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2 장
6
원동 바쯔꼬에훈련기지
1943년 9월
야외군사훈련이 아무리 빈틈없는 일과속에서 진행된다고 하지만 대원들의 한담시간만은 얼마든지 생기는 법이다. 그들의 이야기거리는 아무리 퍼내도 마를줄 모르는 샘물과도 같이 끝없이 흘러나오군 했다.
취침을 앞두고 김일성동지께서 야외훈련장의 무선통신중대의 천막안으로 들어가셨을 때도 바로 그러했다.
남포등빛이 어스크레 비치는 천막안의 구석쪽 널침상우에 을방자를 틀고앉은 대원 하나가 쏘련의 대도시들에 대하여 신이 나서 설명하고있었다. 모스크바의 크레믈리와 지하철도, 레닌그라드의 수많은 운하와 다리들이며 신비스러운 백야 그리고 쓰딸린그라드의 마마예브언덕에 대하여 자기가 직접 보기라도 한것처럼 방불히 펼쳐보이고있었다. 북만출신의 리종산이였다.
침상에 주런이 앉아있는 대원들은 자못 신기한듯 그한테 눈길을 모으고 정신없이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어찌나 이야기에 심취됐는지 아무도 김일성동지께서 천막으로 들어오신것조차 모르고있었다.
《통신중대에 쏘련박사가 있었구만.》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무렵에야 비로소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그제야 대원들은 황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앉으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곧추 걸어들어와 침상의 한끝에 허물없이 걸터앉으며 리종산에게 물으시였다.
《종산동문 어떻게 그런것들을 잘 알게 됐소?》
《뭐, 그저 여러 지휘관동지들을 따라다니며 두루두루 얻어들은 소리들입니다. 정치상학때 받은 과제를 수행하느라구…》
정치상학때 교관은 모스크바부근전투와 레닌그라드봉쇄, 쓰딸린그라드격전을 두고 토론과제를 주었다.
《정치상학토론과제를 준비한단 말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속으로 생각하시였다. 방금전까지 정치교원들의 강의록을 검토해보며 적지 않은 허점들을 찾아보셨던것이다.
《종산동문 조선의 도시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있겠구만.》
《예?》
방금전까지 자랑스럽게 쏘련의 도시들을 설명하던 리종산이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못하였다. 얼마후에야 겨우 기여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어릴 때부터 북만에서 살다보니 조선은…》
《동무의 고향이 어디던가?》
《평안남도 팔골입니다.》
《팔골?》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그럼 동문 나하구 동향친구인셈이구만.》
《사령관동지의 고향이야 만경대가 아닙니까. 저는 평안남도 팔골이 고향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암만 찾아봐도 그런덴 없습니다.》
《평안남도 팔골이 어딘지도 모른단 말이요?》
리종산은 고개를 떨구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리종산을 바라보시였다. 리종산의 남다른 경력이 생각나시였다. 고향땅에서 살래야 살수 없어 멀리 북만으로 가는 렬차안에서 태여난 가난뱅이이주민가정의 막내아들, 일찌기 일가식솔을 다 원쑤에게 잃고 열한살의 어린 나이에 총을 멘 소년전령병으로서 박길송과 김책의 손길아래 어엿한 혁명군대원으로 성장한 리종산이다. 눈치빠르고 행동이 날랜것으로 하여 김책이도 매우 아끼는 대원이였다. 하지만 쏘련의 대도시들에 대해서는 뜬금으로 외우면서도 자기가 태여난 고향조차 모르고있는것이다.
《종산동무, 팔골은 내가 나서 어린시절을 보낸 만경대의 지척에 있는 마을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팔골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시였다.
…평안남도 대동군에는 룡악산이라는 명산이 있다, 그닥 높지는 않으나 풍치가 수려해서 창덕학교 학생들이 자주 수학려행을 가군했다, 룡악산의 동쪽으로는 여러개의 골안들이 뻗어나갔는데 그중 일곱번째 골안이 창덕학교가 있는 칠골이고 여덟째 골안이 팔골이다, 옛적에 성이 있었다고 하여 성재마을이라고도 하고 광산이 개발되면서부터는 쇠돌마을 혹은 광산마을이라고도 불렀다, 팔골의 행정구역명칭은 평안남도 대동군 룡산면 조촌동이다, 팔골사람들은 인정미도 많고 외래침략자들에 대한 반항심도 강하다, 미국침략선 《셔먼》호를 격침시킬 때도 잘 싸웠고 3. 1운동때는 로인들과 어린이들까지 다 떨쳐나섰다, 평안남도에는 그밖의 다른 팔골이란 없으니 거기가 분명 리종산동무의 고향일것이다.…
《만경대와 팔골은 10리가량 떨어져있고 평양으로 가자면 반드시 팔골을 거쳐야 하길래 나도 자주 가봤소. 그러니 나와 종산동문 한고향사람이나 다름없소. 고향땅에서 수천리 떨어진 이 훈련기지에서 동향친구를 만난셈이요.》
《야하!-》
모두가 탄성을 터쳤다. 당사자인 리종산은 말할것도 없고 모든 대원들이 마치 자기의 고향을 찾기나 한것처럼 기뻐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물으시였다.
《다음정치상학에서는 또 어떤 문제들을 토론하게 되오?》
《그건 쏘도전쟁이 우리의 조국해방을 위한 항일전쟁과 어떤 련관이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흥미있구만. 그래 어떤 련관이 있는것 같소?》
《그건 직접적인 련관이 있다고 봅니다.》
남만출신의 한 대원이 성급히 대답했다.
《쏘련군대가 도이췰란드군대를 격파한 다음에는 일본군대를 가만놔두지 않을것입니다. 쏘련군대가 대일작전에서 승리하면 조선은 저절로 해방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불에 게를 구워먹겠다는 소리나 같군. 그렇다면 한가지 묻겠소. 동무들은 무엇때문에 힘들게 군정훈련을 하고있소? 가만히 앉아서 쏘도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될텐데…》
《그거야…》
말문이 막힌 대원은 더 대답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러자 다른 대원이 끼여들었다.
《사령관동지, 우리가 군정훈련을 하고있는건 우리자체의 힘으로 나라를 해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쏘련사람들한테 지원을 좀 받으면 헐할것 같습니다. 그전에 중국부대에서는 기관총이랑 포랑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도 총공격을 할 때는 쏘련의 유명한 <떼-34>형땅크나 방사포 같은걸 얻어가지구 일본놈들을 족쳤으면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부대에서도 대부분 제일 나어린 축들로 꾸려진 무선통신중대의 이 천진스런 대원들을 미소어린 눈길로 둘러보시였다.
《물론 쏘련군대가 쓰딸린그라드격전에서 승리를 하고 지금은 드네쁘르강계선까지 밀고나간건 사실이요. 그렇다고 아직 만세를 부르기엔 이르오. 적은 아직 강한 힘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쏘련사람들은 매우 어려운 싸움을 하고있소. 단 한대의 땅크, 한문의 포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모든걸 전선에 내보내고있다고 하오. 내 얼마전 모스크바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봤는데 거기서도 허리띠를 조여매고 지낸다고 하오. 로동자들도 하루 빵 300그람을 가지고 밤낮없이 일한다는거요. 그런데 우리가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하겠는가. 또 쏘도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쏘련사람들이 이기고 우릴 도와줄 때까지 팔짱을 끼고있어야 하겠는가.
그렇게 할수는 없소. 우리는 어떡하든 우리자체의 힘을 키워야 하오. 일단 힘을 키워놓으면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주동적으로 일제를 반대하는 최후결전을 벌려 원쑤를 때려부시고 나라를 해방해야 한단 말이요.
지금 여기 훈련기지들뿐아니라 국내와 만주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부대와 소조들 또 혁명조직들의 열의가 대단하오. 그들은 무기도 다 자체로 해결하여 놈들을 족치겠다는거요. 때문에 동무들도 남의 도움을 받을 궁리나 할게 아니라 우리자체의 힘으로 나라를 찾겠다는 각오를 굳게 가지고 자기의 정치군사적능력을 최대한 높이는데 투신해야 하오. 내 말이 어떻소?》
《옳습니다.》
대원들이 하나같이 목소리를 합치였다.
《결심들은 좋은데 중요한건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기는거요. 이런 방향에서 정치상학토론준비도 잘해보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서시였다. 여름밤의 푸릿한 하늘에서는 희슥희슥한 구름덩이들사이로 별들이 숨박곡질을 하고있었다. 별들이 또글또글 여문 빛을 내지 않는것으로 보아 락하산훈련을 하게 될 래일의 날씨가 맑을 조짐이였다.
어둠속에서 전지불이 번쩍이며 두사람의 주고받는 말소리가 밤의 대기를 흔들었다.
최현과 최남진이였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가보면 알게 돼.》
최현은 마치 밖에 나가 재구를 친 자식을 집안으로 끌고들어가 혼줄을 내려는 아버지같았다. 그들은 군사문제에서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승벽을 부리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맏형과 막내동생사이처럼 지냈다. 전지불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몇발자국앞에서 그들을 멈춰세우시였다.
《이 밤중에 웬일이요?》
《아, 사령관동지께서 여기에 계셨군요.》
최남진이 반색하는 목소리를 앞세우며 급히 다가섰다.
《저를 부르셨다기에…》
《내가 불렀다구?…》
《예, 최현동지가 전해주길래…》
그러자 최현이 말했다.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령관동지께 최남진중대장의 머리에 생긴 이상징후도 보고할겸…》
《아니, 최현동지. 그건 무슨…》
《가만 있게. 사령관동지께 보고를 드리는데 감히…》
최현은 뜻밖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최남진을 꾹 눌러놓고는 김일성동지께 보고를 계속했다.
《글쎄 취침시간도 지났는데 어떤 도깨비같은 사람이 천막밖에서 매미처럼 줄창 혀부러진 따떠버리소리만 내고있어서 어디 잠을 잘수가 있어야지요. 대원들도 귀를 틀어막는 판이구… 참다못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밖에 나와보니 이 남진동무가 전지불을 켰다껐다 하면서 실성한것처럼 따떠버리소리만 하고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사령부에 보고하구 군의소로 데려가는게 옳을상싶어 이렇게 끌어왔습니다.》
《아니,뭐라구요?》
최남진은 그제야 최현의 꾀임에 걸려든줄 알아차렸던지 어이없어 팔을 홱 내저었다.
《난 로어공부를 좀 하느라 그랬는데 뚱딴지같은 소릴…》
《남진동무가 요즘 로어공부에 불이 달렸다던데 뜬소문이 아닌것 같구만.》
김일성동지께서도 사연을 알고 웃으시였다.
《밤에 전지불까지 켜들고 해대는걸 보니 대단한 열성이요.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로어공부를 하게 됐소?》
《모두들 정세로 보아 쏘련군대가 도이췰란드를 이긴 다음 대일전쟁을 할건 뻔하다고 하길래 그들과 같이 싸우자면 뜯개말이라도 몇개 배워두는게 좋을것 같아서…》
《사령관동지, 이 친구의 말은 그닥 믿을게 못됩니다.》
최현이 또다시 막내동생을 누르는 맏형의 재세를 하며 능청을 부렸다.
《될성부른 나물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아마 제정신을 남의 집 당반우에다 올려놓은 남진동무는 죽을 때까지 따떠버리흉내를 내두 아라사말을 제대로 번져내지 못할겝니다.
사령관동지께서도 벌써 겪어보시지 않았습니까. 남진동무를 특별히 생각해서 두차례나 평양구경까지 시켜주셨는데 때벗이는 고사하고 기생의 오줌벼락을 맞지 않나, 뒤간에다 잠자리를 정하지 않나…》
《아니, 내가 언제 뒤간에다 잠자릴 정했다구 했습니까?》
《가랑잎이 쌓인 웅뎅이나 망홀안이 뒤간과 다른게 뭔가?》
최현은 그냥 남진을 다몰아댔다.
《그리구 비오는 날 숱한 집들을 가까이 두고 아카시아인지 하는 가시나무밑에 청승맞게 쭈그리고앉아 온밤 모기한테 뜯기운것도 잘했다는건가?》
《거야 인민들한테 페를 끼칠가봐 그랬다질 않습니까.》
《잘은 둘러대는군. 자네가 조선의 민가를 범보다 더 무서워하는 까닭을 내 말해줄가? 함경도 객주집에서 당한 봉변을 나도 다 알아.》
객주집소리에 최남진은 꿀을 입에 문 사람처럼 아무 말도 못하였다.
객주집에서 당한 봉변이란 이태전 최남진이 북부동해안일대에 정찰을 나갔을 때 있은 일을 두고 하는 소리다. 비가 오는 날 그는 어느 객주집에 들어가 하루밤 묵기로 했다. 객주집에는 손님이 여렷이나 있었다.
한사람이 그한테 말을 붙여왔다.
《어디서 오는 나그네요?》
《먼 산골 숯구이막에서 왔소, 연어나 두어두름 사가자구.》
그가 얼결에 주어붙인 이 말이 사달을 불러왔다.
《연어라니? 이 고장에 무슨 연어가 있단 말이요? 더구나 지금은 한창 정어리철인데…》
《내가 잘못 들었는가. 그럼 정어리를 사야겠군.》
최남진은 적당히 둘러댔으나 자기가 실수를 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아무르강에서도 알쓸이때나 잡을수 있는 연어를 여기 와서 사겠다고 했으니 실수라도 큰 실수를 한셈이였다. 공교롭게도 객주집에는 밀정이 배겨있었다. 그래서 그날 밤 최남진은 하마트면 불의에 달려드는 경찰들한테 붙잡힐번 했다. 다행히도 무쇠같은 주먹과 비호처럼 날랜 동작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할수 있었던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그는 국내로 나가면 민가에 찾아가기를 몹시 꺼려한다는것이다.
《남진동무가 오늘 된불을 맞는셈이구만. 그렇다고 로어공부를 탓할건 없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의 도끼날같은 비난에 얼을 먹고 무어라 변명조차 못하고 쩔쩔매는 최남진에게 빠져나갈 길을 틔워주시였다.
《우리 동무들이 여기 와서 쏘련사람들과 교제도 많이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애먹기보다 로어공부를 하면야 좋은 일이지.그리고 남진동무를 덮어놓고 민가를 피해다니는 사람으로 몰아붙여도 안되겠소. 남진동문 평양에서 두번씩이나 농가들을 찾아갔다는거요. 유감스럽게도 푸대접에 놀라서 되돌아나오긴 했지만 말이요. 남진동무, 그동안 좀 생각해봤소? 푸대접을 받은 원인에 대해서말이요.》
《예,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들은 다음부터 줄곧 생각해보았는데 두가지로 원인을 찾았습니다.》
최남진은 우선 자기네 소조가 평양사람들의 풍습을 보다 더 깊이 파악하지 못한것이 하나의 원인이고 다음은 평양사람들이 너무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손님을 대하기도 귀찮아져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최현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글쎄말입니다. 남진동무의 말이 옳은것 같기두 하고…》
《를렸소. 남진동무의 말에 납득이 안가오. 남진동무, 그 원인을 다시 찾아봐야겠소. 그걸 옳게 찾아야 동문 조선인민혁명군 지휘성원의 구실을 똑똑히 할수 있다는걸 잊지 마오.
자, 이젠 밤도 깊었는데 이만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과 헤여져 사령부천막으로 들어가시였다.
초불을 켜놓은 천막안에서는 안길이 침상우에 무슨 문건들을 가득 가져다놓고 읽다가 일어섰다. 그도 라진지구에서 돌아온지 며칠 안되였다.
《정치상학강의안들을 다 검토해보았습니다.》
《그에 대한 안길동무의 평가를 듣고싶소.》
《강의안들은 다 품을 들여 작성했더군요. 그걸 통해 우리 정치교원들의 성실성과 책임성을 더 깊이 알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대개 일반적인 리론전개에 그쳐서 대원들이 소화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특히 조선의 구체적실정과 결부되지 못한게 큰 흠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손을 쳐드시였다.
《우리가 자체의 힘으로 나라를 해방해야 한다는것을 그토록 강조하는데 어째서 아직도 남의 힘을 빌어 덕을 보자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고 헛눈을 파는 일들이 생기는가. 이건 바로 정치상학이 우리 나라의 구체적실정과 결부되여 진행되지 못하고있기때문이요. 군사훈련도 마찬가지요. 군사훈련에서 정규군의 현대전법을 익히느라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 최후결전을 벌려야 한다는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훈련을 위한 훈련으로 그치고있단 말이요.》
《그러고보면 우리의 군정훈련이 심각한 약점을 안고있는셈이군요.》
안길이도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결코 허술히 볼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군정훈련에만 있는게 아니라는데 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짓으로 안길에게 자리를 가리키며 침상끝에 걸터앉으시였다.
《전번 곰산비밀근거지에서도 말한바 있지만 우린 정초에 조국해방3대로선을 내놓구 국내로 깊숙이 들어가 그 관철을 위한 방도들도 구체적으로 토의했소. 또 신흥지구 비밀근거지를 지역적령도거점의 본보기로 만들어놓고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국적판도에서 전민항쟁준비를 실속있게 해나가자구 했소. 그후 우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조국으로 나가 걸린 매듭들을 풀어놓군 했소. 우수한 지휘성원들도 끊임없이 파견하고…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들 애를 쓰고있지만 예견했던것처럼 일이 착착 진척되지 못하고있으며 기대했던것보다 성과도 크지 못하오. 이번에 평양에 갔다온 최남진동무의 보고를 들어봐도 거기선 당소조나 항쟁조직들을 결성하는데서 엄격한 검열을 거친 사람들만 받아들이다나니 절대다수의 군중을 놓치고있소. 다른 지역의 실정도 례외로 되지 않구… 방금 론의한 훈련기지에서의 군정훈련의 약점도 다 일맥상통한 일이요.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가?
나는 이 숙제를 푸느라 퍼그나 모지름을 쓰다가 요즘 와서야 비로소 대답을 찾았소. 한마디로 우리가 전민항쟁준비에서 매우 크고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있었다는걸 알게 됐단 말이요.》
《아니, 그건 무슨…》
《우리 지휘성원들이나 대원들이 조국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있다는 사실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속이 답답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안을 거니시였다.
《대다수의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은 때가 되면 일제침략자들과 결판을 짓게 될 조국땅의 자연지리도 모르고 력사와 생활풍습도 모르며 더우기 함께 손잡고 싸울 인민의 마음도 모르고있소. 일반대원들은 말할것도 없고 최남진동무의 경우도 그렇소. 북만전장에서 싸움군으로 유명하던 그가 조선에 나가서는 객주집의 봉변을 당하는가 하면 평양으로 가서는 농가들에서 푸대접을 받고 한데잠을 자고 왔소. 농가의 주인들이 왜 푸대접을 했겠소. 분명 최남진소조원들의 행색에서 어딘가 믿음이 안가는 의심스런 점들을 발견했기때문일거요. 그들의 마음속에 꽉 들어차있는 반일감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았더라면 최남진동무는 그냥 돌따서 나오지 않았을거요. 그런데 그는 평양사람들이 너무 가난에 쪼들린 나머지 인심이 박해졌다는거요. 이런 사람이 장차 조국의 한개 지역을 맡아 해방시키라면 과연 제대로 해낼수 있겠소.
지금 국내에서 활동하는 동무들이 항쟁조직들을 꾸리는데서 울바자만 가득 쳐놓고 광범한 대중을 인입시키지 못하는것도 자기 인민을 모르기때문이요.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전민항쟁이란 하나의 구호로 되고말거요.》
《사령관동지.》
안길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밤 난 정말 되게 뺨을 얻어맞은것 같습니다. 나는 조국에 자주 나간다고는 했지만 조국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있었습니다. 라진지구에 세개의 무장대를 꾸려놓긴 했지만 크게 확대할 대책도 세우지 못했고 또 여기 와서 군정훈련에 대해서도 미처… 정말 충격이 큽니다.》
《내 충격이 더 크오. 그래서 이제부터 부대는 물론 국내의 모든 소부대들과 항쟁조직들에서 조선을 잘 알기 위한 일대 학습선풍을 일으키자는거요. 조선의 혁명가들이 조선을 잘 알아야 애국심도 높아지고 자기의 사명감과 책임성도 커지게 될것이며 남을 쳐다보는 일도 없이 제 할바를 잘할수 있게 될거요.》
《예, 모든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에게 조선을 알기 위한 학습을 사활적인 과제로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좀더 일찍 이 문제에 관심을 돌려야 했을걸 그랬소. 좀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봉창을 하기요.》
그때부터 사령부의 천막에서는 밤마다 불이 꺼질줄 몰랐다. 며칠후인 9월 15일 김일성동지께서는 훈련기지의 정치일군들과 정치교원들의 회의에서 《조선혁명가들은 조선을 잘 알아야 한다》는 력사적인 연설을 하시였다. 그리하여 조국해방3대로선을 관철하여 전민항쟁을 준비하기 위한 투쟁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였다.
그무렵 최춘국, 류삼손을 비롯하여 국내로 들어갔던 지휘성원들도 다 훈련기지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공백은 장백과 혜산, 갑산일대의 일인데…》
김일성동지께서는 혼자소리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