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3 장
2
서울 조선헌병대사령부
1945년 3월
수화기에서는 헌병대사령관 다까구니 시게로소장의 맺고끊는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찌꼬중위, 나다.》
《소장님, 먼길을 다녀오시느라 수고많으셨겠습니다.》
《음, 이제 곧 검도장으로 내려오라.》
헌병대의 녀성장교 미찌꼬중위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곧장 침실로 가서 장교복을 실내용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다음 벽의 옷걸이에 걸어놓은 군도를 벗겨들었다. 그가 검도장으로 나갈 때 쓰는 군도였다.
미찌꼬중위는 칼집에서 얼마간 칼날을 뽑아보다가 손을 멈추었다. 그는 거의 열흘이나 출장을 갔던 헌병대사령관이 돌아오기 바쁘게 왜 서기인 자기를 검도장으로 불러내는지를 모르지 않았다. 검도시합으로 려로의 몸풀기를 하려는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바삐 서기실을 나서자 맨 아래층의 검도장으로 걸어갔다.
검도장에는 벌써 다까구니 시게로소장이 와있었다. 그는 군복상의를 벗어내치고 하얀 와이샤쯔바람에 날이 선들선들한 군도를 휘두르며 검도련습을 하고있었다.
주위에서는 몇명의 헌병장교들이 그 모양을 바라보고있었다.
《소장님.》
《좀 늦었구만, 중위.》
다까구니 시게로소장은 빼빼 마른 얼굴에 오래간만이라는 반가움 한점 떠올리지 않고 말했다.
《오늘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보라.》
《알겠습니다, 소장님.》
몸매 날씬한 미찌꼬중위도 검은 운동복차림으로 길다란 군도를 빼들었다. 그도 역시 간단한 몸놀림을 한 다음 다까구니 시게로소장에게 깍듯이 허리굽혀 례의를 표시하고나서 공격자세를 취했다.
구경군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모두가 헌병대사령부의 장교들이였다. 그들은 자기네 사령관이 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검도장부터 찾아와 시합을 벌려놓는것을 자못 신기하게 여기는듯 했다.
대위의 계급장을 단 젊은 장교 하나가 자원하여 심판을 섰다.
검도시합이 시작되였다. 두 남녀검객이 서로 군도를 겨누어들고 공격의 기회를 엿보며 긴장하게 마주섰다. 사실 검도는 네쪽으로 무어 만든 참대칼로 승부를 겨루게 되여있다. 참대칼이 없으면 나무칼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합에 나서는 사람은 도복을 입고 호면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워 보호하는 한편 허리에다 《도》라고 한자로 새긴 넓은 띠를 띤다. 그러나 지금 다까구니 시게로소장과 그의 서기인 미찌꼬중위와의 검도시합은 도복도 없고 호면도 쓰지 않은데다 참대칼이나 나무칼도 아닌 진짜 군도로 맞서는것이 특별한 이채를 띤다고 할수 있었다. 단수가 높은 검도의 명수들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낼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시작하라!》
다까구니가 명령했다.
그러자 미찌꼬가 먼저 표범처럼 가볍게 몸을 솟구치며 다까구니의 정수리를 향해 군도를 힘껏 내리찍으며 소리쳤다.
《메- 엔!》
비격면술이라 하는 검술이였다.
순간 다까구니는 날래게 날아내리는 칼날을 군도로 쳐갈기며 불의의 역습으로 미찌꼬의 머리를 타격하는 응격면술을 썼다.
《메- 엔!》
어느새 미찌꼬도 머리우로 내려오는 군도를 멈춰세우는듯 하더니 다까구니의 복부를 향해 번개같이 칼끝을 내찔렀다. 맞찌름이였다.
《도- 오!》
두사람의 공방전은 아슬아슬한 장면을 련속 보여주기는 했으나 서로 성공하지는 못하고있었다. 공격과 방어의 다양한 검술들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격전을 치르는 그들의 머리우에서는 서리발같은 칼날들이 번뜩이였다.
또다시 미찌꼬가 맹렬한 기세로 다까구니를 몰고 짓쫓아들어가면서 벼락같이 복부에다 칼끝을 들이댔다.
《도- 오!》
심판도 손을 쳐들며 《도- 오!》하고 소리쳤다. 미찌꼬의 공격찌름이 성공한것이다.
《괜찮아!》
다까구니가 고무해주듯 한손을 쳐들었다.
두번째 시합이 시작되였다. 40대 초반의 다까구니도 동작이 민첩하고 칼부림이 능란하여 미찌꼬로 하여금 몇번이나 위기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미찌꼬는 미꾸라지처럼 재빨리 몸을 빼돌려 위기를 모면했을뿐아니라 때없이 다까구니를 수세에 몰아넣군 하였다.
력대로 일본에서는 녀자가 검도를 하는 법이란 있어본적이 없었다. 녀자란 남자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조상전래의 의식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미찌꼬는 그런 관례를 깨뜨리고 어릴 때부터 검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한테서 검도를 배우고 꾸준히 익혀서 4단이라는 높은 단수까지 획득하였다. 령리한 두뇌와 예민한 운동감각을 가진 그는 나까노륙군사관학교에서 배운 격술도 만만치 않았으나 그보다도 검도의 능수라는 사실때문에 조선헌병대사령부에서 인기를 끄는 녀성장교로 두각을 나타내고있었다.
《메- 엔!》
이번에는 다까구니가 기묘한 반격면술로 점수를 땄다. 미찌꼬가 그의 머리를 겨누고 살같이 날아들 때 다까구니는 슬쩍 내려오는 칼날을 비켜치우고는 반대로 미찌꼬의 정수리에다 맵시나게 칼날을 갖다댄것이다. 칼날은 미찌꼬의 정수리에서 불과 한센치메터도 못되는 간격을 두고 기계처럼 멎어섰다.
《메- 엔!》
심판은 다까구니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선언했다. 검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따낸 상전을 감격에 넘쳐 축하해주는셈이였다.
세번째 시합은 더욱 치렬했다. 두사람의 얼굴에서는 땀이 물처럼 흘러내리였다. 칼날들은 그냥 서리발같이 번뜩이였다. 자칫하면 크게 상처를 낼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거듭 반복되였다.
돌연 미찌꼬가 용수철마냥 재빨리 앞으로 튕겨나가며 수평으로 곧추 칼을 내찔렀다. 하마트면 복부타격을 받아 점수를 떼울번 했던 다까구니는 요령있게 물러서며 칼끝을 미찌꼬의 복부에 갖다댔다. 들찌름의 성공이였다.
《도- 오!》
심판은 3회2승으로 다까구니의 승리를 엄숙히 선포했다.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던 장교들이 짜락짜락 박수를 치며 다까구니를 열렬히 축하해주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응당 다까구니사령관이 승리할것을 확신하고있었다는 아첨어린 웃음이 넘어나고있었다.
다까구니소장은 군도를 칼집에 꽂아넣고 수건으로 땀을 씻었다. 살집이 없는 길쑴한 얼굴이나 가느스름한 두눈은 승리의 만족이 아니라 무언가 불만을 품은 독기가 번뜩이였다.
그는 나직하나 위압적인 어조로 땀을 씻고있는 미찌꼬를 꾸짖었다.
《미찌꼬, 건방지다!》
《예잇!》
다까구니를 향해 미소를 날리던 미찌꼬는 그만에야 부러질듯 허리를 굽혀보이며 상전한테서 꾸지람을 받는 하인의 례의를 표시했다. 이것 역시 일본고유의 례법이였다.
다까구니의 질책은 계속되였다.
《너는 어릴 때부터 검도로 유명한 부친의 슬하에서 검도를 익혀온 4단보유자이다. 검도에서 기본은 야마도정신의 수련이다. 야마도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주저를 모르며 끝까지 적과 싸워이겨야 하는 정신이다. 그런데 미찌꼬, 오늘은 두번씩이나 나의 공격을 막지 않았다. 내가 사령관이기때문에 일부러 져주었단 말이다. 그게 무슨 야마도정신인가?》
《죄송합니다, 소장님.》
미찌꼬는 또다시 깊숙이 허리를 굽혀보였다.
다까구니소장은 미찌꼬만이 아니라 구경군으로서 다함없는 박수를 보내주던 장교들에게도 을러댔다.
《이번에 내가 남부조선일대에 신설전개되는 헌병대들을 시찰하면서 받아안은 불쾌감은 대단히 크다. 적지 않은 장교들과 사병들속에 야마도정신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사실들이 수많이 은페되여있었기때문이다. 나라가 전쟁으로 어려움을 당하고있는 이때 그런 패배감과 신심없는 거동들은 본질상 천황페하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단 말이다.
우리 사령부안에서는 야마도정신과 어긋나는 행위가 티끌만큼도 나타나서는 안되겠다. 만일 나의 경고를 망각하고 탈선하는자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벌을 내리겠다는것을 명심들 하라.》
《예잇!》
장교들은 귀퉁이라도 맞은듯 정신을 번쩍 차리고 목소리를 합치며 목례를 하였다.
다까구니는 다시 미찌꼬에게 돌아섰다.
《조선의 치안상황자료들은 다 종합됐는가?》
《예. 다 끝냈습니다.》
《30분후에 그 자료부터 보아야겠다.》
말을 마치자 다까구니는 가방과 군복상의를 손에 든 부관을 뒤에 달고 뚜벅뚜벅 검도장을 나와버렸다.
30분이 지나서 목욕까지 깨끗이 하고난 다까구니는 자기 방에서 미찌꼬중위가 가져다놓은 두툼한 문건자료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조선의 치안상황에 대한 종합자료였다. 실상 그것은 헌병대사령관이 관심할 일이 아니였다. 조선의 치안에 대한 료해자료가 아니라도 그한테는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지금 조선에는 군대사태가 터졌다. 대본영직속으로 편성된 제17방면군의 대무력이 쓸어들고 새로 생겨난 조선군관구관하 사관구부대들이 각지에 배비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헌병대사령부의 일거리들도 몇갑절 많아졌다. 제17방면군사령관 우에쯔끼중장이 조선군관구사령관을 겸임하는것처럼 다까구니도 17방면군과 조선군관구의 헌병대사령관을 겸임하지 않으면 안되였던것이다. 군부대들의 주둔지들에 새 헌병대들을 꾸리고 장교들을 임명하며 정연한 지휘체계를 세우느라 정말 눈코뜰새 없었다. 바로 이런 때 대본영의 참모총장인 우메즈대장이 그한테 전보를 보내왔다. 최단기일안으로 조선의 치안상황을 상세히 료해하고 보고하라는 지시였다.
다까구니는 이 지시를 소홀히 대할수 없었다. 우메즈대장은 그를 품들여 키워준 은인이였고 그가 의지해야 할 군부의 큰 기둥이였다.
관동군헌병사령부에 있던 그를 조선헌병대사령관으로 등용시킨것도 다름아닌 우메즈였다.
《조선에 대한 김일성사령관의 영향력을 막는것이 자네의 기본임무네. 그것을 막지 못하면 제국의 전쟁정책수행에서는 큰 파렬구가 생긴다는걸 한시도 잊어선 안되겠네.》
이것은 다까구니가 조선헌병대사령관으로 임명되였을 때 우메즈대장이 한 훈시이다. 최근에 이르러 우메즈대장은 또다시 몇번이나 이 훈시를 거듭 상기시키더니 인제는 조선의 상세한 치안상황자료까지 요구하고있는것이다.
다까구니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헌병대사령부안의 알쌈들에게 조선의 치안상황을 료해할 과업을 주었고 미찌꼬중위로 하여금 자료를 종합정리하게 했던것이다.
자료들을 보니 조선의 치안상황이란 참으로 말이 아니였다. 북부국경지대의 경흥요새구역이나 라진요새구역들에서는 개별적 혹은 소규모의 무장집단이 끊임없이 출몰하며 일본군경들과의 총격전을 벌리군 한다는 서술이였다. 그 일대에서는 군수렬차의 전복이나 군용선박의 침몰과 같은 특대형의 사건들이 그칠새 없다고 했다.
일본의 군수산업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여있는 흥남일대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군수공장의 폭발과 군수품창고의 방화 같은것은 례상사로 되고있으며 지어는 극비밀리에 진행되는 최신형특수무기개발도 불온분자들의 교묘한 파괴활동으로 이제는 더 가망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비명까지 적혀있었다.
다까구니의 강마른 얼굴은 해쓱하게 질리였다. 그도 조선의 치안상황이 바늘방석을 깔고앉은것처럼 편안치 못하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건으로 정리된 자료를 보느라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짐작했던것보다 훨씬 험악했기때문이였다.
더우기 그를 아연케 한것은 이전 함경남도경찰부장인 요시라란자가 지껄인 망발이였다. 지난해 군에 징모되여 남방으로 떠나갔다는 그자는 함흥시내의 모모한 일본사람들과 함께 벌려놓은 송별회란데서 이렇게 줴쳤다.
《제군, 오늘 나까지 이렇게 군복을 바꿔입고 남방전선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실을 보면 우리 대일본제국도 다 망했다고 말할수밖에 없다. 난 도경찰부장으로서 이전에 혜산과 삼수, 갑산일대의 국경선을 시찰하면서도 말한바 있었지만 오늘은 더욱 그것을 절감하게 된다.
지금 이 함흥과 흥남일판에도 김일성부대의 지하조직선이 깊숙이 들이배겨 사방으로 줄을 뻗치고있다는것은 결코 비밀로 되고있지 않다. 바로 그래서 화약공장이나 비료공장, 화학공장들에서 폭발사고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것이며 군수품창고들이 불에 잠기는 일들이 계속되는것이다. 오죽하면 일본내각의 국무성에서 직접 틀어쥐고 극비밀리에 진행하는 특수무기개발이 옹근 4년이나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이제는 아주 걷어치우지 않으면 안되였겠는가. 하지만 우리 경찰의 힘으로도 도저히 막을수 없는 일이니 슬픈 일이다. 이제 때가 되면 조선사람들이 성난 사자처럼 일어나 우리 일본사람들을 사정없이 덮칠것이다. 그러므로 제군은 잠시도 마음의 탕개를 늦추지 말아야 할것이며 미리 참대창이라도 갖춰뒀다가 일단 유사시에는 사무라이답게 최후를 마쳐야 한다…》
《이 개자식을!…》
다까구니는 저도 모르게 전화기에 손을 가져갔다. 이 경찰부장이란 놈을 당장 체포하여 사지를 찢어버리고싶었다. 하지만 인차 손을 거두고말았다. 요시라는 이미 대좌인가 하는 군계급장을 달고 필리핀으로 갔다니 벌써 미군의 총에 뒈지고말았을것이다.
그는 다시금 자료를 훑어내려갔다.
평양을 비롯한 평안남도의 치안도 엄중했다. 작년 평양30사단에서 반일학도병사건이 터져서 세상을 들썩하게 했는데 또다시 조국해방단이라는 무장결사의 존재를 탐지하고 대대적인 검거선풍을 일으켰으나 불과 몇명정도밖에 붙잡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조국해방단의 기본실체는 땅속으로 잦아들듯 자취를 감추었다는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수십명의 일본인과 친일조선인들이 살해되고 비행기부속품공장을 여지없이 파괴한 강서의 조일경금속주식회사 로동자들의 폭동, 대규모의 무장집단의 습격으로 온천비행장과 룡강경찰서 그리고 일본군병영이 동시에 녹아난 룡강사건, 평양비행장에서 시험비행하던 비행기의 폭파… 주목되는것은 이 모든것이 김일성부대의 지하조직선의 배후조종으로 인정하면서도 티끌만한 단서조차 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다까구니가 앉아있는 서울 역시 매우 소란스러웠다. 며칠전 경성제국대학출신의 지식층들을 중심으로 한 무장봉기결사의 일단이 적발되였다는 성대사건자료가 몹시 신경을 자극했다. 그것도 곁가지나 하나 붙잡고 본줄기는 몽땅 놓쳐버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밥통같은 놈들을…
경찰의 무능에 분노를 느낀 다까구니는 성급히 부관을 통해 미찌꼬중위를 불러들였다.
《중위,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가?》
그는 서류뭉치를 가리키며 무섭게 독을 썼다.
《이 성대사건말이다. 어떻게 성대의 무장결사사건을 함경남도경찰이 취급할수 있는가? 중위는 문건을 검토도 하지 않고 나에게 가져오는가?》
《소장님, 그렇지 않습니다.》
뜻밖에도 미찌꼬중위는 다까구니의 질책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당돌하게 대답했다.
《성대의 무장봉기결사가 함경남도 경찰부의 수사에 의해 적발되고 취급된것은 사실입니다.》
《음? 어떻게 그럴수 있는가?》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미찌꼬중위는 사연을 설명하였다.
경성제국대학출신들의 무장봉기결사는 덩지가 크고 여러 지역으로 줄을 많이 뻗치고있었다. 그 한가닥의 줄을 함경남도 고원군 경찰들이 포착했다. 그들은 남들한테 공로를 떼울가봐 도경찰부의 형사들과 함께 서울경찰기관에는 알리지도 않고 몇몇 사람들을 체포하고 한양목장의 무기은닉장소까지 들어냈다. 하지만 서툴게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무장봉기결사의 본체는 소리없이 자취를 감추고말았던것이다.
《한심들 하군. 경찰들이란 도대체 무슨 노릇을 하는 족속들인가?》
이 순간 다까구니는 만약 이 치안상황자료가 우메즈참모총장의 책상우에 놓여지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등골이 써늘해졌다. 아무리 자기를 신임하고 총애하는 우메즈라도 조선의 치안상황이 이처럼 험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용서치 않을것이다. 이 자료를 그대로 도꼬에 보낼수는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 섶단을 지고 불속으로 뛰여드는 자멸행위나 다를바 없었다. 래일 가서 일이 어떻게 되든 당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볼판이다. 차후대책은 그다음에 세워도 되는것이다.
《중위, 이 자료들이 지내 과장되지 않았는가?》
《예? 전 총독부경무국을 비롯한 여러 경로를 타고 수집된 자료를 종합했을뿐입니다.》
《중위는 생각을 할줄도 모르는가?》
다까구니는 벌컥 화를 냈다.
《보라. 이 자료를 보면 북부국경지대뿐아니라 조선의 중남부 전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을 다 김일성부대와 결부시키고있다. 온 조선땅이 어떻게 김일성부대판으로 될수 있는가? 어떻게 최대극비에 속하는 특수무기개발도 김일성부대의 지하조직선때문에 중단상태에 이를수 있는가 말이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소장님, 하지만 조선의 민심이 김일성장군한테로 쏠리고있다는 사실만은…》
《미찌꼬중위, 난 이 자료를 믿을수 없다!》
《아니?…》
《난 관동군헌병대에 있을 때부터 김일성부대에 대해선 잘 알고있다. 그들이 간단치 않은 세력이라는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관동군 수뇌들도 골탕을 먹군 하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일성부대의 세력이 온 조선땅을 다 덮을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참 소장님, 오늘 아침 라진일대로 파견돼간 후루야대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후루야대위가?…》
《예,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진척되고있으며 조만간에 소장님께 훌륭한 결과를 보고드리겠다는것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주 좋다!》
경직된듯싶던 다까구니의 얼굴이 웃음으로 풀리였다. 후루야대위의 일이란 라진일대에 침투된 김일성부대의 지하조직망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특수작전이였다. 다까구니는 북부국경의 요새구역들과 주요 전략적지대들에 그러한 특수작전을 위한 장교들을 여러명 파견했었다. 그런데 후루야대위가 맨먼저 실적을 올리고있는셈이다.
《됐어. 후루야대위의 작전이 성공하면 라진요새구역은 마음놓을수 있다.
중위, 어서 가서 일에 착수하라.》
미찌꼬중위를 내보낸 다까구니는 그제야 심한 피로감을 느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