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3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24 회 )

 

제  12  장

 

위 대 한   선 언

 

1

 

학교마을에선 날새 한마리 기여들지 못하게 경비망을 철통같이 짜놓고 력사적인 회의가 열렸다. 조선혁명을 새 단계에로 이끌어올리며 모든 운동을 하나의 기치에로 부르는 하나의 로선, 하나의 대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가 서막을 열었다.

학교의 한쪽 교실엔 조직대표들로 꽉 찼다. 엄혹한 시대의 파동속에서 열리는 중요한 회의라 누구나 다 긴장하고 엄숙한, 그야말로 회의의 력사적인 의의를 감득한 그런 얼굴들로 교실을 메웠다.

그런데 회의를 집행하러 나간 차광수는 말을 못하고 한참 서있었다. 모두들 왜 그러는가싶어 시선을 집중했다.

《동무들!》

그는 얼마후에야 푹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얼굴빛이 너무도 침통해보였다.

《회의를 시작하기전에 동무들한테 오학천동무가 가지고 온 소식을 한가지 전하려고 합니다.》

또 말이 끊어졌다.

김성주동지께서도 침통한 낯빛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그러더니 저편으로 걸어가 창문턱을 붙잡고 밖을 내다보신다. 오학천으로부터 채경이의 소식을 들으시고는 어제밤새 무개하의 강가를 오르내리며 잠을 못이루신 김성주동지이시다. 채경이 악형을 받다가 목숨을 잃다니. 이런 통분을 금할수 없는 일이 어데 있는가!

그이께서는 강가에 앉아 채경의 모습을 그려보시며 온밤을 새우시였다. 어려운 싸움의 길에서 혁명동지의 희생이 없을수 없다는것은 알고계셨지만 이렇게 심장이 무너지는것 같은 아픔을 또 체험하게 될줄은 모르시였다.

하루밤의 고통이 온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것 같았다. 아침엔 끼니도 건느시고 회의장에 나오시였다.

《길림령사관에서 고통을 당하다가 서울로 압송되여간 채경동무는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하며 거의 사경에 이르러… 아니, 인젠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혁명동지들한테 보낸 유서를 오학천동무가 가지고 왔습니다. 회의에 앞서 그걸 오학천동무가 읽겠습니다.》

차광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씻으며 물러섰다. 오학천이 앞으로 나갔다. 모두 눈들을 흡뜨며 오학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은테안경을 벗은 눈가장이 우묵해보이는데 그 우묵한 눈구석에 벌써 눈물이 괴여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여전히 한자세로 창밖에 펼쳐진 들판만 내다보신다. 경주는 뜻밖의 엄청난 소식에 너무도 놀라 그 무슨 남의 소식을 듣는것 같이 그저 커진 눈으로 오학천의 얼굴만 쳐다보더니 차츰 낯빛이 창백해지며 눈길을 떨어뜨렸다.

《이 가슴아픈 소식은 전하기가 괴로운 일이지만 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우리는 력사적인 이 회의를 서대문형무소에서 희생된 혁명동지를 생각하면서 진행해야 될줄 압니다.》

오학천은 벌써 눈구석에 이슬이 맺혔다. 그는 잠시동안 그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 벌써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경주가 우는게 아니라 오순희가 울음을 삼키며 이발을 악물었다. 경주의 오빠가 남긴 유서를 자기의 오빠가 가지고 와서 읽는다는 너무도 대조적인 사실이 더욱 눈물을 자아냈다.

《채경동무는 야만적인 고문을 받다가 자기 목숨이 끊어질걸 예견하면서 우리의 모든 혁명동지들에게 유서를 보내왔습니다. 기가 찬 마지막 글월을 말입니다. 그럼 인제부터 그 유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오학천는 떨리는 손으로 채경의 유서를 펼쳐들었다. 그는 목이 멘 음성으로 유서를 내리읽었다.

 

나의 존경하는 혁명동지들!

나는 이렇게 서대문형무소의 쇠살창속에 와앉아 동지들에게 이런 글을 쓰리라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마지막순간에 나의 좌절되지 않은 희망과 열정, 신념과 기쁨을 가지고 사랑하는 동지들에게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여기 당도하는길로 더욱 혹독한 고문을 받고 지금은 겨우 호흡이 이어져가고있습니다. 틀림없이 나는 이 형무소 쇠살창속에서 그 야만적인 고문에 의하여 목숨을 잃을것입니다. 그게 래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도 모릅니다. 내 몸은 지금 그렇게 파괴당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이 글을 남기고 가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혁명동지들!

내가 지금 전신을 비트는 아픔을 참아내며 최후를 각오한 마지막글을 쓰고는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나의 투쟁은 이겼습니다. 저 원쑤놈들은 내가 처음부터 저만치 인간이하로 내려다보며 싸워온놈들이며 오늘에 있어서의 패배감은 나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저 타기할 원쑤들에게 있는것입니다. 우둔한것이 범을 잡는다는 조선속담이 있긴 하지만 저 렬등인간들은 우둔하면서도 범은 잡지 못했습니다. 저 더러운자들은 나의 배를 타고앉아 고추가루물을 먹이고 거꾸로 매달고 뼈마디를 탈구시키고 펄펄 끓는 물에서 익은 닭알을 꺼내 겨드랑이에 끼우고 곤봉으로 치고 전기를 감전시키고 온갖 야만적인짓을 다했습니다. 김성주동무의 군중동원의 비결을 대라, 사상과 리념을 대라, 조직의 분포망을 대라, 핵심을 대라, 이것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묻는 놈들의 질문이였습니다. 허나 나는 무언으로 대답했습니다. 번마다 헛물을 켠놈들은 펄펄 뛰면서 또 저들의 장기인 육신을 구속하는 놀음을 벌리군했습니다. 지금 최후를 각오하고나니 참말로 그 무슨 혈전을 겪고난듯도싶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고싶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사람의 가치란 육신에 있는것이 아니라 정신의 높이에 있다는것을 통절히 느끼게 됩니다.

저는 김성주동무에게 따로 마지막 말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 저의 심정과는 달리 비애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누를것이 틀림없기때문입니다. 저는 그의 높은 인품을 아는것처럼 그의 다감하고 눈물 많은 심정을 압니다. 아, 한번 보고 갔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유한을 서울의 하늘에 서리서리 남기고 갑니다.

 

장내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일어났다. 모두 얼굴을 숙이고 앉아 눈물을 씻었다. 창밖을 바라보시는 그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그이께선 얼른 손수건을 얼굴로 가져가셨다. 경주는 그린듯이 앉아있다. 얼굴빛이 새파랗기만 하다. 피눈물이 가슴속에 동이로 흐르는지도 모른다. 그대신 오순희가 곁에 앉아 경주의 큰 손을 잡아비틀며 몸부림을 하다싶이했다. 수연이 역시 낯빛이 새파랗다. 그는 채경이 누구인지 모르는만큼 불현듯 왕청문의 비극이 날아와 안기며 바로 사람들을 울리는 그 유서가 최봉의 유서인듯한 착각도 들었다.

 

나의 사랑하는 혁명동지들!

내가 무엇때문에 이 유서를 남기려고 하겠습니까? 내가 싸운 일이나 놓고 술회하거나 비애의 그늘이 짙은 그 무슨 영웅심리나 토로하자고 붓을 들었겠습니까? 아닙니다. 혁명동지들 한사람 한사람을 붙잡고 간곡히 부탁하고싶은 말, 조선혁명의 승리의 담보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싶어서입니다. 수없이 일어서고 수없이 무너지고 한 운동들이 어째서 그 간고한 혈전의 로정을 거치면서도 발전해나가지 못했겠습니까? 그것은 운동의 앞날을 멀리 내다보며 복잡한 시대의 아우성속에서 힘을 꾸릴줄 알며 운동의 로선을 세우고 그것을 관철해나갈수 있는 전략전술을 세울줄 아는 위대한 령수가 없었기때문입니다. 제노라고 하는 숱한 사람들이 있긴 했으나 그러한 령수가 어데 있었습니까? 이 강산이 피바다로 될 때 이 나라에 영걸이 이렇게도 없느냐고 소리치면서 쓰러진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만주들판에 피를 뿌린 겨레가 다 자기의 령수를 찾으며 헤매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우리 혁명에서 혁명을 이끌어나가는 위대한 령수문제는 절실하고도 절실합니다. 그런데 그처럼 고대하고 고대하던 조선혁명의 위대한 령수는 우리의 앞에 황홀히 솟아올랐습니다.

김성주!

아, 김성주!

나는 이 소중한 이름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가슴에 스며오는 그 이름을 부를 때면 우리에게 나라가 있다는 억제할수 없는 큰 긍지가 안겨오기도 하고 조선혁명이라는 말이 자부심속에 울려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불패의 현재와 불패의 미래를 가지고있습니다. 불과 몇해 안되는동안에 《ㅌ.ㄷ》조직을 뿌리로 하고 오늘에 와선 국내와 남북만주에 퍼진 방대한 운동선, 이 기적을 놓고 놈들이 기상천외한 환상을 가지고 희극을 벌리면 벌릴수록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 김성주! 우리의 존경하는 김성주동무!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이름이여!

 

인젠 그 누구도 울지 않았다. 물을 뿌린듯 조용하고 정숙해졌다. 그 절절한 소리가 누구의 가슴속에나 깊이깊이 스며들어가 배는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문을 열고 저편쪽 교실로 가시였다. 오늘은 마침 일요일이여서 그쪽 교실은 텅 비여있었다. 그래도 애들이 그랬는지 교탁우에 화분을 하나 가져다놓았다. 거기에 철쭉꽃이 만발해있다. 그이께선 그 교실에 가서도 또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들엔 아까보다도 더 화창한 해빛이 깔렸다. 제비가 날아오고 날아간다. 이 화창한 날을 두고 채경이는 망각의 세계에로 가고말았다. 아무것 없는 캄캄한 망각… 그 순간을 앞에 놓고도 채경이는 저렇게도 자기 심정을 진지하게 토로하고있다. 저 위대한 정신력의 소유자를 우리가 과연 잃었단말인가! 제비 한마리가 처마끝에 와앉아 거꾸로 내려다보며 무어라고 지저귄다. 저것도 그 무슨 소식을 물고와서 알리는것이나 아닌가! 김성주동지께서는 그 가엾은것을 한참 바라보시며 오학천의 유서읽는 소리를 들으시였다.

 

혁명동지들! 우리의 귀중한 전우들!

김성주동무를 철저히 보위하라!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호소하고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 나라를 독립시키는것, 우리 혁명의 성공을 담보하는것, 그것은 곧 김성주동무를 철저히 보위하고 잘 받드는 일에서만 올것입니다. 그의 말을 철칙으로 여기고 그의 보위를 위하여서는 생명이 필요하다면 생명을 던져서 해내는것이 우리 조선혁명가들의 기풍으로, 정신력으로 되여야 합니다. 나는 지금 나의 커다란 량심의 거울에 나자신을 비쳐봅니다. 김성주동무를 보위하기 위한 투쟁에서 내가 이겼다는 후련한 심정으로 하여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나는 나의 목숨이 한방울의 이슬로 되라라고 생각할 때 많은 미련이 있습니다. 《ㅌ.ㄷ》를 결성할 당시 김성주동무를 중심으로 하고 불타던 우리의 꿈, 그 꿈이 인제 저 하늘의 노을처럼 붉게붉게 상승기에 들어선 이때 좀더 오래오래 김성주를 받들고 혁명하지 못한다는것, 나에겐 아직 불붙는 열정과 청춘의 힘과 랑만이 있다는것, 동지들과 함께 어깨겯고 승리의 그날에 가닿고싶은 꿈, 이런것이 매달려 내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그 숱한 자기의 리상봉을 골고루 다 오를수야 있겠습니까. 필요한 때 필요한만큼 살고 혁명을 위하여 나를 던지는것이 더 적절하고 유익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우리들이 할수 있는 이 싸움의 련속, 이 싸움의 축적이 종당에는 혁명을 승리에로 이끌어가리라고 봅니다. 부디 내 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모든 혁명동지들이 가슴에 깊이깊이 새겨주기 바랍니다.

조선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김성주를 철저히 보위하라!

력사는 다시금 우리에게 그런 령수를 보내주지 않는다.

그를 힘있게 옹위하고 전진하라!

아, 우리의 희망, 우리의 리상, 우리의 모든것의 체현자인 김성주동무! 마지막 악수를 보냅니다. 저는 무송어머님께서 지어보내신 새 양복을 입고 이 생의 마지막 지점인 서울에 왔다가 그 양복을 입은채 갑니다. 그 양복이 저의 매맞은 육신에 입혀졌을 때 제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십니까? 목이 메여 김성주동무를 부르고 무송어머님을 부르며 울고울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새 양복을 출전하는 장수가 새 갑옷을 쓸어보듯 자꾸 쓸어봅니다.

이 후더운 사랑을 두고 떠나가는 일이 괴롭습니다. 가슴에 아픔이 쓸어칩니다.

아, 김성주동무, 부디 안녕히, 다시한번 하직인사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내 사랑하는 누이동생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경주야! 내가 일찌기 이렇게 된다고 네 맑은 눈을 슬픈 눈물로 흐리게 하지 말아! 노래를 부르며 전진하라. 너와 내가 오누이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여나서 고생속을 살아오며 울고 웃던 정이야 낸들 어이 잊겠니? 혁명가가 아니라면 너와 함께 더 살고싶은 속된 마음때문에 나도 울것이다. 그러나 나는 혁명가이다. 조선의 혁명가이다. 그러기때문에 보람있게 싸울줄도 알고 웃으면서 이 세상을 떠나갈줄도 안다.

경주야, 나의 사랑하는 동생아! 너도 내 마음 닮아 높이 서다오. 그 높이 선 정신으로 나와의 고별을 생각해다오. 절대로 이 오래비로 하여 슬픔의 심연속에 빠져있지 말아. 내 생각이 나거든 노래를 불러라. 동무들과 함께 어깨를 겯고 합창을 불러라. 부디 너도 안녕히… 뜨거운 악수를 보낸다.

 

한동안 온 교실이 조용했다. 그 누구도 얼굴을 들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 흐느끼던 오순희도 아무 기척이 없다. 경주는 얼굴이 그저 새까맣다.

오학천은 후유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그는 얼굴에 번지르르한 땀같기도 하고 눈물같기도 한것을 한참 손수건으로 문질렀다.

《바로 제가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거기 갇혀있는 국내동지로부터 이 유서를 받았을 때엔 채경동무는 이미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그는 바로 그전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고 했습니다. 가슴이 터지는 일이지만 알려드리는바입니다.》

오학천은 말을 마치고 여전히 얼굴을 문지르며 자기자리로 들어와앉았다.

저편 교실에 가계시던 김성주동지께서 회의장안으로 돌아오시였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두어깨가 척근히 낮아진것 같아보였다.

그이께서는 차광수에게 무슨 말씀을 조용히 하시였다. 차광수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휴식하고 회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이께서는 더 아무 말씀이 없이 회의장밖으로 나가시였다. 회의장안에 앉아있는 청년들은 무거운 짐에 짓눌리운듯 까딱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다. 그러다가 그들도 얼마후에는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순희가 울음을 악물고 낯빛이 질린 경주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연이도 경주의 한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침통한 하루해가 흘러갔다. 그이께선 또다시 무개하강가로 나오시였다. 화창한 해빛을 받아안으시고 멀리멀리 아스라하게 마을이 보이는쪽으로 올라가시였다. 땀도 안나시건만 손수건으로 자꾸 얼굴을 닦으시였다.

채경의 제비둥이같은 집에 찾아가 굴뚝을 고쳐주시던 날 일이 생각나고 어느해 겨울엔 그가 발에 맞지 않는 큰 편상화를 신고 눈구뎅이를 헤치며 무송으로 찾아갔던 일도 생각나신다.

그이께서는 멀리 가셨다가 도로 걸어내려오시였다. 얼마후엔 걷고싶은 생각도 없어 풀밭에 앉아 강의 물결을 이윽히 들여다보시였다.

오학천이 허둥지둥 강가로 걸어왔다.

《김성주동무, 중요한 회의를 앞에 놓고 이렇게 아픈 심정에만 빠져있어서야 되겠소? 누구나 다 김성주동무의 얼굴을 쳐다보고있소.》

오학천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했다.

그이께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회의를 계속하는것이 좋을것 같소. 나도 로선이 결정되면 곧 그것을 들고 빨리 조국으로 나가야겠소.

국내의 운동자들이 조선혁명의 로선이 섰다고 껑충껑충 뛰면서 기뻐할걸 생각하니 한시가 급하오.》

《회의를 해야지요.》

그이께서는 침통한 낯빛으로 말씀하시였다. 오학천은 더 말을 못하고 훌쭉한 볼로 흘러내리는 땀을 씻으며 풀밭에 앉았다.

그이께선 그저 강물을 내려다보시였다. 오학천도 물판을 내려다보았다. 강물은 논벌을 다 적시고도 아직 개안이 그득해서 흘러간다. 흐린 물이 구불떡구불떡 용을 쓰며 흐른다. 제비들이 날았다. 가로세로 엇갈리며 사람을 스칠듯 난다. 물을 차고 날개를 털며 솟아오르기도 했다. 이 약동하는 계절이 더욱 저 멀리에 있는 비극을 뼈저리게 생각하게도 하였다. 음페된 그 어떤 음침한곳에 우뚝 일어서있는것 같은 채경이…

그이께선 환상을 떨어버리려고 애쓰시였다.

《담배를 가지고 왔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담배를 언제 배웠소?》

《배우진 않았어두 한대 피우고싶소.》

오학천은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서 내밀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한대 뽑아서 피워물었다. 담배를 피우실줄 모르는 그이께선 빨아들인 연기를 그저 물컥물컥 대기속으로 뿜어내보내시였다.

경주는 말 한마디 없이 하숙집 방구석에 앉아있었다. 함께 앉아있는 오순희와 수연이는 경황없이 경주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해했다. 오순희가 가끔 경주를 흔들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하소연했다.

《얘, 말이라도 좀 하려무나. 그런 몰골을 하고 앉아있으니 곁사람이 어디 견디겠니?》

《…》

《어서 말이라도 좀 해.》

《무슨 말을 하라느냐?》

《아무 말이라도 하려무나. 왜 할 말이 없겠니? 할 말이 없으면 실컷 울기라도 하구…》

《울어선 뭘하니?》

《울어야 가슴도 가벼워질게 아니냐? 얘, 오빠가 유서에서 뭐랬니? 내 생각이 나거든 노래를 불러라, 합창을 불러라 하고 쓰지 않았니? 노래라도 부르자꾸나.》

오순희는 경주의 손을 잡아흔들며 애원했다. 그가 더욱 몸부림을 치다싶이했다. 그는 새로운 설음이 꾸역꾸역 북받쳤다. 길림역에서 만나본것이 마지막 영리별이 될줄은 몰랐다. 지금은 카륜역에서 새벽렬차가 연기를 둘러쓰고 광야의 한끝으로 한끝으로 달아나던 광경이 눈에 선히 보인다. 오순희는 저 혼자 얼굴을 싸쥐고 울었다.

경주는 그린듯이 창문만 내다보고 앉아있었다. 울어선 무엇하랴. 모든것이 기정사실로 된 비극을 놓고 않아서… 너무도 거짓말같지 않는가? 오빠가 인젠 이 세상에 없다니.… 서울이 얼마나 먼가? 내가 달려가 그게 거짓말이 아닌지를 확인해보고 올수는 없을가? 아, 오빠, 오빠! 내가 인제 오빠를 못보고 어떻게 산단말인가!

경주는 자꾸 제 고름끈을 매만졌다. 낯빛이 점점 더 새파랗게 되여갔다.

수연이는 수연이대로 경주의 일이 가슴을 메여지게 해서 부엌에 내려가 서성거렸다. 아침도 얼마 먹지 못하고 회의에 나갔던 경주에게 무얼 한술이라도 들게 했으면 좋을것 같았다. 자기나 오순희야 굶으면 어떤가. 가슴속에 피눈물이 동이로 괴였을 경주가 그 피눈물에 지지 않게 낟알을 입에 넣어야 하지 않을가. 애 하나 없이 령감과 둘이 사는 주인집 어머니는 벌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기에 점심때가 되여도 들어오지 않는가. 수연이는 달가락거리며 찬장을 뒤져보았다. 아무것도 먹을게 없었다. 셋이 점심을 먹으라고 담아놓은것 같은 수수밥이 한 함박 찬장우에 놓여있었다. 수연이는 밥 담긴 함박을 내려놓고 어데 김치라도 있는가 해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이러는데 밖에서 주인 찾는 소리가 나더니 김성주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이렇게 슬픔에만 잠겨있어서야 되겠소?》

정지방으로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셋을 둘러보시며 물으시였다. 그이의 말씀에 누구도 대답을 못했다. 경주도 그저 조용히 가슴에 손을 붙이고 일어섰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인젠 슬픈 생각들을 거둡시다. 슬픈 일을 슬프다고만 생각하자고 들어선 한정이 없소. 누구보다도 경주동무가 오빠의 유서를 높은 자세로, 리성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하오. 그래서 모든 동무들이 채경동무의 정신력에 대하여 눈이 커진것처럼 경주동무의 자세와 담력에 대해서도 눈이 커지도록 만들어야 하오. 난 이것을 경주동무에게 진정으로 부탁하오.》

《저도 그러자고 해요.》

경주는 이때까지 내색을 않던 눈물을 량볼로 흘리며 대답했다.

《우리가 혁명을 하자면 이런 일을 과감하게 디디고 나가며 한걸음한걸음 더 억센 장수가 돼야 하오. 우린 혁명의 승리가 이런 가슴터지는 비극의 무수한 루적으로 이루어질수 있다고 각오해야 하오. 어서 눈물을 거두오.》

경주는 저고리고름을 들어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그이께서는 말씀이 없이 한참이나 계시다가 이어 회의를 계속하겠으니 모두 기분들을 전환시켜가지고 회의장에 나오라고 이르시고는 밖으로 나가시였다.

그이의 발자욱소리가 마당밖으로 멀어져가자 경주는 새로운 눈물이 솟구치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빠를 잃은 슬픔의 눈물만은 아니였다. 동지를 잃은 슬픔이 너무도 커서 말씀도 없이 강가로 걸어나가시던 그이가 오빠 잃은 이 녀동생의 심정을 헤아리시여 이처럼 찾아와주시고 위로해주시고 고무해주시는 그 뜨거운 심정이 진정 고마왔다. 경주는 목메는 생각이 치밀어올라 더욱 떨리는 손으로 벽을 어루쓸었다. 그이의 후더운 사랑의 물멀기속에서 무송어머님과 만경대할머님 생각이 날아와안긴다. 그 후더운 사랑, 깊은 은정이 어찌면 이렇게 온 일가분들이 다 같을수 있을가! 조상전래로 남에게 사랑을 주자고 생겨난 집안인가! 아, 그 토목 두필! 만경대할머님께서 허리에 띠고 오신 토목 두필은 다 자기네 오누이한테로 넘어왔다. 토목 한필은 자기가 보약을 해먹느라고 없애고 또 한필은 오빠가 마지막 옷으로 입고 갔다. 무송에서 어머님과 할머님께서 밤도와 지으시던 그 양복이 오빠에게로 넘어가서 출전하는 장수의 갑옷처럼 되였을줄이야… 아, 그런 할머님, 그런 어머님이 계시여 김성주동지의 가슴에 이렇게도 뜨거운 사랑의 눈물이 차있는것인가!

《만경대할머니! 무송어머니! 김성주동지! 우리 오누이가 무엇이기에…》

경주는 그제야 벽을 두드리며 몸부림쳤다. 글쎄 어쩜 혁명동지들에게 기울이시는 사랑이 이리도 극진할가. 난 인젠 오빠의 죽음을 섧어하지 않을테야, 울지 않을테야, 정말, 정말… 돈화에서 만났을 때 김성주동지는 오빠가 더 어려운 적의 요새로 진격해갔다고 하셨지. 난 정말 그렇게 믿을테야. 오늘도 진격, 래일도 진격, 영원한 삶속에서 진격하고있다고 믿을테야. 아, 살아도 영광, 죽어도 영광, 이 길이 바로 그런 길이 아니겠는가. 내가 이 새로운 진리의 길을 내 정신으로 터득했는데 울기는 어째서 울테야?

경주는 문설주에 볼을 붙이고 북받치는 울음을 깨물었다. 오순희도 울고 수연이도 그제야 부엌바닥에 팔싹 주저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싸고 울었다.

 

2

 

침통한 슬픔을 넘어선 대표들이 엄숙한 기분을 안고 학교에 모여들었다. 누구의 얼굴이나 다 날카롭고 준엄해보였다. 모두 경주의 표정을 살피였다. 경주는 하루사이에 량볼이 살핏해지고 눈언저리가 꺼졌다. 무섭게 쌀쌀한 기운이 풍겼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한결 마음이 놓이는듯한 표정으로 경주의 얼굴을 살피시였다. 모든 청년들이 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듯한 낯빛들이였다.

김성주동지의 연설이 시작되였다. 그이께서는 한참동안 국제국내정세를 분석하시였다. 특히 국내정세에 대하여 구체적인 보고를 하시였다. 그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교실안을 쩌렁쩌렁 울리였다. 그이께서 연설하시는 뒤엔 차광수가 앉아서 연설내용을 속기했다. 그옆에 최창걸, 상준이, 김혁, 계영춘이, 권태일, 경주, 오순희들이 앉아있는데 그들도 모두 연설내용을 적었다. 수연이도 만년필을 쥐고 다소곳이 앉아 무얼 적는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조선인민에 대한 일제의 정치적폭압과 경제적략탈이 어떻게 강화되고있다는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였다. 이런 결과 국내정세는 모순이 격화되지 않을수 없어 지난해에 있은 원산부두로동자들의 총파업에 뒤이어 부산방직로동자들의 파업투쟁, 서울, 대구, 인천, 흥남, 청진을 비롯한 전국각지에서 로동자들이 금년 메데기념파업을 강력히 전개하였다고 말씀하시였다.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했다. 무게를 가진 그이의 음성이 청년들의 가슴을 묵중하게 누르는가 하면 활활 불타게도 만들었다. 그이께서는 이 싸움을 바로 이끌어줄 지도력량이 없기때문에 피를 헛뿌리게 되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이냐고 준렬히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조선혁명을 이끈다고 하는 종파분자들의 죄행을 폭로하시며 연탁앞을 거니시였다. 눈에선 푸른 불줄기가 번쩍이였다.

《조선혁명을 령도한다고 자처하던 종파분자들은 1928년에 조선공산당이 해산된 이후 대부분이 혁명운동을 포기하고 일신의 안락만 추구하는 시정배로 전락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종파분자들은 자기들의 정치적야욕과 탐위적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인민들을 무모한 폭동에로 내몰아 헛된 피를 흘리게 하고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 얼마전에 동만에서 있은 5.30폭동을 들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종파분자들이 혁명정세에 대한 옳은 분석과 판단도 없이 인민들을 무모한 폭동에로 내몰아 적수공권의 폭동군중을 일제군경과 반동군벌의 총칼앞에 내세웠다고 말씀하시였다. 돈화에서 겪으신 일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여 주먹을 틀어쥐시였다. 수림속에서 아우성치는 피난민들이 보이고 처녀가 목매였던 그네뛰는 빈 바줄이 보이고 인순이의 최후가 보이시였다. 두손목을 꼭꼭 쥐였다놓던 그 어린것의 손아귀힘도 감촉되시였다.

그이께서는 한참동안 말씀을 끊으시고 자꾸 머리를 쓸어넘기시였다. 눈물과 분노를 강잉히 참아내시는것이였다.

《연설을 똑똑히들 들어야겠소.》

차광수가 청년들을 쳐다보며 웨쳤다.

장내에는 확확 거친 숨결이 흘렀다. 한윤은 왕청문도 잊지 말자고 웨치려고 움찍움찍하다가 말았다. 그는 얼굴이 멍이 든것 같이 시꺼멓다. 삔 발목과 총에 맞은 상처는 아직 부어오른채 있다. 가슴에 붙안은 팔은 한아름되는 남의 팔을 안고 앉아있는것 같은 감각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윤이 웨치려던 소리를 딴 청년이 웨쳐댔다.

《왕청문을 잊지 말자!》

《옳소. 잊을수 없소!》

장내가 와글와글 끓어번졌다. 수연이도 은가락지 낀 주먹을 들어올려보인다.

《최봉을 잊지 말자!》

《잊지 말자! 잊지 말자!》

청년들의 눈에선 눈물이 번쩍거렸다. 청년들이 분격을 가지고 총화짓는 두 그릇된 운동선, 그 희생물로 된 최봉이, 인순이가 방가운데 와서 우뚝우뚝 일어서는듯싶다.

그이께서는 얼마후에야 청년들을 진정시키시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조성된 정세는 옳은 혁명로선과 전략전술에 기초하여 우리 혁명을 승리의 길로 이끌어나갈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구원할 일념으로 성스러운 길에 나선 청년공산주의자들인것만큼 응당 이 절박한 시대적요구를 해결하여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우리 인민의 반일민족해방운동을 《지도》한다고 자처한 사람들이 대중을 떠나 상층부의 몇몇 사람이 모여앉아 말공부만 하고 인민대중을 조직동원하지 않았다고 한참 심각히 말씀하시였다. 새로 파악해쥐신 민중중심의 혁명원리를 강조해서 말씀하시는것이였다.

《조선혁명을 옳은 길로 이끌어나가기 위하여서는 당면한 조선혁명의 성격과 임무가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 인민앞에 나선 가장 선차적임무는 일제를 반대하여 투쟁하는것입니다. 일제를 반대하여 투쟁할데 대한 문제는 우리가 이미 타도제국주의동맹을 조직할 때 당면과업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우리는 일제를 반대하여 투쟁하는 동시에 봉건적제관계를 청산하기 위하여 싸워야 합니다. 봉건적제관계를 청산하여야 농민들을 봉건적구속에서 해방할수 있으며 일제식민지통치의 지반을 성과적으로 짓부실수 있습니다. 일제를 반대하는 반제혁명의 과업과 일제와 결탁된 봉건지주를 반대하는 반봉건혁명과업을 수행하는것은 우리 인민의 절박한 요구이며 이 두 혁명과업은 서로 밀접히 련관되여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혁명의 기본임무는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조선의 독립을 달성하는것과 함께 봉건적제관계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습니다. 조선혁명의 기본임무로부터 출발하여 현단계에서 조선혁명의 성격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으로 되는것입니다.》

청년들이 웅성웅성 끓었다. 더러는 무슨 사회주의가 나올줄 알았는데 민주주의란 말이 나오는바람에 눈을 뚜릿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 쳐다보기도 했다. 벌써 차광수는 이것이 민중중심의 원리를 가지고 동력구성을 면밀히 타산한 조선현실에 적응한 로선이라는것을 직감하고 흥분을 걷잡을수 없어 땀이 축축히 내밴 손으로 옆에 앉은 최창걸의 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그이께서는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조선혁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먼저 일제를 반대하는 무장투쟁을 조직전개하여야 합니다. 반일투쟁의 력사적경험과 교훈이 보여주는바와 같이 독립은 남이 가져다줄수 없으며 평화적방법으로는 절대로 일제를 타승하고 독립을 달성할수 없습니다. 더우기 오늘 조성된 정세는 우리들로 하여금 일제를 반대하는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할것을 절실히 요구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일제의 폭압이 전례없이 강화되고있고 발톱까지 무장한 적을 대상으로 하고있는 조건에서 폭력적형태를 띠고 전개되는 대중투쟁을 조직적인 무장투쟁으로 점차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장내는 술렁술렁 끓기 시작하였다.

장춘에서 온 무기상점 점원 최효열은 피줄이 푸름푸름한 두팔을 슬슬 걷어올리며 곁청년의 무르팍을 꾹 찌르기도 했다. 무장을 든다는바람에 신바람이 났다. 최창걸, 계영춘, 차득보, 조학래들도 볼편근육이 풀떡풀떡 뛰였다. 다 무기를 잡아보았으면 하고 찡찡 우는 주먹을 부둥켜잡고 달래던 청년들이였다. 청년들속에선 물을 건너가야 한다는 구호가 그저 나오지 않았다고 수군수군 끓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한동안 열기오른 장내를 둘러보시다가 연설을 계속하시였다. 반제애국력량 총동원문제, 현단계의 혁명에는 로동자, 농민, 청년학생, 지식인, 소자산계급과 량심적인 민족자본가와 종교인들까지도 포함한 모든 반일애국력량을 총동원해서 일제와 그와 결탁된 지주, 자본가,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을 때려부셔야 한다고 열렬히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당건설문제, 당건설은 당중앙을 먼저 선포하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기층당조직을 먼저 내오는 방법으로 당을 밑에서부터 꾸려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래야 밑이 튼튼해질수 있으며 투쟁속에서 검열되고 단련된 공산주의자들로 당을 꾸릴수 있다고 말씀하시였다.

어느것이나 다 독창적인 경지를 열어나가며 추켜드는 새로운 로선이였다.

4대로선에 대한 발표가 끝나자 함성이 터져나왔다. 주먹수풀이 솟아올랐다.

《김성주!》

《김성주!》

《한별!》

《한별!》

김혁이는 노트를 말아들고 지휘봉처럼 휘두르며 노래를 불렀다. 모두 우르르 자리를 차고 일어서 노래를 따라불렀다.

 

조선의 밤하늘에 새별이 솟아

삼천리강산을 밝게도 비치네

짓밟힌 조선에 동은 트리라

이천만 우리 동포 새별을 보네

 

모두 눈앞이 젖어내리며 노래를 합창했다. 그이께서는 청년들을 비집고 자리를 피하시였다. 김혁은 말아쥔 책을 더 높이 휘저었다. 동양 삼국을 헤매돌아가며 지도자를 목메여 부르던 생각도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허무를 느끼며 혁명을 비관도 했댔는데 김성주동무는 그 감방에 앉아서 조선혁명의 진로를 구상해올렸다. 놀라운 영재, 걸출한 영재, 지옥도 암흑도 밀어제끼며 영원한 빛으로 누리를 밝히는 광명의 화신, 오, 별이여! 이천만의 머리우에 황홀한 빛을 뿌리는 별이여!

김혁은 서리서리 안겨드는 그리운 정을 가슴에 붙안고 노래를 이끌어나갔다. 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캄캄한 밤하늘 바라다보니

신음하는 조국산천 어리여오네

변치 말자 혁명에 다진 그 마음

이천만 우리 동포 새별을 보네

 

이날밤 청년들의 숙소는 떠들썩 끓었다. 인젠 4대로선이 나왔다. 캄캄한 밤하늘에 홰불이 솟아올랐다. 천하가 환해지고 갈길을 몰라하던 혁명운동, 광복운동이 제 길을 찾게 되였다. 인젠 종파분자들, 민족주의 탈락분자들이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서게 되였다. 청년들은 별별 소리들을 다했다.

동산리 숙소에서 상처를 치료하고있던 장윤삼이도 4대로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얼굴이 붉어져 음음소리를 질렀다. 이 검은 구름 뒤덮인 캄캄한 밤에 상사말 뛰듯하는 폭동이 아니라 혁명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는 진중한 무게가 있는 선언, 4대로선을 제기했다. 그것도 놀랍지만 그 로선 하나하나가 그 누구도 생각해낼수 없는 신중한, 과학적인 타산에 기초하고있다. 우선 혁명의 성격규정이 즉시 사회주의같은 뜬 공담이 아니고 조국을 광복하는데 총력을 동원하자는 큰 의미가 있다.

이게 바로 민중을 다 들어일궈야 한다는 원리에 기초해서 동력편성문제를 따지고 들어 로선을 확정한것이 아닌가. 사회주의는 그 다음단계의 혁명이다. 그 다음 무장투쟁로선문제, 반제애국력량 총동원문제, 다 옳은 로선이다. 천하를 들어일궈 무장을 들고 원쑤를 친다는 소리이다. 이게 부랑끼적견결성을 소유한 야체이카의 성원들이면 원쑤를 타승할수 있다는 소리와 같을수 있는가. 그다음 당건설문제가 장윤삼이에게는 제일 호되게 머리를 후려갈기는 문제로 충격을 주었다. 당건설이라면 상층부터 꾸리는것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았는데 이건 투쟁의 불길속에서 세련된 성원들로 기층조직부터 꾸려나간다는것이다. 밑에서부터 피라미트형으로 힘을 만들어가지고 상층을 꾸린다면 그게 어느 벼량에 떨어진들 파산될수 있겠는가. 누구의 승인이 없다고 그게 당으로 안될수 있겠는가.

장윤삼은 불쑥 일어섰다. 두눈에 독한 기운이 어려서 맞은편벽을 쏘아보았다. 볼편살이 푸들푸들 떨기도 했다. 서울에서 패거리싸움을 벌리며 서로 당의 상층을 만들어놓고는 제것이 정통파라는 승인을 받으려고 국제당 원동부로 달려다니던 때 일이 시꺼멓게 눈앞에 떠오른것이다. 한번은 국제당으로 가노라고 할빈에 가서 《베료쟈》(봇나무)란 간판을 단 호텔에 들렸는데 또 곁방에 엠엘파패거리들도 국제당으로 가던길에 거기 들렸다. 그래서 서로 어데로 가느냐고 시비가 일어났는데 장윤삼이와 동행인 한사람은 칼로 엠엘파패거리를 테로해치우겠다고 들고일어났다. 그런데 엠엘파가 먼저 빠져나가 《베료쟈》호텔에 국제당으로 가는 공산당이 들어있다고 순경들을 불러대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래서 장윤삼이들은 순경들의 포위속에 들어 도망을 치기 시작했는데 한사람은 2층에서 뛰여내리다가 발목이 삐여졌다. 장윤삼은 발목이 삔 륙척장신을 업고 할빈의 밤거리를 벌벌 기여서 정거장으로 나갔다. 그 광경이 지금 거먹구름같이 눈앞에 와서 펼쳐진다. 장윤삼은 제가 한짓이지만 미치광이도 그런 미치광이짓이 없었다고 생각되여진다. 그는 자기 혐오의 감정이 홍두깨같이 뻗쳐올라서 자리에서 불쑥 일어섰다. 한참후엔 방바닥에 주저앉으며 《으허허》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4대로선을 놓고 생각하니 한바탕 미치광이력사가 흘러간것 같다. 더구나 그의 가슴속에 대못처럼 박혀있는 부끄러운 말, 리갑무로인과 한 소리, 《허허허, 로망을 하시는군. 중학생을 놓고 앉아서…》 그 소리가 생각나서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었다.

 

3

 

회의장소가 로출되는것 같아 세번째 날에는 동산리 뒤벌로 멀리 나가 백양나무 늘어선 밭머리 잔디밭에서 회의를 하였다.

4대로선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였다. 청년들이 앞을 다투어 일어섰다. 모두 불을 뿜는것 같은 열변들이였다.

청년들은 로선을 깊이 리해하기 위한 론전을 벌리기도 했다.

오후에는 로선을 실현하기 위하여 각 지역으로 파견되여갈 분공들이 정해졌다.

이 분공에서 한윤은 다시 남만청총 산하단체들에 불을 지필 분공을 받고 왕청문지역으로 떠나가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한윤을 이끌어 대렬기를 휘날리며 나가는 선봉장을 만들어내신것 같은 느긋한 심정으로 그의 결의토론을 들으시였다.

그는 주먹을 들어올려 흔들며 남만일대를 4대로선으로 불러일으켜 새로운 혁명의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이께서는 얼굴에 미소를 담고 박수를 보내시였다. 국내, 북만, 할빈, 각 지역들, 동만쪽으로 내달아갈 청년들도 불을 뿜는것 같은 결의토론들을 했다. 그러고나서야 그이께서 결론을 시작하시였다. 백양나무그늘이 가로누운 잔디밭에 청년들이 가뜩 들어앉아서 엄숙한 표정들로 그이의 말씀을 들었다.

《우리는 여러날동안 중요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참으로 저는 감개무량한감을 금할수 없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진해온 혁명과정이 일시에 눈앞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ㅌ.ㄷ〉로부터 길림을 중심으로 하고 벌어졌던 투쟁들, 우리의 정력을 쏟아부어서 묶어세웠던 그 수많은 조직들, 우리는 정말 큰 정력과 지혜와 불요불굴의 정신력과 열정의 투쟁을 거쳐서 오늘에 왔습니다. 우리는 이 길우에서 가슴아픈 손실도 적지 않게 입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동지들에 대하여 뼈저린 아픔을 가지고 생각지 않을수 없습니다. 놀라운 정신력을 가지고 우리에게 유서를 남기고 간 그 잊을수 없는 혁명가 채경동지, 왕청문 하늘에 원한을 남기고 간 최봉동지, 이 동지들은 우리의 혁명로정에 자기의 목숨을 가지고 큰 기여를 하고 떠나갔습니다. 우리는 이 아픔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 아픔으로 하여 우리들은 두 어깨에 더 무거운 부담을 느낄줄 알며 필요한 경우에는 우리들자신이 바로 그들처럼 혁명의 리익을 위하여 생명을 던질줄 아는 그런 혁명가로 되여야 하겠습니다. 나는 우리 혁명이 〈ㅌ.ㄷ〉에 뿌리를 두고 발전해와서 오늘을 큰 획으로 하고 로선을 내외에 선포하며 새로운 단계, 특히 무장을 드는 단계에로 넘어가는 때에 가슴아픈 문제를 특별히 강조하고싶습니다. 바로 그들의 사상과 정신이 우리들에게 남겨놓은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싸울줄 아는 그런 혁명가가 되여야 하겠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선 한참동안 말씀을 끊으시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시였다. 다들 고개를 수그렸다. 수연이도 고개를 숙이며 눈앞을 닦았다. 최봉이 저세상에 갔어도 영광스러운 발자취를 남겨놓고 가서 눈물이 배여흐르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호의 얼굴이 악몽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길죽한 얼굴에 날카로운 코, 눈이 우묵한놈이 괴모산속에서 흉기를 들고 최봉에게 다가들었을 일을 생각하니 우르르 몸이 떨린다. 인제 비로소 괴모산속의 참극을 눈앞에 펼쳐놓고 보는듯싶었다.

그는 김성주동지의 결론을 만년필로 또박또박 적었다. 무얼 그렇게 많이 적었는지 회의에 와서 노트 하나를 거의다 썼다. 납작납작한 글자가 줄도 삐뚤어지지 않고 장마다 가득가득 찼다.

그이께서는 4대로선의 중심내용을 또 한번 설명하시였다. 그러더니 허리를 굽히시고 온 얼굴에 웃음을 함뿍 지으며 물으시였다.

《그래 우리 혁명의 성격문제를 파악할수 있겠습니까?》

《파악할수 있소.》

청년공산주의자들이 일제히 주먹을 들어올리며 부르짖었다.

《이 시기에 무장을 드는 문제는?》

《아주 적절하오. 들어야 하오.》

또 주먹수풀이 솟아올랐다. 그이께서는 통일전선문제, 당건설문제도 그렇게 청년공산주의자들의 심장속에 똑똑히 파악되였는가를 확인하시였다. 모두 불덩어리가 되여 주먹으로 화답했다.

《동무들이 옳게 파악하였다니 기쁩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ㅌ.ㄷ〉에서 제기한 조선혁명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화된 로선입니다. 우리는 이미 〈ㅌ.ㄷ〉를 결성하면서 일제를 물리치고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이룩하며 조선에서의 사회주의, 공산주의건설과 나아가서 모든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세계공산주의를 실현할것을 목표로 하는 조선혁명의 확고한 강령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이번에 내놓은 우리의 4대로선은 이 강령실현을 위한 오늘의 구체화된 로선입니다. 동무들, 이 로선은 우리의 새로운 신념, 새로운 원리, 혁명의 주인은 민중자신이며 민중의 무궁무진한 힘에 의해서만 혁명을 승리할수 있다는 주장에 기초한것입니다. 이 새로운 원리, 새로운 신념, 새로운 주장은 우리가 투쟁해온 력사적경험에 기초한것이며 가장 과학적인 타산에 기초한것입니다. 나는 이번 동만폭동에서 매우 귀중한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종파사대주의자들이 들어일군 무분별한 폭동이였고 또 피를 헛되이 흘리고 넘어진 싸움이기도 하였지만 나는 여기서 노호하는 바다같이 들고일어나 적을 족치는 인민의 힘, 이 사회의 개혁을 실현할수 있는 원동력을 보았습니다. 지금 나의 눈앞에는 이 원동력의 무한한 처녀지가 눈이 모자라게 펼쳐져있습니다. 이 처녀지를 바로 가꾸어내면 그것이 곧 하늘을 무찌르는 힘으로 되리라는것은 의심할바 없습니다. 이것을 보아도 민중의 힘을 옳게 들어일궈야 한다는 결론을 터득할수 있고 또 민중중심의 원리를 우리의것으로 해서 나쁠것이 없습니다. 동무들! 어쨌든 우리의 광복운동은 오랜 세월을 두고 방황과 암중모색, 실패와 희생을 거듭하면서 수난과 우여곡절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운동에 이러한 원칙적인 근본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주는 로선이 없었기때문입니다. 그러기때문에 우리가 이 회의에서 그 로선을 자기의것으로 채택한다면 우리들이 그처럼 념원하던 조국광복과 민족재생의 길을 밝혀주는 휘황한 등대를 마련하는것으로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마련하는 이 휘황한 등대는 눈을 높이 들어 세계혁명의 견지에서 보더라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것입니다. 오늘 세계혁명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의 하나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식민지민족해방문제입니다. 이 절박한 시대적요구를 우리가 먼저 두어깨우에 짊어지고 나서서 그 해방을 위하여 로선과 방침을 전혀 새롭게 제기함으로써 바로 이것을 맑스ㅡ레닌주의적으로 풀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것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박수가 일어나고 청년들의 시선이 불꽃을 날리였다.

《우리는 벅찬 앞날을 내다보며 자기의 높뛰는 심장을 가지고 우리 혁명의 독창적인 무기를 들었습니다. 이 무기와 방법은 기필코 우리 인민을 사회주의적리상, 공산주의적리상의 찬란한 상상봉으로 인도해갈것입니다. 나는 모든 동지들이 이 길우에서 자기의 붉은 피와 생명을 바칠 각오를 하고 다시한번 새롭게 공산주의적맹세를 다져줄것을 바랍니다.》

그이께서 결론을 끝내시고 땀을 씻으실 때에는 《혁명 만세!》의 소리가 터져올랐다. 모두 자리를 차고 일어나 주먹을 들어올리며 부르짖었다.

《혁명 만세!》

《혁명 만세!》

《김성주! 김성주!》

《한별! 한별!》

땅을 굴러치며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 모두 력사의 큰 봉우리우에 힘겨웁게 톺아오른듯한 기분이기도 했다. 누구나 다 가슴들이 후련했다. 인터나쇼날의 노래소리가 일어났다. 우렁우렁하는 대합창이 해 기우는 석양하늘에 엄숙히 울리였다.

 

일어나라 저주로인맞은

주리고 종된자 세계

우리의 피가 끓어넘쳐

결사전을 하게 하네

 

력사의 밤은 검은 날개를 차붓이 덮었다. 학교마을, 동산리, 조양촌 일대는 소낙비 지나간 들판같이 조용했다. 안식과 꿈이 광야우에 자리를 폈는가. 수만갈래 어지럽게 뒤틀고 아우성치던 운동의 검은 구름장들이 인젠 제 곬으로 흩어지고 잦아든것 같은 력사의 밤이였다.

환히 터진 은하수가 캄캄한 밤하늘 한복판으로 저 멀리까지 쭉 열려나갔다. 대강을 상징하는것 같은 굵은 획이였다. 그 획을 타고 붉은별의 성좌가 빛을 뿜는다. 청년공산주의자들의 대오를 상징하는것 같은 붉은별의 성좌! 아, 은하수, 칠칠흑야에 획을 그은 은하수, 그 누가 이 우주를 잠재우고 하늘에 획을 긋고 붉은별을 뿌려던졌는가. 열도와 빛을 뿜는 태양이 없다면 저 은하계가 저렇게 밝을수 있을가. 력사는 하늘의 이 상징을 영원속에 새겨둘것이다. 쿵, 어데서 또 한번 쿵하는 위대한 탄생을 고하는 큰 울림이라도 울려올것 같은 숭엄한 정적속에 붉은 은하수가 찬란히 흐른다.

벌써 최창걸, 차득보, 조학래, 최효열이들은 카륜역두로 달려 나가 숙소를 딴데 옮겨놓고 앉아 전전긍긍 고인호를 기다리고있는 사복경찰들을 쏘아눕히고 돌아왔다. 무장투쟁의 첫 신호가 그럴듯이 올랐다고 할가!

김성주동지께서는 이어 또 조선혁명군 창건을 구상하시며 차광수, 김혁, 최창걸, 계영춘, 상준이들을 데리시고 백양나무 늘어선 늪가를 걸으시였다.

《내가 회의에서도 말했지만 조선혁명군 조직이란 앞으로 전개할 본격적인 무장투쟁의 조직준비를 위한 정치 및 반군사적조직이요.》

그이께서는 어둠속을 천천히 걸어나가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렇기때문에 이 무장소조원들은 각 지역으로 흩어져나가 무장투쟁을 위한 대중적지반을 꾸리며 혁명의 핵심력량을 키워내야 하오. 특히 주민의 절대다수인 농민 혁명화문제를 중요하게 내세워야 하오. 농민을 혁명화하지 않고는 무장투쟁의 골간을 키워낼수도 없고 그를 위한 대중적지반을 튼튼히 꾸려낼수도 없소.》

모두 이야기를 심중히 들으며 그이를 따라 걸었다. 어둠속에서 안개가 피여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데서 밀려오는 물안개인지도 모른다. 그이의 봄외투자락에 휘감기며 날아가며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 첫 당조직을 결성하는 문제도 토의해야겠소. 우리는 당중앙을 먼저 내오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기층당조직을 먼저 내오는 방법으로 당조직건설사업을 추진시켜야 하겠소. 우리가 오늘 조직하게 되는 당조직은 우리의 첫 당조직으로 될거요.》

그이께서는 당의 사명과 역할에 대하여 상세하게 말씀하시였다.

《자, 인젠 숙소로 들어갑시다. 들어가서 당조직결성모임을 가집시다.》

그이께서는 차광수, 김혁, 최창걸, 계영춘, 상준이들을 데리시고 늪가를 떠나시였다. 인젠 학교마을 동산리 조양촌 일대에는 안개가 짙게 서리고 멀리 버들개 일경은 구름이 낀 신비경같기도 했다. 그이께서는 대지를 힘차게 걸으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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