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5 장

더 높은 목표

 

4

 

림성하는 그날도 설비조립전투가 한창인 당과류직장에서 떠나지 못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이 그를 막아나서며 물어보고 확인하고 제기하군 했다. 그것을 일일이 보아주고 대답해주면서도 그는 자주 출입문을 바라보군 했다.

공장기술자들과 교원, 연구사들이 모인 현장기술협의회에 참가한 그는 드롭프스설비의 이빠진 공정을 보충하고 공정전반을 현대화하기 위한 과학기술문제를 토론하면서도 여전히 출입문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왜 아직 소식이 없는지?… 이 시간이면 분석결과가 충분히 나왔을것이다. 그런데 분석실장 한순정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있는것이다.

협의회를 끝낸 림성하는 당과류직장 한복판에 넓게 낸 복도에 나섰다. 또다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저도 모르게 출입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마중이라도 가듯…

그가 종합조종실앞을 지나는데 방안을 엿보던 단발머리처녀가 깜짝 놀라며 물러났다. 유리문으로 된 종합조종실에서는 조종프로그람을 짜고있는 여러 대학의 교원, 연구사들이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림성하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너 춘심이 아니야?》

그 처녀는 얼마전 공장에 있는 기능공학교를 졸업하고 당과류직장에 온 18살의 정춘심이였다. 언젠가 그를 찾아와서 통신대학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던 처녀였다. 새로 들어와 기능이 없다고 종일 밀차를 밀고다니거나 심부름만 한다는것이다.

림성하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뭘해? 렴탐군처럼…》

정춘심이 손가락을 입앞에 가져가며 소곤거렸다.

《떠들지 마십시오, 기사장동지.》 처녀는 조종실의 유리문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실 선생님들에게 배우려고 왔는데 모두 저렇게…》

은근한 연갈색의 투명한 유리문으로 콤퓨터를 마주하고 긴장하게 앉아있는 교원, 연구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자들이 변하는 액정판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있는 김일성종합대학 박사원생이며 뚫어지게 카메라화면을 올려다보고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원, 드롭프스조작판암호를 해득하고있는 평양콤퓨터기술대학 정보기술연구소의 연구사들과 감시조종프로그람의 대면부를 조종하고있는 평양기계대학의 연구사… 종일 프로그람을 짜느라고 콤퓨터앞에 화석처럼, 조각상처럼 앉아있는 그들이다.

모두가 침식을 현장에 옮기고 공정조종프로그람들을 개발하면서 전체 생산공정의 통합자동화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고있는것이다.

그들을 지켜보던 림성하는 단발머리처녀에게 손짓했다.

《지금은 방해하지 말고 후에 와서 배우라구. 알겠나?》

그가 돌아서려는데 처녀가 붙잡아세웠다.

《기사장동지, 한가지 제기할게 있습니다.》

《뭐요?》

처녀가 당돌하게 말했다.

《절 콤퓨터단기강습에 보내주십시오.》

《단기강습?》

《예, 인젠 기능공학교에서 배운것도 낡았습니다. 공장이 모두 현대화되는데 저도 새 기술을 배우겠습니다.》

림성하는 그를 눈여겨보았다. 18살의 단발머리처녀, 얼마나 기특한가. 이 어린 처녀의 말이 옳다. 오늘의 지식경제시대는 로동자나 일군들모두가 새로운 과학기술로 준비할것을 요구하고있다. 모두가 최첨단기술을 배워야 한다. 모두가 현대화를 알아야 한다. 하여 우리는 장군님의 높은 리상을 따라 최첨단을 돌파해야 하는것이다!…

그는 기분좋게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 콤퓨터강습소엔 우리 춘심이부터 먼저 보내지.》

《기사장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갑자기 알사탕작업반에서 와-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조성희반장이 한 청년을 밀어내고있었다.

《비키게, 그런건 우리가 하는게 더 낫지.》

그들을 지켜보던 정춘심이 두눈을 빛내이며 탄성을 올렸다.

《어마나, 한정민선생님이예요!》

머리를 기웃거리며 물러나는 청년은 정말 한정민연구사였다. 녀인들을 도와 물엿통을 옮기려던것 같았다.

별안간 눈이 휘둥그래진 한정민이 감탄하는것이 보였다.

《야, 반장아주머닌 힘장수구만요!》

조성희반장이 무거운 물엿통을 단번에 휭- 하고 들어옮겼던것이다. 아주 쉽게,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림성하는 놀라는 그를 보고 혼자 웃었다. 그도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공장에 왔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저런 통들만이 아니라 공장의 크고작은 모든 일을 다 맡아해내는 녀인들, 그 놀라운 힘에 진정으로 감탄했던 그였다. 남자들보다 연약한 그들이 어데서 그런 힘이 나오는것인지?… 그래서 김윤걸지배인도 늘 자랑삼아 말하는것이 아닌가. 자기는 곡산공장 녀자들에게서 일을 배운 사람이라고…

갑자기 림성하는 긴장한 눈길로 출입문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현장으로 들어왔던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석실장이 아니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는 다시 눈길을 돌렸다. 조성희반장이 한정민연구사에게 말하고있었다.

《나야 한생 이렇게 힘내기를 해온 사람이 아닌가. 헌데 선생들이 우리한테 이런 힘든 일을 없애주겠다고 찾아왔으니… 참, 고마운 일이지.》

한정민이 녀인들을 둘러보며 싱긋 웃었다.

《아닙니다. 우린 아주머니들이 만든 사탕, 과자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인젠 우리 세대가 새로운 최첨단과학으로 반장아주머니랑 여러분들을 모두 편안히 앉혀놓아야지요.》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던 림성하는 그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좋은 말이다. 그도 그렇게 자란 세대였다. 그런데… 또다시 마음이 무겁고 초조해졌다. 분석결과는 어떻게 됐을가?…

단발머리처녀 정춘심이 그를 건드리고있었다.

《기사장동지, 저 한정민연구사선생님은 정말 대단해요! 대학때에 벌써 국제프로그람대회에 참가해서 세계적인 프로그람명수들과 견주었답니다.》

그것은 림성하도 이미 알고있는것이다. 한정민연구사의 목표가 세계적인 프로그람개발의 권위자가 되는것이라는것도…

《헌데… 춘심이가 그런건 어떻게 알아?》

살짝 얼굴을 붉힌 처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다 알지요 뭐. 선생님은 〈생산이 오늘이라면 과학기술은 래일이고 교육은 모레를 규정한다.〉고 하면서 정보시대 과학기술지식을 꾸준히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는 그를 쳐다본 처녀가 다시 속살거렸다.

《그리구 또 뭐랬는지 아세요? 사람은 누구나 명예를 사랑해야 한다는겁니다.》

《명예를 사랑한다?》 림성하는 웃으며 말했다. 《자칫하다간 공명주의자로 몰릴수도 있지 않을가?…》

《아이참, 기사장동지두… 명예야 공로나 업적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아닙니까.》 처녀가 열을 올렸다. 《한정민선생은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할줄 알고 또 그 과정에 새로운것이 발견되고… 그래서 명예를 위해 죽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것은 창조와 진보의 추동력이라고 했습니다.》

옳은 말이다. 명예는 자존심과 직결되여있다. 명예를 지킬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자신도 지킬수 없는것이다. 그런데 지금 처녀는 번마다 한정민연구사의 말을 옮기고있다. 어린애처럼 깨끗하고 순박한 단발머리처녀…

한정민연구사가 칼칼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헌데 저희들은 콤퓨터를 다루거나 프로그람작성에선 자신있는데 현장물계는 잘 모릅니다. 그러니 현장경험에 대해서 잘 말해주십시오.》

사람들을 비집고 나서는 녀인은 오복금이였다.

《아유, 그게 뭐 힘들겠나요. 사탕에서 기본은…》 하고 녀인은 손세까지 써가며 신이 나서 설명했다. 《용해하구 농축이예요. 밥짓는 리치와 같지요 뭐. 물조절을 잘하면 밥이 맛있는것처럼 기능공이라면 눈으로 수분과 온도를 보고도 사탕의 질이 좋다, 나쁘다 다 알수 있어요. 그런건 우리 기사장동지가 제일 잘 알아요.》

갑자기 오복금이 하던 말을 그만두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림성하를 알아보고 그의 옆구리를 찔렀던것이다.

오복금이 달려와 그를 잡아끌었다.

《기사장동지여, 어서 선생들에게 좀 이야길 해주시라요. 쇠물을 잘 끓이면 좋은 쇠가 나오는것처럼 사탕두 용해가 잘되면 질좋은 사탕이 나온다는거 말이예요.》

림성하는 괴롭게 미간을 찌프리며 다시 출입문쪽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한순정이 나타나지 않고있는것이다.

그에게 다가온 한정민이 웃으며 말했다.

《기사장동지, 여기 당과류공정은 쇠를 다루는 기계공장보다 조종프로그람작성이 몇배 더 힘들군요. 까다롭고 또 품이 많이 들고… 그래서 현장경험을 좀 알고싶습니다.》

림성하는 긴장한 표정을 풀며 그를 마주보았다.

《예, 그럴수 있습니다. 그건 사탕의 물성때문인데 당과류생산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옆에서 듣고있던 오복금이 끼여들었다.

《정말 그래요. 사탕이란건 아주 예민해서 흐린 날에는 영 생산하기가 힘들어요. 습기때문에 농축물이 잘 나가지 않는단 말이예요.》

한정민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아, 그렇군요. 사탕이 달아서 좋다고 하지만 만들기는 힘들군요.》

조성희반장도 한마디 했다.

《많은 품이 든답니다.》

별안간 림성하는 고개를 홱 돌렸다. 문앞에 한순정이 나타났던것이다. 녀인은 서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오고있었다. 왜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는 떨리는 눈길로 녀인이 들고오는 분석표를 바라보았다.

한순정이 그에게 분석표를 내밀었다.

《기사장동지, 효소균의 활성은 표준입니다.》

《그러니 활성을 잃지 않았다는겁니까?》

《예.》

림성하는 덮치듯 분석표를 움켜쥐고 두눈으로 거기에 찍혀진 하나하나의 수자들을 빨아들이였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들었다.

《고맙습니다, 실장동무. 자, 어서 갑시다! 공업시험소로…》

그는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눈길에는 상관없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한순정이 그를 뒤따랐다.

 

×

 

그는 기쁨에 넘쳐있었다. 배양에 들어갔던 효소균들이 정전사고로 모두 죽었으나 희망은 남아있다. 한순정이 바로 그것을 가지고왔던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가 찾아간 공업시험소는 어수선했다. 황금태로인은 어디 갔는지 없고 주광혁이와 송해연이 맞붙어서 불그락푸르락하고있었다.

송해연이 주광혁에게 쏘아붙이고있었다.

《그러니 동문 효소배양을 실패한것이 다 이 해연이때문이라는거예요?》

《그렇소. 동문 할아버지의 산법이 락후하다는걸 잘 알면서도 지금껏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소?》

《그것이 효소배양과 무슨 상관이예요?》

《상관이 있소! 동무가 그때부터 기사장동지를 잘 도왔더라면 효소배양의 성공은 더 앞당겨졌을거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 기사장동지를 외면했으니… 나같으면 청맹과니같은 동무의 귀쌈을 후려쳤을거요.》

《뭐라구요?》

지운섭이 황급히 일어나 그들사이에 끼여들었다.

《아, 이러지들 말라구요. 괜히들 싸우면서…》

탁에서 일어난 주광혁이 단단한 주먹을 책상에 꾹 박았다.

《동문 어릴 때부터 효소배양의 꿈을 간직한 처녀가 아니였는가. 동무가 진정 효소물엿을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동무가 제때에 할아버지의 산법을 부정하고 기사장동지와 힘을 합쳤더라면… 지금쯤 효소물엿이 꽝꽝 나왔을거란 말이요!》

《아니, 그러니 동문 그 모든 실패의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소리인데…》

《그렇다고도 할수 있소.》

《뭐, 뭐예요?》

해연이도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허나 그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제서야 방에 들어온 림성하를 발견했던것이다. 당황하여 서로 마주보던 주광혁이와 송해연이 눈길을 떨구었다.

림성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주광혁동무와 같은 생각이요.》

송해연이 놀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라구요? 그러니 기사장동지까지…》

송해연은 그만 얼굴을 싸쥐고 어깨를 떨었다. 당황한 주광혁이 울고있는 처녀와 림성하를 번갈아보며 떠듬거렸다.

《저 기사장동지, 해연동문 사실…》

그러자 림성하를 따라온 한순정이 가볍게 웃으며 그들사이로 나섰다.

《그래도 기사장동문 해연이를 제일 믿고있어요.》

주광혁이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이번에 다시하게 될 효소배양을 해연동무에게 맡기려는것 같던데…》

송해연이 눈물이 글썽한 얼굴을 들었다.

《다시하다니요? 균주작업을 새로 하자면 또 일년이 걸리겠는데…》

그들을 지켜보던 지운섭이도 한숨을 내쉬였다.

《참, 꼴문대까지 와서 뽈을 차넣지 못했으니…》

림성하는 탁앞에 다가가앉았다.

《그렇다고 단념할수야 없지.》

지운섭이 중얼거렸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균무지에서 활성이 높은것을 골라 순수배양하는 시험을 수백번이나 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생산용균주를 찾는단 말이요? 전국의 수백만 남자들중에서 11명의 국가축구선수를 고르는거나 마찬가지인데 …》

그들을 둘러보던 림성하가 조용히 말했다.

《생산용균주는 있소.》

《예?》

모두가 놀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의미있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던 한순정이 앞으로 나섰다.

《동무들, 기사장동문 오늘 자기가 보관하고있던 균주를 가지고 왔습니다. 고온에 잘 견디고 페하에 안전하며 배양이 잘되는 3만단위의 균이예요.》

《아니, 뭐라구요?》송해연이 흐느낌소리처럼 부르짖는 말이였다.

《그게 정말이예요?》

한 인간이 자기 한생에 이렇듯 충실한 균을 연구해냈다면 그는 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것으로 된다. 그런데 기사장은 십여년을 기울여온, 피땀의 전부이고 자기의 한생이기도 한 그 모든것을 그들에게 주고있는것이다.

림성하가 말하였다.

《이 균주는 아직 국가균주보관서에 등록하지 못했소. 앞으로 더 완성해야만 하오. 하지만 모두가 지혜를 합쳐 이 생산용균으로 효소배양을 다시 시작합시다. 이건 우리의 마지막총탄이나 같소. 이것으로 완성합시다. 이제부터 배양시험전투의 책임자는 …》

그는 잠간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모두의 눈빛들을 하나하나 훑어가며 눈여겨보던 그의 눈길이 한곳에서 멎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송해연동무요.》

송해연이 그만 입을 벌린채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있는 그였다. 한생의 탐구가 깃든, 한생의 넋이 깃든 귀중한 균을 자기에게 준다는것, 그것은 림성하의 명예를 통채로 송해연이 가진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 받소.》

송해연은 뒤로 한발 물러섰다.

《아니, 그럴수 없어요. 난 그것을 받을수 없습니다.》

림성하는 그에게 미소를 보냈다.

《해연동문 이 균을 넘겨받을 자격이 있소. 동문 어렸을 때부터 꿈이 많았지? 이 균에는 동무의 그 꿈도 깃들어있소. 그리고 효소연구에 바친 동무의 피땀도 들어있고… 처음엔 주저하고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동문 늘 남보다 최첨단을 지향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맡기는거요. 자, 어서 받소! 이 균은 기사장의것이 아니라 동무와 나 그리고 우리모두의것이요.》

송해연은 그만 얼굴을 싸쥐고말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짬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작은 물방울 하나에 우주가 비낀다는 말이 있다. 림성하는 해연의 두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며 생각하였다. 눈물이란 얼마나 깨끗한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것인가!

이때 실험실문이 벌컥 열리며 지배인 김윤걸이 들어섰다.

《참, 여기 있는걸 모르구 비서동무랑 사방 찾아다녔구만.》

《아니, 무슨 일로?…》

《지금 몇시나 됐소?》

다음순간 림성하는 《아차!》 하며 자기 이마를 쳤다. 그것은 어길수 없는 일과로 되여있는 3위1체의 총화시간, 즉 지배인, 당비서, 기사장이 모여앉아 하루사업을 놓고 경험과 교훈을 분석하며 다음 전개할 사업을 토론하는 시간이였다. 사정이 있어서 밤 12시가 넘는다 해도 어김없이 모여앉는것이 지금 생활화되여있다. 경우에 따라 현장에서 마주앉는 때도 많았다.

《비서동문 옥당이나 열관리에 가보겠다고 했는데 아마 이쪽으로 올거요.》

김윤걸이 그를 잡아끌더니 실험실에서 나오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였다.

《내 한마디 하라오?… 거 처장동무 말이요. 그 사람하고도 좀 사업을 잘하면 좋겠소. 아, 그 사람은 우유분야가 전공이니 효소나 물엿계통 같은데선 잘 모를수도 있지 않소. 그런줄 알고 적당히 대해주구려. 시시콜콜 따질 필요가 뭐요, 응? 뭉그러뜨릴건 뭉그러뜨리구, 물엿처럼 말이요.》

림성하는 아무말없이 그를 뒤따르기만 하였다. 속으로는 생각이 많았다.

그때 생산과장이 그들을 마주오고있었다.

《생산과장.》 김윤걸이 큰소리로 물었다.

《어데로 가오?》

《저, 기사장동질 만나려구…》

김윤걸은 곁눈질로 림성하를 스쳐보았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무슨 일로 기사장을 찾는가고 물었다.

《저, 부문시운전결과를 보고하려구…》

김윤걸은 미리 그 대답을 예견한듯 했다.

《생산과장, 동문 말끝마다 일이 잘됩니다 하면서 기술준비가 제대로 안된걸 가지고도 말로 굼때군 하는데… 생산과장은 왜 새 설비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소. 그건 직장장들이나 할 일이라는거요?》

생산과장은 금시 마른 벼락이라도 들쓴듯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니, 지배인동지, 그건 무슨 말씀인지…》

《뭐가 모를게 있소?》김윤걸이 다그었다. 《이자 보니까 당과류직장 과자로라축이 고장났던데 과장동문 그걸 알구있었소? 모든 설비들에 정통해야 똑똑한 생산물을 내놓도록 요구할게 아닌가 말이요. 당장 가서 과자로라축고장을 퇴치하고 나에게 직접 보고하시오. 알겠소?》

《예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생산과장이 사라지자 김윤걸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그들은 벌써 열관리직장에까지 이르렀다. 정주선당비서가 거기에서 나오고있었다. 보이라에서 내비친 벌거우리한 불빛이 그들의 얼굴을 훤히 밝혀주었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던 정주선이 물었다.

《지배인동무,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 그저 내 기사장동무한테 좀 싫은소릴 했습니다.》

정주선이 소리내여 웃었다.

《그러다가 기사장동무가 심화병을 앓겠습니다. 다들 달라붙어 모두매질을 하니 말입니다.》

김윤걸도 소리내여 웃었다.

《아니, 우리 기사장동문 일없습니다. 이렇게 무던해보이긴 해도 소힘줄같은데가 있는 사람이거던요. 암만 모두매를 때려도 끄떡없습니다.》

지배인의 그 말엔 림성하도 그만 웃고말았다.

이날 그들은 하루동안 제기된 문제들을 총화하고 끝으로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서 제기해온 문제를 토론했다.

김윤걸지배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 가는건 말입니다. 내 생각엔 비서동무가 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내가요?》정주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들은 기사장동물 요구했는데 당비서가 가면…》

《아, 당비서로서가 아니라 생산현장경험이 많고 기술도 밝은 공장책임기사자격으로 왔다고 하면 될게 아닙니까.》

림성하도 그 말에 찬동하였다.

《옳습니다. 지배인동지도 대상기관과의 사업때문에 짬을 못 내는 조건에서 비서동지가 제일 적임자입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한번 책임기사노릇을 해봅시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