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2 장

 

7

장백지구

1943년 9월

 

장백현 소재지에서 지양개쪽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안둥-6호》라는 번호를 붙인 화물차가 달리고있었다. 크고작은 마대들과 목통, 지함따위의 잡동사니들이 적재함의 절반도 못되게 실려있었다.

둥그런 검은테안경을 끼고 코수염을 짧게 기른 사나이가 운전대를 잡고있었다. 박달몽치같이 단단한 몸집과 안경알속에서 매눈처럼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길만 봐도 매우 만만찮은 인상을 주는 사나이였다. 이름은 김파, 나이는 서른여덟살, 비호같이 날파람있고 성미가 무섭게 드세다고 하여 호랑이라 불리우는 장백의 농척조합운전사…

그가 바로 지난달 장백에서 백산혁명위원회를 결성한 사람이였다. 뿐만아니라 조직의 폭을 장백의 전지역과 국내의 혜산, 갑산지역으로 넓힐 웅대한 결심을 품은 사람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혜산사건때 파괴된 권영벽, 리제순, 박달의 조직망들을 되살려놓을 결심이였다.

김파는 지금 지양개부근의 수림속에 있는 련락장소로 시간을 맞춰 찾아가는 길이였다. 거기서 사령부의 대표 박덕산이와 만나자는 비밀통신을 받았던것이다.

무슨 일때문일가.

김파는 아직 사령부대표를 만나본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장백일대로 파견되여온 정치공작원 서춘이를 통해 백두산과 련계를 가지고있었을뿐이다. 그런데 백산혁명위원회가 결성된지 한달도 못된 오늘 사령부의 대표가 직접 찾아온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사령부대표와는 이 지양개부근 수림속의 범바위앞에서 만나기로 되여있었다.

가을빛이 누렇게 질은 이깔숲사이로 뻗은 길로 달리던 자동차는 급한 산굽이를 돌아서자 멎어섰다.

김파는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다 왔다.》

열일곱살난 아들 홍식은 말없이 반대켠차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는 곧장 차머리로 가더니 기관실덮개를 열어제꼈다.

그제야 김파는 차에서 내려 홍식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정황이 생기거든 덧저고리를 운전칸꼭대기에 올려놓아라.》

《예, 어서 가보세요.》

홍식은 이런 일에 습관되여있었다. 장백농업학교 학생인 홍식은 일찍부터 김파의 비밀련락을 맡아했을뿐아니라 지금은 학생조직까지 내온 백산혁명위원회의 한 성원이였다. 오늘은 고장난 차를 수리하는척 하면서 부속 구하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늉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사령부대표를 만나러 가는 김파를 엄호하는 셈이였다.

김파는 얼마쯤 오던 길로 되짚어 걸어가다가 다시한번 주위를 살펴보고는 오른켠의 수림속으로 들어갔다. 숨가삐 이깔숲으로 뒤덮인 산언덕을 넘어 분비와 가문비나무들이 꽉 들어찬 골짜기로 내려갔다. 거기는 황혼무렵처럼 어둠컴컴했다. 한참 내려가느라니 높은 바위벼랑이 바라보였다. 낮이나 밤이나 자주 범이 나타난다고 하여 범바위라 불리우는 벼랑이였다. 바로 여기가 약속된 비밀련락장소였다.

그가 범바위앞에서 가쁜숨을 돌리는데 벼랑의 뒤쪽에서 인적기를 내며 목재소인부차림의 두사람이 나타났다. 그중의 한사람은 김파와도 잘 아는 공작원 서춘이였고 키가 큰 또 한사람은 전혀 낯이 설었다.

서춘이가 김파에게 소개했다.

《김파동무, 사령부의 대표 박덕산동지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김파는 사령부의 대표가 퍽 듬직해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굽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제가 장백의 김파입니다.》

《시간을 정확히 지켰구만.》

박덕산은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김파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속깊은 인정으로 마음을 잡아끄는 사람이였다.

《사령부의 이름으로 백산혁명위원회를 결성한 김파동무를 축하하오.》

《아니, 제가 뭘 크게 해놓은게 있다구…》

《사령관동지께서는 장백땅에서 백산혁명위원회가 결성되였다는 보고를 받고 대단히 기뻐하시였소. 백산은 백두산을 의미하는 말인데 백산혁명위원회라는 조직명칭도 좋고 또 김파동무는 자신께서도 잘 아는 동무라고 하셨소.》

《예에? 장군님께서 저를…》

김파의 가슴은 별안간 쾅당쾅당 뛰기 시작했다. 가파로운 산마루로 급히 치달아올랐을 때처럼 숨이 찼다.

《정말 저를 아직도…》

《그렇소. 사령관동지께선 전에 부대의 숙영지에서 김파동무를 만나보셨다던데…》

《옳습니다. 37년 설대목이였는데 바로 이 근방 밀림속의 숙영지에서…》

그랬다. 그날 김파의 눈에 비쳐든 숙영지는 온통 숭엄한 신비의 세계였다. 검푸른 가지들우에 흰눈을 가득 떠인 아름드리거목들, 아침해빛에 반짝이는 서리꽃 천지, 눈덮인 수림속에 즐비하게 늘어선 천막들… 거기서 만나뵈온 김일성장군님의 모습은 또 어떠했던가. 신비로운 인품을 지닌 젊으나 젊으신분! 온 우주의 정기를 다 모아 담은듯 유별난 안광! 마냥 해빛처럼 발산되는 따뜻한 미소…

《김파동무지요?》

음성도 우렁우렁했다.

《동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자동차로 수많은 원군물자를 실어나른 일도 그렇구 또 전에 백산청년동맹과 서대문형무소에서도 잘 싸웠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장군님, 전 별로 하는 일없이…》

《왜 하는 일이 없다고 합니까.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에 그렇듯 한몸을 내댄다는건 참다운 애국자만이 할수 있는 일이지요.》

그날의 그 말씀이 오랜 세월이 흘러간 오늘까지도 김파의 귀전에 쟁쟁히 울리는듯 하였다.

박덕산이도 그의 심중을 헤아려본듯 한동안 잠자코 서있다가 말을 뗐다.

《김파동무는 그전날 백산청년동맹에서 크게 활약했다던데 먼저 그 이야기부터 듣고싶구만.》

《예에?》

《저기 앉기요.》

박덕산은 이끼덮인 진대나무쪽으로 걸어갔다. 김파도 그의 뒤를 따라 커다란 진대통우에 걸터앉았다. 진대통을 덮은 이끼는 손두께보다 더 두터웠다.

공작원 서춘은 멀찍이 떨어져 주위를 살피고있었다. 김파는 사령부대표가 왜 백산청년동맹의 활동에 그렇게 관심을 돌리는지 속으로 의아하게 여겼으나 내색을 않고 이야기하였다.

《전 1925년 갑산에서 장백으로 옮겨온 다음 얼마 안있어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리제우, 백일호동지들의 지도를 받게 되였습니다. 그때 김형권동지께서도 자주 와서 지도를 주시군 했습니다.》

《난 바로 김형권동지에 대한 이야길 듣고싶소.》

《제가 김형권동지를 처음 알게 된것은 1928년 6월이였습니다. 그때 김형권동지의 지도밑에 우린 백산청년동맹 탑동지부를 결성했는데 제가 지부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지도를 받으며 장백일대에서 조직을 확대해나가는 일에 참여했지요.

이듬해 6월 저는 김형권동지를 모시고 혜산의 제당령넘어 운총리라는데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안형준이란 동무가 조직한 운총청년동맹(갑산청년동맹이라고도 했습니다.)이 있었습니다. 김형권동지는 바로 운총청년동맹을 백산청년동맹의 첫 국내조직으로 개편하고 갑산, 삼수일대로 확대하는 일을 지도하셨습니다.

제가 김형권동지를 마감으로 뵈온것은 리제우, 백일호동지들이 희생된 후인 1930년 7월경이였습니다. 그때 저는 탑동에서 김형권동지의 지도밑에 국경웅변대회를 조직했습니다. 웅변대회후 김형권동지일행은 국내로 나갔는데 그만…》

《옳소. 김형권동지는 조선혁명군소조를 이끌고 풍산을 거쳐 홍원까지 나갔다가 배신자의 밀고로 체포되였는데 36년 초 감옥에서 희생되였다고 하오. 그분이 바로 우리 사령관동지의 삼촌분이시오.》

《아니?!…》

김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무도 놀라운 일이였다. 한창나이의 자기에게 인생의 목적을 똑바로 세워준 은인이 장군님의 삼촌분이실줄이야 어찌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저 남달리 출중하신분이라고만 생각했던 김파였다.

《전 그런줄은 전혀 모르구…》

《앉소.》

박덕산은 김파의 손을 잡아 자리에 앉히였다.

《사령관동지께선 삼촌분이 동무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일을 자상히 알지 못하고계시오. 그래서 내가 동무에게 물었던거요.》

《…》

《김파동무.》

박덕산이 화제를 바꾸었다.

《사령관동지를 만나뵈웠을 때 동문 국내공작임무를 받았다지?》

《예, 저의 고향이 갑산이구 또 제가 자동차운전사로 그쪽에 쉽사리 나갈수 있는 유리한 조건도 가지고있는것만큼 혜산, 갑산일대에서 조국광복회조직을 꾸릴데 대한 과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혜산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전 아직 그 과업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김파동무가 권영벽, 리제순, 박달동무들을 대신하여 장백과 국내까지 하부조직들을 대대적으로 늘여나가겠다고 하는데 대하여 매우 큰 만족을 표시하시였소.》

《장군님께서 저에게 그런 과남한 치하를…》

김파는 몸둘바를 몰라했다.

《장군님앞에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혜산사건이 있은지 언제인데 이제야 겨우 시작을 뗐으니…》

《동무가 장백과 국내의 하부조직들을 한꺼번에 꾸려나갈 결심이라는데 그렇게 할만 한 기초가 있소?》

《예, 장백과 혜산, 갑산일대에는 지난날의 조직관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파는 그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혜산사건때 피신했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장백으로 다시 돌아왔었다. 검덕, 성진 등 여러곳에 자리를 옮겨앉으면서 지하조직을 꾸리는데 관여했지만 마음은 늘 장백과 혜산쪽으로만 쏠리는것을 어찌할수 없었기때문이였다. 그는 그전날과 같이 농척조합의 자동차운전사의 일자리도 얻었다. 그것이 여러곳으로 다니면서 지하조직을 꾸리는데 유리했기때문이였다. 그는 한해동안 품을 들여서 옛조직관계자들을 적지 않게 찾아낼수 있었다. 감옥에서 나왔거나 피신해있던 사람들이였는데 여러가지 검토를 통해 동지로 손잡을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던것이다.

《그렇게 되여 지난달에 백산혁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금은 현소재지와 지양개, 이도강, 13도구를 비롯한 장백의 여덟개 지구와 혜산, 갑산일대에서 거의 동시에 하부조직들을 꾸리는데 달라붙었습니다.》

《음, 판을 크게 벌려놓았군.》

박덕산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대를 놓치지 않은것이 잘됐소. 특히 국내에 말이요.》

《그건 저… 장군님께서 중시하시던 지역이여서…》

《장백지역의 조직들은 서춘동무가 직접 돌아보았다던데 국내조직을 어떻게 꾸리자고 하는지 자세히 알고싶소.》

《예, 말씀드리지요.》

국내의 조직결성은 혜산군과 갑산군의 두 지역에서 준비되고있었다. 우선 혜산군에는 김파의 오랜 동지이며 동생벌이기도 한 김명호가 있었다. 그는 오무라목재회사에 소속되여있는 혜산의 다섯개 제재공장 로동자들과 리찬을 비롯한 지식계층들로 비교적 규모가 큰 혜산지부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운흥면의 대오시천지구에서는 박승남을 책임자로 하는 운흥백산회가 이미 며칠전에 결성되였으며 떡메골지구에서도 박달의 6촌동생 박흥덕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결성준비를 하고있었다.

한편 갑산지구에서도 조직을 내오기 위한 준비가 완성되여가고있었다. 읍지구에서는 유영재를 책임자로 하는 조국광복회 장평지회가 이미 결성되였고 회린지구에서는 김파의 친척들을 위주로 하는 사람들로 조직결성준비가 완성되여가고있었다. 그리고 반교지구에서도 역시 조직건설준비가 활발히 벌어지고있었다.

《우린 앞으로 혜산군의 보천면과 삼수, 신파 그리고 풍산쪽에도 하부조직들을 내오려고 하고있습니다.》

《김파동무는 듣던바 그대로 솜씨가 있소.》

이런 치하를 하는 경우에조차 박덕산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변화는 조금도 없었다. 자기의 감정을 묻어두는데 습관된 사람같았다.

《갑산쪽은 좋구… 혜산과 운흥일대가 문제인데… 운흥백산회의 활동범위가 어느만큼 되오?》

《운흥백산회는 구포리(흔히 아홉개등이라고도 합니다.)와 대오시천, 오시천 그리고 보천면의 오산리일대를 포괄하고있습니다.》

《떡메골지구는?…》

《떡메골을 중심으로 속새골일대와 대오시천지구의 일부, 보천면쪽에서 핵심성원들을 결속하고있습니다.》

《몇가지 의견을 주겠소.》

지나칠 정도로 운흥일대 조직들의 활동을 꼬치꼬치 캐여묻고난 박덕산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이미 결성된 운흥백산회를 백산혁명위원회와는 별도의 독자적인 조직으로 두자는거요. 떡메골지구에 나오게 될 조직도 운흥백산회에 소속시키구… 지금 운흥일대에는 운흥백산회나 떡메골지구조직 말구두 또 하나의 조국광복회조직이 활동하고있소.》

《예? 또 다른 조직이라구요?》

김파는 깜짝 놀라 안경다리를 붙잡으며 박덕산을 쳐다보았다.

《그런 조직이 어디에…》

《아무래도 김파동무에겐 몇가지 비밀을 말해줘야겠구만.》

박덕산은 처음으로 김파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였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다.

대오시천과 지척이나 다름없는 보안소리에는 삼각대반일결사대라는 무장항쟁조직이 있었다. 1937년에 권영벽의 지도밑에 꾸려진 조직으로 아직까지 건재해있다가 조국해방3대로선을 접한 다음 조직명칭도 삼각대반일결사대로 바꾸었다. 이 조직은 보안소리를 중심으로 복안덕일대와 봉두리, 생장, 룡암일대에 하부조직들을 늘여나가고있었다. 그런가하면 혜산에도 패궁정지회라고 하는 조국광복회조직이 활동하고있었다. 그것 역시 권영벽에 의해 꾸려진 조직으로 아직까지 로출되지 않고 혜산과 그 변두리일대를 장악하고있었다.

《이렇게 하나의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여러개의 조직들이 각기 제가다리로 활동한다면 불편스러운 점들이 많을수 있소. 그래서 합칠것은 합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호상련계를 잘 가지고 공동행동을 벌리든가 활동범위를 명확히 규정해놓아야겠소. 내 생각엔 운흥백산회를 독자적인 조직으로 두고 떡메골조직도 배속시킨 다음 활동령역을 보천면쪽으로 확대해나가도록 하는게 좋을것 같소.》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다만 떡메골지구는 아직 결성준비가 불충분하기도 해서 제가 좀더 키워서 운흥백산회에 넘겨주었으면 합니다. 박달동지와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박흥덕일 잘 키워 내놓고싶습니다.》

《뜻이 깊은 소리인데… 좋소, 동무의 결심대로 하기요. 동무네 혜산지부와 패궁정지회와의 호상련계도 놓쳐선 안되겠소. 그리구 삼수나 신파, 풍산쪽에다 조직을 확대할 필요는 없소, 거기서도 조직들이 활발히 움직이고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김파의 가슴은 환희로 세차게 높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이 일대에서 자기 혼자서만 지하조직망을 꾸려나가고있다고 생각하던 김파였다. 그런데 린접에도 수많은 조직들이 활동하고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사령부대표동지, 오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주변에 숱한 조직들이 활동하고있다니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동무네 주변뿐이겠소. 항쟁조직들은 조선의 어디에나 다 있소.》

박덕산은 또 한번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참, 동무넨 적의 경찰기관에도 우리 사람들을 박아넣고있다지?》

《제가 아니라 그전날 권영벽, 리제순동지들이 침투시킨 사람들입니다. 경찰기관과 현공서에도 몇명 됩니다.》

《그 사람들을 통해 항시적으로 적정장악을 잘해야겠소.》

그밖에도 박덕산은 갓 태여난 백산혁명위원회의 활동에 대하여 자세히 료해하고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령부에서는 백산혁명위원회에 새로운 중대한 임무를 주었소.그것은 백산혁명위원회가 힘을 잘 키워서 전민항쟁의 시각이 오면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이 단숨에 국경을 돌파하고 국내종심으로 신속히 진격할수 있게 믿음직한 통로를 열어놓는 척후병의 역할을 수행하는거요. 그러자면 국경지대에 집결된 적들을 무력화시킬수 있는 무장대오를 잘 꾸리고 그 전투력을 최대한 높여야 하오. 이와 함께 압록강연안의 모든 국경초소들과 나루배들 그리고 자동차와 같은 수송기재들을 철저히 장악해야겠소. 백산혁명위원회의 전민항쟁준비에서 기본은 그거요.

난 이 말을 하자고 일부러 동무를 찾아왔소.》

《임무를 명심하고 어김없이 수행하겠습니다.》

김파는 자리에서 일어나 힘있게 대답했다.

《여기 일은 마음 놓으십시오.》

《알겠소.》

박덕산은 그와 헤여져 몇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섰다.

《사령관동지의 믿음과 기대를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라오.》

《잊지 않겠습니다.》

김파는 높뛰는 가슴을 누르며 조용히 말했다.

《이 김파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이 장군님께서 맡겨주신 과업을 수행해내겠다는걸 맹세드립니다.》

《동무의 맹세를 그대로 사령부에 보고하겠소.》

박덕산은 떠나갔다. 그러나 김파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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