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8 회)
제 6 장
꿈과 리상
12
긴장한 전투의 날과 달들이 흘러갔다. 앞공정의 현대화공사도 이젠 마지막시운전을 앞두게 되였다. 가공직장에서 농마, 맑은 기름, 배합먹이견본생산, 세가지 효소견본생산, 물엿직장에서 효소물엿, 포도당견본을 생산하여 위대한 장군님께 크나큰 기쁨을 드릴 그날이 가까와 오고있던 어느날 8월 15일이였다.
온 공장이 명절분위기였다. 방송차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장별로 출연하는 률동체조와 건강태권도 그리고 탈춤과 예술체조도 나온다. 공장의 지배인, 당비서, 기사장은 물론 부지배인들과 당위원회의 부비서들도 각기 직장들에 소속되여 경기를 하게 되여있다. 무대에서처럼 화려한 치마저고리를 떨쳐입고 나선 녀성로동자들이 운동장 곳곳에서 자기 직장선수들을 응원하며 춤률동을 펼치고있다.
요란한 응원, 한쪽에서는 배구경기가 한창이다. 지배인 김윤걸이 속한 가공직장과 정주선당비서가 속한 당과류직장간의 경기가 제일 치렬하다. 가공직장장 김석진은 무슨 일에서건 절대로 1등을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혜롭고 결패있고 완력도 있는 그와 지배인 김윤걸은 멋들어진 공격수들이다. 게다가 가공직장은 남자들이 위주이고 당과류직장은 녀자들이 위주이다. 그래서인지 김윤걸지배인의 활약이 제일 눈에 뜨인다. 그는 김석진이 띄워주는 공을 힘차게 강타하며 《당과류, 받아라!-》하고 소리친다. 전문체육인 못지 않다. 성격 그대로 날파람있고 기세도 좋다.
당비서가 속한 당과류직장 선수들이 쩔쩔맨다. 그럴 때마다 당과류직장의 녀성로동자들이 손을 내흔들며 아츠러운 비명소리를 지른다.
《비서동지, 뭘합니까?》
《방어만 하지 말구 까십시오!》
《직장장동지, 뭘합니까?》
《까십시오!》
선수들의 귀에는 그 소리들이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는듯… 당과류직장장 김진호가 정주선당비서와 수군수군 전술토론을 했지만 또 지배인의 강타를 막지 못하고 얻어맞는다.
무릎까지 내리드리운 알락달락한 옷을 입은 지운섭이 시뚝해서 호각을 불며 심판기를 흔든다.
《13 대 8-》
그때 배구장을 둘러싸고 응원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아우성치며 흩어진다. 돌연 수건으로 눈을 싸맨 웬 사람이 그들의 등뒤에 나타나 응원에 열을 올리던 녀자들에게 기다란 장대를 휘둘러댔던것이다. 알고보니 미국놈때리기경기에 나온 선수였다. 눈을 싸맨 상태여서 방향을 잘못 잡고 목표와는 엄청나게 반대쪽 배구장으로 달려온것이다. 아우성치는 사람들, 그럴수록 선수는 자기를 응원하는줄 알고 더 극성스럽게 장대기를 휘두른다.
하는수없이 지운섭이 경기를 중지하고 달려가 그의 덜미를 잡아 끌어낸다.
《이거 어느 직장선수야? 미국놈을 때리라는데 어데 와서 헤매는거야!》
다른 쪽에서는 량옆구리에 뽈을 끼고 머리에는 물동이를, 입에는 탁구알이 담긴 숟가락을 문 선수들이 삼각표식기발을 돌고있다. 교예공연 한가지이다. 걸음마다 머리에서 물이 출렁거리는데 물동이를 받친 똬리가 한쪽으로 삐여져나온다. 선수들마다 엉치는 흉하게 뒤로 내밀고 무릎도 펴지 못한채 엉기엉기 걷고있는데 성미급한 남자선수들은 덤벼치던 나머지 머리의 물을 엎지르기도 한다.
배구경기가 끝나자 사람 및 물건찾기경기가 진행된다. 선수들이 지정된 장소로 달려나가 거기 놓인 쪽지를 펴들고 소리쳐 찾는다.
《녀자모자!-》
《부비서동지!-》
《지배인동지!-》
《꽃다발!-》
《기사장동지!-》
《북!-》
…
배구장에서 솜씨를 보이던 김윤걸지배인은 누가 자기를 불렀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륙상주로로 달려나간다.
《누구요, 내 짝패는?》
그가 소리친다. 맨앞에서 뛰여가며 계속 소리친다.
《내 짝패 누구요?》
에라, 이기고봐야겠다!… 지배인 김윤걸은 끝까지 저혼자 뛰여 1등을 한다. 다른 직장사람들이 입을 모아 떠들며 항의한다. 지배인동진 정말 엉터리다! 꼴등이다!- 그래도 그는 끄떡없이 상을 받으러 나간다.
와!- 바줄당기기가 진행되고 윷놀이터에서도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윷놀이에서 이긴 부총리, 시상품으로 《은하수》사탕봉지를 받는다. 경기마다 등수에 따라 시상품이 준비되여있었다. 돼지와 텔레비죤도 걸었다.
마지막종목은 축구경기이다. 평양곡산공장 녀자축구선수들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나온 교원, 연구사들로 무어진 남자축구선수들간의 경기가 벌어진다.
처음엔 한정민을 비롯한 교원, 연구사들이 녀자선수들과 경기하자는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뭐, 우리가 녀자축구선수들과 경기를 한다구요?… 하, 말시키지 마십시오, 사람웃기지 말구.》
언제나 자신만만한 김윤걸지배인이 두눈을 부라리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붙어보잔 말이요! 우리 공장은 녀자들이 기본이요. 지금껏 그 녀자들이 벽체를 까부시고 축조도 했소. 그러니 어떤 녀자들인지 한번 붙어보란 말이요.》
축구경기는 시작되자마자 곡산공장 녀자선수들에게 유리하게 번져갔다. 대체로 교원, 연구사들이 기본인 남자선수들이 녀자들과 맞서게 되자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나 응원하는 사람들은 뽈이 오가는대로 머리를 빼들고 왁왁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김윤걸지배인은 황소의 영각소리같이 고함을 지르며 기사장이 앉은 의자까지 걷어찬다.
《뭘해? 화숙이! 공간으로 나가야지!… 그건 정춘심이한테 넘겨주라!-》
의자에 기대여 긴장하게 구경하고있던 업무부지배인이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며 귀구멍을 틀어막는다.
《젠장! 이거 어디 구경을 하겠소? 옆의 사람 깜짝깜짝 놀라게 하니… 소리치는 사람들은 좀 다른데 가서 보게 합시다.》
돌연 잠잠해졌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한 순간, 축구공이 상대편 문선가까이에로 육박… 허나 상대편선수인 한정민연구사는 차마 단발머리처녀인 정춘심의 뽈을 빼앗지 못하고 뒤에서 따라오며 그냥 소리친다.
《아, 그러다 넘어지겠소. 조심하시오!…》
그래도 지배인 김윤걸은 또 소리치고 발을 구르고 의자를 내리친다.
《뭘해? 빨리 차지 않구. 슛!-넣으라! 차넣으라!》
상대방의 방어수가 마주오는 뽈을 하늘높이 차올렸다. 함께 뛰여오르는 한정민과 정춘심, 허나 어떻게 된것인지 남자선수인 한정민은 뽈을 받지 않고 그대로 내린다. 차마 가슴으로 뽈을 받는 녀자선수 정춘심을 다칠수 없어 양보했던것이다. 뽈이 땅에 떨어지며 굴러왔다. 이번에도 한정민은 어쩌지 못하고 눈을 뜨고 멍하니 자기앞으로 굴러오는 뽈을 보기만 한다. 날쌔게 뽈을 차지하는 단발머리처녀 정춘심, 차넣은 뽈이 그물에 걸렸다.
와!- 환성이 터져올랐다.
와!- 이번에는 남자선수들이였다. 조금만 더!… 갑자기 쏜살같이 뽈을 몰고가던 한정민이 주춤 멎어섰다. 그렇게도 한정민을 선생님이라고 존경하던 정춘심이 뽈을 몰고가는 그의 옷을 이악하게 잡아당겼던것이다. 뒤를 돌아본 한정민은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선자리에서 뽈만 굴리고있다.
삑!-주심이 호각을 불었다.
《반칙!》
그러나 전반전에서는 녀자들이 한꼴을 넣은 상태에서 끝났지만 후반전부터는 정세가 달라졌다. 녀자선수들에게 짧은 뽈을 떼우던 상대편 남자선수들이 긴뽈련락을 하며 파도처럼 공격했던것이다. 하늘높이 날아올랐던 축구공이 그대로 이편의 그물에 걸린다.
꼴!
실망, 한숨, 분노!…불시에 항 벌어진 입들에서 흘러나오는 맥빠진 신음소리들…
이어 또 꼴!… 연방 세알을 먹는다. 사람들의 입에서 맵고 짜고 신 불만의 말마디들이 총알처럼 쏟아져나간다.
《4번! 왜 뽈을 그냥 모는거야?》
《빨리 넘기라!-》
《10번, 고영란! 왜 맥을 못춰?》
《그래두 주장이라구, 쳇!》
멋진 양복차림에 넥타이까지 매고있는 림성하도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자, 정춘심, 김화숙! 인젠 채심하자구. 한알만 넣자, 신심을 잃지 말구.…》
그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김화숙이 한알을 차넣는다.
《꼴이다!-》
그러나 축구와는 인연이 먼 교원, 연구사들이였지만 마치 선수들처럼 기민하고 날파람있었다. 과학을 탐구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운동감각이 더 예민하다고 말하는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였다.
결국 경기는 2 대 3으로 패하고말았다.
모두가 상가를 치른듯 침울하여 운동장 한옆에 나섰다. 맥빠진 눈길로 한숨을 푹푹 쉬며 털썩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정주선당비서가 량편선수들모두를 한자리에 불렀다. 비록 패하긴 했어도 례절은 지키자는 생각인듯 했다. 지배인과 기사장은 물론 과학부총장과 심성우와 한정민도 불렀다. 그리고 애써 준비한 음식을 내놓으며 말했다.
《자, 이건 유명한 타조알과 메추리알들이요.》
지운섭이 넘어질듯 환성을 올렸다.
《아니, 이거 진짜료리사가 만든 음식이구만요.》
기분이 언짢은 지배인이 핀잔조로 시까슬렀다.
《거야 그냥 삶으면 되는데 료리사는 또 뭐요?》
《아, 지배인동지. 그건 모르시는 소리입니다. 예, 삶은 닭알에 돌이 없는건 고급료리사가 했기때문이란 말입니다, 지배인동지.》
《그래 자넨 늘 돌만 씹는 사람인가?》
별안간 얼굴을 찌프린 지운섭이 배를 슬슬 문대였다.
《말도 마십시오.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와지끈! 하고 두개나 되는 돌을 씹었는데 아 글쎄, 그놈이 그냥 배속으로 쑥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에-참, 그 돌때문에 하루종일 몸이 무거워 겨우 다녔다니까요. 자, 보십시오. 무거운 몸을 끌고 다니느라 신발이 다 닳은거…》
정주선이 그를 흘겨보며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하지만 동무몫은 없소. 타조알은 교원, 연구사선수들이 들고 메추리알은 경기에서 진 우리 공장 녀자선수들 몫이요.》
김윤걸지배인이 볼이 부어있는데 정주선당비서는 아주 기분이 유쾌한듯 했다. 지어 그는 닭다리를 뜯어 기사장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닭다리는 기사장동무가 드오. 공장현대화때문에 마지막까지 계속 뛰여다녀야 할 사람이니까. 축구선수들보다 몇배는 더 뛰여야 할게요.》
림성하는 살이 통통 찐 닭다리를 받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배인을 쳐다보았다. 지배인은 못 본척 했다.
그러건말건 정주선당비서는 지운섭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동문 자기앞에 있는것들 이리로 가져오오. 특히 그 마른낙지다리는 먹으면 안돼.》
지운섭의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왜 그럽니까?》
《동무 전번에두 낙지다리를 먹자마자 딴데로 달아나려 하지 않았는가? 이번에 또 달아날수 있으니 그것만은 안돼.》
지운섭은 입을 삐쭉하더니 손에 들고있던 낙지를 한정민연구사에게 넘겨주었다.
《동무도 이걸 먹구 달아나지 마오.》
사람들이 와- 웃어댔다.
그때 김윤걸지배인이 림성하를 보고 눈짓했다.
《기사장동무, 우린 가서 시험준비를 해야지 않소.》
《예.》
이번엔 지배인이 정주선에게 눈길을 옮겼다.
《시험준비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인데…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정주선이 웃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자리를 피한 그들은 곧장 청사쪽으로 걸어갔다. 지배인이 두덜거렸다.
《기사장동무, 우리 공장녀자축구가 그동안 왜 이런 모양이 됐다는거요?》
자기가 없는새에 공장녀자축구수준이 형편없이 저조해졌다는 불만이다.
림성하가 조용히 말했다.
《물론 우리 녀자축구가 실망을 주긴 했지만 심각한 교훈도 주었습니다.》
《교훈?》
《예. 경기에선 전술이 중요하다는것,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것, 일단 나서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것, 이기는것이 도덕이라는것!…》
김윤걸은 코웃음쳤다.
《기사장동문 늘 봐야 무슨 학자연 하거던. 뽈이란건 한번두 차본적이 없으면서… 그건 그렇구. 빨리 원격대학시험준비를 해야겠는데 기사장동문 다 준비됐소?》
《글쎄요. 시험공부엔 늘 하루가 모자란다는데…》
지배인이 말하는 원격대학이란 콤퓨터망을 통해 하는 망교육으로서 원격강의실에서 진행한다. 5년간의 과정안인데 주로 지배인, 당비서, 기사장 등 일군들과 공장의 전망을 보아 일반로동자들속에서도 인재를 뽑아 교육을 주는 체계이다. 곡산공장에서도 지배인 김윤걸과 정주선당비서, 기사장인 림성하를 비롯한 일군들과 많은 기술자, 로동자들이 원격대학시험준비를 하고있었다.
김윤걸은 자기 방문을 열면서 또 한마디했다.
《당비서동무도 공부를 다했는지 모르겠소. 아무튼 이제부턴 일체 면회사절이요!》
그러나 그는 자기 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기다리고있던 생산부기사장이 귀속말처럼 속삭이였던것이다.
《지배인동지, 아오먼의 손님이 왔습니다.》
김윤걸이 두눈을 치떴다.
《누구라구?》
《아, 그 있지 않습니까? 대방…》
《대방?》
림성하가 웃으며 끼여들었다.
《지배인동지가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는 말입니다. 아오먼의 쑤치오, 그렇지요? 부기사장동무.》
《옳습니다.》
지배인의 얼굴이 환히 빛났다.
《마침 왔구만, 기사장동무, 가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