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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김 삼 복
( 제 32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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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갈이가 시작되자 리춘심이는 자기가 청산리 취득마을에 가서 일하겠다고 작업반장에게 제기했다. 취득마을 농산작업반장이 까다롭다고 운전수들이 잘 가려 하지 않기때문에 그러는것이였다. 《자존심이 보통 아니군. 청산리가 깍쟁이라는 소리에 반발하는거구만?》반장이 웃었다. 《취득작업반장에게 우리 운전수들에 대한 옳은 인식을 주어야지요.》 춘심이 새침해서 대답했다. 《그 반장이 고추같은 사람이요. 하여튼 나가보우.》 춘심이는 멜빵이 달린 곤색작업복을 입고 어깨우에서 흔들리는 중발머리우에 남자들처럼 검은 작업모를 썼으며 손에는 흰 장갑을 끼였다. 처녀가 아끼고 극진히 보살피며 날마다 깨끗이 닦아서 《천리마》호는 붉은빛의 몸체가 눈부시게 반들반들했다. 뒤에 두개의 날이 달린 보습을 차고 작업소를 출발했다. 취득마을에 이르러 작업반사무실마당에 뜨락또르를 세우고 뛰여내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통계원 혼자 앉아있었다. 《작업반장동무 어디 있어요?》 《벌에 나갔는데.》 《만날수 없을가요?》 《무슨 일로 왔기에?》 통계원은 뜨락또르의 발동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논판에 가면 만날수 있겠지요 뭐.》 전혀 반기는 기색이 아니다. 논갈이를 해주러 뜨락또르를 가지고왔는데도 이처럼 랭랭하게 대할수 있겠는가? 아마 작년 봄에 왔던 운전수에게서 받은 나쁜 인상때문일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춘심이는 문을 닫고 나와 뜨락또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치미는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춘심이는 뜨락또르를 몰고 논벌로 나갔다. 논벌에서는 소를 두마리씩 메워 논갈이를 하고있었다. 작업반장이 거기에 있는지?… 춘심이는 논두렁을 타고넘어 첫 논에 들어섰다. 그리고 논귀때기까지 후진하여가서 보습을 내리웠다. 《탕탕탕탕.》 뜨락또르는 연통으로 연기를 내쏘며 전진했다. 순식간에 논판흙이 뒤집혀지며 두줄기의 이랑이 생겼다. 춘심이는 규격포전이 아닌 둥글기도 하고 모서리지기도 한 논을 전진과 후진을 해가며 빈자리없이 모조리 갈아엎고 다음논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해질녘까지 갈고있는데도 누구 하나 와보지 않았다. 소로 논갈이를 하던 농장원들이 멍청해서 바라볼뿐이였다. 어슬어슬해질무렵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작업복을 입은 우에 솜덧저고리를 걸치고 모자를 쓴 작달막한 사람이였다. 그는 춘심이가 갈아엎은 논을 이윽히 바라보며 말없이 담배를 피우더니 돌아서가버리였다. 아마도 반장 같았다. 그렇지만 춘심이는 그 사람의 행동에는 개의치 않고 날이 어두워지자 전조등을 켜고 논갈이를 계속했다. 배고프고 피곤했으나 작업반장이 찾아올 때까지 해보려는 결심이였다. 작업반장은 종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대신 통계원이 보자기에 무엇을 싸들고 나타났다. 《좀 세워요.》그가 소리쳤다. 뜨락또르가 멈춰서자 통계원은 춘심이에게 다가와 발동소리때문에 목소리를 높여가지고 물었다. 《저녁도 먹지 않고 일하겠어요? 자, 식사를 해요.》 춘심이는 이상야릇한 쾌감을 느끼였다. 《아니, 이 논을 마저 갈고는 집에 가서 식사하죠.》 《집이 어딘데?》 《암화에 있어요.》 《어마나. 청산리출신이구만요. 어쩐지 글쎄… 그래두 좀 요기를 해요. 지짐이예요.》 《싫대두요.》 춘심이는 뜨락또르를 전진시키였다. 통계원은 논두렁에 이윽히 서있다가 들어가버리였다. 새 논 한뙈기를 다 갈아번진 춘심이는 비로소 뜨락또르를 몰고 논벌에서 나왔다. 그리고 석두재너머 암화로 향했다. 이튿날 새벽, 날이 밝아올무렵 취득마을 앞벌에서 뜨락또르의 동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온 동네를 깨웠다. 춘심이가 새벽 일찌기부터 뜨락또르를 몰고와 논갈이를 하는것이였다. 춘심이는 뜨락또르운전수들이 결코 대접이나 받으려고 일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줌과 함께 작업반장에 대한 괘씸한 생각이 들어 이처럼 신새벽부터 논갈이를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보다 소중하고 뜨거운것이 작용하고있었다. 내가 태여나고 자라난 고향, 어머니의 젖줄기와도 같은 땅, 고향의 딸로 성장하도록 해준 고마운 대지,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고향산천 그리고 이 대지에 명줄을 걸고 살아왔으며 대지의 주인이 되여 낟알을 가꾸고 수확하여 나라를 받들고있는 부모형제들과 이웃들인 고향사람들께 바치는 자기의 첫 보답이라고. 땅을 아끼는 뜨락또르운전수가 되여야 한다고 말하던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이 땅에는 선대의 피와 땀이 스며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온 땅. 아, 어머니대지여, 고향의 흙이여! 나의 땀, 나의 정성, 나의 애정을 다 바쳐 내 이 땅을 갈아번지고있거니 나의 충정의 넋이 밑거름이 되여 알찬 수확이 이루어진다면 내 무엇을 더 바라랴. 사랑하는 뜨락또르야. 기름진 땅을 갈아엎으며 힘차게 전진하자. 땅을 알뜰히 갈아엎자. 땅을 소중히 여기자!) 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에 새별이 반짝이고 뜨락또르의 동음에 잠을 깬 마을이 술렁인다. 부엌문이 열리고 부지런한 녀인들이 물길러 나온다. 아직 날이 채 밝기 전에 어제 보았던 그 작달막하고 단단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뜨락또르를 세우고 말했다. 《너 리종수령감의 딸이라지?》 《그런데요?》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 《반장아저씨는 옹졸해요. 깍쟁이! 아저씨때문에 청산리가 깍쟁이라는 소문이 났어요. 알겠어요?》 《허허허…》 저녁에 작업소로 돌아갈 때 춘심이는 고기, 떡, 지짐따위를 한보따리 싸가지고가서 운전수들에게 다시 청산리가 깍쟁이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은 종아리를 치겠다고 말하여 그들을 즐겁게 했다. 춘심이는 봄내 취득작업반에 속해 일하였다. 두철이가 사는 취득마을이다. 잊어버리려고 하면서도 혹시 만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함께 어차피 생각하게 되는 두철이였다. 그러다가 그를 보았다. 모내기가 시작될무렵의 어느날 춘심이는 논에 써레를 치다가 세명이 한조가 되여 논뚝 쌓는 가래질을 하는 조합원들속에서 두철이를 피뜩 보게 되였다. (그가 옳을가? 잘못 보지 않았을가? 그는 건설반에 가있다던데…) 웬일인지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차두철이가 청년돌격대장으로서 봉상강뚝공사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것을 오빠를 통해 알고있었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조합청년돌격대는 해산되여 각기 자기 작업반으로들 헤여져갔다. 그러니 두철이는 건설반에 가있어야 할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취득농산작업반에 나와있는것일가? 잘못 보았을것이다. 두철이가 운전수양성소에 땀을 흘리며 찾아왔던 그 밤에 얼핏 보고 아직 본적이 없으니 그의 모습이 눈에 설것이다. 춘심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논판을 한바퀴 돌아 다시 가래질군들을 가까이 지나치며 그들을 살펴보았다. 차두철이가 옳았다. 그가 가래장부를 잡고 두 녀인이 가래줄을 당기고있는데 녀인들은 재잘대며 웃고있으나 두철이는 우울한 얼굴이였다. 그리고 분명 뜨락또르를 타고있는 춘심이를 보았겠는데 눈길 한번 돌리지 않았다. 《춘심이, 써레를 잘 치는구나!》 《아무렴, 처녀의 일솜씨가 다르지.》 걷어올린 장딴지에 논흙이 잔뜩 묻은 녀인들이 가래줄을 당기며 지나가는 뜨락또르에 대고 소리쳤다. 여기 두철이가 있으니 보아라! 하는 뜻으로 우정 그러는것 같았다. 두철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있었다. 녀인들이 두철이에게 뜨락또르에 앉은 춘심이가 참 곱지 하고 말하는것 같았다. 《총각, 머리를 쳐들어요.》 《애개개, 춘심이가 다른 논판으로 넘어가는구나.》 《가래날은 왜 콱콱 박나? 공연히 우리보고 화를 내는구나. 호호…》 춘심이는 다른 논판으로 건너가 써레치기를 시작하자 후ㅡ 한숨이 나갔다. 하지만 속이 알찌근해왔다. 두철이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별의 편지를 내긴 했지만 정작 그를 보게 되니, 그것도 청년돌격대장으로 명성을 떨친 후에 논판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가래질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애틋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춘심은 점심시간에 반장에게 농산반으로 건설반에서 지원로력이 나왔는가고 물었다. 《아니, 아직은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읍에서 지원나온 로력뿐이요.》 《녜, 그래요.》 작업반장은 처녀를 의아해서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아, 두철이 말이요? 두철이는 우리 농산반으로 적을 옮겼소. 흙을 주무르며 진짜농사군으로 새 출발 하겠다는거요.》 작업반장의 웃는 모습을 보고 춘심이는 얼굴을 붉히였다. 청산리에서는 춘심이와 두철이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 없겠으면 없고 반장이 웃겠으면 웃고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였다. 두철이가 농산반에 들어와 진짜농사군으로 새 출발 하고있다는 반장의 말이 처녀를 몹시 격동시켰다. 아버지가 두철이에게 바라는것이 그것이 아니였던가! 춘심이는 이 순간 두철이에 대한 련민의 정으로 가슴이 끓었다. 며칠후 춘심이가 낮작업을 끝내고 밤작업을 하는 교대운전수에게 뜨락또르를 넘겨주려고 정비도 하고 청소도 하고있는데 작업반장이 찾아왔다. 석양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있었다. 작업반장은 이제는 춘심이와 퍼그나 친해졌다. 그는 담배를 피워물고 파르스름한 담배연기를 들바람에 날려보내며 말했다. 《춘심이, 고맙소.》 《무엇이 고마워요?》 걸레로 차체를 닦으며 춘심이가 물었다. 《농민들을 위해 진심을 바치고있으니…》 《녜.ㅡ》 처녀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농민의 딸인걸요.》 작업반장은 한동안 담배를 피우고있다가 다시 말을 붙이였다. 《내가 객적은 소리를 하는것 같은데 아직 두철이와 풀지 못했소?》 춘심이는 머리를 홱 돌려 그를 쏘아보았다. 《뭘 푼단 말이예요?》 《온 청산리가 다 아는데 뭘 그러나? 내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취득에 나타난 춘심이때문에 두철이가 기를 못 펴고있기때문이야. 사실 다른 뜨락또르가 여기 와서 일했으면 하는 심정이더군.》 석양빛이 처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있었다. 그래서 처녀의 붉어지는 얼굴이 불타는듯 하였다. 춘심이자신도 두철이를 거의 매일 보는것이 괴로왔다. 두철이가 의식적으로 눈길을 피하고있으니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그를 피하고싶지는 않았던것이다. 피하고싶었다면 벌써 다른 뜨락또르와 바꾸었을것이다. 그런데 그냥 이대로 지낼수야 없지 않는가. 농산반장이 왼심쓰는 정도가 됐으니 무슨 마련을 보아야 할것이다. 춘심이는 여기에서 자기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두철이는 낯을 들지 못하고있다. 자기를 심심히 반성하며 진짜농사군이 되기 위해 땅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춘심이가 행동해야 하는것이다. 그럴 기회가 마침 찾아왔다. 한배미의 논을 다 갈고 다른 배미로 뜨락또르를 몰아가던 춘심이는 아차 실수하여 그만 뒤바퀴가 물도랑에 빠지고말았다. 삽으로 뚝을 헐어내고 바퀴가 나올 길을 닦아야 했다. 자기의 운전기술이 아직 서툴다는 창피를 느끼며 춘심이는 작업반장에게 방조를 요청했다. 작업반장은 방조를 요청하지 않아도 응당 도와주어야 할 립장이라며 쾌히 응했다. 그는 논판에서 일하는 남자로력들을 불러모았다. 그중에는 두철이도 있었다. 《두철이가 책임지고 차를 끌어내도록 도와주라구.》 반장이 지시하며 의미있는 웃음을 눈에 담았다. 청년돌격대 대장을 한 경험이 있는 두철이에게는 뜨락또르를 물도랑에서 빼내는 일이 아이들 장난만치 쉬운것으로 여겨졌으나 그 뜨락또르의 운전수가 춘심인것으로 하여 심리가 복잡했다. 물론 누구의 뜨락또르가 빠졌건 또 반장의 지시가 없다 해도 응당 솔선 나서서 도와줄 두철이였다.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도랑의 뚝을 삽으로 깎아내라는 지시를 주고는 자기는 마을로 들어가 통나무 두대를 메고왔다. 그가 당도했을 무렵에 벌써 바퀴가 빠져나갈 길을 닦아놓았다. 그러나 경사가 심하고 뜨락또르가 기울어져있어 그대로는 빠져나갈수 없었다. 이것을 미리 타산하고 통나무를 메여왔다. 그의 지시로 통나무들을 바퀴밑에 넣고 사람들이 매달려 지레대처럼 뜨락또르를 들어주며 차가 전진하게 했다. 그가 소리쳤다. 《자, 시작!》 조합원들이 통나무에 매달려 와ㅡ 소리치는것과 동시에 뜨락또르가 용을 쓰며 앞으로 전진했다. 춘심이는 마치도 자기 몸으로 뜨락또르를 이끌듯 허리를 숙이고 손발에 힘을 주었다. 《나간다.ㅡ》 함성과 함께 뜨락또르는 보뚝우에 올라가 섰다. 법석 떠들며 녀자들은 돌아가고 남자들은 담배를 피워물었다. 모두들 두철이를 칭찬하는데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잠자코 담배만 피웠다. 차에서 내린 춘심이가 다가왔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고마와요.》하며 처녀는 두철이를 쳐다보았다. 두사람의 눈길이 부닥쳤다. 뜨거움과 열렬한 감정이 섬광처럼 오고갔다.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는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춘심이는 두철이에게서 새로운 체취를 느끼였다. 어딘가 진지하고 엄엄했으며 검실검실하고 묵직했다. 균형잡힌 육체에서 억센 남성미가 풍기였다. 담배를 피우는거며 특히 석쉼하게 갈린 목소리는 처녀를 위압하는듯 했다. 그들은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것을 서로 깨달았다. 하지만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 마침내 춘심이가 먼저 말했다. 《남자번지개》가 아닌가. 《인사를 못했는데… 돌격대에서 수고했어요. 얘기 다 들었어요.》 두철이 대답하였다. 《뭐 그저 관개공사장에서 돌격대소대장을 한 밑천이 있어 좀 했을뿐이요.》 서로 결별을 선언했고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거듭 맹세를 했었지만 지금 만나고보니 그것이 진심이 아니였으며 속으로 서로 깊이 사랑하고있었다는것이 명백해졌다. 한순간에 춘심이도 두철이도 그새 별일없은듯 한감이 들었다. 두철이가 입을 다물고있으니 춘심이가 또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보낸 편지를 보았어요?》 《보았소. 나는 춘심이를 고맙게 생각하오. 나는 탓하지 않았소. 나는 내가 물러나야 하며 어차피 갈길은 서로 갈라졌다고 생각했소.》 《다시 합쳤지요.》 《정말이요?》 춘심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시원한 들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건… 고향이 이 두철이를 받아주었다는 소리요. 나는 고향에 몸만 와있었소. 춘심이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고향에 마음의 뿌리를 내릴수 있겠소!》 《나쁜 사람! 내 속을 그렇게도 태우구는…》 춘심이가 흐느끼듯 말했다. 《용서하오.》 《용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요?》 춘심이가 눈물을 삼키였다. 두철이도 눈굽이 축축하게 젖어났다. 그 눈물들이 마음속의 말을 전달하고있었다. 뜨거운 애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목이 다 쉬였군요.》 《잠을 좀 못 잤더니…》 《담배를 언제 배웠어요?》 《농산반에 와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러니 나도 농사군이 되여가는것 같아.》 이러루한, 다른 사람에게는 별반 의의가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며 그들은 모내기로 들끓는 청산벌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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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가 끝나갈무렵에 입원한 아들에게 가있던 강옥숙이 돌아왔다. 청산리 암화마을에 도착한 옥숙이는 자기 집부터 찾아갔다. 녀인은 자기 집을 삭갈린줄 알았다. 초가집이 기와집으로 변했고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던 담벽이 새로 흙매질을 했을뿐아니라 하얗게 회가루까지 발라 여간 산뜻하지 않았다. 널쪽들이 더러 떨어져나갔던 퇴마루도 말짱 새로 다시 했다. 집은 비여있었다. 방문에 쇠가 걸려있어 들어가보지 못하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마당에는 터밭에서 강냉이, 감자, 당콩, 부루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있었다. 누군가 갓 김을 매주어 풀 한포기 없었다. 대체 어찌된 일일가? 누가 이렇듯 집을 새로 꾸려주고 터밭일까지 해주었을가? 작업반에서?… 병원에 면회왔던 문영숙반장에게서 (1,2작업반이 통합하여 1작업반이 되면서 강옥숙은 1작업반원이 되였다.) 작업반이 나서서 집도 수리하고 아이들은 리춘권이네 집에 가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대충 들었는데 실지 와보니 너무나 놀랍고 더우기는 터밭일까지 착실하게 해줄줄 몰랐다. 옆집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내다보더니 《아에미가 왔나?》하며 신을 신고 울바자로 다가왔다. 강옥숙이도 다가갔다. 《할머니, 누가 이렇게 집을 수리하고 기와까지 올렸어요?》 《춘심이 오빠가 민청원들을 동원시켜서 했지. 제가 솔선 민청원들을 데리고와서 일했어. 휴식일마다 와서 일했구 일 끝난 밤에도 했어. 참 자물쇠가 걸려 집안을 못 봤겠구만. 도배지도 새로 바르고 장판도 다시 했지. 부뚜막도 다 다시 쌓았어.》 《터밭은 누가 와서 가꾸었나요?》 《춘심이 오빠두 하구 반장, 민청위원장이 했지. 춘심이 오빠 리춘권 그 사람이 참 인정이 깊은 사람이야. 터밭에 진거름을 듬뿍 내구 씨앗을 뿌렸다네.》 《…》 《남편없이 녀자 혼자 사는 집인데 좀 더 일찌기 도와주었어야 했을거라면서 오히려 죄스러워하더구만. 쯔쯔… 그저 뚝하구 말이 없는 억대우같은 사내로만 보았는데 속이 비단결같아.》 옥숙은 말없이 눈물만 닦았다. 《그래, 철진이는 다리를 다 고쳤나?》 《녜. 이젠 저 혼자 걸어다니기때문에 내가 먼저 왔어요. 집일도 궁금하고 작업반에도 일을 나가야 하겠기에… 내 없는새에 모내기를 거반 끝냈군요. 미안해서 병원에 더 있지 못하겠어요. 병원에서 극진하게 치료해줬어요. 해방전 같으면 우리같은게 어디라고 그런 큰 병원에 가서 수술까지 할수 있겠어요? 그것두 무료루… 돈 한푼 안 받아요. 할머니, 정말 우리 나라는 좋은 나라예요. 사람들두 다 좋구요. 나는 내 혼자밖에 모르던 녀자, 장사질이나 하며 건달을 부리구 돈 1전을 가지구 부들부들 떨던 녀자예요. 리기주의자구 린색한 녀자였지요. 그런데 대체 무슨 리유로 우리 아들애를 병원에 입원시켜 병신다리를 고쳐주구. … 내 장사질해서 약을 사다쓰던 생각을 하면, 이런 은혜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구 병원에 들어가 간병하는 동안에도 먹을것을 보장해주구 이렇게 집을 새로 수리해주구… 터밭농사까지 해주니… 대체 내가 뭐예요. 예, 할머니?!…》 옥숙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엉엉》소리내여 울었다. 어깨가 세차게 오르내리고 전신이 떨렸다. 할머니도 치마로 눈물코물을 씻으며 코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달라져가고있지. 지금 청산리가 얼마나 화목해졌는지 모른다구. 그러니 일이 잘될수밖에!… 그만 울라구. 임자두 남편잃구 다리병신 된 아들을 먹여살리구 병을 고쳐보려구 고생을 많이 했지. 이제는 그게 옛말로 됐구만. 그만 그치라는데. 딸애들은 학교갔을거야. 자, 여기 열쇠가 있어. 집에 들어가 불부터 때오. 방안청소는 내가 매일 했으니까 깨끗할거야.》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 옥숙은 열쇠를 받아쥐고 방문으로 향했다. 울바자를 빙 에돌아 옆집 할머니도 삽짝문을 열고 들어왔다. 둘이 같이 가마에 물을 붓고 불을 지피였다. 《할머니, 난 점심 먹구는 일나가겠어요.》 옥숙이가 점심밥을 먹으며 말했다. 《오늘이야 쉬여야지, 집안도 돌보면서.》 《한시가 새로워요. 어서 일해서 봉창해야지요. 지난날 잘못 산걸 다 벌충해야지요.》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찼다. 사람이 이렇게도 달라질수 있는가… 점심밥을 먹고 설겆이를 한 뒤 잠간 구들에 누워 허리를 편 강옥숙은 차비를 하고서 논으로 향했다. 아직 들판에는 조합원들도 지원자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옥숙이 지내 서두른것이다. 그래서 야산기슭의 강냉이밭을 지나 논밭에 이르러 혼자서 논김을 맸다. 이윽하여 작업반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고 문영숙이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벌판에서 리춘권이도 만났다. 모두들 온 청산벌이 떠나가게 웃고 떠들어댔다. 《관리위원장하구 리당위원장한테 인사를 못하구 곧장 나왔는데 어떻게 할가요?》 옥숙이가 리춘권이에게 물었다. 《지금 사무실에 가야 없소. 관리위원장은 아침부터 아예 작업반에 나가 사오. 리당위원장도 작업반에 나갔을거요. 저녁에나 가야 만날지.》 《그럼 춘심이 오빠, 저녁에 나랑 같이 가주겠어요? 혼자서 쑥스럽구만요.》 《강옥숙아주머니가 이제는 내우를 다 하는군.》 《하…》 다시 웃음이 터졌다. 저녁밥을 먹은 뒤 리춘권이는 찾아온 강옥숙이와 함께 먼저 리당위원장 유근재를 만났다. 유근재는 벙실벙실 웃으며 강옥숙이와 오래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당위원장사무실을 나오니 밤이 퍽 깊었다. 《관리위원장이 있을가요?》 《있을거요. 낮에 작업반에 나가 로동을 하구는 밤에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느라 늦도록 앉아있군 하오. 저기 뵈지요? 관리위원장방에 불이 켜져있소, 갑시다.》 그들은 관리위원회에 이르러 어둑시근한 복도를 지나 장영덕의 사무실에 이르렀다. 방문이 반쯤 열려져있었다. 사무실이 더워 창문과 방문을 열어놓은것 같다. 방안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춘권이는 문을 넓게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굳어졌다. 《관리위원장아주반이 없소?》 춘권이는 대꾸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옥숙이도 의아해하며 뒤따랐다. 장영덕은 앉아서 사무를 보는 책상에 엎드려 정신없이 자고있었다. (아, 얼마나 곤했으면!…) 춘권이는 가슴이 뭉클했다. 단순하고 고지식하고 꾀를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인 경우에 자그마한것이라도 가슴속에 맺히면 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장영덕은 자기의 결함을 고치기 위해 지금 얼마나 애를 쓰고있는가. 인간은 본시 아름다운 존재로 태여난다.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 아름다운 성품이 활짝 피여나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과오를 범하기도 하는데 과오를 씻는 과정에 인간은 더 아름다와지는것이다. 춘권이는 장영덕이를 치겠다고 이 방에 뛰여들어와 책상을 뒤집어엎던 일을 생각하며 부끄러움에 머리를 들지 못했다. 춘권이가 옳게 말한것도 있지만 청산리지도기간 비판된데 의하면 박진섭이 장영덕과 리종수에 대하여 소문을 망탕 퍼뜨려 관리위원장이 애매한 루명을 쓰게 만들었다. 그래 춘권이가 사실과 맞지 않는 소리를 망탕 해댈 때 관리위원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러나 장영덕은 그후에도 구태여 해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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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수로인은 닭이 홰를 치는 소리를 들으며 새벽잠에서 깨여났다. 오랜 세월 굳어진 습관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럭대며 옷을 입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하늘은 검푸른데 동쪽에서 새별이 아직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고있었다. 서늘한 가을의 새벽바람이 담장을 넘어 불어왔다. 대기는 쌀쌀했으나 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익은 낟알의 구수한 냄새와 등성이 과수원의 과일향기를 날라와 마음속이 흐뭇하게 페부로 흘러들었다. 외양간에서 소방울이 떨렁거리였다. 황소가 주인이 나타난것을 보고 일어서는 모양이였다. 리종수로인은 부엌으로 들어가 바께쯔소리를 내며 물을 퍼다가 외양간 구유통에 쏟아주었다. 황소는 넙적한 주둥이를 구유통에 대고 물을 쭉쭉 마시였다. 구수한 소냄새가 풍기였다. 리종수는 이 소냄새를 제일 좋아했다. 터밭에는 종자로 쓸 팔뚝같은 강냉이이삭들의 수염이 꼬들꼬들 마르고 잎사귀와 줄기가 누렇게 되여 서있는 반면에 가을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있었다. 가을이슬이 내려 터밭의 작물들과 닭이 못들어가게 둘러막은 강냉이대울바자와 며느리가 심은 활짝 핀 코스모스의 꽃잎과 호박과 박이 둥실둥실하게 넝쿨에 매달려 올라앉아있는 지붕과 말라가고있는 포도넝쿨 등이 물기를 머금고 번들거리였다. 차츰 동쪽하늘이 불그레해지면서 하늘색도 파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리종수로인은 황소한테 삶은 여물을 퍼주고 닭장을 열어주어 닭들이 마당으로 내려오게 하였고 토끼장에 가서 똥을 쳐내고 새 토끼풀을 넣어주었다. 꼬리가 둥글게 감긴 누렁암개가 로인을 줄곧 따라다녔다. 새끼를 배서 배가 축 늘어지고 젖꼭지들이 불어났다. 리종수로인은 대통을 입에 물고 파르스름한 담배연기를 여기저기서 피워올리며 쉴새없이 뜨락을 왔다갔다하고 굴뚝모퉁이로 돌아가보고 울타리를 흔들어보았다. 얼굴에 허옇게 비누칠을 한 내의바람의 리춘권이가 방에서 나와 수도가에 쭈그리고앉아서 뻑뻑 수염을 면도칼로 밀었다. 누렁이가 앞발을 그의 어깨우에 올려놓고 뒤덜미냄새를 맡으며 낑낑거리였다. 면도와 세면을 끝내고 어깨에 걸치고나온 수건으로 얼굴과 목덜미를 분주히 닦아대고있는 아들에게 리종수로인이 말을 걸었다. 《관리위원회에서 추석때 햇쌀로 밥을 지어 산소를 찾아가보게 하려구 올벼가을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지?》 《예.》 《올가을에는 조상들두 땅속에서 기뻐할게다.》 리종수로인은 추석날에 리씨의 선산인 황산에 가문의 수십명 어른들과 그만한 수의 아이들이 하얗게 모여들어 묘소들에 제사를 지내는 모양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올해는 풍작이 들었으니 제사음식을 잘 차려 조상들을 찾아보게 될것이다. 《내 살아생전에 올해 같은 풍년은 처음인것 같다.》로인은 담배연기를 피워올리며 흐뭇한 감정에 눈을 쪼프리였다. 《참, 맏이야. 내 너하구 한번 의논하자구 했는데 원동에 있던 우리 집자리에 수상님께서 찾아주셨던 그 집과 꼭같은 집을 짓고 거기 옮겨가 사는것이 어떻겠니? 수상님께서 찾아보아주신 옛집을 수복하자구나.》 리춘권의 얼굴이 불깃해졌다. 《아버지, 참 좋은 생각을 하셨습니다. 가족모임에서 토론하고 관리위원회와도 의논해봅시다. 당장은 농사일을 추세우는것이 급선무이니까 청산리가 더 부유해지는 때에 가서 옛집을 수복합시다.》 리춘권이가 대답했다. 《물론 당장 시작하자는게 아니다.》 리종수로인은 수령님께서 찾아오시여 실농군답게 집도 잘 꾸리고 산다고 하시며 남은 쌀을 팔아 기와를 올리려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기뻐하셨던 일을 잊을수 없었다. 그 집을 수복하여놓고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면서 수령님의 은덕을 전해가려는것이 그의 숙원이였다. 리종수는 아침식사를 하고 작업반에 나가서도 마음이 뒤숭숭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눈길이 저도 모르게 자꾸 탁고개쪽으로 돌아갔다. 이 흐뭇한 가을날에 수령님께서 꼭 오실것만 같은 예감에서 좀처럼 벗어날수가 없었다. 수령님께서 청산리사람들이 한해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알아보시려고 나오실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 하루하루 기다려왔는데 오늘 수령님께서 꼭 오실것만 같았던것이다. 그는 삽을 들고 나가 논고를 깊이 파서 논에 고인 물이 마저 빠지도록 삽질을 하고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일하는데 멀리에서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종수령감ㅡ》하고 부르는 소리였다. 머리를 든 순간 종수로인은 가슴이 왈랑거리는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큰길우에 승용차들이 서있고 사람들이 몰켜서있는데 분명 그쪽에서 달려오는 장영덕이 자기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있었다. (아, 수상님께서 나오셨구나!) 리종수로인은 삽을 쿡 꽂아놓고 보도랑을 따라 큰길쪽으로 헤덤비며 달리다싶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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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랗고 들은 누렇다. 해빛을 받아 벼도 강냉이도 다 누런 황금처럼 번쩍인다. 가을바람이 불면서 무겁게 고개 숙인 황금의 벼이삭들이 서로 비벼대며 설렁인다. 물결친다. 들에 부는 바람에는 구수한 낟알냄새, 향긋한 과일냄새, 씁쓸한 마른 풀냄새, 보도랑의 감탕냄새가 섞이여 냄새만으로도 가을을 느끼게 한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연을 띄우며 달려다니고 털빛이 검기도 누렇기도 얼룩지기도 한 개들이 아이들을 뒤쫓아다닌다. 풍년에는 개주둥이에 밥알이 묻어다닌다고 하는데 그것들도 배부르니 좋은 모양이다. 황소는 채를 땅에 떨구고 꽁무니를 쳐든 빈달구지옆에 서서 새김질을 하며 둥그런 순한 눈으로 들판을 바라본다. 봄내, 여름내 쉬임없이 일한 보람을 느끼고 휴식의 한때를 보내는듯… 환한 웃음을 짓고 허리에 두손을 올리신 김일성동지께서 흐뭇한 심정으로 들을 바라보시는데 가을외투자락이 들바람에 펄럭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봉상강제방공사를 본격적으로 하여 올해에는 침수된 논이 없고 기양관개의 덕을 입어 물에 염기도 없어졌다는 김만금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시엿다. 장마철에 대동강물이 불어나면서 봉상강으로 올리미는데 그래서 논에 짠물이 섞인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수령님께서 그 언제인가 손수 봉상강에서 흘러드는 물을 손가락으로 찍으시여 정말 짠가, 염기가 어느 정도 있는가 가늠해보신적이 있었다. 당시 김만금이는 없었는데 청산리농민들이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하면서 아직 어느 간부도 논물에 염기가 섞이는지 물맛을 본적이 없다고 감격에 겨워하였기에 그도 깊은 감명을 받았던것이다. 그래서 염기가 없어졌다는 보고를 드린것이였다. 《묵인 땅은 없겠지?》 벼가 꽉 들어찬 논배미들을 보시며 수령님께서 장영덕이에게 물으시였다. 《수상님, 올해는 심을수 있는 땅에다가는 다 심었습니다. 토지정리도 하고 새땅도 얻어내여 농경지가 늘어났는데 거기서도 풍작이 들었습니다.》 《음, 그래? 얼핏 보기에도 작황이 좋다는것을 알수 있소. 예상 수확고가 얼마요?》 《조합적으로 정당 평균 5t은 날것 같습니다.》 《대단하군. 최고는 얼마요?》 《정당 8t 넘어나갑니다.》 《그러니까 아직 예비가 많아.》 《예. 명년에는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중 수령님께서는 멀리에서 삽질을 하는 농민을 보시고 리종수로인이 아닌가고 물으시였다. 유근재가 그렇다고 대답을 드리였다. 《만나봅시다. 작년 가을에 농사가 안됐다는 말을 나에게 하고 몹시 괴로워했다는데 올해는 어떤 말을 하겠는지.… 리종수로인의 입에서 풍작이란 말이 나오고 로인이 기뻐해야 진짜 풍년이요.》 관리위원장이 달려가 리종수로인을 소리쳐 불렀다. 그러는 사이에 수령님께서는 논뚝으로 들어서시였다. 벼들이 논에 차고넘쳐 벼이삭들이 논뚝에까지 척척 늘어졌다. 수령님께서는 벼이삭 하나를 꺾어드시고 총알같이 여문 벼의 알수를 헤여보시였다. 김만금이도 벼알수를 헤여보았다. 그는 다시 당중앙위원회로 들어갔다. 올해농사가 영농준비로부터 씨붙임, 모내기, 김매기에 이르기까지 원만하게 진척되여가자 수령님께서는 한해동안 농업성을 갱신하고 영농사업에 대한 지도에서 전환을 가져와 농사일이 성과적으로 진척되도록 하는데 기여한 김만금이를 중앙당으로 소환하시였다. 그래서 농업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농업부장사업만을 전임하게 되였다. 리종수로인이 다가오며 농립모를 벗고 둥근머리를 숙이였다. 《수상님,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수령님께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을 잡으시였다. 《예. 로인님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다 회복이 되여 일을 꽝꽝 하고있습니다.》 《그렇다니 참 다행입니다. 집안에서 다들 잘있습니까?》 《예. 다 무고합니다.》 《초급당단체위원장을 하는 아들이 일을 잘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로인은 크고 묵직한 거쿨진 손으로 빡빡 깎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 달라졌습니다.》 《뜨락또르운전수를 하는 딸은 어떻게 지냅니까? 제방공사돌격대장을 했던 청년과 화해를 했습니까?》 《예. 그놈이 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농사일을 착실하게 하고있습니다. 저는 사실 그놈을 사위로 삼지 않으려 했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승인을 했습니다. 탈곡까지 해놓고는 그 애들 잔치를 하려고 합니다.》 수령님께서 서글서글 웃으시였다. 그 밝은 웃음이 눈부시였다. 《잔치에 나도 초청하겠습니까? 그들의 잔치국수를 먹어봐야지요.》 《허… 수상님두.》 종수로인은 다시 머리를 어루만지였다. 《수상님!》그는 정색하며 말씀드리였다. 《제 작년 가을에 수상님께 농사를 잘 짓지 못했다고 죄송스러운 말씀을 올리고 그게 가슴에 맺혀 1년내내 내려가지 않았댔는데 지금은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올해 청산리는 대풍이 들었습니다. 제 평생에 처음 보는 대풍입니다. 온 청산리에 웃음이 넘쳐나고있습니다.》 들바람이 휙ㅡ 불었다. 그러자 다시 벼들이 물결쳤다. 황금물결이였다. 수령님께서는 황금파도속에 서계시는듯 한 심정이였다. 《로인님, 어찌 웃음뿐이겠습니까. 노래도 절로 납니다. 허…》 《예. 수상님 말씀이 옳습니다.》 《로인님, 좀 걸읍시다.》 수령님께서는 로인이 달려온 그 보도랑길을 가을외투자락을 날리며 걸으시였다. 황금물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시는것이였다. 《로인님, 요새 청산벌에 대한 노래가 나왔는데 들어보셨습니까?》 《예. 일전에 시쓰는 선생하고 작곡하는 선생 두분이 나왔댔습니다.》 《옳습니다. 김옥성이라는 유명한 작곡가입니다.》 수령님께서는 그가 지은 노래들을, 특히 《결전의 길로》를 좋아하시였다. 이번에 지은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도 대단히 마음에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으시며 흥얼거리시였다.
아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평안도 강서땅 청산리벌에 풍년이 왔네
리종수는 불시에 눈굽이 화끈 달아오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수령님께서 얼마나 만족스럽고 기쁘시면 노래까지 부르시랴. 이 대풍을 마련해주려고 정초부터 봄, 여름, 가을 쉬임없이 청산벌을 찾아주시며 로고를 기울여오신 수령님이시였다. 리종수로인의 귀에는 합창과 배합된 관현악의 장쾌한 선률이 울려오는것만 같았다.
… 아 풍년이 왔네 벼풍년 왔네 평안도 강서땅 청산리벌에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
수령님께서는 선률을 따라 흥얼거리다가 눈을 슴뻑이는 로인에게 이 노래가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이 풍년을 수상님께서 마련해주셨다는 내용이 있어서 좋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허허 웃으시였다. 《여러분들이 노력한 결실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시였다. 리종수의 눈에는 수령님께 기쁨과 만족을 더 드리려고 황금물결이 끝없이 설레이며 춤을 추는것 같았다. 《로인님, 얼마나 좋습니까?》 벼들이 춤추는 황금의 들을 바라보며 두손을 허리에 얹으신 김일성동지께서 격정에 겨워하시는 말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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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금은 전국적인 알곡 총수확고자료를 가지고 수령님의 집무실로 가고있었다. 수령님께서 그에게 자료를 독촉하시였던것이다. 총수확고 집계가 방금 끝났다. 그는 농업성에 나가 도별 실수확고를 총집계하는 사업에 같이 참가했었다. 수령님께서 기다리시는 수자였다. 그의 걸음걸이는 여느때없이 가볍고 힘찼다. 수령님께서는 가을에 청산리에 나갔다가 들어오시며 김만금에게 청산리는 풍작이 들었다, 그것은 의심할바 없다, 리종수로인이 증언했으니까, 그러나 청산리만 대풍이 들어서는 의의가 별반 없다, 내가 년초에 청산리를 지도한것이 한개 협동조합의 농사나 잘되도록 하자는데 목적이 있은것이 아니였기때문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전국적인 예상수확고판정사업을 엄밀하게 할데 대하여 지시를 주시였었다. 그 지시를 김만금은 정확히 집행하였다. 몇개의 군과 개별적인 협동조합들에 직접 나가 판정과정에 허풍을 치지 않는가를 검열하였다. 당 농업부, 농업성, 국가검열성 일군들이 각도에 내려갔었다. 그런데 판정하여 종합한 전국적인 알곡 총예상수확고는 최고수확년도인 1958년의 수자를 릉가하였다. 이에 대하여 성에서 내각에 보고하였고 농업부는 수령님께 문건으로 직접 보고드리였다. 김만금은 문건에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수확고이므로 알곡을 다 탈곡한 다음 실수확고를 보고드리게 될 때까지는 장담할수 없다고 인정합니다.》라는 내용을 첨부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전화로 김만금에게 《풍년에는 털수록 낟알이 나온다고 했소. 그러나 아직 만세를 부르지 맙시다. 탈곡을 다그쳐 년중으로 끝내야 하겠소.》하고 지시하시였다. 그리하여 년내로 탈곡을 끝내고 수령님께 총실수확고를 보고드리게 된것이다. 그는 활개를 치며 복도를 걸어갔다. 원래 걸으면서 활개를 치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지금 기분이 격앙되여 그 습관이 더 뚜렷해졌다. 여기서는 정중하게 걸어야 한다는 관념도 잊었다. 집무실이 있는 복도에 들어서면서부터야 정신이 들어 걸음걸이를 조심스럽게 하였다. 창밖에서는 흰 눈가루를 걷어안은 바람이 웅웅대며 불었다. 흰 눈가루가 창문에 들씌워지기도 했다. 올해는 일기조건이 불리했다. 만약 날씨가 잘해주었더라면 수확고가 더 높아졌을것이다. 책임부관이 일어서서 《기다리십니다.》하고는 집무실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수령님께서는 집무탁에 앉아 문건을 보고계시였다. 《부장동무요? 어서 오시오.》 그이께서는 보시던 문건에서 눈길을 들고 일어서시였다. 《여기 오오.》 그이께서는 집무탁뒤에서 나오시여 가까이 다가온 김만금의 어깨를 잡고 쏘파에로 이끌어가시였다. 《자, 앉기요.》 먼저 앉으며 김만금이 끼고 온 문서철에 눈길을 보내시였다. 《그래 말해보오.》 김만금은 문서철을 펴기 전에 총수확고를 먼저 말씀드리였다. 《올해에 380만 3,000t의 알곡을 생산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예상수확고를 알고계셨기때문에 그만큼한 총생산량을 짐작하고계시였지만 정작 김만금의 보고를 들으니 가슴이 쩡ㅡ 울리시였다. 《대단하오! 이것은 우리 나라 력사에서 전례없는 다수확이요.》 김만금은 흥분을 억제하느라 헛기침을 하고나서 문서철을 펼치고 각도별 생산량을 말씀드리였다. 그리고 현지에 직접 가보았던 사실을 첨부하여 말씀드리였다. 함경북도는 길주군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알곡수확고가 훨씬 높아졌다. 봉암협동조합에서는 김영애가 관리위원장이 되여 년간 농사를 깐지게 지어 콩, 감자, 강냉이, 벼 등 모든 작물들의 작황들이 좋았다. 수령님께서는 길주군과 함경북도의 농사형편과 인민생활을 걱정하여 절절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여왔던 박달이 문득 생각나시였다. 박달은 지난 4월에 끝내 세상을 떠났다. 만약 그가 아직 살아있어 김만금의 보고를 듣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할것인가. 김만금은 황해남도에 가본 정형을 계속하여 말씀드리였다. 연안군에 풍년이 들었다. 수령님께서 만나주셨던 월남자가족인 양혜옥, 채분녀는 조선로동당원이 되였으며 작업반장으로 이름을 날리고있다. 그 녀성들은 삶의 보람을 찾았으며 이번 가을에 맨처음 수확한 찰벼를 소달구지에 싣고 평양으로 와서 수령님께 선물로 올리였다. 녀인들이 올리는 찰벼를 김만금이 직접 받아서 수령님께 드리였었다.… 《그 아주머니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돈다니 무엇보다 기쁘오.》 수령님께서 그들이 농사를 잘 지었다는 보고를 받고 하시는 말씀이였다. 김만금은 산간지대 농업협동조합들에도 농사가 잘되였으며 리상점들에서 특색있는 산골상품들을 많이 팔고있어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고있다고 말씀올렸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고장의 형편을 말해보오.》 수령님께서 도중에 말씀하시였다. 《예. 평안남도 승호군 리현리의 실례를 들겠습니다. 3일전에 제가 갔다왔습니다.》 김만금은 최영길이 보낸 편지를 받고 그도 만나보고 그곳 농사형편도 알아보려고 현지에 갔었다. 《리현리는 저에게 약간의 파악이 있는 고장인데 제가 평남도당위원장을 하던 당시에도 못살기로 유명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땅이 나빠 못산다고 했습니다. 땅이 거친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8작업반의 선동원처녀는 땅이 나빠서가 아니라 땅에 대한 애착이 없기때문에 못산다고 주장하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처녀선동원이 일을 앞장서서 잘했을뿐만아니라 실천적인 행동으로 작업반원들을 이끌었습니다. 수상님께서 청산리당총회에서 하신 교시를 날마다 조합원들에게 해설선전하며 우선 자기 마을, 자기 조합에 대한 애착심을 키우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 리현리는 물이 귀한 고장인데 이 처녀선동원은 민청원들을 발동해서 작업반원들의 집에 물을 길어다주고 땔감이 떨어진 집에 땔감을 해결해주고 일손이 없어 집을 수리 못하는 유가족들의 집을 수리해주고 도배까지 해주었으며 리에 회의갔다올 때는 빈손으로 오는 법없이 간장, 된장, 비누, 치약 같은것을 사다가 나누어주어 조합원들이 마음놓고 농사를 짓도록 보살펴주었습니다. 회의 다니느라 낮에 김을 못 맸으면 달밤에 호미를 들고나가 김을 매서 보충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우선 로력점수를 많이 벌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개인농때는 농사에 열성을 다해 실농군소리를 듣던 한 조합원이 조합에 들어서는 공동로동에 성실치 못하고 제 터밭농사에만 열성이였고 꾀병을 쓰며 일도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맡은 강냉이밭을 누군가 밤마다 대신해서 매주었습니다. 선동원처녀였습니다. 여기서 깊은 감동을 받은 그 농민은 그후 열성분자로, 작업반장으로까지 되였다고 합니다. 리당위원회에서 사업을 잘하였습니다. 이 처녀선동원의 모범을 일반화하면서 청산리정신으로 당사업을 실속있게 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와 같이 훌륭한 선동원이 배출된것은 우리의 농촌들에서도 인간개조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있다는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시였다. 그것은 천리마시대의 모습이였다. 《참 좋은 이야기를 들었소. 머리가 다 시원해지오. 처녀선동원의 이름이 뭐요?》 《리신자라고 합니다.》 《리신자!… 그렇게 군중과의 사업을 하는것이 항일빨찌산식이요. 말만 해서는 안돼. 말과 행동이 일치되여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오. 어린 처녀가 참 용하오.》 수령님께서는 바람부는 들에서 조합원들앞에서 선동연설을 하는 처녀의 모습과 집집을 찾아다니며 땔나무와 물걱정을 하면서 해결해주는 처녀의 모습 그리고 달밤에 밭김을 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하시였다. 《그 처녀는 타고난 락후분자란 없으며 개조 못할 사람은 없다는 수상님의 말씀을 명심했다고 합니다.》 김만금이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마음이 뜨거운 처녀요. 그런 핵심들이 일을 잘하니 리현리에서 전변이 일어나지 않을수 없지.》 《예. 리현리에서는 예상수확고보다 실수확고가 더 높이 났습니다. 1959년에 비해 호당분배가 알곡은 2배이상, 현금은 근 3배로 늘어날것으로 타산이 되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제일 락후했던 조합이 그렇게 비약을 했으니 다른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우리가 1959년보다 무엇을 특별히 더 잘해주어서 그렇게 되였는가. 땅도 그 땅이요, 집도 그 집이요, 사람도 그 사람이다. 여기에 달라진것은 없다. 그런데 1960년에 일이 잘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당의 결정과 지시가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당원들과 군중이 그것을 집행하지 않으면 한갖 빈 종이쪼박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청산리지도가 있은 때로부터 한해사이에 농촌리당사업에서는 커다란 발전이 이룩되였다. 지도일군들이 자기가 할 사업에 대하여 똑똑히 알게 되였다. 지금은 일군들이 혼자서 바삐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당단체와 당핵심에 의거해서 일하게 되였다. 군중속에 깊이 들어가 군중을 옳게 발동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일에 앞장서자고 하며 뒤떨어진 사람을 부축하여 끌고나가고있다. 심지어 그전에 밉게 보았고 적대시하던 사람들까지 다 개조하여 우리 당의 두리에 묶어세우고있다. 이리하여 협동조합은 하나의 화목한 가정으로 되였으며 우리 당은 굳게 단결된 힘있고 생기발랄한 전투조직으로 되였다. 이것은 우리 당 군중로선의 위대한 승리이다. 공업부문에서도 천리마작업반운동이 힘있게 벌어져 사람을 교양개조하고 경제건설을 촉진시키는데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우리는 제1차5개년계획을 2년반에 수행하였으며 올해에는 작년에 비해 16%의 장성을 기록하였다. 농촌에 뜨락또르와 자동차를 각각 3,000대씩 생산하여 보내주었으며 앞으로 매해 7천대씩 생산할 능력을 조성하여놓았다. 금년도 완충기의 중심과업인 농촌경리의 기계화과업이 성과적으로 실현되고있다. 올해에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농촌에서 력사상 최고수확을 이룩한것은 참말로 자랑할만 한 성과이다. 전반적인 사회적분위기가 비상히 앙양되고있다. 당사업에서는 사람과의 사업을 기본으로 하여 사람들의 심장을 울리고있다.… 수령님께서 격정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김만금은 깊은 감명속에서 그이의 말씀을 들었다. 사회주의건설에서 달성하고있는 커다란 승리는 사람들의 정신상태의 변화와 결부되여있다. 사람들의 의식이 사회주의사회의 본성에 맞게 발전하고있다. 김만금은 함의선 전 농업상을 만났던 생각이 났다. 《함의선동무가 저를 찾아왔댔습니다.》 《함의선이? 참, 그가 지금 어떻게 지내오?》 수령님께서 김만금이쪽으로 몸을 기울이시였다. 《집에서 놀면서 중앙도서관의 청탁으로 로어로 된 기술서적과 잡지들을 번역하고있습니다. 그가 쏘련에 떨구어두고온 딸들의 문제가 제기되여 쏘련에 가서 몇달 체류하고왔습니다. 쏘련에 갔다와서 느낀점이 컸던가 봅니다. 그는 쏘련의 엠떼에쓰들과 꼴호즈들을 돌아보았는데 언젠가 제가 쏘련과 동유럽나라들에서의 농업실태자료를 보고드린 그 정도보다 더 참혹한 현실에 부닥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뜨락또르, 자동차, 꼼바인이 많으면 무얼 하는가, 적지 않은 엠떼에쓰들에서 누구도 기계를 돌보지 않아 파철더미로 되여가고있으며 꼴호즈들에서는 무정부상태가 빚어지고있다, 아까운 우유가 땅에 흘러내리고 닭알은 얼마나 생산되는지 통계를 적당히 잡고는 다 훔쳐내가고 사람들은 극단한 리기주의에 빠져있다, 어디서나 술을 마시고 국가와 꼴호즈재산으로 질탕치게 먹고 놀아대고있다, 이렇게 개탄하면서 함의선동무는 진정한 수령을 모시지 못하고 당의 옳바른 령도가 없으면 강력한 물질기술적수단도 은을 내지 못한다고 하면서 물질기술적수단만을 우선시했던 자기의 교조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함의선의 운명을 두고 생각이 깊으시였다. 사람이 늙고 병이 들면 사업을 더 할수 없는것은 자연의 리치이다. 그러나 함의선이 그래서만 무대에서 사라진것은 아니다. 그는 당의 령도에 충실하려 했고 조국건설에 한몸 바쳐 일했었다. 그렇지만 쏘련식의 체질을 우리 식 체질로 바꾸기 힘들어했다. 그의 충실성, 헌신성은 조선을 쏘련식으로 발전시키는데로 지향되고있었다. 그리하여 현재의 물질기술적토대에서는 큰 규모에로의 협동경리의 발전이 실패할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의 견해를 증명해주는것 같은 현상들이 1959년도에 나타났었다. 그러나 청산리지도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그가 김만금이를 찾아온것이 우연치 않다. 함의선이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결코 매장되여 버리지는 않았다. 한시기 쟁쟁한 농업성지도일군이였던 그가 나라의 농업문제를 아주 외면할수는 없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1960년에 농업부문에서 성과를 거둘수 있은것은 그전해부터 뜨락또르와 자동차를 농촌에 많이 넣어주고 기계화를 실속있게 다그친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소. 농촌경리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면서 관리운영사업과 지도사업을 사회주의원칙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훌륭한 열매를 맺을수 있었소.》 수령님께서는 사대주의적인 사고에 빠져있던 함의선이 우리 당의 정책을 정확히 인식한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라고 하시며 그의 생활형편을 료해하고 말년을 불편없이 보내도록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최영길이 지금 어떻게 하고있는가고 물으시였다. 《저는 몇번 승호군당에 문의하여 최영길동무가 어떻게 생활하고있는지 알아보았지만 로동단련을 하는데 오히려 지장이 될것 같아 찾아가보지는 않았는데 며칠전에 그로부터 한해를 총화짓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김만금은 편지내용을 말씀드리였다. 최영길은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오늘 부장동무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것은 이 한해동안 어머니대지, 사회주의협동벌에서 〈풍토순화〉과정을 어지간히 거친탓일거요. 올해는 풍작이 들었소. 벌판에 낟알이 꽉 찼소. 내가 언제인가 부장동무에게 말했지만 한해농사총화는 가을에 결실을 놓고 하게 되오. 나 개인에 대한 총화도 가을을 맞으며 스스로 하여보았소. 과연 결실이 좋은지. 그것은 객관이 평가할 일이요. 하지만 한가지 말할수 있는것은 내가 사회주의협동전야를 어머니대지라고 부를수 있을 정도로 대지의 품이 어머니의 사랑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 넓으며 또한 엄하다는것을 몸으로 체험했다는거요.…》 그리고 그 체험과정을 서술하였다. 수령님께서 다 듣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앞으로 협동경리를 기업적방법으로 지도하는 문제를 연구하고있소. 군인민위원회에서 농업부를 떼내여 전문 농촌경리를 지도하는 기관을 내오고 거기에 농촌경리에 복무하는 기업소들을 다 망라시켜 종합적으로 지도하게 하려 하오. 그러자면 일군들이 많이 필요한데 최영길동무같은 농업전문가이며 행정일군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 못하오. 그 동무를 소환하여 큰일을 맡겨야 할것 같소.》 수령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몹시 감동된 김만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상님! 최영길동무는 조합원으로 평생 살며 일할 각오를 가지고있는데 수상님의 말씀을 전달받으면 큰 충격을 받을것입니다. 저는 그 동무가 앞으로는 사회주의시대의 요구에 맞게 사업을 잘해나가리라고 확신합니다.》 수령님께서 빙긋이 웃으시였다. 《동무들이 안주농업학교 동창생이고 농업전선에서 같이 일했는데 앞으로도 손잡고 잘해보오.》 《예. 은덕에 보답하겠습니다.》 《앉소. 한가지 더 있소.》 수령님께서 방열기에서 증기흐르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시며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청산리에서 우리가 준 과업을 총화하는 문제인데 어떻소? 청산리에 또 나가 총화를 짓는것이 좋겠는가. 다른 리에 나가서 짓는것이 좋겠는가.》 김만금은 머리가 빨리 도는 행동형의 사람이다. 그는 수령님의 의도를 즉시에 알아차렸다. 《수상님. 청산리지도의 의의는 청산리에 국한되는것이 아니고 그 생활력은 전국적인 범위에서 나타나야 하며 또 실지 나타났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두손바닥으로 무릎을 철썩 치시였다. 《좋소. 리현리에 가서 총화를 지읍시다. 처녀선동원 리신자도 만나보고!》 그이께서는 담화를 끝내고 걸상에서 일어서시였다.… 1961년 1월 23일 아침. 날씨는 맵짰으나 하늘이 파랗게 개이고 대기는 투명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에 오르시여 당과 국가의 지도간부들과 일부 농업협동조합 관리위원장들이 방청으로 참가하여 진행될 리현리당총회를 지도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시였다. 승용차가 시내를 벗어나자 흰눈 덮인 무연한 벌판이 펼쳐졌다. 대한무렵이여서 땅땅 얼어붙은 대지에 눈가루를 안은 찬바람이 휩쓸고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름너머에서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고 해볕이 따스해지면 대지는 거밋거밋해지면서 부풀어오르고 흰 김을 뿜어올리며 움씰거릴것이다. 또다시 봄이, 이전에 볼수 없었던 커다란 희망과 신심을 안겨주는 봄이 찾아올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영농준비로 들끓는 새봄이 금시 눈앞에 보이는듯싶으시였다. 앞으로 더욱 번영하고 부강해질 사회주의농촌과 우리 조국의 휘황한 모습이 펼쳐지고있었다.
주체9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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