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5 장

더 높은 목표

 

7

 

승용차는 험준한 산길을 달리고있었다. 차창으로 비쳐든 어설픈 저녁해빛이 정신없이 곯아떨어져있는 공정기사 주광혁과 지운섭을 언뜻언뜻 비쳐주군 했다. 정주선과 함께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서 무려 한주일나마 밤을 새운 두사람이였다.

그들이 기계공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 기술자들과 함께 현지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문제를 해결해주고있던 김책공업종합대학 로보트공학연구소 심성우소장이 반겨맞았다.

《비서동지, 바쁜데 공장기술일군들을 불러서 안됐습니다.》

심성우소장이 미안한 어조로 말했었다.

《아닙니다.》정주선이 말했다. 《우리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주선은 이들이 곡산공장의 현대화를 위해 이미 3만 6 350매의 설계도면과 기술문건들을 완료하고 지금은 지방에 있는 여러 기계공장에 내려와 설비제작지도를 책임적으로 하고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벌써 공정련결을 위한 운반설비제작을 완성하고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설계한 최첨단설비인 박막식진공농축기제작에 들어가고있었다.

심성우소장이 손에 들고있던 최근과학기술자료를 펴보이며 그에게 말하였다.

《이런 문제를 경험많은 곡산공장의 현장기사들과 합심하면 설비운영시험에서 나타날수 있는 결함도 제때에 수정할수 있고 다른 기계요소들의 제작기일도 앞당길수 있습니다. 비서동지, 곡산공장의 현대화는 우리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인데 최상의 수준에서 완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주선은 공장사람들처럼 기계기름냄새가 몸에 밴 심성우소장을 존경어린 눈길로 여겨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소장선생!…》

그날부터 한주일간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전투를 벌리였다. 현장기술협의회만도 수십차례나 진행하였고 기대옆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마침내 제기되는 기술적문제들을 현지에서 해결하고 수십대의 최첨단설비들을 제기일내에 제작완성할수 있게 되였던것이다.

누군가 잠꼬대를 했다. 드렁드렁 코를 골고있는 주광혁의 어깨에 얼굴을 박고있는 지운섭이였다.

앞좌석에 앉은 정주선은 승용차 앞거울에 비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가까와왔지만 아직 북방의 밤은 싸늘했다.

또다시 잠결에 중얼거리는 지운섭, 정주선은 얼굴을 박고 입을 우물거리는 그를 보며 혼자 웃었다. 이 세상 모르는것이 없다고 우쭐대는 지운섭, 어떤 사람들은 그를 두고 희떱게 군다고 비웃지만 사실 그는 아주 기지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운섭은 옷에 묻은 얼룩은 어떻게 없애는가 하는 자질구레한 일반상식으로부터 건강증진을 위한 위생상식은 물론 문학과 예술, 세계력사나 체육 등 모르는것이 없고 막히는데가 없는 사람이다. 더구나 발효공학기사인 그가 단당류의 3탄당 트리오즈요, 두당류인 말토즈요, 또 무슨 덱스트린이요 하면서 거침없이 내리엮을 때에는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번에도 북대강공작기계공장의 로동자, 기술자들은 생산공정에 밝고 당과 효소에 박식한 그를 두고《식료박사》라고 불렀었다. 어떤 사람은 정주선에게 그가 곡산공장에서 무슨 일을 보는가고 은근히 묻기까지 했었다.

정주선이《우리 공장 축구협회 회장이요.》 하고 대답하니 그들은 서로 흘끔거리며 못미더워했다.

《아니, 저렇게 기술이 밝은 사람을 그런데 쓰다니요? 이거 너무하지 않습니까?》

《왜요? 우리 공장엔 그런 인재들이 남아돌아가는데요.》

그 일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림성하기사장이 주광혁과 함께 지운섭을 보내준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그때 림성하는 말했었다.

《비서동지한테 이런 일감까지 맡겨서 안됐습니다. 난 정말 몸을 뺄수가 없어서…》

《그게 얼마나 좋소. 그통에 당비서인 나도 책임기사자격이 있다는게 인정됐으니 말이요.》

림성하는 비로소 속생각을 터놓았다.

《비서동지, 주광혁이와 지운섭동무까지 데리고 가면 도움을 많이 받을수 있습니다.》

하여 모든 일은 림성하가 예견한대로 되였던것이다.

차창밖에서는 푸른 잎새를 펼친 나무들이 길 좌우에 높이 자라고있었다. 푸른 숲이다. 고난의 행군때에도 자기 모습을 잃지 않고 꿋꿋이 서있는 숲, 아마도 이 고장엔 참으로 훌륭한, 애국적인 일군들이 있는것 같다. 푸르러 설레이는 저 숲이 그것을 말해주고있지 않는가!…

정주선은 마음이 흥그러워지는것을 느끼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기사장 림성하의 안해가 병치료를 하고있는 바다가마을 어진리에 이르게 된다. 북대강공작기계공장에서 떠날 때부터 그곳에 들릴것을 생각한 그였다.

처녀시절 돌격대중대장이였던 기사장의 안해 최은경, 두눈이 억실억실하고 환하게 생긴 안해와는 너무도 대조되는 림성하. 사람들이 말하듯 배역이 바뀌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새색시같은 그 림성하가 안해의 일로 마음속 고충을 겪고있으니…

갑자기 잠에서 깨여난 지운섭이 손으로 눈을 비비며 놀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여기가 어딥니까?》

허둥거리며 일어나던 그는 차가 들추는 바람에 옆에서 코를 골고있는 주광혁의 가슴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아이쿠!》

비명을 지른것은 지운섭이다. 주광혁은 잠시 끙- 하는 소리를 내고는 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지운섭이 두덜거렸다.

《젠장, 소란스럽기란… 그 우뢰소리에 내 간이 떨어지지 않은게 다행이군!》

정주선이 소리내여 웃었다.

《뭘 그러오? 아주 듣기 좋은데!》

《아, 비서동지가 좋다문야 참는수밖에…》그는 차창밖을 내다보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헌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있을가?》

《바다가 멀지 않습니다.》운전사가 하는 말.

《바다? 바다엔 왜 온다는거요?》

대답대신 운전사는 경적소리를 길게 울리였다. 마침 굽인돌이에 이르렀던것이다. 그러나 마주오는 차는 없었다.

운전사가 정주선에게 알렸다.

《비서동지, 저 고개아래 골짜기를 빠지면 인차 바다가 보입니다.》

《아, 벌써 다 왔는가?》

정주선은 차창에 이마를 대고 내다보았다. 구름을 휘감은 산봉우리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수정같은 개울물, 골안에 자리잡은 몇채의 작은 집…

승용차는 골안으로 내리는 좁은 길에 들어섰다. 달구지나 겨우 다닐수 있는 길이였다.

차가 멎었다. 길이 좁아 더는 들어갈수가 없었다.

《비서동지, 여기서부터 료양소가 있는 어진리까지 가려면 10리나 에돌아야 합니다.》

《됐소, 걸어가면 돼.》

남먼저 차에서 내린 정주선은 짐칸을 열고 커다란 배낭을 꺼내들었다. 주광혁이 뒤따라 내리더니 배낭을 잡아당겼다.

《아니, 비서동지, 그걸 인주십시오. 제가 멜게…》

옆에서 떠들고 흔들어도 그냥 코를 골던 주광혁이 차가 멎어서자 곧 눈을 떴던것이다. 정황에 대처하는 군대생활이 몸에 밴것 같다.

정주선은 하는수없이 그에게 배낭을 맡기였다.

《그럼 광혁동문 나와 같이 가자구. 대신 지운섭동문 여기 남아서 실컷 더 자라구. 그새 고생두 많았는데…》

지운섭이 놀란 소리를 질렀다.

《아니 비서동지,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왜 나만 쏙 빼놓습니까. 내가 말이 헤퍼서 무슨 비밀이라도 지키지 못할가봐 그럽니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소.》

정주선은 한손으로 주광혁의 등을 떠밀며 중얼거렸다.

《가서 일이 잘되여야겠는데…》

《아니, 무슨 일인지 우리가 알면 안됩니까?》

지운섭이 또 매달렸다.

《알 필요가 없소. 괜히 속이나 상해.》

《예?》

《더는 묻지 말게.》

정주선은 주광혁이와 함께 벌써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지운섭이 투덜거리던 말이 귀전을 때렸다. 좋은 일이 있으면 왜 자기만 쏙 빼놓구 당비서 혼자서 가는가 하던 말… 지운섭, 이 투정쟁이, 그렇게 좋은 일이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지금 가는 이 길을 나와 주광혁이대신 기사장 림성하가 찾아가고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있다는것을 알지 못하고있다. 상상조차 못하고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