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제 6 장

꿈과 리상

 

8

 

효소공정에서 중요한 배양탕크시험가동을 앞둔 림성하는 긴장으로 하여 온몸이 과다드는듯 했다. 조종탁앞에 서있는 4. 15기술혁신돌격대 대장 조준길도, 말없이 그를 지켜보고있는 황금태로인이며 송해연과 주광혁 그리고 지운섭의 눈빛도 긴장으로 하여 바르르 떨리고있었다. 과연 성공할수 있겠는지?…

림성하가 갈린듯 한 목소리로 웨쳤다.

《가동준비!-》

그때였다.

《중지하시오!》

이렇게 소리치며 현장으로 뛰여드는 사람이 있었다. 강수일이였다. 온통 땀으로 젖은 그가 헐떡이며 소리쳤다.

《기사장동무?… 정신있소?》 강수일은 조종탁을 막아나서며 웨쳤다. 《어째서 기사장동문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거요?》

림성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의 결심을 반대하고 배양탕크를 수입해와야 한다고 주장하던 강수일, 아마 성에 올라갔다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것이다.

사람들을 쭉 둘러보던 강수일의 눈길이 조종단추앞에 서있는 4. 15기술혁신돌격대 대장인 조준길에게서 멎었다.

《동무! 효소배양탕크가 무슨 물엿통인줄 아오? 정밀한 교반축심이 돌아가는 최첨단설비란 말이요. 1미리편차만 있어도 축심이 부러져나가는데 이렇게 마구 때붙이면 되겠소?》

옳은 말이다. 사실 효소배양기는 제작할 때부터 교반축심과 밀페가 철저하게 보장된것이여야 한다. 그런데 설비를 납입하면서 그만 교반축심이 없는 배양기가 들어왔다.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반환하고 다시 수입하자고도 했고 강수일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외국의 기술봉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림성하를 비롯한 공장의 기술집단은 자체의 힘으로 대담하게 교반축심을 깎아맞추어 그것을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효소배양기로 개조했었다. 그런데 강수일은 우리가 만든 축심기를 우려하고있는것이다.

강수일이 속이 타는듯 목깃을 헤쳐놓았다.

《이것 보오. 교반축심에 자그마한 편차라도 생기면… 그땐 전동축이 부러지거나 엄청난 돈을 들인 효소배양기를 통채로 마사먹는단 말이요. 그래 동무들은 그것도 모르오?》

그의 눈길이 창끝처럼 앞을 찔렀다. 당황해난 조준길이 뒤걸음쳤다. 대신 림성하가 그앞에 나섰다.

《처장동무, 교반축심은 1미리의 편차도 없이 정확하게 설치됐습니다. 다 잘될겁니다.》

《기사장동문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그래 배양기를 가동시켰다가 사고가 나면 어찌겠소? 만약 저 축심이 부러져나가면 인명피해까지 날수 있단 말이요.》

림성하는 태연히 그를 마주보았다.

《난 우리 공장의 기술력량을 믿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뭐라구?》

림성하는 그에게서 몸을 돌려 조준길에게 눈짓했다.

《준길동무, 스위치를 넣소!》

강수일이 펄쩍 뛰였다. 조준길을 막아서며 그가 소리쳤다.

《안되오!》

조준길이 흠칫했다. 마치 지원을 청하듯 림성하를 바라보며 허둥거렸다. 순간 림성하는 혀가 말라드는것을 느꼈다. 목에서 경련이 이는듯 했다. 무거운 침묵…

그때 주광혁이 결패있게 앞으로 나섰다.

《기사장동지, 제가 넣겠습니다!》

림성하보다 강수일이 먼저 소리쳤다.

《안된다고 하지 않는가!》

주광혁이 굳어졌다. 그 역시 림성하에게 묻는듯 한 눈길을 던졌다. 그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사장인 그를 쳐다보고있었다.

림성하는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동무들, 우린 자체의 기술로 교반축심을 맞추었소. 그래 우리가 기술공학을 무시했는가?》

《아닙니다!》

일시에 터친 웨침. 림성하가 또 물었다.

《그래 자신이 없는가?》

《자신있습니다!》

그는 다시 소리없이 웃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배양기앞으로 다가갔다. 아래층에서 층막을 뚫고 올라온 배양탕크의 뚜껑이 바로 그의 눈앞에 있었다.

강수일이 또 소리쳤다.

《기사장동무, 어쩌자는거요?》

림성하는 아무 말도 못 들은듯 배양탕크뚜껑우에 놓인 전동기축을 내려다보았다. 공장 로동자들과 기술자들의 지혜와 탐구 그리고 뜨거운 땀이 깃든 교반축심, 그것은 단순한 기술적문제가 아니였다. 그 어떤 설비문제도 아니였다. 그것은 효소공업을 바라던 그들의 꿈이고 리상이였으며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피나는 투쟁의 산물이였다. 자신의 힘을 확신하고 최첨단을 돌파하려는 공장 로동계급과 기술자들의 존엄이였고 자존심이였다.

림성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 존엄을 지켜야 한다. 그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는 천천히 전동기축앞에 바로 섰다. 지금껏 온넋을 바쳐온 효소배양, 이 배양기와 같은 최첨단설비가 없어서 못해온 그것을 이제는 여기서 성공시켜야 한다. 이제 더는 물러설 길이 없다.

송수만로인이 깜짝 놀라 팔을 휘저었다.

《아니 이 사람, 어쩌자구 그러나?》

그를 지켜보던 송해연과 지운섭이도 동시에 부르짖었다.

《기사장동지, 위험합니다!》

림성하는 그들에게 미소를 보냈다. 생명으로 담보하는것은 수천수만마디의 설명보다 더 위력하다. 그 어떤 과학적변론보다 더 힘있는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황금태로인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아바이, 어서 스위치를 넣어주십시오!》

로인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알겠네!…》

그러나 로인은 움직이지 못했다. 누군가 스위치를 꽉 틀어쥐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석국장이 어떻게?…》

림성하도 두눈을 흡뜨며 굳어졌다. 조종탁앞에 서있는 석우진!… 분명 그였다. 석우진국장이였다.

한순간 불꽃처럼 마주치는 두사람의 눈빛!… 림성하는 그를 마주보며 마음속으로 묻고있었다.

《국장동지도 반대합니까, 그래서 스위치를 잡고있습니까?》

석우진의 무언의 눈빛이 그에 대답하였다.

《아니, 난 찬성이요!…》

놀란듯 한 림성하의 눈길이 가늘게 떨렸다.

《그럼 우리를 믿는다는겁니까?》

타는듯 한 석우진의 눈빛이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믿네! 진심으로… 성하, 자네와 공장사람들을…》

림성하는 뜨거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 갈린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국장동지, 그럼 스위치를 넣어주십시오!》

림성하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알아차린 석우진이 힘있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가 막 스위치에 힘을 주려는 순간이였다.

《안됩니다! 국장동지.》

강수일이 달려와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꺼멓게 질린 얼굴로 그가 부르짖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저 기사장동무의 생명은…》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배양기의 축심위치가 단 1미리라도 편차나는 경우 전동기축이 부러져나간다는것을, 그러면 생명까지 잃을수 있다는것을 입밖에 낼수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림성하는 타는듯 한 눈길로 석우진의 떨리는 손을 지켜보고있었다. 어째서 주저하는가?…

석우진이 그를 돌아보았다. 한순간 그의 숱진 눈섭이 흠칫거리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 모습은 곧 배양기에로 다가서는 사람들에게 가리워지고말았다. 조용히 울려오는 발걸음소리, 사람들이 모여들고있었다. 림성하를 둘러싸고있었다. 송수만아바이며 주광혁 그리고 송해연과 지운섭, 조준길… 그들은 서로 팔을 끼고 어깨를 겯고있었다. 뜨겁게 오가는 눈길들, 무언의 고무와 격려…

림성하는 그들과 함께 팔을 끼고 나란히 배양탕크앞에 섰다.

《고맙소! 동무들…》

그때 조종탑쪽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장동지, 우리 동무들을 믿으십시오.》

지배인 김윤걸이였다. 어느새 와있는 공장당비서 정주선과 눈을 맞춘 그는 배양탕크앞으로 씨엉씨엉 걸어와 어깨를 겯고있는 사람들속에 들어섰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자, 시작하기요!》

석우진이 묻는듯 한 눈길로 정주선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웃고있는 정주선당비서… 그를 바라보는 림성하는 왜서인지 그 웃음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딘가 좀 무시무시하고 엄해보이기도 한 웃음, 그런 웃음도 있는가?… 그럴수밖에 없다. 1미리의 편차만 있어도 어깨를 겯고있는 우리들이 찢겨지고 날아날판인데 왜 속이 떨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힘을 주고 믿어주면서도 힘들게 웃고있는것이다.

갑자기 그는 몸을 떨었다. 예리한 소음이 머리속을 찔렀다. 석우진이 배양기의 스위치를 넣었던것이다.

《윙!-》

가슴을 휩쓰는 무서운 전률, 심장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위구심, 한순간이면 모든것이 결정된다. 온몸을 갈가리 찢는듯 한 한순간 또 한순간…

드디여 터쳐나온 환희의 웨침!…

《성공이다!》

누가 소리쳤는지? 그를 얼싸안고 흔드는 주광혁이였는지 아니면 울고있는 해연이였는지?… 알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지금 눈앞에서 배양기가 붕-부-웅! 하고 돌고있지 않는가!…

석우진이 그에게 달려왔다.

《기사장!…》

《국장동지, 고맙습니다!》

《무슨 소릴…》

《우릴 믿고 스위치를 넣지 않았습니까.》

《원, 사람두…》

림성하에게 다가온 정주선도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기사장동무, 정말 수고했소!》

지배인 김윤걸은 더 큰소리로 말했다.

《자, 인젠 효소배양에서 장훈을 불러보기요, 기사장동무!》

《예, 지배인동지!》

모두가 웃고 떠들었다. 환희와 기쁨에 울고 웃었다. 서로 힘껏 손을 맞잡고 흔들며 아프도록 어깨를 두드리고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누구를 붙안고있는지 알지 못했다. 고개를 떨군 강수일이 언제 비칠거리며 나갔는지도 알지 못했다.

림성하는 입귀를 씰룩거리며 배양기의 동음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가슴을 적시는 부드러운 동음, 그것은 성공의 속삭임이였다. 환희의 노래, 최첨단돌파를 웨치는 고고성이였다!…

그는 자기를 바라보며 웃고있는 석우진과 당비서 그리고 지배인을 마주보았다. 그들의 눈에서 샘처럼 끓고있는 미소!… 불시에 눈굽이 쿡 쑤셨다. 가슴을 저미는듯 한 기쁨… 그는 입을 벌리려고 했으나 웬일인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엇인가 말하고싶은데 목이 잠겨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지배인이 웃으며 당비서에게 말했다.

《비서동무, 내 지금껏 우리 기사장을 잘 몰랐습니다. 마음이 여리고 속이 무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 이렇게 멋있는 기술일군인줄이야!… 참, 이 지배인이 기사장만은 잘 만났습니다! 복동이를 만났단 말입니다!》

석우진도 감동어린 눈길로 림성하를 바라보고있었다.

《옳은 말이요. 손탁도 세지구 주장도 강하구… 무엇이 저렇게 달라지게 했는지 모르겠거던.》

정주선당비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이라 할가… 우리의 기술과 지식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장군님께서 우리 일군들에게 주신 담력과 배짱이지요.》

그때 림성하는 저도 모르게 눈굽을 훔치고있었다. 솟구치는 눈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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