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9 회)
제 6 장
꿈과 리상
3
마쇄작업장에서 보내온 강냉이눈을 건조하여 기름을 짜는 착유작업장은 가공직장건물의 맨 마지막에 있는 1층이다. 작업장에는 방금 해체한 혼합응축기의 배출관들이 마구 되는대로 쌓여있었다. 그 한쪽에서 강수일처장이 김석진직장장을 비롯한 몇사람을 마주하고 억이 막혀 부르짖고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에?…》
불밝은데서 자세히 보니 강수일은 얼굴이 몰라보게 축가고 입술까지 부르터있었다. 그가 팔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이 배출관들이야 새로 제작해온게 아닌가, 에?》
《옳수다.》 나이많은 기능공이 헛기침을 하더니 느릿느릿 대답했다. 《이번에 기계공장에서 새로 만들어왔수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조립했기에 이 모양이 됐소, 에?》
강수일은 자기앞에 서있는 기능공과 다른 사람들을 무섭게 쏘아보고있었다. 그앞에 서있는 직장장과 기술자들속에서 몸이 갱핏한 공정기사가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제가… 맡아한것입니다.》
《동무가?》강수일은 가까스로 분노를 참고있었다. 《여, 동무, 동문 공정기사지? 이름이 뭐요?》
《최청일입니다.》
강수일이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손이 후들거리는것이 알렸다. 담배갑이 아니라 손수건이 나지자 그것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이제 이걸 누가 책임지겠소? 공정기사란 사람까지 이렇게 떨떨하니 이 책임을 누가 지겠는가. 그래 동무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소?》
그는 어느새 목이 쉰듯 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자기 등뒤에 와있는 림성하를 돌아보더니 온몸을 떨기까지 했다.
《기사장동무, 이 일을 어쩌면 좋소? 온 나라가 우리의 현대화를 도와나서고있는데 이걸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다니… 그래 기사장동문 일이 이렇게 될줄 몰랐소?》
림성하는 침울한 눈빛으로 터져나간 배관들을 살펴보았다. 크고작은 갖가지 굵기의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데 그중 몇메터정도 이어놓은 낡은 배관들이 터져나갔다. 그것은 전적으로 기사장인 림성하 자기의 잘못으로 빚어진것이였다. 자기가 새 착유설비들의 조립작업을 책임적으로 돕지 못하여 련결부위들의 호환성이 잘 맞지 않았기때문에 일부 낡은 관들이 거센 압출압력에 견디지 못하여 터져나간것이다.
식료공장들에서는 탕크, 관, 발브들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므로 모든 공정들에서 크고작은 수많은 관들의 호환성을 잘 맞추어야 하는것이다.
골이 잔뜩 난 기능공이 누구에게라없이 혼자소리로 두덜거렸다.
《최첨단설비를 만들어왔는데 거미줄 방귀 동이듯 해놓았으니 이렇게 될수밖에, 넨장!… 이래놓구선 우에다가는 그저 〈다 잘됐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거던.》
림성하는 터져나간 배출관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그가 하는 말이 자기를 두고 하는 로골적인 비난처럼 들려와 머리를 들수 없었다. 그랬었다. 자기가 강수일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심히 동의했던탓이였다.
그게 언제였던가? 강수일이 계획 대 실적을 따지며 그에게 으름장을 놓던 그날…
《기사장동무, 어쩌자는거요?》 강수일이 따져물었다. 《응축기 한대 조립하는데 한주일씩이나 걸리면 기일을 어떻게 보장하겠소? 이러다가 앞공정현대화가 늦어지면 누가 당앞에 책임을 지겠나 말이요?》 림성하는 손으로 눈두덩을 비비며 말했다.
《내가 현장에 나가보지요.》
《아니, 기사장동무야 오늘중으로 보이라시운전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됐소. 새 배출관이 모자란다구 우는 소리를 하는데 필요하면 그만큼 관길이를 짧게 조립할수도 있지 않소.》
《예?》
이렇게 되여 벌어진 일이였다. 관길이를 짧게 조립했으므로 그만큼 원료가 관을 통과하는 시간이 단축되였다. 다른 일에서는 시간을 단축하는것이 그렇듯 좋은 일이겠지만 여기서는 충분한 압을 보장하지 못하여 관이 터져나가고말았다.
이렇게 되여 벌어진 일이였다. 그러나 강수일은 자기가 지시했다는것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한심하구만! 누가 그렇게 하라구 했소? 왜 제멋대로 하는가 말이요.》
공정기사가 림성하에게 눈길을 던졌다. 기사장이 좀 해명해주시오! 하는 눈빛이였다. 하지만 림성하인들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런데 강수일처장은?… 그도 벌어진 일의 전말을 잘 알고있지 않는가. 그 자신이 공정기사의 의견을 묵살하고 다몰아치지 않았던가.
과연 이 사고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물론 책임을 지고 나서는건 무섭지 않다. 그러나 그 엄중한 후과는?… 림성하는 여전히 터져나간 관들에서 눈길을 옮기지 못하고있었다. 한 공정이 터져나감으로써 전체 공정이 멎어버린것이다. 그것들을 살펴보면 볼수록 속이 후들거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한바탕 열을 내던 강수일이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공정기사 최청일이 림성하를 잡아끌었다.
《아니, 이런 법이 어데 있습니까. 전 사실 혼합응축기와 기액분리기를 설계에 나온대로 자기 자리에 조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보짱을 까고 조립하자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위치를 옮기게 한게 누굽니까? 설계대로 하지 않았으니 옮긴것만큼 모자라는걸 낡은 관으로 이어놓을수밖에… 기사장동지, 이런 관료주의가 어데 있습니까. 예?!…》
공정기사의 말은 옳은것이였다. 설비위치를 옮겨놓으려면 모든것을 다시 따져보고 계산해야 한다. 잘못하면 공정상, 구조상 관길이의 높이가 맞지 않아 매질이 우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고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 때문에 련결관들의 저항이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르므로 낡은 관을 더 이어놓을 때는 정확한 수치계산을 해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강수일은 기일만 생각했다. 기술적으로 리해하지 못하니 아래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려먹인것이다.최청일이 그에게 부르짖었다.
《왜 말 못합니까? 기사장동지, 저 사람은 지시하고 가면 되지만 우린 여기서 당대 일해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까, 예?… 우린 한생 이 설비들을 돌려야 한단 말입니다!》
림성하는 눈길을 떨구고 몸을 돌렸다. 아무 말없이 유리간막이로 된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최청일이 따라오며 소리쳤다.
《기사장동지, 어델 갑니까?》
《내 처장을 만나겠소.》
그러나 그는 끝내 강수일을 찾지 못했다. 대신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엄중한 사고에 대하여 떠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