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3 장
3
도꾜 대본영
1945년 3월
규슈의 오이다현 태생인 대본영의 참모총장 우메즈 요시지로대장은 예순세살의 나이에 비해 아직 기력이 왕성했다. 그한테서는 제국군인이라면 없어서는 안될 상표처럼 붙어다니는 조폭하고 우직하고 막스러운 구석이란 찾아볼수 없었다. 반대로 아는것이 많고 지혜와 존엄을 천품처럼 지니고있어 현대군인의 표본이라는 평판까지 달고있었다. 하기에 대일본제국의 운명이 칼도마우에 오른 도미신세로 굴러떨어진 지금까지도 침착하고 태연한 체모를 잃지 않고있었다. 물론 관동군사령관으로 있던 그가 지난해 7월 대본영의 참모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지고 벼랑끝으로 몰린 정국을 수습하느라 체중이 네키로나 줄어들긴 했으나 정력은 도리여 갑절이나 더해진듯 하였다.
다까구니가 방에 들어섰을 때도 그는 확대경을 들고 열심히 작전지도를 들여다보고있었다.
《각하, 조선헌병대사령관 소장 다까구니 시게로 명령대로…》
우메즈는 내심 반가왔으나 무표정하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것으로 감정의 변화를 생략해버렸다.
《자넬 기다리던 참이였네.》
우메즈는 다까구니가 마치 늘 곁에 두고있는 사람이기라도 한듯 흔연히 말했다.
《비행기로 왔겠지?》
《예, 그렇습니다. 참모총장각하.》
《미국비행기와 맞다들지 않은게 다행이네.》
그는 안락의자에서 육중한 몸을 힘겹게 일으키더니 다까구니의 앞으로 가서 손을 잡았다.
《저리 가 앉아서 이야기하자구.》
우메즈는 키가 큰 다까구니를 쏘파에 데려다앉히고는 자기도 그 옆자리에 깊숙이 몸을 잠그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왼심을 기울여 키워온 수제자라 할수 있는 다까구니를 만나보는것이 자못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 오래간만에 도꾜에 와보니 기분이 어떤가?》
《도꾜가 폭격을 맞아 처참하게 파괴되였군요.》
《그렇게 됐네.》
우메즈는 쓰거운 약을 먹은 사람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자네 건강은 어떤가?》
《참모총장각하!》
다까구니는 벌떡 일어섰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우린 줄창 얻어맞구 쫓기우기만 하는것입니까?》
《앉게.》
《저를 오끼나와에 보내주십시오. 도꼬로 오니 온통 오끼나와방위소리뿐인데 련대나 대대라도 하나 맡겨주십시오.》
《제국의 남아답게 영예로운 옥쇄를 하겠다는건가?》
우메즈의 얼굴에는 어리석은자를 두고 조롱하는듯 한 비웃음이 어려있었다.
《제국을 위해 한몸을 구슬같이 부스러뜨리겠다는 자네의 각오만은 나무랄데 없네. 하지만 옥쇄를 하고나서는 제국이 망하든말든 자네한테 아무 상관도 없다는 소린가?》
《…》
《앉으라구.》
다까구니는 앉지 않을수 없었다. 우메즈의 목소리는 온화하였으나 함부로 거역할수 없는 힘을 가지고있었다.
우메즈는 담배를 한대 피워물었다.
《다까구니군, 우리 형편이 어려운건 사실이야. 도죠, 고이소… 그 우직한 도깨비들이 제국을 이 지경으로 몰아갔지. 그런 놈들은 교수대에 매달아놓아야 마땅할거네. 그자들의 무지막지하고 저돌적인 행실이 빚어낸 후과가 얼마나 참혹한가? 그렇다구 자네처럼 울분이나 쏟으면서 자살적인 행동을 한다면 제국의 운명은 어떻게 돼가겠나?》
《…》
《지금 제국은 자기를 건져줄 진짜배기영웅이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구있네. 이건 력사의 부름이란 말이네.
옥쇄란 적과 직접 맞붙어싸우는 병졸들이나 할일이야. 그런즉 옥쇄의 영예는 병졸들에게 넘겨주구 자넨 어떡하든 이 천황의 나라를 구원해내는 영웅으로 되지 않으면 안된단 말이네.》
《각하.》
다까구니는 또다시 벌떡 일어나 우메즈에게 고개를 접어보이며 자책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각하의 하늘같은 뜻을 헤아려보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그만…》
우메즈는 다까구니의 손을 다정히 잡아 앉히였다. 그다음 담배갑을 집어 권했다.
《피우게. 한대 피우느라면 좀 진정될거네.》
《감사합니다.》
다까구니는 사양않고 담배를 받았다. 전에는 감히 이런짓을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주저없이 담배불을 붙이였다. 너무 비장한 생각때문인듯 하였다.
두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가 넓은 방안으로 서서히 풀리여나갔다.
공습경보가 울렸다.
《흠, 또 시작됐군.》
우메즈는 힘겹게 일어나 다까구니를 데리고 지하방공호로 내려갔다. 방공호가 아니라 땅속 깊숙이 영구콩크리트구조물로 건설해놓은 우메즈의 또 하나의 집무실이였다.
어디선가 쿵쿵 폭탄들이 터지는 소리가 지심을 흔들며 들려왔다.
매일같이 미국비행기들의 폭격에 도꾜가 얻어맞고있었다.
우메즈는 다시 말을 꺼냈다.
《자네도 련합국들의 얄따회담소식을 들었을테지?》
《들었습니다. 쏘련사람들이 도이췰란드와의 전쟁을 끝내구선 우리하고 겨루겠다는데…》
《흠, 미, 영과의 전쟁을 하느라 힘이 진해지구 또 중국과의 장기전이라는 진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릴 향해 로씨야의 큰 곰이 발톱을 세워들고 다가드는 판이지.》
또다시 먼곳에서 줄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메즈는 폭탄소리에 귀기울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조선의 형편은 어떤가?》
《새로 편성되고있는 제17방면군부대들이 이동전개중이구 또 조선군관구관하 사관구부대들도…》
《그에 대해선 우에쯔끼중장의 보고를 통해 다 들었네. 우에쯔끼중장은 제17방면군사령관 겸 조선군관구사령관이란 새 직분을 좀 힘겨워하는것 같네. 하지만 우에쯔끼도 내가 믿는 사람이니 일이 바로 잡힐거네.
내가 자네한테 알고픈건 조선의 치안이네.》
《예? 그거야 이미 각하께…》
다까구니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미찌꼬중위를 시켜 극히 간략한 치안상황자료를 이미 우메즈에게 보냈었다. 그런데 우메즈는 그에 대하여 아닌보살하고 다시 묻는것이다. 매우 좋지 않은 조짐이였다.
《일전에 각하께 보고드린바와 같이…》
《그 알맹이를 다 뽑아버린 치안상황자료를 두고 하는 말인가?》
우메즈의 빈정대는 소리에 다까구니는 눈앞이 아뜩해졌다. 능구렝이같은 우메즈는 조선의 실상을 다 꿰뚫어보고있는것이 분명했다. 다까구니가 요술을 부린 내막까지도… 우메즈가 칼을 내던지며 자기 면전에서 배를 가르라고 호령할지도 모른다.
《참모총장각하, 사실은…》
《그런 보고자료를 보내서야 안되지.》
우메즈는 혼자소리처럼 뇌이였다.
가까운 곳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지하실이 드릉드릉 떨리였다.
《그럼 본문제로 넘어가세.》
폭탄소리가 뜨음해지자 우메즈는 방금 말을 꺼낸 치안상황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 새로운 화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얼마전 대본영은 히까리작전(빛작전)이라는 새로운 비밀작전계획을 세웠다. 본토결전을 위한 작전계획이였다. 태평양상에서 일본함대를 련속 격파한 미군이 오끼나와상륙을 기도하고있으며 또 쏘련의 대일참전이 확실한 사실로 되고있는것만큼 대본영은 운명을 걸고 마지막판가리싸움을 벌리기로 결심한것이다.
《결전장은 다름아닌 조선으로 정했네.》
《조선이라구요?》
《그렇네. 바로 그래서 조선에다 무력을 집결시키고있는거네. 조선군관구를 신설하고 사단규모의 사관구부대들을 다섯개나 두게 된것도 그때문이구 대본영직속으로 편성된 제17방면군을 조선에 배치한것도 그때문이지.》
다까구니는 우메즈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너무나 상상밖의 일이였다. 그는 본토결전이라 하면서 조선을 결전장으로 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도무지 가늠이 안 갔다. 지금까지 그는 조선에 막대한 병력을 들이미는 리유가 본토결전을 위한 외곽진지를 보강하는것인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조선땅에서 일본의 운명을 결판지으려 한다니 다까구니로서는 리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저, 그럼 오끼나와방위는…》
《오끼나와방위도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오끼나와는 지켜내면 좋은거구 견디지 못하여 미국사람들한테 내준대도 큰일 날건 없네. 보다 중요한건 본토사수네. 그러자면 조선에서 결판을 봐야 하네.》
우메즈는 그 까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본영은 만주의 룡강산줄기와 로령산줄기에 의거하여 쏘련군의 남하를 저지시킬 작정이였다. 만약 거기서 쏘련군을 막아내지 못하는 경우 조선의 중부이북지역에서 완전한 승패를 가르기로 했다. 한편 미군도 제주도와 조선의 중부이남지역에서 최종적으로 격파할 계획이였다.
조선은 산악이 많아서 방어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있었다. 쏘련군이나 미군이 대기계화부대를 마음대로 기동전개할수 없는것이다. 또한 미군의 폭격으로 모든것이 파괴돼버린 본토와는 달리 조선은 결전에 필요한 인적 및 물적잠재력을 아직도 풍부히 가지고있었다.
《조선을 사수하는가 못하는가에 바로 우리 제국의 생사가 걸려있네.》
《저, 각하.…》
다까구니는 조심스럽게 말을 뗐다. 아직도 머리를 몽둥이에 얻어맞은것처럼 뗑하였다. 조선에서 결판을 내자는 의도는 그런대로 납득이 갔으나 승산은 보이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조선땅에서 결전을 하자면 쏘미 량군을 격파할만 한 전투장비가 있어야 하겠는데 우리 형편으로야…》
《우리 형편이 어떻단 말인가?》
우메즈가 따지고들었다. 그리고는 대답을 못하는 다까구니에게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할건 없네. 우리한텐 아직 500만이나 되는 군대가 있구 1만대의 비행기와 2천 3백척의 해군함선이 있네. 또 2천 8백만의 국민전투의용대가 참대창을 쥐고있구. 조선의 잠재력을 내놓고도 말이네. 》
《?…》
다까구니의 입이 굳어져버렸다. 1만대의 비행기와 2천 3백척의 함선… 이런 수자들을 거침없이 내뱉는 우메즈가 실성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이 덜컥 들었다. 군대나 국민전투의용대라는것의 머리수는 몰라도 비행기나 전투함선이 얼마쯤 남아있는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있는 다까구니였다.
《왜? 어이없다는건가?》
우메즈는 껄껄 웃었다. 여유작작한 웃음이였다. 그것은 결코 실성한 사람의 웃음이 아니였다.
《자네로선 그럴수 있지. 군대의 전투기술기재나 무장장비도 이제는 거덜이 났으니까. 집계된 비행기수자가 1만대라 하지만 70프로는 합판으로 만든 련습기이고 해군함선이라야 구축함이나 잠수함 같은건 얼마 안되고 대부분이 <진양>이란 이름을 붙인 모터뽀트일 따름이네. 하지만 우린 합판비행기나 모터뽀트까지도 다 손색없는 타격수단으로 만들수 있네. 말하자면 거기에다 폭약을 장비하고 적의 목표물을 향해 다이아다리를 하게 하자는것이지. 본토결전은 바로 이런 특공대전을 기본전투형식으로 진행할 작정이네.》
우메즈는 합판비행기도 얼마든지 무서운 타격수단으로 될수 있다는것은 이미 실전으로 충분히 검증되였노라고 하였다. 지난해 대본영은 해군비행대의 특공대작전을 시작했다. 이 특공대에 《가미가제》라는 이름을 붙이였다. 가미가제란 신의 바람이란 말이다. 먼 옛날 하늘에서 내린 신의 바람이 일본으로 침공해오는 적함대를 모조리 휩쓸어 《천황》의 나라를 구원했다는 전설을 그대로 재현시키는셈이였다.
10월 19일 어깨에 흰 비단띠를 엇가로 메고 머리에다 《무운장구》라고 쓴 흰 수건을 질끈 동인 47명의 특공대원들이 3합판비행기에다 250키로그람씩 폭약을 싣고 하늘로 떠올랐다. 원래는 48명이였는데 출격직전에 한 대원이 거절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사살되였다. 특공대란 거절해도 죽고 출격해도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였다. 연유도 목표물까지 가는데 필요한만큼만 실었다. 이 47대의 가미가제호 전투기들은 그날 필리핀해역에서 맥아더의 대함대를 향해 다이야다리를 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9척의 항공모함을 격침시키고 20여척의 구축함과 순양함을 격침 또는 격상하였으며 2천 8백여명의 미군을 살상하는 기적을 창조하였다. 그야말로 필리핀해역에 가미가제를 몰아왔던것이다.
이때부터 일정한 기간 태평양상에 가미가제가 부는듯 했다. 오늘 와서 가미가제비행기들은 2톤의 고질폭약을 장비하고 로케트발동기들을 설치하여 시속이 600마일까지 이르게 갱신되였다. 파괴력이 처음의 10배에 이르러 그것 한대면 적의 어떤 거대함선이든 다 바다에 수장시킬수 있었다.
가미가제특공대는 해군함선들에도 도입되였다. 그 대표적인것이 진양이다. 진양이란 합판으로 만든 소형뽀트인데 자동차발동기를 설치하고 폭약을 장비한 공격수단이였다. 한개 대대는 진양 50척으로 편성되였다. 이 진양대대가 적함 한척을 목표로 일제히 쇄도해 들어가는데 그중 하나만이라도 자폭공격에 성공하면 대단한 전과로 되는것이다.
그밖에도 해군은 회천과 복룡이라는 특공대 타격수단도 가지고있었다. 회천은 사람이 직접 어뢰를 타고 적함으로 돌입하는 인간어뢰이며 복룡은 장대기끝에다 기뢰를 비끄러매놓고 적상륙지점의 수중에 미리 매복을 했다가 자폭을 단행하는 인간기뢰였다.
《우린 륙군도 특공대화할 계획이네.》
다까구니가 보건대 우메즈는 신명이 난듯 했다.
《사람이 폭약을 안고 공격해오는 적의 땅크나 장갑차 혹은 유생력량의 복판으로 뛰여들어가 자폭을 하도록 한다는 말이네.》
우메즈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난 다까구니는 기가 막혀 무어라 말할수 없었다. 그도 가미가제특공대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게 얻어듣고있었다. 그러나 가미가제특공대도 지금은 초기와 같은 전과를 바라보지 못하고있었다. 처음 가미가제특공대의 자살공격에 혼비백산하여 어쩔줄 모르던 미군이 오늘 와서는 출격직전의 비행장들이며 군항들에 대한 선제타격으로 특공대가 크게 용을 쓰지 못하게 하고있는판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본영이 전적으로 특공대전에만 의거하여 본토결전을 치르려 하는것이 너무나 유치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도 진주만공격당시 일본해군의 무력이 얼마나 막강했는가를 잘 알고있었다. 그때 제국의 해군은 10척의 항공모함과 15척의 주력전투함, 50척의 순양함과 110척의 구축함, 80여척의 잠수함 그리고 1 500대의 비행기를 가지고있었다. 륙군과 공군무력도 대단했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한 전쟁을 합판비행기나 합판뽀트, 인간폭탄으로 역전시켜보겠다는 사실자체가 세상을 웃기는짓이 아닐수 없었다.
제국의 처지도 눈물나게 불쌍해졌구나!
《이보라구, 다까구니군.》
우메즈는 다까구니의 속내를 빤히 들여다본듯 조소어린 눈길로 건너다보았다.
《전투장비나 기술수단의 우세로 적과 싸우겠다는건 일본의 현실태를 외면한 사람의 낡은 사고방식이야. 우린 제국의 모든 군인과 국민을 다 폭탄으로 만들어야 하네. 그렇게 군대와 국민을 다 제물로 바쳐서라도 이 천황의 나라를 지켜내는것이 내 의지란 말이네. 또 여기에 본토결전의 본질도 있는거구.…》
우메즈의 자그마한 눈에서는 이상한 섬광이 번뜩이였다. 시퍼렇게 날이 선 비수같기도 하고 야밤의 구름장을 쪼개버리는 번개같기도 한 섬광이였다.
우메즈는 결코 머리가 돈 로인이 아니였다. 누구나 기막혀서 고개를 돌려버릴 가장 원시적이고 유치하다고 볼 방법과 수단을 다 써서라도 어떡하든 제국을 구원하려는 억척같은 결심을 지닌 백전로장이였다.
역시 범상한 사람은 아니였구나!
어느새 다까구니의 가슴은 높뛰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패전과 패전의 소식에 의기소침해졌던 그의 피도 다시금 끓기 시작한것이다.
그는 숨차게 부르짖었다.
《각하, 이제는 모든것이 석연해집니다. 본토결전이 승산있다는것도 믿어진단 말입니다.》
우메즈는 두눈을 꾹 감아버렸다.
《그렇다면 됐네. 폭탄이 돼줄 병졸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거기에 자네같이 의지가 굳세구 지혜가 있구 손탁센 장교들만 좀 물색해놓는다면 본토결전도 능히 승산을 볼수 있지. 내 그래서 자네나 우에쯔끼중장을 조선에 보낸거라네. 자네들이야 내 팔다리나 다름없거던.》
《각하, 신임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
《나도 그걸 믿네. 그런데 한가지 걱정되는건…》
우메즈는 또 담배갑을 집어들어 한대 붙여물고는 다까구니에게도 권했다.
《걱정거린 조선의 치안이네.》
다까구니는 조선의 치안소리에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자네 아무리 요술을 부리구 감추려 해도 조선땅 전지역에 김일성부대의 줄이 깊숙이 뻗쳐들어왔다는걸 가리울순 없네.
다까구니군, 조선의 치안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본토결전이란 있을수 없다는걸 똑똑히 알아두어야겠네. 보나마나 김일성사령관은 쏘련의 대일참전이라는 유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거네. 그걸 증명할만 한 자료들도 적지 않네. 자넨 이걸 순간도 잊어선 안돼.》
《치안유지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앉게.》
우메즈는 벌떡 일어서는 다까구니를 귀찮은듯 손짓으로 눌러앉히였다.
《똑똑한 방안이 없는 만전이란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네.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잡도리를 잘해야 해. 우리야 김일성사령관을 알아도 잘 알고있지 않나.》
우메즈는 쏘파의 등받이에 제빠듬히 잔등을 붙이며 실눈을 지었다.
《소화14년(1939년)에 할힌골사건이 있은 뒤 우에다대장을 대신하여 관동군사령관으로 임명된 내가 맨처음 시작한 일은 자네도 아다싶이 <동남부치안숙정특별공작>이였네. 김일성부대의 완전소멸작전 말이네. 대본영의 지령에 따르는 일이라 내가 직접 작전대강을 만들고 관동군에서도 제일 우수한 자질과 실력을 갖추고있다는 노조에소장을 토벌사령관으로 임명했었지.
작전지역은 방대했네. 길림성과 통화성, 간도성의 전지역과 목단강성의 일부를 포괄했으니까. 거기에 동원된 병력이 20만이나 되구 투자한 자금도 천문학적수자에 달했네. 나는 군사일변도만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여서 특무기관들까지 내세워 귀순공작, 사상공작, 치본공작을 무력공세와 결합시켜 내밀었네. 실로 폭과 심도 그리고 방법과 수단에 이르기까지 한개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작전이였지.
헌데 성공하지 못했거던. 김일성사령관은 어느 병서에도 있어본적이 없는 대부대선회작전에 이어 귀신같이 령활무쌍한 소부대작전으로 나의 작전대강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놓았단 말이네. 내 군인경력에 커다란 오점을 찍어놓은셈이지.
다까구니군, 그런 전철을 이번에 다시 밟을수는 없네.》
우메즈의 눈가에서는 또다시 이상한 빛이 번뜩이였다.
《이번만은 우리가 어떡하든 김일성부대의 남하를 막아야 하며 이미 조선땅에 뿌리박은 지하조직망을 사전에 죄다 무력화시켜야 하네. 내가 자네를 부른것은 바로 이것때문이야.》
《각하, 방략만 가르쳐주십시오.》
《방략은 단 한가지뿐이네.》
우메즈의 목소리는 쇠를 때리는것처럼 날카로와졌다. 그리고 마디마디 결단성과 패기가 서려있었다.
《조선사람모두를… 알겠나? 조선사람들을 다 가둬놓구 김일성부대와 손잡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시켜야 한단 말이네.》
다까구니는 아직 우메즈의 속심을 알수 없어 뒤말을 기다렸다.
《이미 실시하고있던 징병, 징용의 몽둥이를 더욱 휘둘러 조선의 모든 청장년들을 군대병영이나 훈련소, 경방단 같은데다 몰아넣구 총을 쥐여준 다음 훈련시키는 한편 보국대로 끌어다 제국을 위한 일에 실컷 <충성>을 다하게 해야 한단 말이네.》
《조선사람들끼리 총부리를 맞대구 서로 싸우게 하자는것입니까?》
《천만에!》
우메즈는 코웃음을 쳤다.
《자넨 조선에서 살면서도 아직 조선사람들을 잘 모르는군. 아무리 병영에 몰아넣구 총을 쥐여준다 해도 조선사람들은 절대로 김일성부대와 맞서 싸우질 않아. 그들앞에 죄지은자들이나 싸우는척 하다가 뺑소니를 치겠지.
요는 군대병영과 경방단, 훈련소 그리고 보국대같은데다 조선사람들을 매모조리 가둬버리는거네.》
우메즈는 그렇게 하는것은 두가지로 큰 리득을 얻게 된다고 했다. 하나는 그래야 남하하는 김일성부대에 내응 못하게 할수 있고 또 한가지는 이미 꾸려진 지하조직망들이 전부 마비될수 있다는것이였다.
다까구니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명안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쨌든 제국의 총을 들고 서있는 조선청장년들이 모두 김일성부대의 적으로 락인될게 아닙니까?》
《조선사람모두에게 황국신민의 모자를 든든히 씌워놓게.》
다까구니는 속으로 탄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다까구니군.》
우메즈는 다까구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걸 성사시켜야 제국은 살아날수 있네.》
《각하의 말씀을 페부에 새겨넣겠습니다.》
《이제부터 자넨 헌병대사령관으로서 군권뿐아니라 경찰, 사법권까지 다 행사해서라도 본토결전준비에 만전을 기해야겠네.
자, 폭격이 멎은것 같은데 우로 올라가자구.》
우메즈는 안락의자에서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다까구니는 우메즈를 부축하며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제국은 숨을 돌릴수 있게 됐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