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5
《자넨 꼭 뿔질하려 덤벼드는 황소같군.》
안길이보다 키가 한뽐이나 작고 몸이 다부진 최현은 국제련합군이 조직된 다음부터 최남진과 함께 정규군편제로 넘어간 부대의 구분대를 하나씩 맡고있었다.
《웬일인가?》
《마침 잘 만났군.》
최현을 띄여본 안길의 뇌리에는 기발한 생각이 번쩍 눈을 떴다.
자기의 의견에 최현이와 합세하자는 생각이였다.
《자네 오늘 밤에 진짜 형님구실을 해주게나.》
《형님구실이야 늘 하는건데 뭘 새삼스레…》
최현의 입이 단번에 벌어졌다. 그들 두사람은 혁명군의 지휘성원들속에서 둘도 없는 딱친구로 널리 알려져있었다. 나이도 꼭같고 고향도 서로 이웃이였다. 안길의 고향이 경원이라면 최현은 서로 린접해있는 온성이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항일의 전장에서 맺어진 우정이 특별히 뜨거웠다. 안길은 생일이 하루 앞선 최현을 깍듯이 형님으로 존대를 하였다. 지금도 최현은 그것이 흐뭇해서 웃고있는것이였다.
《그래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구.》
《실은 내 지금 사령관동지께 좀 의견을 말씀드리고 나오는 길인데 글쎄 계속 이럴수야 없잖소.》
안길은 방금전 김일성동지와 나는 이야기를 자상히 설명해주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남의 나라 군대에 우리 사람들을 보내는 일을 끝장내야 하오. 최후결전을 앞두었는데 그 사람들이 너무하단 말이요. 그러니 같이 협력해달라는거요.》
《음, 그랬었군.》
최현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갑자기 몸을 맞대일듯이 다가서더니 안길의 얼굴을 찬찬히 올려다보았다. 마치 안길이 아니라 생판 처음 만난 사람을 눈여겨 살펴보는듯 했다.
《알만해.》
얼마후 최현이 말했다.
《자넨 이 아라사땅에 와서 흘레브인가 하는것에 맛을 들이더니만 별나게 번졌군그래.》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내 좀 묻자구. 자네의 입대를 보증하신분이 분명 장군님이시지?》
최현은 뻔한 일을 따지고들었다.
《왜? 틀리나?》
《누가 틀린다오?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그럼 우리가 처음 만난 39년도에 자넨 장군님을 다시 뵙는게 제일 큰 소원이라고 말한적이 있나 없나?》
《있었지. 그런데 왜 그러오?》
안길은 최현이 갑자기 옛날일을 꺼들며 따져묻는 의도를 알수 없어 한동안 두눈을 껌뻑거렸다.
최현은 대답대신 그냥 문초를 하듯 말했다.
《자넨 하바롭스크에서 장군님을 다시 만난데다 그때부터 내내 가까이 모시게 된걸 두고 눈물까지 흘렸던 사실을 잊지야 않았겠지?》
《뭘 말하자는거요?》
《그랬던 자네가 이제는 장군님앞에서 감히 옳다그르다 하면서 엇드레질을 한다? 대단한 인물로 됐거던.》
《엉?…》
《그럼 못써!》
최현의 질은 눈섭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다.
《알아두게. 장군님께 불손하게 구는 놈치구 제구실을 하는게 하나두 없었다는걸… 또 잘된 놈두 없었구. 그런데 자넨 하늘도 무섭지 않나?》
《이보게, 최현이…》
《이젠 그렇게 부르지 말게. 난 장군님을 잘 받드는 사람과만 가깝네. 오늘처럼 기분 나쁜 날은 처음이군.》
최현은 힝 돌따서 걸어갔다.
안길은 한주먹 얻어맞고 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멀어져가는 최현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왜 저래?
그는 자기의 안타까운 심정을 리해하려들지 않는 최현의 밸통사나운 괴벽을 나무랐다.
흥, 내가 불손한짓을 했다구? 천만에!
안길은 그것만은 인정할수 없었다. 누구보다 김일성동지를 존경하고 따르는 안길이였다. 하기에 김일성동지보다 나이가 다섯살이나 우이지만 그는 자기를 늘 열살아래 사람처럼 여기고있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온 심혼은 오로지 김일성동지를 잘 받들어드리는데로만 기울여지고있었다. 최현의 질책은 당치도 않은 심술이라 생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이 다짜고짜 마구 내던진 거치른 말마디들은 이상하게도 가슴을 세차게 흔들어놓고있었다.
최현은 말을 에둘러 할줄도 모르고 거기에 살을 붙이거나 뗄줄도 모르는 곧은배기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바른소리만 하는 최현의 앞에서는 누구나 언행을 조심하는것이다. 최현의 질책을 무심히 스쳐버릴 일도 아닌것 같았다.
그가 왜 그다지도 성을 내는것일가.
안길은 천천히 발걸음을 떠옮기였다. 빠드득 빠드득 눈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방금전 사령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곰곰히 돌이켜보았다. 그리고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분명 김일성동지앞에서 격한 감정을 마구 터쳤었다. 아주 무엄한 행위였다.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군정간부회의와 관련하여 자기를 불렀던 김일성동지께서 가서 쉬고 오라며 할 말씀도 뒤로 미루셨겠는가. 최현이 성을 낼만도 했다. 10여년전부터 김일성동지의 은정을 받아온 안길이고보면 절대로 그런짓을 해서는 안될것이다.
허참, 내가 왜 자꾸 이럴가.
야릇한 죄책감이 무거운 쇠덩이처럼 마음을 압박하였다. 사실 김일성동지의 사랑과 믿음이 아니였더라면 오늘의 자기를 생각할수도 없는 안길이였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안길은 일찌기 부친의 강박으로 자기보다 나이가 우인 처녀와 조혼을 하였다. 그러다나니 가정에는 그닥 정을 붙이지 못하고 오직 향학열에만 불타고있었다. 서당공부로 글눈을 뜬 그는 무서운 독학가로 늘 손에 책을 들고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차지 않았다.
나도 중학공부를 해봤으면!
그는 앉으나서나 이것만을 생각하고있었다. 허나 그것은 너무도 바랄수 없는 꿈이였다. 째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집에서 중학공부란 청청하늘에서 별을 따겠다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도 귀가 번쩍 열리는것 같은 소식을 얻어듣게 되였다. 룡정에는 중학교들이 여렷이나 되는데 그중에는 종교인들을 키워내는 은진중학교라는것도 있다고 했다. 바로 이 은진중학교에서는 돈 한푼 받지 않을뿐아니라 공짜로 학생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공부시켜준다는것이다. 또 거기 가면 안길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음악과 악기 다루는 법도 배울수 있다고 했다. 대신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반드시 그리스도교의 전도사로 되여야 한다는 조건부가 붙어있다는 소식이였다.
안길의 가슴은 흥분으로 끓기 시작했다. 그는 종교란 허황하기 그지없는 거짓이라는것으로 알고있었다. 그래도 은진중학교로 끌리는 마음을 붙잡아세울수 없었다.
하여튼 가보자. 까짓거 내가 종교를 믿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우선 배워놓고 보자.
이리하여 안길은 집이고 가족이고 다 내버리고 룡정으로 가서 은진중학교의 학생복을 입게 되였다. 배움에 몹시 굶주렸던 그여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에만 열중하였다. 오래지 않아 그는 학교의 첫째가는 수재로 알려졌으며 풍금을 비롯한 악기들을 다루는데서도 단연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였다.
어느덧 그는 최우수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였다. 학교측은 계약대로 그에게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는 전도사가 될것을 요구했다. 그는 좀 뻔뻔스럽기는 했지만 전도사로 되는것을 거절했다. 학교측은 전도사대신 교인들이 후원하는 소학교 교원으로 일할것을 권고하였다. 교단에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교육을 하라는것이다. 이번에는 안길이도 그 권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까짓거, 애들한테 종교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안길이다운 타산이였다.
교단에 선 안길은 학생들한테 종교와는 달리 우리 나라 력사와 지리를 배워주고 애국심을 키워주는데만 힘을 넣었다. 그래서 말썽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선생노릇도 집어던진 다음 집으로 돌아가 다시 호미자루를 쥐게 되였다.
이때는 간도전역에서 혁명의 열풍이 세차게 휩쓸고있었다. 마을의 젊은이들은 앞을 다투어 혁명조직에 들어가고 열혈의 투사로 변해갔다. 그러나 안길이만은 그들의 강한 배척을 받아 혁명의 거세찬 흐름에 섞여들수 없었다. 그한테는 《예수쟁이》라는 모자와 함께 《처자를 버리고 신식녀자와 련애질이나 일삼는 바람쟁이》라는 딱지까지 붙어있었다. 그것들은 다 부정할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있었다. 안길이 예수쟁이를 양성하는 학교를 다닌것도 사실이고 가정에 애착을 가지지 못한것도 사실이였다. 더구나 은진중학교시절에 그야말로 선녀같이 멋진 녀학생이 그한테 반하여 정신없이 따라다닌 일도 있었다. 안길은 비록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있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고생을 하는 안해와 자식들을 버릴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하여 그는 랭혹하게 녀학생의 짝사랑을 물리쳐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쟁이니 바람쟁이니 하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거야말로 혁명에서 절대로 용납될수 없는 일이였다. 만약 그때 김일성동지께서 파견해주신 공작원들인 리봉수나 오빈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안길은 끝내 혁명조직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을수 있었다. 혁명조직에 든 뒤에 공산당원으로 되고 구당서기까지 되였으나 예수쟁이라는 뒤소리는 여전히 독을 쓰면서 안길을 괴롭히였다. 그 표딱지는 안길의 유격대의 입대를 막아서는 억척같은 장벽으로 되였다. 고민, 괴로움 또 고민… 그때의 안길에게는 이 세상이 온통 어두운 음영으로만 보이였다.
과연 이 운명이 달리 될수 없단 말인가.
속을 태우다못해 안길은 김일성동지께 편지를 올릴 비장한 결심을 품게 되였다. 그때 벌써 간도의 조선사람들에게 있어서 김일성동지의 존함은 구원의 등대, 희망의 별로 되고있었다. 안길은 아직 한번 만나뵙지도 못한 김일성동지께 모든 운명을 의탁하고싶었다. 그리하여 줄줄이 자기의 진심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썼다.
《…저는 예수쟁이도 아니고 처자를 버린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구당조직의 적지 않은 당원들도 상급당의 간부들도 지어는 일가친척들도 저를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총을 잡을수 없는 저의 가슴에서는 마냥 피눈물이 흐르고있습니다.…》
편지에서 그는 손에 총을 잡고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선에서 끝까지 싸우고싶은 소망과 함께 유격대의 입대를 간곡히 청원하였다.
편지는 믿을만 한 인편을 통해 소왕청으로 날아갔다.
마지막희망이였다. 그나마 너무나 막연한 희망이였다. 유격구들에 반《민생단》투쟁이라는 살벌한 바람이 불고있는데 김일성동지께서 어찌 생면부지의 예수쟁이를 믿어주시랴 하는 위구심만이 가슴에 돌덩이처럼 가득차있을뿐이였다.
허나 기적이 일어났다. 얼마 안있어 안길은 훈춘유격대에 입대하게 되였으며 또 그때부터 지지리도 괴롭히던 예수쟁이의 표딱지마저 가뭇없이 사라지고말았다. 김일성동지의 믿음과 사랑의 손길이 안길에게까지 미쳐왔던것이다.…
빠드득 빠드득… 발밑에서 눈 밟히는 소리가 단조롭게 울리고있었다. 사위는 아주 어두워졌다. 싸늘한 랭기속에 모든것이 얼어붙어버린 원동의 겨울밤이 시작된것이다. 그러나 안길의 상념은 추위도 어둠도 몰랐다.
-나는 혁명가의 생명을 그렇게 구원받았다. 아쉽게도 김일성동지를 직접 모시고 싸우는 행운만은 지니지 못하였다. 린접에서 늘 그리움만을 안고 지내였다. 하바롭스크에서 만나뵈온 때부터야 비로소 나는 김일성동지의 곁에서 살며 싸우는 최상의 행운을 받아안게 되였다. 그래서 내딴으로는 누구보다 더 잘 받들어드리자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늘같은 일이 빈번히 생기니 얼마나 죄스러운 일인가.
안길은 발길을 돌려 힘있게 사령부쪽으로 걸어갔다. 잘못을 인정한 이상 어서빨리 김일성동지께 사죄를 해야 속이 풀릴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방안에 들어선채 휘주근한 기색으로 어깨를 떨구고 서있는 안길을 띄여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시였다.
《웬일이요? 또 위탈이 말썽을 부리는게 아니요?》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어서 와앉소.》
안길은 책상앞으로 다가가 걸상을 끄당겨놓고는 김일성동지앞에 앉았다. 먼저 긴 한숨부터 앞세우고는 자책어린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아깐 참…죄송합니다. 머리가 크다만게 또 못난 작태를 보였는데…》
《아, 그때문에…》
《사령관동지, 실은 내 사령관동질 잘 도와드린다고 한노릇이 그만 푼수없이 우둘렁거리다나니…》
《이것 보오, 안길동무.》
그제야 안길의 내심을 알아차리신 김일성동지께서 시원스런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난 바로 그런 성격때문에 동물 더 미덥게 여기는거요. 뭔가 잘못됐다구 생각하면 상대가 누구이든 할말을 하고마는 그 정의감이야 얼마나 좋소. 게다가 동문 언제나 쾌활하구 락천적이구 또 인정도…》
《아, 그러지 마십시오.》
안길은 듣기가 면구스러워 두손을 내흔들었다.
《내 성격이야 개차반인데…》
《아니요. 안길동문 지금상태의 성격을 덜지도 말구 더하지도 말아야겠소. 동무까지 나한테 응당 할말도 아니하고 될대로 돼라 하는 식으로 나가면 어떡하겠소?》
《덜퉁한거야 고쳐야지요. 사실은 내가 처음 사령관동질 만났을 때 무슨 수를 써서든지 곁에서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진 거칠어지지 않았겠는데…》
《우리가 처음 만난게 2차북만원정때였지?》
《예, 그때 우리 훈춘에서도 몇개 중대가 원정대에 망라되였습니다.》
《그렇지, 생각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때 난 소왕청에 편지를 보냈던 구당서기 안길이란 사람이 입대후 한해도 안됐는데 벌써 중대정치지도원을 한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오. 동무네 중대는 로야령을 넘어 주보중부대의 밀영까지 갔다가 다시 동만으로 돌아갔지. 하지만 그냥 남았대도 우린 함께 있지 못했을거요. 난 믿음이 큰 사람일수록 멀리 떠밀어보내는 버릇이 있으니까.》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안길이도 그 말씀의 의미를 잘 알고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동지의 곁을 떠나갔던가. 그전에도 그랬지만 원동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쏘련측이나 중국측에서 요청하면 그이께서는 제일 아끼는 사람부터 골라 떠나보내군 하시였다. 그 하나의 사실을 통해서도 여느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김일성동지의 위인적풍모가 두드러지게 부각되는것이다.
《사령관동지, 래일 우리 동무들을 선발하여 별동대에 보내주자고 합니다.》
《아니,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소?》
《사령관동지께서 이미 결심하신것 같은데…》
《잘못 생각하구있었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도리머리를 하시였다.
《동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못 보내는거요. 우리가 대원들을 남의 나라 부대에 꼭 보내야 할 의무를 지닌것도 아닌데…》
《…》
《안길동무.》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사실 우리 동무들의 잔등을 밀어 남의 나라 부대로 보낼 때면 내 마음도 아프오. 우리야 제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기 힘든 형편인데 남들을 도와준다는게… 아무리 유리한 국제적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요. 그러나 어려운 처지에 빠져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들을 외면할수야 없지 않소. 오늘 루이진대좌는 원동전선군의 적지 않은 인원들을 쏘도전선으로 보내다보니 상당한 애로를 느끼고있다고 하더란 말이요. 그래서 좀 도와주자는건데 이걸 무슨 곁방살이를 하기때문이라고 보아선 안되오.》
안길은 무겁게 고개를 숙이였다. 지금까지 쏘련군과의 공동정찰을 위한 별동대나 중국부대들에 우리 인원들을 보내는 목적을 두고 그는 큰 착오를 가지고있었다. 우리 혁명의 익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임을 인정하면서도 2중적인 곁방살이를 하는 처지에서 어쩔수없이 쏘중 두 나라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딱한 사정때문인줄로만 생각해왔었다. 루이진대좌에 대한 불만과 반감도 그래서 생겨났다고 할수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것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기 위한 김일성동지의 바다같은 사려와 아량에 의한 일이였다.
《이 안길이는 아무래도…》
안길은 개탄하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당장 인원들을 선발하여 루이진대좌에게 보내주겠습니다.》
《동무가 그렇게 결심을 세웠으면 루이진대좌도 몹시 기뻐할거요.》
김일성동지께서도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미소를 지으시였다.
《우리 사람들을 보내는게 무척 알찌근하겠지만 좀 참아주오. 때가 되면 다 데려오게 될테니… 그건 그렇구, 래일 하게 될 군정간부회의 말이요. 이미 예정한대로 이번 회의에서는 조국해방을 위한 최후결전을 준비하는데 우리의 모든 힘을 집중시킬데 대한 문제를 토의하게 되오. 회의가 제대로 되자면 무엇보다 우리가 이제껏 진행해온 소부대활동의 성과와 경험을 잘 총화짓는게 중요하오. 성과와 경험뿐아니라 교훈까지도 옳게 찾아낸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도 명확히 밝혀질거란 말이요. 그래서 난 회의도 보고를 먼저 제기할것이 아니라 동무들의 토론부터 듣는 방법으로 하자는 생각이요.》
《예에, 그렇게 하면 회의참가자들이 문제토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창발적인 의견들도 많이 내놓을것 같습니다.》
《옳소. 그런 방향에서 토론준비를 실속있게 하도록 안길동무가 수고해줘야겠소. 그리구 이걸 보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우의 전보문을 안길에게 집어주시였다. 김책이 보내온 전문이였다.
안길은 전문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김책이 파견되여간 북만의 소부대가 곤경에 빠져있다는것을 대뜸 알수 있었다.
《김책동무가 고생이 많겠군요.》
《그런것 같소. 위탈도 또 재발했다는데…》
《차라리 김책동무를 소환해오는게 어떻습니까? 병두 치료하구 또 이제는 우리한테 일거리가 몇갑절 많아질텐데…》
《북만의 소부대활동을 정상궤도우에 끌어올린 다음에야 돌아오겠다는게 김책동무의 결심이요. 그게 참다운 혁명가의 품성이지.》
《회답전문을 어떻게 보내실 작정입니까?》
《래일의 군정간부회의가 그 대답을 줄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큰숨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