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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김 삼 복
( 제 18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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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민위원회에 회의갔다 온 김명배부위원장이 장영덕이에게 지시를 전달했다. 《학교건설장과 길닦기에 로력을 내라고 합니다. 한 작업반에서 1명씩 내야 한답니다.》 김명배는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것 같이 아무런 감정도 섞지 않았다. 장영덕의 긴 얼굴이 건뜻 들리였다. 《모내기를 끝냈으니 한해농사가 다 된것으로 생각하는건 아니요? 김매기를 해야 하겠는데 로력을 뽑아가면 어쩐다는거요? 그래 조합안에서는 의견을 곧잘 제기하는 동무가 말 한마디 없이 이런걸 받아온단 말이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김명배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동무네 조합아이들은 읍학교에 다니지 않는가, 그래 아이들에게 새 교사를 지어주는게 남의 일인가? 또 길이 나빠 뜨락또르, 자동차들이 들추어대고 기관이 마모되고있는데 지금 길닦기를 안하면 언제 하겠는가, 청산리에서는 뜨락또르를 받지 않겠는가 하고 한바탕 욕을 해댑디다.》 장영덕은 말없이 담배곽에 손을 뻗치였다. 한대 피워문 다음 좀 누그러졌으나 저으기 비꼬인 어조로 말했다. 《동무가 나더러 늘 군에서 하는 지시에 맹종맹동한다고 불만이였는데 직접 당해보니 어떻소?》 김명배는 말이 없었다. 말하고싶지 않았다. 군위원장은 작업반에서 1명씩 뽑는데 무슨 자리가 난다고 우는 소리요? 하는 말도 했었다. 김명배는 대답질을 해야 하등의 소용이 없겠다는것을 명백히 깨달았던것이다. 《또 다른건 없소?》 《있습니다.》 여전히 김명배는 남의 일처럼 대답했다. 《뭐요?》 《당중앙위원회 6월전원회의에서 축산업을 발전시킬데 대한 문제가 취급된 후 농업성에서 모든 밀, 보리밭들에 후작으로 강냉이를 집짐승사료로 심으라고 엄격히 지시를 하였는데 우리 조합에서는 밀, 보리를 가을한 밭들중에서 10반보나 강냉이가 아니라 팥을 심었다는것입니다. 이것이 불거져 되게 비판받았습니다. 전원회의정신과 성의 지시에 어긋나게 행동하고 거역한 엄중한 행위로 추궁받았습니다.》 장영덕은 졸지에 의기소침해졌다. 12작업반장 박진섭이와 17작업반장이 작업반에서 팥도 좀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졸랐었다. 그래 5반보씩 심으라고 승인했었다. 작업반장들의 의견을 참작한다고 한노릇이 정책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탄받았다. 그는 자기가 회의에 가지 않은것이 다행이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문제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으리라는것, 년중 내내 보고서에 큼직한 몫을 차지하고 언젠가는 자기가 비판토론을 하게 되리라는것을 예감하며 걱정에 잠기였다. 《그건 우리가 잘못했소.》 장영덕이 침울하게 말했다. 《당장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으라는겁니다.》 김명배가 말했다.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어야지. 그런 우환거리는 제때에 제거해버려야 해.》 김명배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잘못한것은 잘못한것이고 이왕 팥을 심었으면 그대로 두는것이 옳지 않습니까?》 장영덕이가 그를 쏘아보았다. 《동무는 그 장소에서 그런 말을 했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팥을 갈아엎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팥 심은걸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지 않았다가 더 큰 화를 당하려고 그러는가? 우에서 나한테 따지지 동무한테 따질것 같소?》 김명배가 눈길을 떨구고 말했다. 《저는 군위원장이 화김에 그렇게 말했지 실지 갈아엎을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장난이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한건 비판받읍시다. 그러나 그걸 시정한다면서 이번에는 조합농사에 손해를 주고 조합원들에게 부담을 끼치는 그런 일은 하지 맙시다.》 장영덕이 치미는 화를 터치지 못해 안절부절 못했다. 《뭐 어쩐다구? 동무는 언제봐야 이 위원장을 가르치려드는데 자기만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오! 이제는 훈시질을 그만하오!》 《저는…》 김명배의 입술이 푸들푸들 떨었다. 《됐소. 더 듣지 않겠소. 그만 가보오.》 장영덕은 부위원장을 내쫓다싶이 하였다. 김명배는 쓰겁게 웃으며 나갔다. 장영덕은 즉시 12작업반으로 자전거를 달리였다. 박진섭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농립모를 벗어들고 인사를 했다. 《반장동무, 밀, 보리 후작으로 강냉이대신 팥을 심은거 있지?》 《예, 다섯반보됩니다.》 진섭은 큰 눈을 끔뻑거리며 어쩐 일일가 궁금해하였다. 《그걸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소, 당장.》 《아니, 그거야?…》 《군소리말고 시키는대로 하오. 그게 문제가 섰소.》 철색인 관리위원장의 길쑴한 얼굴에 엄숙한 빛이 돌았다. 문제가 섰다?… 박진섭은 강냉이대신 팥을 심은것이 문제가 됐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꺽 판단했다. 기호때문에 혼이 난적이 있는 진섭은 관리위원장앞에서 이전보다 더 설설 기는척 하고있었으므로 군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예, 알았습니다. 당장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겠습니다.》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장영덕은 다시 17반으로 자전거를 달리였다. 논에서는 김매기가 한창인데 지금 거기에 관심할 형편이 못되였다. 17작업반장은 고수머리의 나이지숙한 사람인데 장영덕관리위원장이 팥 심은것을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으라고 말하자 히죽이 웃었다. 《왜 웃는거요?》 장영덕이 눈살을 찌프리였다. 《내 그게 말썽이 될줄 알았댔소.》 《그러면 왜 팥을 심겠다고 제기했소? 나는 교훈을 찾았소. 작업반장들의 요구대로 뭘 좀 했더니 보란 말이요. 내 실수를 했소.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을거요. 알았소? 강냉이를 심소, 당장.》 《예, 하지요.》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17작업반장은 지시를 집행하지 않았다. 그날로 10반보의 팥밭을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었다고 군에 보고한 장영덕은 후에야 17반장이 지시를 집행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고 천둥같이 노해서 소리치며 펄펄 뛰였지만 어쩌는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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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합의 휴식일이다. 리종수로인은 아침부터 밀린 집안일을 하려고 아들과 같이 마당에 나와서 서성거리였다. 그런데 강옥숙이 찾아왔다. 강옥숙은 얼굴이 말상이다. 강서읍에서 살았는데 자그마한 가게를 차려놓고 장사를 했었다. 하루는 미국놈비행기들이 날아와 맹폭격을 했는데 그만 그 가게도, 마침 녀인이 상품을 구하러 나간틈에 가게를 대신 보고있던 남편도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나고 갈가리 찢기고말았다. 강옥숙이는 장사를 계속 해보려고 아득바득 애썼으나 한번 기울어지고 만신창이 된 가세를 일으켜세울수 없어 암화마을에 집을 잡고 이사를 와서 농사를 지으며 장사도 좀 하다가 협동조합에 들었다. 《저, 아부님.》 강옥숙이 리종수로인에게 주저주저하며 말했다. 《오늘 소달구지를 좀 쓸수 없을가요?》 《쓸 일이 있으면 쓰는거지. 한데 소달구지가 내게 아니고 작업반재산이니 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해. 아니, 그런데 임자는 왜 자기 작업반장한테 가서 제기하지 않나?》 《난 그 사람하고는 당초에 얼굴을 맞대기도 싫어요.》 옥숙이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큼직큼직한 이발을 드러내보이며 말했다. 금이발 해넣은것이 번쩍이였다. 2작업반장 최인서는 옥숙이를 싫어했다. 한것은 옥숙이가 쩍하면 작업에 나오지 않고 다리병신인 아들의 병을 고친다, 약 구하러 다닌다 하며 실은 보짐장사를 하러 다닌다는것을 알고있기때문이였다. 작업에 나와서도 일을 성실히 하지 않았으며 작업반사람들과 다투기가 일쑤였다. 그렇지만 자기 집 터밭농사는 기름이 찰찰 돌게 알뜰히 하였다. 거름을 듬뿍 내고 김을 부지런히 매주어 강냉이, 감자, 당콩, 호박, 배추, 마늘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있는 그 녀자의 집 터밭을 보며 작업반원들은 뒤에서 말들을 했다. 제집 터밭농사에는 땀을 들이나 조합농사에는 흥미없이 건들거리기때문에 최인서는 로력점수를 적게 매기였다. 그런다고 옥숙이는 누구는 얼만데 나는 왜 이렇게 적어? 하며 대들군 하였다. 결근을 자주 하여 분배몫이 적으니 생활이 늘 어려웠다. 장사를 가끔 해서 보충하는수밖에 없었다. 최인서는 옥숙이라 하면 아예 대상하려 하지 않았다. 성이 나거나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최인서는 기관총 쏘듯 하는 옥숙의 말을 당해내는 재주가 없어 그저 침울한 얼굴로 그 녀자의 행악질을 듣기만 할뿐이였다. 그러면 옥숙이는 또 반장이 자기를 업신여겨 응대도 하지 않는다고 야단쳤다. 이러한 사정을 리종수로인이 다 알고있었다. 《그래두 자기 작업반에 제기해야지.》 점잖게 타일렀다. 《소가 아까와서 그럽니까?》 옥숙이가 대뜸 걸고들었다. 《글쎄, 휴식일이니 소두 쉬여야지. 그렇다고 그러는건 아니야. 한데 소달구지는 어데 쓰려구 그러나?》 《땔나무를 해오려구 그래요. 혼자 사니 어쩌겠나요. 남자가 없으니 휴식일에도 놀지 못하고 남자가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아요. 그런데두 혼자 산다구 업신여기며 나를 몰아주기만 하지요.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게 폭격에 다리병신이 됐으니 그게 어떻게 커서 제 아버지 원쑤를 갚겠어요? 그런데두 이런 아픈 마음을 누가 알아주기나 해요!》 녀인은 눈물을 좔좔 쏟았다. 《이 사람, 됐네. 철진이 에미, 그만하오. 소달구지 빌리러 와서 무슨 그런 소리를 하오? 집에 남편이 없는 아낙네가 어찌 철진이 에미뿐이겠나? 전쟁통에 과부들이 좀 적게 생겼소?》 《그래두 아들까지 다리병신되지는 않았겠지요.》 옥숙이가 소달구지 빌리러 와서 이와같이 설분을 터뜨리는데는 원인이 있었다. 리종수로인네 터밭에서 김을 매고있는 초급당단체위원장 춘권의 떡판같은 뒤잔등과 굵은 목덜미를 보았던것이다. 그래 그가 들어줍시사 해서 우는 소리를 하는것이였다. 당초부터 팔자타령을 하며 울며불며 하려 한것이 아니였다. 리춘권이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종수로인이 옥숙이에게 말했다. 《다 안다니까. 힘들게 사는걸 알아. 그러니까 오늘은 산에 나무하러 가지 말고 집에서 빨래랑 하오. 내가 우리 작업반장한테 가서 승인을 받구 나무를 해다 줄터이니 돌아가우.》 옥숙이는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펄쩍 뛰였다. 《아니, 아부님! 그렇게야 어떻게!… 안돼요. 안됩니다.》 《아하, 나이든 사람의 말을 듣소. 어서 돌아가우, 어서!…》 옥숙이는 마지못해 가는척 하며 돌아섰다. 로인이 고마왔다. 그러나 (이 집은 남자로력이 둘씩이나 되지.)하고 남자손이 없는 집을 도와줄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강옥숙이가 가자 리춘권이 호미를 놓고 일어섰다. 《아부지, 정말 저 집 땔나무를 해줄래요?》 《내가 실없는 소리를 할가.》 《버릇이 됩니다. 교양을 주려면 원칙적으로 주어야지 동정이나 해가지군 안됩니다. 저 녀자는 장사를 해먹던 리해타산이 밝은 녀자예요.》 《나는 교양을 주려는게 아니다. 남자손이 없이 사는 아낙을 도와주어야지.》 리종수로인은 딱 잘라 말하고 외양간으로 갔다. 리춘권이는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 다시 호미를 쥐였다. 아버지는 이웃이 어려워하는것을 동정하여 자주 저렇게 도와주고있었다. 그러나 어찌겠는가, 아버지가 하시려는것을 막을 필요는 없었다. 옥숙이도 사람이니 량심은 있을것이다. 리종수로인은 소달구지를 끌고 산으로 향했다. 강옥숙이 제 리속만 차리고 조합일과 집단을 위한 사업에는 손이 시려한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남편을 미국놈비행기의 폭격에 잃고 다리병신된 아들을 데리고 혼자 고생하는것은 사실이 아닌가.…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소달구지에 가득히 넘쳐나게 싣고 바줄로 얽어맨 다음 되돌아섰을 무렵에는 점심시간이 다 되여오는지 배가 출출했다. 그래 풀을 실컷 뜯어먹어 원기왕성해진 황소를 재촉하며 부지런히 걸었다. 동산마을을 지나고 언덕길에 올라섰다. 거기 언덕우 길옆에 강냉이밭이 경사면을 따라 펼쳐져있었다. 《와ㅡ 와ㅡ》 로인은 갑자기 황소를 멈춰세웠다. 언덕우의 강냉이밭 한귀때기가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비물에 씻기여 뭉청 떨어져나간것을 보았던것이다. 며칠전에 비가 내렸는데 그 비물이 밭머리에 낸 도랑으로 세차게 흘러내리며 귀때기 한모퉁이를 깎아먹은것 같다. 댓대 잘되는 다 자란 강냉이가 뿌리를 허옇게 드러내고 자빠져있었다. 로인은 마치 제 살점이 떨어져나간것을 보는듯 한 심정이였다. 대통을 피워물고 쭈그리고앉아서 이 밭이 원래 윤칠이가 붙이던 땅인데 지금 12작업반에 속했다는것, 12반장이 박진섭이라는것, 이 건달군, 거짓말쟁이같은 반장이 이것을 보았겠지만 못 본척 하고 놔두고있다는것 등을 생각하느라니 부아가 치밀어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 부리나케 마을로 들어가 진섭이를 찾으니 려관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고 한다. 려관으로 찾아간 로인은 휴식일이여서 대낮부터 려관방에 들어가앉아 술을 퍼마시고있는 진섭이를 끌어내였다. 《령감님,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가보면 알게 아닌가.》 《하, 이런 참.》 작업반장이긴 해도 리종수로인앞에서는 어쩌지 못한다. 나이도 있고 농사경험도 많지만 모범농민이고 관리위원이며 무엇보다도 함부로 대하게 되지 않는 엄엄한 인품을 갖추고있다. 진섭이를 강냉이밭으로 끌고간 리종수로인은 밭귀때기가 떨어져나간것을 가리키며 한동안 훈시를 했다. 진섭이는 작업반일이 바빠 미처 돌보지 못했다고 루루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농민이라면 첫째로 땅을 아껴야 하는거야. 이게 개인밭이라면 이대루 놔뒀을가? 조합밭이라고 자네도 윤철이도 아파하지 않는것인가, 엉? 조합밭은 내 밭이 아닌가?》 리종수가 소리소리 쳤다. 《아부님, 내 그래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고정하십시오.》 말은 이렇게 했으나 그래도 자기가 명색이 반장인데 평농장원을 다루듯 한다고 진섭이는 속이 잔뜩 꼬여있었다. 리종수로인이 떠나간 후 진섭은 《늙어가니 느는것은 잔소리뿐이군. 아, 큰 작업반장이 손바닥만 한 밭귀때기 같은것에 매달려 신경쓸새 있는가 말이야.》하고 하늘에 대고 화풀이를 했다. 다시 술을 마저 마시려고 려관에 가서 리종수로인이 쓸데없이 남의 작업반일에 참견질을 한다, 어쩐다 하며 소문을 퍼뜨리였다. 리종수로인은 강옥숙이네 집에 나무단들을 다 부리워주고 녀인이 점심을 잡숫고 가라며 붙잡는것을 마다하고 집으로 갔다. 《아버지, 수고하셨습니다.》 춘권이가 가책에 잠겨 이렇게 인사를 했다. 이튿날 리종수로인은 일을 끝낸 후 관리위원장을 찾아갔다. 논김을 매다가 곧장 가는 길이여서 넙적고무신을 신은 발이 젖어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며 농립모를 벗는데 빡빡 깎은 둥근머리가 드러나며 전등불에 번들거리였다. (이 령감이 또 무슨 일인가?) 장영덕은 진섭이한테서 들은 말도 있는지라 시끄러워하였다. 《내가 관리위원장과 좀 할 얘기가 있어서 왔는데 방해되지 않겠소?》 군인민위원회에 낼 보고자료를 쓰고있던 장영덕은 겉으로는 좋게 대했다. 《괜찮습니다. 거기 좀 앉아서 잠간 기다리십시오. 다 되여갑니다.》 그는 부지런히 쓰며 대답했다. 《예, 기다리지요.》 리종수는 한쪽에 가앉아서 농립모로 활활 부채질을 했다. 이윽고 장영덕이 그에게 눈길을 돌렸다. 《령감님, 가까이 오시우.》 리종수는 앉은걸음으로 그의 책상모서리에 다가가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담배 한대 태워도 되갔소?》 《어서 그러시우. 자, 여기 있습니다.》 《아니, 나는 잎담배가 좋소. 대통에 담아 피우는게 좋아.》 하며 로인은 작업복웃도리 주머니에서 담배쌈지와 대통을 꺼내였다. 그가 부시럭대는 사이에 장영덕이 몇자 더 썼다. 《그건 무슨 문서가 그리 많소?》 책상우에 널린 문서들을 건너다보며 로인이 물었다. 《글쎄말이요. 정신을 못 차리겠다니까요. 밀보리예상수확고, 김매기실적통계 뭐 그러루한것들인데 지도원들이나 부위원장이 만들었다는게 이 꼴이요. 그래 내가 손을 대는게지요.》 그는 문서를 만드는데서는 솜씨가 있었다. 군인민위원장이 여러번 칭찬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리종수로인은 넙적한 손바닥으로 빡빡 깎은 머리를 쓸어만지였다. 《듣자니 군에서 길닦기하는데 하구 학교 짓는데 로력을 내라구 한다면서요?》 《예. 지시가 와서 작업반들에 떨구었습니다.》 《그런데…》 로인이 갑자르다가 말했다. 《김매기가 지금 늦어지고있지 않소. 모내기도 잘해야 하지만 김매기도 잘해야지요. 그런데 금년에는 모내기를 5월말에 끝냈다고 보고는 했지만 실지는 끝내지 못했지요. 이런 형편에서 뒤진 모내기도 끝낼래 김매기도 할래 여간 바쁘지 않는데, 축구를 한다구 젊은이들이 떠다녔지, 또 군에서 로력을 내라고 하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노릇이요? 내 답답해서 찾아왔소.》 그가 뜨적뜨적 하는 말들이 마디마디가 장영덕의 신경을 압박했다. 장영덕은 얼굴이 검붉어졌다. 《그러니 낸들 어쩌라는거요? 령감님이 내 자리에 한번 앉아보지 않겠소?》 관리위원장이 화를 내는 바람에 로인은 아연해졌다. 로인은 자기가 정당한 이야기를 하고있으며 관리위원장도 뼈아프게 받아들이리라고 믿고있었던것이다. 《의견도 경우를 봐서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구 령감님, 조합의 결함을 자꾸 들쑤시여서 리익되는게 뭐 있겠소? 모내기를 기본적으로 끝냈다고 했지 말끔히 끝냈다고 하지는 않았지요. 그건 해마다 그렇게 끝냈다고 보고를 하는건데 농사일에 왜 에누리가 없겠습니까?》 리종수로인은 혀가 굳어져서 그저 장영덕을 놀랍게 쳐다보기만 하였다. 《령감님이야 리해력도 있는데 최인서처럼 막대기같이 뻣뻣하게 나오면 안되지요. 그러지 않아두 령감님이 올해 들어 이 일, 저 일에 잘 삐치고 잔소리가 늘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있어요.》 로인은 혀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장영덕의 얼굴에서 놀라운 눈길을 떼지 못한채 굳어져있었다.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것은 아닙니다. 다 경우를 봐가며 해야지요. 누가 잔소리를 좋아하겠습니까? 하나 물읍시다. 어제 휴식일에 어데 갔다 오셨습니까?》 리종수의 눈이 안개가 낀듯 뽀얗게 흐리였다. 《산에 땔나무하러 갔댔쉐다.》 《오시다가 12작업반장 박진섭이를 만났습니까? 거기 비탈 진곳에 있는 강냉이밭으루 진섭이를 끌구가셨다지요?》 《글쎄 끌구갔다구두 할수 있겠지. 싫어했으니.》 리종수는 차츰 혀가 풀리였다. 《강냉이밭귀때기가 비물에 패이구 강냉이대 너덧이 자빠졌길래 그 사람을 찾아가지고 가서 보이구 말을 좀 했지요. 그 밭이 협동화 이전에 윤칠이가 가지고있던 밭이였는데 그때는 그렇게 다루지 않았소. 땅 한뙈기 없어 지주놈밑에서 고생하던 내나 윤칠이나 진섭이가 토지를 분여받고 얼마나 기뻐했구 땅을 제 살처럼 애끼였소? 한데 그게 조합공동의 땅이 되니 그 모양으루 내팽개치고있소!》 로인의 눈에 눈물이 핑 고이였다. 그는 목이 콱 쉬여 더 말을 못했다. 《령감님말씀이 옳습니다.》 장영덕은 눈길을 떨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는 로인앞에서 진섭이도 욕을 하면서 그러나 리해할것은 리해해야지 붙잡아놓고 잔소리를 하니까 진섭이가 싫어하더라고 로인을 설복하려 했었다. 그러나 로인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자 속이 뭉클해져 로인을 위안하는데로 기울어졌던것이다. 리종수가 목 쉰 소리로 말했다. 《협동조합이 조직된 후에 제가 수상님을 만나봤을적에 수상님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소. 협동조합이 되였으니 개인농때 제집농사를 짓듯 조합농사를 잘 짓는것이 주인구실을 하는게라구 말씀하셨소. 그런데 지금 누가 주인노릇을 하오? 주인노릇을 할려구 해두 그게 어디 되오?》 《예. 령감님말씀이 하나 그른데 없습니다.》 장영덕은 바빠하며 서둘러댔다. 《령감님이 왜 자꾸 잔소리를 하는지 알겠습니다.》 그는 리종수가 12반의 팥밭을 갈아엎은것을 또 끄집어낼가봐 겁이 났다. 그러나 로인은 더 다른 말이 없었다. 다행스러웠다. 리종수로인을 바래워주고 자기 자리에 가앉은 장영덕은 어쩐지 불안스러웠다. 리종수로인 같은 원칙밖에 모르는 늙은이가 조합일을 자꾸 들고다니면 앞으로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겠는지 알수 없지 않는가.… 저녁식사를 한 후 리종수로인은 대통에 잎담배를 쑤셔담고 불을 달아 입에 물고서 퇴마루에 나와앉았다. 속이 편치 않았다. 농사가 걱정되였고 관리위원장이나 박진섭이 걱정되였다. 초봄에 만나뵈온 수령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지며 더욱 괴로운 심정에 젖어드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 나라의 농사를 걱정하고계시는데 여기 우리 조합과 우리 군에서는 왜 그 뜻을 따르지 못하는것일가. 김매기가 모내기 못지 않게 한해농사에서는 중요한데 5월말까지 모내기를 끝내자고 몰아치던 그 기백은 어디로 갔는가. 박진섭작업반의 밭귀때기 떨어져나간 그 둔덕우의 강냉이밭은 고랑에 범이 새끼치게 풀이 자라고있었다. 한번도 호미질을 한것 같지 않다. 진섭이는 로력이 돌아가지 않아 김도 제대로 못 맸고 밭귀때기 떨어져나간것도 메우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사정이 그럴수 있다. 그런데 군인민위원회에서는 읍에서 하는 공사에 로력을 내라고 한다… 관리위원장이 바쁠것이다. 의견을 내고 시키는 사람은 많아도 집행하는 사람은 관리위원장이다. 그러니 나도 말로만 의견을 낼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보탬을 주어야 할것이다. 검푸른 하늘 외양간지붕너머로 둥실하게 떠있는 둥근달을 보며 로인은 한가지 결심을 내렸다. 그는 담배를 다 피우고 움쭉 일어서서 창고로 가서 삽을 찾아들었다. 《어딜 가실려우?》 오씨가 물었다. 《내 잠간 갔다 올데가 있어.》 《헌데 삽은 왜 들구가시우?》 《쓸데가 있어서.》 삽짝문을 나서니 달빛이 쏟아져내리는 행길이 환하게 보였다. 얼마후 귀때기가 떨어져나간 둔덕진 강냉이밭에서 삽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이튿날 이른아침 장영덕은 자전거를 타고 동산방향으로 나갔다. 그는 이렇게 이른아침에 작업반들에 나가 작업반장들을 만나기도 하고 작업반형편을 돌아보기도 했다. 동산 12반 못 미쳐있는 언덕밭을 지나가던 그는 밭귀때기를 깨끗이 손질한 흔적을 보았다. 돌과 떼를 날라다 쌓고 흙을 퍼올리고 도랑을 잘 째놓았다. 갓 삽질을 한 흔적을 보아 리종수령감이 말하던 그 밭귀때기가 옳은것 같다. (진섭이가 령감한테 의견이 잔뜩 있어하더니 그래도 령감의 비판을 접수하고 해놓았군. 일은 제끼는 사람이야.) 이렇게 속으로 진섭을 칭찬하며 동산마을로 내려가서 그를 만났다. 진섭이는 집마당에서 세면을 하고있었다. 《관리위원장동지, 일찌기 내려오셨습니다.》 《12작업반 강냉이밭을 돌아보니 김이 범이 새끼치게 자랐더구만. 논에만 매달려있지 말고 밭에도 관심을 돌려야 하겠소.》 《예. 밭김도 말끔히 매겠습니다.》 진섭이 시원스럽게 대답하였다. 《언덕밭의 밭귀때기는 어느새 수리했더구만.》 《예?》 《아, 종수령감한테 말 들었던 강냉이밭귀때기말이야. 다 제대루 했더구만.》 《예, 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수 없었으나 진섭은 칭찬을 받는것이여서 덮어놓고 예예 하였다. 그러니까 누가 밤새에?… 하지만 관리위원장이 만족해하니 모른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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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위원회에서 학교 짓는데와 길 닦는데 동원될 로력을 내라는 지시를 받은 최인서는 까딱하지 않고 앉아있었지만 속에서는 무엇인가 불뭉치같은것이 불끈 치밀었다. 모임을 마치고 흩어져가는 길에 우연히 김명배부위원장을 만나게 되자 비로소 속의견을 터치였다. 《이보우 부위원장, 군인민위원회나 관리위원회의 지시를 받지 않구 농사짓는 법은 없소? 작업반장이 하구싶은대로 하면 안되우? 그렇게 못할바에야 작업반장은 왜 있소?》 《개인농시긴가 하오?》 김명배가 그를 외면한채 툭 내쏘았다. 《개인농시기가 아니니까 작업반장이 작업반일을 주관하는게 아니요. 개인농이 제집농사짓듯 작업반농사를 지어야지요.》 《문제는 군이나 관리위원회가 지시를 똑바로 주는거요. 내게두 책임이 있소.》 군의 지시를 전달하며 관리위원장과 언쟁을 하고 쫓겨난듯 한 김명배로서 할 말이 많았으나 루루이 설명하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 최인서의 불만을 들으며 다시 속이 울컥해났다. (아니, 그저 스치고 넘어갈수 없어.) 그는 결심을 품고 유근재를 찾아갔다. 《위원장동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군인민위원회의 지시가 잘못된것 같습니다. 김을 매는데 력량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분한 김명배는 속에 맺혀 내려가지 않던것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나는 〈풍년축구경기〉도 잘된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관리위원장과 계속 다투고있겠습니까? 사실 관리위원장도 안타까와하지만 군의 지시니까 어쩌지 못하지요.》 유근재는 군에서 하는 일이라 사실 자기로서도 어쩔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는 않았다. 그는 침울한 얼굴로 김명배의 말을 듣기만 했다. 《이러다간 올해농사를 제대로 못합니다. 우리 조합은 모내기도 채 끝내지 못했지만 군에서 너무 독촉하니 완료보고를 내지 않았습니까. 70% 계선에서 완료보고를 내고 아직도 하고있습니다. 완료된것으로 보고했으니까 일보에 넣지도 못하고 몰래 하다보니 계속 늦어졌지요. 이건 자기도 속이고 국가도 속이는 행위입니다.》 유근재는 아픈데를 찔리운듯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부위원장동무, 알만 하오. 다 알고있는 얘긴데 뭘 자꾸 들추오?》 《당조직에야 무엇인들 말 못하겠습니까.》 《난 뭐 머리가 아프지 않는줄 아오? 이것 보오, 명배동무! 군당에서 지시가 내려왔소. 래일부터 초급당단체위원장이상 당일군강습이 있소. 당중앙위원회 선전부에서 전당적으로 포치한 강습이요. 이틀간 하오. 나를 포함해서 아홉명이 김매기에서 빠져야 하오. 지난봄에 우리 조합을 찾아왔던 김만금농업부장은 내가 강옥숙이하고 낮에 담화를 한다고 비판했소. 관리위원장은 로력이 없다고 하는데 담화를 하느라고 두명이 벌써 두엄나르는 작업에서 빠지지 않았는가고 정당하게 비판했소. 그런데 래일부터는 아홉명이 이틀간 빠져야 하오. 이 모순을 일개 리당위원장이 풀어낼수 있다고 생각하오?》 유근재는 이렇게 말하며 김명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김명배는 볼따귀의 근육을 불끈거리다가 말했다. 《어쨌든 그것도 잘된것 같지 않습니다.》 유근재가 쏘아주었다. 《아무 말이나 망탕하지 마오. 중앙당 선전부도 다 생각이 있을게 아니요?》 김명배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속에 여전히 묵직한것이 맺혀 내려가지 않았다. 이튿날부터 초급당단체위원장이상 당일군들이 김매기에서 떨어져 강습을 다녔다. 리종수로인은 찌뿌둥한 얼굴로 춘권이가 새옷을 꺼내입는 모양을 바라보며 대통을 빨았다. 리춘권이는 미안해하며 가방을 끼고 나갔다. 그들은 저녁때가 되여서야 읍에서 청산리로 돌아왔다. 리당위원장과 다른 초급당단체위원장들과 같이 춘권이도 돌아왔다. 들에서는 아직 조합원들이 논김을 매고있었다. 해가 서산을 방금 넘어가 들이 그늘에 들었지만 아직 훤했다. 그래 조금이라도 더 김을 매려고 1작업반장 문영숙이 조합원들의 앞에서 세차게 손을 놀리며 김매기를 다그치고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리춘권 등은 어쩐지 거북스럽고 미안스러웠다. 그래 걸음들을 다그치며 말들이 없었다. 리춘권이는 집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고 세면을 했다. 안해가 먼저 들어오고 조금 지나 황소를 앞세운 아버지가 들어왔다. 벌써 날은 어슬했다. 춘권이는 미안해하며 얼굴이 불깃해서 황소고삐를 받아쥐면서 《아버지,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리고 황소를 외양간에 가져다 매고 돌아서 오는데 로친이 내다준 바께쯔의 물을 바가지로 떠서 고무신을 신은 맨발에 쫙ㅡ 쫙ㅡ 끼얹고있던 아버지가 물었다. 《강습은 끝났느냐?》 《래일 하루 더 합니다.》 리춘권이는 어쩐지 이런 대답을 하기가 미안스러웠다. 아버지는 아무 대답없이 수건으로 팔과 다리를 씻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워졌다. 저녁식사후에 리종수령감이 대통에 불을 달아 입에 물고 다시 물었다. 《무슨 강습을 했느냐?》 그러고보면 식사하는 동안 내내 그 생각을 하고있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각계각층 군중과의 사업을 잘할데 대한 문제입니다.》 리춘권이 대답했다. 《거 중요한 문제로군.》 《예. 군중을 교양개조하여 당에 묶어세우는 내용입니다.》 리종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한데 그런 강습을 김매기나 끝내놓고 하면 못쓴다더냐.》 리춘권이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하루강습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김을 매고있는 조합원들을 보며 느꼈던 거북스럽고 미안스러웠던 감정이 더욱 짙게 되살아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그는 강습에 참가한것이 자기의 잘못이 아니였건만 이처럼 아버지가 꼭 찍어 말하니 송구스러웠던것이다. 그러면 누구의 잘못이냐. 누구도 잘못한것이 없다. 당중앙위원회 선전부가 긴요한 문제여서 강습을 조직한거요, 당일군들이 참가했던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위구심이 옳다. 김매기가 바쁜 철이였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이 자리서 그 위구심을 반드시 터뜨려야만 하겠는가. 《아버지.》하고 아들이 절절하게 말했다. 《우에서도 다 리유가 있어서 강습을 조직했겠지요. 전당적으로 한답니다. 그러니까 농촌사정만을 따로 봐줄수 없었겠지요.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니까요. 아버지보다 생각이 짧아서 강습을 조직했을가요? 나는 이번 강습에서 많은것을 깨닫고 배우고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제대되여왔을 때 수상님께서 하신 말씀을 해주셨지요. 죄를 지은 사람들을 다 일률적으로 나쁘게 보지 말고 주동분자는 치고 다른 사람들은 다 포섭해서 같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까. 지난달에 수상님께서는 황해남도를 현지지도하시면서 월남자가족을 비롯한 복잡한 군중과의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군들에게 직접 배워주시였다고 합니다.》 《그러기 내 중요한 강습이라고 하지 않더냐.》 《그런데 아버지가 그처럼 중요한 강습을 하는데 의견을 말씀하시니…》 리종수는 아들을 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김매기철에 강습을 하는데 대해 내가 의견을 가진것이 잘못되였다는거냐?》 《아버지!》 리춘권이는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지내 이 일, 저 일에 참견을 해서 말밥에 오르는것이 싫습니다. 지금 뒤에서들 말합니다. 아버지가 자꾸 의견을 내고 잔소리를 하는데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는것입니다. 나는 우리 일가의 좌상이신 존경하는 아버지가 말밥에 오르는것이 싫단 말입니다.》 리춘권이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는 박진섭을 비롯해서 몇이 말을 돌린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아버지가 관리위원장을 찾아가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는것도 알고있었다. 동시에 아버지의 잔소리가 잔소리인것이 아니라 정당한 충고라는것도 인정하고있었다. 그가 보건대 아버지는 언제나 옳았다. 춘권이는 아버지를 믿었고 언제든지 아버지를 옹호할 준비가 되여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충고가 왜 응당한 지지를 받지 못하며 지어 관리위원장이 귀찮아하는가? 조합일이 다 원만하게 될수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관리위원장도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아버지만 옳게 생각하는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것이다. 의도와 실천간에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모든것이 원칙에 맞게만 되겠는가. 아버지의 생각, 희망, 요구가 아무리 원칙적으로 옳다 해도 실천은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조건과 환경이란것이 있지 않는가. 아버지 리종수로인은 맏아들인 초급당단체위원장이 심중하고 절절하게 말하니 충격이 컸다. 《내가 이 일, 저 일에 참견을 한다고 벌써 관리위원장한테서 얘기를 들었다.》 로인의 목소리가 떨리였다. 《그런데 초급당단체위원장인 아들한테서까지 말을 들으니 섭섭하구나.》 《아버지!》 《나는 틀린 소리를 해본적이 없다. 내가 바른 소리를 하니 듣는 사람들이 뒤가 켕겨서 싫어하는거다. 그래 너는 이 애비가 잘못하고있다고 보느냐?》 리종수로인의 눈찌가 심상치 않았다. 이 일가의 특징인 성이 나면 이상하게 번뜩이는 눈찌였다. 지금 리종수에게서는 리준형으로부터 몸에 유전된 성급하고 사나운 성미가 내심적이고 말하기 싫어하는 성미를 누르고 분출하기 시작했다. 리춘권이는 워낙 할아버지의 성미를 깨끗하게 그대로 닮았으므로 그 역시 아버지가 어성을 높이자 감정이 상해서 격해지는 심정을 누르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내는 의견자체를 말하는것이 아닙니다. 말하고싶은것도 경우를 보아가며 해야지요. 그러니까 좋은 충고도 잔소리로 되는겁니다.》 리종수는 후들거리는 손에 쥔 대통으로 방바닥을 두드렸다. 《이놈아! 관리위원장도 꼭 너처럼 말하더라. 그래 너도 나를 훈시하는거냐?》 아들도 지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에 늘 복종하던 춘권이가 오늘은 몹시 흥분되여 대답질을 하는것이였다. 《훈시가 아닙니다. 내 생각을 말하는겁니다.》 《네가 나를 가르치자면 아직 장독을 몇개는 더 축내야 해. 그래 내가 쓸데없이 지껄이는걸 네가 본적이 있니? 나는 워낙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조합일이 찌그러져가는데도 잠자코 있어야 옳을가! 모두 말하기 싫고 뒤소리 들을가봐 함구무언하고있다면 이게 남의 조합이지 제 조합이겠느냐? 그래 이 조합이 장영덕의 조합이냐? 나는 뭘하구 너는 뭘하는 사람이냐. 설사 장영덕의 조합이래두 잘못하면 일깨워주어야 할 판인데 항차 제 조합일에 외면하는것이 옳겠느냐.》 오씨와 며느리는 가슴을 조이며 방 한구석에 앉아서 부자간의 언쟁을 지켜보고있었다. 오씨가 참다못해 끼여들었다. 《아니, 다 큰 아들보구 이놈이 뭐요? 거 힘들게 말하는게 알리지 않소? 아애비도 당신이 뒤에서 말듣는게 싫어서 안타까와하는게 아니요? 그런데 무작정 내려누르는구려.》 춘권이는 씩씩거리고 리종수로인은 일시 주춤하는듯 하였다. 이윽하여 로인이 낮으나 저력있는 절절한 어조로 말했다. 《이 청산벌에는 내 땀이 배여있다. 우리 가문의 피와 땀이 스며있어. 손에 흙냄새가 배지 못한 사람들이 땅을 모독하는것을 나는 못 참는다.… 너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땅이 노여워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게다. 땅의 노여움을 사는 농민이 무슨 농민이겠냐. 아니다. 나는 할 말은 해야 하겠다!》 리춘권이 머리숙이고 잠자코 앉아있더니 불시에 화닥닥 일어섰다. 《아니, 여보!》 며느리가 새파래져서 붙잡으려는 시늉을 하였다. 《너 왜 그러니?》 오씨가 불안해하였다. 리춘권이는 대답없이 작업복을 입고 고무신을 찾아신었다. 《어디 가려느냐?》 오씨가 물었다. 《낮에 논김을 못 맸으니 밤에라도 하려우.》 리춘권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서라, 피곤할텐데…》 《놔두우!》 리종수가 말했다. 《그렇게 하는게 옳아. 지난 시기에 우리도 다 그렇게 했다.》 그렇다. 지난 시기에는 그렇게 했다. 회의를 갔다고 해서 로력공수를 주지 않았다. 개인농시절에는 더 말할것 없다. 누가 대신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녀맹위원장이요, 민청위원장이요. 농맹위원장이요, 초급당단체위원장이요 하고 무슨 《장》자만 붙으면 회의를 다닌다, 어쩐다 하며 일에 빠지고 그래도 로력공수를 받는다. 의례히 그렇게 하는것으로 버릇이 되였다. 《아이구, 원 성미들두!》 오씨는 어쩌지 못하고 푸념만 했다. … 리춘권은 훈훈한 들바람이 불어오고 논물도 따뜻하고 달빛이 비단필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들판에서 첨벙대며 늦도록 논김을 맸다. 밤이 깊어가면서 마을의 창문들에 내비치던 불빛들이 하나둘 꺼져가고 마침내는 마을이 아주 캄캄해졌다. 하루일을 끝내고 저녁밥을 먹은 뒤 이 하루동안 조합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린 자식이나 손자들의 노래소리와 재롱부리는 모습에 방안이 떠나갈듯 웃어대기도 하고 또 가정문제가 복잡해져 열띤 언쟁을 하기도 하고… 매 농가마다 나름대로의 저녁시간을 보내다가 안식의 깊은 잠에 들었으리라. 평양ㅡ남포사이의 큰 길로 전조등을 환히 켜고 달려가고 달려오던 자동차들의 소란스러운 발동소리와 바퀴소리도 뜸해지다가 아주 꺼져버린듯 조용했다. 늦도록 제초기를 밀다가 논뚝에 앉아쉬며 담배를 피워물었다. 하늘은 청청하고 오른쪽이 약간 이지러진 달에서 흘러내리는 푸릿한 빛은 꿈속에서처럼 몽롱한 안식에 잠기게 했다. 아늑하고 따뜻한감이 온몸을 휩쌌다. 녀동생 춘심이가 부르던 노래의 선률과 가사가 떠올랐다. 《로동으로 행복을 열고 로동으로 꽃이 피는 곳 … 아 내 고향 어머니품아》 그렇다. 로동이 없이는 행복도 기쁨도 고향도 조국도 없는것이다. 로동이 없이는 삶자체가 없는것이다. 모든 생명, 활동, 창조가 로동으로부터 시작되는것이다. 로동을 싫어하고 로동을 멀리하는것은 자기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다. 인간타락이 로동을 싫어하는데로부터 시작될것이다. 춘권이는 반세기이전에 이곳에 정착한 할아버지 리준형이와 그리고 아버지 리종수가 얼마나 로동을 사랑했고 귀중히 여겼으며 신성시했는가를 목격하며 배우며 같이 하며 성장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로동 즉 땅을 다루는 일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들인 리춘권이자신도 황소와 같은 힘과 근면성을 가지고 농사에서는 누구에게도 짝지지 않았다. 농사일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일을 하고난 뒤의 휴식은 얼마나 좋은가, 속이 후련했다. 아버지와의 풀리지 않는 마찰이 있은 후 무겁고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히 열리는것 같았다. 일은 잡념을 몰아내기마련이다. 들에 부는 바람이 훈훈하고 달빛도 아늑하여 속이 거뿐해진 리춘권이는 보뚝우에 큰 대자로 벌렁 드러누웠다. 검푸른 하늘의 달과 무수한 별들, 땅의 구수한 냄새, 보도랑으로 흘러가는 물소리… 이 모든것들이 그에게 알지 못할 이 세상의 그 어떤 신비한 비밀을 속삭이는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옳다.) 하고 춘권이는 생각했다. (나는 초급당단체위원장이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발바닥에도 못가. 나는 강옥숙이를 만나면 충고를 주고 교양을 한답시고 없는 말재간을 다 피우고있지만 아버지는 땔나무를 해다주지 않았는가. 나는 지내 뚝하고 사람들과 사귐성이 없는것이 탈이야. 수상님께서도 아버지한테서 내가 초급당단체위원장을 힘들어한다는 말을 들으시고 연설이나 잘하는것이 당사업이 아니라고 말씀하시였다. 아버지가 그 말씀을 전달하며 나에게서 무엇을 기대했겠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상념속에서 밤이 깊어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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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쿠는 날씨가 계속되고있었다. 숨쉬기 바쁜 저기압이 대기를 무겁게 누르고 때없이 하늘이 컴컴해지고 험산한 구름들이 밀려오면서 번개가 치고 우뢰가 우르릉거리였고 소나기가 시원하게 퍼붓는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는 목화송이같은 구름이 나타나고 하늘이 청청 개이면서 불볕이 쏟아져내린다. 비물을 머금은 꽃들이 활짝 웃고 초목은 싱싱한 잎사귀를 펼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으로 청사정원의 나무숲을 내다보시였다. 무수한 푸른 잎사귀들이 물에 젖어 번들거리며 흔들거리고있었다. 《농업부장동무가 왔습니다.》 등뒤에서 책임부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서보니 김만금이 집무실에 들어와있었다. 여름옷을 단정하게 입었다. 《왔소? 거기 앉으시오.》 그러나 김만금은 수령님께서 서계시였으므로 앉지 않았다. 수령님께서 그에게로 다가가며 말씀하시였다. 《길게 얘기하지 않겠소. 나는 평안북도를 현지지도하기 위하여 곧 떠나오. 떠나기 전에 농업부장에게 꼭 할 말이 있어서 불렀소.》 김만금은 어지간히 긴장하여 차렷하고 서있었다. 《앉아서 얘기합시다.》 수령님께서 먼저 쏘파에 앉으시였다. 김만금이 뒤따라 좀 떨어져 앉았다. 수령님께서 눈길을 떨구고 앉아있는 몸이 가로 퍼진 김만금의 우둥퉁한 얼굴을 이윽히 바라보다가 불쑥 물으시였다. 《김만금이가 최영길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지?》 김만금의 얼굴근육이 푸들쩍 떨었다. 그는 급소를 찔린듯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다. 그는 최영길이가 농업성은 늘 욕을 먹게마련이요 하던 말이 피뜩 머리를 스치였다. 자연속에서 일기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하는 농사일이니 풍파도 많고 제기되는 문제도 많다. 더구나 올해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갈팡질팡하며 오유를 많이 범하고있었다. 농업성의 이러한 결함은 당 농업부의 결함이기도 한것이다. 실례로 농업성에서 조직한 《풍년축구경기》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농업부가 이미 동의한 까닭에 응당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것이다. 지금 수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풍년축구경기》를 념두에 둔것이 아닌지? 그것을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였다. 《무슨 〈풍년축구경기〉라는게 굉장했다면서?》 수령님의 안광에서 번뜩이는 노기를 보며 김만금은 속이 얼어들었다. 《김일 1부수상한테서 듣고 알았소. 동무는 보고도 안했지. 어디 말해보오.》 김만금이 급히 일어섰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귀속에서 잉ㅡ 하는 소리가 나며 사고가 마비된듯싶었다. 그 《풍년축구경기》가 끝내 일을 저질렀다. 물론 그것은 최영길이 발기했다. 그렇지만 김만금이 동의했었다. 후에 너무 어벌이 크게 확대되자 그는 불안을 느끼였으나 수습하기에는 벌써 늦었었다. 그래도 그 도중에라도 단호히 결심하고 중지시켜야 했으나 최영길에게 차마 그렇게 말할수가 없었다. 《동무들이 모내기를 70% 했다며 기본적으로 끝났다고 만세를 부르기때문에 1부수상동무가 경고를 했다는거요. 그런데 당치 않는 리유를 내대고 〈풍년축구경기〉라는것을 벌려놓았소. 동무가 사전에 알았소?》 《사전에 저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풍년축구경기》라는 말이 나올적마다 땀이 바짝바짝 나는 김만금이 풀이 죽어 대답올렸다. 《그러니까 같이 춤추었다는거요?》 수령님께서는 그러니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하는 심정이시였다. 《농업성에서 올해 알곡을 더 많이 생산하자고 큰소리를 치면서 이제는 농민들도 로동자들처럼 문명한 생활을 하며 흥겹게 일해야 한다고 최영길이 연설을 했다고 하는데 그 결의와 지향은 나무랄데 없소. 그러나 농업성일군들은 면밀한 작전과 구체적인 타산을 하지 않았고 지시를 떨구고 통계나 독촉하면서 밑의 실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소. 농업성사업에 대해서 내가 초봄부터 말하고있는데 정신을 차리지 않고 농번기에 축구를 벌려놓고 숱한 청년들이 련습을 하느라, 군에 올라가 뽈을 차느라 한달동안 농사일을 못하게 했소. 그런데 동무들이 만세를 부르고 뽈차기놀음을 할 때 아직 모를 내지 못한 논이 있었고 또 김매기가 시작되고있었소. 김만금동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겠소. 당 농업부는 농업성과 같이 행금을 타다보니 어느 줄에서 소리가 잘 나고 어느 줄에서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지 모르고있단 말이요.》 김만금은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이마에 내돋은 땀이 볼을 따라 흘렀고 턱에 맺혔다가 떨어져내렸다. 그렇지만 그는 땀을 씻을념을 못했다. 손수건을 꺼내여 땀을 씻을수가 없었다. 《내가 동무에게 여러번 일깨워주었지.》 수령님께서 계속하시였다. 《농업성사업을 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그런데 농업실무가 딸린다느니 그래서 실무학습을 한다느니 하길래 그것도 중요하지만 당정책적안목을 가지고 정책적지도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그런데 정책적지도를 하기는커녕 최영길이한테 업혀돌아가고있지 않는가. 당정책안목을 가지자면 당정책을 잘 알아야 하고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단 말이요. 그래서 내가 동무를 청산리에도 나가보게 했고 도들을 현지지도할 때 같이 데리고 가기도 했지. 동무는 나와 같이 다니며 느낀바가 많다고 했소. 어떻게 현실을 대하며 인민들의 아픔을 자기의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것을 배웠다고 했소. 그건 좋소. 그런데 평양에 올라와서는 최영길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단 말이요. 그럴바에야 무엇때문에 현실에 나가보겠소?》 《…》 《이러다간 김매기를 제대로 못할수 있소. 지금 농업성에 똑똑한 주인이 없소. 상은 무맥해졌지, 성에서 실권자라고 하는 최영길부상은 무엇이나 다 된다고 큰소리를 치는데 실지 되는것은 하나도 없소. 동무가 정신을 똑똑히 차리고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하겠소. 당면하여 김매기에 력량을 집중하시오. 앉아서 땀을 씻소.》 그이께서 좀 누그러진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김만금은 걸상에 앉아 비로소 손수건을 거내여 땀을 씻었다. 수령님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함의선농업상은 기계타령만 하고 앉아있는데 농촌경리의 기계화가 하루아침에 될수 있는가, 그런데도 기계화가 쏘련의 엠떼에쓰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사회주의농촌경리의 발전을 기대할수 없고 큰 규모의 협동경리가 실패할수도 있다고 하면서 당정책에 대해 의심하고 신심을 갖지 못하고있다. 우리는 30년대의 쏘련의 실정과도 다르고 오늘의 쏘련과는 더욱 다르다. 우리의 현실은 자기의 력사적인 구체적특성을 가지고있다. 우리는 지금 농촌의 기술혁명을 중심적과업으로 제기하고있는데 실제상 기계화는 시작되고있는 형편이다. 이런 형편인데 기계타령만 하면서 《안된다》는 소리나 하고있어야 하겠는가? 중요한것은 사람이다. 기계도 사람이 만들고 다룬다. 인민대중이 동원되지 않으면 기계화도 빨리 추진시킬수 없다. 인민대중을 옳게 조직동원하면 기계화도 추진되고 사회주의협동경리도 정상적인 궤도에서 발전하게 된다. 기계화수준이 낮다 해도 개인경리나 소규모협동경리보다 우월한 대규모협동경리를 얼마든지 잘 운영해나갈수 있다. 문제는 지도일군들이 어떻게 대중을 조직동원하며 대중이 어떻게 궐기하는가 하는데 있다. 내가 이에 대해서 한두번만 말했는가. 함경북도나 황해남도에 가서 본 엄중한 결함들이나 농업성의 주관주의, 관료주의 같은것을 시정하는것이 바로 협동경리를 바로 운영하는 길이다. 그런데 입이 아프게 강조하고 깨우쳐주고있는데도 잘 시정되지 않고있다. 내가 평안북도에 가서는 신의주지구의 공업과 주로 산간지대의 농촌을 돌아보자고 하는데 거기서도 일이 시원스럽게 되고있는것이 아니다. 《만금동무, 우리 일군들이 왜 이렇소? 농업성이나 당 농업부가 왜 이렇게 무책임하게 일하오? 내가 혼자서 다 지도할수 있는가? 동무들이 나의 의도를 받들고 나와 보조를 맞추어 같이 해야 하지 않겠소?》 수령님께서 안타까와하시는 말씀이 김만금의 심장을 찌르고들었다. 수령님을 따르고 수령님으로부터 부단히 배운다고 하지만 언제가야 제 앞처리를 바로 할수 있겠는가? 수령님께서 당 농업부장으로 임명해주셨으면 자기 초소에서 자기 맡은바 책임을 옳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령님께서 내 혼자 다 지도할수 있는가 하고 절절하게 하신 말씀은 김만금의 뼈를 저리게 하였다. 그는 다시 땀에 푹 젖어들었다. 가슴답답하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동무도 잘하느라고 하는것이겠지.》 그이께서 한동안이 지나 저으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지금 올농사가 잘될것 같지 않는 징후들이 나타나고있소. 나는 요새 잠이 다 오지 않소.》 김만금은 눈에 눈물이 핑 도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다행하게도 땀이 그냥 비오듯 하고있어 그가 흘리는 눈물이 알리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흐느끼듯 말씀드리였다. 《수상님, 이 김만금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수령님께서 손을 내저으며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일을 하느라면 욕을 먹을 때도 있지. 일하는 사람이 욕을 더 먹는 법이요.》 김만금이 앉으며 눈물을 삼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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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금은 부서로 돌아와 아무런 말도 없이 오래동안 사무탁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부부장이 들어와서 무엇인가 말을 붙이려 하자(아마 결론받을 일인것 같았다.) 급한것이 아니면 후에 보자고 하며 내보내였다. 전화종소리가 울리면 마지못해 송수화기를 들기는 했으나 상급인 경우에는 알았다고 하거나 공손하게 대답을 하고 하급인 경우에는 후에 다시 전화하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깊은 자책과 모대김과 추억의 상념속에 빠져드는것이였다. 김만금은 수령님의 손길아래 해방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성장한 일군이였다. 해방전에 그는 막돌같은 존재였다. 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다가 왜놈들이 열두삼천리벌에 관개공사를 한다면서 《소화수리조합》이란것을 내오고 인부들을 모집하자 그곳에 나타나 일하면서 《형제계》라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였다. 그는 싸움깨나 하는 사람이였다. 《형제계》는 왜놈들의 가혹한 학대에 항거했고 조선사람들의 권리와 리익을 옹호했다. 후에 알게 되였는데 이 조직이 백두산에서 파견한 공작원의 관심을 끌었다. 조국해방의 대사변을 앞두고 전민항쟁을 준비하기 위해 각지에 공작원들을 파견하던 시기였다. 일본에서 고학으로 대학공부를 하며 좌익운동에 관여한 김만금은 체포를 피해 조선으로 건너와 개성에 머물러있으면서 장가까지 들었으나 뜻을 품고 중국에 들어가 돌아치다가 종당에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관개공사장의 인부가 되였고 싸움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주먹이 무서워 왜놈십장들도 감히 어쩌지 못했다. 해방후 그는 안주군당에서 일하다가 중화군당위원장으로 조동되였는데 이곳에 와보니 토지개혁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인정에 끌려 지주들을 내쫓지 않았다든가 응당 지주로 규정해서 토지를 몰수해야 할 대상을 그냥 뒀다든가 하는 우경적편향이 그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토지개혁을 군내에서 다시 철저히 진행하였다. 이 사실이 중화군의 토지개혁진행정형을 료해하려고 림춘추와 함께 나오신 수령님께 보고되였다. 수령님께서 이름을 물으시니 김만금이라 했다. 림춘추가 옆에서 《산에서 〈소화수리조합〉의 싸움군에 대해서 보고받으신 기억이 나십니까? 바로 그 동뭅니다.》하고 알려드리였다. 《아, 안주의 유명한 싸움군.》 수령님께서 껄껄 웃으시였다 김만금은 부끄러워 어쩔줄 몰랐다. 싸움군이 지금 군당위원장을 하고있으니 말이다. 《그래 토지개혁을 해보니 어떻소? 어떤 교훈을 찾았소?》 수령님께서 우선우선한 얼굴로 물으시였다. 《다른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주놈들은 철저히 때려부셔야 합니다. 주먹맛을 보여주어 소멸해야 합니다.》 하며 김만금은 주먹을 쳐들어보이였다. 《그 기세는 좋은데 혁명을 주먹만으로는 할수 없소.》 수령님께서는 자그마하지만 어깨가 벌어지고 오돌찬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였다. 혁명성은 좋으니 공부를 시켜 장차 유능하고 다방면적인 당일군으로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김만금은 수령님의 추천에 의하여 해방후 쏘련에 가는 류학생들속에 군당위원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망라되였다. 강습이 끝나고 쏘련으로 떠나기 전날 김만금은 수령님의 저택으로 부름을 받았다. 식사를 같이하며 수령님께서 간곡한 말씀을 하시였다. … 조선인구의 대다수가 생산수단을 못 가지고 살아왔다. 이 나라의 아들들이 분발하지 않고서야 되겠는가. 뭐니뭐니해도 먹는 문제가 기본이다. 쏘련에서도 먹는 문제해결을 중시하고 혈투를 벌려가며 집단화를 단행하였다. 쏘련의 집단화과정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혁명을 하는것이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특성에 맞게 농촌문제를 풀고있다. 이런것을 명심하고 쏘련의 당학교에 가서 우리 실정에 맞는 지식을 배워가지고 오라.… 김만금은 류학을 마치고 와서 주로 당사업을 했는데 장윤필이와 함께 평안남도에서 농업협동화운동도 농사일도 잘했다. 수령님께서는 어느 설날에 그들 두사람을 따로 불러 고급시계를 표창으로 주시였다. 《이 시계는 평남도가 작년에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한 표창으로 주는거요.》 수령님께서는 친히 시계를 채워주시며 《국가계획을 넘쳐 수행하였다지?》하고 대견하여 치하해주는 의미에서 물으시였다. 김만금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예상수확고는 그런데 탈곡을 다 끝내봐야 알겠습니다.》 그는 수령님앞에서는 오직 진실만을 말해야 하며 그 무엇도 숨겨서는 안된다는것, 특히 비판을 모면하거나 일시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허풍을 쳐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철칙으로 간직하고있었기때문에 량심이 허락치 않는 대답을 드릴수 없었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만약 탈곡을 다 해보고 국가계획을 미달했다면 이 시계표창의 의미를 올해에는 꼭 계획을 넘쳐하라는 뜻으로 간직하시오. 그러나 나는 동무들을 믿소.》 수령님께서는 무엇이든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시고 실천에 옮길 때에는 평안남도에 먼저 실시해보고 전국에 일반화하시군 하였다. 그만큼 수도 평양이 있는 평안남도를 중시하시였다. 그런것만큼 김만금과 장윤필을 평안남도의 당 및 행정기관의 책임일군들로 임명해준 그자체가 벌써 큰 믿음이였다. 탈곡을 다 해보니 국가계획을 초과하였다. 평안남도는 그해와 이듬해 계속 국가계획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지방당사업을 하며 지방의 실정에 밝아지고 성과를 올리고있는 김만금을 수령님께서는 당중앙위원회 농업부장으로 끌어올려 나라의 농업을 정책적으로 지도하도록 믿음을 주시였다.… 그는 흥분이 앞서는 즉흥적인 성미를 타고난것으로 하여 사업에서 성과와 함께 실수도 많이 했다. 손탁이 세고 전개력이 있었으나 주관주의도 있었다. 그래서 수령님으로부터 비판을 여러번 받았다.… 이튿날 아침 김만금은 청산리를 향해 승용차를 달리였다. 수령님의 비판을 접수하고 농업성에 나가 대책을 세우자면 우선 농촌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아야 하였다. 현실에 나가보면 수령님께서 하신 비판의 말씀을 생활적으로 체득할수 있는것이다. 농사차비로 들끓던 봄에 나가보고 지금 여름에 다시 가보는 청산벌, 몇달사이에 많은것이 변했다. 산은 산대로 푸르고 들은 들대로 한창 자라고있는 벼, 강냉이, 콩 등 작물들에 덮여 푸르다. 그는 군에 먼저 들려 군당위원장 문성술이를 찾아가지고 같이 청산리관리위원회로 갔다. 관리위원회는 텅 비여있었다. 경비 서는 늙은이가 승용차를 타고온 사람들을 맞이하고는 다 논에 들어갔쉐다 하고 말했다. 논에 나간 김만금은 거기서 관리부위원장 김명배를 만났다. 논김을 매고있다가 논두렁으로 급히 나오며 그는 농립모를 벗고 인사를 하였다. 《동무, 부위원장이지?》 《그렇습니다.》 《수고하오. 관리위원회성원들이 모두 논에 들어갔다더구만?》 《예, 방법이 없습니다.》 《허허… 그건 좋은 일이요.》 김만금이 웃었다. 《부장동지,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방법이 없다고 한것은 농촌에서 김매기도 모내기 못지 않게 중요한데 김매기에 들어서자 모내기에 집중했던 로력이 다 흩어졌을뿐만아니라 오히려 원로력까지 다른 작업에 돌리고있기때문입니다.》 김명배는 군당위원장을 피뜩 돌아보았다. 《그건 무슨 소리요?》 김만금이 심중해졌다. 김명배는 군당위원장앞이라 얼굴의 땀을 부지런히 씻으며 주저하다가 군인민위원회에서 학교건설과 길닦기에 농민들을 동원시킨 사실과 당일군들의 강습이 있은데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지금 논에서 김매는 사람이 얼마 없다고 하였다. 김만금은 수령님께서 이러다간 김매기를 제대로 못할수 있소 라고 걱정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며 눈앞이 흐려왔다. 《어떻게 된거요?》 그는 문성술이를 돌아보았다. 《강습은 전당적으로 하였습니다. 학교건설과 길닦기에 농민들을 동원시킨것은 …잘못되였습니다.》 문성술이 눈을 들지 못했다. 《잘못되였으면 빨리 시정해야지!》 《예.》 《지금 수상님께서 김매기때문에 마음쓰고계신단 말이요. 이런것까지 수상님께서 걱정하셔야 되겠소?》 청산리에 나와보기 참 잘했다. 만약 현실에 나와보지 않았더라면 청맹과니노릇을 했을것이고 자기의 과오를 현실을 놓고 깊이 알수 없었을것이다. 그는 리종수로인도 만나보았다. 리종수로인은 흥분하여 말했다. 《그 〈풍년축구경기〉가 조합청년들을 일에서 뜨게 했구 차두철이를 건달뱅이로 만들었습니다.》 《차두철이가 누굽니까?》 《손에 흙을 묻히기 싫어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래두 그런대루 기계화반에 들어가 일을 하느라 했는데 축구를 한다구 한달동안 나돌아다니다가 아예 평양으루 가고말았습니다.》 김만금은 수령님께서 황해남도를 현지지도하시면서 농촌건달군들을 없앨데 대하여 강조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농촌에서 건달군이 왜 생기는가? 건달을 부리고도 먹고 살수 있는 공간이 있기때문이다. 기계화반에서 일할 때나 한달동안 축구를 한다고 돌아다닐 때나 차두철이는 매일 1.5공수씩 받았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을 묵과합니까? 로인님, 왜 가만둡니까.》 리종수는 눈을 가늘게 하고 띠염띠염 말했다. 《말을 하면 모두 싫어합니다. 학교건설장과 길닦기에 로력을 동원시키는걸 부위원장이 반대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강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내 아들녀석까지도 나더러 싫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만금은 로인의 말을 심중히 받아들이였다. 아래의 의견을 묵살하고 내리먹이기만 하는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관료주의이다. 수령님께서는 이와 같이 외곡된 지도관리때문에 사회주의건설이 엄청난 장애를 받고있다고 말씀하시였다. 거기서 사회주의에 대한 영상이 흐려지고 비방중상의 언치가 생기는것이다. 김만금은 특별히 2작업반장 최인서를 혼자서 만나보았다. 봄에 김만금이가 최인서에 대해 수령님께 보고하기를 우에서 내려오는 간부들을 피하고 시원한 소리를 하지 않으며 관리위원장에게 속을 주지 않고있는데 원래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였을 때 그이께서는 왜 그런지 그 속심을 파헤쳐보았어야 했을것이라고 깨우쳐주시였었다. 최인서는 작업반원들과 같이 논에서 제초기를 밀고있었다. 농립모를 쓰고있었지만 해볕에 타고 들바람에 그슬려 워낙 어두운 얼굴이 더 시커맸다. 김만금은 논뚝으로 걸어나갔다. 개구리들이 첨벙첨벙 논에 뛰여들었다. 그는 논머리에 서서 최인서가 제초기를 밀고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논머리까지 제초기를 밀고나온 최인서는 농립모를 벗고 이전처럼 송구스러워하는듯 한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굽히였다. 얼굴에서 땀이 철철 흐른다. 김만금은 깨끗한 옷을 입고 새 구두를 신고 논뚝에 서있는것이 미안스러웠다. 《수고합니다. 몇벌째 김입니까?》 김만금이 물었다. 최인서는 여전히 순진한 미소를 짓고있을뿐이다. (아하, 가는 귀를 먹었다고 했지.) 그는 이런 생각이 머리를 쳤다. 이번에는 큰소리로 질문을 반복했다. 《두벌째 김입네다.》 그제야 최인서가 더듬거리며 대답하였다. 《늦었구만.》 《…》 《김매기가 늦었단 말입니다.》 《예.》 김매기가 늦었다고 하는데 대해 죄스러워하는것인지 그저 덮어놓고 예 하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김만금이 다시 큰소리를 쳐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대답이 없다. 최인서는 목에 건 수건으로 땀만 씻었다. (무턱대고 따지니 대답을 하겠는가?) 김만금은 자기가 논뚝에 서서 관료행세를 한다는 생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웃옷을 벗고 구두와 양말을 벗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였다. 《어디 한번 제초기를 밀어봅시다.》하며 그는 논에 들어서서 젊은 청년이 쥐고있는 제초기에 손을 내밀었다. 《그만두십시오.》 청년이 제초기를 뒤로 당기였다. 《괜찮아. 자, 같이 나가봅시다.》 농민들은 말없이 돌아서서 새줄을 잡았다. 김만금이 먼저 호기롭게 제초기를 쭉 밀었다. 쉽게 나가지 않았다. 그는 차츰 제초기를 다루는것이 논밖에서 농민들이 수월하게 쭉쭉 미는것처럼 보이던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제초기를 밀기도 쉽지 않았고 논판에 빠지는 발을 뽑기도 헐치 않았다. 그가 비틀거리며 기운을 쓰는 사이에 농민들은 묵묵히 앞으로 쭉ㅡ 쭉ㅡ 밀며 나갔다. 김만금은 젊어서부터 로동판에서 단련된 사람이다. 지금도 팔에 근육이 불뚝불뚝하고 장딴지가 팽팽했다. 육체적인 로동을 별로 꺼리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방후부터 사무원생활을 내내 해온탓인지, 논일이 워낙 힘든탓인지 그는 팔의 맥이 풀리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세명의 조합원들은 김만금을 뒤떨구고 나가다가는 인사가 안되였다고 생각하는지 멈춰서서 기다리군 했다. 그들은 이러한 논일에 적응되고 습관되여있었다. 그렇더라도 힘이 들것이며 그 이상의 마력을 내기는 어려울것이다. 김만금은 논작업이 기계화가 되지 못한 조건에서 로력조직을 합리적으로 하여 농사에 집중하며 김매기에 로동자, 사무원들의 로력지원이 필요하다는것을 이 짧은 체험을 통해서도 느낄수 있었다. 그는 땀이 줄줄 흘렀고 자주 멈추어섰으며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두번 왕복하였다. 옷과 신을 벗어놓은 논머리에 두번째로 되돌아왔을 때 조합원 하나가 《그만 쉬지 않겠습니까?》하고 김만금에게 물었다. 《이게 보기와는 다르군.》 멈추어서서 숨을 몰아쉬며 그가 하는 말에 농민들이 말없는 웃음으로 《그렇지요?》하는 뜻을 나타내였다. 관리위원장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부장동지, 나오십시오.》 김만금은 자기가 이 논판에서 같이 일해야 농민들에게 방해나 된다는것을 깨달았다. 굼뜨게 나가는 자기를 기다려야 했고 간부가 끼여드니 그들이 재미없어 했던것이다. 그리고 그자신이 우선 다리가 떨리고 어깨죽지가 아파서 더 일할수가 없었다. 《농민들이 수고하오. 정말 김매기가 힘들겠소.》 그는 장영덕이에게 이렇게 말하며 청년에게 제초기를 돌려주었다. 마침 관리위원장이 오기를 잘했다. 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제초기를 더 밀었어야 했을것이다. 나이지숙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듯 한 조합원이 말했다. 《각자에게는 자기가 맡은 직무가 있지 않습니까. 간부동지는 김매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사무보기가 힘들지요.》 김만금을 위안하는 소리였다. 《어서 가십시다. 모두 부장동지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장영덕이 김만금을 재촉했다. 김만금은 원래 왜 김매기가 늦어지고있는가, 이래가지고 네벌김은커녕 세벌김매기도 힘들것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농민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는 구두를 신고 최인서에게 수고하겠다는 인사를 했다. 최인서는 아까처럼 어줍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렇다, 김만금은 《김매기를 다그쳐 세벌김매기를 보장해야 하겠소.》하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제초기를 직접 밀어보기 전이라면 그렇게 말했을것이다. 뙤약볕아래서 힘들게 제초기를 미는 농민들에게 논두렁에 서서 세벌김매기를 하라고 말하기는 쉽겠지만 그것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들 매 농민들은 다 자기 힘껏 일하고있지 않는가. 김만금이에게는 최인서의 미소가 《그래, 직접 제초기를 밀어보니 어떻습니까?》하고 묻는것처럼 느끼였다. 그가 왜 말을 하지 않는지 알수 있었다. 제초기를 밀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을 해야 소용없을것이고 제초기를 밀어보았으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깨달을수 있는것이다. 그 사람이 지각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관리위원회까지 갔다. 군당위원장, 리당위원장, 관리부위원장, 리종수로인이 기다리고있었다. 김만금은 군당위원장에게 《동무도 제초기를 밀어보오.》하는 말을 할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겨우 논판을 두번 왕복해보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 협의회를 시작하려는데 군인민위원장도 왔다. 김만금은 오늘 청산리에 와서 료해과정에 알게 된 문제점들에 언급하였다. 로력이 제일 필요한 시기에 로력을 농사가 아닌 작업에 동원시킨 군인민위원회를 비판하고 조합의 로력을 전부 김매기에 돌리여 군적으로도 모내기시기처럼 동원로력을 조합들에 내보낼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성에 올라가서도 이와 같은 대책을 전국적으로 세우도록 할 결심을 품고 그는 평양으로 올라갔다. 그길로 성에 나타난 김만금은 입원중인 상을 제외한 국, 처장이상 간부들을 모아놓고 농업부문에 주신 수령님의 비판교시를 전달하였으며 방금 청산리에 나가본 실태를 이야기했다. 《현실은 수상님의 비판의 말씀이 얼마나 옳은가 하는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성의 책임일군들은 대체 여기 앉아서 뭘하고있습니까?》 그는 준절하게 따지였다. 부상들, 성당위원장, 국장들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김만금이 최영길을 지명했다. 상이 입원중인 지금 그가 성에서 제일 높았던것이다. 《최영길부상동무.》 최영길은 앉은채로 김만금을 쳐다보기만 했다. 《지명하면 일어서는것이 규률이 아니요?》 김만금의 노성이 방안공기를 쩡 울리였다. 최영길이 흠칫하며 일어섰다. 《부상동무는 아직도 수상님의 교시에 담긴 사상이 무엇인지 모르는게 아니요? 어쩌면 그렇게 태연할수 있소?》 최영길은 무엇때문에 갑자기 노성을 지르느냐고 의아해하는듯 했다. 《부상동무는 〈풍년축구경기〉의 후과가 얼마나 엄중한가를 알고있소? 협동조합들에서 어떤 물의가 일어나고있는지 아는가? 내가 방금 청산리에서 보고들은것들을 말했는데 동무가 협동조합들에 내려가보지 않으니 알탁이 있소? 강서군에서 농민들을 길닦기와 학교건설에 동원시킨것 같은 무법천지를 알고있었는가? 부상동무는 성이 함경북도부터 황해남도까지 전국에 널려있는 협동조합들에서 벌어지고있는 일들을 일일이 알수 없기때문에 큰 선에서 장악통제를 강화하는것이 방책이라고 했는데 장악통제가 아래실정을 모르는 총명한 자기 두뇌 하나로 될수 없다는거야 상식이 아니겠소? 김매기를 언제까지 끝내라, 네벌 매라! 하고 동무가 성에 앉아서 호령하면 일이 다 된다고 어리석게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지금 관료주의가 얼마나 심한가. 농민들은 입도 못 벌리게 한다는거요.》 최영길은 김만금의 벼락치듯 하는 비판에 대해 의견이 전혀 없는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눈길은 떨어뜨리고 입을 꾹 다문채 묵묵히 서있었다. 그의 이러한 변명하지 않는 태도가 어느 정도 김만금의 분을 삭이게 하였다. 《물론 성이 리나 군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다 알수도 없고 다 책임질수도 없소. 그렇기때문에 일반성을 띠는 문제점을 찾아쥐고 대책을 세워야 하며 그러자면 아래를 알아야 하는거요. 아래 실정을 통계를 가지고 장악하는것은 낡은 방법이요. 생동한 현실을 통계수자로는 정확히 알수 없소. 동무들은 지금 김매기정형을 통계수자나 가지고 장악하려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소. 조합들에 내려가보시오.》 김만금은 김매기를 다그쳐 끝낼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긴급회의를 열며 성당위원회에서 《풍년축구경기》문제를 취급할데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성에 내려오면 최영길의 방에 들려 잠간씩이나마 휴식하며 롱도 하고 사담도 하던 김만금은 이날은 내려와서도 올라가면서도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최영길은 농업부장이 간 후 얼굴이 뻘겋게 되여 자기 사무실에 들어가 담배연기에 휩싸여 오래동안 거닐기도 하고 쏘파에 육중한 몸을 던지기도 하면서 모대김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기가 큰 잘못을, 돌이킬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는것을 알았다. 김매기를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 모내기의 성과에 들떠 김일 1부수상의 충고를 귀등으로 흘려보냈으며 《풍년축구경기》를 조직해 숱한 로력을 랑비했고 김매기도 응당 모내기처럼 돌격전을 했어야 했는데 방심했다. 그는 김만금의 쩡쩡 울리는 목소리와 불이 이는듯한 눈길을 잊을수가 없었다. 그는 김만금을 오늘 새롭게 알았다. 김만금이 단순한 옛친구가 아니라 농업부장이라는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사업에 들어가서는 동창생이 통하지 않는다. 최영길이 안주농업학교시절에 왜놈사감을 때려주고 피할데 없어하는 김만금을 도와주었으며 일본으로 빼돌리는 일도 조직해주었다. 은혜를 입히자 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김만금의 의거를 찬양했고 그에 공감되였기때문이였다. 이러한 과거지사는 해방후 국가의 서로 다른 중요직책에서 떨어져 일하면서도 항상 마음이 가깝게 통하도록 하였다. 김만금이 자기의 상급이 된 후에도 최영길은 그러한 동창생관계의 따뜻한 감정을 유지하였다. 김만금이도 같았다. 그러나 사업은 사업인것이다. 김만금은 과오를 범한 최영길을 용서치 않았다. 《풍년축구경기》문제를 성당위원회에서 취급하도록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은 최영길을 성당위원회에서 취급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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