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회)

제 6 장

꿈과 리상

 

14

 

눈이 내리고있었다. 12월의 흰눈!… 앞공정현대화를 끝낸 평양곡산공장은 축하의 꽃보라인양 아낌없이 내리는 흰눈으로 하여 온통 은빛세계를 이루고있었다.

석우진과 함께 공장을 돌아보던 림성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잡아끌었다.

《국장동지, 이렇게 계속 공장을 돌기만 하겠습니까. 먼저 효소물엿부터 가봐야 하지 않습니까?》

효소물엿… 그는 더 말을 못했다. 오랜 세월 꿈으로만 간직하고있던 우리 식의 효소물엿이 드디여 성공했다. 그래서 보고를 받자마자 달려나온 그였다. 그러나…

《국장동지, 자 빨리요!》

기사장이 또 잡아끌었으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좀 있다가 보기요.》

《아니, 국장동지가 그렇게 기다리던 효소물엿인데…》

석우진은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글쎄 그건 좀 있다가 보자는데…》

림성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건말건 그는 그냥 걷고 또 걷고있었다. 저기 원료사입장으로부터 물엿직장까지 걸음걸음 다 밟아보고싶었다. 깨끗한 타일을 붙인 십여동의 생산건물들과 당과류직장으로부터 제품창고까지 시원하게 뽑은 구내도로 그리고 새로 꾸린 공장구내공원의 꽃관목과 어린 밤나무들…

림성하가 또 말하였다.

《효소물엿이 얼마나 맑던지… 처음 효소물엿이 나왔을 때 우린 모두 밤새껏 붙안고 울었습니다. 그래서 국장동지에게 효소물엿부터 보이자고 했던겁니다.》

《알고있소, 정말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그 효소물엿은 우리 식료공학자들에게 있어서 제일 큰 기쁨이지. 그래서 내 선뜻 가지 못하는거요. 그런건 단번에 보는게 아니요. 그 큰 기쁨을 아끼고만싶은게…》

림성하는 더 말을 못했다. 눈굽이 저릿했다. 옳은 말이다. 한생을 바쳐서 이룩한 기쁨일수록 더 아끼고싶어 미루는것이다.

《이 사람이 왜 아직 안와?》

석우진이 하는 말이였다.

《누구말입니까?》

《와야 할 사람이 있소. 와서 이 기쁨을 같이 나누어야 할 사람이…》

《예?》

《아, 마침 오는구만.》 석우진이 기뻐했다.

《보오, 누가 오는가.》

림성하가 바라보니 벌써 국장의 차가 달려오고있었다. 누굴가, 누가 온다는것일가?…

고속으로 달려오던 차가 그들의 앞에서 멎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뜻밖이였다.

《아니, 처장동무가?》

차에서 내린 강수일이 석우진에게 인사를 하자바람으로 림성하를 그러안았다.

《기사장동무, 우리 식 효소물엿을 성공했다면서?》

《아니, 처장동무가 어떻게 벌써 그걸…》

《우리 국장동지가 공장에 말해서 나를 오라고 했소. 이 기쁨을 같이 나누자고 말이요.》

그제야 림성하는 석우진이 무엇때문에 물엿직장으로 곧장 가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것이 바로 이런것을 두고 말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이윽고 그들은 어깨나란히 물엿직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첫눈에 안겨오는 밝고 환한 종합조종실, 투명한 유리문을 통하여 흰 위생복을 입은 두명의 현장기사가 콤퓨터에 마주앉아 설비가 동상태를 감시하는것이 보였다.

림성하가 설명했다.

《보다싶이 이 물엿, 포도당공정도 콤퓨터에 의해 조종하게 되여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전반생산공정과 관리운영을 종합적으로 지휘할수 있는 종합조종실을 꾸려놓고 지배인과 기사장은 물론 모든 부서들의 콤퓨터를 망으로 서로 련결하여 2중3중으로 감시하고 관리하고있습니다.》

그것은 석우진도 잘 알고있는것이였다. 지금 림성하는 강수일처장을 위해 그런 설명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기사장을 따라 현장에 들어선 석우진은 감개무량하여 말했다.

《기사장동무, 이전에 산분해법으로 물엿을 생산할 때에야 어디 이런걸 꿈이나 꾸었댔소?》

그는 자꾸만 목이 메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눈부시게 번쩍이는 대형당화탕크들과 이온교환탑들, 간편하고 맵시있게 놓인 려과기들 그리고 새형의 농축기와 규모있게 뻗어나간 수많은 관들… 물엿이 쏟아지고있다. 맑은 물엿!… 한점 티도 없다. 우리 장군님께서 온 나라 인민들에게 안겨주시는 사랑의 진액, 이보다 맑고 이보다 진하고 이보다 더 뜨거운 은정이 또 어데 있으랴!…

석우진이 강수일에게 물었다.

《어떻소, 처장동무?》

《…》

대답이 없다. 강수일은 그를 외면하고있었다. 마치도 그의 눈길을 피하고있는듯…

《왜 그러오?》

석우진이 재차 물어서야 강수일은 이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그런지 눈물이 나서 못 보겠습니다. 국장동지, 정말 이렇게까지 달라질줄은…》

목갈린 소리였다. 눈시울을 떨며 눈앞에 펼쳐진 모든것을 바라보고있었다. 이윽고 그는 림성하의 손을 더듬어잡았다.

《기사장동무, 솔직히 말해서 한때 나는 내가 없으면 그 어떤 일도 안되는것처럼 생각했더랬소. 내가 나서서 뛰고 소리치고 다불러대야 일이 되는것처럼… 어디 그뿐이요? 지어 못살게 굴기까지 했었지. 그래야만 어버이장군님께서 바라시는 현대화를 앞당길수 있는것처럼 말이요. 그런데… 이 강수일이 없이도 이렇듯 희한하게 꾸려놓은걸 보니… 한편으론 기쁘고 또 한편으론 죄스럽기도 하고… 이제야 나도 정신을 차렸소. 현실에서 배우며 새롭게 태여났다고 할가.…》

림성하는 말없이 그를 보고있었다. 웃고있는 눈으로, 새로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를 대신하여 석우진이 말했다.

《우리 장군님께서 이 공장을 새로 일떠세워주셨지. 완전히 새 공장으로 말이요. 그와 함께 우리 일군들까지 새롭게 변모시켜주시구… 나도 그렇구 이 기사장이나 처장동무도 그렇게 변모시켜주시지 않았소.》

《옳습니다.》

《그렇습니다.》

두사람, 림성하와 강수일이 거의 동시에 대답하였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갔다. 새로운 CNC기계의 동음이 그들의 가슴을 정답게 울려주고있었다. 들큰하고 향긋한 물엿냄새까지도 그들의 페부를 아릿하게 파고들고있었다.

석우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걸 보시면 우리 장군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기사장동무, 그렇지 않소?》

림성하는 저도 모르게 목이 꺽 메는것을 느끼였다.

《예, 그래서 당중앙위원회의 해당부서와 내각 그리고 식료일용공업성의 책임일군들이 어제 밤 저 물엿을 보면서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장군님을 또 모시게 되였다고, 최대의 기쁨을 드리게 되였다고 말입니다.》

《옳소.》

석우진이 거쉰 소리로 말하였다.

《우리 장군님께서 이걸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바로 그걸 위해서 우리가 이날 이때까지 애써온게 아니겠소.》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새로 꾸린 물엿직장의 커다란 창문가에로 눈길을 옮기였다. 그 창가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있었다. 송이송이 하늘가득 퍼부어지는 눈, 간절한 그리움을 안고 쏟아지는 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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