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김  삼  복

 

( 제 29 회 )

 

39

 

수령님께서는 3초급당단체 당원들과 담화를 하였던 축산초급당단체위원장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시고 잠시 휴식하려고 하시였으나 회의장의 긴 나무걸상들에 질서있게 앉아있던 농촌당원들의 모습이 그냥 눈에 삼삼히 떠오르시였다. 녀인들은 머리단장을 곱게 했고 남자들은 깨끗이 얼굴을 씻고 면도를 했으며 하나같이 새옷들을 입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볕에 탄 얼굴들이 더 두드러지는 농민들이였다. 농민들은 아무리 단장을 곱게 하고 새옷을 입어도 해볕에 탄 얼굴과 힘든 농사일에 굳어진 몸가짐으로 하여 《촌티》를 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보석같이 빛나는것이 있으니 농사를 잘 지어 쌀로써 당과 국가를 받들려는 애국심이 그것이다.

그이께서는 보고와 토론을 하던 당원들의 모습도 상기하시였다. 얼마나 절절하게, 허심하고 솔직하게 자신들의 결함을 회의앞에 내놓았던가. 그러면서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하고 죄송스러워하였던가. 아직 큰 규모의 집단경리를 운영해본 경험이 적어 좌왕우왕하며 작업반들을 틀어쥐지 못했기때문에 작년농사를 잘못 지었고 우에서 지도일군들이 승리에 자만하여 협동조합들에 대한 지도방조를 잘하지 못했기때문에 그렇게 된것이지 일군들이 본심이 나빠서였겠는가? 잘 몰라서 그렇게 되였다. 그들은 다 우리가 품들여 키워낸 핵심들이다. 청산리 당원들에 대한 애정이 수령님의 가슴을 후더웁게 하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휴식하신 후 앉은뱅이책상을 마주하시고 회의에서 하실 연설요지를 16절지에 써나가시였고 보충하시였다. 추녀낮은 자그마한 농가에서 오후 5시가 다되여오도록 쓰신 연설요지는 우리 당의 력사문헌으로 지금도 보존되여있다.

그이께서 만년필을 달리시였다.

농가안은 조용하여 만년필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였다. 주인이 불을 알맞춤하게 잘 때여 방안은 훈훈했고 아늑하였다. 창문으로 오후의 해볕이 비스듬히 비쳐들었다.

수령님자신께서 당원들, 초급일군들, 관리일군들과 담화하며 알게 된 자료들, 그 과정에 받은 충격들, 지도그루빠를 통해 알게 된 구체적인 내용들, 오전회의기간 보고와 토론을 들으시며 느낀 문제점들이 그이의 사색속에서 정연하게 체계화되여 종이우에 그대로 옮겨졌다.

바깥은 눈 온 뒤의 청명한 날씨였다. 하늘은 파랗고 해빛은 눈우에 쏟아져내려 눈부시게 반사되였다. 농가의 지붕우에, 울바자를 둘러친 터밭에, 얼어붙은 봉상강과 텅 빈 넓은 벌에, 마을이 등지고있는 석두재에, 푸른 소나무의 바늘잎우에, 거무스레하고 터슬터슬한 느티나무의 줄기에 부드러운 흰눈이 폭신하게 내려앉았다. 청산리는 은빛세계의 신비롭고 눈부신 광채에 쌓여있었다. 해가 높아지면서부터 나무가지와 솔잎우에 그리고 전기줄우에 앉았던 눈들이 은백색의 무수한 눈가루를 반짝반짝 날리며 땅으로 쏟아져내렸다. 온종일 눈가루들이 그렇게 쏟아져내렸다. 나무우에서 까치들이 깍깍 울어대다가 행길로 날아내리였다.

리당총회를 하고있는 청산리는 소리없는 기쁨과 기대와 희망속에서 자연도 조합원들도 다같이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이제 수령님께서 어떤 연설을 하시겠는지 침묵의 시간흐름속에서 회의장안에 모인 당원들이 기다리고있었다.

오후회의는 다섯시에 시작되였다.

수령님께서 당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시며 회의장에 들어서시였다.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연설을 하시겠다는 유근재리당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기 바쁘게 수령님께서는 의자에서 일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당원들의 박수를 받으시며 연설요지를 들고 리당회의나 조합원들의 모임때 리당위원장이나 관리위원장, 농맹위원장이 나가서 연설을 하군 하던 소박한 연단에 나와 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연설요지를 연탁에 놓았으나 그것을 별로 들여다보지 않고 연설을 하신다기보다 한집안식구끼리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말씀하시였다.

군중은 그이의 말씀 매 구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여들었다.

《우리가 자기 사업에서 결함을 찾고 그것을 비판하며 바로잡는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늘 일을 잘한다는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때로는 과오를 범할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과오를 빨리 고치는데 있습니다.

자기 사업의 결함을 늘 비판하는것은 마치 우리가 매일 아침 세면하는것과 같습니다.… 사업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제때에 비판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그런 결함들이 쌓이고쌓여서 마지막에는 걷잡을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매일 아침 얼굴의 때를 씻어내듯이 우리는 늘 자기 사업에서 결함을 찾아내야 합니다.》

어찌도 평이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하시는지 리종수로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지! 그렇지!) 하고 그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동무들의 의견을 종합하여보면 지난해 동무들의 사업에는 몇가지 엄중한 결함들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다고 하시였다.

《첫째 결함은 농사일에 모든 힘을 집중하지 않은것입니다.

농업협동조합에서 주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농사일입니다.》

농산작업반에 로력이 매우 적게 돌려졌다, 기계화작업반이나 건설작업반을 아주 없애라는것은 아니다, 농기계들을 수리하는것도 농사하기전이나 또는 농사를 다 해놓은 뒤에 하는것이 좋고 건설작업반에서는 농사철에는 집을 짓는것보다도 우선 생산적건설을 많이 해야 한다, 기계화반에 40명이나 들어앉아서 무엇을 하는가, 수리할것들은 겨울동안에 다 해놓고 여름에는 혹 마사지는 기계나 도구들을 수리하기 위하여 2~3명을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농사일에 참가해야 한다.…

리종수로인은 10년 묵은 체증이 떨어져내리는것 같았다. 로인은 관리위원장을 찾아가 로력이 다 어디로 갔는가? 하고 안타깝게 호소하던 일, 장영덕이 나도 어쩔수 없소, 령감님이 내 자리에 앉아보오 하며 속이 타하던 일, 기계화반에 건달군들이 모여드는데 거기에 춘심이가 좋아하는 차두철이가 들어가는 일을 두고 화를 내며 로친과 싸우던 일 등을 돌이켜보며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둘째로, 동무들의 사업에서 큰 결함은 계획이 없이 일한것입니다.

개인경리때에도 농사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자기의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물며 700호나 망라된 큰 경리를 계획화하지 않고 어떻게 운영할수 있겠습니까?

동무들도 계획을 세운것은 사실인데 그 계획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것이기때문에 계획없이 일한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계획을 세우되 반드시 정확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관리위원회에 계획이 없는것은 누구의 잘못입니까? 물론 관리위원장의 잘못이 큽니다. 그러나 리당위원장이 잘못하였으며 전체 당원들이 잘못하였습니다. 당원들이 다 조합을 옳게 운영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하며 조합사업이 잘되고 못되는데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일이 다 틀린 후에 이러쿵저러쿵 말해보았대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회의참가자들은 모두 머리를 들지 못했다. 리종수로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과연 관리위원장만이 조합의 주인이고 조합원들, 당원들은 손님이란 말인가?

민주선전실장이 오늘회의에서 첫 토론을 예리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의 토론에서는 손님같은 태도가 느껴졌다. 왜 결함을 제때에 비판해서 바로잡지 못했는가. 관리위원이기도 한 그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그리고 나자신은?… 하고 당원들은 자책하는것이였다.

《셋째로, 동무들의 사업에서 엄중한 결함은 로력을 랑비하는것입니다. 이것은 로력배치를 잘못하는데서 오는것입니다.…

기계화반에 40명씩 달라붙는것도 로력랑비고 축산반에 66명이나 들어가있는것도 다 로력랑비입니다. 그리고 양어작업반에도 너무 많은 사람이 배치되였습니다.

체육사업과 예술소조사업을 잘못 조직하는데서 오는 로력랑비도 큽니다. 바쁜 농사철에 무슨 회의요, 강습이요 하면서 자꾸 사람을 불러올리는것도 좋지 않으며 관리위원장이 쩍하면 작업반장들을 불러다놓고 서너시간씩 앉아있게 하는것도 다 큰 로력랑비입니다.》

《넷째로, 동무들의 사업에서 나타나고있는 결함은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위반하고있는것입니다.

사회주의경리에서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실시하지 않는다는것은 매우 엄중한 결함입니다.

기계화가 다 되지 못하였기때문에 지금은 로동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같이 평균적으로 나누어준다면 누가 힘든 일을 하려 하며 누가 기술을 배우고 창발성을 발휘하며 제품을 더 많이 만들려고 애쓰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아직 자본주의사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본주의사상을 아직 다 청산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평균분배를 실시하면 거저 놀고먹자고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능률은 더 낮아질것이며 우리 생활은 더 어려워질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이나 안하는 사람이나 다같이 먹고산다면 누가 애써 일하려 하겠습니까? 누구나 낮잠 한잠이라도 더 자려고 할것이고 될수 있는대로 헐한 일을 하려고 할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관리위원회사업에 대하여 말하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결함은 관리위원회일군들에게 책임감이 부족한것입니다.

인민들은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관리위원장이나 관리위원들을 선거하였습니다. 그런데 관리일군들이 관료주의적으로 군중에게 내려먹이기만 하면서 조합일이 잘 안될 때에는 그 책임을 우로 올려밀고 아래로 내려밀어버리는 매우 옳지 못한 사업태도를 나타내고있습니다. 관리위원회일군들에게 책임감이 부족하며 관료주의와 형식주의가 많습니다.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책임적으로 사업하려면 우선 자기 조합의 살림살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자기 사업을 잘 알려면 군중과 접촉해야 하며 군중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농업협동조합 관리위원장이 되려면 반드시 농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배우겠습니까? 군중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관리위원회사업이 잘 안되는데는 리당위원회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선 리당위원장이 서리맞은 나무잎모양으로 생기가 없고 물에 빠졌던 사람같이 얼떨떨해있습니다.

만약 관리위원회가 일을 잘못하면 당위원장이 회의를 열고 잘못을 비판하여주고 사업의 방향을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리당위원회는 관리위원회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같이 뭉개고있는 형편입니다. 비유하여 말하면 군이나 리의 인민위원회위원장은 앞에서 노를 젓는 사람이고 군당위원장과 리당위원장은 뒤에서 키를 잡는 사람입니다. 관리위원회가 방향을 옳게 잡지 못하고 삐뚜로 나가도 가만히 내버려두고 뒤에 앉아서 흔들흔들 졸고있어서야 무슨 일이 되겠습니까?

다음으로 동무들의 사업에서의 결함은 당원들에 대한 교양사업이 부족한것입니다.

사상교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로동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사람들을 교양하는것입니다.

일하기가 힘들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일하지 않는다면 누가 사회주의를 건설해주겠습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우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줄수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힘써 사회주의를 건설하지 않고 락후한것을 그냥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면 우리 후손들은 두고두고 고생하게 될것입니다.》

리종수로인의 가슴이 쩌릿해났다. 그러니 우리들, 현시대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 수령님께서는 우리자신들이 더 잘살기 위하여서뿐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행복을 위하여 더욱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렇다, 보다 행복한 래일을 위하여, 후대들을 위하여 땀을 더 흘리자.

수령님께서는 동무들가운데는 아직 나라의 재산과 조합의 재산을 자기의 재산과 같이 애호하지 않는 나쁜 습성이 남아있다. 만약 모든 조합원들이 자기 재산만 아끼고 조합의 재산을 되는대로 관리하며 자기만 먹는것이 아니라고 해서 조합의 농사가 잘되든 못되든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조합재산이 늘어날수도 없고 농사가 잘될수 없는것은 뻔한 일이다 하고 심각하게 지적하시였다.

과연 조합공동의것이라 해서 자기것처럼 아끼고 관리하지 않는 리기주의사상이 없는 조합원이 누구인가? 량심에 손을 대보라. 누구에게나 크고작건 《자기의것》을 중시하는 사상이 있다. 리종수로인의 눈에는 비물에 패워들어가던 12작업반 강냉이밭 귀때기가 떠올랐다.…

수령님의 연설은 계속되였다.

청산리당원들은 량심의 가책을 받았으며 또한 올해농사를 잘 지을수 있는 방도가 눈앞에 뚜렷이 내다보여 신심에 넘치여있었다.

《1959년 당중앙위원회 12월전원회의는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더 큰 앙양을 가져오기 위한 중대한 과업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우리 협동조합원들앞에는 지금 알곡과 고기, 남새들을 더 많이 생산하여 인민생활을 더욱 높여야 할 중대한 과업이 나서고있습니다. 나는 동무들이 12월전원회의가 우리 농민들앞에 내세운 과업을 영예롭게 수행하리라고 믿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연설을 끝마치시였다.

리당총회는 어두워진 7시에야 끝났다. 수령님의 중요한 연설을 접하며 몹시 흥분된 당원들은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날이 저물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열렬한 박수로 자기들이 다지는 새로운 결의를 표명하였다. 마치도 흙탕물이 흐르던 개울에 맑고 찬 샘물이 흘러들어 뿌옇게 흐려있던 물을 밀어내고 가셔내면서 가득 차고넘치게 된듯 한 느낌이였다. 청신한 바람을 맞은듯 마음속이 밝아졌다. 비판을 한 사람도 비판을 받은 사람도 속에 고여있던 불순물을 배설한것처럼 다같이 속이 거뿐했다. 리춘권이 그랬고 문영숙이 그랬으며 유근재가 그랬고 장영덕이 그랬다. 다 내놓고 토론들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청산리를 떠나기에 앞서 군당위원장 문성술에게 회의에서 관리위원장동무가 많이 비판받았는데 이번 지도가 철두철미 아래를 도와주는 지도인것만큼 그가 위축되지 말고 사업과정에 과오를 대담하게 고치도록 잘 이끌어주어야 할것이다라고 당부하시였다.

 

 

40

 

최인서가 리당총회에서 자발적으로 토론을 했다는 소문은 삽시에 청산벌에 퍼졌고 회의소식을 알고싶어 궁금해하는 이웃들인 약수리, 덕흥리 등에까지 알려지게 되였다. 조합원들은 들에서 일하며 온종일 회의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매번 최인서편에 와서는 흐아 흐아 웃음을 터치군 했다. 이야기들이 옮겨지면서 보태여지고 가공이 되여 흥미진진한 세부들로 완성되여갔다. 이것은 리당총회가 얼마나 실속있게 되였으며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것을 립증해주는 이야기였다. 최인서 같은 사람이 다 입을 열었으니 당원들의 자각된 열의가 얼마나 앙양되였는가 하는것을 말해주지 않느냐!

이 앙양된 열의는 회의이후 들판에서의 농사차비에로 이어졌다. 청산벌이 들끓었다. 청산리에 새봄이 전례없이 일찌기 찾아들었다. 농업상 김만금이 내려와 청산협동조합의 영농준비사업조직을 방조하였다. 그는 수령님께서 국가가 봉상강뚝공사를 직접 도와주라고 하셨던 말씀을 명심하고 기계수단들을 들이미는 한편 강서군적인 력량으로 돌격대를 조직하도록 군인민위원회에 지시하였다. 조합에서도 청장년들로 농사준비에서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영농기전까지 돌격대를 조직하여 주인으로서의 체면을 세우려 하였다. 그래서 돌격대조직이 시작되였으며 돌격대 대장으로 리춘권이를 내정하고있었다.

리당총회가 있은지 3일째 되는 날 밤에 1작업반원으로서 동산에 집이 있는 기호가 리춘권이를 찾아왔다. 누렁이가 컹컹 짖어댔다.

《기호동무가 어떻게?…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았소?》누렁이를 진정시키고 춘권이가 물었다.

《집에 갔다오는 길이요.》

기호가 대답하는데 그의 등뒤를 보니 삽짝문밖에 자전거가 세워져있고 자전거 뒤자리에는 무엇인가 둥근 물체를 비옷 같은것으로 감아서 실었다. 무엇을 자전거에 싣고왔을가?

기호는 춘권이의 눈길을 따라 뒤를 돌아다보며 말을 이었다.

《뭘 하나 가지고 왔소.》

《뭔데 거기다 세워두고있소? 마당에 끌고 들어올것이지.》

《그러지요.》

기호는 삽짝문으로 나가더니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들어왔다. 암개 누렁이가 다시 으르릉대는것을 꾸짖어 조용하게 한다음 춘권이가 그게 뭔가고 물었다.

《소형전동기요.》

《전동기?》

《좌우간 들어가서 얘기를 합시다.》

《어서 들어오오.》

춘권이는 웃방에 기호를 맞아들이고 마주앉으며 담배를 권했다. 기호가 턱이 뾰족하고 눈이 가는게 령리하게 생겼다고 하던 박진섭의 말이 생각났다. 박진섭이는 기호를 무척 미워하며 비난했었다. 그것을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긴 했으나 춘권이는 감정상으로는 기호를 마음에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때문에 그는 문영숙이에게 거짓말을 했고 자기자신도 속였으며 기호앞에 량심의 가책을 느끼였었다. 청산리당총회준비기간에 스스로 비판한 내용이다.

《춘권동무, 내 오늘 솔직한 심정을 터놓자고 찾아왔소.》 기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번 지도기간에 춘권동무가 나와 관계되는 일에서 잘못 처신했다고 스스로 비판했다는것을 알고있소.》

《기호동무, 정말 그건…》

춘권이가 얼굴이 벌개지며 바빠하는데 기호가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요. 내 말을 듣소. 춘권동무가 나를 옳게 보았소. 나는 1반에 온 첫날부터 춘권동무가 나를 달가와하지 않는다는것을 눈치챘소. 뒤가 구린 사람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데서 매우 예민하오. 사실말이지 춘권동무가 나를 반가와할리 있겠소? 나는 다 아오. 나는 춘권동무의 자비를 바라지 않았소. 영숙반장이 잘 대해주니 그럭저럭 마음을 붙이고 일했소. 그런데 나는 영숙반장의 믿음조차 배신한 나쁜놈이요! 춘권동무가 나를 믿지 않은것은 천만번 옳은 처사였소. 나의 뺨을 때리고 청산리서 추방한대도 나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요.》그는 옷깃을 헤쳐놓았다. 가느다란 눈에서 뜨거운 빛이 발산했다. 《나는 이 제도를 달가와하지 않았소. 복잡한 군중을 포섭하는 당정책도 로력이 없으니 림시로 쓰지 절대로 진심으로 믿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소. 그래 나는 목숨이 붙어 있으니 그리고 아이들때문에 할수없이 머리를 숙이고 일만 수걱수걱 했소. 죄 지은 놈이니 어찌겠는가, 때리면 때리는대로 맞자는 립장이였소. 이 생각을 실증해준것이 진섭이를 뒤소리했다가 모욕을 당한 사건이였소. 사회주의란게 진섭이 같은걸 일 안하고도 편하게 해주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드랬소. 1반으로 피해오니 춘권동무는 초급당단체위원장이니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역시 나를 적대시하는구나 하고 나의 립장을 더 굳히였소. 그래 나는 나대로 살 궁냥을 했소. 이전부터 해오던건데 집에서 밤이면 소소한 장난질을 했고 다 못쓰게 된 소형전동기를 얻게 되자 그것을 재생해서 장마당에 내다 팔려고 손을 대기 시작했소.》

(진섭이가 한 말이 사실이였구나.) 춘권이는 기호의 다음이야기를 기다리며 초조해하였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이였소! 나는 응당 우리 당정책을 믿었어야 했소. 이번 리당총회기간에 박진섭이 비판받고 떨어졌고 춘권동무도 심심하게 자기를 비판했다고 하오. 관리위원장도 리당위원장도 비판을 받게 되였소. 나는 간부들은 비판받지 않는줄 알았소. 이 세상이 간부들의 세상이라고 보았기때문이요. 아니요. 당에서는 용서하지 않았소. 얼마나 회의를 허심하게 했으면 생전 회의에서 말해본적이 없는 최인서까지 일어나 관리위원장과 우에서 지도내려오는 간부들을 비판했겠소? 이것이 민주주의가 아니요? 나는 우리 공화국정권과 사회주의에 대해 진짜로 알게 되였소. 이제는 조합이 더 발전하고 나라가 더 부강해지리라는것이 뻔하오. 내 이 얘기를 하자고 왔소. 속에서 끓고있는것을 터놓지 않고는 못견디겠기에! 이건 입에 침바른 소리가 아니요. 전동기도 조합에 바치려고 가지고왔소. 며칠 늦어진것은 수리가 채 안되였기때문이요. 이제는 나를 마음대로 처분하오. 내 할 말은 이것이 전부요.》

(수상님, 고맙습니다.) 춘권이는 눈귀가 척척해났다. (수상님께서 청산리를 지도하여주신 덕에, 수상님의 옳바른 정치덕에 저도 기호도 다 갱생하였습니다.)

그는 기호의 손을 와락 잡았다.

《나는 할 말이 없소! 자 전동기를 가지구, 그 〈자본주의〉를 가지구 관리위원회에 갑시다.》

그는 목이 메여왔다. 그래 더 말을 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며 기호를 잡아일으켜세웠다.

리춘권이는 기호와 같이 자전거를 밀고 먼저 유근재를 찾아갔고 다음은 장영덕을 만나 전동기를 바치게 하고 기호를 기계화반에 조동시키는 문제까지 아예 락착을 보았다. 조합에서는 기계화반인원을 대폭 줄일것을 예견하고있었지만 건달군들은 내쫓는 반면에 기호 같은 재능있는 사람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기호는 눈물이 글썽해서 꾸벅 인사까지 하였다.

《고맙습니다.》

《응, 일을 잘하라구.》

장영덕이 그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관리위원회를 나온 기호는 한동안 우물쭈물하더니 이렇게 춘권이에게 말했다.

《춘권동무, 내 오늘 밤 우리 처와 아이들을 앉혀놓고 좀 긴 이야기를 하겠소. 떳떳치 못한 몸이라 아직 집에 들어가 따뜻한 이야기를 못해보았소. 속을 감추고 살았으니까. 이제는 창문을 활짝 열겠소!》

그는 눈물을 삼키고있었다.…

기호의 사건은 리종수로인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기호에 대면 두철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뿐만아니라 개심하고 일을 잘하고있다 한다. 그렇다면 춘심이가 생각을 달리해야 할것이고 자기도 그를 박대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더 고집을 쓸 리유가 없다. 로인은 대통을 빨며 깊은 상념에 잠기였다.

로인은 아들을 불러들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취득 사는 두철이를 아예 단념했던것은 너도 잘 알지. 우리 집안에 얼씬도 못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수상님께서 그 애들의 장래를 걱정하셨으니 내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구나. 사람을 만들어줘야지 어쩌겠니? 그게 수상님의 뜻이 아니냐?》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

춘권이는 금시 얼굴이 밝아졌다. 자기로서도 생각이 있는데 아버지가 더 고집부리지 않고 이와 같이 너그럽게 나오니 속으로 환성이 터졌던것이다.

《따져놓고보면 그놈이 근본이야 좋은놈이지. 건달군이 된것두 옆에서 잘 이끌어주지 못한탓이야. 고향에 다시 돌아와 일도 잘하려고 노력한다니 네가 나서서 춘심의 마음도 돌려세워보구 두철이두 어떻게 사람만들어봐라.》

《예, 저도 생각이 다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라.》

리춘권이는 그후 어느날 저녁 춘심이를 다시 마당으로 끌어냈다.

《나는 이번에 당적인 인간으로 새로 태여났다고 말할수 있다. 춘심아! 수상님의 뜻은 우리모두가 참다운 사회주의근로자로 되는거야. 모든 군중을 다 교양개조하여 당의 두리에 묶어세우는것이 리당총회의 정신이야. 관리위원장도 비판을 많이 받았으나 사업을 통해 결함을 고쳐나가도록 하였다. 우리 당원들이 앞장서서 군중을 교양해야 해. 두철이도 우리가 옳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포섭해야 해. 너 알겠지?》

춘심이는 오빠의 절절한 호소에 저으기 감심되는듯 하였으나 여전히 수그러들려 하지 않았다.

《두철동무를 오빠가 이끌어주라요. 그렇지만 나하고는 더는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은 나를 배반했어요!》

《후회하고있다 하지 않았니.》

춘권이가 이마살을 찡그리였다.

《글쎄 그 일에 오빠는 상관말아요.》

춘심이의 야멸찬 목소리에 춘권이는 어지간히 짜증이 났다. 그만큼 말해주었으면 생각을 해보고 말하든지 하다못해 잠자코있기라도 할것이지 오히려 더 반발하지 않는가.

《내가 상관하지 않을수 있는가!》 춘권이가 버럭 어성을 높이였다. 《너는 내 누이동생이 아니구 두철이는 청산리사람이 아니야? 내가 그만큼 알아듣게 말했는데두 그냥 대답질이군! 계집애가 그러면 못쓴다. 왜 그리 랭정해?》

춘심이는 억이 막힌듯 오빠를 쳐다보았다. 입술이 떨리고 눈에서 불이 이는듯 했다.

《오빠! 오빠는 그래 내가 랭정하다고만 보았지 이 가슴속이 얼마나 탔는지 알아보려 했어요? 그처럼 믿었고 따랐고 정을 주었던 남자가 나를 무시하고 평양에 간다, 후에 너도 데려가겠다 하는 편지 한통을 날리고 고향을 떠났을 때 내가 어떤 배신감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요? 나를 뭐로 아는가 말이예요? 고향을 뜨고싶으면 뜨는 가벼운 녀자로 알았지요. 춘심이는 자기 없으면 못사는 녀자처럼 여겼지요. 그래 오빠, 나는 리씨가문의 한사람이 아니예요? 나는 자기의 뚜렷한 생의 목표가 없어도 되는가요? 아니, 그 사람은 나를 잘못 보았어요. 나는 그 사람에게서 환멸을 느꼈어요. 하지만… 하지만…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그가 평양 가서라도 성실한 인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정을 주었던 남자가 아니예요. 인간은 나쁘지 않았지요.》 춘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별빛에 반짝이였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별생각을 다 하겠지요. 하지만 오빠, 우린 이미 결별했어요. 깨진 사발이란 말이예요. 깨진 사발을 다시 붙일수 있어요?》

춘심이가 울면서 말하자 괴로워난 춘권이는 《제길할!》하고 부르짖었다. 그는 누이동생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별의 아픔을 느낄수 있었다.

어머니 오씨가 방문을 열고 내다보며 무슨 다툼질인가고 물었다.

《알았다, 알았어! 춘심아, 하지만 나는 두철이를 버리고싶지 않다. 자, 그만 돌아가자.》

춘권이는 동생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춘심이를 충분히 리해할수 있었다. 말괄랭이라는 별명이 붙은 누이동생, 드살이 세고 휘파람을 휘휘 불어대고 남자들이 꼼짝 못하게 맵짠 말마디들로 응수하며 제멋대로 돌아치는것 같지만 춘심이는 마음이 어질고 고왔다. 노래를 좋아했고 소설책도 많이 읽었다. 소설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운명에 끌려들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춘심이는 차두철이를 깊이 사랑했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두철이의 배신행위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는것이였다.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괴로와하는 춘심이의 마음을 춘권이는 알수 있었다.

해결방도는 시간을 두고 차두철이를 진실로 고향을 사랑하는 참된 청년으로 키우는것이다.

이튿날 춘권이는 리당위원장을 찾아갔다. 그 방에 관리위원장이 와있었다.

《어서 오우.》 유근재가 반기였다.

《제가 있어도 일없겠습니까?》

《우린 지금 동무 이야기를 하던중이요. 범이 제소리 하면 온다더니 마침 잘됐소.》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왔소? 찾아온 용건부터 듣기요.》

유근재가 궁금해하는것 같았다.

춘권이는 버릇대로 눈길을 떨구고있다가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조합에서 봉상강뚝공사 돌격대를 조직하는 문제인데 대장을 내정했습니까?》

유근재가 웃었다.

《우린 지금 바로 그걸 토론하고있었소. 돌격대를 조직하는데서 대장이 기본이거던. 그래 리춘권동무를 점찍고있는데 동무가 척 나타났소. 허허…》

《아닙니다. 물론 저도 시키면 해내겠습니다. 그런데 차두철이가 어떻겠는지 의견을 내려고 왔습니다. 청년이고 군중성이 있고 또 건설로동도 해보지 않았습니까. 더 중요하게는 이 기회에 그를 단련시키고 고향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간직하도록 키웠으면 하는것입니다. 이거 저의 집과 관련되여 말하기가 좀 거북한데 춘심이는 돌아오자 두철이이야기를 듣고 단호하게 배신자라고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아버지가 더 마음을 쓰고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두철이가 자기를 증명해보였으면 합니다. 두철이는 새 출발을 하려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유근재가 춘권의 솥뚜껑같은 손등에 자기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것이 어떻게 동무네 집과만 관계되는 일이요. 우리모두가 관심하고 특히는 수상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소. 관리위원장동무, 나는 춘권동무의 제기를 지지하오. 어떻게 생각하오?》

관리위원장도 찬동하였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