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김  삼  복

 

( 제 28 회 )

 

37

 

밤…

차두철이는 유근재리당위원장의 호출을 받고 리소재지로 가고있었다. 추운 날이고 밤이여서 석두재를 질러 넘어가지 못하고 큰 길로 빙 돌고있었다.

무엇때문에 자기를 찾겠는가? 몹시 궁금하였다. 하늘은 흐려있어서 캄캄했고 어둠속에서 행길이 겨우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늘 다니는 길이여서 두철이는 성큼성큼 걸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밤에 불리워가게 된것이 다행스러웠다. 평양에서 다시 내려온 당시에는 밤에도 나다니기 저어하던 두철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창피하고 수치스러운감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두철이를 두고 뒤에서 하던 말들도 즘즘해졌다. 이제 와서는 우울하고 말이 없는 두철이에게 사람들이 습관되게 되였고 두철이도 이전처럼 땀이 바짝바짝 나도록 수치감을 예민하게 느끼지 않게 되였다. 한편 두철이는 이제는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하는 자포자기의 심리가 작용했던만큼 고향으로 되돌아온 어색하고 어찌보면 우습기도 한 환경에 어렵지 않게 익숙될수 있었다.

그러나 춘심이에 대해 잊어버리고 그 처녀와의 관계를 단절하려 한 결심은 깊은 상처로 의연 남아있으면서 날이 갈수록 더 아픔을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그는 먼발치에서 춘심을 한번 보았다. 빨간《천리마》호를 몰고 달려가는 모습이였다. 그 순간 그는 자기가 결코 춘심이를 다시 만날수 없으며 더우기 리씨집안에 얼굴을 들이밀 체면이 없다는것을 절감했다. 동시에 무척 괴로왔으며 기필코 그 어떤 결말을 보아야 한다는것을 인식했다. 그런데 어떤 결말을 본단 말인가. 춘심이를 찾아가서 자기의 결심을 말하고 괴로움을 털어버리는것이 그것일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러한 기회를 기다리며 오직 일하는데서 위안과 락을 찾았다.…

리당위원장의 사무실에는 당중앙위원회 지도그루빠책임자인 부부장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있었다.

두철이는 들어갈가말가 망설이였다. 높은 사람들이 있는데 함부로 들어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렀는데 그냥 돌아갈수도 없고… 어두운 밖에서 망설이는데 마침 누가 문을 열고나왔다. 두철이가 인사하자 그는 《누구더라?》하고 물었다.

《취득에 사는 차두철이라 합니다. 리당위원장동지가 불러서 왔습니다.》

《그러면 들어가지.》 그 사람은 문을 열고 안에 대고 말했다. 《리당위원장동무, 누가 왔소.》그리고는 갈길을 가버리였다.

《누구요? 두철인가?》

유근재가 안에서 문쪽으로 나오며 물었다.

《예, 접니다.》

《들어오지, 왜 거기 섰니? 들어오너라.》

두철이는 불이 밝은 방안으로 들어가 부부장에게 인사를 했다. 두철이는 지도 나온 중앙당지도원과 진지한 담화를 했었고 이 부부장도 만났었다.

《리당위원장을 만나오.》

부부장은 이렇게 간단히 말했다. 그는 두철이가 불리워오게 된 사연을 알고있는것 같았다.

유근재는 두철이를 걸상에 앉히고 자기도 앉으며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두철이는 눈을 내리깔고 긴장해서 앉아있었다.

《두철이, 지금 어떻게 하고있니?》 유근재는 이렇게 묻고 너무 막연한 질문을 한것 같아 좀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건설반 일이 재미나니?》

두철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유근재를 피끗 쳐다보고는 다시 눈길을 떨구었다.

《돌아가는 말이 평양에 갔다가 되돌아온것이 창피해서 숨어지낸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두철이는 노상 입을 다물고있을수가 없어 대답했다.

《예, 창피를 느끼고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좋은거고… 창피를 느껴야 해. 물론 네가 땅에 발을 못 붙이고 떠돌아다닌데는 리당위원장인 내게도 책임이 있다. 래일 리당총회에서 우리가 잘못한것들을 다 내놓고 비판하게 된다. 내가 우선 비판을 받아야지. 수상님께서 농촌에서 새세대들에 대한 교양을 잘할데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 너를 잘 이끌어주지 못했으니 응당 비판을 받아야지. 너는 비당원이니 회의에 참가 못하겠지만 그게 기본이 아니지. 회의정신은 누구나 가슴에 간직해야 하니까,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그러니 너도 달리 살아야지. 건달군이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을 벗어야지. 그렇지 않니?》

두철이는 그저 이마가 책상에 닿게 머리를 숙이고있을뿐이였다.

《건달군이라 하니 기분 나쁠수 있겠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창피를 느껴야 해. 그렇게 자기를 아프게 매질해야 한단 말이야. 그건 좋아. 그런데 네가 춘심이를 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야 안되지 않을가? 춘심이와의 관계도 풀어야지.》

두철이의 얼굴이 순간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위원장동지, 춘심이 얘기는 제발 꺼내지 마십시오.》

《어째서?》

유근재는 좀 당황해하였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결심했다?》

《그렇지요. 나는 춘심이와 풀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얘기는 더 하지 맙시다.》

두철이의 어깨가 오르내리였다. 그는 몹시 격해졌던것이다.

유근재는 한동안 아연해져서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유근재가 그를 부른것은 현재의 그의 정신상태, 특히 춘심이에 대한 태도를 알려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 관심하고계시는 문제였기때문이다. 래일이라도 수령님께서 물어보시든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두철의 이야기가 나오면 말씀드려야 했으므로 밤중에 두철이를 급히 부른것이였다. 그런데 두철이는 결심했다며 말도 못하게 한다. 그 심정은 리해된다. 그렇다고 춘심이와의 관계를 풀수 없겠는가. 만약 그렇게 되여 그들의 관계가 깨여진다면 그것은 랑패다.

《두철이, 그게 그렇게 간단히 결심할 일이 아니야. 또 네가 주관적으로 결심한다 해서 그렇게만 될 일이 아니지! 나는 리당위원장으로 말하기에 앞서 너의 형이 된 립장에 서서 말하는거다. 글쎄 고향을 버리고 떠났다가 다시 왔으니 수치스럽고 춘심이를 볼 낯도 없는건 사실이야. 그러나 네가 그걸 느끼고있다는것은 달리 살기로 결심했다는걸 말해주는것이 아닐가?》

《그렇습니다. 저는 달리 살려고 결심했습니다. 새 출발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춘심이와는… 이미 깨졌습니다.》

두철이는 열기를 띠고 부르짖었다.

《아니야! 나는 춘심이가 너의 그 새 결심을 안다면 너를 용서하리라고 믿는다.》

《리당위원장동지! 제가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하며 두철이가 벌떡 일어섰다.

유근재는 청년의 자존심을 지내 건드렸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뒤따라 일어서며 두철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알겠다. 가봐라.》

그는 사랑문제가 결코 그 어떤 욕망이나 설복으로 해결되지 않으리라는것을 통절히 느끼였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존심때문에 끝내 그 사랑이 깨지고만 경우도 있는것이다. 이 문제는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유근재는 두철이가 개심한 이상 그들의 사랑도 다시 맺아질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 두철이의 결심이 어느 정도 실천에 옮겨지겠는지 두고보아야 할것이고 또 실지 춘심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런 희망을 가진다는것이 좀 막연했으나 어쨌든 그는 두철이를 믿고싶었다.

두철이는 서둘러 인사를 하고 그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찬 대기를 가르며 씽씽 걸었다. 모든 시름과 고민, 부끄러움을 말짱 어깨에서 털어버린듯 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결코 속이 개운하지 못했다. 어떻게 춘심이를 그렇게 쉽사리 털어버릴수 있겠는가.

 

 

38

 

300명이 넘는 청산리의 남녀당원들은 하나같이 옷을 깨끗하게 입고 머리단장을 곱게 하고 일찍부터 회의장인 민주선전실로 모여들었다. 회의장에 맨먼저 나온 당원은 리종수로인이였다. 병을 털고일어난 그는 오래간만에 회의에 참가한다. 그와 거의 동시에 취득마을의 할머니와 젊은 작업반장이 나왔다.

유근재가 나타나 그들과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리당사무실은 수령님께서 머무르시고 휴식을 할수 있게 꾸렸다. 유근재가 빈틈이 없겠는가 살펴보는데 관리위원장이 들어오고 다른 초급당단체위원장들과 핵심당원들이 련이어 나타났다. 공연히 리당사무실에 들어오려다가 쫓겨나가는 당원도 있었다.

시간은 빨리도 흘렀다. 군당위원장, 군인민위원장, 도당위원장, 도인민위원장이 도착했다. 모두 민주선전실마당에 서서 수령님께서 도착하시기를 기다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침 8시가 되여올무렵에 탁고개를 넘어오시였다.

이윽하여 총회가 시작되였다.

김일성동지를 주석단 가운데에 모시고 앞줄에 유근재, 장영덕이 앉았으며 뒤줄에 리당부위원장과 군당위원장,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앉았다.

회의실바닥에 멍석을 펴고 앉아있던 당원들이 모두 일어서서 열광적인 박수를 치는 속에 등단하신 수령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자 장내를 둘러보시였는데 앞쪽에 앉아있는 리종수로인을 알아보고 그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시였다.

《리종수로인이 나오셨습니까?》

그이께서 장내를 꽉 채우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반가움에 겨워 말씀하시였다.

리종수가 일어섰다.

《예.》

《앓으신다더니 일없습니까?》

《다 나았습니다. 수상님께서 중앙병원 의사들을 보내주셔서…》

그는 목이 메여 더 말을 못했다.

《다 나았다니 됐습니다. 회의도중에 힘드시면 나가서 누우십시오.》

《수상님, 이젠 일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얼마나 세심히 보살펴주시는것인가!

수령님께서는 로인더러 앉으라 하고 리당위원장에게 회의를 시작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유근재가 간단한 개회사를 한 다음 《1959년 인민경제계획실행총화와 1960년 인민경제계획실행을 위한 당단체들의 과업에 대하여》라는 회의안건을 통과시키였다.

이어 그가 보고를 하였다. 보고는 서론과 성과는 간단히 언급하고 결함부분에 들어가서는 실례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결함이 지적되면서 회의장의 분위기는 엄숙하면서도 무거웠다. 자신들이 이미 다 알고있는 사실자료들이였지만 수령님앞에서 일일이 까밝히게 되니 부끄러웠고 마음이 괴로왔다.

(그래, 다 사실이지! 사실이야. 창피를 느껴야 해. 모두 머리를 들수 없게 되지 않았느냐.)

리종수령감은 머리를 깊이 숙이며 속으로 자기자신과 조합원들을 꾸짖고있었다. 그렇다. 모두 농민구실을 못했다. 조합원구실을 못했다.

보고를 하는 유근재도 괴로운 심정을 억제 못하고있다는것이 리종수로인에게까지 전해졌다. 모두가 가슴이 답답해났고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의 보고는 길었다. 그러나 체계성있게 그리고 생동한 사실자료를 들어가며 리당위원회와 초급당단체, 개별적당원들에게서 나타난 결함을 예리하게 파고들었고 솔직하게 인정한것으로 하여 회의장에 큰 충격을 주었기때문에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누구나 보고에서 지적된 결함을 자기의것으로 받아들였기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잘했소 하고 떳떳하게 머리를 들고 마치 남의 일처럼 회의과정을 강건너 불보듯 하는 당원은 없었다.

보고에 이어 먼저 민주선전실장 신동일이 토론하였다. 체소하고 매우 예리한 인상을 주는데 목소리가 예상외로 굵었다. 그의 비판은 마치 도끼로 나무를 패듯 무자비하였는데 그 충격파가 회의장을 진동시키였다.

리당과 관리위원회 일군들이 조직사업을 잘못하고 형식주의적으로 사업한 결과 작물파종, 모내기, 김매기를 제철에 못했으며 총 수확고가 작년보다 감소되였다, 관리위원장 장영덕동무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작업반지도를 유람식으로 하였다, 리당위원장 유근재동무는 핵심들과의 사업을 잘못하여 그들을 장악하지 못했고 아래실정도 모른다, 조합원들을 공동재산을 애호관리하도록 교양하지 않고 통제하지 않아 황산작업반에서는 지난해에 사용하던 농기계가 아직 논판에 있으나 누구도 관심이 없으며 동산과 고일동앞의 양수기와 달구지가 눈에 맞고있어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수령님께서 토론도중에 물으시였다.

《동무는 농기계가 논판에 있는것을 보고 대책을 세웠소?》

《작업반에 의견을 주었습니다.》

《리당위원회가 사업을 잘못한데 대해서 응당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선전실장동무는 왜 옳은 의견을 당조직에 제때에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비판에 대해 허심하지 못하고 복수하기때문에 못했습니다.》

《복수를 한다?》

수령님께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당원들은 민주선전실장의 그 예리한 말에 좀 불만스러워하기도 하고 잘했다고 긍정하기도 하는 기분이였다.

《예, 한가지 실례를 들겠습니다.》 신동일이 말했다. 《리종수농민은 우리가 다 아는 모범농민이고 대바른 로당원입니다. 그는 부정적인 현상,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는 현상 등에 대해 참지 못하고 개별적인 당원이건 관리위원장이건 리당위원장이건 가리지 않고 충고하고 잔소리하고 의견을 냅니다. 바로 그렇게 하라고 그를 관리위원으로 선거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위원장은 이 로당원의 충고와 비판을 달가와하지 않았으며 그를 미워하던 나머지 악감을 품고있다가 그가 앓아눕자 관리위원자리에서 제명해버리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명백히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토론은 어딘가 지나친감이 들었다.

《관리위원장동무가 무슨 악감까지 품었겠습니까.》 수령님께서 너그럽게 말씀하시였다. 《물론 리종수로인에게 좋은 감정을 품지 않았고 그것이 관리위원에서 서둘러 제명하는데 작용한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종수로인의 아들이 분개했었구 관리위원장동무도 잘못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복수를 해서는 안됩니다. 밑으로부터의 비판을 받아야 발전할수 있습니다. 〈예, 예.〉하고 복종만 하는 당원이 충실한 당원이 아닙니다. 자기를 비판해주는 당원이 충실한 당원이고 고마운 당원입니다. 그리고 비판은 리종수농민처럼 그시그시 해야 합니다. 이런것을 시끄러워하면 안되며 복수를 해서는 더욱 안됩니다. 민주선전실장동무도 왜 이제야 그런 비판을 합니까? 옳다고 생각되는 점이나 그르다고 생각되는 점을 제때에 당조직에 이야기하여 당위원장이 과오를 범하지 않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견이 있으면 말하시오.》

민주선전실장은 상급에서 지도 내려오는 간부들이 리간부들을 붙잡고있기때문에 리간부들이 조합원들과 사업할 여유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소?》

《예, 지도 나온 동지들이 리간부들만 붙잡고있을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일하는것도 직접 보고 걸린 문제를 풀어주면서 지도해주면 좋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가 비판을 하는데서 지내 예리하며 자기도 관리위원인데 간부들의 과오를 자기의것처럼 아파하지 않는 랭정한 측면이 있지만 똑똑한 사람이라고 보시였다. 당돌하였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이 동무의 의견이 옳습니다. 지도 내려오는 사람들은 인민들의 말을 들어야 하며 걸린 문제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인민이 선생이고 하늘입니다. 리간부들이나 붙잡고 앉아서는 큰 소득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청산리를 지도하는 목적도 대중의 목소리를 들으며 걸린 문제를 찾아 풀어주려는데 있습니다. 우가 아래를 도와주어야지 문서나 들고와서 따질내기를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몇사람의 토론이 더 있은 다음 관리위원장 장영덕이 나섰다. 그는 토론에서 자기가 리종수로인을 시끄러운 존재로 여기고 관리위원에서 제명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자기비판으로 일관된 토론에서 그는 웃기관의 지시만을 존중하고 조합원대중에 의거하지 않았으며 독단을 부렸다고 하였다.

《관리위원장은 우선 농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농사의 선생은 여기 모인 조합원들입니다. 조합원들속에 들어가 같이 일하면서 물어도 보고 의논도 하며 아는것은 가르쳐주기도 해야 합니다. 나도 빨찌산을 할 때 대장노릇을 해보았는데 일을 잘하려면 대원들과 사업도 토의하고 그들의 애로도 풀어주며 그들을 교양하고 군사정치훈련에서 대원들보다 모범이 되고 총도 더 잘 쏘아야 하였습니다.》

얼굴이 예쁘게 생기고 허리가 날씬하지만 강기가 있는 문영숙반장이 연단에 나섰다.

문영숙은 토론 마지막에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는 리내 사무원가족들이 부업을 하느라고 많은 닭을 놓아기르기때문에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닭들을 다 가두어 기르게 하라고 엄하게 지적하시였다.

《채종농장 기사장의 처는 농촌당원들과 회의를 하려면 땀내가 난다고 하며 조합원들을 모욕적으로 대했으며 리안에 사무원, 로동자들의 부양가족이 많은데 배급 타먹으며 집에 앉아있으면서 상점에 희귀한 물건이 나오면 남먼저 모두 사기때문에 일이 바쁜 조합원들은 구경도 할수 없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들판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농민들과 그들의 로동을 높이 평가해야 하며 존중해야 한다, 집에서 노는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지 팔자가 좋은것처럼 생각하며 일하는 농민들을 깔보는것은 대단히 옳지 못하다고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누구덕분에 밥을 먹고 사는가? 낟알을 누가 생산해내는가? 뙤약볕밑에서 종일 허리굽히고 일하는 농민들의 손에 의해 낟알이 생산되고있다, 낟알이 귀한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는 농민들의 땀과 애국지성이 깃들어있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농민당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었다. 그들은 축축히 젖어드는 눈으로 수령님을 우러르며 감사의 격정을 금치 못했다.

동산부락 초급당단체위원장 우영식의 토론은 회의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그는 당원들이 사업과 생활에서 대중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결과로 12작업반에서는 김매기를 한번밖에 하지 못한 면적이 논 7정보, 밭 15정보나 된다, 그런데 작업반장 박진섭은 세벌김매기를 다 했다고 허위보고를 하였다고 했다.

《이미 해임된 전 작업반장 박진섭은 또한 적지 않은 면적에 퇴비도 주지 않고 파종했으며 모내기도 제일 마지막에 끝냈습니다. 그러나 관리위원회에 가서는 허위보고를 하여 늘 앞장서있는듯이 칭찬만을 받고있었습니다. 농업성 부상이 료해내려왔을 때도 이 동무는 세벌김매기까지 문제없다는 소리를 망탕 하여 마치 김매기가 성과적으로 되고있는듯이 상부에서 리해하도록 혼란을 조성했습니다. 박진섭동무는 건달을 부리면서 작업현장에 나가보지도 않고 집안에 앉아서 짐작으로 로력일을 평가하거나 개별적으로 자기에게 잘 보이는 조합원에게는 공수를 많이 주는 등 로력점수를 망탕 매기였습니다. 일은 하지 않고 작업평가를 보름이나 한달에 한번정도 해주면서도 쩍하면 반원들을 욕하며 인격까지도 모욕했습니다.》

그는 복잡한 군중에 속하는 기호를 어떻게 모욕했는가 하는것과 관리위원장이 늘 그에게 속아 그를 능력있는 작업반장으로 인정하고있었던 사실, 신약수터려관을 리용하여 간부들과 검열 내려오는 상급기관 사람들을 음주접대하고 자기자신도 늘 거기서 술을 마시고 추운 날이면 거기 들어가 박혀있었다는것 등을 낱낱이 폭로하였다.

《그래 박진섭이는 작업반장에서 뗐소?》

수령님께서 물으시였다.

《이번 당중앙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기간에 작업반총회에서 집중비판을 하였고 작업반원들의 한결같은 제의에 의하여 작업반장자리에서 떼고 다른 동무를 선출했습니다.》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인민우에 군림하여 인민을 호령하는 사람은 인민의 심판을 받게마련입니다. 상급에 아첨하여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것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인민에게 잘 보이여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토론은 열기를 띠고 계속되였다.

리춘권이도 자기비판의 토론을 하였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속에서 일찌기 청산리땅에 있어본적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관리일군들, 초급당단체위원장들, 작업반장들, 관리위원들, 리당위원들이 회의장 앞쪽에 앉아있었는데 그 한옆에서 얼굴이 까맣게 타고 구붓한 등이며 뼈마디들이 울퉁불퉁한 손이며 기타 몸가짐전체에서 꽛꽛하게 굳어진 인상을 주는 중년남자가 불쑥 일어섰다. 2작업반장 최인서였다. 최인서는 회의에서 토론을 한번도 한적이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한적이 없는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시켜도 하지 않았으며 또 그를 시키려고도 하지 않았다. 군중앞에서 말을 더듬었고 왕청같은 소리를 할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여는것은 누구든 모임을 집행하는 사람이 불러일으켜 세웠을 경우였다. 그 경우에도 짧게 귀찮은듯이 대답했고 뚱딴지같은 대답을 하여 분위기를 흐려놓군 하였다. 그는 침묵속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사람이였다. 이러한 최인서가 스스로 일어선것이다. 그러니 당원들은 경악할수밖에…

《제… 제가 좀 말… 하겠습니다.》 그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자 사람들은 경악했을뿐아니라 당황해졌다.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지 않겠는지 가슴들이 조마조마해졌다.

제일 난처해한것은 회의를 집행하는 리당위원장 유근재였다. 그는 얼굴이 해쓱해지기까지 했다.

수령님께서 《예, 토론하시오.》하고 그를 대신하여 최인서에게 언권을 주며 누군가고 조용히 물으시였다. 유근재가 대답을 드리였다.

《2작업반장 최인서동무입니다.》

《음, 2작업반장동무구만.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그래도 2작업반과 1작업반이 작년도에 농사를 괜찮게 지었다던데. 어디 동무의 이야기를 좀 들어봅시다.》

《선자리에서 간단히 하겠습니다.》

《좋도록 하시오. 연탁에 나와도 좋고 선자리에서 말해도 좋소. 제기할것이 있거나 꼭 할 말이 있는 당원들은 주저하지 말고 다 토론하시오. 이 회의장은 당원동무들에게 제공된 장소입니다.》

수령님께서 최인서를 고무해주시였다.

최인서의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토론에 들어가서는 별로 더듬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관리위원장동무는 독판치기를 합니다. 고…고쳐야 합니다. 쩍하면 회의 열고 욕합니다. 그대신 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한테는 굽신굽신합니다. 그리구… 민주선전실장이 지도 나온 간부들이 농민들을 만나라고 했는데 저는 간부들을 만날가봐 겁이 납니다.》

당원들은 최인서가 빗나가는것 같아서 바짝 긴장해져 손에 땀을 쥐였다. 수령님께서 인민이 하늘이라 하시며 일군들이 밑에 내려가 인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거냐, 최인서가 무엇때문에 일어나서 청산리망신을 시키는가고 속이 바질바질 끓는 사람도 있었다.

《만나야 리익될것이 없습니다.》 최인서가 계속했다. 《왜 늦어지느냐, 제 기일내에 끝내라 따지고 독촉하며 을러대기만 했지 도와주는건 없습니다. 모내기철에 우에서 지도하러 수태 오는데 모두 시키는 사람들뿐입니다. 시키지 않고 따지지 않아도 작업반장이 다합니다. 관리위원장부터가 모내기를 어느날까지 끝내라구 독촉을 성화같이 하는데 실지 그 날자에 끝낼수 없습니다. 그런데 군에서 재촉하는지 작업반장들보구 못살게 굽니다. 작업반장의 생각대루 농사짓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최인서는 《후ㅡ》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제 토론은 끝입니다.》하고 털써덕 주저앉았다. 심장이 세차게 뛰놀아 가슴이 들먹이고 손과 발이 후들후들 떨렸다.

당원들은 웅성이며 그를 지지하기도 했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토론에서 그들이 하고싶어했던 말을 했다고 보았기때문이였다. 최인서는 빙빙 에두르는 법이 없다. 언제 보아도 짤막하나 직통배기로 자기 생각을 그대로 내놓는다. 지금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최인서가 바른소리를 꾸밈없이 했다고 대견해하였다. 다른 한편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일상시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만 하려 하는 나쁜 습성이 있는데 그것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보았기때문이였다.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중의 한명이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관리위원회 지도원 창식이였다.

《최인서반장은 작업반장의 생각대루 농사짓게 해달라고 했는데 25개 농산반이 그렇게 뿔뿔이 제갈데로 나가면 조합농사를 통일적으로 지을수 있습니까? 하구싶은 말을 다 하란다 해서 자기를 합리화하는데 회의를 리용하면 안되지요.》

다른 사람이 반박했다.

《그럼 박진섭이처럼 해야 하겠구만? 관리위원장이 시키는대루 예, 예 하구 하지 않구두 했다 하구!…》

《전 그런 의미에서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하시오.》 유근재가 바삐 두손을 내저었다. 《여기가 어떤 장소요. 정중하게 토론들을 하시오.》

수령님께서 껄껄 웃으시였다.

《일없습니다. 제 생각들을 꺼리낌없이 다 이야기하시오. 얼마나 분위기가 좋습니까.》

그이께서는 농산이나 영농계획은 아래서 의견을 종합하여 올린데 기초하여 우에서 중앙집권적인 계획을 떨군다, 그러므로 국가계획은 큰 선에서 세워지며 일반성을 띤다, 이 계획은 집행해도 되고 집행하지 않아도 되는것이 아니다, 국가계획은 법이다, 그러나 집행하는데서는 실정에 맞게 해야 한다, 모내기기일도 일률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또 알곡생산계획을 모든 군과 리에 골고루 펴서는 안된다, 강서군에서 올해계획을 그렇게 떨구었다, 모든 조합들에 벼 정당 평균 6t씩 내라고 풍기였다, 이렇게 하는것이 경제조직사업이 아니다, 창발적으로 해야 하며 그러자면 연구하고 머리를 써야 한다라고 차근차근 일깨워주시였다.

《최인서반장동무가 지도 내려오는 간부들을 만날가봐 겁이 난다고 했는데 그가 잘못 인식한것도 있겠지만 일군들에게 기본잘못이 있습니다. 그들이 논두렁에 서서 호령질을 하기때문에 그러는것입니다. 아래에 내려가지 않는것도 나쁘지만 내려가서 따지고 호령질만 하는것도 나쁩니다. 내려가서 걸린 문제를 풀어줄 힘이 없으면 차라리 논에 들어가서 모를 한포기라도 꽂는것이 낫습니다. 우에서 간부들이 아래에 내려가라고 하는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아래를 도와주라는것입니다. 그러면 최인서반장은 겁나하는것이 아니라 어서 오라고 반가워할것입니다.》

장내에 웃음이 터져 물결쳤다.

최인서는 빗질을 하느라고 했지만 제대로 눕지 않고 뻣뻣이 일어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붉히였다. 그러면서 좋아서 입을 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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