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 회)

제 5 장

더 높은 목표

 

14

 

그는 자주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안되였다. 마주오던 기중기차가 배기가스를 들씌우며 우당탕 멎어섰다.

운전사가 소리쳤다.

《매부!- 잘있었수?》

최두만이였다. 그가 일하고있는 건설기계공장에서도 곡산공장 앞공정현대화에 동원되였던것이다. 머리를 끄덕이며 지나치려는데 최두만이 또 큰 소리로 말했다.

《날 용서하우, 매부. 누이 마음이 그런줄 모르고 이놈이 미욱하게 놀았수다.》

《그건 무슨 소리요?》

《됐수다. 나두 매부가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구있수다. 누이두 그렇게 생각하구요. 자, 그럼 난 먼저…》

그는 다시 우당탕거리며 기중기차를 몰아갔다. 뒤에서 회오리치는 매캐한 배기가스…

림성하가 배관밑을 지나는데 또 길이 막혀버렸다. 이번엔 팔뚝만 한 굵기의 바줄퉁구리를 멘 로동자들이 앞에서 씨근거리고있었고 그뒤로는 절단용산소통을 밀차에 실은 용접공들이 길을 내라고 소리치고있었다.

《기사장동무, 빨리 오시우!-》

이번엔 천대삼이 그를 향해 소리치고있었다. 지배인과 당비서를 둘러싼 열관리공들이 보이라앞마당에서 웃고 떠들어대고있었다.

김윤걸지배인이 그를 보자 반갑게 소리쳤다.

《빨리 오시오. 아, 글쎄 이 사람들이 보이라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구만.》

또다시 터지는 너털웃음. 천대삼이 림성하를 잡아끌며 말하였다.

《기사장동지, 공장에선 경사가 났다고 야단이지만 우린 오늘부터 개밥에 도토리신세가 됐단 말입니다.》

《아니, 그건?…》

《새 보이라를 놓으면 넥타이를 매고 일한다는데 이 천대삼이야 탄먼지에 쩌들어 시꺼먼 천불이 됐는데 거기에 넥타이를 맨다면 무슨 꼴불견이겠소?》

정주선당비서가 놀란 시늉을 했다.

《천동무, 무슨 소릴 하오? 그러지 말고 빨리 넥타이를 매보오. 불을 보는 그 눈빛에 시뻘건 넥타이까지 매면 얼마나 멋있겠소. 응?》

《옳습니다!》

즐거운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열관리에서 제일 나이 어린 조룡학이 서운한듯 말했다.

《인젠 통밥도 다 먹었어요. 미분탄이 없어지고 우리 보이라두 현대화되니 말이예요.》

《그래두 좋아!》 열관리부직장장이 이렇게 소리치며 지배인을 돌아보았다. 《지배인동지, 보이라와 작별하는데 여기서 사진 한장 찍는게 어떻습니까? 기념으로!…》

정주선당비서가 찬성했다.

《그러기요, 동무들.》

그러나 지배인은 미간을 찌프렸다.

《헌데 이런 차림으로 찍겠소?》

열관리공들이 탄가루에 시꺼매진 작업복을 서로 쳐다보았다. 이런데 늘 습관되여있는 그들이였던것이다.

정주선당비서가 머리를 흔들었다.

《안되겠소, 얼른 가서 새 옷들을 갈아입소.》

《예, 알았습니다.》

열관리공들이 휴계실로 달려가며 림성하에게 당부했다.

《기사장동지두 함께 찍어야 합니다! 도망치지 말구요…》

호각소리가 울렸다. 팔에 《로동안전》완장을 낀 사람이 비켜서라고 신호기를 흔들었다. 최두만이 운전하는 대형기중기차가 부릉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그뒤로 안전띠를 맨 연공들이 벅작거리며 긴 쇠바줄을 늘이고있었다.

또 호각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신호기가 지붕꼭대기를 가리켰다. 지붕우에서는 철근과 트라스를 잘라내는 산소용접불이 번쩍거리며 쇠지지는 알싸한 냄새를 실어보내고있었다.

정주선당비서가 그를 잡아끌었다.

《자, 가기요! 기사장동무, 우리두 같이 찍읍시다.》

어느새 새 옷을 갈아입은 열관리공들이 보이라앞에 주런이 나와섰다. 모두가 깨끗한 외출복을 입고있었는데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도 있었다.

천대삼이 김윤걸과 정주선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남달리 큰 입을 실룩거렸다.

《지배인동지, 비서동지…》

그는 탄삽처럼 커다란 손으로 앞섶을 쓰다듬으며 눈을 슴벅거렸다. 무엇인가 말하고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것 같았다.

지배인이 단단한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꾹 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알만하오. 무슨 말을 하자는건지…》

당비서가 커다란 그의 손을 지그시 잡아쥐였다.

《천동무…》

눈물을 머금은 열관리공들이 모여들었다. 말없이 젖어드는 눈길로 열관리공들을 둘러보던 정주선당비서가 그들의 어깨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동무들!…》

《비서동지! 지배인동지!》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여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탄먼지에 시꺼매진 그들의 얼굴에서 눈물이 끓었다. 그리도 오래동안 지켜온 미분탄보이라, 힘들고 고되였던 보이라!… 그 보이라가 지금 자기의 사명을 다하고 영영 사라지는것이다. 바로 장군님께서 폭파해주시는것이다!…

사진기를 들고 나타난 행정부지배인이 소리쳤다.

《자, 찍겠습니다! 웃으십시오-》

그러나 누구도 웃지 못했다. 나란히 선 열관리공들도, 김윤걸지배인도, 정주선당비서도, 기사장 림성하도… 몇번이고 찍고 또 찍었다.

그것은 그저 보통사진이 아니였다. 과거와 결별하는 사진, 시대를 구획짓는 사진,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는 사진이였다.

《됐습니다!》 사진기를 거두며 행정부지배인이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동무들, 이 사진을 우리 연혁소개실에 붙이는게 어떻소? 이거야말로 공장의 산 력사기록이란 말이요.》

제일 나이 어린 조룡학이 손벽을 딱! 하고 쳤다.

《옳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로 그 력사의 주인공들이라구 말입니다.》

천대삼이 웃으며 그의 엉치를 철썩 갈겼다.

《이 녀석, 제 얼굴 자랑하는게 그렇게 좋으냐?》

조룡학이 얻어맞은 엉치를 문대며 볼부운 소리를 했다.

《쳇, 그게 뭐 나빠요? 천아바인 그저 나보구만…》

또다시 즐거운 웃음소리가 터져올랐다. 마냥 기쁘고 좋기만 한 그들이였다.

 

×

 

드디여 보이라를 해체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김윤걸지배인이 림성하를 소리쳐불렀다.

《기사장동무, 빨리 여기 오우.》

림성하는 2층에서 내려다보고있는 지배인에게로 급히 올라갔다. 김윤걸이 층막을 뚫고 7층천정에까지 닿아있는 집채같은 보이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보이라드람이 문제요! 드람이…》

이제 곧 들어내야 할 드람이란 보이라에서 물을 끓이는 기본탕크를 말한다. 무수한 수관이 련결되여있는 이 드람은 보이라의 심장부라고 할수 있다. 이 드람에서 공장의 수십개 직장을 돌리는 증기가 생산되는것이다. 때문에 다른 설비와 달리 수십톤이나 되는 보이라드람을 들어내는것은 보이라해체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김윤걸이 휑하게 까버린 창문에 다가서며 밖에 서있는 기중기차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기중기차 하나만 가지구 가능하겠소?》

림성하는 재빨리 머리속으로 계산해보며 대답했다.

《안됩니다.》

보이라드람의 무게는 수십톤에 달하는데 지금 기중기차의 공칭능력은 그 절반밖엔 안되는것이다.

《그럼 한대 더 있어야 한다는게 아니요?》

《예. 이미 다른 중형기중기차를 대기시켜놓았습니다. 아, 저기 오고있지 않습니까.》

지배인이 그가 가리키는 뒤길로 눈길을 돌렸다. 마침 중형기중기차가 현장에 들어서고있었다.

《그럴줄 알았소, 기사장동무, 자 그럼 내가 저 기중기차를 맡겠소.》

지배인은 어느새 탄먼지가 깔린 좁은 쇠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림성하는 밑에 서있는 기중기차에 소리쳤다.

《빨리, 이쪽으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내다보고있던 최두만이 대꾸했다.

《알았수다.》

두대의 기중기차로 동시에 들어올리면 가능할수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기중기차들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앞으로 넘어지며 코밀이를 할수도 있다. 그러면 무서운 결과가 차례진다.

림성하는 최두만이 드람의 반대쪽으로 차를 움직여가는것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머리속으로 력학계산을 해보았다.

그때였다. 그 어떤 이상한 예감에 그는 머리를 홱 돌렸다. 순간 갑자기 숨이 꺽 막혔다. 어느새 입을 벌리고… 굳어져버렸다.

《아니?!》

믿을수 없는 일이였다. 바로 눈앞에 안해인 최은경이 서있는것이 아닌가!…

《여보, 제가 왔어요!…》

림성하는 얼나간듯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지금쯤이면 료양소에서 치료받고있을 안해, 그가 이렇게 왔다는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어디선가 나타난 정국이가 그에게로 달려갔다.

《엄마!》

울음섞인 목소리, 그는 몸을 떨었다. 헉! 하고 숨을 내쉬였다. 정국이의 뒤에서 눈굽을 훔치는 송해연도 알아보지 못했다. 고령의 할머니가 허둥거리며 그 애에게 달려가는것도 알지 못했다.

《엄마!》

어푸러지듯 마주 달려온 안해가 어린 정국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정국아!…》

《엄마!… 왜 이제야 오나, 응?…》

아들애를 부둥켜안은 안해는 정신없이 아이를 쓰다듬고있었다. 울고웃으며 중얼거리고있었다.

《정국아, 보고싶었다! 보고싶었어.… 얘야, 정국아.… 다신 너를 떼여놓지 않을게. 응? 인젠 엄마랑 같이 살자!…》

림성하는 자기가 어떻게 안해에게 다가갔는지 알지 못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있는 안해와 아들애…

송해연이 안해를 부축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기사장동지, 의사선생님들이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당비서동지가 정국이 어머니를 데려왔어요!》

《뭐? 비서동지가?…》

《그런데 왜 가만있어요? 이렇게 정국이 어머니가 돌아왔는데!…》

《…》

안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흠씬 젖어있는 두눈.

《정국이 아버지, 절 용서하세요!… 영영 당신곁을 떠나려했던 이 못난 녀잘… 용서해주세요.》

영영 떠나려했던?!… 순간 반가움에 끓어오르던 가슴이 얼음에 찔린듯 했다. 왜서인지 마음이 아팠다. 그 어떤 노여움에 고함이라도 터져나올것 같았다.

《헌데 왜 한마디도 귀띔하지 않았댔소? 왜 나한텐 말하지 않고 갔는가 말이요?!… 그래 당신보기엔 그리도 이 남편이 미덥지 못하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꽉 움켜쥔 손아귀에서 대화기건반이 눌리워지는것도 알지 못했다. 신호를 받은 상대방이 코맹맹이소리로 찾고있는것도 알지 못했다. 얼마나 괴로왔던가.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던가. 오해와 불신, 아픔과 괴로움…

눈물에 젖은 안해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흐느껴울었다.

《저를… 욕해주세요! 어서… 마음껏 때려주세요! 전 당신이 마음괴로와할가봐… 큰 공장의 기사장인 당신에게 내가 무거운 짐이 될가봐…》

숨막힌듯 토막토막 끊어지는 말.

《달리는 할수 없었어요. 그렇게밖엔 더!… 난 정말 못난 녀자예요. 당신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녀자예요!…》

순간 명치끝이 뻐근해왔다. 저도 모르게 눈굽이 쿡 쑤셨다. 가슴이 미여졌다. 언제한번 애틋하게 사랑해준적도 없는 안해, 한껏 정을 쏟으며 위해준적도 없는 안해… 하건만 누이같은 너그러움으로 남편의 온갖 요구를 다 들어주고 사려깊은 어머니처럼 사나이의 못난 응석까지도 다 받아준 안해…

정국이가 그에게 매달렸다.

《아버지!…》

림성하는 어린것을 부여안고 얼굴을 비비였다. 정신없이 아들애의 손이며 팔에 입맞추면서 두눈을 감았다. 여보, 용서하오! 나야말로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없는 남편이요!…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당신만을 탓해온, 끝까지 나무람하고 오해한 나를 용서하오. 돌덩이 같았던 이 심장을, 병모가지처럼 속이 좁았던 이 남편을 부디 용서해주오!…

그는 감았던 두눈을 뜨고 안해를 바라보았다. 안해도 눈물에 젖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있었다. 뜨겁게 부딪치는 두눈길,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을 지켜보고있다는것도 알지 못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정주선당비서며 머리를 돌리고 눈굽을 찍고있는 석우진, 서로 손을 맞잡고있는 90고령의 할머니와 송해연…

그때 석우진이 다가오며 말했다.

《기사장동무, 저기서 지배인동무가 찾소.》

림성하가 돌아보니 김윤걸지배인이 뭐라고 손짓하다못해 대화기를 꺼내드는것이 보였다. 이어 호출음이 울렸다.

《기사장동무, 보이지 않소?》

《예? 뭐가 말입니까?》

《기중기발통이 들리고있는거 말이요.》

《아, 미안합니다!…》

정국이를 안해에게 넘겨준 그는 달려갔다. 자기가 무엇때문에 미안하다고 했는지 그것도 생각해볼새가 없었다.

《매부!-》

최두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쪽에 대고 한손을 홱 내저었다. 알고있어! 발통이 들린다는거지… 그는 창백한 얼굴로 보이라드람을 쏘아보았다. 당장 그 자리에 내리꽂힐듯 흔들거리는 육중한 물체, 위험하게 들린 기중기차의 앞바퀴… 더는 들수도 없고 제자리에 놓을수도 없다. 오직 끝까지 내리우는 수밖에 없는것이다. 그러나 실패하는 경우엔?… 모든것이 끝날것이다. 기중기차도 보이라드람도 그리고 생명까지도…

눈앞에 수송대장이 띄우자 그가 소리쳤다.

《지게차가 어디 있소?》

《예, 다 생각이 있수다.》이렇게 맞받아 소리친것은 공무직장장이다. 《저기 오고있지 않습니까.》

마침 균형추를 실은 지게차가 오고있었다. 지게차운전수의 옆에는 석우진이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기중기차의 균형중추대에 여러톤이나 되는 그 균형추를 올려놓았다. 그것들을 발통에 눌러주자 드람무게에 못이겨 앞으로 꼬꾸라질듯 하던 두대의 기중기차가 다시 허리를 꼿꼿이 폈다.

기중기차가 용을 썼다. 메여지게 쓸어나오는 배기가스, 탕탕탕!… 금시 튕겨날듯 푸들거리며 소리를 내는 쇠바줄, 사람들이 모두 긴장해졌다. 조금씩 우로 들리는 중량물… 림성하는 열관리직장장의 손에서 신호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이편저편에서 중량물을 물고있는 기중기차운전석에 대고 열심히 흔들었다. 맘놓고 들어올리라는 신호였다. 그쪽에서 손을 흔드는것이 보였다. 왼편에서는 지배인, 오른편에서는 정주선당비서가 그를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들이 웃고있는 모습을 보자 무엇때문인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니, 눈물이 날것 같다. 내가 왜 이러는것일가.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마음여린 사람이여서 그러는가?…

《기사장동지!- 왼쪽 기중기차가 재채기합니다!》

누가 소리쳤는지… 그러나 그런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는 왼쪽 기중기차가 중형급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바줄!》 소리쳤다.

마치 기다리고있었던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팔뚝만 한 바줄퉁구리를 들고 달려가 앞발에 비끄러매였다.

《당겨라!-》

그뿐만아니라 직장장과 숱한 로동자들이 일시에 소리치는것이였다. 모두가 생사를 건 판가리싸움에 나선것처럼 거기에 숨길을 얹고 가슴을 조이고있는것이다.

《당겨라!-》

이때 뒤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가슴을 두드렸다.

《여보, 좀 더 크게! 더 크게 소리치세요!…》

한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치고 힘이 진한듯 한, 딴사람들은 전혀 가려들을수 없는 작은 목소리, 하건만 이 세상 제일 큰 그리고 가장 정찬 목소리였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것은 사랑하는 자기의 남편이 더 굳세고 더 뜨겁고 더 강해지기를 바라는 안해의 목소리였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정국이를 안은 안해가 눈물에 젖은 얼굴로 밝게 웃고있었다.

《어서요. 더 크게 소리치세요. 더 힘껏, 더 크게!》

어린 정국이도 손을 내흔들며 종알거렸다.

《아빠, 더 크-게!》

손을 흔들어준다. 가장 귀중한 두사람, 안해와 아들애가 눈물에 젖는 그의 마음을 흔들어준다.

그는 이 세상 제일 아름다운 녀자를, 제일 귀중한 사랑을 보고있었다. 그 사랑에 미소를 지어보이고싶었다. 그 안해에게 정찬 미소로 감사를 보내고싶었다. 하여 그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고맙소! 은경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늘 내곁에 서있어주오. 지금껏 말 한마디 없이 나를 떠밀어주고 고무해준것처럼 말이요. 언제나 나의 귀중한 동지였고 다정한 누이였고 안해이면서 또 자애깊은 어머니였던것처럼 말이요!…》

보이라해체가 끝나자 잔등이 화락하게 땀에 절은 정주선당비서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기사장동무, 오늘 저녁은 모두 우리 집에 가기요.》

《왜 말입니까?》

《우리 어머니 명령이요.》

《할머니가요?》 림성하는 안해를 쳐다보며 시무룩이 웃었다. 오늘은 가고싶지 않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안해를 만났는데…

정주선당비서가 소리내여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빼앗을가봐 아깝소? 갓 마흔에 첫 버선도 아닌데…》

최은경이 얼굴을 붉히며 남편에게 눈을 흘겼다.

《여보, 할머니분부인데 감히 거역하다니요?》

정국이도 종알거렸다.

《나두 갈래, 할머닌 나 제일 고와해!…》

림성하는 할수 없다는듯 정주선에게로 돌아섰다.

《알겠습니다, 비서동지!》

그가 군인들이 그러는것처럼 거수경례를 붙이자 정주선은 호탕하게 웃었다.

《좋소, 쉬엿하시오!》

좋은 밤이였다. 어디선가 실려오는 싱그러운 나무잎냄새… 은은한 달빛이 비쳐오는 저 하늘가에서는 수천,수만의 뭇별들이 금빛눈을 빛내이며 서로 무엇인가를 속삭이고있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