 휘두르며 사람들을 끌어가는것도 또 평양의 조국해방단과 서울의 경성제국대학 무장봉기결사에 대한 검거선풍을 일으키거나 감옥에 갇혀있던 우리 혁명가들을 한꺼번에 사형장으로 끌어낸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였다. 백두산서남부의 압록강국경연안에 무력을 증강하고 국경경비에 특별한 주의를 돌리는것 역시 다 까닭이 있었다. 궁지에 몰린 일제침략자들은 오늘에 이르러 조선을 지탱점으로 잔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발악을 꾀하고있는것이다. 그이께서 이미 예견하셨던 일이였다.

《동무들.》

김일성동지께서는 론의를 벌리다말고 긴장된 얼굴로 앉아있는 지휘성원들에게 말씀하시였다.

《방금 서울의 항쟁조직이 비통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서울의 서대문형무소에 갇혀있던 여러명의 우리 동지들이 지난 3월 10일에 희생되였다고 합니다. 권영벽, 리제순, 리동걸, 지태환, 서응진… 이 동무들은 모두 혜산사건때 검거되여 8년간이나 굴함없이 싸우다가 그렇게 갔습니다. 혁명의 길에서 쓰러진 사람들이 한둘만도 아니지만 조국광복의 날을 눈앞에 두고 간게 참으로 절통하고 분한 일입니다.

동무들, 나는 회의중이긴 하지만 조국광복을 위한 길에서 끝까지 혁명가의 지조를 지킨 이 동지들을 추모하여 1분간 묵도할것을 제의합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숙연히 고개를 숙이였다. 마음속으로 희생된 동지들의 몫까지 합쳐 기어이 조국을 찾고야말리라는 맹세를 약속하는 경례였다.

《회의를 계속합시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에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론의들이 많았는데 내가 한가지 질문을 제기하겠습니다. 우리는 올해에 들어와 국내로 놈들의 대무력이 쓸어든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때를 같이하여 갑자기 징병, 징용소동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혁명조직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며 감옥에 갇혀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학살을 서둘러 감행하고있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가? 놈들의 흉심이 무엇인가? 이것부터 토의해봅시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안길이 일어섰다.

《사령관동지의 예견대로 놈들은 끝까지 조선을 타고앉기 위해 군대도 끌어들이고 징병, 징용소동도 벌린다고 생각합니다.》

《옳습니다. 놈들이 조선땅에서 우리와 결판을 짓자고 한다는건 이제와서 명백해졌습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의문점을 이야기하시였다.

입수된 자료에 의하면 놈들은 아직도 500만이나 되는 군대를 가지고있다고 한다. 거기에 무려 2 800만이나 되는 국민전투의용대라는 민간무력을 가지고있다는것이다. 그런데 군대가 모자라 조선의 청장년들을 끌어다 군복을 입히고 총을 쥐여주겠는가. 또 수많은 농토를 황페화시키면서까지 젊은 청장년들을 보국대로 마구 끌어가는 리유가 어디 있겠는가? 의문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면 놈들이 왜 이런 소동에 매달리고있는가? 이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에 대해서도 명백히 까밝혀놓으시였다.

《놈들은 조만간에 쏘련군대가 대일작전을 펴게 되고 이 기회를 우리가 절대로 놓치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또 조선의 민심이 전부 우리한테로 쏠리고있다는것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총공격을 개시할 때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이에 호응하여 들고일어날가봐 몹시 겁내고있습니다.

놈들은 우리와 인민을 분리시키려고 꾀하고있습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군대나 보국대에 끌어가고있습니다. 놈들도 조선의 청장년들에게 제놈들의 군복을 입혀주고 총을 쥐여준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와 맞서 싸우리라고는 믿지 않을것입니다. 하지만 요란스럽게 군사훈련을 시키고 나중에는 가미가제특공대훈련까지 시킨다며 크게 광고를 내고있는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적으로 여기게 하자는 속심입니다. 말하자면 분렬의 책략으로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고 조선만은 틀어쥐고 놓지 않을 잡도리가 분명합니다.

만약 이것을 저지파탄시키지 않으면 어떤 결말이 생기겠는가? 그렇게 되는 경우 우리의 총공격작전이 좌절될수도 있으며 설사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승리한다 해도 우리앞에는 반역자, 친일파의 치욕을 뒤집어쓴 수많은 조선의 청장년들이 원쑤취급을 당하며 서있게 될것입니다. 그들을 다 원쑤취급을 한다면 새 나라건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방안의 지휘성원들은 놀라서 고개를 쳐든채 까딱 움직이지를 못했다. 모두들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져버린것 같았다. 국내에서 미친듯이 벌리는 놈들의 소동이 무엇을 꾀하는것인지 낱낱이 발가벗겨지고 사태의 엄중성을 깨닫게 되자 그만 아연실색해진듯 하였다.

《그러면 우린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김일성동지의 정력적인 음성이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였다.

《우선 놈들의 흉책이 새로운것이 아니라 이미부터 써먹던 상투적인 수법이라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비민분리>, 다시말하여 우리 혁명군과 인민을 분리시키려는 놈들의 술책은 항일전쟁의 전과정에 적용되였으며 마지막순간까지 버리지 않고있단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린 지난날에 그러했던것처럼 이번에도 놈들의 책략을 짓부셔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최후결전의 준비도 완성할수 있고 조국해방의 력사적위업도 성취할수 있습니다.》

안길은 얼핏 김일성동지를 쳐다보았다. 말씀의 뜻이 잘 가늠되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방안의 지휘성원들도 숨을 죽이고있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유있게 웃으시였다.

《리해를 돕기 위하여 내 동무들에게 한가지 실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얼마전 서대문형무소에서 장렬하게 희생된 권영벽동무가 장백에서 공작을 할 때 있은 일입니다.

하루는 공작지에 나가있던 권영벽동무가 예고도 없이 사령부로 찾아왔는데 아주 사색이 된 얼굴이였습니다. 사연을 알아보니 서간도일대는 놈들의 집단부락소동으로 란리가 났다는것이였습니다. 산재민부락들은 불타버리고 사람들은 토성안으로 끌려가고… 그통에 모처럼 꾸려놓은 지하조직들이 다 파괴될 형편이니 야단이라는겁니다. 그러면서 집단부락건설을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벌리겠노라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니다, 집단부락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리다가는 조직을 로출시킬수 있다, 또 집단부락건설을 막지도 못한다, 때문에 조직성원들이 주동적으로 집단부락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거기서는 모든 활동이 제약을 받고 불편해질수 있다, 하지만 철조망으로 강물을 막을수 없고 성벽으로 바람을 다 막지는 못한다, 인민이 있는 한 집단부락안에서도 얼마든지 조직건설을 할수 있고 원군도 할수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리하여 권영벽동무는 조직성원들로 하여금 토성을 쌓고 집을 짓는데 앞장서게 했구 놈들의 신임을 받아 촌장, 자위단장, 부단장 등 집단부락의 요직을 따내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니 조직은 훌륭히 보호되고 제 할바를 다 할수 있었단 말입니다.

국내의 현사태를 바로잡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쟁조직들이 징병이나 징용을 피할게 아니라 군대병영이나 훈련소, 보국대 같은데 주동적으로 조직성원들을 들여보내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우리의 항쟁조직들이 다 적의 군대나 보국대로 들어갈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방법과 수단을 다 동원하여 징병과 징용의 그물을 찢어버려야 하며 서울지역에서처럼 정 피할수 없는 곳들에서는 주동적으로 군대나 경방단, 훈련소, 보국대에 우리 사람들을 들여보내도 됩니다. 그래서 거기 사람들을 하나하나 깨우쳐주고 우리 편으로 만든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령관동지!》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최현이 벌떡 일어나 숨찬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거야말로 완전한 통장훈입니다. 결과를 놓고보면 왜놈새끼들이 몽땅 기절을 할겝니다.》

《옳습니다.》

성미급한 최석천이 흥분에 못이겨 말했다.

《정말 화를 복으로 만들수 있는 묘술입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의 최후결전준비는 또 하나의 큰걸음을 내짚게 되였습니다.》

김책도 가만있을수 없었던지 목갈리게 말했다.

《역시 사령관동지께서 계셔야 이 난국도 헤쳐지게 되는군요.》

환희와 감격에 찬 격찬들로 방안이 떠들썩해졌다. 모두의 얼굴들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키시였다.

《동무들이 찬성이라면 백두산의 박덕산동무에게 전문을 보냅시다. 시급히 국내의 지구별조직들에 통신을 날리고 공작원들도 보내도록…》

《그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김책동무, 공작원은 여기서도 보내고 백두산에서도 보내는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전민항쟁준비를 완성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문제토의는 그만합시다. 그리구 내친김에 중국부대와의 관계문제를 의논해봅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휘성원들앞에 새로운 문제를 내놓으시였다.

《방금전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연히 중국부대의 정치일군인 장수전동지를 만났습니다. 부대개편과 관련하여 재미없는 일들이 더러 생긴것 같은데 안길동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사령관동지, 죄송합니다. 우리가 그만…》

안길은 속이 띠끔해진듯 부대의 재편성을 둘러싸고 생긴 이런저런 사연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드렸다.

《이제는 우리 부대에 남아있는 중국대원들만 보내면 모든 일이 무난히 끝나게 되는데…》

《안길동무, 이건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어떤 동무들은 이번에 부대를 민족별부대로 재편성하니 이제는 국제적련대성도 필요없다고 여기는것 같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쏘련동지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유리한 국제적환경을 마련해놓으면 그것자체가 우리의 힘을 최대로 중대시키는 일로 된단 말입니다. 쏘중 두 나라 군대와 인민이 이러저러한 형태로 우리를 지지성원해주는것은 우리의 총공격작전에 보탬으로 됩니다. 그런만큼 이번에 최현동무가 중국동지들앞에서 했다는 불미스런 언행은 심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조선의 혁명가답지 못한 처신입니다. 그렇게 개인적감정으로 저질러놓은 일이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이걸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이거 면목이 없습니다.》

최현이 엉거주춤 일어나 낑낑 갑자르며 말씀드렸다.

《오랜만에 부대로 돌아오니 기분이 붕 뜨는 바람에 객기를 부리면서 그만 못난짓을 했는데… 내 이제 주보중사령을 찾아가 잘못했노라며 마음을 풀어주겠습니다.》

《거기엔 내 잘못이 더 큽니다.》

최석천이도 가책을 받았던지 허심하게 자기를 반성하였다.

《나도 궁냥이 트이질 못하다보니 최현동무의 행동에 도리여 잘한다고 키질을 했습니다. 나 역시 주보중동무한테 찾아가 옹친 매듭을 풀겠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을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였다.

《최석천동무나 최현동무의 용단은 대번에 중국동지들의 마음을 밝게 해줄것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와 중국동지들의 관계는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유독 몇동무들이 주보중동지하구 마음을 잘 맞추지 못하고있었는데… 물론 그가 좀 과격하고 선입견도 강한데는 있지만 큰 고충을 안고있는 사람이란걸 리해해줘야 합니다. 동무들도 중국부대에 오랜 투쟁경험을 가진 지휘성원들과 구대원들이 부족한 까닭이야 다 알고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번 재편성조치로 우리 인원들을 다 내놓게 되니 중국지휘성원들은 퍼그나 허전해하고있습니다. 그래서 난 총공격작전이 개시되기 전까지 우리가 좀더 도와주자는 생각인데…》

《아니, 이제 또?…》

안길은 물에 사레들린 사람처럼 재채기까지 하며 덤벼쳤다.

《우리 동무들을 또 보내시려는겁니까?》

《안길동무, 우리의 일부 지휘성원들만 당분간 중국부대에 그냥 남겨두는게 어떻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기가 무척 힘드시였다. 대뜸 낯색이 달라지는 안길이나 여러 지휘성원들을 실망케 할수도 있었기때문이였다. 모두 부대로 모여오게 되였다고 하자 얼마나 기뻐들 했던가.

《물론 그렇게 되면 동무들의 부담은 갑절로 커질수밖에 없소. 하지만 우리가 좀 힘들더라도 도와주기요.》

《아, 사령관동지의 마음은 참…》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있던 안길은 어쩔수 없다는듯 한숨을 섞어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주요지휘성원들만은 다 사령부에 집결시켰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마음을 쓸바엔 크게 써야지 쪼물짝하면 도와줄 멋이야 없지 않소? 김책동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인제야 내 생각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김책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소견이 지내 짧았다고 생각합니다.》

최석천이도 최현이도 모두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따르겠노라 하였다.

그리하여 김책, 최석천, 강신태, 최명석, 박락권 등 여러 지휘성원들은 당분간 중국부대에 그냥 눌러있기로 하였다.

《그럼 이 문제는 락착지은셈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셨다.

《련합동을 비롯한 우리 부대의 중국대원들은 내가 래일 설득시켜 돌려보내주자고 합니다.》

《아니?》

최현이 놀라서 일어났다.

《련합동이도 보내실 작정입니까?》

《최현동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련합동인 죽어두 가자구 안할겝니다. 그 친군 조선말과 글두 다 떼구 우리의 풍습까지 도통하구 있습니다. 그게 다 사령관동지와의 정을 뗄수 없어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중국동무들도 그렇지요. 그들도 인젠 우리하구 뗄래야 뗄수 없을 정도로 정들었습니다.

사령관동지, 그 친구들을 그냥 둬두었으면 합니다. 그렇게두 사령관동지의 곁을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그냥 떠밀어보내건 너무 야박한 일같습니다.》

《야박하단 말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창유리들이 까맣게 반들거렸다. 바깥이 어두워졌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에서 눈길을 떼시였다.

《최현동무의 말대로 련합동인 우리와 정이 들대로 들었습니다.

그가 우리 부대에 들어온지도 거의 10년이나 되지 않습니까. 그는 늘 우릴 따라 조선으로 나가서는 평양색시도 얻고 우리곁에서 한생을 같이 지내겠노라 했습니다. 하지만 련합동이와 그의 동료들은 중국부대로 보내야 합니다.》

《?!…》

《최현동무, 대답해보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만일 련합동이네가 중국부대를 버리고 우릴 따라간다면 중국인민이 그걸 어떻게 생각할것 같습니까? 련합동이와 그의 동료들은 다 중국인민의 훌륭한 아들들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마땅히 자기 조국, 자기 인민을 사랑하는 중국의 참다운 혁명가로 되여야 합니다. 나는 련합동이나 우리 부대에 있는 중국동무들이 자기 조국, 자기 인민과 등지는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예에- 그럼 보내긴 보내야겠군요.》

최현이도 공감이 된 모양이였다.

《하, 그런데 련합동일 보내자니 참 아깝습니다.》

《중국동지들이 이번 조치에 대단한 반향을 보일겝니다.》

김책이도 한마디 하였다.

《단지 왕명귀지대장만은 속이 좀 편안치 않아할텐데…》

《왕지대장이 왜 편안치 않아한다는겝니까?》

《그 사람이 안길동무를 내놓지 않겠노라며 사령관동지 오시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있습니다. 사령관동지의 승낙을 받지 못하면 댁에 틀고앉아 버티기를 하겠다는겝니다. 그 소힘줄같이 질긴 사람때문에 요즘 정숙동무가 여간 애를 먹지 않습니다.》

《그것만 봐도 우리 안길동무의 금새가 얼마나 높은가를 알수 있지 않습니까. 왕명귀지대장이 안길동무를 붙들어두진 못해도 끌날같은 우리 동무들이 가면 만족해할겝니다. 아무튼 인젠 제기된 문제가 다 풀렸다고 할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모든 시름을 놓으신듯 웃으시였다.

《이제부턴 우리 식의 군정훈련을 강도높이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조선의 현실도 빨리 파악하게 하면서 우리 동무들의 정치군사적실력도 동시에 높일수 있게 하는 군정훈련 말입니다.》

《예, 그걸 위한 지역별 부대의 편성도 또 새로운 훈련강령의 작성도 기본적으로 끝냈습니다.》

《그럼 우리 다시한번 본때있게 내밀어봅시다.》

김일성동지의 안광에서는 무한대한 우주를 안으신듯 한 자애와 거대한 힘이 흘러넘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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