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5 장

더 높은 목표

 

13

 

지배인의 넓은 방에는 각 성, 중앙기관의 책임자들로 꽉 차있었다. 뒤늦게 들어선 림성하가 빈자리를 찾는데 앞탁에 앉아있던 식료일용공업상이 앞에 있는 긴 탁을 가리켰다.

《기사장동문 여기 나와앉소.》

림성하는 탁에 둘러앉아있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과 담당국장인 석우진, 지배인 등을 바라보았다. 지배인이 자기옆에 있는 의자를 그에게 당겨주었다.

《자, 기사장동무.》

각 성, 중앙기관의 책임일군들이 모인 회의지만 곡산공장의 앞공정현대화를 위한 대책토의사업이니만큼 공장일군들이 중심이 되고있었다.

림성하가 자리를 잡자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이 일어났다.

《오늘부터 평양곡산공장의 앞공정현대화를 위해 강력한 현대화 상무가 다시 조직되게 됩니다. 총책임자는 식료일용공업상입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였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의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그리고 종합분과, 시공분과, 설계분과, 설비해체 및 제작분과, 자재분과, 운수분과, 후방분과 등 분과들이 있게 됩니다.》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은 각 분과의 책임자들을 알려주고나서 지배인 김윤걸에게 나직이 말했다.

《지배인동무, 그럼 조직사업을 하시오.》

《예.》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첩을 펴들면서 여러 단위의 일군들이 무엇부터 모를 박고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력점을 찍어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수첩에 무엇인가 적기도 했다.

림성하도 고개를 숙이고 사업수첩에 부지런히 적어놓고있었다. 앞공정설비장악, 대형기중기차준비, 용접 및 절단용산소대책…

그런데 귀전에서는 여전히 안해의 목소리가 울리고있었다. 방금전 전화로 말하던 안해의 목소리, 아들애와 남편이 보고싶었다던 안해, 그 목소리에 한순간 숨이 막히는감을 느꼈다. 무엇때문에 가슴이 후두둑 뛰였는지 알수 없었다. 놀라움과 기쁨때문이였던가?…

그는 머리를 저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털어버리며 회의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건설기계에서는 중기계를 보장하게 되여있지요?》

지배인의 물음에 몸이 부한 건설기계일군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런데 지금 수십톤급의 그 기중기차가 다른데 동원되여있습니다. 대신 작은 기중기차를 보내면 어떻겠는지…》

지배인이 묻는듯 한 눈길로 림성하를 쳐다보았다. 《어떻소, 기사장동무?》하는 의미였다.

《안됩니다.》 림성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앞공정설비들은 거의다 대형중량물들입니다. 작은 10톤급아래 기중기차들은 어림도 없습니다.》

식료일용공업상이 지배인에게 뭐라고 했다. 그러자 지배인이 웃으며 남들도 다 듣게 큰 소리로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에서는 우리 기사장동무만큼 밝은 사람이 없습니다.》

식료일용공업상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지배인이 계속했다.

《그래서 난 기사장동무가 마저 조직사업을 하는게 좋겠다고 봅니다.》

《좋소.》 총책임자인 식료일용공업상이 동의했다.

《그렇게 합시다.》

림성하는 고마운 눈길로 지배인을 쳐다보았다. 지배인이 어서 시작하라는 의미로 눈짓했다.

비로소 림성하는 수첩을 펴들고 시작했다. 지배인이 그러듯이 허리를 쭉 펴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머리속에 환한 수자들을 불러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 공장사람들에게는 더 엄하게 따져묻기도 했다.

《설비과에서는 기중기차가 작업해야 할 대형설비들을 빠짐없이 장악하시오. 앞공정설비해체는 우리 공장자체로 하겠습니다.》

《예, 알았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곧추 세운 두손가락으로 가볍게 앞탁을 그루박던 식료일용공업상이 림성하에게 말했다.

《여기서 누구보다 중요한건 기사장동뭅니다. 기사장동문 현대화분과와 긴밀한 련계밑에 앞공정설비해체에서 나서는 모든 기술문제를 책임져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렸다. 마음여린 사람으로 알려진 기사장이 지금은 공장의 직장장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공장, 기업소의 기관책임자들을 지휘하고있는것이다.

순간 림성하는 그 어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맞은편창가로 눈길을 옮겼다. 활 열어놓은 창문에서 좀 떨어져 정국이를 안은 송해연이 내다보였던것이다. 그와 눈길이 마주치자 송해연이 뭐라고 급히 손시늉을 했다. 입놀림으로 보아 《정국이 엄마》라고 하는것 같았다. 그이상은 아무것도 알아볼수 없었다. 정국이 엄마가 뭐 어쨌다는건가? 그리고 아들애는 또 어떻게 송해연이와 함께 있는지?… 오늘따라 자꾸 안해를 상기시키는 일만 생기는것이 이상했다. 그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방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앞공정현대화의 첫 단계는 보이라해체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이때 그의 옆에 앉아있던 석우진국장이 그에게 요구했다.

《그건 나에게 맡겨주시오, 기사장동무.》

림성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국장동진 현대화지휘부만 보자해도 바쁩니다. 까고 부시는건 우리 공장자체로 다 하겠습니다.》

《누가 한단 말이요? 지배인두 기사장두 다 맡은게 큰데…》

림성하는 들고있는 수첩을 탁 소리나게 덮었다.

《왜 없겠습니까?》 그는 회의장을 둘러보았다.《그건 우리 당비서동지가 맡기로 했습니다!》

《당비서동무가?》

《집행위원회에서 그렇게 토론했습니다.》

석우진국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앉은 지배인도 긴장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석우진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이 곡산공장의 보이라는 나와 오랜 인연을 가진 보이라입니다. 그 보이라는 미분탄공이였던 아버지때부터 뿌리깊은 인연을 맺은 보이라이며 우리 공화국에서 제일 오래된, 제일 년로한 보이라입니다. 헌데… 그 보이라를,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그 보이라를 이 석우진이 넘어뜨리면 안됩니까?… 옛 미분탄공의 아들인 이 석우진이 말입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나서 그는 림성하를 돌아보았다.

《기사장동무, 부탁입니다! 그 낡은 보이라해체를 이 석우진에게 맡겨주시오. 아예 송두리채 들어내게 해주시오!…》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무릎에 펴놓은 사업수첩에 무엇인가 급히 적어넣기도 하고 옆사람과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이때 뒤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옳습니다! 그건 국장동지에게 맡겨야 합니다.》

모두가 그쪽을 돌아보았다. 정주선당비서였다.

정주선당비서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전 전적으로 국장동지의 의견을 지지합니다. 기사장동무, 보이라해체를 국장동지에게 맡깁시다. 국장동지가 책임지고 제가 적극 돕겠습니다.》

석우진이 그의 손을 더듬어잡았다.

《고맙소, 비서동무! 정말 고맙소!…》

《무슨 말씀을… 우리 손잡고 낡아버린 그 모든걸 깨끗이 청산합시다. 위대한 장군님의 높으신 뜻대로 송두리채, 밑뿌리채 들어냅시다!》

림성하는 무엇인가 아름차고 벅찬것이 가슴을 꽉 채우는것을 느꼈다.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다시 회의장을 울렸다. 이번에는 총책임자인 식료일용공업상이였다.

《이제부터 설비해체전투가 시작됩니다. 동무들, 곡산공장의 현대화를 책임적으로 도와줍시다. 이번에도 장군님께서는 많은 자금을 평양곡산공장 앞공정현대화에 돌려주시였는데 장군님께서 의도하신대로 일을 잘합시다. 최단기일내에 앞공정까지 모두 현대화하여 기쁨을 드립시다.》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환희에 찬 속삭임소리…

모임은 끝났다.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전투장으로 향하는 걸음들이였다.

그때 손전화신호가 울렸다. 들여다보니 아까 왔던 그 전화번호다.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여보시오!》

석쉼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정주선당비서였다.

《뭘하고있소? 당장 보이라해체를 시작해야지.》

《예, 지금 가고있습니다.》

그는 서둘렀다. 그렇다. 일단 결심했으면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니,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래일이면 늦는다. 이것이 바로 시대의 요구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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