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3 회)
제 5 장
더 높은 목표
12
림성하는 대학교원, 연구사들과 함께 당과류생산현장에서 종합포장기의 작업상태를 지켜보고있었다.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서 교원, 연구사들과 합심하여 만든 우리 식 자동포장기였다.
그는 그냥 걸으면서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손전화기에서 호출신호가 왔던것이다. 액정판을 들여다보니 당비서의 전화번호였다.
《예. 비서동지, 제 기사장 림성하입…》
갑자기 굳어졌다.
《여보세요!…》
당비서가 아니라 녀자의 목소리였다. 손전화기를 눈앞에 바투 당겨 액정판에 나타난 상대방 전화번호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분명 정주선당비서의 전화번호이다.
녀자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
무척 귀에 익은 목소리,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혹시 잘못 들었는가?…
《정국이 아버지, 저예요. 은경이예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뭐, 누구라구?… 저도 모르게 헉 숨을 들이그었다. 안해의 목소리였다.
《아니, 당신이?》
그는 급히 손전화기를 입가까이에 가져갔다.
《여보! 어떻게 된거요? 응? 몸은 좀 어떻소? 그리구 당비서동지의 그 손전화기는 또 뭐구?》
저쪽에서는 아무 말도 못 들은듯 했다. 손전화기에서는 토막토막 끊기는 안해의 목소리가 그냥 울려나왔다.
《보고싶었어요! 무척… 정국이와 당신이…》
저도 모르게 손전화기를 꽉 틀어쥐였다. 목소리가 높아진다는것도 알지 못했다.
《뭐라구? 어떻게 됐다구?… 의사협의회? 가만, 이거 손전화기가 왜 이래?》
그때 지나가던 당과류직장의 녀성로동자들이 그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기사장동지.》
《예.》
머리를 끄덕이는데 뒤에서 당과류직장장 김진호가 모자를 벗어쥐고 달려왔다.
《기사장동지, 이거 죽여주는구만요!… 글쎄, 엿절단기가 가동하지 못합니다, 쩍쩍 달라붙으면서…》
《아직두?》
《아직이라니요. 랭온풍기 석대 가지고 됩니까? 여름이 한창인데…》
그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엿절단기가 가동하지 못한다는것은 날이 더워 수분함량이 많아진다는 소리이다. 당과류제품은 기계제품과 달라서 물성을 많이 띤다. 다시말해서 물기의 영향을 받는다는것이다. 하여 장마철에는 생산을 멈추고 기대정비를 하는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도 례외로 되지 않고있다.
그는 소형밀차에 물엿을 싣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여주며 직장장에게 말했다.
《내 그래서 한대 더 설치하라고 지시했는데 아직두 못 받았단 말이요?》
《예,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중으로 설치하시오.》
《알았습니다. 이거 죽여주는구만.…》
그가 물러가자 림성하는 급히 손전화기를 입가까이에 가져갔다. 목소리를 낮추어 재빨리 속삭였다.
《여보, 내 말이 들리오?…》
안해는 기다리고있었다.
《예, 듣구있어요.》
이때 유리간막이 저쪽에서 기술준비실실장이 큰소리로 말하며 다가왔다.
《기사장동지, 새 원단위소비기준을 작성했는데 우에서 반대합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그는 그냥 걸으며 손짓했다.
《그렇다고 낡은 기준으로 낮출수야 없지 않소. 그러니 다시 토론하기요.》
《예, 알겠습니다.》
림성하는 다시 손전화기를 귀에 바싹 가져갔다.
《여보, 그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요? 응? 전화는 어디서 하구?》
이번에도 안해와 끝까지 통화할수 없었다. 울상이 된 오복금이 그를 막아섰던것이다.
《기사장동지…》
오복금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일이요?》
《난 막… 죽구싶어요!》
림성하는 눈살이 꼿꼿해졌다. 이건 또 뭔가?… 그가 막 소리치려는데 손전화기에서 안해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정국이 아버지, 지금 바쁠텐데 후에… 다시 전화하겠어요.》
《후에?… 언제 말이요? 좀 있다가?… 알겠소! 그럼 내 기다리겠소!》
림성하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손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뜻밖이였다. 소식을 전해도 응답이 없던 안해가 먼저 전화를 걸어온것이다. 더구나 당비서의 전화기로…
오복금이 또 우는 소리를 하고있었다.
《난 여기서 더 일하구싶은데…》
림성하는 눈살을 찌프리며 소리질렀다.
《헌데 갑자기 왜 죽구싶다는거요?》
오복금이 코밑을 훔치며 훌쩍거렸다.
《글쎄, 나 같은건 인젠 필요없다지 않나요.》
림성하는 허거프게 웃고말았다. 참, 녀자들이란…
《그래, 지금 대동강에 나가던 길이요? 거기에 나가 물에 빠져 죽을려구?》
오복금의 두눈이 올롱해졌다. 붕어처럼 입을 벌리고 신기한듯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보오?》
《아니, 기사장동지두 그렇게 롱을 할 때가 있구만요?》
손을 홱 내저은 림성하는 농축물늘임공정인 전신기옆을 지났다. 앞에 있는 커다란 랭각원통이 천천히 돌면서 달큰한 냄새가 스민 더운 김을 피워올렸다.
《아, 기사장동지.》 오복금이 복도에 나서는 그를 따라와 붙잡았다. 《고급기능공이 죽겠다구 하는데… 그리도 무정할수가 있나요? 그래두 난 기사장동지가 죽는다구 할 때… 너무 가슴아파 밤새껏 울었는데…》
림성하는 눈살을 찌프리며 바람새는 소리처럼 말했다.
《내가 언제 죽는다고 했소?》
오복금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구… 전번에 기사장동지가 검열받을 때 말이예요. 다들 기사장동지가 죽는다구 했지만 난 그래두 끝까지 믿구…》 갑자기 오복금이 그의 턱밑에 바싹 다가섰다. 《아니, 기사장동지. 우리 공장 아낙네들 말투가 이렇다는걸 그래 여직 모릅니까? 예?》
그는 손을 내저었다. 이 드살이 센 녀자들… 안해인 최은경은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참, 안해가 이자 어데서 전활 했나? 당비서동지의 손전화기로 한건 또 뭐구?…
그러나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할수 없었다. 오복금이 또 뭐라구 말했던것이다. 그는 언짢아하며 물었다.
《그래, 말하자는게 뭐요?》
오복금이 또 울먹거렸다.
《인젠 나 같은건 공장에서 나가야 한다지 않아요. 콤퓨터가 다 대신한다면서… 저것 보세요, 저 한정민선생이 처녀들한테만 콤퓨터를 배워주는거…》
림성하는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유리문너머로 새로 꾸린 종합조종실이 보였다. 밝고 환한 종합조종실!… 커다란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있는 정교한 탁에는 여러대의 콤퓨터가 놓여있고 눈부시게 하얀 맞은편 벽에 설치한 대형현시화면에는 감시조종프로그람으로 조종되는 생산공정이 펼쳐져있었다.
거기서 콤퓨터를 마주한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한정민이 두눈을 빛내이고있는 정춘심이와 여러명의 처녀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있었다. 그 처녀들은 공장에서 현대화된 공정을 위해 콤퓨터단기강습에 선발하여 보냈던 처녀들이였다. 그들은 정신없이 한정민의 강의를 수첩에 적고있었다.
《…감시조종준위에서는 현장준위로부터 들어오는 공정자료분석을 진행하며 장치상태의 검사 및 진단과 경보처리를 진행합니다. 자, 보십시오. 프로그람을 실행시키겠습니다.》
콤퓨터에 마주앉은 한정민이 건반을 눌러 해당한 조작을 하자 대형현시화면에 프로그람으로 조종되는 당과류생산공정이 나타났다. 그는 마우스지적자를 옮겨가며 화면에 나타난 매 개별적인 부분공정들을 설명했다.
《자, 이렇게 종합감시조종체계는 공정기사 한사람이 콤퓨터조작으로 전체 생산공정을 감시하면서 설비를 운영하게 되여있습니다. 때문에 사탕, 과자의 질은 바로 여기에 있는 동무들에 의해서 결정되게 됩니다.》
오복금이 볼이 부어 두덜거렸다.
《인젠 알만 하지요, 내가 왜 죽겠다구 했는지?… 자, 가서 직접 들어보라니까요.》
《아, 이거 왜 그러오?》
바빠죽을 지경이지만 그는 하는수없이 오복금에게 끌려 종합조종실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한정민이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기사장동지.》
처녀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림성하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오복금이 나서면서 한정민에게 따지듯이 말한다.
《그래, 연구사선생. 우리같이 나이든 녀자들은 다 필요없다구요? 그래, 인젠 고운 처녀들만 필요하다는거예요?》
한정민이 얼굴을 붉혔다. 그가 바빠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내가 뭐랬기에?…》
《연구사선생이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같은 녀자들은 배안의 애기를 놓고 룡꿈을 꾸지만 저 처녀들은 피형까지 보는 무슨 꿈을 꾼다구요.》
한정민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참,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아주머니같은 고급기능공들이 눈으로 보고 사탕의 질을 안다고 자랑하지만…》
《그래서요?》
《그건 녀성들이 룡꿈을 꾸었다고 해서 배속의 아이가 남자애라고 장담하는거나 같다구 했지요. 하지만 콤퓨터는 그 애의 성별은 물론 피형까지도 정확히 알아내는 그런 큰 차이가 있다는걸 말했던겁니다.》
오복금이 홱 돌아섰다.
《보란 말이예요! 뭐라구 말하나!…》
림성하는 한정민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정춘심이도 처녀들과 소근거리며 키득거렸다.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나 안 끼우는데 없고 모르는게 없는 소문이, 사탕의 색갈만 보고도 농축물의 온도며 습도, 그 배합비률까지 가려보는 오랜 고급기능공… 언젠가 아프다고 공장에 나오지 않는 그를 찾아 집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오복금은 깜짝 놀라 부엌에서 끓이던 사탕가마를 감추었었다. 공장에는 나오지 않고 몰래 사탕을 만들고있었던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림성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빠트에서 극성스러운 녀자로 소문났수다. 일 다니느라 힘들텐데 시부모들에게 극진하지요. 또 인정이 많아서 남의 일이라면 손시린줄 모르구…》
오복금이라는 이름보다 소문이로 더 잘 알려진 녀자, 그는 당과류직장적으로도 제일 기능수준이 높고 실적도 많아 여러번이나 공장신문에도 났었다. 이런 기능공이여서 새 당과류설비 시험생산때문에 찾아왔는데 그 말썽많은 오복금이 시부모공대도 잘하고 가정에도 충실한 녀자인줄은 미처 몰랐었다.
시어머니가 또 며느리 자랑을 했다.
《공장에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게 불쌍해서 이 시에미가 한마디 했지요, 집에 들어오라구… 했더니 며늘애가 하는 말이 곡산공장이 현대화되여야 사탕, 과자가 폭포처럼 쏟아진다는게 아니겠나요. 그래야 우리 손주들도 사탕을 실컷 먹게 된다면서… 내 그런 며느리가 용해서 공장일때문에 늦게 들어와도 탓하지 않수다. 그리구 속으로 기뻐했지요. 며느리말대로 평양곡산공장이 현대화되면 락후한 송팔사탕같은건 다시 안 나오겠구나 하고말이우다. 그렇지요? 기사장동지.》
림성하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었다.
송팔사탕!… 그게 언제적 일이였던가. 어느 한 할머니가 송신-팔골행 뻐스에 오르면서 입에 넣었는데 너무 굳고 녹지 않아 마지막정류소인 팔골에 도착할 때까지도 입안에 그대로 있었다는 사탕… 하여 사람들은 그 사탕을 《송팔사탕》이라고 불렀던것이다.
사탕은 인간생활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는것이다. 사탕을 이루고있는 탄수화물은 사람의 몸에 필수영양소의 하나로서 인간의 활동에 네르기의 원천으로 되기때문이다. 하기에 지금 우리는 더 질좋은 사탕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있다.
오복금이 말한것처럼 영양학적으로나 그 질에 있어서나 세계적수준에 오른 달고 향기로운 사탕을… 그때면 어제날의 송팔사탕도 옛말로 될것이다.
이런 생각에 림성하는 웃으며 오복금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색갈만 보고도 사탕이 잘됐는지 안됐는지 알아보는 그 눈에다가 콤퓨터의 눈까지 보태주면 얼마나 좋소. 그러면 우리가 만드는 사탕이 세계적인것이 되겠는데… 바로 그걸 위해서 우리 연구사동문 나이든 녀자들도 다 콤퓨터교육을 시키겠다고 마음먹고있단 말이요.》
《아니, 뭐라구요? 기사장동지, 그러니 우리 같은 아낙네들두 콤퓨터를 배울수 있단 말이지요? 예?》
오복금이 처녀들처럼 손벽을 치며 기뻐했다.
그건 사실이였다. 지금 당과류생산은 원료공급으로부터 마지막 제품포장에 이르기까지 전공정이 콤퓨터종합감시조종체계에 의해 자동적으로 움직이고있다. 때문에 콤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가 누구든 새 기계를 다루어낼수 없다. 그래서 공장당위원회에서는 대학교원들이 조직한 강의에 일군들과 기술자들만이 아니라 로동자들도 다 참가시키기로 토론했던것이다.
《그러니 오복금아주머니, 한정민선생의 강의에 빠지지 말구 이 처녀들처럼 CNC래력이랑 잘 들으시라구요.》
《그럼 우리 같은것들두 최첨단으로 갈수 있다는거지요?》
《아니, 몇번이나 말해줘야 믿겠소?》
순간 오복금은 유리문을 열고 나가며 소리쳤다.
《반장이요, 반장이요!》
용해가마쪽에서 위생복을 입은 조성희반장이 나타났다.
《어떻게 됐어?》
오복금이 달려가 그의 두손을 얼싸안았다.
《됐어요! 기사장동지가 약속했어요. 우리한테두 콤퓨터를 배워주겠다구!》
《그래? 야, 됐구나!》
문을 열고 나서는 림성하를 보자 녀인들은 현장입구에 설치한 공기차단기까지 마주 달려왔다. 조성희반장이 먼저 림성하의 팔을 부여잡고 힘껏 흔들어댔다.
《그저 우리 기사장이 제일이예요. 늘 봐야 우리 아낙네들을 생각해주는건 기사장동지라니까요.》
《허참, 무슨 소릴…》
《아니예요.》 조성희반장이 또 그의 팔을 흔들었다. 《내 30년동안 일해오면서 고급기능공이랍시구 껄렁껄렁 해먹었지만 인젠 안되겠시요. 직장이 현대화되니 우리같은건 장마철에 물러빠진 참외신세가 됐단 말이예요.》
오복금이 얼른 맞장구를 치며 유리문으로 내비치는 한정민을 가리켰다.
《옳아요! 저렇게 콤퓨터를 척척 다루는 연구사들을 보구 용쿠나, 정말 용쿠나! 했더니 아, 글쎄 그 선생님들이 겨우 19살, 20살이 아니예요? 그러니 암만 고급기능공이라도 우리 같은 아낙네들이야 공장에서 쫓겨날수밖에…》
오복금은 또 손을 입에 가져가며 울먹거렸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목소리도 젖어들었다.
《글쎄, 내가 공장을 떠나면 어디루 가겠나요. 고난의 행군때도 사직하지 않았는데… 사실 난 자식들을 위해서 곡산공장에 들어온 녀자예요. 탁아소, 유치원애들한테 사탕, 과자를 만드는 엄마가 되려고 결심했던거지요.… 땀흘려 힘껏 일하면 그만큼 아이들에게 사탕 한알이라도 더 차례질거라구 생각하면서 맘먹구 일하니 저절로 고급기능공두 됐구요. 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애들한테 사탕을 맘껏 먹이지 못해 속상했는데 글쎄, 우리 장군님덕분으로 사탕이 막 쏟아지게 된 오늘에 와서 밀려난다고 생각하니…》
림성하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뭘 그럽니까. 다 알고있습니다. 우리가 아주머니같은 고급기능공을 왜 놓치겠소. 콤퓨터강습에 참가해서 최첨단기술까지 갖추면 앞으로 더 떠받들리겠는데.》
오복금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곱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기사장동지!…》
《아, 됐소.》
림성하는 손을 홱 내저었다. 터무니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것 같다. 그는 바삐 정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어느새 뒤쫓아온 오복금이 또 그를 붙잡았다.
《기사장동지요, 한마디만 더…》
《아니, 또 뭐요?》
그냥 걸음을 옮기려던 림성하는 그만 멎어섰다. 이번엔 오복금의 눈가에 핑 어린 눈물이 그를 못박아세운것이다.
《기사장동지요, 내가 기사장동지 뒤소리랑 하구다녀서 날 미워할줄 알았는데… 정말 미안해요.》
《원, 무슨 그런 말을…》
《아니예요.》 오복금은 그가 자기 말을 채 듣지 않고 가버릴가봐 걱정하듯 몹시 초조해하며 계속했다. 《난 사실… 너무 안타까와 그랬어요. 남들처럼 뒤에서 쑤군덕거리기보다는 그런건 다 뛰뛰한 소리라는걸 증명하구싶어서… 기사장동지 일이 다 잘되기만 바래서… 그랬던거예요. 정말이예요.》
림성하는 잠시 말을 못했다.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남들이 말썽군이라고 하는 이 녀자의 마음속에 얼마나 고운 속마음이 들어있는가. 생활에서는 흔히 누구나 남의 뒤소리를 하기도 하고 오해를 사는 일도 없지 않지만 우리 곡산공장 녀인들의 마음은 이처럼 깨끗하고 정직한것이다.
뒤쪽에 서있던 조성희반장이 조용히 말했다.
《기사장동지, 그건 다 사실이예요.》
림성하는 뭉클해졌다. 조성희에게 따뜻한 눈길을 던지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는 의미였다. 그렇다. 모두가 좋은 녀인들이다. 저 조성희반장도 남편이 없지만 여직껏 일에만 정을 쏟고 살아온 녀인이다. 정이 없이는 한시도 살수 없는 녀인들… 그래서 그리도 많은 아픔과 고민을 사탕에 쏟았는지도 모른다. 낮이고 밤이고 사탕과 함께 살고 사탕에 온갖 정성과 땀을 쏟아부은 그여서 달마다 공장속보판의 주인공으로도 되고 이제는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고급기능공이 된것이 아닌가. 이처럼 사탕을 떠나 살수 없고 공장을 제집처럼 여기는 그들이여서 오늘은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콤퓨터까지 배우겠다고 나서고있는것이다.
《오복금아주머니 그리구 반장동무, 난 끝까지 동무들과 함께 일할 생각이요. 정말이요.》
《고맙습니다, 기사장동지.》
그에게 깍듯이 인사한 오복금이와 조성희반장이 서로 손을 잡고 자기들의 일터로 달려갔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순간도 공장과 사탕과 떨어져 살지 못하는 녀인들…
또다시 손전화기신호가 울렸다. 회의시간이 되였던것이다. 후더운 마음으로 당과류직장을 나선 그는 급히 지배인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