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2 회)
제 6 장
꿈과 리상
6
어슬무렵이였다. 해가 지면서 하늘가를 물들이던 불그레한 석양빛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공장회관앞에 한대의 승용차가 와 멎는것이 바라보였다. 혹시 당비서동지가 돌아오는것은 아닌지?…
림성하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차에로 달려가는 사람이 눈에 띄였다. 자세히 보니 강수일처장이였다. 그가 차에서 내린 사람에게 뭐라고 보고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석우진국장이였다.
림성하는 그대로 지나칠수 없어 잠시 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러자 강수일처장의 보고를 듣고있던 석우진이 그를 향해 반갑게 손짓했다.
《아, 기사장동무.》
그가 마주왔다. 어제날의 감정상 마찰은 가뭇 잊고있는듯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다가오고있다. 그러나 림성하는 그가 비록 웃고는 있지만 그의 안색이 그새 더 나빠졌다는것을 알아보았다. 너무 무리한 때문일것이다. 많은 단위들을 맡고있는데다가 곡산공장의 현대화를 완성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도 없다고 하면서 밤이건 낮이건 때없이 찾아오군 하는 그였다.
《기사장동무.》 석우진이 웅근 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시당에서 찾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되였소?》
림성하는 난처해졌다. 무슨 말을 할수 있으랴. 그저 입술만 감빨고있을뿐…
석우진은 대답없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럴수 있다고 여겼는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참, 효소배양중간시험생산이 성공했다면서?…》
《예.》
《내 그래서 나왔소, 너무 기쁜김에.…》
《그렇습니까!》
《효소물엿이야 우리모두의 꿈이였지. 그래 효소배양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만히 앉아있을수 있어야지… 글쎄 10년 묵은 체증이 떨어진것 같더라니까.》
《그럼 국장동지, 제가 그리루 안내하겠습니다.》
석우진이 손을 내저었다.
《아니, 필요없소. 내가 뭐 손님인가?… 기사장은 1분1초가 바쁜 사람인데…》
림성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석우진국장은 지금도 공장사람이다. 공장의 구석구석을 그만큼 잘아는 사람도 드물것이다.
이때 손전화기의 신호음이 울렸다.
《기사장동지, 기술협의회에 참가할 사람들이 인젠 다 모였습니다.》
석우진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어서 가보오.》
《예.》
림성하가 물엿직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석우진의 뒤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는데 강수일이 그에게로 바투 다가서는것이였다. 림성하는 놀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수일이 성이 나서 씨근거렸던것이다.
《기사장동무.》 그가 격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도대체 어디서 해먹던 본때요, 에?…》
《아니, 무슨 말인지?…》
《동문 왜 국장동지가 묻는 말에 대답도 안하오? 동문 아직도 국장동지에 대한 고까운 생각을 품고있는것 같은데… 그래 아직도 무슨 의견이 있소?》
《제가요?》
《너무 그러지 마오. 기사장동문 그래 우리 국장동지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오? 너무 무리해서 심장이 못 견딜수도 있단 말이요.》
림성하는 멀거니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도대체 그가 말하자는것이 무엇인지 가늠할수 없었다.
《내 진심으로 권고하는데…》강수일이 흥분을 누르며 계속하였다. 《기사장동문 좀 솔직해야겠소.》
《예?!》
《이번일도 그렇지 않소. 시당에서 찾는데도 가지 않았다면서?…기사장동문 왜 그렇게 자꾸 비뚤게 나가오? 기사장이니만치 사고가 났으면 그 원인을 먼저 자기한테서 찾는게 옳지 그게 뭐요? 잘못했으면 제때에 인정하고 고치면 되는건데 왜 계속 고집을 부리는가 말이요. 정말 안타깝구만. 그게 뭔지 아오? 나약한 사람들이 자기를 변명하는거란 말이요.》
림성하의 두눈에서 차츰 불빛이 번득이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그럼 나도 한마디 합시다.》
그는 저만치 앞서가던 석우진국장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고있는것도 알지 못했다. 강수일을 똑바로 마주하고 큰숨을 내쉬며 그는 말했다.
《처장동문 언제나 남을 가르치기 좋아하는데… 그래 처장동무가 도대체 누구한테 뭘 가르친다는겁니까?… 현대과학기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현장에 나와 이래라, 저래라 제멋대로 명령하고 지시하고…》
《아니, 뭐?…》
《그렇게 해서 사람들을 괴롭히구 설비를 망가뜨리구 일은 더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는걸 그래 처장동문 알기나 합니까. 자신이 나라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걸 알기나 하나 말입니다.…》강수일의 두눈이 떼꾼해졌다. 너무도 뜻밖의 역습에 입만 벌리고있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악물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고함치듯 했다.
《아니, 이 사람이?… 여보 기사장, 동무 지금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 본때인가? 그래 말하자는게 뭔가?》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오히려 림성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것을 느꼈다.
《난 처장동무처럼 공장의 실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냅다 밀기만 하는 일군들에게 말하고싶소. 아니, 부탁하고싶소. 제발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고 현장에만은 나오지 말아달라고 말이요.》
마침내 강수일의 분노는 절정에 올랐다. 그는 숨이 막힌것처럼 부르짖었다.
《동무, 누굴 모욕하자는거야?》
《난 그 누굴 모욕하자는게 아니라 우리 공장 사람들의 생각을 말했을뿐이요.》
《아니요! 동문 지금 자기한테 차례질 책임이 두려워 그러는거야. 남한테 넘겨씌우려구 말이요. 그런것도 내가 모를줄 아는가?… 정말 무서운 사람이요. 그래 내가 이런 모욕을 받구두 가만 있을것 같은가?》
《맘대로 하시오.》
《좋소, 기사장!… 동무 이제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나 두구보오!》
말을 마치자 그는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곧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면서 림성하는 갑자기 온몸의 맥이 빠져나가는것을 느꼈다. 그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남을 조겨대였던것이다. 그것도 아주 모질게, 아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